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대면 진료는 ‘약 배송’ 가능이 관건, OECD 회원국 중 한국·튀르키예만 불가
⊙ “‘하루 세 번 식후에 드세요, 아침 식전에 드세요’ 이게 전부라고 보느냐”(중랑구 D 약사)
⊙ “비대면 진료가 온건히 정착되면 대면 진료 ‘수가’보다 더 저렴해질 것 ”(선재원 원산협 공동대표)
⊙ “환자의 편의성 중요하죠. 하지만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어요”(최안나 대한의료정책학교장)
⊙ “‘하루 세 번 식후에 드세요, 아침 식전에 드세요’ 이게 전부라고 보느냐”(중랑구 D 약사)
⊙ “비대면 진료가 온건히 정착되면 대면 진료 ‘수가’보다 더 저렴해질 것 ”(선재원 원산협 공동대표)
⊙ “환자의 편의성 중요하죠. 하지만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어요”(최안나 대한의료정책학교장)
-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 2023년 12월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21년, 기자가 군(軍)에 있었을 때였다. 그해 11월 GP(Guard Post·최전방 감시초소)에서 8주간 파견근무를 했는데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병사들의 건강관리가 가장 큰 안건 중 하나였다. 다행히 GP에서 장병이 아프면 ‘군 원격의료진료체계(이하 원진체)’를 통해 진료받을 수 있었다. 다만 일부 약 처방 등 제한적 진료만 가능해 상황에 따라 ‘GOP 부대 의무대’ ‘사단급 의무대’로 호송하거나 더욱 응급한 경우 군 병원, 민간병원에서 진료받게 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원진체’ 활용은 격오지 근무 간 그나마 최선의 진료를 위한 일상적 소통창구가 됐다. 또 단순 의사에게 상담을 받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을 찾는 경우도 있어 장병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장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공청회 자료(2023)〉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非對面) 진료가 허용되어 약 1419만 명의 국민이 3786만 건 이상의 비대면 진료를 경험했다. 그러나 전국 의료기관의 35.7%가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는 등 이미 일상적 의료전달체계로 자리매김했지만 현재까지도 제도 변경이 잦아 국민과 관련 산업계의 혼선이 잦은 상태다. 또 비대면 진료의 ‘약물 오남용’ ‘안전성’ ‘플랫폼화’ 문제를 지적하는 시선도 있다.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비대면 진료. 대한민국 비대면 진료의 ‘쟁점과 과제’에 대해 취재해 봤다.
비대면 진료, 국민들 위한 ‘편의’
“3분 진료라는 말 들어봤나요?”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원격의료산업협의회(KTIC·원산협) 공동대표이자 비대면 진료 서비스인 ‘나만의 닥터’ 앱(App)을 운영하고 있는 선재원(宣在垣·37) 대표의 말이다.
“소위 말하는 ‘3분 진료’가 대면 진료의 일상입니다. 여기서 착각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짧게 진료를 본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닙니다. 감기, 몸살, 코막힘 증상 등 일반 경증 환자의 경우 대부분의 진료 과정이 3분 안팎으로 끝납니다. 생명이 위험한 중증 환자가 아닌 단순 경증으로 약 처방을 희망하는 경우 비대면 진료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 경증이라도 비대면 진료 간 오진(誤診) 위험은 분명 있습니다.
“대면과 비대면 모두 진료 간 오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대면 진료니까 안전하고 비대면 진료라 위험하다’는 접근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오히려 ‘짧은 대면 진료 시간’도 오진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핵심은 비대면 진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경증 환자가 우리 주변에 정말 많다는 점입니다. 또 병원을 직접 방문해 진료를 받을 만큼 심각한 이유와 상황이 아니라면 간편하고 신속하게 약 처방 여건을 보장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 비대면 진료 역할의 범위가 명확해야겠네요.
“그렇죠. 대면 진료의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또 기존 대면 진료 방식을 비대면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에요. 대면 진료가 필요한 부분은 명확히 있습니다. 당장 응급실로 가야 한다거나 집중치료가 필요한 경우 애초부터 비대면 진료로 조치할 수 없어요. 다만 비대면으로 조치할 수 있는 진료 범위라면 그 ‘선택권’도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거죠.”
그는 비대면 진료의 본질적 존재 이유가 ‘편의 서비스’임을 강조했다. 쉽게 말해 “음식점과 배달 앱 서비스가 공존하는 것처럼 의료 서비스 방식 역시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로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범사업만 3년… ‘법제화’는 아직
선 대표는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사실상 ‘시범사업’ 기간을 거쳤고 성과가 컸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0년 2월 24일부터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해 ‘한시적 전화·대리처방’을 허용했다. 또 같은 해 12월에는 국회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감염병 위기 ‘심각 단계’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해당 정책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23년 5월 31일까지 이어졌다. 이후 WHO의 ‘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에 따라 국내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되며 해당 정책은 종료됐다. 이에 당정협의회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 전까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합의해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선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시행되었던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사실상 시범사업으로 봐야 한다”면서 “3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겪으며 비대면 진료의 국민적 호응도, 의료인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진행한 ‘비대면 진료 만족도 조사(2021)’에서 환자의 77.8%가 ‘비대면 진료 이용에 만족’, 87.8%가 ‘재이용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조사한 ‘디지털헬스케어 수요 및 인식 조사(2022년)’에서는 투병·투약 중인 환자의 87.3%와 의료인의 69.2%가 ‘원격 진료 도입 시 활용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비교적 최근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진행한 ‘비대면 진료 경험자 인식조사(2024년)’에서도 비대면 진료 이용 환자의 93.2%가 ‘만족’, 의사의 77.6%가 ‘비대면 진료 정식 도입 시 환자 건강 증진에 도움 된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아직 마땅한 법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선 대표는 “지난 2024년 1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지침[의료기관용]’ 역시 말 그대로 ‘지침’이지 ‘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비대면 진료 이용자들의 혼란과 이용피로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또 “마땅한 법이 없으니 플랫폼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도 비대면 진료 이용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오히려 어렵다”며 “(법제도가 없는) 이런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 이용 간 발생하는 사고를 단순 ‘비대면 진료의 문제’로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 후 ‘약 배송’이 쟁점
정부는 지난 2024년 2월 23일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이라는 변화를 택했다. 작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공의 이탈 장기화’ 사태가 그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끝나는 날까지 예외 없이, 제한 없이 모든 환자가 모든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말 그대로 기존 6개월 내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박민수(朴敏守·56) 보건복지부 2차관은 “비대면 진료는 재진을 중심으로 환자를 살피는 것이 현재의 시범사업이었는데, 오늘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을 선언하면서 모든 규제가 다 사라졌다”고 밝혔다. 다만 “약 배송 관련 내용은 지금처럼 제한적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했다. 즉 ‘진료는 비대면이더라도 약은 대면 처방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얘기다.
현재 비대면 진료 법제화와 함께 강조되는 부분은 ‘약 배송’ 문제다. 현행 의료법상 ‘감염병 확진자’ ‘희귀 질환자’ ‘장애인’ ‘65세 이상’ ‘도서산간 지역’ 등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약국을 직접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법제화 내용에 ‘약 배송 가능’ 포함 여부가 비대면 진료 실효성을 판가름할 수 있는 핵심 쟁점이 됐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간 약 배송 문제에 대해 약사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약 배송 간 안전성 문제’ ‘오남용 문제’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약 배송 오히려 더 까다로운 규제가 생길 수도”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A(45) 약사는 “편리성의 관점에서는 약 배송을 거절할 이유가 없지만 약사로서 직접 약을 조제하고 지도하는 것 자체가 본연의 역할인데 그 의미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라 말했다. 다른 약국 B(38) 약사도 “단순 약사들의 이권다툼이 아니다. 생명을 지키는 의료와 의약인데 어떻게 안전보다 편의성을 더 강조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기자가 ‘일반의약품 배송 허용’은 어떻게 보는지 묻자 “일반 의약품은 의사의 처방 없이 쉽게 구매할 수 있어 부작용이 ‘거의 없다’고 느끼겠지만 다수의 일반 의약품도 ‘동시 복용’할 경우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마포구 공덕동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C(55) 약사는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약 배송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오히려 더 까다로운 규제가 생겨 정작 이용자들이 피로해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결국 대면 약 수령이 더 낫다고 보는 시선이 생길 것”이라 했다. 중랑구에서 1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해 온 D(41) 약사는 기자에게 “‘하루 세 번 식후에 드세요’ ‘아침 식전에 드세요’ 이게 전부라고 보느냐”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조제실에서도 검수하고 직접 드리면서도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약”이라며 “의약품은 편리성이 최고의 가치가 아니고 국민의 안전과 건강권이 우선가치”라 말했다.
“약 배송에 특화된 거대 약국이 생기지 않을까요.”
기자가 선재원 대표에게 한 말이다. 다소 극단적 예시이긴 하나 비대면 진료 후 약 배송이 가능해지면 머지않아 약 배송 전문 플랫폼도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커머스(e-commerce)에 특화된 일부 대기업이 24시간 약 배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가능성도 크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사실상 ‘독점’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 지역과 지방 약국이 사라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선 대표는 ‘약 배송이 약국을 망하게 만든다’는 주장에 “우리나라에 현재 약국이 2만여 개가 있는데 작년 기준 ‘나만의 닥터’를 통해 단 한 번이라도 처방전을 받은 약국이 1만5000여 개에 달한다”며 “사실상 이미 상생하고 있다는 증거”라 주장했다.
약 배송 ‘독점’은 막아야
― 약 배송이 허용되면 지역 약국이 소멸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법적인 규제를 통해 상생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전국 단위로 약 배송이 가능하다면 지역 약국 소멸이 가능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비대면 진료 이용자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약 배송이 가능한 약국으로 제한하면 그럴 일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살고 있는 주민이라면 지역에 있는 약국을 중심으로 약 배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겁니다. 그리고 주변 약국에 처방전에 포함되는 약이 없다면 그 범위를 늘려나가는 거지요. 서울은 약국이 많아요. 문제는 지방이지요. 지방의 약국 인프라가 서울만큼 잘 구축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잖아요.”
― 지방에서 희망 의약품을 구하는 게 많이 어렵습니까.
“따지고 보면 서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서울이 쉬운 편인 거죠. 많은 환자들이 착각하고 있는데 모든 약국에 동일한 의약품이 있는 건 아닙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꼭 필요한 약을 찾는 경우도 있어요. 실제 저희 앱 이용자 중 비대면 진료를 받았는데 약 배송이 안 돼 처방에 적힌 대로 주변 약국에 약을 직접 문의했다는 민원도 정말 많이 올라옵니다.”
지난 2024년 10월 기준 ‘나만의 닥터’ ‘닥터나우’ 앱이 제공한 〈비대면 진료 환자 약 수령 평균 현황〉에 따르면 ‘휴일 및 야간’ ‘평일 및 주간’에 약 수령을 위해 이동한 평균 거리는 4.5km 이상이다. ‘평일 약 수령 시간’은 평균 3.3시간이었지만 ‘휴일 및 야간 약 수령 시간’은 10.05시간으로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OECD 회원국 중 한국·튀르키예가 유일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의 약 배송 현황은 어떨까. 현재 OECD 38개 회원국 기준으로 현재 약 배송이 금지된 국가는 한국과 튀르키예(터키)가 유일하다. 물론 일부 OECD 국가(그리스, 벨기에, 스페인,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체코, 포르투갈)는 ‘일반 의약품’에 한해서만 배송을 허용했다. 결론적으로 ‘약 배송이 부분적으로라도 허용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인 셈이다.
호주의 경우 2020년 4월 17일부터 비대면 진료 후 처방전을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또는 팩스로 받는 것을 허용했다. 이 처방전을 환자가 원하는 약국으로 전송한 후, 환자 본인 또는 보호자 등이 약을 가지러 가거나 집에서 배송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처방전을 어느 약국으로 보내야 할지 모를 경우, 환자를 진료한 담당 의사가 해당 지역 내 약국을 제안하거나 환자가 직접 Health Direct 웹사이트를 이용해 해당 지역의 약국을 검색해 약국을 선택할 수 있다.
프랑스도 비대면 진료 후 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끝나면 ‘Ordo Express’ 앱을 이용해 처방전을 스캔 후 전자서명을 전송한다. 이 앱은 전자 메일 형태로 전송되며 환자가 선택한 약사에게 암호화된 처방전이 전송돼 안전성도 보장된다. 의약품은 환자의 집 또는 직장 등으로 배송되며 마약류를 제외한 모든 유형의 약물이 전자 처방전만으로도 배송된다. 이때 환자는 자신의 약 배송 과정을 실시간 추적할 수 있으며 실시간 채팅 시스템을 통해 담당 배송원과 배송 간 소통할 수도 있다. 캐나다는 좀 다르다. 약 배송 시 반드시 등기 우편이 원칙인데, 여의치 않은 경우 약 수령 시 환자 또는 환자 대리인이 반드시 서명해야 한다. 라트비아의 경우 약을 배송하는 약국은 사전에 신고를 필수로 해야 하며, 마약·향정신성 약물의 경우 약사 또는 약사 보조원이 직접 배송해야 하는 것이 의무다.
또 OECD 회원국은 아니나 중국의 경우 2018년 의약품 온라인 판매 금지가 해제됐으며 인터넷 병원 이용 정책이 발표됐다. 국무원 및 국가보건위원회, 국민보험국이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인터넷 병원 업무를 적극 확장·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각 지역 성(省) 내 보건위생 관련 국가기관에서 지정한 인터넷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의사가 처방전을 발행하면 원 내 심사부서 약사가 처방전을 확인 후 병원과 제휴하고 있는 물류회사에서 의약품을 환자에게 배달토록 하거나 인근 약국에서 환자가 약을 직접 수령하도록 하고 있다.
‘약 배송’ 시 배송자가 책임지는 일본
옆 나라 일본의 경우 ‘동일본대지진(2011)’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약 배송 정책이 안착됐다. 후생노동성 보험국 의료과 자료인 〈2022년(레이와 4년) 조제 보수 개정의 개요〉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전에는 일반 의약품 배송을 불허했지만 지난 2020년부터 ‘일시적’으로 일반 의약품 배송을 전면 허용(후생노동성 0410 조치)했다. 해당 정책은 ‘코로나19 엔데믹’을 이유로 지난 2023년 7월 종료됐지만 ‘의약품·의료기기 등의 품질, 유효성 및 안전성 확보 등에 관한 법률(이하 약기법)’이 개정돼 온라인 복약 지도가 전면 허용되는 계기가 됐다.
개정 전 일본 약기법에는 첫 회 복약 지도는 반드시 대면으로 진행해야 했지만 약기법 개정을 거치며 첫 회더라도 ‘약사의 판단과 책임에 따라 온라인 복약 지도가 실시 가능’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현재 배송받을 수 있는 일반 의약품 종류만 2000여 개에 달한다. 또 지난 2022년에는 처방 의약품(전문 의약품) 규정도 완화해 ‘마약과 향정신성 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의약품을 배송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약기법과 차이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전화만으로도 복약 지도가 가능했지만 개정 후에는 음성을 통한 복약 지도는 불가능하다. 영상이나 화상 통화를 통한 복약 지도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또 기초 질환 등 정보가 파악되지 않은 ‘초진 환자’에 대한 처방은 최대 7일분까지만 가능토록 규정했다.
약 배송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한 규정도 있다. 일본 후생성과 국토교통성은 지난 2021년 6월 ‘드론을 이용한 의약품 배달 가이드라인’을 공표하고 표준적인 의약품 배달 절차를 제시했다. 특히 의약품 안전 관리의 중요성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했다. 약사나 의료기관은 약제를 포장해 드론에 싣고 환자 본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모두 관리해야 한다. 여기서 독특한 점은 약사가 드론으로 직접 약을 배송하는 것은 아닌 만큼 배송에 대한 책임은 해당 ‘드론 운전자에게 있다’ 명시한 것이다.
선재원 대표도 “약 배송 간 생길 수 있는 문제는 약사의 책임이 아닌 배송자의 책임”이라 강조했다.
― 약 배송 간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봅니까.
“약사들이 약 배송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약 배송 사고입니다. 약사가 비대면 처방전에 대해 잘못된 약 조제와 복용 지도를 내렸다면 이는 명백한 잘못입니다. 하지만 ‘약 배송 도중 일어날 수 있는 사고’도 약사의 책임이라 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약사의 손에서 약이 떠난 이후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배송자의 책임으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 수령자가 약품을 오남용할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대면으로 약을 처방받은 사람이 ‘약물을 오남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도 없지 않습니까. 현재 언급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를 포함한 약 배송 문제 모두 대면 진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단순 비대면이기에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 규정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다이어트 약 처방’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라 (이용자가) 원하면 쉽게 다이어트 약을 처방’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용자의 의견을 받아 처방의 주체인 의사가 판단하는 부분이라는 겁니다.”
비대면 진료 수가(酬價), 대면과 동일해야
현재 우리나라 비대면 진료의 수가는 대면 진료보다 높다. 대면 진료보다 30% 높게 책정되어 있다. 그 배경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의료기관 참여를 독려·유인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감염병 확산 위험이 사라졌지만 상황은 여전하다. 필연적으로 비대면 진료 수가를 대면 진료 수가보다 더 많이 지원하면 기존 의료기관들이 더 높은 수가를 받기 위해 앞다퉈 비대면 진료에 매진하는 의료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 비대면 진료 수가도 대면 진료와 동일해야 하지 않을까요.
“법제화가 이뤄져 비대면 진료가 온전히 정착된다면 대면 진료 수가보다 더 저렴해질 겁니다. 다른 국가들도 대면 진료와 수가가 동일하거나 저렴한 편입니다. 한국의 경우도 비슷하게 적용된다면 국민건강보험료(이하 건보료) 절약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죠. ‘비대면 진료의 위험 부담이 수가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전 동의하지 않아요. 진료의 방식이 다를 뿐 똑같은 의료 행위 아닙니까.”
국가 주도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에서는 환자의 ‘원격 의료 진료비’가 없다. 대신 환자들은 NHS(National Health Service·국민보건서비스) 앱을 무료로 다운로드하여 원격 의료를 받는다. GP(General Practitioner·일반의)는 자신에게 등록된 환자에게 원격으로 진료해 주며, 수가는 대면 진료 수가와 마찬가지로 영국 NHS 측과 국가 표준 계약에 해당하는 GMS(General Medical Service) 계약에 의해 인두제(Capitation·의사가 맡고 있는 환자 수에 따라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방식)로 받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대면 진료와 원격 의료의 수가가 동등하다. 미국은 주별로 다르나 원격 의료 수가가 대면 진료와 원격 의료 수가 동일화 의무법(parity-law)이 적용되는 주에서는 동등하게 적용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초진부터 온라인 진료가 가능해짐에 따라 ‘온라인 진료료’에 대한 초진 수가가 신설됐다. 다만 온라인 초진료 수가는 대면 진료 288점과 차등을 두어 251점이고 온라인 재진료 수가는 대면 재진료 수가와 같은 점수인 73점으로 결정됐다. 즉 비대면 진료 초진료는 대면보다 저렴하고 재진료부터는 대면 진료와 수가가 동일한 셈이다.
“환자에게 데이터 주권 돌려준 것”
― 플랫폼이 개인 정보를 사적화할 수 있다는 비판도 큽니다.
“저희 ‘나만의 닥터’ 플랫폼 운영자들은 환자의 개인 정보를 조회할 수 없습니다. 즉 보유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부분은 타 플랫폼도 동일합니다. 단순 의사와 연결해 주는 역할만 하는 거죠. 역으로 왜 병원이 꼭 환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까. 오히려 환자가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환자의 ‘데이터 주권’을 저희 플랫폼을 통해 돌려준 것 아닐까요. 참고로 저희 플랫폼을 통해 의사에게 환자의 정보가 전송된 후에는 진료 후 10분 내로 파기해야 합니다. 또 환자가 선택한 정보만 의사에게 전달되는 구조입니다.”
― 하지만 지난 2023년 ‘개인 정보 관리 허술’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습니다.
“내부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당시 개인정보위 확인 결과, 이용자의 진료 내용 등 의료 정보의 경우 병원(의사)이 별도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에 입력할 뿐,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는 수집·저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함께 인정됐습니다. 아울러 진료 내용을 활용한 맞춤형 광고 등을 제공하는 사업자도 없었고요. 앞으로도 이 부분은 꾸준히 유지할 계획입니다. 당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이용자의 개인 정보 처리 시 개인정보처리방침 전문으로 일괄 동의를 받거나, 개인정보처리 시스템에 대한 접근통제·접속기록 보관·암호화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현재 문제가 된 부분은 조치된 상황입니다.”
선 대표는 인터뷰를 끝으로 비대면 진료 법제화 시 “선별등재방식(Positive List System)이 아닌 포괄등재방식(Negative List System)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선별등재방식은 관련 진료 사례의 조건을 모두 살펴보고, 기준에 맞는지 판단된 경우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즉 진료 간 단 1가지라도 예외사항이 있다면 비대면 진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반면 포괄등재방식 형태로 바꿀 경우 중증질환이나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하는 질환, 심각한 외상 등 비대면 진료가 불가한 상황을 제외하고 그 외는 광범위하게 허용되는 차이가 있다. 그는 “비대면 진료의 범위와 활용할 수 있는 약의 범위가 비슷해야 의사들이 폭넓게 진료하고 처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렇다면 경증의 기준이 무엇이냐”
“환자의 편의성 중요하죠. 하지만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어요.”
최안나(崔안나·59) 대한의료정책학교장의 말이다. 그는 “병원에 가는 행위 자체를 귀찮게 여기거나 대체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단순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비대면 시스템이 정착되는 것이 옳다”며 “비대면 진료는 하나의 기술”이라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의 상호보완적 개념’이라는 표현에도 다소 우려를 표했다. ‘동등하게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증이) 알고 보니 중증의 초기 사인일 수 있다. 그렇다면 경증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도 의사가 판단해야”
또 최 원장은 지난 2024년 9월 4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말한 경증의 기준을 인용했다. 박 2차관은 “이제는 아프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열나도 응급실 가면 안 되고 갑자기 무지막지한 복통이 와도 응급실 가면 안 되고, 어디 찢어져서 피가 철철 나도 경증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대한의사협회(KMA)는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의 보건 의료를 관장하는 자가 이렇게 무지한 발언을 일삼는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경·중증 판단은 의사들도 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실제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경증으로 진단받았다가 추가 검사로 중증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들이 간단히 ‘레드 플래그 사인(위험 신호)’을 파악할 수 있다면 왜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겠는가”라며 “전화로 쉽게 경·중증 판단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면 현재 국정 운영의 상태가 중증”이라 규탄했다.
최 학교장도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권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지형 또는 제도상 의사를 만나기 어려운 나라에서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비대면 진료”라며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당장 하루 안에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국가고 당일 약 처방도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단순 편의성을 위해 비대면 진료를 권하는 분위기가 말이 되냐”는 것이다. 그는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사람도 당연히 있지만 이 부분도 의사가 판단해야 할 범위”라며 “의료의 시작점은 국민들의 편의를 담보하는 것이 아닌 국민들의 안전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공청회 자료(2023)〉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非對面) 진료가 허용되어 약 1419만 명의 국민이 3786만 건 이상의 비대면 진료를 경험했다. 그러나 전국 의료기관의 35.7%가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는 등 이미 일상적 의료전달체계로 자리매김했지만 현재까지도 제도 변경이 잦아 국민과 관련 산업계의 혼선이 잦은 상태다. 또 비대면 진료의 ‘약물 오남용’ ‘안전성’ ‘플랫폼화’ 문제를 지적하는 시선도 있다.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비대면 진료. 대한민국 비대면 진료의 ‘쟁점과 과제’에 대해 취재해 봤다.
비대면 진료, 국민들 위한 ‘편의’
“3분 진료라는 말 들어봤나요?”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원격의료산업협의회(KTIC·원산협) 공동대표이자 비대면 진료 서비스인 ‘나만의 닥터’ 앱(App)을 운영하고 있는 선재원(宣在垣·37) 대표의 말이다.
“소위 말하는 ‘3분 진료’가 대면 진료의 일상입니다. 여기서 착각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짧게 진료를 본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닙니다. 감기, 몸살, 코막힘 증상 등 일반 경증 환자의 경우 대부분의 진료 과정이 3분 안팎으로 끝납니다. 생명이 위험한 중증 환자가 아닌 단순 경증으로 약 처방을 희망하는 경우 비대면 진료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 경증이라도 비대면 진료 간 오진(誤診) 위험은 분명 있습니다.
“대면과 비대면 모두 진료 간 오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대면 진료니까 안전하고 비대면 진료라 위험하다’는 접근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오히려 ‘짧은 대면 진료 시간’도 오진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핵심은 비대면 진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경증 환자가 우리 주변에 정말 많다는 점입니다. 또 병원을 직접 방문해 진료를 받을 만큼 심각한 이유와 상황이 아니라면 간편하고 신속하게 약 처방 여건을 보장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 비대면 진료 역할의 범위가 명확해야겠네요.
“그렇죠. 대면 진료의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또 기존 대면 진료 방식을 비대면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에요. 대면 진료가 필요한 부분은 명확히 있습니다. 당장 응급실로 가야 한다거나 집중치료가 필요한 경우 애초부터 비대면 진료로 조치할 수 없어요. 다만 비대면으로 조치할 수 있는 진료 범위라면 그 ‘선택권’도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거죠.”
그는 비대면 진료의 본질적 존재 이유가 ‘편의 서비스’임을 강조했다. 쉽게 말해 “음식점과 배달 앱 서비스가 공존하는 것처럼 의료 서비스 방식 역시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로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범사업만 3년… ‘법제화’는 아직
선 대표는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사실상 ‘시범사업’ 기간을 거쳤고 성과가 컸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0년 2월 24일부터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해 ‘한시적 전화·대리처방’을 허용했다. 또 같은 해 12월에는 국회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감염병 위기 ‘심각 단계’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해당 정책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23년 5월 31일까지 이어졌다. 이후 WHO의 ‘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에 따라 국내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되며 해당 정책은 종료됐다. 이에 당정협의회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 전까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합의해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선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시행되었던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사실상 시범사업으로 봐야 한다”면서 “3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겪으며 비대면 진료의 국민적 호응도, 의료인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진행한 ‘비대면 진료 만족도 조사(2021)’에서 환자의 77.8%가 ‘비대면 진료 이용에 만족’, 87.8%가 ‘재이용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조사한 ‘디지털헬스케어 수요 및 인식 조사(2022년)’에서는 투병·투약 중인 환자의 87.3%와 의료인의 69.2%가 ‘원격 진료 도입 시 활용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비교적 최근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진행한 ‘비대면 진료 경험자 인식조사(2024년)’에서도 비대면 진료 이용 환자의 93.2%가 ‘만족’, 의사의 77.6%가 ‘비대면 진료 정식 도입 시 환자 건강 증진에 도움 된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아직 마땅한 법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선 대표는 “지난 2024년 1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지침[의료기관용]’ 역시 말 그대로 ‘지침’이지 ‘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비대면 진료 이용자들의 혼란과 이용피로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또 “마땅한 법이 없으니 플랫폼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도 비대면 진료 이용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오히려 어렵다”며 “(법제도가 없는) 이런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 이용 간 발생하는 사고를 단순 ‘비대면 진료의 문제’로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 후 ‘약 배송’이 쟁점
정부는 지난 2024년 2월 23일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이라는 변화를 택했다. 작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공의 이탈 장기화’ 사태가 그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끝나는 날까지 예외 없이, 제한 없이 모든 환자가 모든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말 그대로 기존 6개월 내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박민수(朴敏守·56) 보건복지부 2차관은 “비대면 진료는 재진을 중심으로 환자를 살피는 것이 현재의 시범사업이었는데, 오늘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을 선언하면서 모든 규제가 다 사라졌다”고 밝혔다. 다만 “약 배송 관련 내용은 지금처럼 제한적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했다. 즉 ‘진료는 비대면이더라도 약은 대면 처방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얘기다.
현재 비대면 진료 법제화와 함께 강조되는 부분은 ‘약 배송’ 문제다. 현행 의료법상 ‘감염병 확진자’ ‘희귀 질환자’ ‘장애인’ ‘65세 이상’ ‘도서산간 지역’ 등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약국을 직접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법제화 내용에 ‘약 배송 가능’ 포함 여부가 비대면 진료 실효성을 판가름할 수 있는 핵심 쟁점이 됐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간 약 배송 문제에 대해 약사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약 배송 간 안전성 문제’ ‘오남용 문제’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약 배송 오히려 더 까다로운 규제가 생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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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중계동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A(45) 약사는 “편리성의 관점에서는 약 배송을 거절할 이유가 없지만 약사로서 직접 약을 조제하고 지도하는 것 자체가 본연의 역할인데 그 의미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라 강조했다. 사진=뉴시스(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 |
반면 마포구 공덕동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C(55) 약사는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약 배송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오히려 더 까다로운 규제가 생겨 정작 이용자들이 피로해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결국 대면 약 수령이 더 낫다고 보는 시선이 생길 것”이라 했다. 중랑구에서 1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해 온 D(41) 약사는 기자에게 “‘하루 세 번 식후에 드세요’ ‘아침 식전에 드세요’ 이게 전부라고 보느냐”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조제실에서도 검수하고 직접 드리면서도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약”이라며 “의약품은 편리성이 최고의 가치가 아니고 국민의 안전과 건강권이 우선가치”라 말했다.
“약 배송에 특화된 거대 약국이 생기지 않을까요.”
기자가 선재원 대표에게 한 말이다. 다소 극단적 예시이긴 하나 비대면 진료 후 약 배송이 가능해지면 머지않아 약 배송 전문 플랫폼도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커머스(e-commerce)에 특화된 일부 대기업이 24시간 약 배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가능성도 크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사실상 ‘독점’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 지역과 지방 약국이 사라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선 대표는 ‘약 배송이 약국을 망하게 만든다’는 주장에 “우리나라에 현재 약국이 2만여 개가 있는데 작년 기준 ‘나만의 닥터’를 통해 단 한 번이라도 처방전을 받은 약국이 1만5000여 개에 달한다”며 “사실상 이미 상생하고 있다는 증거”라 주장했다.
약 배송 ‘독점’은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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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원격의료산업협의회(KTIC) 공동대표이자 비대면진료 서비스인 ‘나만의 닥터’ 앱(App)을 운영하고 있는 선재원 대표. |
“법적인 규제를 통해 상생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전국 단위로 약 배송이 가능하다면 지역 약국 소멸이 가능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비대면 진료 이용자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약 배송이 가능한 약국으로 제한하면 그럴 일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살고 있는 주민이라면 지역에 있는 약국을 중심으로 약 배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겁니다. 그리고 주변 약국에 처방전에 포함되는 약이 없다면 그 범위를 늘려나가는 거지요. 서울은 약국이 많아요. 문제는 지방이지요. 지방의 약국 인프라가 서울만큼 잘 구축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잖아요.”
― 지방에서 희망 의약품을 구하는 게 많이 어렵습니까.
“따지고 보면 서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서울이 쉬운 편인 거죠. 많은 환자들이 착각하고 있는데 모든 약국에 동일한 의약품이 있는 건 아닙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꼭 필요한 약을 찾는 경우도 있어요. 실제 저희 앱 이용자 중 비대면 진료를 받았는데 약 배송이 안 돼 처방에 적힌 대로 주변 약국에 약을 직접 문의했다는 민원도 정말 많이 올라옵니다.”
지난 2024년 10월 기준 ‘나만의 닥터’ ‘닥터나우’ 앱이 제공한 〈비대면 진료 환자 약 수령 평균 현황〉에 따르면 ‘휴일 및 야간’ ‘평일 및 주간’에 약 수령을 위해 이동한 평균 거리는 4.5km 이상이다. ‘평일 약 수령 시간’은 평균 3.3시간이었지만 ‘휴일 및 야간 약 수령 시간’은 10.05시간으로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OECD 회원국 중 한국·튀르키예가 유일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의 약 배송 현황은 어떨까. 현재 OECD 38개 회원국 기준으로 현재 약 배송이 금지된 국가는 한국과 튀르키예(터키)가 유일하다. 물론 일부 OECD 국가(그리스, 벨기에, 스페인,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체코, 포르투갈)는 ‘일반 의약품’에 한해서만 배송을 허용했다. 결론적으로 ‘약 배송이 부분적으로라도 허용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인 셈이다.
호주의 경우 2020년 4월 17일부터 비대면 진료 후 처방전을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또는 팩스로 받는 것을 허용했다. 이 처방전을 환자가 원하는 약국으로 전송한 후, 환자 본인 또는 보호자 등이 약을 가지러 가거나 집에서 배송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처방전을 어느 약국으로 보내야 할지 모를 경우, 환자를 진료한 담당 의사가 해당 지역 내 약국을 제안하거나 환자가 직접 Health Direct 웹사이트를 이용해 해당 지역의 약국을 검색해 약국을 선택할 수 있다.
프랑스도 비대면 진료 후 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끝나면 ‘Ordo Express’ 앱을 이용해 처방전을 스캔 후 전자서명을 전송한다. 이 앱은 전자 메일 형태로 전송되며 환자가 선택한 약사에게 암호화된 처방전이 전송돼 안전성도 보장된다. 의약품은 환자의 집 또는 직장 등으로 배송되며 마약류를 제외한 모든 유형의 약물이 전자 처방전만으로도 배송된다. 이때 환자는 자신의 약 배송 과정을 실시간 추적할 수 있으며 실시간 채팅 시스템을 통해 담당 배송원과 배송 간 소통할 수도 있다. 캐나다는 좀 다르다. 약 배송 시 반드시 등기 우편이 원칙인데, 여의치 않은 경우 약 수령 시 환자 또는 환자 대리인이 반드시 서명해야 한다. 라트비아의 경우 약을 배송하는 약국은 사전에 신고를 필수로 해야 하며, 마약·향정신성 약물의 경우 약사 또는 약사 보조원이 직접 배송해야 하는 것이 의무다.
또 OECD 회원국은 아니나 중국의 경우 2018년 의약품 온라인 판매 금지가 해제됐으며 인터넷 병원 이용 정책이 발표됐다. 국무원 및 국가보건위원회, 국민보험국이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인터넷 병원 업무를 적극 확장·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각 지역 성(省) 내 보건위생 관련 국가기관에서 지정한 인터넷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의사가 처방전을 발행하면 원 내 심사부서 약사가 처방전을 확인 후 병원과 제휴하고 있는 물류회사에서 의약품을 환자에게 배달토록 하거나 인근 약국에서 환자가 약을 직접 수령하도록 하고 있다.
‘약 배송’ 시 배송자가 책임지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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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경 글로벌 마켓 유튜브 채널 |
개정 전 일본 약기법에는 첫 회 복약 지도는 반드시 대면으로 진행해야 했지만 약기법 개정을 거치며 첫 회더라도 ‘약사의 판단과 책임에 따라 온라인 복약 지도가 실시 가능’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현재 배송받을 수 있는 일반 의약품 종류만 2000여 개에 달한다. 또 지난 2022년에는 처방 의약품(전문 의약품) 규정도 완화해 ‘마약과 향정신성 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의약품을 배송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약기법과 차이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전화만으로도 복약 지도가 가능했지만 개정 후에는 음성을 통한 복약 지도는 불가능하다. 영상이나 화상 통화를 통한 복약 지도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또 기초 질환 등 정보가 파악되지 않은 ‘초진 환자’에 대한 처방은 최대 7일분까지만 가능토록 규정했다.
약 배송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한 규정도 있다. 일본 후생성과 국토교통성은 지난 2021년 6월 ‘드론을 이용한 의약품 배달 가이드라인’을 공표하고 표준적인 의약품 배달 절차를 제시했다. 특히 의약품 안전 관리의 중요성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했다. 약사나 의료기관은 약제를 포장해 드론에 싣고 환자 본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모두 관리해야 한다. 여기서 독특한 점은 약사가 드론으로 직접 약을 배송하는 것은 아닌 만큼 배송에 대한 책임은 해당 ‘드론 운전자에게 있다’ 명시한 것이다.
선재원 대표도 “약 배송 간 생길 수 있는 문제는 약사의 책임이 아닌 배송자의 책임”이라 강조했다.
― 약 배송 간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봅니까.
“약사들이 약 배송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약 배송 사고입니다. 약사가 비대면 처방전에 대해 잘못된 약 조제와 복용 지도를 내렸다면 이는 명백한 잘못입니다. 하지만 ‘약 배송 도중 일어날 수 있는 사고’도 약사의 책임이라 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약사의 손에서 약이 떠난 이후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배송자의 책임으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 수령자가 약품을 오남용할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대면으로 약을 처방받은 사람이 ‘약물을 오남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도 없지 않습니까. 현재 언급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를 포함한 약 배송 문제 모두 대면 진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단순 비대면이기에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 규정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다이어트 약 처방’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라 (이용자가) 원하면 쉽게 다이어트 약을 처방’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용자의 의견을 받아 처방의 주체인 의사가 판단하는 부분이라는 겁니다.”
비대면 진료 수가(酬價), 대면과 동일해야
현재 우리나라 비대면 진료의 수가는 대면 진료보다 높다. 대면 진료보다 30% 높게 책정되어 있다. 그 배경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의료기관 참여를 독려·유인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감염병 확산 위험이 사라졌지만 상황은 여전하다. 필연적으로 비대면 진료 수가를 대면 진료 수가보다 더 많이 지원하면 기존 의료기관들이 더 높은 수가를 받기 위해 앞다퉈 비대면 진료에 매진하는 의료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 비대면 진료 수가도 대면 진료와 동일해야 하지 않을까요.
“법제화가 이뤄져 비대면 진료가 온전히 정착된다면 대면 진료 수가보다 더 저렴해질 겁니다. 다른 국가들도 대면 진료와 수가가 동일하거나 저렴한 편입니다. 한국의 경우도 비슷하게 적용된다면 국민건강보험료(이하 건보료) 절약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죠. ‘비대면 진료의 위험 부담이 수가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전 동의하지 않아요. 진료의 방식이 다를 뿐 똑같은 의료 행위 아닙니까.”
국가 주도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에서는 환자의 ‘원격 의료 진료비’가 없다. 대신 환자들은 NHS(National Health Service·국민보건서비스) 앱을 무료로 다운로드하여 원격 의료를 받는다. GP(General Practitioner·일반의)는 자신에게 등록된 환자에게 원격으로 진료해 주며, 수가는 대면 진료 수가와 마찬가지로 영국 NHS 측과 국가 표준 계약에 해당하는 GMS(General Medical Service) 계약에 의해 인두제(Capitation·의사가 맡고 있는 환자 수에 따라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방식)로 받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대면 진료와 원격 의료의 수가가 동등하다. 미국은 주별로 다르나 원격 의료 수가가 대면 진료와 원격 의료 수가 동일화 의무법(parity-law)이 적용되는 주에서는 동등하게 적용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초진부터 온라인 진료가 가능해짐에 따라 ‘온라인 진료료’에 대한 초진 수가가 신설됐다. 다만 온라인 초진료 수가는 대면 진료 288점과 차등을 두어 251점이고 온라인 재진료 수가는 대면 재진료 수가와 같은 점수인 73점으로 결정됐다. 즉 비대면 진료 초진료는 대면보다 저렴하고 재진료부터는 대면 진료와 수가가 동일한 셈이다.
“환자에게 데이터 주권 돌려준 것”
― 플랫폼이 개인 정보를 사적화할 수 있다는 비판도 큽니다.
“저희 ‘나만의 닥터’ 플랫폼 운영자들은 환자의 개인 정보를 조회할 수 없습니다. 즉 보유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부분은 타 플랫폼도 동일합니다. 단순 의사와 연결해 주는 역할만 하는 거죠. 역으로 왜 병원이 꼭 환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까. 오히려 환자가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환자의 ‘데이터 주권’을 저희 플랫폼을 통해 돌려준 것 아닐까요. 참고로 저희 플랫폼을 통해 의사에게 환자의 정보가 전송된 후에는 진료 후 10분 내로 파기해야 합니다. 또 환자가 선택한 정보만 의사에게 전달되는 구조입니다.”
― 하지만 지난 2023년 ‘개인 정보 관리 허술’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습니다.
“내부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당시 개인정보위 확인 결과, 이용자의 진료 내용 등 의료 정보의 경우 병원(의사)이 별도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에 입력할 뿐,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는 수집·저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함께 인정됐습니다. 아울러 진료 내용을 활용한 맞춤형 광고 등을 제공하는 사업자도 없었고요. 앞으로도 이 부분은 꾸준히 유지할 계획입니다. 당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이용자의 개인 정보 처리 시 개인정보처리방침 전문으로 일괄 동의를 받거나, 개인정보처리 시스템에 대한 접근통제·접속기록 보관·암호화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현재 문제가 된 부분은 조치된 상황입니다.”
선 대표는 인터뷰를 끝으로 비대면 진료 법제화 시 “선별등재방식(Positive List System)이 아닌 포괄등재방식(Negative List System)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선별등재방식은 관련 진료 사례의 조건을 모두 살펴보고, 기준에 맞는지 판단된 경우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즉 진료 간 단 1가지라도 예외사항이 있다면 비대면 진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반면 포괄등재방식 형태로 바꿀 경우 중증질환이나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하는 질환, 심각한 외상 등 비대면 진료가 불가한 상황을 제외하고 그 외는 광범위하게 허용되는 차이가 있다. 그는 “비대면 진료의 범위와 활용할 수 있는 약의 범위가 비슷해야 의사들이 폭넓게 진료하고 처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렇다면 경증의 기준이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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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안나 대한의료정책학교장. 그는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겸 대변인을 역임했다. |
최안나(崔안나·59) 대한의료정책학교장의 말이다. 그는 “병원에 가는 행위 자체를 귀찮게 여기거나 대체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단순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비대면 시스템이 정착되는 것이 옳다”며 “비대면 진료는 하나의 기술”이라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의 상호보완적 개념’이라는 표현에도 다소 우려를 표했다. ‘동등하게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증이) 알고 보니 중증의 초기 사인일 수 있다. 그렇다면 경증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도 의사가 판단해야”
또 최 원장은 지난 2024년 9월 4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말한 경증의 기준을 인용했다. 박 2차관은 “이제는 아프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열나도 응급실 가면 안 되고 갑자기 무지막지한 복통이 와도 응급실 가면 안 되고, 어디 찢어져서 피가 철철 나도 경증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대한의사협회(KMA)는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의 보건 의료를 관장하는 자가 이렇게 무지한 발언을 일삼는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경·중증 판단은 의사들도 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실제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경증으로 진단받았다가 추가 검사로 중증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들이 간단히 ‘레드 플래그 사인(위험 신호)’을 파악할 수 있다면 왜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겠는가”라며 “전화로 쉽게 경·중증 판단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면 현재 국정 운영의 상태가 중증”이라 규탄했다.
최 학교장도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권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지형 또는 제도상 의사를 만나기 어려운 나라에서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비대면 진료”라며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당장 하루 안에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국가고 당일 약 처방도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단순 편의성을 위해 비대면 진료를 권하는 분위기가 말이 되냐”는 것이다. 그는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사람도 당연히 있지만 이 부분도 의사가 판단해야 할 범위”라며 “의료의 시작점은 국민들의 편의를 담보하는 것이 아닌 국민들의 안전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