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명의 수사관이 15시간 동안 정씨를 조리돌림했다”
⊙ “강압 수사 아니라고? 본인이 절규하면서 쓴 이 메모가 있는데?”
⊙ “고인, 생전에 특검 관계자들을 고소, 고발한다는 데 동의”
⊙ “수사 과정의 ‘강요나 압박’ 찾지 못했다”(특검)
⊙ “강압 수사 아니라고? 본인이 절규하면서 쓴 이 메모가 있는데?”
⊙ “고인, 생전에 특검 관계자들을 고소, 고발한다는 데 동의”
⊙ “수사 과정의 ‘강요나 압박’ 찾지 못했다”(특검)

- 10월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김건희 여사 일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은 뒤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정희철씨 변호를 맡은 박경호 변호사가 생전 남긴 정씨 메모를 공개하고 있다. /장경식 기자
박경호(朴炅晧·62) 변호사는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민중기 특별검사 측의 ‘양평군 공무원 정모씨 사망 사건에 대한 공보 자료’를 꺼내 들더니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검은 지난 10월 2일 양평 공흥개발지구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개발 부담금 담당 부서 팀장이었던 정희철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하지만 정씨는 이때 수사 과정에서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며 심적 부담을 호소한 뒤 그달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월 8일 정씨 변호인으로 선임된 박 변호사는 숨진 정씨가 수사를 받은 이튿날 남긴 자필 메모의 원본을 갖고 있다. 해당 메모는 이면지였다. 뒤집어 보니 공흥개발지구와는 별개의 사안으로, 양평군 단월면에서 개발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2017년 8월 2일자 공문이었다. 박 변호사는 “청탁이나 돈을 받고 (공흥개발지구 부담금을) 면제해 준 게 아니라, 개발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이익이 적으면 (개발 부담금을) 0원으로 부과한다는 사례”라며 “정씨가 변론 자료로 특검에 제출하기 위해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10월 13일 수서역 인근에서 만난 박 변호사는 정씨로부터 선임받았다는 신고서를 특검에 제출하며 수사 당시 작성된 조서에 대한 열람 및 복사 신청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제가 바보 같았다”며 자괴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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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호 변호사와 고 정희철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캡처. 사진=박경호 변호사 |
박 변호사는 정씨에게 불송치 사유서를 보자고 했고, 정씨는 이를 떼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정씨는 박 변호사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 “제가 바보 같았다”라며 자괴감을 호소했다. 그러나 숨지기 전날까지만 해도 삶의 의지는 엿보였다. 10월 9일 오후 6시52분, 정씨는 박 변호사에게 “존칭도 놓고 편하게 얘기해 달라, 변호사님만 믿고 가겠다. 끝까지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사건이 잘 끝나고 인연이 계속되면 친하게 지내자”고 했다. 정씨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박 변호사의 얘기다.
“(정씨가) 돌아가시기 전날 저와 연락하면서 신뢰 관계도 형성이 된 거예요. 열심히 싸우겠다는 다짐을 새겨들었는데, 정반대의 상황이 돼서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 정씨 유족과 만나보셨는지요.
“(정씨의) 형님 한 분, 누님 한 분이 있습니다. 정씨의 형님과는 고인(故人)이 돌아가시기 전후로 통화도 했고 만났습니다. 누님은 장례식장에서 만났고요.”
― 어떤 입장이었나요.
“정말 애통해하고 억울해합니다. 특검의 무도한, 포괄적인 수사인데도 정치적으로 악용이 될까 봐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고발을 통해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고 싶다고 하면서도 그로 인해 위해가 가해지거나 언론에 노출되는 것 등에 대한 부담감도 갖고 계십니다.”
― 특검 수사팀 관계자에 대한 고발입니까.
“네. 고인께서도 생전에 이 사람들(특검 측 관계자) 고소, 고발해서 처벌받게 해야 된다는 데 동의했어요. 진술하면 거짓말한다고 윽박지르고, 사실을 말하면 다시 말하라고 3명의 수사관이 15시간 동안 조리돌림을 했습니다.”
변호사, “조사 시간, 특검 측 주장과 달라”
정씨가 숨지자, 특검은 “10월 2일 오전 10시10분부터 고인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오후 8시50분경 고인의 동의를 얻어 조사를 계속했으며 오후 10시40분경에 조사를 종료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 “고인은 오후 11시10분경 조서 열람을 시작해 밤 12시52분경 열람을 마침으로써 모든 조사가 완료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이렇게 반박했다.
“10시10분부터 조사를 시작했다고 (특검이) 주장하는데, 정씨는 9시20분경 (특검 사무실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밤 12시52분에 조서 열람을 마감했다고 하지만, 조사가 끝나고 퇴실한 시점은 새벽 1시15분이라고 고인이 직접 얘기했어요. 이건 철야 조사입니다.”
특검 측은 또 “오후 12시부터 오후 1시40분경까지 점심시간, 오후 7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저녁시간으로 2회에 걸쳐 식사시간을 부여했다”며 조사 중에도 세 차례에 걸쳐 각각 20분, 22분, 10분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조사를 마친 후 담당 경찰관이 건물 바깥까지 배웅하는 방법으로 안전하게 귀가하도록 했다. 특검은 건물 외부 CCTV에 잡힌 고인의 귀가 장면을 통해 강압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간접적 정황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박 변호사는 “중간에 휴식시간을 주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점심은 외부에서 먹고 저녁은 특검에서 제공하는 샌드위치를 안에서 먹었다”고 말했다.
“특검이 주장하는 ‘동일한 진술’ 당사자 만났다”
수사 과정에 대해 특검 측은 “고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 이전에 다른 공무원 등을 상대로 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한 내용의 진술을 확보하고 있었다”며 “따라서 고인에 대한 조사는 특검이 이미 확보한 진술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진술을 구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강압적인 분위기도 아니었고, 회유할 필요도 없었다”며 “고인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도 진행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대목에서 박 변호사는 “‘동일한 내용의 진술’ 당사자와 직접 만났다”며 그가 작성한 메모를 꺼냈다.
“특검 측 주장은 ‘다른 공무원으로부터 군수가 관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거죠. 정씨로부터 들은 얘기도 마찬가지로, 수사관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동일한 진술을 확보했다’고 제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씨가 ‘그건 다른 사람의 얘기일 뿐, 내가 얘기한 것도 아니고 난 기억이 없다’고 했더니 수사관은 ‘거짓말을 한다’면서 ‘양평군청 박모(某) 과장이 이렇게 얘기했는데, 당신은 왜 사실과 다르게 얘기하느냐’고 몰아붙였다고 해요.”
― 박 과장과도 이에 대해 얘기해 봤나요.
“박 과장에게도 특검은 엉터리 조사를 했어요. 박 과장이 말하길, 수사관이 명단을 보여주면서 ‘이 사람 아느냐’고 물어서 ‘안다’고 대답했더니 ‘이 사람들 중에서 당신에게 개발비 부담을 면제해 달라고 청탁한 사람이 있으면 얘기하라’고 하더래요. 박씨가 ‘없다’고 했더니 (명단에서) 동그라미를 치면서 ‘이 사람, 이 사람이 당신에게 부탁했잖아’라고 하기에 ‘기억이 없다’고 대답했더니 ‘잘 기억해 봐라’라고 계속 유도했고, 이때 박씨는 ‘그런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이튿날 정씨에게 다른 사람(박 과장)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압박한 거예요. 그래서 정씨는 특검이 유도하는 대로 ‘전화를 했다거나 복도에서 만났다’는 등의 얘기를 하고 왔대요. 그런데 사실, 정씨는 개발 부담금 관련해서 부탁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해요. 특검 측 주장대로 ‘이미 확보한 진술을 확인하는 차원’이었으면, 그것에 대한 확인만 하면 되는데 상식적으로 2시간이면 끝나요. 근데 왜 16시간을 끌었습니까.”
“이게 강제 수사가 아닌가?”
― 특검 측은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도 진행된 바 없다고 하는데요.
“이게 강압 수사가 아니에요? 본인이 절규하면서 쓴 이 메모가 있는데요?”
― 물론, 정도(正道)는 아닌 듯한데요.
“불법 수사죠. 허위 공문서 작성 죄입니다. 기억이 안 나는 것을 그대로 조서에 기입하는 게 조서입니다. 설령 동일한 진술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기억이 안 나면 ‘기억이 안 난다’는 내용으로 적는 게 맞아요. 진술 내용은 나중에 법정 증거 자료 등을 토대로 입증할 문제고요.”
― 수사관들이 진술을 믿지 않았나요.
“제가 (정씨에게) 물어봤어요. 기억이 ‘안 난다’고 했을 때 수사관들이 어떻게 반응했냐고요. 그랬더니 수사관들이 ‘거짓말하지 마라’ ‘사실대로 말해라’라고 하고, 사실대로 말하면 거짓말한다고 다그치고 몰아붙였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정씨도 심정적으로 무너진 거예요. 제가 정씨와 상담했을 때도 정씨는 멍한 상태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남아 있더라고요. 특검 측이 정씨에게 ‘(조사 내용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라’라고 겁을 줬대요. 그래서 제가 정씨에게 ‘저는 변호사고, 업무상 비밀 보장권이 있다’고 하니까 그때서야 이런 상황들에 대해 얘기하더라고요.”
― 특검은 변호사님이 갖고 있는 정씨의 메모에 대해 “현재 유포되고 있는 서면은 고인이 사망한 장소에서 발견된 실제 유서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기자들이 자꾸 유서라고 해서 이건 제가 정씨와 상담하면서 받은 메모라고 했어요. 유서는 현재 경찰이 갖고 있습니다. 수사를 받고 나서 사실관계를 적어놓은 것인데, 얼마나 절망스러웠는지 절규하는 내용이에요. 경찰이 유서를 빨리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정씨)께서 특검의 불법 수사에 대해 고소 및 고발하기로 결심했고, 제가 그런 조치를 하라고 선임된 거니까요.”
특검, “공보 드린 게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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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평군청 박모 과장이 박경호 변호사에게 수사 과정을 설명하며 적은 메모. 특검 수사관이 박 과장에게 “이 사람, 이 사람이 청탁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
― 고인에 대한 조사 시간 시점이 조금씩 다른데, 3명의 수사관이 15시간 동안 수사를 했다는 게 맞나요.
“저희가 풀로 드린 것 외엔 더 드릴 내용이 없는데요. 거기(공보자료)에 보면 조사 종료 시각과 시작 시각 다 나와 있지 않나요?”
― 네, 나와 있습니다.
“10시40분에 (조사가) 끝났고, 그때부터 (조서를) 열람해서 12시50분쯤 끝났다고 돼 있거든요.”
― 특검 측은 10시10분부터 조사가 시작됐다고 하지만 정씨의 변호인에 따르면 정씨는 9시20분에 특검 사무실에 들어갔고, 12시52분에 조서 열람을 마감했다고 한 입장도 실제로는 새벽 1시15분에 퇴실했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이나 사실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그 부분을 저희가 그분(박 변호사)한테 해명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분은 오늘 저희한테 선임계를 제출했는데, 유족들이 그분을 변호인이라고 저희한테 인정하는 어떤 걸 제출한 것도 없습니다.”
― 수사 과정에서 사실을 말해도 계속 ‘이건 거짓말 아니냐’며 정해진 답을 계속 강요하거나 이런 압박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요.
“공보 드린 바와 같이, ‘수사 과정의 강요나 압박 있었다’라는 건 저희가 찾지 못했습니다. (정씨의) 피신조서(피의자신문조서)를 그분(박 변호사)이 오늘 열람 신청했다고 했는데, 그분이 그거를 볼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변호인이 피신조서를 열람하는 건 당사자의 앞으로 변론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돌아가셨잖아요. 변론할 게 없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