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시장에 부는 ‘권은희 남편 배우기 열풍’
⊙ 30~50% 가격에 ‘유치권’으로 엉킨 상가 15채 확보
⊙ 골치 아픈 유치권 상가 찾아 싸게 NPL 구입
⊙ 경매 전문가, “남씨는 NPL의 선구자”
⊙ ‘법인’은 세테크(稅tech) 전략인 듯
⊙ 30~50% 가격에 ‘유치권’으로 엉킨 상가 15채 확보
⊙ 골치 아픈 유치권 상가 찾아 싸게 NPL 구입
⊙ 경매 전문가, “남씨는 NPL의 선구자”
⊙ ‘법인’은 세테크(稅tech) 전략인 듯
“부동산 지식을 넓혀 준 권은희 남편에게 감사해요.”
지난 8월 22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근처 소모임 카페에서 열린 ‘권은희 남편의 부동산 투자방법’ 재테크(財tech) 강연회에 10여 명이 모였다. 강연회는 최근 인터넷 팟케스트(Pod cast·인터넷 방송)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경매 전문 강사가 마련했다.
재테크 강연회에서 강사는 권은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남편 남○○씨가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상가 15개를 구입한 방법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NPL(Non Performing Loan·부실채권), 채권실투자 비용 등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용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강의를 모두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남씨는 상가 구입에 다양한 부동산 기법을 동원했다. 그 기법이 화려해 남씨의 부동산 이력을 추적하면, 훌륭한 부동산 교과서가 될 정도라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 부동산 경매 학원가에서는 “부동산 재테크에 대한 관심을 늘려 준 권 의원 남편 남씨에게 감사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남씨의 투자기법이 “내 돈 들이지 않고, 은행 대출만으로 상가 15채를 구입했으며, 위험부담도 없었다”고 알려지면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강연회에서 부동산으로 큰 손해를 봐서 경매로 재기하겠다는 사람, 부동산으로 부자가 되겠다는 논술강사, 내 집 마련의 꿈을 경매로 이루겠다는 신혼부부,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대기업 법무팀 직원 등이 끊임없이 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주요 관심은 어떻게 남씨가 ‘헐값으로 상가 15채를 특별한 재산 없이 구입할 수 있었는가’에 집중됐다.
골치 아픈 유치권 상가 찾아 싸게 NPL 구입
강사는 남씨가 상가 15채를 ‘은행 대출로 구입한 노하우’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노하우’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만큼 복잡하다는 얘기다. 특히 NPL이 그렇다. 쉽게 설명해 10만원짜리 구두를 사기 위해 미리 구두 상품권 가게에 가서 10만원짜리 상품권을 7만원에 산 이후에 구두가게에 가서 10만원 상품권을 제시하고 구두를 살 경우, 7만원에 10만원짜리 구두를 산 셈인것과 같다. 이를 부동산 시장에 적용하면 이렇다.
① 경매 시장에 나온 ‘유치권’(留置權·빌려준 돈을 받을 때까지 다른 사람의 물건을 맡아 둘 수 있는 권리)이 걸린 골치 아픈 상가를 찾는다. 당연히 해당 상가의 경매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경매에 나서는 사람도 없다.
② 해당 상가를 경매에 내놓은 은행을 찾아서 경매를 통해 배당 받을 권리를 싸게 산다. 은행은 유치권 등의 문제로 끝없이 떨어져 대출금의 절반도 회수 못할 위험이 있는 골치 아픈 대출을 손해 보고 처리한다. 은행은 이러한 골치 아픈 채권을 NPL이라고 부른다.
③ 만일 경매 시장에서 자신이 구입한 NPL 가격보다 높게 해당 건물이 팔린다면 그만큼 이익이다. 자신이 구입한 가격보다 낮게 팔리면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직접 경매에 나설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미 원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NPL을 구입했으므로, 그만큼 저렴하게 해당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다.
결국 남씨의 재테크 비법은 골치 아프게 유치권으로 얽힌 건물을 찾아 NPL을 은행으로부터 싸게 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골치 아픈 유치권을 어떻게 푸느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남씨의 부동산 이력(履歷)을 추적했다.
분양 시장의 늪 ‘유치권’
부동산 경매 시장에 이런 농담이 있다. 유치권과 관련한 내용으로, 이렇다.
복잡하게 유치권이 엉킨 부동산을 경매로 낙찰(落札)받는 사람은 3종류이다. ①꾼이거나 ②이미 해결을 했거나 ③바보이다.
이렇듯 유치권은 한번 빠지면 발을 빼기 힘든 부동산 시장의 ‘늪’이다. 남씨가 소유권을 확보한 상가는 ①유치권이 복잡하게 엉켜 있어 ②유치권 문제로, 남씨를 제외하고는 경매 등에서 구입을 망설이는 물건이었다. 해당 물건은 유치권 때문에 낙찰가격이 감정평가액의 30~50%로 낮았다. 즉, 싸게 살 수 있었다. 반면 은행으로부터는 감정평가 가격과, 자신의 낙찰가격을 근거로 높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방식을 통해 경매 등으로 구입한 상가 대금의 거의 대부분을 은행대출로 마련할 수 있었다.
유치권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건물
2011년 7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남씨가 차례로 소유권을 확보한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5○○ 소재 D빌딩과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9○-○ P빌딩은 유치권으로 복잡하게 엉켜 있던 빌딩이다. 부동산경매 정보사이트 굿옥션을 통해 남씨에게 넘어갈 당시 해당 건물 경매 정보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5○○ 소재 D빌딩
- 기타사항
솔○○○○○, 오○공조, ○○건축사사무소에서 본건 전체에 대하여 유치권을 주장하며 유치권 내역서를 각 제출.
- 주의사항
유치권 신고 있음. 2011년 4월 28일 자 이 사건 건물 2,3,4,5,7층 전부에 대하여 주식회사 합○건설로부터 공사대금 281,988,000원의 유치권 신고 있으나 그 성립 여부는 불분명함. 제이○○○○로부터 공사대금 62,000,000원에 대하여 유치권 신고가 있으나 유치권 성립 여지 불분명함. 근저당권자 김○○, 조○○, 고○○으로부터 2011년 5월 8일 이 사건 건물 모두에 대하여 유치권 배제 신청 있음.
*화성시 반송동 9○-○ P빌딩
-부대조건
말소되지 않은 예고등기가 존재하오니 사전 확인 후 입찰 바람. 52개 전체 호수에 대한 유치권 신고(15,066,458,342원 ○○주택, 건물도급 공사대금 채권) 있음.
-주의사항
유치권 신고 있음. 2012년 1월 4일 자 ○○주택의 공사대금 채권의 유치권 신고 있으나 그 성립 여부는 불분명함.
헐값에 단독 입찰해 낙찰
유치권이 복잡하게, 그것도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애매한 상태로 엉켜있으니 경매로 물건이 나와도 사람들이 구입에 나서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남씨는 이런 상황을 노렸다.
남씨가 2011년 7월 경매를 통해, 소유권을 확보한 청주시 D빌딩 701호의 경매 내역(다음 쪽 참조)을 보면, 유치권이 경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경매는 처음 감정가격으로부터 시작해 최저매각가격을 보통 한 달 간격으로 가격을 20%포인트씩 꾸준히 내린다. 각각의 입찰에서 최저매각가격 이상으로 가격을 쓴 사람 가운데, 최고액으로 입찰한 사람이 해당 부동산을 가져가게 된다. 남씨가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는 법인 스마트에듀는 2011년 6월 단독 입찰을 통해, 감정가격의 42.01%로 해당 부동산을 낙찰 받았다.
변호사 사무장 출신 남씨 유치권 해결
유치권 해결이 어려워 다들 망설이는 건물을 남씨는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기다렸다가 단독 입찰해 소유권을 확보했다. 그렇다면 남씨는 어떻게 유치권 문제를 해결했을까. 이에 대해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고, 부동산 재테크 베스트셀러 저자인 A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남씨의 경력을 살펴보면 답이 나와요. 권은희 의원은 결혼 후 남씨의 고향인 청주로 내려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어요. 사무장 노릇을 한 것으로 알려졌죠. 해당 건물은 청주의 새로운 법조타운에 형성되어 있어요. D빌딩 건물의 이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죠. 건물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변호사가 아닌 법무사예요. 다양한 등기 업무를 하면서, 누구에게 얼마의 빚이 있는지 가장 잘 알죠.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을 하면 법무사들과 친하죠. 남씨가 유치권으로 문제가 있는 건물에 베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건물의 이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치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혹은 경매 낙찰 전에, 권리관계가 있는 사람들과 만나서 협상을 했을 수 있습니다. 일단 건물을 정상화시키고, 향후 이익금을 나누는 협상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어찌 되었건, 남씨는 청주 D빌딩 8곳을 경매로, 2곳을 매매로 소유권을 확보했다. 또 화성시 P빌딩의 경우 1곳은 공매, 2곳은 경매, 2곳은 매매로 소유권을 확보했다. 청주 D빌딩의 경우 예식업체, 노래방, 당구장 등이 들어선 것으로 보아, 유치권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화성 P빌딩의 경우 일부 빈 곳이 있어 해결 여부를 알기는 어렵다.
경매 전문가, “남씨는 NPL의 선구자”
여기까지만 보아도 남씨의 능력은 놀랍다. 그러나 남씨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유치권’을 이용해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건물을 발견한 남씨는 건물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11년 당시 생소했던 NPL 기법을 이용했다.
설춘환 세종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 겸임교수는 “남씨는 NPL의 선구자에 가깝다”며 “경매시장에서 NPL를 이용하는 방법은 2010년부터 서서히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2011년 남씨가 청주 D상가를 NPL로 소유권을 확보할 시점에, ‘NPL’은 용어조차 생소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부동산 전문가들도 NPL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단계적으로 NPL를 설명하면 이렇다.
NPL은 무엇인가
NPL(Non Performing Loan)이란 ‘수익이 없는 여신(與信·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은행의 대출금 중 이자 또는 원금이 정상적으로 상환되지 않는 대출금 채권이다. 흔히 부실채권으로 불린다.
은행은 건물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 보통 가치의 80% 이하로 돈을 빌려준다. 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은 경매에 물건을 내놓아 돈을 회수한다. 문제는 경매로 내놓아도 빌려준 돈과 이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를 부실채권, 즉 NPL이라고 부른다.
구두 상품권으로 10만원 구두를 7만원에 사는 것
경매가 계속 유찰(流札)되어 이미 빌려준 돈을 모두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은행은 불안해진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은행은 금융 당국으로 부터 ①자기자본비율(BIS)을 맞추기 위해 ②부실채권비율을 맞추라는 압박을 받는다.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NPL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은행의 장부상 부실을 크게 만든다. 이럴 경우 은행은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들의 NPL을 싸게 시장에 내놓는다.
이러한 NPL은 해당 부실채권의 담보 건물을 싸게 사려는 사람에게 기회가 된다. 쉽게 설명해, 10만원권 구두 상품권을 상품권 전문점에서 미리 7만원에 산 이후에, 구두가게에 가서 10만원짜리 구두를 사는 것과 같다. 만일 10만원이 아닌 7만원짜리 구두를 산다면 3만원을 돌려받으면 되고 13만원짜리 구두를 사려면 3만원을 더 내면 된다. 결과적으로 10만원짜리 구두는 7만원에, 7만원짜리 구두는 4만원에, 13만원짜리 구두는 10만원에 구입하게 된다.
남씨의 NPL 기법
남씨의 NPL 기법을 알기 위해서, 청주 D빌딩 등기사항전부증명서(말소사항 포함) 을구(乙區)를 시간 순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우선 남씨는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하는 건물을 찾았다. 청주 D빌딩 등기부 을구를 통해 알 수 있다. 등기부를 보면 D빌딩은 농협에 16곳의 상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보통 채권최고액은 대출액의 80%이다. 은행 대출액은 26억원으로 추정된다. 대출금을 갚지 못했고 은행이 받을 돈은 이자를 합쳐 30억원쯤 될 것이다.
일단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하는 건물을 찾은 남씨는 은행이 자신의 부실채권, 즉 NPL을 시장에 내놓을 때를 기다렸다. 이 역시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등본을 보면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근저당권 이전
등기원인 2011년 3월 24일 확정채권 양도
근저당권자 유엔제일차유동화전문회사
‘유엔제일차유동화전문회사’가 근저당권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은행이 해당 건물의 NPL을 시장에 내놓았다는 증거이다. 이를 보고 남씨는 D건물 NPL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유엔제일차유동화전문회사’는 부실채권을 매각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설립되는 특수목적회사(SPC, Special Purpose Company)로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회사이다. 이름을 자세히 보면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유’→ ‘유(U)’. 자산유동화 관리회사(NPL 파는 회사) 유암코(UAMCO)가 시장에 내놓다는 의미
‘엔’→ ‘엔(N)’. Nong Hyup의 N을 의미하며, NPL의 원래 주인은 농협
‘제일차’→ 첫번째
‘유동화전문회사’→ 부실채권 매각을 위한 SPC
NPL 구입가격은 당사자만 알 수 있어
등기부등본을 보고 자신이 경매를 통해 사고 싶은 상가의 NPL이 시장에 나온 것을 확인한 남씨는 NPL을 구입했을 것이다. 그러나 구입가격은 당사자 간 계약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알기 어렵다. 남씨는 특히 개인이 아니라 자신의 법인을 이용해서 NPL을 구입했다. 이러한 사실은 등기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근저당권 이전
등기원인 2011년 3월 24일 확정채권 양도
근저당권자 주식회사 스마트에듀
즉 스마트에듀가 NPL을 구입한 것이다. NPL을 사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권리의 일부를 사는 방식, 혹은 전부를 사는 방식 등 다양하다. 그렇지만 등기부에 남는 것은 권리의 전부를 샀을 경우뿐(이를 론세일이라 한다)이다. 남씨는 대출을 받은 바로 그날 은행대출을 받아 NPL을 샀다. 이는 미리부터 NPL을 사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 역시 등기 사항을 보면 알 수있다.
근저당권부질권
등기원인 2011년 3월 24일 권리질권설정계약
채권액 금 1,040,000,000원
채무자 주식회사 스마트에듀
채권자 주식회사 미○저축은행
감정평가액의 20%대 매매 가능
그렇다면, NPL 구입으로 남씨는 어떤 이득을 얻었을까. 남씨가 대표로 등기된 법인은 2011년 6월 D건물 701호를 2억8000만원(감정평가액의 42%)에 경매로 낙찰받았다. 그러나 실제는 이 돈을 지불한 것이 아니다. 해당 법인이 이미 갖고 있던 D건물에 대한 NPL로 경매가격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0만원짜리 구두상품권을 7만원에 사서 그걸로 10만원짜리 구두를 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경우 실제 들어간 돈은 7만원에 불과하다.
결국 남씨는 2억8000만원짜리 부동산을 그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산 셈이다. 경매 전문가들은 감정평가액의 20~30%대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인은 稅테크 전략
권은희 의원의 남편 남씨는 2010년 6월 주식회사 스마트에듀를 설립했다. 해당 법인은 경매를 통해 청주시 D빌딩을 매입했다. 법인 등기부에 따르면 스마트에듀는 부동산 매매업, 부동산 임대업, 부동산 컨설팅업, 부동산 경매 컨설팅업, 숙박업, 음식점업, 운동설비 운영업, 교육서비스업, 건설업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11년 1월 설립한 주식회사 케이이비앤파트너스는 화성시 P빌딩 상가를 공매와 매매를 통해 소유권을 확보했다. 해당 법인의 목적 역시 부동산 매매업, 부동산 임대업, 부동산 컨설팅업, 부동산 경매 컨설팅업 등이다.
그렇다면, 남씨는 왜 굳이 법인을 설립해 그 이름으로 상가를 매입했을까. 세금 전문가들은 절세(節稅)가 목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러모로 법인으로 상가를 소유할 경우 이득이 많다는 것이다.
세금은 ①취득시(부동산 소유권을 확보할 때) ②보유시(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동안) ③처분시(부동산을 팔 때)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취득시’ 개인과 법인의 세금은 동일하다. 취득세, 지방교육세, 농특세, 인지세, 부가가치세 등이다.
다음으로 ‘보유시’에도 재산세(지방교육세 등), 종합부동산세(농특세 등), 부가가치세는 동일하다. 다만 개인은 ‘(임대)소득세’를, 법인은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렇다면, 소득세와 법인세의 차이는 무엇인가. 다음 쪽의 세율 표를 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즉 부동산을 보유하면서 얻게 되는 소득에 해당 세율만큼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과세표준을 보면 개인이 부동산을 보유해 1억 가까운 소득을 올릴 경우 35%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법인의 경우 10%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렇듯 여러 모로 법인이 유리하다.
부동산을 팔 때 역시 법인이 유리하다. 부동산을 처분할 때, 개인·법인 모두 지방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개인은 양도세(혹은 소득세)를, 법인은 법인세를 납부한다. 사업자 등록을 마친 개인은 매매업에 따른 소득세를, 사업자 등록이 없으면 양도세를 내게 된다. 세율은 보유 시와 같기 때문에, 이 역시 법인이 절세를 할 수 있는 셈이다.
권은희 의원측, 해명 요청에 답변하지 않아
기자는 9월 초 권은희 의원실에 취재 내용을 자세히 정리해 공문으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취재를 통해 확인된 부동산 구입 내역을 설명하며, 그에 대한 반론을 받기 위해서였다.
또한 “일련의 부동산 투자가 ‘투기(投機)’와 ‘투자(投資)’의 경계선에 있다는 비판이 있다”는 부동산 업계의 비판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다. 그와 더불어 향후 해당 상가를 계속 보유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팔아 수익을 얻을 계획인지를 문의했다. 기자는 더불어, 어떠한 내용이라도 원한다면 기사에 반영할 것을 약속했다. 권은희 의원 측은 질의서 접수를 확인했다. 그러나 해당 사안에 대해 9월 15일 오전에 재차 확인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지난 8월 22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근처 소모임 카페에서 열린 ‘권은희 남편의 부동산 투자방법’ 재테크(財tech) 강연회에 10여 명이 모였다. 강연회는 최근 인터넷 팟케스트(Pod cast·인터넷 방송)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경매 전문 강사가 마련했다.
재테크 강연회에서 강사는 권은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남편 남○○씨가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상가 15개를 구입한 방법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NPL(Non Performing Loan·부실채권), 채권실투자 비용 등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용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강의를 모두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남씨는 상가 구입에 다양한 부동산 기법을 동원했다. 그 기법이 화려해 남씨의 부동산 이력을 추적하면, 훌륭한 부동산 교과서가 될 정도라고 한다.그런 이유에서 부동산 경매 학원가에서는 “부동산 재테크에 대한 관심을 늘려 준 권 의원 남편 남씨에게 감사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남씨의 투자기법이 “내 돈 들이지 않고, 은행 대출만으로 상가 15채를 구입했으며, 위험부담도 없었다”고 알려지면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강연회에서 부동산으로 큰 손해를 봐서 경매로 재기하겠다는 사람, 부동산으로 부자가 되겠다는 논술강사, 내 집 마련의 꿈을 경매로 이루겠다는 신혼부부,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대기업 법무팀 직원 등이 끊임없이 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주요 관심은 어떻게 남씨가 ‘헐값으로 상가 15채를 특별한 재산 없이 구입할 수 있었는가’에 집중됐다.
골치 아픈 유치권 상가 찾아 싸게 NPL 구입
강사는 남씨가 상가 15채를 ‘은행 대출로 구입한 노하우’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노하우’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만큼 복잡하다는 얘기다. 특히 NPL이 그렇다. 쉽게 설명해 10만원짜리 구두를 사기 위해 미리 구두 상품권 가게에 가서 10만원짜리 상품권을 7만원에 산 이후에 구두가게에 가서 10만원 상품권을 제시하고 구두를 살 경우, 7만원에 10만원짜리 구두를 산 셈인것과 같다. 이를 부동산 시장에 적용하면 이렇다.
① 경매 시장에 나온 ‘유치권’(留置權·빌려준 돈을 받을 때까지 다른 사람의 물건을 맡아 둘 수 있는 권리)이 걸린 골치 아픈 상가를 찾는다. 당연히 해당 상가의 경매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경매에 나서는 사람도 없다.
② 해당 상가를 경매에 내놓은 은행을 찾아서 경매를 통해 배당 받을 권리를 싸게 산다. 은행은 유치권 등의 문제로 끝없이 떨어져 대출금의 절반도 회수 못할 위험이 있는 골치 아픈 대출을 손해 보고 처리한다. 은행은 이러한 골치 아픈 채권을 NPL이라고 부른다.
③ 만일 경매 시장에서 자신이 구입한 NPL 가격보다 높게 해당 건물이 팔린다면 그만큼 이익이다. 자신이 구입한 가격보다 낮게 팔리면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직접 경매에 나설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미 원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NPL을 구입했으므로, 그만큼 저렴하게 해당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다.
결국 남씨의 재테크 비법은 골치 아프게 유치권으로 얽힌 건물을 찾아 NPL을 은행으로부터 싸게 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골치 아픈 유치권을 어떻게 푸느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남씨의 부동산 이력(履歷)을 추적했다.
권 의원 남편 남씨는 2011년 7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충청북도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5○○ 소재 D빌딩 상가 10채와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9○-○ P빌딩 5채를 경매(競賣), 매매(賣買), 공매(公賣) 등의 방법을 통해 구입했다. 청주 D빌딩은 청주지방법원 남측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주위는 대규모 아파트단지 및 근린(近隣)생활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상가 밀집지역이다. 해당 건물은 동측으로 4차선 포장도로와, 남측에는 왕복 2차선 포장도로와 접해 있다. 화성 P빌딩은 화성시 반포동 소재 동탄1동주민센터 남측 인근에 위치하며, 인근 동탄택지개발지구 내 중심상업지역으로, 주상복합 건물 및 아파트단지, 근린생활시설, 관공서 등이 들어서 있다. 남씨의 부동산 취득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남씨의 부동산 취득 과정을 살펴보면 ①남씨가 대표로 혹은 단독 사내 이사로 있는 법인을 통해 부동산을 구입했고 ②경매를 통해 수차례 유찰을 거쳐 감정평가 가격의 30~50% 헐값으로 사들였으며 ③상가구입 대금의 거의 대부분을 은행대출로 마련했고 ④경매의 경우 대부분 경쟁자 없는 단독 입찰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청주시 D빌딩 701호(301.2m²) 2011년 6월 13일 경매 낙찰(스마트에듀 단독 입찰) 낙찰가 286,110,000원(감정가격 681,000,000원) 은행대출 채권최고액 366,000,000원 → 보통 은행 채권최고액의 80%를 대출 받는다. 스마트에듀는 2010년 설립됐으며, 권은희 남편 남씨가 대표이사로 등기. *청주시 D빌딩 702호(206.62m²) 2011년 6월 13일 경매 낙찰(스마트에듀 단독 입찰) 낙찰가 196,110,000원(감정가격 467,000,000원) 은행대출 채권최고액 248,000,000원 *청주시 D빌딩 202호(103.31m²) 2011년 6월 13일 경매 낙찰(스마트에듀 단독 입찰) 낙찰가 132,200,000원(감정가격 294,000,000원) 은행대출 채권최고액 786,500,000원(D빌딩 203 호와 공동담보) *청주시 D빌딩 203호(126.451m²) 2011년 6월 13일 경매 낙찰(스마트에듀 단독 입찰) 낙찰가 551,200,000원(감정가격 1,223,000,000원) 은행대출 채권최고액 786,500,000원(D빌딩 202호와 공동담보) → 203호로 낙찰 받아 203-1. 203-2로 분할. *청주시 D빌딩 503호(106.76m²) 2011년 7월 18일 경매 낙찰(남씨 단독 입찰) 낙찰가 81,110,000원(감정가격 234,000,000원) 은행대출 채권최고액 262,800,000원(D빌딩 509호, 704호 공동담보) *청주시 D빌딩 509호(135.24m²) 2011년 7월 18일 경매 낙찰(남씨 단독 입찰) 낙찰가 94,560,000원(감정가격 282,000,000원) 은행대출 채권최고액 262,800,000원(D빌딩 503, 704호 공동담보) *청주시 D빌딩 704호(132.24m²) 2011년 8월 22일 경매 낙찰(입찰자 4명, 낙찰자: 남씨 친척으로 추측되는 또 다른 남모씨) 낙찰가 95,783,000원(감정가격 292,000,000원) 은행대출 채권최고액 262,800,000원(D빌딩 503,509호 공동담보) →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소유권은 권은희 남편 남씨로 되어 있어, 낙찰자가 남씨 친척으로 되어 있는 것은 대리인으로 위임장을 받아 낙찰 받은 것으로 보임. 해당 건물에 입찰자가 몰려, 직전 경매 최저매각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 *청주시 D빌딩 106호(53.04m²) 2012년 1월 17일 매매(스마트에듀) 은행대출 채권최고액 494,000,000원(D빌딩 107호 공동담보) → 채권최고액의 80%에서 매매되었을 것으로 추측. *청주시 D빌딩 107호(53.72m²) 2012년 1월 17일 매매(스마트에듀) 은행대출 채권최고액 494,000,000원(D빌딩 106호 공동담보) → 보통 채권최고액의 80%에서 매매되었을 것으로 추측. 
*화성시 P빌딩 307호(111.7706m²)2012년 5월 4일 공매 낙찰(케이이비앤파트너스) 낙찰가 184,610,000원 은행대출 채권최고액 208,000,000원 → 남씨는 케이이비앤파트너스 단독 사내이사. *화성시 P빌딩 102호(34.875m²) 2012년 9월 18일 경매 낙찰(남씨외 1인) 낙찰가 225,554,100원(감정가격 860,000,000원) 은행대출 채권최고액 195,000,000원 → 남씨 지분은 1/2. 은행 채무자는 공유자 김모씨. 스○○○커피점 전세금 5천만원 전세권 설정. 은행대출을 받고, 부족한 돈은 스○○○커피점 전세금으로 보충한 것으로 추측. *화성시 P빌딩 103호(35.154m²) 2012년 12월 10일 매매(남모씨) 거래가액 355,633,900원 은행대출 채권최고액 195,000,000원 → 은행 채무자는 공유자 김모씨. 스○○○커피점 전세금 5천만원 전세권 설정. *화성시 P빌딩 403호(88.9572m²) 2013년 2월 13일 매매(케이이비앤파트너스) 은행대출 채권최고액 143,000,000원 → 거래가액은 확인 불가. *화성시 P빌딩 217호(100.817m²) 2014년 4월 1일 경매 낙찰(남씨 단독 입찰) 낙찰가 190,120,000원(감정가격 786,000,000원) 은행대출 채권최고액 197,600,000원 |
분양 시장의 늪 ‘유치권’
부동산 경매 시장에 이런 농담이 있다. 유치권과 관련한 내용으로, 이렇다.
복잡하게 유치권이 엉킨 부동산을 경매로 낙찰(落札)받는 사람은 3종류이다. ①꾼이거나 ②이미 해결을 했거나 ③바보이다.
이렇듯 유치권은 한번 빠지면 발을 빼기 힘든 부동산 시장의 ‘늪’이다. 남씨가 소유권을 확보한 상가는 ①유치권이 복잡하게 엉켜 있어 ②유치권 문제로, 남씨를 제외하고는 경매 등에서 구입을 망설이는 물건이었다. 해당 물건은 유치권 때문에 낙찰가격이 감정평가액의 30~50%로 낮았다. 즉, 싸게 살 수 있었다. 반면 은행으로부터는 감정평가 가격과, 자신의 낙찰가격을 근거로 높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방식을 통해 경매 등으로 구입한 상가 대금의 거의 대부분을 은행대출로 마련할 수 있었다.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고 있는 자가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무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민법 320~328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시계 수선공이 수리대금의 지급을 받기까지 수리한 시계를 유치(留置·남의 물건을 맡아 둠)하여 그 반환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이다. 유치권은 건설 시장에서 심각하게 왜곡되어 사용되고 있다. 한국의 애매한 상거래 관행이 배경이다. 상가 등을 건축할 때, 다양한 회사들이 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공사대금은 즉시 지급되지 않고 차일피일 미뤄진다. 결국 분양이 완료될 즈음에서, 공사대금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분양이 실패할 경우, “공사대금을 달라”며 건물을 점거하고 유치권을 행사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계약관계를 명확히 문서로 정리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과연 누구에게 얼마의 빚이 있는지 규명하는 것은 어렵다. 빚(채무)이 있는지 없는지, 나아가 그 액수는 얼마인지 규명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에서 유치권의 존재 유무 역시 정리하기 어렵다. 이런 애매한 상황을 이용해, 일단 유치권을 행사하고 보는 악덕 사례 역시 많다. 결국 유치권 유무(有無)는 법원에서 결론이 나는데, 소송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들어, 3~4개의 유치권이 복합적으로 엉켜 있는 경우 그 해결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유치권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건물
2011년 7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남씨가 차례로 소유권을 확보한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5○○ 소재 D빌딩과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9○-○ P빌딩은 유치권으로 복잡하게 엉켜 있던 빌딩이다. 부동산경매 정보사이트 굿옥션을 통해 남씨에게 넘어갈 당시 해당 건물 경매 정보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5○○ 소재 D빌딩
- 기타사항
솔○○○○○, 오○공조, ○○건축사사무소에서 본건 전체에 대하여 유치권을 주장하며 유치권 내역서를 각 제출.
- 주의사항
유치권 신고 있음. 2011년 4월 28일 자 이 사건 건물 2,3,4,5,7층 전부에 대하여 주식회사 합○건설로부터 공사대금 281,988,000원의 유치권 신고 있으나 그 성립 여부는 불분명함. 제이○○○○로부터 공사대금 62,000,000원에 대하여 유치권 신고가 있으나 유치권 성립 여지 불분명함. 근저당권자 김○○, 조○○, 고○○으로부터 2011년 5월 8일 이 사건 건물 모두에 대하여 유치권 배제 신청 있음.
*화성시 반송동 9○-○ P빌딩
-부대조건
말소되지 않은 예고등기가 존재하오니 사전 확인 후 입찰 바람. 52개 전체 호수에 대한 유치권 신고(15,066,458,342원 ○○주택, 건물도급 공사대금 채권) 있음.
-주의사항
유치권 신고 있음. 2012년 1월 4일 자 ○○주택의 공사대금 채권의 유치권 신고 있으나 그 성립 여부는 불분명함.
헐값에 단독 입찰해 낙찰
유치권이 복잡하게, 그것도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애매한 상태로 엉켜있으니 경매로 물건이 나와도 사람들이 구입에 나서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남씨는 이런 상황을 노렸다.
남씨가 2011년 7월 경매를 통해, 소유권을 확보한 청주시 D빌딩 701호의 경매 내역(다음 쪽 참조)을 보면, 유치권이 경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경매는 처음 감정가격으로부터 시작해 최저매각가격을 보통 한 달 간격으로 가격을 20%포인트씩 꾸준히 내린다. 각각의 입찰에서 최저매각가격 이상으로 가격을 쓴 사람 가운데, 최고액으로 입찰한 사람이 해당 부동산을 가져가게 된다. 남씨가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는 법인 스마트에듀는 2011년 6월 단독 입찰을 통해, 감정가격의 42.01%로 해당 부동산을 낙찰 받았다.
변호사 사무장 출신 남씨 유치권 해결
유치권 해결이 어려워 다들 망설이는 건물을 남씨는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기다렸다가 단독 입찰해 소유권을 확보했다. 그렇다면 남씨는 어떻게 유치권 문제를 해결했을까. 이에 대해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고, 부동산 재테크 베스트셀러 저자인 A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남씨의 경력을 살펴보면 답이 나와요. 권은희 의원은 결혼 후 남씨의 고향인 청주로 내려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어요. 사무장 노릇을 한 것으로 알려졌죠. 해당 건물은 청주의 새로운 법조타운에 형성되어 있어요. D빌딩 건물의 이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죠. 건물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변호사가 아닌 법무사예요. 다양한 등기 업무를 하면서, 누구에게 얼마의 빚이 있는지 가장 잘 알죠.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을 하면 법무사들과 친하죠. 남씨가 유치권으로 문제가 있는 건물에 베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건물의 이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치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혹은 경매 낙찰 전에, 권리관계가 있는 사람들과 만나서 협상을 했을 수 있습니다. 일단 건물을 정상화시키고, 향후 이익금을 나누는 협상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어찌 되었건, 남씨는 청주 D빌딩 8곳을 경매로, 2곳을 매매로 소유권을 확보했다. 또 화성시 P빌딩의 경우 1곳은 공매, 2곳은 경매, 2곳은 매매로 소유권을 확보했다. 청주 D빌딩의 경우 예식업체, 노래방, 당구장 등이 들어선 것으로 보아, 유치권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화성 P빌딩의 경우 일부 빈 곳이 있어 해결 여부를 알기는 어렵다.
경매 전문가, “남씨는 NPL의 선구자”
여기까지만 보아도 남씨의 능력은 놀랍다. 그러나 남씨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유치권’을 이용해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건물을 발견한 남씨는 건물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11년 당시 생소했던 NPL 기법을 이용했다.
설춘환 세종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 겸임교수는 “남씨는 NPL의 선구자에 가깝다”며 “경매시장에서 NPL를 이용하는 방법은 2010년부터 서서히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2011년 남씨가 청주 D상가를 NPL로 소유권을 확보할 시점에, ‘NPL’은 용어조차 생소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부동산 전문가들도 NPL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단계적으로 NPL를 설명하면 이렇다.
NPL은 무엇인가
NPL(Non Performing Loan)이란 ‘수익이 없는 여신(與信·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은행의 대출금 중 이자 또는 원금이 정상적으로 상환되지 않는 대출금 채권이다. 흔히 부실채권으로 불린다.
은행은 건물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 보통 가치의 80% 이하로 돈을 빌려준다. 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은 경매에 물건을 내놓아 돈을 회수한다. 문제는 경매로 내놓아도 빌려준 돈과 이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를 부실채권, 즉 NPL이라고 부른다.
구두 상품권으로 10만원 구두를 7만원에 사는 것
경매가 계속 유찰(流札)되어 이미 빌려준 돈을 모두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은행은 불안해진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은행은 금융 당국으로 부터 ①자기자본비율(BIS)을 맞추기 위해 ②부실채권비율을 맞추라는 압박을 받는다.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NPL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은행의 장부상 부실을 크게 만든다. 이럴 경우 은행은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들의 NPL을 싸게 시장에 내놓는다.
이러한 NPL은 해당 부실채권의 담보 건물을 싸게 사려는 사람에게 기회가 된다. 쉽게 설명해, 10만원권 구두 상품권을 상품권 전문점에서 미리 7만원에 산 이후에, 구두가게에 가서 10만원짜리 구두를 사는 것과 같다. 만일 10만원이 아닌 7만원짜리 구두를 산다면 3만원을 돌려받으면 되고 13만원짜리 구두를 사려면 3만원을 더 내면 된다. 결과적으로 10만원짜리 구두는 7만원에, 7만원짜리 구두는 4만원에, 13만원짜리 구두는 10만원에 구입하게 된다.
남씨의 NPL 기법
남씨의 NPL 기법을 알기 위해서, 청주 D빌딩 등기사항전부증명서(말소사항 포함) 을구(乙區)를 시간 순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우선 남씨는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하는 건물을 찾았다. 청주 D빌딩 등기부 을구를 통해 알 수 있다. 등기부를 보면 D빌딩은 농협에 16곳의 상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보통 채권최고액은 대출액의 80%이다. 은행 대출액은 26억원으로 추정된다. 대출금을 갚지 못했고 은행이 받을 돈은 이자를 합쳐 30억원쯤 될 것이다.
일단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하는 건물을 찾은 남씨는 은행이 자신의 부실채권, 즉 NPL을 시장에 내놓을 때를 기다렸다. 이 역시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등본을 보면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근저당권 이전
등기원인 2011년 3월 24일 확정채권 양도
근저당권자 유엔제일차유동화전문회사
‘유엔제일차유동화전문회사’가 근저당권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은행이 해당 건물의 NPL을 시장에 내놓았다는 증거이다. 이를 보고 남씨는 D건물 NPL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유엔제일차유동화전문회사’는 부실채권을 매각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설립되는 특수목적회사(SPC, Special Purpose Company)로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회사이다. 이름을 자세히 보면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유’→ ‘유(U)’. 자산유동화 관리회사(NPL 파는 회사) 유암코(UAMCO)가 시장에 내놓다는 의미
‘엔’→ ‘엔(N)’. Nong Hyup의 N을 의미하며, NPL의 원래 주인은 농협
‘제일차’→ 첫번째
‘유동화전문회사’→ 부실채권 매각을 위한 SPC
NPL 구입가격은 당사자만 알 수 있어
등기부등본을 보고 자신이 경매를 통해 사고 싶은 상가의 NPL이 시장에 나온 것을 확인한 남씨는 NPL을 구입했을 것이다. 그러나 구입가격은 당사자 간 계약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알기 어렵다. 남씨는 특히 개인이 아니라 자신의 법인을 이용해서 NPL을 구입했다. 이러한 사실은 등기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근저당권 이전
등기원인 2011년 3월 24일 확정채권 양도
근저당권자 주식회사 스마트에듀
즉 스마트에듀가 NPL을 구입한 것이다. NPL을 사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권리의 일부를 사는 방식, 혹은 전부를 사는 방식 등 다양하다. 그렇지만 등기부에 남는 것은 권리의 전부를 샀을 경우뿐(이를 론세일이라 한다)이다. 남씨는 대출을 받은 바로 그날 은행대출을 받아 NPL을 샀다. 이는 미리부터 NPL을 사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 역시 등기 사항을 보면 알 수있다.
근저당권부질권
등기원인 2011년 3월 24일 권리질권설정계약
채권액 금 1,040,000,000원
채무자 주식회사 스마트에듀
채권자 주식회사 미○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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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PL 사례 낙찰자는 1억2백만원에 해당 상가를 낙찰받았다. 그러나 11차 경매의 최저매각가격은 1천6백만원이었다. 즉 1천6백만원보다 조금만 높게 입찰을 해도, 해당 상가를 낙찰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낙찰자는 1억원이 넘는 가격으로 해당 상가를 낙찰받았다. 상가는 농협이 대출금 1억원가량(이자 포함 1억9천만원)을 환수하기 위해 경매를 신청했다. 농협은 이러한 부실채권(NPL)을 시장에 내놓았다. 낙찰자는 경매 전에, 이미 NPL을 구입했다. 낙찰자는 1억이 넘는 가격으로 해당 상가를 입찰했으나, 이미 경매 대금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권리(NPL)를 은행으로부터 구입했으므로 그 돈은 결국 낙찰자에게 다시 돌아가게 된다. 낙찰자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해당 상가 구입 가격은 은행으로부터 NPL을 사 온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찰자가 낙찰받을 수 있는 가격보다 10배 넘는 가격을 경매에 써 넣어 낙찰받은 것은 향후 은행 대출 때문이다. 서류상으로는 1억 넘는 가격으로 낙찰받은 것으로 되어 있어, 자신이 상가를 NPL을 통해 사 온 가격을 뛰어넘는 은행 대출이 가능하다.(굿옥션 참조. 해당 사례는 기사와 관련 없음.) |
감정평가액의 20%대 매매 가능
그렇다면, NPL 구입으로 남씨는 어떤 이득을 얻었을까. 남씨가 대표로 등기된 법인은 2011년 6월 D건물 701호를 2억8000만원(감정평가액의 42%)에 경매로 낙찰받았다. 그러나 실제는 이 돈을 지불한 것이 아니다. 해당 법인이 이미 갖고 있던 D건물에 대한 NPL로 경매가격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0만원짜리 구두상품권을 7만원에 사서 그걸로 10만원짜리 구두를 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경우 실제 들어간 돈은 7만원에 불과하다.
결국 남씨는 2억8000만원짜리 부동산을 그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산 셈이다. 경매 전문가들은 감정평가액의 20~30%대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인은 稅테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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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과 법인의 세금 비교. |
2011년 1월 설립한 주식회사 케이이비앤파트너스는 화성시 P빌딩 상가를 공매와 매매를 통해 소유권을 확보했다. 해당 법인의 목적 역시 부동산 매매업, 부동산 임대업, 부동산 컨설팅업, 부동산 경매 컨설팅업 등이다.
그렇다면, 남씨는 왜 굳이 법인을 설립해 그 이름으로 상가를 매입했을까. 세금 전문가들은 절세(節稅)가 목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러모로 법인으로 상가를 소유할 경우 이득이 많다는 것이다.
세금은 ①취득시(부동산 소유권을 확보할 때) ②보유시(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동안) ③처분시(부동산을 팔 때)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다.우선 ‘취득시’ 개인과 법인의 세금은 동일하다. 취득세, 지방교육세, 농특세, 인지세, 부가가치세 등이다.
다음으로 ‘보유시’에도 재산세(지방교육세 등), 종합부동산세(농특세 등), 부가가치세는 동일하다. 다만 개인은 ‘(임대)소득세’를, 법인은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렇다면, 소득세와 법인세의 차이는 무엇인가. 다음 쪽의 세율 표를 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즉 부동산을 보유하면서 얻게 되는 소득에 해당 세율만큼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과세표준을 보면 개인이 부동산을 보유해 1억 가까운 소득을 올릴 경우 35%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법인의 경우 10%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렇듯 여러 모로 법인이 유리하다.
부동산을 팔 때 역시 법인이 유리하다. 부동산을 처분할 때, 개인·법인 모두 지방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개인은 양도세(혹은 소득세)를, 법인은 법인세를 납부한다. 사업자 등록을 마친 개인은 매매업에 따른 소득세를, 사업자 등록이 없으면 양도세를 내게 된다. 세율은 보유 시와 같기 때문에, 이 역시 법인이 절세를 할 수 있는 셈이다.
권은희 의원측, 해명 요청에 답변하지 않아
기자는 9월 초 권은희 의원실에 취재 내용을 자세히 정리해 공문으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취재를 통해 확인된 부동산 구입 내역을 설명하며, 그에 대한 반론을 받기 위해서였다.
또한 “일련의 부동산 투자가 ‘투기(投機)’와 ‘투자(投資)’의 경계선에 있다는 비판이 있다”는 부동산 업계의 비판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다. 그와 더불어 향후 해당 상가를 계속 보유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팔아 수익을 얻을 계획인지를 문의했다. 기자는 더불어, 어떠한 내용이라도 원한다면 기사에 반영할 것을 약속했다. 권은희 의원 측은 질의서 접수를 확인했다. 그러나 해당 사안에 대해 9월 15일 오전에 재차 확인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강석준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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