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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Q의 시 읽기 〈10〉 스티비 스미스의 〈난 말 안할 테요〉

‘신에게 죽게 해 달라고 빌지 않을 테요’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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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적이며 비극적인 시 … 단아하고 솔직하며 직설적인 시어
⊙ 억울해서 지금 ‘나’는 잠들 수 없다 … 어쩌면 지금 박근혜 대통령 심정이 아닐까
영국의 여류시인 스티비 스미스(Stevie Smith, 1902~1971).
  I do not Speak
  Written by Stevie Smith
 
  I do not ask for mercy for understanding for peace
  And in these heavy days I do not ask for release
  I do not ask that suffering shall cease.
 
  I do not pray to God to let me die
  To give an ear attentive to my cry
  To pause in his marching and not hurry by.
 
  I do not ask for anything I do not speak
  I do not question and I do not seek
  I used to in the day when I was weak.
 
  Now I am strong and lapped in sorrow
  As in a coat of magic mail and borrow
  From Time today and care not for tomorrow.
 
 
〈난 말 안할 테요〉가 실린 스티비 스미스의 시집
《오직 한 사람에게만 다정하게(Tender Only to One)》.
  난 말 안할 테요
  스티비 스미스(정영희 옮김)
 
  난 자비도 이해도 평온도 요구하지 않을 테요
  이 힘겨운 나날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을 테요
  내 고통이 끝나게 해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을 테요.
 
  신에게 죽게 해 달라고 빌지도 않을 테요
  내 외침에 귀 기울여 달라고
  가는 길 멈추라고, 서두르다 지나치지 말라고도 않을 테요.
 
  그 어떤 것도 부탁하지 않을 테요, 말하지 않을 테요
  묻지도 않을 테요, 구하지도 않을 테요
  마음 약했던 시절 그랬던 것처럼 말이요.
 
  이제 난 강해서 슬픔에 휘감겨도
  마치 요술 갑각 외투를 입은 것 같아, 시간에게
  오늘만은 빌리고 내일에는 신경 안 쓸 테요.
 
 

  〈난 말 안할 테요〉는 영국의 여류시인 스티비 스미스(Stevie Smith, 1902~1971)의 《오직 한 사람에게만 다정하게(Tender Only to One)》에 실렸다.
 
  시인의 어투는 냉정과 평상심을 유지한 듯 보이지만 행간은 가혹할 만큼 고통스럽다. 김소월의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 오리다’와 같은 톤이다. 반어법을 써서 역설적으로 갈구한다. ‘난 말 안 할 테요’는 ‘말하지 않아도 아실 테니 알아달라’는 외침이다.
 
  시 속 화자(話者)는 ‘요술 갑각 외투’를 입고 있다고 말하지만 세상에 벌거벗겨진 채 던져져 있다. ‘신에게 죽게 해 달라고 빌지도 않을 테요’, ‘내 외침에 귀 기울여 달라고 말하지 않을 테요’라는 말은 신이 들으라는 듯 절규와 가깝다.
 
  하지만 ‘내’가 왜 슬픈지, 왜 아픈지에 대해 말하진 않는다. 아픔의 정곡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일까. 상처의 환부를 모르면 치유할 수 없다.
 
  시인의 또 다른 시 〈손을 흔든 게 아니라 허우적거린 거야(Not Waving but Drowning)〉를 보자.
 
스티비 스미스의 〈손을 흔든 게 아니라 허우적거린 거야(Not Waving but Drowning)〉.
  Nobody heard him, the dead man,(아무도 그의 말을 못 들었다, 그 죽은 자의 말을,)
  But still he lay moaning:(하나 그는 여전히 신음하며 누워 있었다:)
  I was much further out than you thought(나는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멀리 헤엄쳐 나갔고)
  And not waving but drowning.(손을 흔든 게 아니라 허우적거렸던 거야.)
 
  Poor chap, he always loved larking(불쌍한 녀석, 그 녀석 언제나 노래하길 좋아했는데)
  And now he’s dead(이제 죽었군)
  It must have been too cold for him his heart gave way,(너무 추워 심장이 멈춰 버린 게 틀림없어,)
  They said.(그들은 말했다.)
 
  Oh, no no no, it was too cold always(오, 아냐 아냐 그런 게 아냐, 나는 언제나 너무 추웠어)
  (Still the dead one lay moaning)((여전히 죽은 자는 신음하며 누워 있었다))
  I was much too far out all my life(나는 언제나 너무 멀리 갔고)
  And not waving but drowning.(한평생 손을 흔든 게 아니라 허우적거렸던 거야.)
 
 
  죽음을 탐닉한 시인
 
정영희가 펴낸 스티비 스미스의 연구서 《죽음을 그대의 팔베개 삼아》.
  이 시는 너무 비극적이다. ‘나’는 이미 죽었지만 여전히 신음하며 누워 있다. ‘내’가 물속에 허우적거렸지만 사람들은 그저 손을 흔든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들의 무관심이 ‘나’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 죽음이 억울해서 지금 ‘나’는 잠들 수 없다. 어쩌면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심정이 아닐까.
 
  스티비 스미스는 1902년 영국 요크셔 지방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태어나자마자 가정을 버리고 딴살림을 차렸다. 그녀의 시에 드러난 슬픔은 이런 가정사의 비극을 내포하고 있는지 모른다. 스미스의 어머니도 그녀 나이 17살 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녀는 불행한 가족사와 함께 남자, 결혼생활, 가부장적 가정제도 전체를 외면하고 불신한 것으로 전해진다.(정영희 편역, 《죽음을 그대의 팔베개 삼아》 참조)
 
  스티비의 시는 지나치게 여성적이며 비극적이고 때로 죽음까지 탐닉하는 뉘앙스가 느껴지지만 시어가 단아하고 솔직하며 직설적이다. 그래서 많은 이가 그녀의 시에 빠져들었다.
 
  1971년 뇌종양으로 예순아홉 무렵 사망할 때까지 7편의 시집을 펴냈고 사후 그녀의 삶을 그린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때 가톨릭에 귀의하기도 했으나 무신론으로 돌아섰고 영혼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가톨릭의 제의(祭儀)를 사랑했으며 그녀의 믿음은 불가지론(不可知論·초경험적인 것의 존재나 본질은 인식 불가능하다고 하는 철학사조)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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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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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희    (2019-04-23) 찬성 : 0   반대 : 0
이제야 이 글을 봤습니다.
고맙습니다,제 책에 관심가져주셔서.
시에 나오는 시인의 심정이 박대통령의 심정과 비슷한 듯 하다니,그 문장이 정말 제 가슴을 찌릅니다. 두고두고 잊지 못할 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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