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구군 동부전선. 사진=뉴시스
지난 16일 강원도 양구 GP(초소)에서 일어난 총기사망사건 당시 군 당국이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른 비행 절차를 지키느라 의무 후송 헬리콥터가 출동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20일 "군 당국에 확인한 결과, 남북 군사합의 이후 생긴 국방부 승인 및 북측 통보 절차로 인해 (총상을 입은) 김 일병을 후송할 헬기 이륙이 지체됐고, 결국 이륙조차 못했다"고 주장했다.
9.19 군사합의에 따르면 남북은 군사분계선(MDL)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군용 헬기는 10km 이내 비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만 환자 후송, 산불 진화 등 비상 상황 시에는 상대측에 사전 통보 후 비행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느라 헬기가 이륙하지 못했다는 것이 백 의원 측 주장이다.
군에서 해당 사건 자료를 입수한 백승주의원실에 따르면 김 일병은 오후 5시 3분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됐고, 해당 부대는 5시 19분 상급 부대인 제1 야전군사령부에 의무 후송헬기 지원을 요청했다.
이후 오후 5시 23분 국군의무사령부는 의무 후송헬기 부대에 헬기 이륙을 준비하라는 '예령(임무준비지시)'을 내렸고, 오후 5시 29분 조종사와 항법사, 군의관, 응급구조사 부사관 등 6명이 헬기에 착석해 시동 명령(본령)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러나 의무사령부로부터 본령이 나오지 않아 해당 부대장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 38분 시동 지시를 내렸다고 백 의원실은 밝혔다.
의무사령부는 김 일병 사망 통보를 받은 오후 5시 50분 '헬기 임무 해제'를 지시했고, 결국 헬기는 뜨지 않았다. 국방부 북한정책과는 오후 5시 59분 북한에 "헬기를 투입한다"고 통보했다. 김 일병이 사망한 지 21분이 지난 시각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남북 합의서에는 사전 통보라고 명시돼 있지만 응급상황 시에는 먼저 비행 지시를 내리고 북한에 통보만 하면 된다"며 "김 일병 사망사건 헬기 이륙 여부와 군사합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헬기장의 야간 착륙 여부 확인과 응급처치도구 등을 현장 군의관과 상의하는 과정을 거치느라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헬기 출동 준비 중 김 일병이 사망했기 때문에 헬기가 출동하지 못한 것"이라고 군을 두둔하기도 했다. 헬기 요청이 오후 5시 19분에 있었고 38분에 김 일병이 사망했으며, 헬기 출동 준비는 39분에 완료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20분이 걸리도록 헬기가 출동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헬기가 김 일병을 살릴 수 있었다는 보장은 없지만, 헬기 출동이 늦어진 데 남북 군사합의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은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글=월간조선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