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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종전 선언’에 대해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평화적 공존 관계로 나아가겠다는 공동의 의지를 표명하는 정치적 성격의 선언”이라면서 “이를 통해 북한이 안심하고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백승주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정치적 성격의 종전 선언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법적 장치인 평화협정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종전 선언이 합의돼도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경두 후보자 주장과 달리 미국의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종전 선언’은 북한이 원하는 ‘미래 한반도’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도 북한의 종전 선언 요구엔 다른 ‘속셈’이 있다고 경고한다. 태 전 공사는 12일, ‘한반도 비핵화의 본질은 북한 비핵화라는 점을 분명히 하라’는 칼럼을 통해 “김정은이 얘기한 한반도 비핵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김정은이 생각하는 한반도 비핵화란 핵무기를 가진 군대가 한반도에서 없어지는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한다. 종전 선언 후에도 주한미군이 철수하지 않는다면, 북한도 핵무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겠다는 속셈이다.
태영호 전 공사는 또 북한의 또 다른 종전 선언 요구 이유로 ‘유엔사령부 해체’를 얘기했다. <월간조선> 9월호(8월 17일 발간)와의 인터뷰에서 태 전 공사는 북한이 ‘종전 선언’을 요구하는 이유로 ‘유엔사령부 해체’를 언급한 바 있다. 태 전 공사는 종전 선언을 하면 그간 ▲군사정전위원회 가동 ▲중립국 감독위원회 운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관할 경비부대 파견 및 운영 ▲비무장지대(DMZ) 내 경계초소 운영을 맡은 유엔사가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6·25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16개국이 참여하는 유엔사는 북한이 전면 남침할 경우 법률적으로 즉시 개입하게 돼 있다. 바꿔 말하면, 유엔사가 한반도 유사시 세계 각국의 개입을 허용하는 ‘장치’란 얘기다. 유엔사가 해체되고 나서 북한이 남침했을 때 유엔 이름으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을 길은 요원하다. 유엔군이 조직되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북한과 가까운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경우 유엔 차원의 한반도 전쟁 개입은 불가능해진다.
요약하면, 태영호 전 공사와 미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과의 종전 선언이 이뤄진다면 우리 안보환경은 불리한 방향으로 급변하게 되는 셈인데도, 앞으로 우리 국방을 책임지겠다는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북한이 안심하고 비핵화할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얘기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