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상황에서 버스 타고 한곳에 모인다는데 …
⊙ 미국 제외한 타 국가 대사관들의 탈출계획 대부분 비슷해
⊙ 미국 제외한 타 국가 대사관들의 탈출계획 대부분 비슷해

- 외교관이 의전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기자는 얼마 전 서울의 모처에서 주한 외교가 관계자 여럿을 만났다. 이 자리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한반도 전시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한반도 전쟁 등을 암시하는 형태의 보도나 소문 등이 많은 탓이다. 앞서 언급한 인계철선은 미국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다른 주한 외국 대사관들은 어떤지 확인차 문의해 봤다. 그러자 미국을 제외한 주한 대사관 땅은 한국의 땅이며, 한국이 외국 대사관에 임시로 빌려준 것으로 유사시에도 한국의 소유라는 답이 돌아왔다. 미국 외 타 국가들은 인계철선이 없어 한반도 전쟁에 자동 개입될 명분이 없는 셈이다.
이 답변을 한 국가 중에는 과거 한국전에 참전한 국가도 일부 있었다. 즉 과거 한국전쟁을 지원 및 참전했던 국가라도 인계철선 등에 따라 재차 전쟁에 개입할 의무는 없다는 말이다.
각 대사관의 국방무관이 대피계획 전담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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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슬러 미 공군기지를 탈출하는 군인들이 C-17 수송기에 탑승해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
대다수의 대사관에는 국방무관(Defense Attache)이 있다.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영관급(중령 이상)에서부터 장성급(준장 이상)까지의 군 지휘관이다. 배치된 무관의 수도 대사관의 규모가 작은 곳은 1명이지만 큰 곳은 5명 이상이 되기도 한다. 각 대사관의 국방 관계자들이 한반도 전시상황에 맞는 탈출방법을 작성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대사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너무 어이가 없는 탈출계획이라 국방무관에게 따져 물었지만 바뀐 것은 없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월간조선》이 종합한 주한 대사관들의 유사시 탈출방법이다.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라 상세한 설명 없이 본지가 전반적인 내용을 재구성한다. 본 탈출법은 특정 대사관의 방법을 논하는 것이 아니며 공통된 부분만을 밝힌다.
일부 대사관은 유사시 국내 버스회사 등에 연락을 취해 수십 대의 버스를 대절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버스들은 대사관으로 모이게 되며, 이 버스에 대사관 직원들이 탑승하여 이동한다고 한다. 이 버스의 정확한 행선지는 비밀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 각 대사관마다 한반도를 탈출하기 위해 집결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비현실적인 대사관 직원들의 탈출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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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 당시 흥남철수 중인 사람들. 사진=위키미디어 |
이 내용을 말해 준 일부 주한 외교가 관계자들은 중간 중간 한숨을 쉬어댔다. 말도 안 되는 탈출계획이라는 뜻으로 말이다. “말이 안 되는 건 더 있다”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1인당 가지고 갈 수 있는 짐의 양도 제한된다. 약 20kg짜리 가방 2개만 가지고 갈 수 있다. 그 이상의 짐은 불가능하며, 애완동물이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절차에 따른다. 버스당 40여 명이 탑승하고, 1인당 40kg의 짐을 모두 합치면 약 1600kg에 달하는 짐을 실어야 하는 셈이다. 이런 탈출과정에 필요한 생필품 공급계획도 들려줬다. 내용을 들어 보니 한숨이 나오긴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버스를 대여하는 동안 한국의 마트 등에 연락을 취해 생수, 휴지, 간단한 식료품 등을 대사관으로 주문한다는 것이다. 과연 전시 상황에서 대사관까지 배달을 해 줄 마트가 있을지 궁금하다. 생사의 기로에 선 사람들이 대형마트의 생필품을 보고 그냥 지나칠까. 남아 있는 생필품이 있기는 할까. 이 탈출계획의 대미(大尾)는 하나 더 있다. 탈출 집결지까지 버스를 타고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여기서부터는 해당 국가에서 한반도로 긴급히 파견한 본국의 직원 지시를 따른다는 것이 이 엄청난 탈출계획의 종지부였다.
이 탈출계획을 국방무관으로부터 전해 들은 한 관계자는 이 계획을 짠 담당자에게 “정말 전시상황에 우리를 구하러 올 본국의 직원이 있는가. 있다면 얼마 안에 한국까지 도착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담당자는 신경질적으로 “당신은 군사작전을 모른다”며 잘라 말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군인들의 작전은 융통성이 없고,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우리의 유사시 계획은 완벽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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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에서 비상작전 시나리오를 훈련 중인 미군이 낙하산 부대를 급파하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
그러나 이번 취재를 통해 모든 외교 관계자들이 미국과 같은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내용을 보면 국내 거주 중인 일반 한국 국민과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외교가의 탈출계획을 보면서 우리의 탈출계획이나 대피계획 등은 잘 준비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안일하게 추진되어 온 예비군 및 민방위 훈련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자는 지난 《월간조선》 1월호에 우리 예비군의 준비태세 등을 점검하는 기사를 썼다. 당시 예비군 관계자와 현재 예비군에 소속돼 있는 다수의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당시 취재 중 유사시 예비군 응소 시점과 장소를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민방위 훈련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포털 사이트 등에서 유사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내용이 여럿 올라와 있다.
본지의 예비군 관련 보도가 나간 이후 지난 정부의 국방부는 동원전력(예비군) 사령부를 별도로 창설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주요 골자는 예비군 소집 등을 간소화하고 훈련 등을 실전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현재 해당 사령부의 계획 등이 그대로 지속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