박근혜 청와대 문건 발견 미스터리 ①

민정수석실 문건 관리자는 황당해했고 조대환 전 민정수석은 허탈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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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전 정부서 남긴 문서 없다고 한 청와대… 2개월 뒤 민정, 정무수석실 등에서 2000개 넘는
문서 발견했다 밝혀
⊙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우리 문서가 아니라는 주장 하겠다”(조대환 박근혜 청와대 마지막 민정수석)
⊙ “청와대 나오기 직전까지도 캐비닛에는 아무 문서도 없었다”(민정비서관실 문건 관리자)
⊙ “어떻게 인턴 책상에 그런 문건이 들어 있을 수 있나요?”(정무수석실 관계자)
⊙ “의심이 가는 인물이 있긴 하지만 정황만 있고, 증거가 없어 말하기 어렵다” (박근혜 청와대 관계자들)
⊙ 제2의 고영태 태블릿 PC 사건 되나?
2017년 5월 17일 자 《조선일보》에는 〈“청와대 컴퓨터가 텅 비어 있더라”… 정권 바뀔 때마다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났다. 기사를 보면 문재인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문서 인수인계와 관련해 “현재 청와대 내 서버와 컴퓨터 내 하드웨어에 (업무와 관련한) 자료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인수인계 문서가 남아 있지 않다. 공식적으로 ‘업무 현황’이라는 정도의 문서만 전달받았다”며 “예를 들어 과거 인사수석이 어떻게 인사 검증을 했는지 이런 자료가 있으면 도움이 될 텐데, 그런 게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기사를 보면 청와대에 남아 있는 전임 정부 자료는 청와대 내부망 접속을 위한 아이디·패스워드와 부서별 업무 개괄 자료 등이 거의 전부였다.

사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청와대를 비울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에 앞서 노무현 정부 청와대는 공직자 인사 검증 파일을 비롯한 업무 관련 문서·자료를 모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고 남은 자료는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명박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 내부 업무 시스템인) ‘이지원’을 통해 인계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실제는 청와대 내 컴퓨터들이 거의 빈껍데기였다”고 했다.

감사원 관계자의 이야기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3일간 공직기강비서관실 앞 소각장에서 연기가 계속 올라왔습니다. 문서 파쇄기로 다 파쇄하기 힘들 만큼 문서가 많은 모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문서 소각(燒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가 증언한 것은 비서관실이 감사원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감사원 터를 감싸는 울타리 너머엔 야트막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이 길을 조금 올라가다 보면 한옥 한 채가 나타난다.

대지 200평에 건평 70평으로 조그만 별채도 하나 딸려 있다. ‘산속에 웬 집일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만하지만 여기가 노무현 정부 때 공직기강비서관실로 쓰였던 곳이다. ‘산속 사무실’을 쓴 이유는 인사 검증 과정에서 외부로 흘러나가서는 안 되는 개인정보를 많이 다루기 때문이었다.


7월 14일 박근혜 민정수석실 문건 300여 건 발견
 
두 달쯤 뒤인 7월 14일 오후 2시30분 청와대는 “박수현 대변인이 오후 3시에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발표 내용은 대변인 발표 전까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중요한 발표 내용이기 때문에 방송사들은 생중계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방송사 생중계를 요청할 경우 무엇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정도는 알려주는 관례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었다.

생방송 카메라 앞에 선 박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생산한 문건 300여 건을 민정비서관실 사무실 캐비닛에서 발견했다”며 “2014년 6월부터 2015년 6월까지의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를 포함해 전임 청와대(2013년 3월~2015년 6월)에서 만든 장관 후보자 인사 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등에 대한 각종 회의 및 검토 자료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발표했다.

박 대변인은 “민정수석실 문건은 지난 7월 3일에 발견됐으며, 11일간 소수의 참모만 내용을 공유하며 대통령 기록물인지, 기록물이라면 공개가 제한되는 비밀, 지정 기록물인지를 판단해 왔다”고 했다. 3일 해당 문건을 발견했지만 민감한 부분들이 있어, 법리적 검토가 필요했기 때문에 14일 공개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5일 주요 20개국(G20) 회의차 독일로 출국하기 전에 해당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변인은 이날 문건 발견 사실을 공개하면서 내용은 일부만 공개했다. 그중 가장 먼저 말한 것이 삼성 승계 관련 부분이었다. 그는 문건에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이라고 적혀 있다고 밝혔다. 또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 대응, 금산 분리 규제 완화 지원’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삼성 승계 메모에 대해 “메모 내용은 검찰과 특검이 기소한 내용에 거의 다 포함돼 있어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경제수석실뿐 아니라 민정수석실까지 나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물증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검찰과 특검에 유리한 일종의 보강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시는 이 부회장 재판에서 뇌물죄의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몇몇 보도가 나온 직후다. 게다가 박 대변인이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박근혜 민정수석실 문건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날은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이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하루 연가(年暇)를 내 이 부회장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나왔다. 장관급 인사가 증인으로 서는 것도 보기 어려운 일이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경영권 승계에 반대했다면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시도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자필 메모 1장도 언론에 공개했다. 메모 내용 중에는 ‘장(長)’자 아래에 적힌 내용이 눈에 띈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 지시사항을 메모한 것이란 추정이 나왔었다. 메모에는 ‘간첩 사건 무죄 판결’이란 내용과 함께 ‘차제 정보·수사 협업으로 특별형사법 입법도록→안보 공고히’라고 돼 있다.

간첩 사건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자 간첩 수사 강화를 위한 입법 방안 마련을 검토하라는 뜻으로 추정된다. 메모에는 ‘대리기사-남부고발-철저수사 지휘 다그치도록’이란 내용도 있다. 당시 세월호 유족과 김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연루된 대리기사 폭행 사건의 수사를 독려하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변인은 이 밖에도 ▲문화 예술계 건전화, 건전 보수권을 국정 우군으로 활용 ▲문체부 국·실장 전원 검증 대상 ▲6월 지방선거 초반 판세 및 전망 ▲전경련 부회장 오찬 관련 ▲경제입법 독소조항 개선 방안 등의 문건이 발견됐다고 했다. 심지어 2013년 1월 이명박 정부 시절 자료 1건도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 문건들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때 이명박 정권 사람들의 뒷조사를 많이 했다. 두 정권은 여야보다 더 불편한 관계였다. 그런데 박근혜 청와대에서도 노출되지 않았던 문건이 문재인 청와대에서 나왔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7월 17일 정무수석실 문건 1361개 발견

청와대는 이날 300여 개의 문건 중 최순실 사건 수사 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들은 복사해서 검찰에 넘겼다. 박 대변인은 “‘삼성 경영권 승계 문건’과 같은 사례가 더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경내 모든 책상과 사물함, 캐비닛에 대해 전수조사에 들어갔다”고 했다.

사흘 뒤인 7월 17일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만든 문건을 지난 14일에 이어 추가로 발견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예고했던 캐비닛 전수조사 결과였다. 다만 삼성 승계 관련 문건 및 메모 내용 일부를 공개했던 1차 공개 때와 달리 이날은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청와대는 이번에도 “문건에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 등이 포함돼 있다”며 관련 사본을 특검에 넘겼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정비서관실에서 지난 정부 자료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있던 7월 14일 오후 4시30분쯤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행정요원 책상 캐비닛에서 다량의 문건을 발견해 현재 분류 작업 중”이라고 했다. 이번에 발견된 문건들은 전임 정부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 기획비서관이 2015년 3월 2일부터 2016년 11월 1일까지 작성한 254건의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 등 모두 1361건이다. 해당 기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병기·이원종 전 실장이고, 정책조정수석은 현정택·안종범 전 수석이다.

박 대변인은 254개 문건에 대해 “대통령비서실장이 해당 수석비서관에게 업무 지시한 내용을 회의 결과로 정리한 것”이라며 “문서 중에는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 현안 관련 언론 활용 방안 등이 포함돼 있고 위안부 합의, 세월호, 국정교과서 추진, 선거 등과 관련해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 등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그는 “1차 공개 문건과 같이 특검에 관련 사본을 제출하고, 원본은 대통령기록관에 이관 조치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차 때 공개한 문건은 자필 메모이기 때문에 (공개가 제한되는) 대통령 지정 기록물과 관계없어서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문건의 불법적 내용과 관련해 “주요 현안에 대해서 언론을 어떻게 활용하라, 누리 과정 예산 가지고 언론에 예를 들어 ‘어디 시켜서 이런 데 활용하라’(고 써 있다)”며 “그게 위법 아니냐”고 했다. (계속)
 
글=최우석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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