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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리아 철수로 궁지 몰린 쿠르드족

글 : 박현도  명지대 중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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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르드족, 터키(약 1500만명) 시리아(약 200만명) 이라크(약 500만명) 이란(약 800만명) 등 4개국에 흩어져 살아
⊙ 터키, 시리아내전에서 활약한 쿠르드 민병대 YPG를 테러집단으로 간주… ISIS 관련 폭력조직과 손잡고 있다는 관측도 있어
⊙ 非무슬림 쿠르드족인 야지디인, 시리아정교 기독교인들도 미군 철수와 ISIS 복귀 후 학살 일어날까 우려

박현도
1966년생. 서강대 종교학과 졸업, 캐나다 맥길대 이슬람학 석사 및 박사(수료), 이란 테헤란대 이슬람학 박사 / 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인문한국 연구교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동연구회전문위원, 종교평화국제사업단 영문계간지 《Religion & Peace》 편집장 / 저서 《법으로 보는 이슬람과 중동》 《IS를 말한다》 등 공저 다수
이라크의 쿠르드 자치정부(KRG)는 2017년 9월 분리독립 투표를 실시,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냈으나, 이라크 중앙정부와 주변국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사진=AF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9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아이시스(ISIS·우리 언론은 IS로 표기하고 있음)에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었으니 이제 위대한 젊은이들을 집으로 돌아오게 할 때(After historic victories against ISIS, it’s time to bring our great young people home!)”라고 쓰며 시리아 주둔 미군철수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ISIS가 시리아에 미군을 주둔시킨 유일한 이유였는데, 시리아에서 이들을 무찔렀으니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다(We have defeated ISIS in Syria, my only reason for being there during the Trump Presidency)는 것이 철군의 변(辯)이다.
 
  실익 없는 전쟁에 국력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것이 대선(大選) 후보 때부터 누누이 공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지론(持論)이었다. 그러나 시리아 철군(撤軍)은 너무나도 갑작스런 결정인 데다가 미군을 도와 ISIS 격퇴에 혁혁한 공을 세운 쿠르드군을 저버리고 가는 것이라 파장이 크다. 끝까지 적을 물고 늘어지기에 ‘미친개’,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수도승 전사(戰士)’라는 별명을 지닌 군인 중의 군인 출신 매티스 국방장관은 대통령의 결정에 반기(反旗)를 들었고, 결국 사표를 냈다.
 
  미국 정계와 여론은 “성급하고도 무모한 결정”이라는 비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쏟아부었다. 철군이 미국 동맹국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적에 이로우며, 궁극적으로 미국의 국제신뢰도에 치명상을 입혀 향후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지도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우리 국방부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최고의 활약을 보여줍니다. 국가를 향한 믿음을 강건히 하고 동맹과 함께 굳건히 적에 맞섭시다”라는 매티스 장관의 고별인사는 시리아 철군이 미군과 함께 싸우는 우군(友軍)과 동맹에게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듯하다. 부정적인 여론에 주춤한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한 발 물러서서 점진적 철군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 당장 미군을 빼면 위험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즉각 철군에서 최소 한 달은 넘어 4개월 정도는 걸려야 미군이 시리아에서 귀환할 것 같다.
 
  사실 미군 주둔이나 철군은 주판알을 튕겨 손익(損益)을 따져 손쉽게 결정해서 감행할 성격의 문제만은 아니다. 미국이 그저 그런 강국이라면 손익을 따져 철군하는 것을 주변에서 그다지 심각하게 보지 않을 수 있겠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자유세계를 이끌어 온 국가이기에 미국과 함께해 온 나라들이 철군에 당황하고 놀랄 수밖에 없다. ‘미국이 아니면 이제 누가 자유세계의 맏형으로 자유와 민주와 인권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두려움이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시리아 전장(戰場)에서 목숨을 걸고 미군과 함께 싸운 쿠르드인들의 좌절감은 그 누구보다 더 깊다.
 
 
  국제전으로 둔갑한 시리아내전
 
3000만명에 달하는 쿠르드족은 터키·이라크·이란·시리아 등에 흩어져 살고 있다.
  2011년 3월 이른바 ‘아랍의 봄’ 훈풍이 튀니지·이집트·예멘·리비아를 거쳐 불어오면서 시리아에도 민주화 바람이 불었다. 민주화 요구는 시위를 넘어 내전(內戰)으로 번졌다. 표면상으로는 권위주의 독재정권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의 투쟁인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를 혼내 주려는 에르도안의 터키, 아사드가 취하고 있는 친(親)이란 정책에 종지부를 찍어 이란의 영향력을 제거하려는 미국과 친미(親美) 걸프왕정, 아사드를 사수하여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계속 지원하려는 이란, 지중해 연안 유일의 해군기지인 시리아의 타르투스를 지키려는 러시아가 뛰어든 국제전이 바로 시리아 내전이다. 단순히 독재정권과 민주화 세력의 싸움이었다면 쉽게 끝날 수 있겠지만, 시리아를 둘러싸고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어 무려 7년 넘게 살육전이 지속되었다. 설상가상으로 혼란의 틈을 타 알카에다, ISIS 같은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이 활개를 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오바마 행정부는 내전 초반부터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한 반면, 러시아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내전에 뛰어들었다. 그 때문에 사실상 시리아 내전의 최종 승자는 50만명에 달하는 자국민(自國民)을 죽인 바샤르 알 아사드와 그를 후원한 러시아와 이란이 됐다. 특히 러시아는 무슨 일을 해도 타국(他國) 정부의 내정(內政)에는 간섭하지 않고 국익(國益)에 부합하면 확실히 밀어 준다는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미국처럼 인권(人權)이나 민주주의를 가르치려 하지 않으니 권위주의 독재정권에 이보다 더 이상적(理想的)인 동반자이자 후원자가 세상 어디에 또 있겠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철수시키려는 미군은 현재 시리아 북부 쿠르드 지역에 주둔하고 있다. 이곳은 터키와 국경을 맞댄 곳이다. 쿠르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함께 국가를 이루지 못한 중동(中東)의 대표적인 민족이다. 종교는 순니파 이슬람이 압도적인 다수(多數)다. 주변 아랍과 터키의 순니 무슬림들이 주로 하나피 법학파를 따르는 것과 달리 쿠르드 순니는 샤피이 법학파를 추종한다. 언어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쿠르드어로 이란어와 가깝다. 이들은 국가를 이루지 못한 채 대다수가 무슬림 국가인 터키(약 1500만명), 시리아(약 200만명), 이라크(약 500만명), 이란(약 800만명) 등 4개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쿠르드인 수는 약 3000만명에 달한다.
 
 
  무산된 독립시도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한 이래 전 세계 무슬림들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분노하고 일치된 아랍 내지 무슬림의 힘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강조해 왔지만, 같은 무슬림인 쿠르드인들의 자치독립 요구에는 귀를 닫고 눈을 감은 채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1988년 3월 16일 할랍자에서 독가스로 단 5분 만에 최소 3000명에 달하는 쿠르드인의 목숨을 앗아 갔을 때에도 모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닫았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오스만제국이 무너지면서 서구(西歐) 열강은 1920년 세브르조약에서 쿠르드 독립을 약속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1922년 오스만제정(帝政)을 폐지한 케말 아타튀르크의 터키정부는 이 조약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힘찬 투쟁을 벌였다. 결국 터키는 1923년 7월 세브르조약을 폐기하고 서구열강과 로잔조약을 새로 맺었다. 그 결과 쿠르드인들은 지금처럼 4개국 속민(屬民)으로 각기 편입되었다.
 
  1941년 이란 북부로 진출한 소련은 이곳을 소련령(領)으로 귀속시키고자 쿠르드 민족주의를 은밀히 후원했다. 이에 쿠르드인들은 1946년 1월 22일 이란 북부에 마하바드공화국을 세웠지만, 소련군이 물러나면서 그해 12월 15일 독립의 꿈을 접어야했다. 마하바드공화국은 근대 들어 아주 짧게나마 들어섰던 유일한 쿠르드 국가였다.
 
  2003년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면서 오랫동안 박해를 받았던 이라크 쿠르드인들에게 서광이 비쳤다. 우리 국군 자이툰부대가 주둔했던 아르빌을 수도로 한 쿠르드지역정부가 들어섰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래 쿠르드인들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IS와 치열하게 싸우면서 수많은 희생자를 냈다. 이들이 악전고투하면서 끝까지 싸운 이유도 바로 독립국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이라크에서 ISIS 세력 소멸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직전인 2017년 9월, 바르자니 대통령이 이끄는 이라크의 쿠르드지역정부는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립투표를 강행하였다. 내부 정치적 계산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ISIS 격퇴에 공을 세우면 미국이 독립을 지원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지니고 있었는데, 더 늦으면 그 공을 인정받지 못할 것 같아 서두른 측면이 있다. 투표는 92.7%라는 압도적인 찬성률을 기록하였다. 그러나 이라크정부도, 이웃 이란·터키도 쌍심지를 켜고 독립불가를 외치며 무력(武力)시위를 벌였다. 그 결과 쿠르드지역정부는 오히려 키르쿠크를 정부군에 빼앗겼고, 더 이상의 충돌을 피하고자 독립투표 결과를 동결하였다. 바르자니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쿠르드 민병대 YPG
 
2016년 10월 ISIS가 점령 중인 모술 탈환 작전을 준비하는 쿠르드 자치정부 민병대(페슈메르가) 대원들. ISIS가 소탕되어 가는 지금 쿠르드족은 ‘토사구팽’ 신세가 되어 가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이처럼 그나마 가장 안정적인 자치정부를 꾸리고 있던 이라크 쿠르드족이 시도한 독립투표에서 볼 수 있듯 쿠르드의 독립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쿠르드인들이 집중 거주하고 있는 4개국 중 어느 한 곳에서라도 쿠르드인들이 독립을 성취한다면 주변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많은 쿠르드인들이 살고 있는 터키의 적대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깊다. 세속주의를 표방한 아타튀르크 시대부터 쿠르드인들은 민족적 독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산악지대 터키인’으로 분류되었다. 터키는 ‘국민통합과 영토보전’을 위협하는 어떠한 행동도 불법으로 명시한 1982년 헌법에 따라 쿠르드족의 인권을 억압하였다.
 
  이에 1978년에 결성된 쿠르드노동당(PKK)은 1984년부터 터키정부를 상대로 본격적인 무장 독립투쟁에 들어갔다. 1999년 PKK 지도자 오잘란이 체포되면서 양측이 휴전(休戰)상태를 유지하다가 2004년 다시 항쟁이 시작되었다. 2013년부터 약 2년간 평화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2015년 다시 쿠르드와 터키정부군 간 전투가 재발하여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터키정부는 PKK를 불법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터키는 미군을 도와 ISIS를 격퇴한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 민병대 민중수호대(YPG)를 PKK와 연계된 무장단체로 간주한다.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군 철수 계획이 발표된 직후 미군이 떠날 만비즈를 공격하기 위하여 터키군을 집결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2004년 발족한 YPG는 시리아 북부 지역 쿠르드인들이 2003년에 만든 민주통일당(PYD)의 민병대 조직이다. YPG는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직후부터 활동영역을 넓히기 시작하였고, 미국의 요청으로 2015년에는 쿠르드인뿐 아니라 아랍인을 포함한 시리아민주군(SDF)을 결성하여 ISIS의 수도 라까를 함락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YPG, 적이던 시리아군에게 도움 요청
 
2018년 1월 터키군은 시리아 내 쿠르드족 거주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YPG 민병대를 공격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터키가 의심하는 대로 YPG의 모체인 PYD가 PKK와 연계된 조직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PKK 창시자 오잘란의 사진이 YPG가 통제하는 지역 곳곳에 걸려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잘란은 1999년 터키 당국에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았는데, 2002년 사형제가 폐지되면서 종신형으로 감형되어 현재 수감 중이나, 면회가 금지된 상태다. 터키가 오잘란과 PKK를 보는 입장은 미국이 오사마 빈라덴과 알카에다를 대하는 태도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터키 당국이 오잘란을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PYD를 PKK와 다른 별도의 조직으로 보는 것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이제 미군이 철수하면 시리아 북부에서 미군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ISIS 퇴치에 혁혁한 공을 세운 YPG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군 철수 계획이 나오자마자 YPG는 자신들이 몰아낸 시리아정부군에 도움을 청하고 나섰다. 사실 이들은 시리아정부군과 싸워서 시리아 북부 쿠르드 지역에서 몰아냈다기보다는 시리아정부에 자신들의 지역에 접근하지 말라고 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하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간에 터키군의 위협에 맞서 적으로 간주하였던 시리아정부군에 손을 내민 것을 보면 시리아 쿠르드인들의 절박한 위기감을 엿볼 수 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군이 떠난 자리를 메울 터키가 쿠르드인들을 ‘학살(slaughter)’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터키 외교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미군의 후원을 받는 YPG 민병대를 시리아 쿠르드인과 동일시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터키는 반드시 YPG를 손보겠다는 의지를 내보인다. 사실 그동안 터키의 가장 큰 불만은 미국이 PKK를 테러조직으로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이와 연계된 YPG를 시리아 전장에서 후원할 뿐 아니라 이들과 힘을 합쳐 함께 싸우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제 미군이 철군하고 그 빈자리를 터키에 넘기겠다고 하니 터키로서는 YPG를 소탕할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ISIS 복귀 두려워하는 야지디인
 
SNS에는 야지디족 소녀 노예 판매 광고가 버젓이 올라와 있다.
  시리아 북부 쿠르드 지역에는 이라크에서 ISIS에 학살, 강간당하고 노예가 되어 팔려 갔던 비극의 주인공 야지디(Yazidi/Yezidi)인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쿠르드족이지만 비(非)무슬림이다. 쿠르드 사람들끼리는 문제가 없지만, 시리아 쿠르드 지역을 터키가 밀고 들어오면 ISIS가 다시 살아나 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시간문제다. 극단주의자들은 야지디를 사탄 숭배자들이라고 저주한다. 야지디 소녀와 여성들은 노예로 팔려 나갔다. 199명이 가입한 한 SNS 그룹 단톡방에는 야지디 여성 노예매매가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한 광고에는 11살 여자 아이의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이 문구가 적혀 있다. “여성노예, 11살, 처녀, 예쁨, 하녀, 가격은 9000달러부터, 머리카락이 짧음.”
 
  네덜란드의 ‘자유야지디재단(Free Yezidi Foundation)’은 ISIS를 완전히 소탕하기 전에 미군이 철수하면 ISIS가 다시 돌아올 것이고, YPG가 주축이 된 시리아민주군을 터키가 공격하면 ISIS의 재부상은 더욱 쉬울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철수 계획이 가져올 결과를 염려한다.
 
  실제로 터키군이 2018년 초 YPG로부터 시리아 북부 쿠르드 지역인 아프린을 빼앗자 쿠르드 주민들이 ISIS로부터 참변을 당하였다. 재단은 미국정부가 철군을 최대한 늦추고 ISIS 거점을 계속 공습하며, 터키가 공군력을 쓸 수 없도록 시리아 북부 지역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시리아정교 기독교인들도 터키 우려
 
  미군 철수가 가져올 재앙을 쿠르드인들만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시리아 북부지역에 사는 시리아정교(正敎) 그리스도인들 또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들은 예수가 썼던 아람(Aram)어의 시리아 지역 방언인 시리아어(Syriac)를 교회전례 언어로 사용하면서 예수가 한 말 그대로 ‘주기도문’을 낭송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들 소수 그리스도인들은 100여 년 전 오스만제국이 아르메니아 그리스도인들을 학살할 때 이를 피해 시리아 북부로 이주한 이들의 후손이다. 이들은 사선(死線)을 넘어 온 조상들이 이야기하였던 학살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학살의 주역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이 바로 자신들의 조상을 괴롭혔던 터키라고 하면서 재현될지도 모를 비극적인 역사를 개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시리아정교 그리스도인들은 한목소리로 1월 3일 “침략자 터키가 시리아정교 그리스도인들로부터 그리스도교와 신앙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빼앗아 가는 것을 막아 달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들은 터키가 시리아 북부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을 몰살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ISIS 잔당 소탕을 터키에 맡기고 나가려고 하지만, 터키는 쿠르드 지역인 아프린을 접수할 당시 주민들을 약탈하고 살해하는 것을 일삼는 무장 세력과 연대해 싸웠고, 이들 무장 세력에는 과거 ISIS에 가담하였던 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터키가 자기들이 공략할 지역에 ISIS를 선발대처럼 먼저 보내어 전열(戰列)을 흐트러뜨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자유의 버팀목이 사라질 때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다소 바꾸어 즉각 철군이 점진적 철군으로 바뀌긴 하였지만, 언제 다시 상황이 돌변할는지 모른다.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없는 쿠르드인들은 강대국의 입맛에 따라 휘둘릴 수밖에 없다.
 
  자유세계의 큰 나무가 되어 주었던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면서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설 땅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독재정권이 주민들을 고문하고 학살해도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줄기차게 국익만 앞세우며 인권개념이 없는 동토(凍土)의 제국들이 힘을 쓰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인지를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외교정책 변화 때문에 새삼 실감한다.
 
  자유세계의 버팀목이 사라지는 무서운 현실 앞에서 과연 쿠르드인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이들이 마주한 비참한 현실이 우리나라가 처한 안보 위협과 중첩되어 등골이 더욱 오싹하다. 자유세계가 건재하길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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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atar2022wc    (2019-01-29) 찬성 : 0   반대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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