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심마니 이명식(李明植)씨가 말하는 산삼(山蔘)의 비밀 : 월간조선

이명식(李明植)씨는 심마니다. 그가 심마니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은 자신에게 찾아온 난치병 때문이다. 30대 후반 서점을 경영하던 시절인 1994년 그는 서울 삼성병원에서 희귀성 난치병인 다발성경화증을 진단 받았다. 진단을 한 의사는 10년 이상 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때부터 그는 살기 위해 산삼(山蔘)을 구해 먹었고 직접 산삼을 캐는 심마니가 되었다.

그는 의사가 말한 시한부 인생 10년을 넘어 20년 이상을 살아오고 있다. 그 기간은 그의 심마니 경력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는 산삼을 캐러 전국의 산지를 돌아다닐 만큼 건강하다. 지금까지 그가 캔 산삼은 1만 뿌리가 넘는다고 한다. 그 정도면 그동안 캔 산삼을 팔아서 엄청난 부를 축적했을 법도 하지만 그는 자신이 캔 산삼을 팔지 않고 자기가 다 먹어 버렸다고 한다. 일부는 잘 갈아서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기도 하고 지금은 한의사들과 함께 약제를 개발하는 데 쓰기도 한다.

이명식씨는 자신이 캔 산삼을 직접 먹음으로써 갖가지 산삼의 약효를 체득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천하의 명약초인 산삼’의 약효는 부(富)의 과시가 아니라 아픈 사람들을 위해서 쓰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8월의 첫날 그를 만나서 20년 이상 심마니로서 그가 체득한 산삼의 자생지 찾는 법에서부터 약성이 뛰어난 산삼을 찾는 법 등 산삼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들어 봤다.

— 최근 산삼을 캐기 위한 산행은 언제 다녀왔습니까.

“7월 초에 다녀왔으니까 한 달 정도 됐네요. 지금 가야 산삼 씨가 빨갛게 꽃이 핀 걸 볼 수 있습니다. 참 예쁘죠. 그런데 그 예쁜 산삼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게 언제나 신비롭습니다.”

— 산삼 씨가 7월에 익는군요.

“네. 6월 말에서 7월 중순까지죠. 좋은 산삼들을 캘 수 있는 시기는 요즘이 마지막입니다.”

— 한 달 전에 갔을 때는 몇 뿌리나 캤습니까.

“3뿌리요.”

천종산삼은 멸종된 것으로 봐야

산삼을 발견하면 캐기 전에 3배 또는 5배를 한다. 심마니들은 산삼을 영물로 여기기 때문이다. 산삼 발견 후 5배를 올리는 이명식씨.

— 심마니로서 3뿌리면 많이 채집한 건가요.

“요즘 수준에서는 많죠. 옛날에는 3뿌리 정도는 쳐다도 안 봤어요.”

— 산삼의 씨가 말라 가는 건가요.

“네. 제가 산삼을 캐러 다닌 지 20년이 넘었는데 처음에는 제 스스로 산삼이 절박해서 다녔잖아요. 꼭 먹어야 하니까요. 그때는 매일 갔죠. 여름이고 가을이고 따질 거 없이요. 봄에 싹만 올라오면 캤는데 그 당시에는 물론 좋은 산삼은 아니지만 한자리에서 제일 많이 캐본 게 한 4000뿌리 정도였어요.”

— 4000 뿌리요?

“네. 대략 그 정도 됩니다.”

— 그건 인삼 아니에요?

“아니죠. 인삼 밭에서 새들이 인삼씨를 물어다가 산에다 배설해 놓은 거였는데 그게 한꺼번에 났나 봐요. 그런 거 한 번 발견하면 말 그대로 캘 일이 걱정이죠. 한 3일 동안 캤네요.”

— 몇 년도였습니까.

“1995, 96년 정도였을 겁니다.”

— 4000뿌리면 시가로 얼마입니까.

“한 번도 팔아 보지 않아서 그걸 모르겠는데, 아마 사기 좀 치면 몇 억은 되겠죠.”

— 4000뿌리를 캤다고 하면 믿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 당시에 다닌 사람들은 알죠.”

— 그렇게 많이 캤다는 다른 심마니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습니까.

“4000뿌리까지는 아니어도 1000뿌리 캤네, 2000뿌리 캤네 하는 이야기는 들어봤어요. 흔한 일은 아니지만요.”

— 그렇게 산삼이 많아요?

“그 당시에는 그랬어요. 제가 생각한 게 산삼을 먹고 나서 어떤 산삼을 먹으면 반응이 굉장히 세게 오고 어떤 경우는 밋밋하고, 똑같은 산삼이라도 어떤 거는 먹어 보면 향이 굉장히 진한 반면 어떤 거는 비린내가 날 정도로 약하고. 이렇게 먹다가 보니까 산삼에 대해서 알게 된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산삼을 캐서 팔기 급급하니까 그거를 모르죠. 다른 심마니들과 저와의 차이죠.”

— 그 4000뿌리는 약효가 좋은 산삼이었나요.

“정확히 이야기하면 야생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이 재배하는 밭에서 인삼씨를 새들이 물어다 산에다 배설해서 나면 그걸 야생삼이라고 하죠. 그거는 산삼이라기보다는 인삼에 가까운 야생삼일 뿐이에요. 야생삼으로 자연에 순화된 상태에서 그 씨가 떨어져서 나 다시 자라면 그게 비로소 장뇌산삼이 되는 겁니다. 장뇌삼 씨가 떨어져서 다시 자라나야 비로소 진짜 산삼이 되는 거죠. 순서로 보면 인삼, 야생삼, 장뇌삼, 산삼, 지종산삼 이렇게 되는 거죠. 지종산삼은 발견하기가 쉽지 않죠.”

— 천종산삼이 지종산삼보다 위입니까.

“그렇죠. 천종이라는 것은 본래 산삼에서 산삼으로 계속 몇 대가 이어져 내려오는 건데 우리나라에는 멸종된 거나 다름없다고 보시면 돼요. 1년에 한두 뿌리 정도 발견되죠. 일반인이 만나기는 어렵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산에 심어진 중국 장뇌삼

7월 경이면 인삼과 마찬가지로 산삼도 씨앗이 빨갛게 익는데 그 씨앗을 ‘딸’ 또는 ‘딸기’라 부른다.

— 직접 천종산삼을 만나는 봤고요?

“남들이 캔 거를 천종으로 추정된다고 감정한 적은 있어요. 하지만 천종산삼이라고 단정은 못하고 ‘천종으로 추정되는 산삼’ 이렇게 해 놨죠.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에 산삼이라고 해서 팔리고 있는 시중 산삼의 90% 이상이 전부 중국의 장뇌삼이라는 겁니다. 대부분 중국산 장뇌삼을 속아서 먹고 있는 거예요. 저한테 감정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데 산에서 금방 캤다는데도 중국산 장뇌인 경우가 많아요.”

— 중국산 장뇌를 사서 산에다 심어 놨다는 건가요.

“그렇죠.”

— 중국산 장뇌와 산삼 구분이 어려운가 보죠?

“신경 쓰면 금방 알아요. 쉽게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우리 산삼은 뿌리가 우리나라 당근처럼 가늘게 쭉 빠지거든요. 중국산 장뇌는 가늘었다, 굵었다를 반복해요. 울퉁불퉁, 울룩불룩하죠. 힘이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은 중국산 장뇌라고 보면 틀림 없어요.”

— 우리나라 산에서 캤다는데도요.

“우리나라에서 캐서 나왔다고 하면 뿌리의 밑쪽 가장 가는 끝을 보면 알아요. 이식을 하면 뿌리가 반드시 중간에 끊기게 돼 있어요. 그게 끊어졌다가 다시 나와요. 끊어졌던 흔적이 있죠. 그러면 이거는 중국산 장뇌인 겁니다.”

— 중국산 장뇌삼은 약 성분에 문제가 있는 겁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중국산 장뇌도 그 자체는 성분이 좋죠. 문제는 우리나라로 들어와서 국내산 산삼으로 둔갑하는 중국산 장뇌들의 경우는 비료와 농약을 주면서 재배를 한 장뇌라는 데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자연산 산삼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중국산 산삼의 가격은 우리나라 산삼보다 훨씬 비쌉니다. 하지만 그 좋은 산삼들은 중국 내에서 소비하기에도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가 들여오는 것은 중국 농가에서 재배하는 장뇌삼이 될 수밖에 없어요.”

— 지금까지 본 산삼 중 최고가는 얼마입니까.

“제가 본 것 중에는 한 뿌리에 2억원 하는 것이었습니다.”

— 몇 년 된 산삼이었는데요.

“캔 사람들은 300년산이라고 주장을 했죠. 저는 우리나라가 6·25 전쟁 등을 겪으면서 100년 이상 된 산삼은 구하기 힘들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300년산이라는 말에는 동의를 안 해요. 한 60년 됐다고 보면 됩니다. 보통 말하는 햇수를 5로 나누면 정확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100년이라고 하면 20년 정도로 보면 되는 거죠.”

— 우리나라에서 나는 산삼은 몇 년 산이 가장 많습니까.

“단언컨대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산삼은 20년 내외가 99% 이상이라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약효가 떨어진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산삼은 15년 정도 되면 최상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 우라나라에서 나는 산삼 중에 60년 이상 된 산삼은 없다는 말인가요.

“네. 저는 단연코 우리나라에서는 60년 이상 된 산삼이 나올 수 없다고 봅니다. 그동안 제가 감정한 산삼 중 50년근으로 추정되는 산삼은 몇 번 봤지만 그 이상은 한 번도 접해 본 적이 없습니다.”

— 연대 측정은 뭘 보고 합니까.

“산삼의 몸통 위의 뇌두를 보면 압니다. 사람은 주민등록에 그 사람 나이가 나오는 것처럼 산삼은 뇌두에 그 흔적이 있어요. 층이나 혹이나 이런 게 발견이 되거든요. 그거를 세어서 측정하죠, 하지만 산삼을 발견하면 50년, 60년, 70년 등 10년 단위로 하지 37년 됐다, 43년 됐다 이렇게 하지는 않아요. 추정치로 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거죠.”

동네 야산에도 산삼이 있을 수 있다

— 산삼은 주로 어디에 있습니까.

“산삼은 반(半)음지식물이기 때문에 아침햇살이 잘 들고 오후에는 빛이 차단되는 북쪽으로 치우친 동북방향과 서북쪽에서 주로 자생합니다. 약간 경사진 상태로 물빠짐이 좋고 항상 습기가 있고 서늘한 곳에 있습니다.”

— 매년 같은 장소에서 산삼이 다시 발견되는 경우도 많은데요.

“잠자는 삼, 즉 면삼(眠蔘)이 있기 때문이죠. 보통 산삼을 한 번 발견한 곳을 심마니들은 구광터라고 부르는데 매년 반드시 그곳을 다시 찾아가죠. 당연히 심마니들은 구광터를 비밀에 부치죠.”

— 산삼을 발견하면 “심봤다”를 외치는데 비밀이 유지되나요.

“‘심봤다’고 외치는 거는 태어나서 처음 산삼을 발견한 사람들이나 흥분해서 외치는 거죠. 심마니들은 외치지 않아요. 심봤다고 외치는 소리를 듣는 것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구광터가 있는데 어느 심마니가 소리를 치겠습니까? 조용히 절이나 하고 주변 흔적을 지운 다음 자신만 알 수 있는 표식을 남겨 놓고 그 자리를 떠나오죠.”

— 동네 야산에는 산삼이 자랄 수 없나요.

“아뇨. 자랄 수도 있죠. 심지어는 밭둑에서도 산삼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왜냐하면 새들이 인삼씨를 물어다가 거기서 배설을 했는데 산삼의 생육조건이 맞으면 거기서도 자랄 수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인삼 밭 옆에 가면 산삼이 많았던 거죠.”

— 그렇다면 인삼을 많이 재배했던 금산 지방 같은 곳에는 산삼이 많겠네요.

“많았죠. 그런데 지금은 많이 캐 간 상태로 보면 됩니다. 저도 4000뿌리를 발견한 곳이 그런 곳이었는데 처음에는 누가 농사를 지은 걸로 알았어요. 그런데 사람이 심어 놓으면 일정한 간격이 있어요. 좌우정렬이든 위아래로 정렬이든요. 새가 인삼 씨를 먹고 나서 배설을 한 곳은 그렇질 않아요. 보통 40~50뿌리 또는 100뿌리, 200뿌리 이렇게 한군데 뭉쳐 있어요.”

— 보통 심산유곡에 습기 있고 이런 데 있는 거 아닌가요.

“천종산삼은 그런 데서 나올 수가 있죠. 예를 들어서 백두산 꼭대기 쪽이나, 설악산 공룡능선 이런 데서는 나올 수가 있어요. 그런 데서 나오는 산삼은 거의 천종이라고 보면 돼요. 물론 거기서도 지종삼이 나오기도 하지만요. 그런 데는 주변에 인삼 농사를 지은 흔적이 없는 곳이기 때문에 옛날부터 산삼이 대를 이어 가면서 자랐을 가능성이 아주 높은 곳이거든요. 민가가 멀어서 사람 손이 안 닿는, 인삼 농사가 없던 지역에는 산삼이 거의 없죠.”

— 결국 인삼을 재배했던 인근에 산삼이 많겠군요.

“그렇죠. 제가 지금도 산삼 기사가 나오면 모아 놓고 있는데 그 기사들을 보면 특정 통신사 발로 기사가 나와요. 그걸 조선, 중앙, 동아 등 중앙 일간지들이 다 받지요. 어떤 지역에서 누가 산삼을 캤는데 꿈에 할머니를 봤다는 등 유사한 레퍼토리로 산삼을 캤다는 소식이 전해지는데 유심히 보면 그 기사를 쓰는 사람들은 거의 동일한 인물들이에요. 거기에 보면 연합뉴스를 통해서 조선, 동아, 중앙 등 전국 일간지에 어떤 지역에서 산삼을 누가 캤다더라 해가지고 기사가 나와요. 그게 사기거든요. 그걸 쓰는 기자들은 정해져 있어요. 기사는 다 거기서 나와요. 그 기사가 나가고 나면 누군가 그 산삼을 사겠죠. 저는 그걸 사기라고 봐요. 언론에 보도된 그 산삼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 중국산 장뇌예요.”

산삼은 영물(靈物)이다

— 실제 꿈에 산신령이라든지 뭐가 나타나서 산삼을 캐는 경우가 있을 거 아닙니까.

“더러는 있겠죠. 저는 산삼을 영물(靈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도 산삼을 캐러 산행을 하기 전에는 개고기를 안 먹고 피를 흘리는 교통사고 현장이나 차에 치어 죽은 동물을 보게 되면 산행을 포기하고 돌아옵니다. 실제 그런 장면을 목격하고 산에 가면 무언가에 홀린 듯 산을 헤매거나 벌에 쫓기거나 독사를 만나는 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 산삼은 굵을수록 오래되고 좋은 겁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진품인 지종산삼의 뇌두는 볼펜심 굵기로 가늘어요. 발견될 때도 5뿌리나 6뿌리가 나오는 곳에서가 아니라 2~3뿌리가 나오는 곳에서 볼 수 있죠. 대대손손 자연 상태에서 순화된 산삼은 순화될수록 뿌리와 뇌두의 굵기가 가늘어집니다. 산삼의 자생 상태에 따라서 비옥한 땅에서 자란 것과 척박한 곳에서 자란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작고 가늘고 길고 왜소합니다. 오래될수록 굵어지는 게 아닙니다.”

— 산삼은 대부분 여러 뿌리가 한곳에 모여 있습니까.

“대부분 여러 뿌리가 한곳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간혹 단독 삼도 있는데 그렇게 혼자 있는 삼의 경우는 약효가 뛰어나다고 보면 됩니다. 희한한 것이 좋은 삼은 약 성분을 나눠 먹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에 있는 삼들을 다 잡아먹고 자기만 혼자 자라는 것이지요. 단독 산삼은 약효가 뛰어납니다.”

— 산삼을 캘 때 약효가 좋은 산삼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됩니까.

“제 기준으로 좋은 산삼은 100뿌리 정도를 캐면 한 뿌리 정도 나올까 말까 하죠. 그래서 그렇게 어렵게 캔 산삼을 남 주기 아까워서 제가 먹은 거죠(웃음).”

— 이 선생님의 경험상 산삼은 몇 뿌리 정도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까.

“제가 아프다 보니까 주변에 암환자나 당뇨환자 등에게 산삼을 많이 소개해 줬어요. 본의 아니게 임상실험을 하게 됐는데 보통 한 사람당 산삼을 5뿌리 이상은 먹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40대 기준으로요. 50, 60대 기준으로는 7뿌리 정도는 먹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몇 년 된 산삼으로요?

“10년 넘은 거죠. 그러니까 다른 심마니들 감정으로는 50년 넘은 건데 앞서도 말했지만 그걸 제가 감정해 보면 10년 정도 넘은 것으로 감정이 돼요. 결과적으로 속이는 것이죠. 산삼 캔다고 해서 심마니들이 산삼을 다 아는 게 아니에요. 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캔 산삼 중에 작고 볼품이 없는 걸 한쪽으로 모아 놔요. 그런데 진짜 산삼은 거기에 대부분 다 들어 있어요. 남에게 괘종시계 팔고 자신은 정작 오메가 손목시계가 집에 있다는 걸 모르는 거나 마찬가지죠. 제가 그 볼품없는 산삼들을 가져다가 먹죠. 그렇게 얻어먹은 게 많습니다. 저는 먹으면서 산삼을 배웠기 때문에 그런 볼품없는 모양을 가진 게 진짜라는 걸 알아요. 그런데 다른 심마니들은 작으니까 그 산삼을 못 파는 거예요. 저 같은 경우는 작으니까 더 좋아하는 거고요. 한마디로 큰 산삼을 찾으면 낭패당하기 십상이라는 점만 알아두면 됩니다.”

녹두와 팥은 산삼 먹을 때 금물

— 산삼을 먹어 본 후 효과가 없다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요.

“산삼은 야생에서 야생삼, 장뇌산삼 등의 형태를 거치면서 산삼이 되기까지는 보통 10년이 걸린다고 보면 됩니다. 그때가 되어야만 비로소 산삼의 성질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산삼을 먹었는데 효과가 없다는 분들의 대다수는 야생삼 내지는 장뇌삼을 먹었거나 한두 뿌리만 먹어 본 사람들일 겁니다.”

— 인터넷상에서 산삼 복용법을 보면 금기해야 할 음식이 너무 많던데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많은 것은 사실이죠. 간단히 말하면 금기 식물로는 녹두와 팥이 있고 고기류는 적당히 절제하면 됩니다. 복용법은 가능하면 아침 공복에 산삼 전체를 실뿌리부터 잎과 줄기까지 토종꿀에 찍어 꼭꼭 씹어 먹는 게 좋습니다.”

— 등산을 하다가 산삼을 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진짜 산삼일 가능성이 많은가요.

“가짜는 아니죠. 진짜는 맞는데 야생삼 중에서 장뇌급들이 많아요. 장뇌급도 제대로 된 걸 발견하면 그것도 약성이 좋아요. 최근 제 친구가 강원도 양구로 산행을 갔는데 산삼 3뿌리를 캤다고 전화가 왔어요. 저는 사진으로도 감정을 하니까 사진으로 그 3뿌리를 받아 봤는데 2뿌리는 산삼이 맞고 한 뿌리는 이상한 거예요. 다른 방향에서 사진을 찍어서 다시 보내라고 했는데 살펴보니까 중국산 장뇌인 거죠. 어느 심마니가 자기만 아는 장소에다가 중국산 장뇌를 심어 놓은 거였죠. 그러면 결국 산삼을 캤다는 게 그 심마니가 심어 놓은 거를 도둑질한 거죠. 그런 경우도 많아요.”

— 심마니가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됩니까.

“전체 숫자는 모르겠고요. 제가 제 제자와 그 제자들이 가르친 심마니들까지 합치면 20만명이 넘습니다. 제가 직접 가르친 제자만 2000명이 넘으니까요.”

—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산삼을 이용한 신약(新藥)을 개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한의사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한의사들의 신약 개발을 도와주고 있는 겁니다. 제가 산삼의 효능이나 효과를 잘 아니까요. 당뇨나 암환자 등을 위한 신약을 개발하고 있고 현재 성과도 있습니다.”

— 캘 수 있는 산삼이 줄어들고 있는데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겠습니까.

“정직하게 키운 장뇌, 그러니까 산양삼이 많아요. 산양삼이라는 것은 장뇌삼의 씨앗을 인위적으로 산에 뿌려서 재배하는 겁니다. 웬만한 산삼보다 약성이 더 좋은 것도 많아요. 산양삼 재배를 통해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죠. 자연산만 가지고는 할 수 없죠.”

— 잘 키운 장뇌삼이 산삼보다 낫다는 건가요.

“산양산삼 정도만 돼도 10년 넘으면 약성이 좋거든요. 그게 국내에 많아요.”

— 인삼도 오래되면 약성이 좋게 되는 것 아닌가요.

“문제는 인삼은 재배하면서 약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인삼도 좋은 효과를 보려면 6년근은 돼야 해요. 그런데 시중에서 판매되는 인삼 중에는 6년근이 없어요. 제가 지금 우리나라 시중에서 판매되는 인삼 중에 6년근을 가져오면 제 성을 개씨로 바꿀 수 있습니다. 없어요.”

— 그럼 시중에는 보통 몇 년 근이 판매되는 겁니까.

“대부분 4년근, 5년근인데 이걸 6년근으로 둔갑시켜서 팔고 있는 겁니다. 4년근과 6년근의 원가 차이는 엄청나게 큽니다. 6년근은 재배해서 팔아 봤자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이전에 수확해서 파는 거예요. 6년근을 사려면 상인들한테 따로 부탁을 해야 구해다 줍니다. 정관장을 만드는 곳 등에서 계약재배를 하기 때문에 6년근이 재배되고 있기는 하거든요.”

— 6년근을 비싸게 팔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아요. 보통 3년근, 4년근 때 캐는데 이때는 파종 인삼의 거의 90%를 수확해요. 이게 5년근으로 넘어가면 70%밖에 안 되고 6 년근으로 넘어가면 60%밖에 안 돼요. 인삼 농가로서는 이익이 없는 거죠.”

— 산삼은 어느 계절에 캐는 게 약효가 제일 좋습니까.

“5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가 제일 좋아요.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것은 가을삼이 최고라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가을삼이 최고라고 알려진 것은 다음해 봄까지 상하지 않고 보관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5월 말에서 6월 중순 사이에 캐는 산삼은 캔 지 한 달이 되면 아파리가 녹아들기 시작하기 때문에 보관이 쉽지 않아요. 제가 볼 때는 어떤 약초든 새순이 나올 때가 최고예요.”

— 겨울에는 산삼을 못 캡니까.

“캘 수도 있죠. 미리 산삼을 캤던 구광터가 있잖아요. 하지만 겨울에 산삼을 찾아다니면서 캐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래서 겨울에 우연히 땅을 파 봤더니 산삼이 나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고 꾸며 낸 이야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 산삼을 먹기 위해 찾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입니까.

“아픈 사람과 돈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이죠. 아픈 사람들은 싸게 구해서 먹고 싶어하고 돈이 있는 사람들은 진짜 산삼인데도 가격이 싸면 싸다고 안 먹죠.”

— 자신의 경험 때문에 산삼을 너무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시는 건 아닙니까.

“만병통치약까지는 아니더라도 산삼이 천하의 명약초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