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월 23일 고시엔대회에서 우승한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토(京都)국제고가 일본 고시엔대회에서 우승했다. 교토국제고는 8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시엔(甲子園) 구장에서 열린 도쿄 간토다이이치(關東弟一)고와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별칭 고시엔) 결승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2대1로 승리했다.
기자 같은 스포츠 문외한도 고시엔대회가 일본에서 야구를 하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선망하는 '꿈의 무대'인지는 안다. 고시엔대회 우승이라니, 정말 대단하다!
교토국제고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1947년 재일교포들이 세운 ‘교토조선학교’가 모태(母胎)가 된 학교다.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이 학교의 교가(校歌)는 그러한 정체성(正體性)을 잘 보여준다.
교토국제고의 활약과 우승을 보도한 국내 언론보도들은 한결같이 ‘한국계’ ‘재일 한국계 민족고등학교’라는 수식어와 함께 이 학교의 교가 가사를 소개한다. 흡사 교토국제고가 아득한 고대(古代)에 바다를 건너 일본열도에 진출해 야마토 벌판을 정복했던 조상들의 위업을 재현하고 있다고 은유하거나, 만화 ‘남벌(南伐)’ 시즌2를 연상케 하는 듯한 느낌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고 하면 지나친 얘기일까?
하지만 그런 ‘민족주의적’ 시각이 타당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우선 교토국제고는 더 이상 한국계 학교는 아니다. 오히려 일본인 학생 수가 더 많은 ‘한일공학(韓日共學)’ 학교라고 보는 것이 옳다. 이 학교는 재일동포 학생 수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학교의 문호를 개방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가 1999년 야구부를 창설한 것도 학생 수를 늘려보려는 고육지책이었다.
교토국제고의 야구 선수 선발 기준은 ‘첫째가 영리함, 둘째가 근성, 셋째가 성실’이라고 한다. 초기에는 만년 하위팀이었지만, 교토국제고는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성장한 끝에 2020년대 들어 꾸준히 고시엔에 진출하면서 신흥 야구 명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대회 결승에서 석패한 간토다이이치고의 요네자와 다카미쓰 감독은 패배 후 “아쉽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교토국제고의 수비와 강한 정신력에 밀리면서 패했다”고 말했다.
재일교포들이 만든 학교로 출발했던 교토국제고의 고시엔대회 제패는 분명히 쾌거다. 다만 그것을 “동해바다 건너서~”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한국계 민족학교’의 성취로 보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번 교토국제고의 우승은 지난 세기 이래 100여년에 걸쳐 일본으로 건너갔던 한국인들과 그 후손들이 온갖 어려움 끝에 일본 사회에 성공적으로 녹아들고, 일본 사회가 그들을 받아준 결과 중 하나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물론 초기에 재일동포들이 ‘조센징’으로 경멸과 차별을 받았고, 아직도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에 혐한(嫌韓)감정을 드러내는 일본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공학 학교’인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제패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손잡으면 상상 이상의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국에도 일본에도 양국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으로 먹고사는 자들이 있다. 하지만 교토국제고의 우승은 그런 자들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을, 한일이 함께 손잡으면 얼마든지 더 멋진 내일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한일 협력을 상징하는 교토국제학원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일 양국 국민에게 가슴 깊이 간직될 빛나는 감동을 선물했다”는 박철희 주일한국대사의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 덧붙임) 만일 부산의 일본계 학교가 모태가 된 국제고등학교가 망국과 해방과 광복의 달인 8월에 한국 고교 야구대회에서 우승했다면, 그들이 일본어 교가를 불렀다면, 대한민국 사회는 그들을 용납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