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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들여다보기

미국은 이란을 칠 것인가?

볼턴·애덜슨은 이란 공격 희망, 트럼프는 망설여

글 :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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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2003년 이라크 침공 전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했는데, 이번에는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배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 미국의 볼턴(Bolton),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Benjamin) 네타냐후,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Bin) 살만, 아부다비 왕세제 무함마드 빈(Bin) 자이드 알 나하얀이 對이란 압박 주역 ‘4B’
⊙ 볼턴, 北-이란 핵무기 커넥션 경고… 유대인 부호 애덜슨은 이란 사막에 핵무기 투하 주장

박현도
1966년생. 서강대 종교학과 졸업, 캐나다 맥길대학 이슬람학 석사 및 박사(수료), 이란 테헤란대학 이슬람학 박사 / 現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인문한국 연구교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동연구회전문위원, 종교평화국제사업단 영문 계간지 《Religion & Peace》 편집장 / 저서 《법으로 보는 이슬람과 중동》 《IS를 말한다》 등 공저 다수
지난 5월 10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금요기도회를 마치고 나온 시민들이 反美·反이스라엘 시위를 벌였다. 사진=뉴시스/AP
  이란을 겨누는 미국의 창끝이 급격히 날카로워지고 있다. 지난 5월 5일 지중해에 머물던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이 예정보다 앞당겨 중동(中東)으로 향했다. 루이지애나 기지에 있던 B-52 폭격전단도 5월 9일 카타르 우다이드 공군기지에 도착했으며, 5월 10일에는 수송상륙함 알링턴호가 원래 계획보다 앞당겨 페르시아만(灣) 지역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바레인·요르단·쿠웨이트·카타르·아랍에미리트에서 운용 중인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도 증강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말 그대로 긴장감이 숨 가쁘게 높아가고 있다.
 
  지난해 5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이란과 맺은 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라는 핵 협정을 일방적으로 깨고 나온 뒤 이란에 경제제재를 다시 부과했다. 그리고 급기야 지난 5월 3일에는 한국·일본·중국·터키·인도가 더 이상 이란산(産) 원유(原油)를 수입할 수 없도록 제재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았다. 이란의 원유 수출을 완전히 틀어막아 숨통을 조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미국의 압박, 이란의 반격
 
  미국이 핵 협정을 박차고 나가도, 석유 수출 길을 막아도, 이란은 예상과 달리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전략적 인내’ 정책을 취해온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일방적인 핵 협정 탈퇴 1년이 되는 지난 5월 8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대(對)국민 생방송 연설에서 “미국을 제외한 핵 협정 당사국 4개국에 향후 60일간 이란의 금융과 원유수출 제재를 푸는 데 협력하지 않으면 JCPOA 일부 조항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핵 협정에 따르면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3.67%까지만 할 수 있고, 최대 300kg만 보유할 수 있다. 또 플루토늄 생산에 쓰이는 중수 생산도 130t까지만 가능하다. 제한량 이상의 우라늄과 중수(重水)는 러시아와 오만에 반출하여야 하고, 분기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를 감시한다. 그런데 두 달 안에 제재를 풀지 않으면 우라늄을 제한 이상으로 고농축하고 아락(Arak) 소재 중수공장을 현대화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이란은 미국과 달리 협정을 한번에 급격히 탈퇴하지 않고 조금씩 조건을 걸어 경제제재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세운 듯하다. 미국과 서유럽국(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 간의 상호 간극을 벌려 이란에 유리한 합의를 만들어내려는 전략이다.
 
  이란의 반격에 맞춰 미국은 군사자산을 페르시아만으로 집결하는 전략을 취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이 한몫 단단히 했다. 이란이 선박으로 탄도미사일을 옮겨 중동 내 미군을 공격하려 한다는 첩보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미국에 알려주었다는 후문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군사력 증강은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만 할 뿐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미국이나 동맹에 대한 공격은 무자비한 힘으로 막을 것”이라고 하면서 “이란 정권과 전쟁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대리세력, 이슬람혁명수비대, 또는 이란 정규군의 어떠한 공격도 막을 준비가 완전하게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군사력 배치에 대해 “이미 전부터 준비해온 것”이라고 하면서 ‘헤즈볼라’ 같은 제3자가 미군을 공격해도 이란 정권에 직접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전과 데자뷔?
 
  전반적인 형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 정상(頂上)회담을 하기 직전까지 미북(美北) 간 긴장이 최고조로 고조되어 가던 때와 유사하다. 다만 이란은 북한과는 달리 상당히 놀라울 정도의 참을성을 발휘하면서 상황을 관리해왔다는 것이 눈에 띄게 다르다. 전략적 인내를 거두고 핵 활동 재개 신호를 보내긴 했지만, 조건을 내걸고 상황을 두고 보겠다는 신중함을 잃지 않고 있다. 물론 이란이 유약한 모습만을 보인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이 혁명수비대를 테러집단 명단에 올리자 이에 맞서 미군을 테러집단으로 지정하며 맞불을 놓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은 북한과 달리 지나친 맞대응은 삼가며 가능한 한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평소 ‘미국을 대하는 최선의 방법은 강하게 맞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온 이란이 미국의 일방적인 공세에도 흥분하지 않고 신중함을 유지하는 것은 외교적 해법을 최선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자칫 의도하지 않은 실수 때문에 군사력이 움직일 경우 이란이 처참한 전장(戰場)이 될 가능성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미군의 움직임을 2003년 이라크전과 비교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 침공 전에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고 했는데, 16년이 지나 이번에는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배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하는 것이 그냥 흘려듣기에는 의미심장하다는 말이다. 더욱이 미국은 지난 수년 동안 “이란이 미사일을 배에 실어 예멘 반군에 공급해왔다”고 말해왔는데, 갑자기 이러한 일이 어떻게 미군에 새로운 위협이 되는지 의아하다는 것이다.
 
 
  이란 압박 주역 ‘4B’
 
미국의 反이란정책을 조장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뉴시스/AP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해군력 동원, 이란 위협 대응이라는 일련의 미군의 움직임을 ‘B팀’의 모사라고 본다. 볼턴(Bolton),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Benjamin) 네타냐후,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Bin) 살만, 아랍에미리트(UAE)아부다비 왕세제 무함마드 빈(Bin) 자이드 알 나하얀이 바로 이름에 B가 들어간 네 명의 B팀이다. 자리프는 트럼프가 아니라 이들 B팀이 이란과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또 미국과 친미(親美) 국가가 안전하지 않은 것은 이란 때문이 아니라 이란을 싫어하는 이들 넷을 역내 국민이 증오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란을 탓해봐야 이러한 사실을 뒤집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B팀의 파괴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볼턴이 문제다. 그를 현재 미국의 대이란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자리에 밀어 넣은 것으로 알려진 셸던 애덜슨에 주목해야 한다(《월간조선》 5월호 ‘트럼프가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한 이유’ 참고). 자리프의 말마따나 트럼프는 전쟁을 원하지 않을지 몰라도 볼턴과 애덜슨은 대통령과 다르다. 이들은 이란은 핵개발을 할 것이고, 이를 막는 방법은 군사적 타격밖에는 없다고 굳건히 믿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철시키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왼쪽) 아부다비 왕세제와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은 미국의 중동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4B’의 일원으로 꼽힌다. 사진=UAE공보부
  2015년 볼턴은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협상하지 않을 것임은 피할 수 없는 결론이다. 이란이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무기생산체제를 건설하지 못하도록 제재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설계하고 건설한 사담 후세인의 오시락(Osirak) 원자로나 시리아 원자로를 1981년과 2007년 이스라엘이 공격한 것처럼 군사적 행동을 취해야만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시간이 너무 없지만, 타격은 여전히 성공할 수 있다.”
 
 
  볼턴, 北-이란 핵 커넥션 우려
 
볼턴의 후원자이자 對이란 강경론자인 유대인 부호 애덜슨. 사진=셔터스톡
  우리에게는 꽤나 거북하고 불편한 일이지만, 볼턴은 북한이 중동의 핵개발에 밀접하게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백악관으로 들어가기 직전인 2017년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이란 반정부 단체 연례모임 연설에서는 북한과 이란의 핵 거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란은) 북한과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 협력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이란이 핵 협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별 상관이 없다. 북한은 핵무기를 소형화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하여 미국을 때릴 수 있는 위험한 지점에 이미 가까워지고 있다. 북한이 그러한 능력을 갖추면 다음 날 바로 테헤란은 돈으로 살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핵확산이고, 이것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한관이 테헤란을 보는 시각과 유사한 이유다.”
 
  북한과 이란이 핵개발 쌍둥이임을 강조하고 “이란의 핵개발을 무력으로 막아야 한다”는 지론을 펴는 볼턴을 백악관에 꽂아 넣은 인물은 애덜슨이다. 미국 카지노 산업 재벌로 이스라엘 우파의 든든한 후원자인 그는 핵공격을 해서라도 이란의 핵 야심을 저지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인물이다. 2013년 뉴욕 예시바대학에서 오바마의 대화 정책을 비난하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무엇을 협상한다는 말인가? 나는 이렇게 말할 거다.
 
  ‘내 말 들어 봐. 너희에게 사막이 있잖아. 내가 뭔가 보여줄게.’… 휴대전화기를 들고 네브래스카 어딘가에 전화를 해서 ‘하자’라고 말한다. 거기에 핵폭탄이 있어, 탄도미사일에 올려서 사막 한가운데에 떨어뜨려. 아무도 다치지 않아. 방울뱀이나 전갈 뭐 그런 것들이 있을 뿐이야. 그러고 나서 말하는 거지.
 
  ‘다음은 테헤란 한복판이야. 이게 바로 비즈니스지. 너희 사라지고 싶어? 그럼 뻣뻣하게 계속 핵개발 해봐. 평화롭게 살고 싶어? 그럼 다 뒤집어. 너희가 원하는 전기에너지용 핵발전소를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해줄게.’”
 
  이란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먼저 위협용으로 아무도 다칠 가능성이 없는 이란의 사막에 핵무기를 사용한 후 다음에는 테헤란에 쏘겠다고 위협하여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자는 말이다. ‘말도 안 된다’고 모두가 귀담아듣지도 않은 말을 한 애덜슨이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정책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란의 핵 야심을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것이 애덜슨의 믿음이다.
 
  이란 핵 시설 타격을 원하는 볼턴과 핵무기를 사막과 수도에 떨어뜨려서라도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는 믿음을 지닌 애덜슨은 환상의 짝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란의 숨통을 조이려는 애덜슨의 활약은 볼턴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2017년 10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 협상을 불인정하면서 이란이 핵개발과 중동 내 불안 조장을 중지시킬 해결책을 의회, 동맹국과 함께 찾지 못할 경우 대통령 자신이 “언제라도 협정을 취소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두를 놀라게 한 이 발언은 연설문 원안에는 없던 것이었는데, 바로 전날 애덜슨의 라스베이거스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던 볼턴에게서 나왔다는 후문이다.
 
 
  “볼턴은 우리를 전쟁으로 끌고 들어갈 것”
 
북한·이란에 대해 강경론을 주장하는 볼턴 美 국가안보보좌관. 사진=뉴시스/AP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이 호전적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하기 전, 트럼프는 맥매스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볼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 말미에 트럼프는 맥매스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볼턴은 당신처럼 매파야. 우리를 전쟁으로 끌고 들어갈 거야.”
 
  이란이 행동을 바꾸도록 유도했던 것이 오바마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이었다면, 볼턴이 세 명의 B와 함께 유도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은 정권을 바꾸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정권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외부의 압박이 강하면 강할수록 이란 내부의 강경론자들이 더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반정부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도 국가적 위기 앞에서는 주춤거리는 경향이 크다.
 
  더욱이 볼턴・줄리아니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물들이 미는 반정부 단체는 이란인 대다수가 혐오하는 ‘무자헤딘 헐크(MEK·Mojahedin-e Khalq)’다. 이슬람과 사회주의를 혼합한 종교와 같은 폭력단체로, 2012년까지 미국 정부가 테러단체로 지정했던 조직이다. 현재 이란국민저항위원회(NCRI)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단체의 2017년 연례 모임에서 볼턴은 “2019년 모임을 테헤란에서 갖자”고 하여 청중의 환호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볼턴이 약속한 이슬람혁명 40주년 전 이란 체제 붕괴는 이미 석 달이나 지났다.
 
  무자헤딘 헐크는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사담 후세인의 편을 들어 수천명 이상의 이란인을 죽인 단체다. 이런 단체를 제아무리 현 이슬람체제 정부가 싫다 하더라도 이란 사람들이 대안(代案)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이들은 미국인을 죽이고 암살을 시도한 전력(前歷)을 가지고 있다. 누구보다도 폭력적인 이들이 테러단체 명단에서 빠진 것은 출처 불분명한 자금으로 미국 유력인들에게 지속적으로 로비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이란국민저항위원회는 많은 돈을 주어 유력 인사들을 연사로 활용하고, 정치후원금도 듬뿍 기부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유명한 이란 전문가는 “이 단체와 연계된 사람은 청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트럼프, 전쟁 원치 않아
 
  볼턴의 호전적인 행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발을 맞추고 있지 않다. 경제・군사적으로 이란에 강력한 위협을 가하지만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2017년 이란 측에 따르면 무려 8차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은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남을 시도했다고 한다.
 
  지난 5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자신에게 전화를 주길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주이란 스위스대사관에 자신의 번호를 남겨두었으니 언제라도 연락하라’는 말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스위스는 이란 측이 요구하기 전까지는 먼저 전화번호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미국 측이 내 전화번호를 알고 있으니 먼저 전화를 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화 분위기가 쉽게 조성될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자리프 외무장관이 지난 4월 밝힌 대로 이란과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는 점만은 확실해 보인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제의한 것은 진심”이라고 부연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물러난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목소리는 볼턴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중평이다. 매파인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을 전쟁의 불구덩이로 인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이 진정 이란과 전쟁을 하고자 한다면, 먼저 레바논의 헤즈볼라나 시리아의 이란 혁명수비대를 제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란을 타격할 시 후방에서 미군과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재선(再選)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그토록 싫어하는 ‘돈 많이 드는 전쟁’은 당연히 안 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내 휘발유 값이 ‘유가(油價) 천장’이라고 하는 1갤런(3.78리터)에 3달러를 넘으면 재선이 어렵다는 것이 중평이다. 이란과 전쟁을 하면 하루 평균 원유 물동량이 1800만인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유가를 지옥으로 인도할 것이다. 하루 16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리비아가 2011년 혼돈에 빠졌을 때 우리나라 휘발유가가 2000원을 넘었다. 그보다 10배가 넘는 원유 길이 막힌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트럼프, “이란은 나에게 전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을 바라는가? 이란이 자신과 다시 제대로 된 협정을 맺길 원한다.
 
  “그들은 나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 함께 앉아서 우리는 공정한 협상을 할 수 있다.… 이란을 다치게 하길 원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강하고 위대하기 바라고, 훌륭한 경제를 갖길 원한다. 나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그들과 대화에 나설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다. 이쯤 되면 “볼턴은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親書)를 보내는 것을 가장 두려워할 것이다”는 농담이 실감 난다. 친서라도 받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대화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이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볼턴이 차단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어쩌면 이란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위협용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이유도 B팀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의욕이 없다고 평가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인가! 그가 어떤 결정을 할는지는 정말이지 오로지 신(神)만이 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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