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모험 상담가’ 1호. 친근감 주기 위해 호랑이 탈도 써
⊙ 화장실 앞에서 노래. 담배 피우는 학생들 줄어들어
⊙ 음반 4집까지 낸 가수. 금연송인 ‘노타바코’로 유명
⊙ 750명 전교생 상담, 책 30권 쓰기, 매년 음반 내기 실천 노력
⊙ 자신만의 독특한 상담법인 ‘모험 놀이’ 특허 출원
방승호
1962년생. 충남대 토목공학교육과 졸업, 한서대 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 /
서울 신원중·국사봉중학교 교사, 중화고등학교 교장, 서울시교육청 장학사·장학관 /
《기적의 모험놀이》 《우리 집 모험놀이》 등 저술
⊙ 화장실 앞에서 노래. 담배 피우는 학생들 줄어들어
⊙ 음반 4집까지 낸 가수. 금연송인 ‘노타바코’로 유명
⊙ 750명 전교생 상담, 책 30권 쓰기, 매년 음반 내기 실천 노력
⊙ 자신만의 독특한 상담법인 ‘모험 놀이’ 특허 출원
방승호
1962년생. 충남대 토목공학교육과 졸업, 한서대 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 /
서울 신원중·국사봉중학교 교사, 중화고등학교 교장, 서울시교육청 장학사·장학관 /
《기적의 모험놀이》 《우리 집 모험놀이》 등 저술
서울 마포에 아현산업정보학교가 있다. 3학년에 올라가는 서울 시내 인문계 고교생들 중 직업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다. 1년 과정이다. 사진영상미디어, 패션디자인, 플라워디자인, 만화애니메이션, 제과·제빵, 미용예술, 게임제작, 실용음악 등 14개 학과에 750여 명의 재학생이 있다.
이곳에 톡톡 튀는 개성이 넘치는 학생들보다 더 튀는 선생님이 있다. 방승호(方承好) 교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 교장은 가수다. 앨범을 4집까지 냈다. 스스로 인기 가수임을 자처하면서 ‘푼수’라는 말도 곁들인다. 참 즐거운 교장이다. 인터뷰 중 그는 기타를 치며 노래 두 곡을 들려주었는데 정말 가수가 맞았다.
학교 2층에 있는 교장실은 너무 정리정돈이 안 돼 있었다. 커다란 호랑이 탈이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고, 바닥에는 기타와 앰프 등이 널려 있었으며, 소파에는 곰 인형 등이, 책상에서 마주보는 벽에는 포스트잇 수백 장이 붙어 있었다. 소파 옆 작은 서랍장 위에는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예약석’이라고 적힌 팻말도 있었다.
이 어지러운 잡동사니들은 교장실을 찾는 학생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소품들이다. 졸음을 참지 못한 학생은 여기서 곰 인형을 안고 자고 상담하러 온 학생은 ‘예약석’ 팻말을 보고 미소짓는, 각자의 역할이 있는 장치들이었다. 방 교장이 교장실을 놀이터로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들과의 편안하고 자유로운 상담을 위해서다. 그가 내민 명함을 보니 ‘모험 상담가/교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스킨십이 있는 상담
― ‘모험 상담가’라는 게 학생들을 데리고 아프리카 밀림이나 북극 같은 데를 함께 탐험하며 하는 상담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건 아니고요. 간단히 말하면 아이들과의 심리적 교감이나 스킨십 놀이를 통해서 상담을 받는 학생들의 아픈 곳을 치유하는 상담입니다.”
― ‘놀이 상담가’가 더 적절한 것 같은데요.
“놀이는 놀이인데 좀 더 진화한 놀이라고 할까요. 심리적인 치료를 겸한 놀이라고 할 수 있죠. 보통 놀이에는 경쟁이 있기 마련인데 모험 상담에서의 놀이는 비경쟁 협동입니다. 함께함으로써 마음을 여는 거죠.”
―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요.
“제일 쉬운 게 팔씨름이에요. 팔씨름을 하면 1차적인 신체 접촉이 이루어집니다. 그다음에 동전을 꺼내 그 동전이 제 오른손에 있는지 왼손에 있는지를 맞히라고 합니다. 왼손에 있다고 대답하면 그 왼손을 학생이 펴게 합니다. 나는 강하게 손을 쥐고 펴는 것을 어렵게 하죠. 2차 스킨십입니다. 그다음에는 저와 학생이 역할을 바꾸어 또 동전 찾기를 하는 겁니다. 스킨십이 반복되면 학생들은 마음을 열게 됩니다.”
― 그래도 마음을 안 열면요.
“서로 양손을 마주 잡고 발등 밟기 게임을 합니다. 서로 공격을 해 먼저 발등을 밟는 사람이 이기는 거죠. 이런 놀이들을 반복하다 보면 학생들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상담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놀이를 하면서 잡생각들을 다 털어냈기 때문에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됩니다. 중요한 건 상담을 하는 제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거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거죠.”
― 스스로 상담을 받으러 오는 학생들도 있습니까.
“많죠.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해요. 학기 초인 3월, 4월에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한 작업을 엄청 합니다. 호랑이 탈을 쓰고 교실을 돌고, 제 명함도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카톡이나 문자 등을 하라고 하고요. 무엇보다 교장실에 오면 커피 무한 리필에 초코파이 무한 제공을 강조하죠. 긴가민가하는 학생들이 호기심으로 찾아왔다가 사실을 확인하게 되고 그게 또 소문이 나면서 스스럼없이 교장실을 찾아오게 되는 거죠.”
― 너무 많이 찾아오면 어떡합니까.
“그래서 ‘예약석’ 팻말을 만들어놨잖습니까(웃음). 우리 전교생 모두가 최소한 한 번이라도 교장실을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모험 상담은 어떻게 접하게 됐습니까.
“제가 97년과 98년 두 번에 걸쳐서 미국에 연수를 갔습니다. 그때 모험 상담 프로그램(adventure-based counseling program)을 알게 됐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이렇게 재미있게 상담을 하는 법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알던 상담은 그냥 상담자와 피상담자가 서로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었는데 몸을 막 움직여 가면서 상담을 주고받다 보니까 재미도 있고 분위기도 좋아지고 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거기에 미쳐가지고 돌아와서 애들한테 적용했죠. 그게 벌써 20년 가까이 된 거죠.”
― 박사 학위도 모험 상담과 관련해서 받았죠?
“미국 연수를 다녀온 후 계속 상담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국내 최초로 모험 상담론을 박사 논문으로 썼던 거죠.”
전교생에게 명함 돌리기
― 호랑이 탈은 요즘도 씁니까.
“너무 자주 쓰면 재미없잖아요? 앞서 말한 대로 학기 초에 많이 쓰는데 방학 직전에도 쓸 생각입니다. 호랑이 탈 말고도 늑대 탈 등 다른 탈들도 있습니다.”
―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으로 오면서부터 동물 탈을 쓰기 시작한 겁니까.
“여기에 오기 전 인문계 고등학교인 중화고등학교 교장으로 있었는데 그때부터 썼어요. 교실을 돌다 보면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들이 많은 거예요. 야단치면서 깨우면 반항하는 애들도 있어서 어떻게 접근할까를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겁니다. 의외로 반응이 괜찮았어요.”
― 교장실 벽면에 포스터 등 이것저것 많이 붙어 있네요.
“학교 관련 행사나 우리 아이들이 참여하는 대회 같은 게 있으면 붙여놓고 있어요. 그냥 집어넣어 버리면 잘 모르게 되잖아요. 그러면 우리의 자랑이 뭔지, 뭘 해왔는지도 잊어버리게 되고요. 무엇보다 아이들에게는 약간 어질러져 있는 분위기가 편안함을 주는 것 같아요.”
― 스티커를 붙여 찬반 투표한 것 같은 저 종이판은 무슨 투표를 한 겁니까.
“투표가 아니고요. 학교에는 학생만 있는 게 아니고 선생님들도 계시잖아요. 선생님들이 원하는 게 뭔지 의견을 들어서 그중 10개를 추려놓은 겁니다. 연구회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여교사 휴게실이 있으면 좋겠다, 학과의 특성을 고려해 주었으면 좋겠다 등등 선생님들이 내놓은 각자의 의견에 동의하면 다른 동료들이 거기에 스티커를 붙인 겁니다.”
― 응접탁자 위에 놓여 있는 이 팸플릿은 게임과 관련된 것 같은데요?
“맞아요. 요즘 제가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 컴퓨터 게임에 과몰입(중독을 이렇게 표현함)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하고 보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 보드요?
“아, 보드게임을 말하는 겁니다. 그 아이들이 시쳇말로 인터넷 중독이죠. 그 아이들하고 뭘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보드 만드는 일을 시작했어요. 우리 목표가 오는 10월에 독일에서 하는 세계 보드엑스포에 참가하는 겁니다. 보드게임을 만들려면 스토리가 있어야 해 글쓰기도 시키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게임을 직접 만드는 일이니까 아주 신나서 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는 일이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일에 푹 빠진 거죠. 그걸 독일에 가서 판매할 꿈도 키우고 있고요.”
― 게임에 과몰입하는 학생 중에서 선발한 겁니까.
“과몰입 때문에 저를 찾아온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보드게임을 만들어보려는데 같이 해볼래’ 했더니 자기들이 해보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선 겁니다. 과몰입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꿈도 가지게 된 거죠.”
― 뒤 벽면 게시판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들은 뭡니까.
“전교생 각자가 자신의 꿈을 적어서 붙여놓은 거죠.”
일명 ‘비전 맵’. “교장 쌤 애정(사랑)해요”라고 적은 학생도 있고, 제빵사를 꿈꾸는 한 학생은 “착한 사람이 있는 개인 제과점에서 일할 것이다” “2022년에 제과·제빵사가 될 것이다”라고 적어놓고 있다. 또 다른 학생은 “20세에 취업하고 30세에는 내가 모은 돈으로 가족과 여행을 여러 군데 갈 것이다. 40세에는 배낭여행, 50세에는 가족과 함께 잘 있습니다”하고 적어놓고 있다.
학생들의 비전 맵을 더 훔쳐보려는 기자를 제지하면서 방 교장이 물었다.
“우리 애들 소박하고 예쁘죠?”
― 네.
“여기 온 아이들은 대부분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주무시던 분들’이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어요. 전부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많은 아이가 다시 꿈을 찾는 거 같아요.”
― 그럼 아현산업정보학교 자랑 좀 해보시죠.
“저는 애들이 황금의 땅에 왔다고 표현해요. 일례로 작년에 SBS가 방송한 〈K팝스타〉에서 준우승한 안예은이도 우리 학교 출신이고요. 가수 박효신, 휘성, 환희도 여기 출신이에요. 기타리스트 박주원씨는 여기 1기죠. 오늘도 SBS 〈K팝스타〉 예심이 우리 학교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각 분야별로 천재들이 있는 학교라고 자부합니다.”
내가 노래를 부르는 이유
― 언제부터 노래 부르는 일에 관심을 뒀습니까.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기타를 치면서 노래했는데 음반을 발표한 거는 6년 됐습니다.”
― 중학생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군요.
“아뇨. 저는 제 꿈이 뭔지 모르고 살았어요. 제가 아이들하고 상담하면서 맨 마지막에 물어보는 게 ‘꿈이 뭐냐’는 건데 어느 날 정말 불현듯 ‘나는 꿈이 뭐지?’하는 자문을 해봤어요. 그때 떠오른 게 제가 중학교 때부터 항상 놓지 않았던 기타였어요.”
― 노래가 학생 상담에 도움을 줍니까.
“상담 100번보다 노래 한 번 하는 게 효과가 더 좋다고 생각해요. 노래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제가 직접 노래를 불러주면 아이들이 참 좋아하고 제 말에 귀를 훨씬 더 잘 기울여주죠.”
― 금연송을 만들게 된 동기는 아무래도 학생들 때문이겠죠.
“인문계 고등학교 교장 하면서 정말 힘들었던 게 학생들의 흡연이었어요. 어느 날 여학생 한 명이 찾아왔어요. 담배 냄새 때문에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못 하겠다는 거예요. 제가 기타를 들고 화장실 앞에 가서 노래를 불렀어요. 그걸 아이들이 SNS에 올려서 외부로도 알려지게 됐죠. 누가 아예 금연송을 만들어서 부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하기도 했고요. 마침 작곡가 안형민씨와 인연이 돼서 가사는 제가 쓰고 곡은 그분이 붙인 ‘노타바코’라는 금연송이 나왔습니다. 그게 대중적으로 의외의 폭발력을 발휘하는 거예요. 제가 요새 인기 가수가 됐습니다(웃음).”
― 음반은 많이 팔렸습니까.
“그건 알 수 없어요. 판매 수익이 저한테 오는 게 아니라서요. 다 재능기부로 했어요. 하여튼 뭐 검색 순위 1위도 했으니까요. 전국에서 이걸 금연교재로 많이 쓰고 있더라고요.”
방 교장은 인터뷰 중 갑자기 기타를 집어들고 노래를 시작했다. ‘노타바코’였다. 그의 상담 경험이 가사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다 되는데 담배는 안 되는 것 같다/등나무 밑에 가면 하얀 담배꽁초가 이놈의 자식들 혼을 내야지만 막상 보면 천진한 얼굴/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안쓰러운 맘 자신도 모르게 담배에 사랑을 갈구하는 것/걱정하지 마. 할 수 있단다. 염려하지 마. 할 수 있단다/도망가는 너희들의 뒷모습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였을까/어른들이 해주지 못했던 일 그건 바로 사랑일 거야…”
― 요즘도 화장실 앞에서 노래를 부릅니까.
“아이들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걸리면 거기에 가서 노래를 부르죠. 요새는 애들이 학교 이웃에 있는 국민은행 지점 쪽으로 가서 흡연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거기까지 가서 노래를 하죠. 혼내는 것보다 훨씬 나아요.”
― 실제 학생들이 금연하는 것 같은가요?
“일단 학교에서는 안 피워요. 현저하게 줄었어요. 어느 정도냐 하면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담뱃갑이 가끔만 보여요’ 할 정도로요. 저는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참는 것만도 대단하다고 봐요.”
― 노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는 어느 학교에 있었습니까.
“여기 아현산업정보학교에 있었죠. 그때는 교감이었고요. 전 여기가 너무 맞아요. 저는 3년제보다 1년제가 맞나 봐요. 비주류라 그런가 봅니다(웃음).”
― 4집까지 음반을 냈는데 실제 반응은 어땠습니까.
“1, 2집은 선생이 음반을 냈다고 하니까 이슈도 되고 재미있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정작 음악은 안 듣더라고요. 3집에 실린 ‘노타바코’와 ‘사랑하리오’가 음악적으로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3집 때는 제 음악을 들어주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푼수인 제가 볼 때 대중적 인기 가수가 된 거죠(웃음).”
20여 년 지켜온 푼수 캐릭터
― 학교 교장의 기존 이미지를 많이 바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도적인가요?
“의도적이기까지야 하겠습니까. 시대 흐름에 맞추자는 거죠. 하여튼 저는 좋아요. 그동안은 모든 게 교장 하면 행정적인 이미지가 많았잖아요. 저 같은 사람이 그런 이미지의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 다른 교장 선생님들이 너무 가볍다는 비판은 하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다들 좋아하세요. 다른 교장 선생님한테 제 상담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면 ‘아 그런 방법도 있었구나’ 해요. 그분들도 아이들을 위한 욕구가 있어요. 아이들하고 팔씨름이라도 하라고 알려주면 아주 고마워합니다. 팔씨름 같은 거는 공부와 상관없잖아요. 제가 그런 걸 한 3000개 개발해 놨어요.”
― 상담 방법을요?
“모험 놀이죠. 앉으면 그것만 생각해요. 모든 게 다 그걸로만 보여요. 아침에 제가 명상을 하는데 명상을 하다가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요. 특허 출원도 해놨습니다.”
― 네이버에 개설한 카페 ‘날라리 쌤과 함께하는 행복발전소’는 운영이 잘 됩니까.
“잘 된다기보다는 꾸준히 합니다. 회원이 4700명 정도입니다.”
― 선생님이 하고 있는 상담 프로그램을 교육부 차원에서 보급시키기 위한 움직임은 없습니까.
“아시다시피 뭐든지 제가 먼저 접근하면 가치가 하락되는 거 있잖아요. 제일 바람직한 게 힘들지만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거라고 봐요. 그런 움직임은 많아요. 제가 쓴 책을 교재 삼아 운영하는 공부 모임이 꽤 있습니다. 그분들이 원하면 주말을 이용해서 제가 직접 찾아가서 모험 상담에 대해 설명을 해줍니다. 아주 넓게 퍼져가고 있는 중입니다.”
― 너무 튄다는 이야기는 안 들어봤습니까.
“제가 튀는 편이죠.”
― 너무 튄다고 지적하는 동료들은 없는가를 물은 겁니다.
“다행인 게 제 캐릭터가 푼수 캐릭터라 봐주는 것 같아요. 선의로 봐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게 1, 2년이 아니고 20년이 됐잖아요. 캐릭터가 20년 굳어지니까 지금은 그런 걸 가지고 얘기하는 사람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 학교에다 PC방 만들 때 교사나 학부모들의 반대는 없었습니까.
“엄청 났죠. 진짜 평생 먹을 욕을 그때 다 먹었어요. 제가 여기 교감 시절에 설치했는데 그때도 발단은 상담이었어요. 상담을 하다 보니까 제일 힘들어하는 게 게임 하는 아이들이었어요. 그 아이들을 위해서 ‘학교에 아예 PC방을 만들어보자.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PC방을 만들자’고 했죠.”
― PC방 설치 반대 측 설득은 어떻게 했습니까.
“설득이라기보다는 그냥 밀고 나갔어요. 다행히 결과적으로 잘 됐죠. PC방을 만들고 게임학과를 개설하고 얼마 안 가서 프로게이머가 나오니까 다 수그러들었어요.”
― 지금도 프로팀이 있죠?
“그럼요. 5명이 팀을 구성해 각종 대회에 나가고 있죠. 이게 온라인이라 세계화가 용이해요. 얘들은 실력 있으면 중국 진출, 유럽 진출이 어렵지 않아요.”
― 혹시 어린 시절에 상담이 필요한 학생이었습니까.
“그 정도는 아니고 평범했어요.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그저 그런 학생.”
― 괴짜라는 소리 들어봤죠?
“저를 괴짜라고들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듣기 싫지 않아요. 제가 B급 괴짜거든요. B급 교장에 가수도 B급이죠. 비주류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한테 부담을 주거나 하는 존재는 아니죠.”⊙
이곳에 톡톡 튀는 개성이 넘치는 학생들보다 더 튀는 선생님이 있다. 방승호(方承好) 교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 교장은 가수다. 앨범을 4집까지 냈다. 스스로 인기 가수임을 자처하면서 ‘푼수’라는 말도 곁들인다. 참 즐거운 교장이다. 인터뷰 중 그는 기타를 치며 노래 두 곡을 들려주었는데 정말 가수가 맞았다.
학교 2층에 있는 교장실은 너무 정리정돈이 안 돼 있었다. 커다란 호랑이 탈이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고, 바닥에는 기타와 앰프 등이 널려 있었으며, 소파에는 곰 인형 등이, 책상에서 마주보는 벽에는 포스트잇 수백 장이 붙어 있었다. 소파 옆 작은 서랍장 위에는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예약석’이라고 적힌 팻말도 있었다.
이 어지러운 잡동사니들은 교장실을 찾는 학생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소품들이다. 졸음을 참지 못한 학생은 여기서 곰 인형을 안고 자고 상담하러 온 학생은 ‘예약석’ 팻말을 보고 미소짓는, 각자의 역할이 있는 장치들이었다. 방 교장이 교장실을 놀이터로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들과의 편안하고 자유로운 상담을 위해서다. 그가 내민 명함을 보니 ‘모험 상담가/교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스킨십이 있는 상담
― ‘모험 상담가’라는 게 학생들을 데리고 아프리카 밀림이나 북극 같은 데를 함께 탐험하며 하는 상담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건 아니고요. 간단히 말하면 아이들과의 심리적 교감이나 스킨십 놀이를 통해서 상담을 받는 학생들의 아픈 곳을 치유하는 상담입니다.”
― ‘놀이 상담가’가 더 적절한 것 같은데요.
“놀이는 놀이인데 좀 더 진화한 놀이라고 할까요. 심리적인 치료를 겸한 놀이라고 할 수 있죠. 보통 놀이에는 경쟁이 있기 마련인데 모험 상담에서의 놀이는 비경쟁 협동입니다. 함께함으로써 마음을 여는 거죠.”
―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요.
“제일 쉬운 게 팔씨름이에요. 팔씨름을 하면 1차적인 신체 접촉이 이루어집니다. 그다음에 동전을 꺼내 그 동전이 제 오른손에 있는지 왼손에 있는지를 맞히라고 합니다. 왼손에 있다고 대답하면 그 왼손을 학생이 펴게 합니다. 나는 강하게 손을 쥐고 펴는 것을 어렵게 하죠. 2차 스킨십입니다. 그다음에는 저와 학생이 역할을 바꾸어 또 동전 찾기를 하는 겁니다. 스킨십이 반복되면 학생들은 마음을 열게 됩니다.”
― 그래도 마음을 안 열면요.
“서로 양손을 마주 잡고 발등 밟기 게임을 합니다. 서로 공격을 해 먼저 발등을 밟는 사람이 이기는 거죠. 이런 놀이들을 반복하다 보면 학생들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상담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놀이를 하면서 잡생각들을 다 털어냈기 때문에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됩니다. 중요한 건 상담을 하는 제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거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거죠.”
― 스스로 상담을 받으러 오는 학생들도 있습니까.
“많죠.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해요. 학기 초인 3월, 4월에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한 작업을 엄청 합니다. 호랑이 탈을 쓰고 교실을 돌고, 제 명함도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카톡이나 문자 등을 하라고 하고요. 무엇보다 교장실에 오면 커피 무한 리필에 초코파이 무한 제공을 강조하죠. 긴가민가하는 학생들이 호기심으로 찾아왔다가 사실을 확인하게 되고 그게 또 소문이 나면서 스스럼없이 교장실을 찾아오게 되는 거죠.”
― 너무 많이 찾아오면 어떡합니까.
“그래서 ‘예약석’ 팻말을 만들어놨잖습니까(웃음). 우리 전교생 모두가 최소한 한 번이라도 교장실을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모험 상담은 어떻게 접하게 됐습니까.
“제가 97년과 98년 두 번에 걸쳐서 미국에 연수를 갔습니다. 그때 모험 상담 프로그램(adventure-based counseling program)을 알게 됐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이렇게 재미있게 상담을 하는 법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알던 상담은 그냥 상담자와 피상담자가 서로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었는데 몸을 막 움직여 가면서 상담을 주고받다 보니까 재미도 있고 분위기도 좋아지고 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거기에 미쳐가지고 돌아와서 애들한테 적용했죠. 그게 벌써 20년 가까이 된 거죠.”
― 박사 학위도 모험 상담과 관련해서 받았죠?
“미국 연수를 다녀온 후 계속 상담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국내 최초로 모험 상담론을 박사 논문으로 썼던 거죠.”
전교생에게 명함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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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자신의 소원 등을 적은 포스트잇 등이 교장실 벽면에 붙어 있다. |
“너무 자주 쓰면 재미없잖아요? 앞서 말한 대로 학기 초에 많이 쓰는데 방학 직전에도 쓸 생각입니다. 호랑이 탈 말고도 늑대 탈 등 다른 탈들도 있습니다.”
―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으로 오면서부터 동물 탈을 쓰기 시작한 겁니까.
“여기에 오기 전 인문계 고등학교인 중화고등학교 교장으로 있었는데 그때부터 썼어요. 교실을 돌다 보면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들이 많은 거예요. 야단치면서 깨우면 반항하는 애들도 있어서 어떻게 접근할까를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겁니다. 의외로 반응이 괜찮았어요.”
― 교장실 벽면에 포스터 등 이것저것 많이 붙어 있네요.
“학교 관련 행사나 우리 아이들이 참여하는 대회 같은 게 있으면 붙여놓고 있어요. 그냥 집어넣어 버리면 잘 모르게 되잖아요. 그러면 우리의 자랑이 뭔지, 뭘 해왔는지도 잊어버리게 되고요. 무엇보다 아이들에게는 약간 어질러져 있는 분위기가 편안함을 주는 것 같아요.”
― 스티커를 붙여 찬반 투표한 것 같은 저 종이판은 무슨 투표를 한 겁니까.
“투표가 아니고요. 학교에는 학생만 있는 게 아니고 선생님들도 계시잖아요. 선생님들이 원하는 게 뭔지 의견을 들어서 그중 10개를 추려놓은 겁니다. 연구회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여교사 휴게실이 있으면 좋겠다, 학과의 특성을 고려해 주었으면 좋겠다 등등 선생님들이 내놓은 각자의 의견에 동의하면 다른 동료들이 거기에 스티커를 붙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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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이 그려준 방 교장의 캐리커처. 방 교장은 호랑이 탈을 쓰고 학생들 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
“맞아요. 요즘 제가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 컴퓨터 게임에 과몰입(중독을 이렇게 표현함)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하고 보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 보드요?
“아, 보드게임을 말하는 겁니다. 그 아이들이 시쳇말로 인터넷 중독이죠. 그 아이들하고 뭘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보드 만드는 일을 시작했어요. 우리 목표가 오는 10월에 독일에서 하는 세계 보드엑스포에 참가하는 겁니다. 보드게임을 만들려면 스토리가 있어야 해 글쓰기도 시키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게임을 직접 만드는 일이니까 아주 신나서 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는 일이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일에 푹 빠진 거죠. 그걸 독일에 가서 판매할 꿈도 키우고 있고요.”
― 게임에 과몰입하는 학생 중에서 선발한 겁니까.
“과몰입 때문에 저를 찾아온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보드게임을 만들어보려는데 같이 해볼래’ 했더니 자기들이 해보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선 겁니다. 과몰입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꿈도 가지게 된 거죠.”
― 뒤 벽면 게시판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들은 뭡니까.
“전교생 각자가 자신의 꿈을 적어서 붙여놓은 거죠.”
일명 ‘비전 맵’. “교장 쌤 애정(사랑)해요”라고 적은 학생도 있고, 제빵사를 꿈꾸는 한 학생은 “착한 사람이 있는 개인 제과점에서 일할 것이다” “2022년에 제과·제빵사가 될 것이다”라고 적어놓고 있다. 또 다른 학생은 “20세에 취업하고 30세에는 내가 모은 돈으로 가족과 여행을 여러 군데 갈 것이다. 40세에는 배낭여행, 50세에는 가족과 함께 잘 있습니다”하고 적어놓고 있다.
학생들의 비전 맵을 더 훔쳐보려는 기자를 제지하면서 방 교장이 물었다.
“우리 애들 소박하고 예쁘죠?”
― 네.
“여기 온 아이들은 대부분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주무시던 분들’이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어요. 전부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많은 아이가 다시 꿈을 찾는 거 같아요.”
― 그럼 아현산업정보학교 자랑 좀 해보시죠.
“저는 애들이 황금의 땅에 왔다고 표현해요. 일례로 작년에 SBS가 방송한 〈K팝스타〉에서 준우승한 안예은이도 우리 학교 출신이고요. 가수 박효신, 휘성, 환희도 여기 출신이에요. 기타리스트 박주원씨는 여기 1기죠. 오늘도 SBS 〈K팝스타〉 예심이 우리 학교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각 분야별로 천재들이 있는 학교라고 자부합니다.”
내가 노래를 부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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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승호 교장이 낸 앨범 〈길 위의 사람들〉과 악보. 방 교장은 음반을 4집까지 냈다. |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기타를 치면서 노래했는데 음반을 발표한 거는 6년 됐습니다.”
― 중학생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군요.
“아뇨. 저는 제 꿈이 뭔지 모르고 살았어요. 제가 아이들하고 상담하면서 맨 마지막에 물어보는 게 ‘꿈이 뭐냐’는 건데 어느 날 정말 불현듯 ‘나는 꿈이 뭐지?’하는 자문을 해봤어요. 그때 떠오른 게 제가 중학교 때부터 항상 놓지 않았던 기타였어요.”
― 노래가 학생 상담에 도움을 줍니까.
“상담 100번보다 노래 한 번 하는 게 효과가 더 좋다고 생각해요. 노래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제가 직접 노래를 불러주면 아이들이 참 좋아하고 제 말에 귀를 훨씬 더 잘 기울여주죠.”
― 금연송을 만들게 된 동기는 아무래도 학생들 때문이겠죠.
“인문계 고등학교 교장 하면서 정말 힘들었던 게 학생들의 흡연이었어요. 어느 날 여학생 한 명이 찾아왔어요. 담배 냄새 때문에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못 하겠다는 거예요. 제가 기타를 들고 화장실 앞에 가서 노래를 불렀어요. 그걸 아이들이 SNS에 올려서 외부로도 알려지게 됐죠. 누가 아예 금연송을 만들어서 부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하기도 했고요. 마침 작곡가 안형민씨와 인연이 돼서 가사는 제가 쓰고 곡은 그분이 붙인 ‘노타바코’라는 금연송이 나왔습니다. 그게 대중적으로 의외의 폭발력을 발휘하는 거예요. 제가 요새 인기 가수가 됐습니다(웃음).”
― 음반은 많이 팔렸습니까.
“그건 알 수 없어요. 판매 수익이 저한테 오는 게 아니라서요. 다 재능기부로 했어요. 하여튼 뭐 검색 순위 1위도 했으니까요. 전국에서 이걸 금연교재로 많이 쓰고 있더라고요.”
방 교장은 인터뷰 중 갑자기 기타를 집어들고 노래를 시작했다. ‘노타바코’였다. 그의 상담 경험이 가사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다 되는데 담배는 안 되는 것 같다/등나무 밑에 가면 하얀 담배꽁초가 이놈의 자식들 혼을 내야지만 막상 보면 천진한 얼굴/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안쓰러운 맘 자신도 모르게 담배에 사랑을 갈구하는 것/걱정하지 마. 할 수 있단다. 염려하지 마. 할 수 있단다/도망가는 너희들의 뒷모습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였을까/어른들이 해주지 못했던 일 그건 바로 사랑일 거야…”
― 요즘도 화장실 앞에서 노래를 부릅니까.
“아이들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걸리면 거기에 가서 노래를 부르죠. 요새는 애들이 학교 이웃에 있는 국민은행 지점 쪽으로 가서 흡연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거기까지 가서 노래를 하죠. 혼내는 것보다 훨씬 나아요.”
― 실제 학생들이 금연하는 것 같은가요?
“일단 학교에서는 안 피워요. 현저하게 줄었어요. 어느 정도냐 하면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담뱃갑이 가끔만 보여요’ 할 정도로요. 저는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참는 것만도 대단하다고 봐요.”
― 노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는 어느 학교에 있었습니까.
“여기 아현산업정보학교에 있었죠. 그때는 교감이었고요. 전 여기가 너무 맞아요. 저는 3년제보다 1년제가 맞나 봐요. 비주류라 그런가 봅니다(웃음).”
― 4집까지 음반을 냈는데 실제 반응은 어땠습니까.
“1, 2집은 선생이 음반을 냈다고 하니까 이슈도 되고 재미있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정작 음악은 안 듣더라고요. 3집에 실린 ‘노타바코’와 ‘사랑하리오’가 음악적으로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3집 때는 제 음악을 들어주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푼수인 제가 볼 때 대중적 인기 가수가 된 거죠(웃음).”
20여 년 지켜온 푼수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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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말 탈을 써 보이는 방 교장. |
“의도적이기까지야 하겠습니까. 시대 흐름에 맞추자는 거죠. 하여튼 저는 좋아요. 그동안은 모든 게 교장 하면 행정적인 이미지가 많았잖아요. 저 같은 사람이 그런 이미지의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 다른 교장 선생님들이 너무 가볍다는 비판은 하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다들 좋아하세요. 다른 교장 선생님한테 제 상담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면 ‘아 그런 방법도 있었구나’ 해요. 그분들도 아이들을 위한 욕구가 있어요. 아이들하고 팔씨름이라도 하라고 알려주면 아주 고마워합니다. 팔씨름 같은 거는 공부와 상관없잖아요. 제가 그런 걸 한 3000개 개발해 놨어요.”
― 상담 방법을요?
“모험 놀이죠. 앉으면 그것만 생각해요. 모든 게 다 그걸로만 보여요. 아침에 제가 명상을 하는데 명상을 하다가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요. 특허 출원도 해놨습니다.”
― 네이버에 개설한 카페 ‘날라리 쌤과 함께하는 행복발전소’는 운영이 잘 됩니까.
“잘 된다기보다는 꾸준히 합니다. 회원이 4700명 정도입니다.”
― 선생님이 하고 있는 상담 프로그램을 교육부 차원에서 보급시키기 위한 움직임은 없습니까.
“아시다시피 뭐든지 제가 먼저 접근하면 가치가 하락되는 거 있잖아요. 제일 바람직한 게 힘들지만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거라고 봐요. 그런 움직임은 많아요. 제가 쓴 책을 교재 삼아 운영하는 공부 모임이 꽤 있습니다. 그분들이 원하면 주말을 이용해서 제가 직접 찾아가서 모험 상담에 대해 설명을 해줍니다. 아주 넓게 퍼져가고 있는 중입니다.”
― 너무 튄다는 이야기는 안 들어봤습니까.
“제가 튀는 편이죠.”
― 너무 튄다고 지적하는 동료들은 없는가를 물은 겁니다.
“다행인 게 제 캐릭터가 푼수 캐릭터라 봐주는 것 같아요. 선의로 봐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게 1, 2년이 아니고 20년이 됐잖아요. 캐릭터가 20년 굳어지니까 지금은 그런 걸 가지고 얘기하는 사람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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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방 교장과의 상담 과정에서 자신을 표현한 글과 그림. 학생들은 방 교장과의 상담에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드러낸다. |
“엄청 났죠. 진짜 평생 먹을 욕을 그때 다 먹었어요. 제가 여기 교감 시절에 설치했는데 그때도 발단은 상담이었어요. 상담을 하다 보니까 제일 힘들어하는 게 게임 하는 아이들이었어요. 그 아이들을 위해서 ‘학교에 아예 PC방을 만들어보자.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PC방을 만들자’고 했죠.”
― PC방 설치 반대 측 설득은 어떻게 했습니까.
“설득이라기보다는 그냥 밀고 나갔어요. 다행히 결과적으로 잘 됐죠. PC방을 만들고 게임학과를 개설하고 얼마 안 가서 프로게이머가 나오니까 다 수그러들었어요.”
― 지금도 프로팀이 있죠?
“그럼요. 5명이 팀을 구성해 각종 대회에 나가고 있죠. 이게 온라인이라 세계화가 용이해요. 얘들은 실력 있으면 중국 진출, 유럽 진출이 어렵지 않아요.”
― 혹시 어린 시절에 상담이 필요한 학생이었습니까.
“그 정도는 아니고 평범했어요.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그저 그런 학생.”
― 괴짜라는 소리 들어봤죠?
“저를 괴짜라고들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듣기 싫지 않아요. 제가 B급 괴짜거든요. B급 교장에 가수도 B급이죠. 비주류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한테 부담을 주거나 하는 존재는 아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