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북한군 훈련 분석은 우리가 축소한 듯한 의혹…금년 겨울 훈련은 미군이 다소 과장한 부분 있다
● 2개 기계화여단 원산 이남서 강원도 휴전선 부근 전진 배치, 지난 10년 간 재래식 戰力 정체 상태임에도 長사정포는 크게 증강
● 軍 내부에선 軍 당국으로 하여금 北 위협 축소하게 하거나 북한 눈치 보게 만드는 듯한 현 정부의 분위기가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와…
● 2개 기계화여단 원산 이남서 강원도 휴전선 부근 전진 배치, 지난 10년 간 재래식 戰力 정체 상태임에도 長사정포는 크게 증강
● 軍 내부에선 軍 당국으로 하여금 北 위협 축소하게 하거나 북한 눈치 보게 만드는 듯한 현 정부의 분위기가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와…
長사정포 등의 추가 배치가 쟁점
「한국군이 위협을 축소하고 있는가, 아니면 미군측이 과장하고 있는 것인가?」
지난 3월27일 토머스 슈왈츠 주한미군사령관(韓美연합사령관)의 美 상원 청문회 증언 이후 북한 군사위협에 대한 韓美 시각차가 부각되며 北 군사위협 축소 논란이 일고 있다. 슈왈츠 사령관은 『북한 군사력이 지난해보다 더 커지고(bigger), 나아지고(better), 가까워지고(closer), 치명적(deadlier)이 됐다』고 밝혀 북한 위협이 지난해보다 크게 증대됐다고 강조, 논란을 야기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지난 3월30일 韓美 양국군의 시점과 관점에 따라 달리 표현된 것이라고 밝혀 논란에 대한 「鎭火(진화)」를 시도했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韓美 간에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북한 군사적 위협의 실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軍 당국이 「국방백서」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과 軍 내부자료, 언론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해 북한의 군사력 증강은 ▲170㎜ 자주포와 240㎜ 다연장로켓 등 長사정포 증강 ▲스커드 B/C 및 노동1호 미사일 지하기지 건설과 추가 배치 ▲MIG-21전투기 40여 대 배치와 소형 잠수함 및 잠수정 추가 건조 ▲일부 기계화 부대 및 로켓 부대 전진배치 등을 들 수 있다.
이중 韓美 군 당국이 공통적으로 위협 요소로 평가하는 것은 長사정포 추가 배치와 중장거리 미사일 증강, 전진배치 부분이다. 長사정포는 지난 10년 간 전차, 장갑차 등 북한 재래식 전력이 대부분 정체상태에 있었음에도 예외적으로 크게 증강됐다.
1만2500여 문에 달하는 북한 포병 화력중 240㎜ 다연장 로켓(방사포)은 최대 사정이 43~60㎞, 170㎜ 자주포는 50여㎞로, 휴전선에서 서울을 직접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韓美 양국군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왔다. 1990년 북한엔 240㎜ 多연장 로켓이 단 한 문도 없었으나 그뒤 해마다 증가, 지난해는 모두 430여 문에 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0㎜ 자주포도 1990년대 초엔 200여문에 불과하던 것이 현재는 670여 문에 이른다. 북한은 휴전선에서 서울을 사정권에 넣은 장거리포를 1100여 문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240㎜ 다연장 로켓과 170㎜ 자주포를 각각 54문씩 증강했다.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사정거리 300~550㎞의 스커드 B/C 미사일과, 일본 대부분 지역을 사정권에 넣는 사정거리 1300㎞의 노동1호 미사일은 긴 펀치력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미국의 관심대상이다. 특히 1990년대 중반을 전후해 북한은 이들 미사일의 지하기지 건설에 착수, 현재 완공단계에 있는 것이 전방지역 3개, 후방지역 3개 등 모두 6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개 기계화여단 강원도 휴전선 부근에 전진 배치
노동1호 미사일은 긴 사정거리 때문에 후방지역에 지하기지가 건설중이다. 양강도 영저동, 자강도 용림군, 함경남도 상남리 등 세 곳으로, 이 중 영저동 기지는 중국 국경에서 불과 20여㎞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유사시 韓美 양국군의 공격이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엔 이 기지에 노동1호 미사일 20여 발이 배치되는 모습이 美 첩보위성에 의해 촬영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軍 당국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중인 노동1호 미사일은 평북 신오리에 배치된 9基(기·미사일은 40~50발 추정)가 전부다. 그러나 軍 내부자료와 일부 언론 보도내용에 따르면 영저동 기지에 배치된 것을 포함, 지난 2년 사이 북한의 노동1호 미사일 보유 규모는 두 배나 늘어 총 100여 발이 실전 배치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스커드 미사일 지하기지는 평양-원산선 이남 지역인 삭간몰, 갈골, 금천리 등 세 곳에 건설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전엔 황해북도 신계지역에 27기의 발사대가 배치된 것으로만 파악돼 있었다. 軍 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북한 스커드 미사일 보유 규모는 모두 500여 발. 그러나 데니스 블레어 美 태평양司 사령관은 지난 3월 美 상원 세출委 증언에서 『북한은 모두 600여 발의 개량형 스커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 최근 100여 발이 늘어났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북한군 전진배치는 韓美 양국군의 조기경보 시간을 단축시켜 유사시 북한군 기습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양국군 모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군은 원산 이남지역에 배치된 2개 기계화여단을 강원도 휴전선 인근지역으로 전진배치했다.
또 평북 정주에 사령부를 둔 425기계화군단을 평양 인근 지역으로 남하, 再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함께 평양 이북지역에 있던 사정거리 70여㎞의 프로그 로켓 부대를 개성 인근 휴전선 근접지역으로 전진배치했다.
슈왈츠 사령관은 최근 의회 증언에서 『북한은 70만 병력과 8000여 문의 포, 2000대의 전차 등을 포함, 全군사력의 70%를 비무장지대에서 90마일 이내 지역에 배치해놓고 있다』며 『그 (전진배치) 비율은 남북 頂上회담에도 불구하고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북한군의 전진배치가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발간된 「2000년 국방백서」는 북한이 전후방 10개 기지의 전투기 240여 대를 再배치했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再배치가 전진배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공격적인 布陣(포진)이라는 분석이 없지 않다.
훈련 수준 평가의 시각 차이
「月刊朝鮮」 4월호에 따르면 駐韓美軍 군사정보 책임자는 『3년 전에 비해 북한 군사력의 南進 배치와 집중도(평양-원산선 이남으로 배치된 군사력 비중)는 60%에서 70%로 늘었고 병력은 5%, 포병은 25%, 수도권을 강타할 수 있는 화력은 60%가 각각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軍 당국은 이에 대해 공식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駐韓美軍측은 1999년에도 우리 軍 당국에 非공식적으로 『북한군의 전진배치로 韓美 양국군의 조기경보 시간이 충격적일 만큼 짧아졌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으로 북한군 전진배치 문제에 대해선 우리 軍보다 주한미군측이 훨씬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듯한 모습이다. 현재 韓美 양국군이 북한의 전면전 도발 움직임이 있을 때 이를 미리 알 수 있는 조기경보 시간은 24~48시간 수준. 아직 이 조기경보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고 볼 만한 징후는 없다는 게 우리 軍 당국의 입장이다.
이와함께 ▲전방 및 해안지역에 대한 장애물 보강 및 전투시설물 추가 설치 ▲1999년 카자흐스탄에서 도입된 MIG-21 40여 대 양강도 內 기지 배치 ▲소형 잠수함 및 잠수정 추가 건조(총 89→93척) ▲수중 추진기 개발 운용 및 침투훈련 실시 등도 지난해 북한의 주요 군사동향으로 꼽힌다.
병력과 장비의 증가가 「하드웨어」라면 훈련 수준은 군사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소프트웨어」다. 북한군 위협을 둘러싼 韓美 시각차의 핵심은 병력과 장비의 증가보다는 북한군 훈련에 있다.
슈왈츠 사령관은 지난 3월 말 美 상원 증언에서 이례적으로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북한군 훈련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해 남북 頂上회담 직후 이뤄진 북한 지상군 여름 훈련은 사상 가장 광범위한(the most extensive) 것이었다. 이에 앞서 실시된 (1999년말~2000년 초) 북한군 동계훈련은 지난 10년 간 훈련중 가장 야심찬(ambitious) 것이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증언하고 있는 오늘도 높은 수준의 훈련이 계속되고 있다』
슈왈츠 사령관의 증언은 「月刊朝鮮」 4월호의 「최신 정보파일」 보도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月刊朝鮮」에 따르면 주한미군 군사정보 책임자는 『북한군의 1999~ 2000년 冬季훈련은 규모면에서 사상 최대였고 2000년 여름 훈련은 사상 두 번째 규모, 올 겨울의 훈련은 사상 세 번째 규모였다』고 밝혀 북한군이 유례 없는 대규모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북한군이 지난 1999년 연평해전 이후 實사격, 기동훈련 등 실전적 훈련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켰으나 남북 頂上회담 이후 지난해 7월부터는 실사격 훈련 등 일부 훈련이 감소 추세를 보이기 시작, 8월 하순부터는 예년 수준으로 환원돼 일상적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혀온 우리 軍의 입장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우리 軍 당국은 당초 「실전적 훈련을 획기적으로 증가」 「훈련 강도 대폭 증가」 「기계화부대 훈련을 강화」라는 추상적 표현을 썼을 뿐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頂上회담을 전후해 10년 만의 최대 규모 훈련을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 및 야당의원의 질의에 대해 軍 당국은 『사실이 아니다』『과장된 것이다』라고 부인했었다.
그러나 슈왈츠 사령관의 증언 이후 韓美 시각차가 부각되자 해명에 나선 軍 고위 정보 관계자는 『某 기계화군단이 동원된 지난해 1월 기동훈련은 단일 훈련으로는 10년 만의 최대 규모로 볼 수 있다』고 뒤늦게 그 규모를 확인했다.
軍 당국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때 훈련에 3000대 가량의 전차, 장갑차, 자주포, 지원 차량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軍 당국이 북한군 훈련에 대해 자극적인 표현을 쓰지 않으려 했다고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軍 당국은 또 「頂上회담 이후인 지난해 7월부터 일부 훈련 감소」라는 표현을 일관되게 써왔다. 그러나 북한군 훈련은 1년 내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크게 동계 훈련(전년 12월~신년 4월)과 하계 훈련(6월~8월)으로 나뉘어 이 기간중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북한군 하계훈련은 頂上회담 이후인 7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훈련엔 하계훈련으로는 처음으로 1개 이상의 기계화군단 지휘조가 투입, 평안북도와 황해도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기동훈련을 했다. 한국군의 경우도 그렇지만 여름철에는 농작물 피해를 우려, 기계화부대 기동훈련을 하지 않아 왔던 북한군으로선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지휘조 훈련이었기 때문에 그 규모는 1999년 말~2000년 초 동계훈련에 비해 작았지만 훈련 지역은 매우 넓었다. 슈왈츠 사령관이 『사상 가장 광범위한 훈련이었다』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軍, 정치적 변수 고려한 사실 인정
이 훈련은 8월 말 끝났다. 따라서 頂上회담 이후에도 북한군은 대규모 기계화부대 훈련을 시작해 한 달여 만에 끝낸 셈이다. 그러나 軍 당국은 북한군 훈련이 1년 내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상정하고, 頂上회담 직후부터 북한군 훈련이 하강곡선을 그린 것처럼 표현해왔다. 북한군 훈련상황을 頂上회담이라는 정치적 변수에 억지로 꿰맞추려 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군 훈련에 대한 軍 당국 입장을 한 마디 한 마디 곱씹어보면 우리 軍 당국이 가능한 한 축소, 은폐 의혹을 사지 않으면서 북한군의 기록적인 훈련 행태는 부각시키지 않는 대신, 頂上회담 이후 북한군 훈련이 줄어드는 추세로 바뀌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얼마나 고심했는지 엿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軍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느 나라든 군사훈련은 6개월~1년 전부터 계획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頂上회담을 계기로 이미 수립돼 있는 훈련계획을 갑자기 취소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북한이 頂上회담 분위기를 고려해 당초 계획을 축소, 全부대를 동원하는 훈련 대신 지휘조 훈련으로 축소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軍 고위 정보 관계자는 지난 3월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슈왈츠 사령관의 증언은 1999년 동계훈련과 2000년 하계훈련에 초점을 맞춰 언급한 것이며, 우리 軍의 발표는 연평해전과 남북 頂上회담이라는 중요한 안보상의 변화 시점을 기준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밝혀 우리 軍 당국이 정보평가에 정치적인 변수를 상당히 고려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북한군 훈련중에서도 韓美간에 가장 현격한 시각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 금년도 동계훈련이다. 지난해 12월 시작돼 4월 중순까지 계속된 이번 훈련에 대해 국방부는 『예년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슈왈츠 사령관 등 미군 관계자들은 『대단한 강도』 『사상 세번째 규모』라며 강한 표현을 쓰고 있다.
우리 軍 소식통들에 따르면 금년 동계훈련 기간중 북한 지상군은 기계화 여단급 기동훈련만 했을 뿐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군단급 기동훈련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 공군은 지난해 12월 MIG-21기의 공중 충돌 사고가 있은 뒤 한때 비행훈련이 완전 중단되기도 해 예년 수준에 못 미쳤으며, 해군도 예년에 비해 훈련이 강화된 기미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예년 수준 이하의 훈련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금년도 동계훈련의 경우 미군측이 상당히 과장된 표현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듯하다. 軍일각에선 주한미군 사령관이 보통 美 의회 청문회에선 예산을 따내기 위해 과장된 표현을 써왔으며, 주한미군 감축론을 견제하고 F-15K 전폭기와 아파치 공격용 헬기 등 미제 무기의 對韓(대한) 무기판매 분위기 조성 등을 위해 주한미군측이 북한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슈왈츠 사령관의 美 의회 증언 중 北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대목도 없지 않다. 슈왈츠 사령관은 『북한 해군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잠수함 함대를 포함해 800여 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방백서」와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발간하는 「군사력 균형(Military Balance)」에 따르면 북한 잠수함은 로미오 및 위스키급 26척과, 1996년 강릉에 침투했던 상어급 소형 잠수함 21척 등 47척이다. 여기에 1998년 양양에 침투했던 유고급 등 잠수함보다 작은 잠수정 46척을 포함하면 북한의 잠수함 및 잠수정 전력은 앞서 언급했듯이 93척이 된다.
슈왈츠 사령관이 언급한 세계 최대 규모라는 것은 잠수함에 잠수정까지 포함한 것으로 엄밀하게는 잠수함 전력이라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잠수함(47척)만을 기준으로 하면 중국이나 미국, 러시아 등이 북한보다 더 큰 규모의 잠수함 부대를 보유하고 있다.
北의 전면전 능력은 사라졌다는 주장도
데니스 블레어 美 태평양司 사령관이 『북한이 10년 만에 전차 생산을 재개했다』고 밝힌 대목에 대해서도 일부 軍 소식통들은 미군이 北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한다. 10년 만의 전차 생산은 舊 소련제 T-62전차를 개량한 「천마호」 전차의 생산을 의미하는 것인데, 이는 이미 3년 전부터 「국방백서」에서 밝혀왔던 내용이라는 것이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변화에 대해 보다 거시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1980년대 말 이후 북한은 경제난 때문에 돈이 많은 재래식 군사력 증강은 장거리포를 제외하곤 사실상 포기하는 대신, 적은 투자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미사일, 핵,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집중, 이 부분에선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뤘다는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1970~80년대 경제력 싸움에서 남한에 진 북한으로선 택할 수밖에 없었던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씽크 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는 1998년 11월 韓美 안보세미나에서 북한 군사적 위협의 변화에 대해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북한 군사력 위협의 역동성」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10년 전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를 포기하고 생화학 무기와 그 발사체에 대한 개발을 계속해온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약화됐는가 아니면 더 커졌는가에 대해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북한 군사력은 명백히 쇠퇴했으나 化生戰(화생전) 무기와 관련된 발사체계의 도입으로 신무기 체계는 많이 발전, 북한의 절대 군사력은 화생전 관련 분야가 발전한 반면 일부 분야는 쇠퇴한 「혼합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래식 무기면에서 한국군이 북한에 비해 수적으로는 아직 열세지만 그동안 KF-16 120대 도입, K-1전차 1000여 대 보유, 한국형 구축함 및 잠수함 건조 등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한국군이 북한군에 비해 앞서는 부분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에따라 軍 주변에선 이제 북한의 전면전 위협은 사실상 사라져 가고 있다는 얘기까지 노골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 전략가는 『이제 북한 위협의 본질은 북한이 전면전을 감행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들이 장거리포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것뿐』이라며 『전면전의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局地도발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일부 軍 관계자들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자체가 매우 심각해졌다기보다는 북한이 경제난에도 대규모 기동훈련을 했다는 점, 軍 당국으로 하여금 북한 위협을 축소하게 하거나 북한 눈치를 보게 만드는 듯한 現 정부의 분위기 등이 오히려 큰 문제라고 말한다.
기계화부대 기동훈련은 많은 기름과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난해 겨울과 여름 북한이 이례적인 대규모 훈련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現 정부의 「軍 압박」 의혹도 제기
또 現 정부가 頂上회담 이후의 남북 교류 분위기와 對北 정책을 고려, 軍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의혹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초 某 일간지가 북한 스커드 기지 증설 등 군사기밀로 분류돼 있는 북한 군사동향을 보도한 데 대해 국정원이 전례없이 높은 강도로 취재원 추적작업을 벌인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국정원은 당시 보도 직후 3주 동안이나 국방부 및 합참의 중장, 차관보급 고위관계자에서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수십명을 조사하며 이 잡듯이 뒤져 軍 관계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국정원은 심지어 해당 문건을 볼 기회가 전혀 없었던 야전부대 장교까지 그 기사를 쓴 기자와 가깝다는 이유로 소환해 조사했다.
국정원의 강도 높은 조사는 이 기사가 나오기 사흘 전 또다른 일간지에서 북한 노동1호 대폭 증가에 대한 기사가 보도되는 등 現정부로서는 껄끄러운 북한 군사위협에 대한 기사가 잇따라 보도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軍내에선 『국정원이 現정부 정책에 불만을 품은 軍 관계자가 의도적으로 문건을 유출했을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軍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지나치게 높은 강도로 취재원 추적작업을 했다』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돌기도 했다.●
지난 3월27일 토머스 슈왈츠 주한미군사령관(韓美연합사령관)의 美 상원 청문회 증언 이후 북한 군사위협에 대한 韓美 시각차가 부각되며 北 군사위협 축소 논란이 일고 있다. 슈왈츠 사령관은 『북한 군사력이 지난해보다 더 커지고(bigger), 나아지고(better), 가까워지고(closer), 치명적(deadlier)이 됐다』고 밝혀 북한 위협이 지난해보다 크게 증대됐다고 강조, 논란을 야기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지난 3월30일 韓美 양국군의 시점과 관점에 따라 달리 표현된 것이라고 밝혀 논란에 대한 「鎭火(진화)」를 시도했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韓美 간에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북한 군사적 위협의 실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軍 당국이 「국방백서」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과 軍 내부자료, 언론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해 북한의 군사력 증강은 ▲170㎜ 자주포와 240㎜ 다연장로켓 등 長사정포 증강 ▲스커드 B/C 및 노동1호 미사일 지하기지 건설과 추가 배치 ▲MIG-21전투기 40여 대 배치와 소형 잠수함 및 잠수정 추가 건조 ▲일부 기계화 부대 및 로켓 부대 전진배치 등을 들 수 있다.
이중 韓美 군 당국이 공통적으로 위협 요소로 평가하는 것은 長사정포 추가 배치와 중장거리 미사일 증강, 전진배치 부분이다. 長사정포는 지난 10년 간 전차, 장갑차 등 북한 재래식 전력이 대부분 정체상태에 있었음에도 예외적으로 크게 증강됐다.
1만2500여 문에 달하는 북한 포병 화력중 240㎜ 다연장 로켓(방사포)은 최대 사정이 43~60㎞, 170㎜ 자주포는 50여㎞로, 휴전선에서 서울을 직접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韓美 양국군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왔다. 1990년 북한엔 240㎜ 多연장 로켓이 단 한 문도 없었으나 그뒤 해마다 증가, 지난해는 모두 430여 문에 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0㎜ 자주포도 1990년대 초엔 200여문에 불과하던 것이 현재는 670여 문에 이른다. 북한은 휴전선에서 서울을 사정권에 넣은 장거리포를 1100여 문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240㎜ 다연장 로켓과 170㎜ 자주포를 각각 54문씩 증강했다.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사정거리 300~550㎞의 스커드 B/C 미사일과, 일본 대부분 지역을 사정권에 넣는 사정거리 1300㎞의 노동1호 미사일은 긴 펀치력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미국의 관심대상이다. 특히 1990년대 중반을 전후해 북한은 이들 미사일의 지하기지 건설에 착수, 현재 완공단계에 있는 것이 전방지역 3개, 후방지역 3개 등 모두 6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개 기계화여단 강원도 휴전선 부근에 전진 배치노동1호 미사일은 긴 사정거리 때문에 후방지역에 지하기지가 건설중이다. 양강도 영저동, 자강도 용림군, 함경남도 상남리 등 세 곳으로, 이 중 영저동 기지는 중국 국경에서 불과 20여㎞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유사시 韓美 양국군의 공격이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엔 이 기지에 노동1호 미사일 20여 발이 배치되는 모습이 美 첩보위성에 의해 촬영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軍 당국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중인 노동1호 미사일은 평북 신오리에 배치된 9基(기·미사일은 40~50발 추정)가 전부다. 그러나 軍 내부자료와 일부 언론 보도내용에 따르면 영저동 기지에 배치된 것을 포함, 지난 2년 사이 북한의 노동1호 미사일 보유 규모는 두 배나 늘어 총 100여 발이 실전 배치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스커드 미사일 지하기지는 평양-원산선 이남 지역인 삭간몰, 갈골, 금천리 등 세 곳에 건설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전엔 황해북도 신계지역에 27기의 발사대가 배치된 것으로만 파악돼 있었다. 軍 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북한 스커드 미사일 보유 규모는 모두 500여 발. 그러나 데니스 블레어 美 태평양司 사령관은 지난 3월 美 상원 세출委 증언에서 『북한은 모두 600여 발의 개량형 스커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 최근 100여 발이 늘어났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북한군 전진배치는 韓美 양국군의 조기경보 시간을 단축시켜 유사시 북한군 기습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양국군 모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군은 원산 이남지역에 배치된 2개 기계화여단을 강원도 휴전선 인근지역으로 전진배치했다.
또 평북 정주에 사령부를 둔 425기계화군단을 평양 인근 지역으로 남하, 再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함께 평양 이북지역에 있던 사정거리 70여㎞의 프로그 로켓 부대를 개성 인근 휴전선 근접지역으로 전진배치했다.
슈왈츠 사령관은 최근 의회 증언에서 『북한은 70만 병력과 8000여 문의 포, 2000대의 전차 등을 포함, 全군사력의 70%를 비무장지대에서 90마일 이내 지역에 배치해놓고 있다』며 『그 (전진배치) 비율은 남북 頂上회담에도 불구하고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북한군의 전진배치가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발간된 「2000년 국방백서」는 북한이 전후방 10개 기지의 전투기 240여 대를 再배치했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再배치가 전진배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공격적인 布陣(포진)이라는 분석이 없지 않다.
훈련 수준 평가의 시각 차이「月刊朝鮮」 4월호에 따르면 駐韓美軍 군사정보 책임자는 『3년 전에 비해 북한 군사력의 南進 배치와 집중도(평양-원산선 이남으로 배치된 군사력 비중)는 60%에서 70%로 늘었고 병력은 5%, 포병은 25%, 수도권을 강타할 수 있는 화력은 60%가 각각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軍 당국은 이에 대해 공식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駐韓美軍측은 1999년에도 우리 軍 당국에 非공식적으로 『북한군의 전진배치로 韓美 양국군의 조기경보 시간이 충격적일 만큼 짧아졌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으로 북한군 전진배치 문제에 대해선 우리 軍보다 주한미군측이 훨씬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듯한 모습이다. 현재 韓美 양국군이 북한의 전면전 도발 움직임이 있을 때 이를 미리 알 수 있는 조기경보 시간은 24~48시간 수준. 아직 이 조기경보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고 볼 만한 징후는 없다는 게 우리 軍 당국의 입장이다.
이와함께 ▲전방 및 해안지역에 대한 장애물 보강 및 전투시설물 추가 설치 ▲1999년 카자흐스탄에서 도입된 MIG-21 40여 대 양강도 內 기지 배치 ▲소형 잠수함 및 잠수정 추가 건조(총 89→93척) ▲수중 추진기 개발 운용 및 침투훈련 실시 등도 지난해 북한의 주요 군사동향으로 꼽힌다.
병력과 장비의 증가가 「하드웨어」라면 훈련 수준은 군사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소프트웨어」다. 북한군 위협을 둘러싼 韓美 시각차의 핵심은 병력과 장비의 증가보다는 북한군 훈련에 있다.
슈왈츠 사령관은 지난 3월 말 美 상원 증언에서 이례적으로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북한군 훈련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해 남북 頂上회담 직후 이뤄진 북한 지상군 여름 훈련은 사상 가장 광범위한(the most extensive) 것이었다. 이에 앞서 실시된 (1999년말~2000년 초) 북한군 동계훈련은 지난 10년 간 훈련중 가장 야심찬(ambitious) 것이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증언하고 있는 오늘도 높은 수준의 훈련이 계속되고 있다』
슈왈츠 사령관의 증언은 「月刊朝鮮」 4월호의 「최신 정보파일」 보도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月刊朝鮮」에 따르면 주한미군 군사정보 책임자는 『북한군의 1999~ 2000년 冬季훈련은 규모면에서 사상 최대였고 2000년 여름 훈련은 사상 두 번째 규모, 올 겨울의 훈련은 사상 세 번째 규모였다』고 밝혀 북한군이 유례 없는 대규모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북한군이 지난 1999년 연평해전 이후 實사격, 기동훈련 등 실전적 훈련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켰으나 남북 頂上회담 이후 지난해 7월부터는 실사격 훈련 등 일부 훈련이 감소 추세를 보이기 시작, 8월 하순부터는 예년 수준으로 환원돼 일상적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혀온 우리 軍의 입장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우리 軍 당국은 당초 「실전적 훈련을 획기적으로 증가」 「훈련 강도 대폭 증가」 「기계화부대 훈련을 강화」라는 추상적 표현을 썼을 뿐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頂上회담을 전후해 10년 만의 최대 규모 훈련을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 및 야당의원의 질의에 대해 軍 당국은 『사실이 아니다』『과장된 것이다』라고 부인했었다.
그러나 슈왈츠 사령관의 증언 이후 韓美 시각차가 부각되자 해명에 나선 軍 고위 정보 관계자는 『某 기계화군단이 동원된 지난해 1월 기동훈련은 단일 훈련으로는 10년 만의 최대 규모로 볼 수 있다』고 뒤늦게 그 규모를 확인했다.
軍 당국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때 훈련에 3000대 가량의 전차, 장갑차, 자주포, 지원 차량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軍 당국이 북한군 훈련에 대해 자극적인 표현을 쓰지 않으려 했다고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軍 당국은 또 「頂上회담 이후인 지난해 7월부터 일부 훈련 감소」라는 표현을 일관되게 써왔다. 그러나 북한군 훈련은 1년 내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크게 동계 훈련(전년 12월~신년 4월)과 하계 훈련(6월~8월)으로 나뉘어 이 기간중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북한군 하계훈련은 頂上회담 이후인 7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훈련엔 하계훈련으로는 처음으로 1개 이상의 기계화군단 지휘조가 투입, 평안북도와 황해도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기동훈련을 했다. 한국군의 경우도 그렇지만 여름철에는 농작물 피해를 우려, 기계화부대 기동훈련을 하지 않아 왔던 북한군으로선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지휘조 훈련이었기 때문에 그 규모는 1999년 말~2000년 초 동계훈련에 비해 작았지만 훈련 지역은 매우 넓었다. 슈왈츠 사령관이 『사상 가장 광범위한 훈련이었다』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軍, 정치적 변수 고려한 사실 인정이 훈련은 8월 말 끝났다. 따라서 頂上회담 이후에도 북한군은 대규모 기계화부대 훈련을 시작해 한 달여 만에 끝낸 셈이다. 그러나 軍 당국은 북한군 훈련이 1년 내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상정하고, 頂上회담 직후부터 북한군 훈련이 하강곡선을 그린 것처럼 표현해왔다. 북한군 훈련상황을 頂上회담이라는 정치적 변수에 억지로 꿰맞추려 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군 훈련에 대한 軍 당국 입장을 한 마디 한 마디 곱씹어보면 우리 軍 당국이 가능한 한 축소, 은폐 의혹을 사지 않으면서 북한군의 기록적인 훈련 행태는 부각시키지 않는 대신, 頂上회담 이후 북한군 훈련이 줄어드는 추세로 바뀌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얼마나 고심했는지 엿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軍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느 나라든 군사훈련은 6개월~1년 전부터 계획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頂上회담을 계기로 이미 수립돼 있는 훈련계획을 갑자기 취소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북한이 頂上회담 분위기를 고려해 당초 계획을 축소, 全부대를 동원하는 훈련 대신 지휘조 훈련으로 축소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軍 고위 정보 관계자는 지난 3월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슈왈츠 사령관의 증언은 1999년 동계훈련과 2000년 하계훈련에 초점을 맞춰 언급한 것이며, 우리 軍의 발표는 연평해전과 남북 頂上회담이라는 중요한 안보상의 변화 시점을 기준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밝혀 우리 軍 당국이 정보평가에 정치적인 변수를 상당히 고려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북한군 훈련중에서도 韓美간에 가장 현격한 시각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 금년도 동계훈련이다. 지난해 12월 시작돼 4월 중순까지 계속된 이번 훈련에 대해 국방부는 『예년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슈왈츠 사령관 등 미군 관계자들은 『대단한 강도』 『사상 세번째 규모』라며 강한 표현을 쓰고 있다.
우리 軍 소식통들에 따르면 금년 동계훈련 기간중 북한 지상군은 기계화 여단급 기동훈련만 했을 뿐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군단급 기동훈련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 공군은 지난해 12월 MIG-21기의 공중 충돌 사고가 있은 뒤 한때 비행훈련이 완전 중단되기도 해 예년 수준에 못 미쳤으며, 해군도 예년에 비해 훈련이 강화된 기미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예년 수준 이하의 훈련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금년도 동계훈련의 경우 미군측이 상당히 과장된 표현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듯하다. 軍일각에선 주한미군 사령관이 보통 美 의회 청문회에선 예산을 따내기 위해 과장된 표현을 써왔으며, 주한미군 감축론을 견제하고 F-15K 전폭기와 아파치 공격용 헬기 등 미제 무기의 對韓(대한) 무기판매 분위기 조성 등을 위해 주한미군측이 북한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슈왈츠 사령관의 美 의회 증언 중 北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대목도 없지 않다. 슈왈츠 사령관은 『북한 해군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잠수함 함대를 포함해 800여 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방백서」와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발간하는 「군사력 균형(Military Balance)」에 따르면 북한 잠수함은 로미오 및 위스키급 26척과, 1996년 강릉에 침투했던 상어급 소형 잠수함 21척 등 47척이다. 여기에 1998년 양양에 침투했던 유고급 등 잠수함보다 작은 잠수정 46척을 포함하면 북한의 잠수함 및 잠수정 전력은 앞서 언급했듯이 93척이 된다.
슈왈츠 사령관이 언급한 세계 최대 규모라는 것은 잠수함에 잠수정까지 포함한 것으로 엄밀하게는 잠수함 전력이라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잠수함(47척)만을 기준으로 하면 중국이나 미국, 러시아 등이 북한보다 더 큰 규모의 잠수함 부대를 보유하고 있다.
北의 전면전 능력은 사라졌다는 주장도데니스 블레어 美 태평양司 사령관이 『북한이 10년 만에 전차 생산을 재개했다』고 밝힌 대목에 대해서도 일부 軍 소식통들은 미군이 北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한다. 10년 만의 전차 생산은 舊 소련제 T-62전차를 개량한 「천마호」 전차의 생산을 의미하는 것인데, 이는 이미 3년 전부터 「국방백서」에서 밝혀왔던 내용이라는 것이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변화에 대해 보다 거시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1980년대 말 이후 북한은 경제난 때문에 돈이 많은 재래식 군사력 증강은 장거리포를 제외하곤 사실상 포기하는 대신, 적은 투자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미사일, 핵,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집중, 이 부분에선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뤘다는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1970~80년대 경제력 싸움에서 남한에 진 북한으로선 택할 수밖에 없었던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씽크 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는 1998년 11월 韓美 안보세미나에서 북한 군사적 위협의 변화에 대해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북한 군사력 위협의 역동성」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10년 전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를 포기하고 생화학 무기와 그 발사체에 대한 개발을 계속해온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약화됐는가 아니면 더 커졌는가에 대해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북한 군사력은 명백히 쇠퇴했으나 化生戰(화생전) 무기와 관련된 발사체계의 도입으로 신무기 체계는 많이 발전, 북한의 절대 군사력은 화생전 관련 분야가 발전한 반면 일부 분야는 쇠퇴한 「혼합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래식 무기면에서 한국군이 북한에 비해 수적으로는 아직 열세지만 그동안 KF-16 120대 도입, K-1전차 1000여 대 보유, 한국형 구축함 및 잠수함 건조 등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한국군이 북한군에 비해 앞서는 부분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에따라 軍 주변에선 이제 북한의 전면전 위협은 사실상 사라져 가고 있다는 얘기까지 노골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 전략가는 『이제 북한 위협의 본질은 북한이 전면전을 감행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들이 장거리포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것뿐』이라며 『전면전의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局地도발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일부 軍 관계자들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자체가 매우 심각해졌다기보다는 북한이 경제난에도 대규모 기동훈련을 했다는 점, 軍 당국으로 하여금 북한 위협을 축소하게 하거나 북한 눈치를 보게 만드는 듯한 現 정부의 분위기 등이 오히려 큰 문제라고 말한다.
기계화부대 기동훈련은 많은 기름과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난해 겨울과 여름 북한이 이례적인 대규모 훈련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現 정부의 「軍 압박」 의혹도 제기또 現 정부가 頂上회담 이후의 남북 교류 분위기와 對北 정책을 고려, 軍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의혹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초 某 일간지가 북한 스커드 기지 증설 등 군사기밀로 분류돼 있는 북한 군사동향을 보도한 데 대해 국정원이 전례없이 높은 강도로 취재원 추적작업을 벌인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국정원은 당시 보도 직후 3주 동안이나 국방부 및 합참의 중장, 차관보급 고위관계자에서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수십명을 조사하며 이 잡듯이 뒤져 軍 관계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국정원은 심지어 해당 문건을 볼 기회가 전혀 없었던 야전부대 장교까지 그 기사를 쓴 기자와 가깝다는 이유로 소환해 조사했다.
국정원의 강도 높은 조사는 이 기사가 나오기 사흘 전 또다른 일간지에서 북한 노동1호 대폭 증가에 대한 기사가 보도되는 등 現정부로서는 껄끄러운 북한 군사위협에 대한 기사가 잇따라 보도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軍내에선 『국정원이 現정부 정책에 불만을 품은 軍 관계자가 의도적으로 문건을 유출했을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軍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지나치게 높은 강도로 취재원 추적작업을 했다』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돌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