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생.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희망공동체 전북연대 연수실장을 맡고 있다.
柳在吉(유재길·31)씨는 전북 정읍 출신으로 전북대 의대 88학번으로 입학했다가 자퇴, 1995년 다시 수능시험을 치러 전북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 1998년에 졸업했다. 10년간 전적으로 학생운동을 해 온 셈이었다. 작년 대학 졸업후에는 공동체주의를 표방하는 사회 단체인 「희망공동체 전북연대」에서 연수실장을 맡아왔다. 그에게는 주로 학생운동, 특히 NL계열의 학생운동과 관련하여 질문을 던졌다. 그가 「시대정신」에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전북지역 총학생회 연합(전북총련)이 학생운동 세력으로서는 유일하게 「시대정신」의 문제의식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현재 대학의 총학생회는 NL, PD, 非운동권의 순으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그가 속해 있었던 NL계열은 1996년 연세대 사건을 계기로 크게 삼분된 채 현재까지도 대학 총학생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북한을 추종하는 정통 주사 NL계열의 한총련이 가장 큰 세력이고, 한총련의 대중적 전술의 경직성, 과격한 구호나 폭력성에 대해 비판하면서 분화되어 나온 일명 「사람사랑」 계열이 있다. 이들은 현재의 북한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강점이 있는 체제지만 완벽한 사회는 아니니까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수준에서 파악하고 북한에 체제 정통성이 있다고 보는 데는 한총련과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 전북총련과 전남대 총학생회가 표방하고 있는 노선은 기존의 NL과는 1백80도 선회한 새로운 흐름이다. 북한 정권을 비판하고 북한 민주화를 주장하는 측면에서 「시대정신」의 입장과 거의 일치한다. 유재길씨는 학생운동 조직사업을 통해 그동안 전북지역이 기존의 NL 강경 노선을 버리고 새롭게 출발하도록 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총련 계열에서는 북한에서 3백만이 굶어 죽었다든지, 인육을 먹는 사람이 있었다든지 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갖고 있습니까?
『북한을 의도적으로 음해하는 反北(반북)모략책동, 또는 지배세력의 완전한 조작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식량문제가 있긴 하지만 언론이 확대 과장 보도한 것이라고 보죠』
─지금은 정보를 통제하지 않으니까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텐데요.
『운동권의 오래된 습성이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또 오류를 반복하고 있겠지만 일종의 선민의식이랄까요. 자신들이 가장 진보적인 세력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보들만 취하는 경향이 있죠』
─1980년대 초반에 민주화운동을 했던 선배들과는 달리 아직도 학생들이 그토록 쉽게 북한에 경도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대체로 다섯 가지 논리가 유력합니다. 일제시대 민족해방운동 세력이 세운 정권이다, 친일파 척결에 철저했다, 1950~60년대 남한보다 훨씬 빠른 경제성장과 활력이 있었다, 만민이 평등한 사회주의 사회를 표방한다, 사람의 가치를 중히 여기는 주체사상을 표방한다, 분단 상황에서 강대국 틈바구니에서도 약소국으로서 일관되게 민족자주를 주장한다는 것이죠.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한국 청년의 입장에서 보면 쉽게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70년대부터는 북한 사회가 급속히 변질됩니다만 어느 시기까지는 타당한 측면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시 북한에 의해 조작된 선전의 영향이 크겠지요』
─소박하게 생각해도 부정할 수 있는 개인 우상화나 세습체제 같은 것은 어떻습니까? 주체사상이 우리 사회에 도입될 때는 일종의 우상 파괴라는 측면이 있었다는데 결국은 더 무서운 우상을 세우고 파시즘을 쉽게 용인해 버린 꼴이 되지 않았습니까?
『이론적 도그마에 빠지다 보면 이런 문제는 오히려 관대하게 보입니다. 선민의식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순수성이랄까 순진성이기도 하거든요. 저는 혁명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사심이나 권력욕에서 그렇게 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부모님과 같은 가난하고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다는 열정에서 학생운동을 시작했거든요. 처음에는 그 길이 슈바이처같은 의사가 되는 데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학에 들어와서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보게 되었을 따름이죠』
─사람의 善意(선의)라는 것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또 언제까지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비록 민족통일이라든가 그런 大義(대의)에서 출발했다 하더라도 그간 북한에 대한 잘못된 선전을 많이 해 왔고,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들을 굶주림과 폭압에 시달리게 하는 데 일조했다는 점에 대해서 저 개인으로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학생들의 북한에 대한 태도가 시급히 교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들이 진보세력이다, 양심세력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하겠지요』
양로원, 재활원 자원봉사부터
柳在吉씨는 후배들로부터 『선배들의 생각에 공감하고 반성도 하지만 당장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는 질문에 부딪힌다고 한다.
『마르크스-레닌주의가 범했던 오류가 그렇듯이 현실에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당위 때문에 설익은 생각을 내놓고 이것이 전적으로 옳다는 식이 되면 위험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자기 정화부터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죠. 사회봉사활동부터 차근차근 해가면서 지적 탐구의 자세를 늦추지 않고, 진보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간직해 나가려고 합니다』
이런 견지에서 전북지역 학생운동단체는 몇 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양로원, 재활원 자원봉사활동을 해 나가고 있다. 한때 적대시하여 등을 돌리고 있었던 본부 당국과 함께 진행할 때가 많아 『우리가 운영하는 총학생회는 완전히 어용 총학생회다』라는 우스개 소리를 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과격하기로 유명했던 호남지역의 학생회가 가장 먼저 바뀌었다는 것은 흥미있는데요.
『제가 소속되어 있었던 이상 답하기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학생운동의 순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늘 강조해 왔다는 것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운동이 현실과 괴리되어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을 1990년대 초부터 갖고 있었죠. 가령 전대협이나 한총련에서 활동을 할 때, 운동가들이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학생회비에서 일정액을 내는 분담금은 안 내는 경우가 많았어요. 회비는 안 내면서 말은 과격하게 하고, 회의를 하자고 하면 늦게 나타나면서 투쟁을 하자고 하면 가장 과격하게 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서 혁명가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라는 얘기는 잘하는 그런 식이었죠』
주변 청소 잘하기, 심신단련을 위해서 일찍 일어나기부터 실천했다는 全北(전북)총련에서는 이제 혁신된 운동의 흐름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또 하나 권장하고 있는 것은 「세계교육기행」이다. 학생들에게 목적의식을 갖고 세계 여행을 해 볼 것을 권하는 운동이다. 유재길씨는 소속해 있던 단체의 지원으로 작년부터 유럽과 싱가포르, 중국을 다녀와서 각 나라를 비교 분석하는 기행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독일의 베를린에서는 얼마 전 귀국하여 한총련 해체를 주장한 박성희씨 일행과 함께 닷새를 보냈다. 북한 당국자들에게 극심하게 시달리며 고생한 그들의 감춰둔 얘기도 생생하게 들었다고 한다. 『그 사람들 정신병자들이야』라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만난 한 선배가 프랑스가 자본주의라고 생각하는지 사회주의라고 생각하는지 묻더군요. 확실히 중국보다는 한국이, 한국보다는 프랑스가 더 사회주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가 참 많이 발전했다는 실감을 했지요. 무엇보다 우리가 아름다운 나라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대학의 총학생회는 NL, PD, 非운동권의 순으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그가 속해 있었던 NL계열은 1996년 연세대 사건을 계기로 크게 삼분된 채 현재까지도 대학 총학생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북한을 추종하는 정통 주사 NL계열의 한총련이 가장 큰 세력이고, 한총련의 대중적 전술의 경직성, 과격한 구호나 폭력성에 대해 비판하면서 분화되어 나온 일명 「사람사랑」 계열이 있다. 이들은 현재의 북한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강점이 있는 체제지만 완벽한 사회는 아니니까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수준에서 파악하고 북한에 체제 정통성이 있다고 보는 데는 한총련과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 전북총련과 전남대 총학생회가 표방하고 있는 노선은 기존의 NL과는 1백80도 선회한 새로운 흐름이다. 북한 정권을 비판하고 북한 민주화를 주장하는 측면에서 「시대정신」의 입장과 거의 일치한다. 유재길씨는 학생운동 조직사업을 통해 그동안 전북지역이 기존의 NL 강경 노선을 버리고 새롭게 출발하도록 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총련 계열에서는 북한에서 3백만이 굶어 죽었다든지, 인육을 먹는 사람이 있었다든지 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갖고 있습니까?
『북한을 의도적으로 음해하는 反北(반북)모략책동, 또는 지배세력의 완전한 조작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식량문제가 있긴 하지만 언론이 확대 과장 보도한 것이라고 보죠』
─지금은 정보를 통제하지 않으니까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텐데요.
『운동권의 오래된 습성이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또 오류를 반복하고 있겠지만 일종의 선민의식이랄까요. 자신들이 가장 진보적인 세력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보들만 취하는 경향이 있죠』
─1980년대 초반에 민주화운동을 했던 선배들과는 달리 아직도 학생들이 그토록 쉽게 북한에 경도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대체로 다섯 가지 논리가 유력합니다. 일제시대 민족해방운동 세력이 세운 정권이다, 친일파 척결에 철저했다, 1950~60년대 남한보다 훨씬 빠른 경제성장과 활력이 있었다, 만민이 평등한 사회주의 사회를 표방한다, 사람의 가치를 중히 여기는 주체사상을 표방한다, 분단 상황에서 강대국 틈바구니에서도 약소국으로서 일관되게 민족자주를 주장한다는 것이죠.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한국 청년의 입장에서 보면 쉽게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70년대부터는 북한 사회가 급속히 변질됩니다만 어느 시기까지는 타당한 측면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시 북한에 의해 조작된 선전의 영향이 크겠지요』
─소박하게 생각해도 부정할 수 있는 개인 우상화나 세습체제 같은 것은 어떻습니까? 주체사상이 우리 사회에 도입될 때는 일종의 우상 파괴라는 측면이 있었다는데 결국은 더 무서운 우상을 세우고 파시즘을 쉽게 용인해 버린 꼴이 되지 않았습니까?
『이론적 도그마에 빠지다 보면 이런 문제는 오히려 관대하게 보입니다. 선민의식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순수성이랄까 순진성이기도 하거든요. 저는 혁명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사심이나 권력욕에서 그렇게 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부모님과 같은 가난하고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다는 열정에서 학생운동을 시작했거든요. 처음에는 그 길이 슈바이처같은 의사가 되는 데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학에 들어와서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보게 되었을 따름이죠』
─사람의 善意(선의)라는 것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또 언제까지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비록 민족통일이라든가 그런 大義(대의)에서 출발했다 하더라도 그간 북한에 대한 잘못된 선전을 많이 해 왔고,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들을 굶주림과 폭압에 시달리게 하는 데 일조했다는 점에 대해서 저 개인으로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학생들의 북한에 대한 태도가 시급히 교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들이 진보세력이다, 양심세력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하겠지요』
양로원, 재활원 자원봉사부터
柳在吉씨는 후배들로부터 『선배들의 생각에 공감하고 반성도 하지만 당장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는 질문에 부딪힌다고 한다.
『마르크스-레닌주의가 범했던 오류가 그렇듯이 현실에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당위 때문에 설익은 생각을 내놓고 이것이 전적으로 옳다는 식이 되면 위험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자기 정화부터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죠. 사회봉사활동부터 차근차근 해가면서 지적 탐구의 자세를 늦추지 않고, 진보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간직해 나가려고 합니다』
이런 견지에서 전북지역 학생운동단체는 몇 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양로원, 재활원 자원봉사활동을 해 나가고 있다. 한때 적대시하여 등을 돌리고 있었던 본부 당국과 함께 진행할 때가 많아 『우리가 운영하는 총학생회는 완전히 어용 총학생회다』라는 우스개 소리를 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과격하기로 유명했던 호남지역의 학생회가 가장 먼저 바뀌었다는 것은 흥미있는데요.
『제가 소속되어 있었던 이상 답하기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학생운동의 순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늘 강조해 왔다는 것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운동이 현실과 괴리되어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을 1990년대 초부터 갖고 있었죠. 가령 전대협이나 한총련에서 활동을 할 때, 운동가들이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학생회비에서 일정액을 내는 분담금은 안 내는 경우가 많았어요. 회비는 안 내면서 말은 과격하게 하고, 회의를 하자고 하면 늦게 나타나면서 투쟁을 하자고 하면 가장 과격하게 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서 혁명가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라는 얘기는 잘하는 그런 식이었죠』
주변 청소 잘하기, 심신단련을 위해서 일찍 일어나기부터 실천했다는 全北(전북)총련에서는 이제 혁신된 운동의 흐름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또 하나 권장하고 있는 것은 「세계교육기행」이다. 학생들에게 목적의식을 갖고 세계 여행을 해 볼 것을 권하는 운동이다. 유재길씨는 소속해 있던 단체의 지원으로 작년부터 유럽과 싱가포르, 중국을 다녀와서 각 나라를 비교 분석하는 기행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독일의 베를린에서는 얼마 전 귀국하여 한총련 해체를 주장한 박성희씨 일행과 함께 닷새를 보냈다. 북한 당국자들에게 극심하게 시달리며 고생한 그들의 감춰둔 얘기도 생생하게 들었다고 한다. 『그 사람들 정신병자들이야』라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만난 한 선배가 프랑스가 자본주의라고 생각하는지 사회주의라고 생각하는지 묻더군요. 확실히 중국보다는 한국이, 한국보다는 프랑스가 더 사회주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가 참 많이 발전했다는 실감을 했지요. 무엇보다 우리가 아름다운 나라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