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추적] 김형주 前 서울市 정무부시장, 왜 구속됐나 : 월간조선

지난 8월 20일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는 검찰이 알선수뢰 혐의로 기소한,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형주씨에게 징역 1년에 벌금 3000만원, 추징금 1600여만원을 선고하고, 구속 수감했다.

김씨는 ‘박원순 시정’에서 첫 정무부시장을 맡았을 당시 서울 지하철 역사 내 인형 뽑기 자판기 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업자 정모씨의 청탁과 함께 총 16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김형주씨의 범행이 드러나게 된 건 정씨에게 지하철 역사 내 자판기 사업권 획득을 위해 투자금 명목으로 거액을 건넨 이모씨가 사업 진행이 원활하지 않자 정씨를 고소한 데서 비롯했다.

검찰은 정씨를 상대로 투자금의 용처를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김씨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검찰은 지난 3월 김씨를 알선수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사회 지도층 인사였음에도 스스로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사업에 대한 알선 명목으로 사업자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뇌물 합계가 1500만원을 넘어 절대 적지 않은 점, 실제로 서울메트로 임직원을 소개하고 압력을 행사한 사정이 있는 등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法院, “金炯柱, 자신의 잘못 대부분 인정해”

김형주씨는 박원순 시정의 첫 정무부시장이다. 박 시장의 측근이란 얘기다. 박 시장은 과거 시민운동가 시절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인용하며 ‘공직자 청렴’을 강조했다. 이는 서울시장 취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박 시장은 2012년 1월 19일 “시장실에서 멀리 있을수록 부패나 비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앞으론 비리가 있다고 생각되는 곳에 시장실을 옮겨놓고 그곳에서 근무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시 간부, 산하기관 기관장들에게 “오늘은 정약용 선생이 탄생한 지 250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목민심서를 꼭 읽어 보라”고 말해 부패척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서울시는 2012년 2월 ‘희망서울 부패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박원순 시장의 ‘비리 척결 의지’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당시 서울시는 ▲공무원 행동윤리규범 제정 ▲시민 감사 참여 확대 ▲감사 시스템 전환 ▲감사관 조직 혁신 등을 세부 방안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2012년 9월, 서울시는 공무원 비리 근절 및 근무 기강 강화를 위해 《신(新)목민심서》를 발간했다.

이처럼 박원순 시장이 공직자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와중에 그의 측근이면서 서울시 정무부시장인 김형주씨는 업자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것이다. 과연 김씨의 비리 행각은 언제, 어떤 식으로 이뤄졌을까. 《월간조선》은 해당 사건의 판결문을 입수해 김씨의 금품·향응 수수 내역을 조사했다.

물론 이는 1심 판결문이라서 유·무죄 여부, 형량 등이 최종 확정된 건 아니다. 상고심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가 “피고인(김형주)이 자신의 잘못을 대부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고, 김씨가 대부분의 범죄사실을 인정한 점 등을 감안하면 2심 재판부가 다른 판결을 선고할 가능성은 적다고 얘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1심 재판부가 인정한 범죄사실을 토대로 해당 사건의 전말을 기술했다.

金炯柱는 盧武鉉 탄핵 역풍 덕에 秋美愛 꺾고 배지 단 ‘탄돌이’

김형주씨는 2004년 17대 총선 당시 노무현 탄핵 역풍 덕에 국회의원이 된 이른바 ‘탄돌이’다.

김형주씨는 1983년 한국외국어대학 스페인어과에 입학했다. 학번으로만 따지면 전형적인 ‘386세대’에 속하지만, 대학 시절 김씨는 이른바 ‘운동권’은 아니었다. 그가 ‘386 운동권’과 교류하기 시작한 건 같은 대학 대학원에 진학해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연구위원장 등을 지내면서부터다.

1995년에는 전대협 1기 부의장 출신 우상호(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임종석(현 서울시 정무부시장)씨가 만든 ‘청년정보문화센터’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1999년 김씨는 우씨와 임씨의 뒤를 이어 센터의 3기 소장을 맡았다. 2000년엔 청년정보문화센터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청년연합회(KYC)’ 초대 회장을 지냈다. 2003년 2월에는 유시민씨 등 친노 세력이 주도해 만든 ‘개혁국민정당’에 입당해 연수원 부원장 등을 지냈다.

김씨가 정계에 진출한 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이 몰아친 2004년 4월 17대 총선이었다. 그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서울 광진을에 출마했다. 경쟁자는 해당 지역구에서 2선을 지낸 추미애(秋美愛) 새천년민주당 의원(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다. 당시 추 의원은 민주당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등 당 대표 격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탄핵 역풍에 힘입어 추 의원을 꺾고 국회에 입성했다. 정치권에서 흔히 말하는 ‘탄돌이’란 얘기다.

“金炯柱, 羅卿瑗 의혹 파헤치고 캠프 단결력 높였다”

국회의원 김형주’는 열린우리당 내 ‘친노’ 모임인 ‘참여정치실천연대’ 회원으로 활동했고, 2006년 8월에는 대표를 맡았다. 김씨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고, 당내 통합신당파가 분당을 주장할 때도 이른바 ‘당 사수파’일 정도로 ‘친노’ 성향이 강했다.

김씨는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한명숙 후보의 대변인,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홍보본부장, 2011년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 대변인을 지냈다.

또 그는 2011년 10월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야권 단일 후보’가 된 박원순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의 캠프에서 상황실장을 맡았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나경원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을 파헤치고 캠프 단결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씨는 2003~2004년에 박원순 시장이 시민운동가 시절 만든 ‘아름다운 재단’에서 배분위원으로 활동했다. 박원순 시장은 김씨가 초대 회장이었던 한국청년연합회(KYC)를 후원하는 ‘3% 클럽’의 고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박 시장은 ‘박원순 시정’을 함께 이끌어갈 첫 정무부시장으로 김형주씨를 택했다. 차관급인 정무부시장은 시의회와 정당, 국회와 업무를 조정하는 등 정무적으로 시장을 보좌하는 자리로, 시장이 그 임명권을 갖는다.

200만원 상당의 싱가포르 달러도 받아

김형주씨는 2012년 6월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A 유흥주점’에서 업자 정씨를 만났다. 이날 김씨는 평소 친분이 있는 정씨로부터 “서울 지하철 역사 내 인형 뽑기 자판기 사업권을 얻게 해 달라. 서울메트로 사장과 담당자를 소개해 주고,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서울메트로는 서울 지하철 1·2·3·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이다. 서울메트로 사장의 임면권은 서울시장이 갖는다. 박원순 시장을 정무적으로 보좌하는 정무부시장인 김씨가 영향력을 행사하면 사업권 획득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게 업자 정씨의 판단이었다.

이로부터 약 4개월간 정씨는 김씨에게 14회에 걸쳐 향응을 제공했다. 금품도 세 번 전달했다. 김씨의 호텔비도 두 번이나 대납했다.

해당 사건의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2012년 6월 4일 ‘A 주점’에서 김씨와 정씨가 쓴 유흥비는 211만원이다. 이는 술값뿐 아니라 접대부 비용도 포함한 금액이다. 검찰 수사 당시 정씨는 ‘A 주점’에서 처음 술을 마신 6월 4일 당시 여성 접대부들이 동석했다고 진술했다.

같은 달 21일, 김씨와 정씨는 강남구 신사동 ‘U 나이트클럽’에 이어 ‘B 주점’에서 술을 마셨다. 이날 술값은 총 123만3000원. 이 역시 정씨가 계산했다.

두 사람은 2012년 7월 16일 ‘착석 바(bar)’라고 불리는 강남구 청담동 소재 I 주점에서 만났다. ‘착석 바’는 칸막이나 커튼으로 가린 공간에 테이블과 좌석이 있고, 여기에 여성 접대부들이 들어와 손님들의 술 시중을 드는 형태의 영업을 하는 술집을 말한다.

‘I 주점’에 따르면 시중 소매점에서 가장 저렴한 위스키(500mL)와 과일 안주를 주문하는 데 총 40만원이 든다. 이날 정씨는 술값으로 총 138만원을 지불했다. 또 200만원에 해당하는 싱가포르 달러를 김씨에게 줬다.

金, 단란주점·나이트클럽에서 金品·饗應 수수

업자가 호텔비를 대납하고, 김형주씨가 묵은 중구 소재 ‘B 호텔’의 객실. 하루 객실료가 100만~110만원 하는, 이 방에는 실내 ‘풀(pool)’이 있는 게 특징이다.(출처: B호텔 홈페이지)

2012년 7월 25일, 김씨와 정씨는 앞서 언급한 역삼동 소재 ‘A 주점’에서 다시 만났다. 이날 정씨는 술값으로 100만원을 냈다. 7월 31일과 8월 9일엔 ‘I 주점’에서 255만원어치에 달하는 술을 마셨다.

8월 16일에도 ‘I 주점’에서 만났다. 이날 오전 10시40분쯤 김씨는 업자 정씨의 휴대전화에 ‘8월 20일에 서울메트로 사장을 만나기로 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두 사람은 “밤 9시40분에 I 주점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오후 4시40분쯤 정씨는 현금인출기에서 300만원을 찾았다. 이 돈은 김형주씨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날 술값은 75만원이 나왔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정씨가 계산했다.

이 밖에 두 사람은 같은 해 8월 21일과 30일, 9월 11일과 21일, 10월 9일 등 총 5회에 걸쳐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T 주점에서 만났다. 강남구청이 작성한 <강남구 업소 등록 현황>에 따르면 청담 사거리 근처에 있는 T 주점의 업종은 ‘단란주점’이다.

김씨는 또 2012년 9월 28일 신사동 ‘U 나이트클럽’에서 정씨와 100만원 상당의 술을 마시면서, 정씨로부터 현금 200만원을 받았다.

종합하면 정씨가 김씨에게 사업권을 청탁한 이후 김씨와 만나면서 지출한 술값은 총 1380만원이다. 이를 술자리 참석 인원수대로 나누면 김씨가 받은 향응은 696만원에 해당한다. 또 김씨는 정씨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현금 700만원을 받았다. 김씨가 청탁의 대가로 받은 금품과 향응은 총 1396만원이란 얘기다.

광진구 살면서 서울 市內 특급호텔 투숙한 이유는?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발표하는 박원순 시장. 박 시장은 지난 8월초 공무원의 금품 수수와 부정 청탁 등을 사전에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 공직사회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김형주씨는 또 2회에 걸쳐 정씨에게 호텔비 197만원도 받았다.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정씨는 2012년 6월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I 호텔’에 투숙한 김씨의 숙박비 96만8000원을 내줬다. ‘I 호텔’에 하루 숙박료가 90만~100만원가량인 객실의 종류를 문의한 결과 ‘코너 스위트’와 ‘복층 스위트’란 답을 받았다.

‘코너 스위트’는 침실과 거실이 따로 있는 72m²(22평) 크기의 객실이다. ‘복층 스위트’는 상층부 23m²(7평)·하층부 37m²(11평)로 나뉘는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I 호텔’에 따르면 ▲원목을 이용한 내부장식 ▲2층 높이의 큰 창과 커튼 등이 특징이다.

이뿐 아니라 2012년 8월 3일 김씨가 서울 중구 장충동 소재 ‘B 호텔’에 묵을 때도 정씨는 숙박료 100만원을 대신 결제했다. ‘B 호텔’에 따르면 이 정도 수준의 요금을 내는 객실은 ‘디럭스 룸’이다. 이는 호텔 14~16층에 위치하는, 50~56m²(15~17평) 크기의 객실이다. 이 방엔 풀(pool)이 있어, 투숙객이 물놀이를 즐기면서 남산과 서울 시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김씨는 객관적으로 서울 시내 호텔에 묵어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그의 집이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2012년 3월 김씨가 서울시 정무부시장 시절 신고한 재산 내역을 보면 그의 자택은 서울 광진구 중곡4동에 있는 대지 181.5m²(55평)·건물 81.45m²(24.7평) 규모의 다세대주택이다.

김씨가 묵은 강남구 ‘I 호텔’과 중구 ‘B 호텔’에서 그의 자택은 각각 10km 떨어져 있다. 서울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10km를 이동하려면 요금으로 1만2000원가량 나온다. 즉 호텔비의 1/80에 해당하는 돈만 지불하면, 충분히 집에 갈 수 있는데도 김씨는 업자의 뇌물로 숙박비를 결제하고, 특급호텔 스위트룸에 묵었다. 그가 멀쩡한 집을 놔두고 호텔에 가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박원순 시장은 재선에 성공한 이후 다시 ‘공직자 청렴’을 강조한다. 박 시장은 지난 8월 6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갖고, 공무원의 금품 수수와 부정 청탁 등을 사전에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 공직사회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혁신대책의 골자는 ▲금품수수 공무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강화 ▲퇴직자 재취업 등 ‘관피아’ 근절 대책 ▲부정청탁 근절 시스템 마련 등 5가지다.

이 중에서도 그동안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직무 관련성이 없는 공직자의 금품수수로도 확대하기로 했다는 게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이 밖에도 서울시청 인터넷 사이트에 공직자의 모든 비위 행위를 시장에게 바로 알릴 수 있는 ‘공직자 비리 신고’란을 개설했다. 말뿐이 아니라 자기 코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측근들의 비리를 실질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실천’이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