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래시장 주말에만 전국에서 2만 인파 몰려와
⊙ 러시아·중국行 北方항로 再개설. 백두산 관광도 속초서 출발
⊙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앞두고 ‘경기는 평창, 관광은 속초’ 슬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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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이 마을과 육지를 연결하는 청호대교에서 바라본 속초시와 설악산. 속초는 산과 바다와 호수가 어울려 빚어낸 천혜의 관광도시다.
속초는 그곳을 떠나는 이들을 돌아보게 한다. 발길을 쉬 놔주지 않는 정취 때문이다. 금강산에 버금간다는 설악산의 풍광과 푸르다 못해 검은 빛깔마저 내뿜는 동해바다의 깊은 웅장함이 떠나는 발길을 머뭇거리게 한다. 게다가 석호(潟湖)인 영랑호, 청초호 등 호수까지 품은 도시다.
그것뿐일까. 속칭 아바이 마을에서 만나는 실향민(失鄕民)의 고향을 그리는 마음과 바닷가 어시장(魚市場)의 내음이 함께 빚어내는 애잔한 아름다움을 놓고 그곳을 떠나기에는 어딘가 아쉽다. 서운하다. 곧 다가올 산과 바다와 호수가 어우러진 도시에 대한 그리움을 감당하기에는 우리가 돌아갈 도시가 너무 삭막하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돌아오기 위해 아쉬움을 접고 그곳을 떠난다.
속초는 그런 곳이다. 다시 돌아오고 싶은 그런 곳이다. 관광도시지만 눈에 보이는 부산함은 없고 차라리 고요하다. 설악권을 찾는 연간 2000만명의 관광객 중 1200만명이 이곳을 찾지만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고 사람의 발과 발이 밟고 밟히는 혼란스런 축제의 장은 없다. 그러나 속초는 사시사철 축제의 장이다. 조용하지만 알찬 축제의 장이다.
전국에서 가장 맛있다는 1만6000원짜리 닭강정이 있고 뱃삯이 200원인 갯배가 있으며 때로는 전복까지 썰어서 넣어주는 1만2000원짜리 물회가 있다. 함경도의 맛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 바이순대를 넣어 만든 7000원짜리 순댓국밥이 있다. 재래시장에 자리한 한 닭강정집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집이 돼 지금은 택배로 전국 어디나 배달이 된다. 재래시장 한귀퉁이에서 시작한 이 닭강정집의 연매출은 1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아바이순대를 먹을 수 있는 아바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만 연간 150만명에 달한다. 닭강정을 먹기 위해서, 갯배를 타기 위해서, 물회를 먹기 위해서, 길고 긴 줄을 서지만 그곳에서 아귀다툼은 벌어지지 않는다. 침묵하고 관조하는 사람들만이 있을 뿐이다.
속초는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 그곳을 찾는 이들에게 여행지를 찾는 진정한 즐거움, 즉 사색의 즐거움을 주는 도시다. 거대한 산과 드넓은 바다와 호수 앞에서 작아질 수밖에 없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침묵과 사색뿐이리라. 2014년 2월, 강원 영동 지방에 폭설경보가 내린 그 첫날의 속초 모습 또한 그랬다.
속초의 변신
조용함 속에서 속초는 또 한 번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첫 번째가 어업도시에서 관광도시로의 전환이었다면 이번은 통일 시대를 대비한 환(環)동해권 관광·물류 중심 도시로의 비약이다. 대한민국에 통일이 대박이라면 속초는 그 이상의 대박을 꿈꾸는 도시다.
지난해 3월 러시아·중국으로 향하는 국제 항로인 북방(北方)항로가 다시 개설됐고 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중단됐던 북한 선박이 다시 속초항을 찾게 될 것이다. 금강산으로 향했던 여객선도 다시 출항하게 될 것이다. 속초항도 기존의 3만t급까지 정박이 가능했던 크루즈항만을 5만t에서 7만t까지 가능하도록 확장할 계획이다.
관광도시이면서도 고속도로와 철도 연결이 부실해 뭔가 1% 부족했던 수도권으로부터의 접근성 불편이라는 속초시의 난제도 곧 해결된다. 2015년과 2016년 동해고속도로와 동서고속도로가 연이어 개통되고 동서고속화철도도 조기 착공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자동차로 서울에서 속초까지 1시간30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된다. 설악권 관광지를 찾는 이들의 대부분이 수도권 사람들임을 감안하면 속초가 동해안 관광 중심 도시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동해안 관광·물류 중심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준비한 것이 육로(陸路)와 해로(海路)뿐만은 아니다. 하늘길도 열어놨다. 속초와 맞닿아 있어 같은 생활권이라고 할 수 있는 양양국제공항이 중국 노선 증편 등 해마다 새로운 하늘길을 열어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통일 시대 이전이 될지, 이후가 될지 모르지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도 속초에는 희망이다. 그래서 동계올림픽과 연계해 올해 속초 시정(市政) 목표 중 하나의 구호도 ‘경기는 평창에서, 관광은 속초에서’로 정했다.
이를 위해 과거 철거됐던 설악산 비룡폭포 구름다리도 다시 복원할 계획이다. 등산 코스도 기존의 비선대, 울산바위, 비룡폭포 3개 코스 외에 달마봉 코스를 새롭게 개방할 계획이다. 알펜시아로 잠시 떠나갔던 외국인 카지노도 다시 맞이할 준비를 해놓은 상태다.
그런 꿈을 담을 그릇은 준비돼 있을까. 그렇다.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돼 있었다. 속초의 하루 외부인 수용 가능 인원은 10만명이다. 하룻밤 동시에 숙박할 수 있는 인원이 그렇다는 것이다. 전국 시 중 가장 작은 면적임을 자처하는 속초(105km2)지만 하루 숙박 수용 가능 인원은 전국의 시를 통틀어 가장 많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과천(36km2)이나 오산(43km2) 등 수도권 시 중에는 속초시보다 면적이 작은 시들이 있고 항구를 낀 도시로는 목포(48km2)가 속초보다 면적이 작다. 하지만 설악산국립공원이 시 면적의 64%를 차지하고 있고 두 개의 호수를 시 면적에 포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 시들을 제외한 전국 시 중 사람이 디딜 수 있는 면적으로는 제일 작다고 할 만도 하다. 인구밀도는 지난해 기준으로 강원도 평균 인구밀도인 km2당 92명보다 훨씬 많은 788명이다.
속초도 급속 팽창하던 시기가 있었다
속초는 1963년 1월 양양군 속초읍에서 떨어져 나와 속초시로 승격했다. 지난해가 시 승격 5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해 속초와 함께 시로 승격된 시는 의정부, 천안, 안동 등 4곳이다. 도청 소재지나 경주, 진주, 원주 등 유서 깊은 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970년대 이후, 특히 80년대 이후에 시로 승격한 도시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속초의 시 승격은 상당히 빠른 편이다. 하지만 인구 증가를 도시 발전의 잣대로 삼는다면 속초는 함께 시로 승격했던 다른 3곳의 도시와는 발전의 속도가 더디다 못해 뒤처진 감까지 준다. 인구 5만명에서 6만명 규모로 출발했던 이들 도시의 현재 인구는 천안이 60만명으로 10배 이상 성장했고 의정부도 6만명에서 43만명으로 7배 성장을 기록했다. 발전이 더뎠던 안동조차 6만명이었던 인구가 3배 가까이 늘어 현재는 17만명이다.
속초는 어떤가. 시 승격 당시 5만여 명이었던 인구는 현재 8만3000여 명이다. 국내 전체 인구의 증가율도 못 따라가는 인구 증가인 것이다. 하지만 그 느림과 더딤은 속초의 또 다른 재산이 되고 있다. 속초의 느림과 더딤, 즉 속초를 찾는 이들 중에는 속초가 안고 있는 과거의 풍광과 정취를 찾아오는 이들도 꽤 많기 때문이다. 속초의 재래시장이 활성화하고 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는 속초의 음식이 아직도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속초가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속초로 몰려오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 콘도, 호텔 등의 숙박 시설이 지어졌고 항구와 재래시장은 과거의 정취를 보존해 가며 정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출발은 어촌마을이었지만 속초는 태생부터 관광도시였다. 하늘이 내려준 주변 경관들 때문이다. 제주도 관광이 활성화하기 전 속초는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았다. 산과 바다와 호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전국 유일의 관광지였기 때문이다.
속초도 한때는 정착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던 시절이 있었다. 1970년대 초반에 그런 일이 있었다. 1971년에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서 금강산 못지않은 비경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접근의 어려움 때문에 사람들이 발길을 꺼렸던 설악산으로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관광객이 증가하자 정부에서는 1972년 목우재를 통해 설악산으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설악동을 재개발하기 시작했다. 영랑호를 관광지로 본격 개발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다. 1974년에는 사람을 바다를 통해 나를 수 있는 뱃길도 더 크게 뚫렸다. 속초항을 확장한 것이다. 71년부터 74년 사이 속초가 개발되면서 전국에서 인구가 급속히 유입돼 속초시의 인구는 7만5000명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현재의 인구 8만3000명과 별 차이가 없는 인구가 그때 모였던 것이다. 속초 사람들은 그래서 1970년대 초반을 제1의 번성기라고 한다.
그리움의 음식 아바이순대
속초는 실향민의 도시다. 그래서 이야기의 도시다. 1975년 속초시 인구 중 실향민과 그 후손들의 가족은 5만3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74%를 차지했다고 한다. 국내 제1의 실향민 도시인 것이다. 지금은 줄고 줄어 실향민 가족이 전체의 25% 정도라고 한다. 그들은 고향인 북한 땅에 수많은 이야기를 두고 왔고 그곳을 그리며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아바이 마을과 아바이순대를 만들어냈다.
행정구역상 속초시 청호동인 속칭 아바이 마을에는 함경도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38선 이북, 고향과 가장 가까운 곳이 그곳이었기 때문이다. 아바이는 아버지의 이북 사투리다. 아바이 마을은 6·25전쟁 후 청초호 부근에서 형성됐다. 피란 시 이북에서 끌고 온 배를 정박하기 좋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청초호는 바닷물이 내륙으로 들어왔다가 사취(육지에서 바다로 뻗어나간 좁고 긴 사질의 자연 제방)나 사주(해안이나 하구 부근에 발달하는 모래나 자갈로 이루어진 퇴적지형)에 의해 바다와 분리돼 만들어진 석호다.
이곳에 정착한 함경도 사람들은 청초호를 중심으로 고기를 잡고 팔며, 어업을 생업으로 삼았다고 한다. 바닷사람들은 바다라는 환경이 주는 영향 때문에 급하고 거칠다. 날씨가 좋아야 고기를 잡을 수 있었던 그들은 농부들처럼 진득하게 날씨에 순응하며 농사를 지은 것이 아니라 거친 파도 등의 날씨와 싸우며 생업을 이어가야 했다. 고기 잡을 시간을 별로 허용치 않는 바다 날씨 때문에 당연히 급해질 수밖에 없었고 거친 파도와 싸워야 하니 거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향은 그들로부터 거칠고 급한 야성(野性)을 많이 앗아갔다. 지척에 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고향 음식인 아바이순대로 달래면서 그들은 야성 대신 그리움을 가슴에 안기 시작했다. 아바이순대는 그리움의 음식인 것이다. 그들이 종사하는 직업도 어업에서 상업으로 점차 이동해 갔고 마침내는 속초시의 상권을 거머쥐기도 했다.
아바이 마을로 가는 길에도 이야기가 있다. 그 길은 바다를 건너야 하는 물길이다. 지금은 다리를 놓아 육로와 다리로 아바이 마을까지 연결이 되지만 과거에는 중앙동 갯배나루에서 아바이 마을까지 배를 타고 가야 했다. 그 배가 갯배다. 갯배는 30~40명이 탈 수 있는 직사각형 모양의 거룻배로 양쪽 도착지에 쇠줄을 연결해 그 줄을 잡아당기며 이동하는 교통수단이다. 사람이든 자전거든 모두 공평하게 뱃삯은 편도 200원이다.
도로를 통해 아바이 마을로 갈 수 있지만 이 갯배는 여전히 인기다. 2000년 가을 방송됐던 드라마 〈가을동화〉가 만든 이야기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갯배는 〈가을동화〉의 주인공 은서(송혜교 분)가 청호동에 있던 자신의 집을 오가기 위해 탔던 배다. 드라마가 종영된 지 10여 년이 훨씬 더 지났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그 갯배를 타며 〈가을동화〉와 주인공 은서를 추억한다. 갯배를 즐겨 타는 이들이 〈가을동화〉를 즐겨봤던 일본이나 중국에서 온 관광객들이라는 사실이 그 방증이기도 하다. 역시 여행객들에게 이야기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그 이야기가 있기에 다시 찾게 되는 것 같다.
재래시장으로 몰려드는 인파
아바이 마을에서 조금만 다리품을 팔면 풍성한 먹거리가 널려 있는 곳이 있다. 건어물에서 생선까지 동해안에서 잡히는 모든 생선이 있고 가자미식해, 닭강정 등 다양한 먹거리가 즐비하다. 중앙시장이라는 오래된 이름을 속초관광수산시장이라는 현대적 이름으로 바꾼 전통시장(재래시장)이다. 주말에는 전국에서 2만 인파가 몰려와 북새통을 이루기도 하는 곳이다. 전국 최고다. 연간 그곳을 찾는 관광객은 150만을 상회한다.
주말 내왕객(來往客) 2만명은 거저 얻어진 수치가 아니다. 2006년부터 250억원의 예산을 들여 어물전, 닭전 등의 환경 개선을 했고 동화장 빛의 거리 조성, 차 없는 쇼핑거리 조성 등 상가 환경정비사업을 벌였다. 370대의 차량이 동시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시설도 만들었다. 2009년에는 200m 앞바다에서 직접 해수(海水)를 끌어와 지하 회센터에 공급하는 해수 인입시설도 설치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선정한 2011년 ‘가고 싶은 전통시장 50’ 및 ‘여행하기 좋은 전통시장 10’에 선정됐다. 2006년 기준으로 전국 전통시장은 1702개다.
속초를 찾는 외지인들이 반드시 들르던 곳이 있다. 대포항이다. 대포항 개발 사업은 전국 최초로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공동투자해 민간주도형으로 진행했다. 2003년 착공해 지난해 6월 1차 완공까지 10년이 걸렸다. 속초시가 생긴 이래 최초로 정부투자분까지 합쳐 1000억원이 들어간 대규모 사업이다. 모든 횟집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꾸며졌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먹거리와 함께 즐길거리도 만들기 위해 그 부근에 요트장과 해안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있기도 하다. 호텔까지 완공하면 명실상부한 국내 굴지의 관광어항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속초의 큰 꿈은 통일 시대에 한·중·러를 잇는 북방 항로의 활성화와 속초와 일본 기타큐슈를 연결하는 한·일 항로의 개설 등을 통해 환동해권 관광·물류의 중심 도시로 발전하는 것이다. 속초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이야기는 ‘남북통일 시대를 맞이한 속초의 번영’이다.⊙
蔡龍生 속초시장
“속초에 통일은 초대박”
채용생(蔡龍生) 시장은 6·25전쟁 후 이북 출신들이 모여 만든 속칭 ‘아바이 마을’ 출신이다. 그의 부모님의 고향이 이북인 북고성이기 때문이다. 그는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강원도 산업경제국장, 환경관광문화국장 등을 지냈다. 지난 2월 7일 오전에 속초시장실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의 표정은 즐거워 보였다.
—오늘 특별히 즐거운 일이 있나 보죠?
“특별히 즐거운 것은 아니고요. 오늘 중국 관광객이 속초항으로 들어왔는데 538명이나 돼요. 오늘 아침에 백두산항로를 통해서 중국 동북 3성에 사는 관광객들이 온 거죠.”
—백두산항로요?
“북방항로라고도 하지요. 속초에서 러시아 자루비노와 중국 훈춘과 속초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항로입니다. 원래 2000년 4월에 정식 취항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2010년 10월에 중단됐었습니다. 지난해 3월에 취항이 재개됐는데 중국과 러시아 관광객이 증가하는 등 활성화할 기미가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은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이나 많은 중국인 관광객 538명이 입국했다고 해서 기뻤습니다.”
—북방항로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네요.
“그렇죠. 일본과도 항로 개설을 협의 중인데 그렇게 되면 우리 속초가 설악권 지역경제와 관광 활성화는 물론이고 한·중·일·러 간 환동해권 북방교역의 구심체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백두산항로를 통해 백두산 관광이 가능한가 보죠?
“그렇습니다. 속초항을 통해 중국으로 가서 백두산 관광을 할 수 있습니다.”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그 이전에 속초항을 통해서 이루어지던 북한과의 교역이 중단됐는데 아직도 여파가 있습니까.
“아직 있죠. 북한 배는 지금도 못 들어오고 있어요. 폭침 사건 이전에는 북한 배가 바로 속초항으로 들어와서 조개류나 갑각류, 버섯 등을 내려놨는데 그와 관련됐던 무역업체, 운송업체, 하역업체 이런 데의 타격이 크죠.”
—금강산 관광객을 실어나르던 설봉호도 속초에서 출발했는데 금강산 관광 중단도 속초 경제에는 타격이었겠습니다.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겠죠.”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속초로서는 지형상, 지역의 정서상 통일이 되면 대박을 넘어 ‘대대박’이 될 것 같습니다.
“실향민이 많은 우리 시로서는 통일이 아주 큰 대박이죠. 경제적으로도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 속초가 동해의 딱 한가운데 있어요. 통일이 되면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수도권과도 가깝고 동해를 통해서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남한 지역으로 올 수 있는 최단거리가 되는 거죠. 속초가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속초시 인구가 정체 내지는 감소 추세인데요.
“우리 속초시의 산업구조를 보면 관광과 관련된 서비스업이 84.7%를 차지하고 건설업이 11%예요. 농어업은 합쳐서 2.8%인데 어업인구만 따진다면 1.5% 정돕니다. 어촌도시의 흔적은 거의 사라진 거죠. 그런데 이 서비스산업이라는 게 경기의 영향을 심하게 받잖아요. 종사자들이 당연히 불안하죠. 그래서인지 젊은이들이 우리 시를 많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고용이 불안하니까. 그래서 수산가공업 등 제조업을 통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통일 시대를 대비해 가시적으로 노력하는 게 있습니까.
“환동해권 국가 관광·물류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크루즈 관광 확대, 항만 시설 확장 등도 모두 통일 시대를 대비해서 우리 속초를 거점 기지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것뿐일까. 속칭 아바이 마을에서 만나는 실향민(失鄕民)의 고향을 그리는 마음과 바닷가 어시장(魚市場)의 내음이 함께 빚어내는 애잔한 아름다움을 놓고 그곳을 떠나기에는 어딘가 아쉽다. 서운하다. 곧 다가올 산과 바다와 호수가 어우러진 도시에 대한 그리움을 감당하기에는 우리가 돌아갈 도시가 너무 삭막하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돌아오기 위해 아쉬움을 접고 그곳을 떠난다.
속초는 그런 곳이다. 다시 돌아오고 싶은 그런 곳이다. 관광도시지만 눈에 보이는 부산함은 없고 차라리 고요하다. 설악권을 찾는 연간 2000만명의 관광객 중 1200만명이 이곳을 찾지만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고 사람의 발과 발이 밟고 밟히는 혼란스런 축제의 장은 없다. 그러나 속초는 사시사철 축제의 장이다. 조용하지만 알찬 축제의 장이다.
전국에서 가장 맛있다는 1만6000원짜리 닭강정이 있고 뱃삯이 200원인 갯배가 있으며 때로는 전복까지 썰어서 넣어주는 1만2000원짜리 물회가 있다. 함경도의 맛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 바이순대를 넣어 만든 7000원짜리 순댓국밥이 있다. 재래시장에 자리한 한 닭강정집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집이 돼 지금은 택배로 전국 어디나 배달이 된다. 재래시장 한귀퉁이에서 시작한 이 닭강정집의 연매출은 1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아바이순대를 먹을 수 있는 아바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만 연간 150만명에 달한다. 닭강정을 먹기 위해서, 갯배를 타기 위해서, 물회를 먹기 위해서, 길고 긴 줄을 서지만 그곳에서 아귀다툼은 벌어지지 않는다. 침묵하고 관조하는 사람들만이 있을 뿐이다.
속초는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 그곳을 찾는 이들에게 여행지를 찾는 진정한 즐거움, 즉 사색의 즐거움을 주는 도시다. 거대한 산과 드넓은 바다와 호수 앞에서 작아질 수밖에 없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침묵과 사색뿐이리라. 2014년 2월, 강원 영동 지방에 폭설경보가 내린 그 첫날의 속초 모습 또한 그랬다.
속초의 변신
조용함 속에서 속초는 또 한 번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첫 번째가 어업도시에서 관광도시로의 전환이었다면 이번은 통일 시대를 대비한 환(環)동해권 관광·물류 중심 도시로의 비약이다. 대한민국에 통일이 대박이라면 속초는 그 이상의 대박을 꿈꾸는 도시다.
지난해 3월 러시아·중국으로 향하는 국제 항로인 북방(北方)항로가 다시 개설됐고 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중단됐던 북한 선박이 다시 속초항을 찾게 될 것이다. 금강산으로 향했던 여객선도 다시 출항하게 될 것이다. 속초항도 기존의 3만t급까지 정박이 가능했던 크루즈항만을 5만t에서 7만t까지 가능하도록 확장할 계획이다.
관광도시이면서도 고속도로와 철도 연결이 부실해 뭔가 1% 부족했던 수도권으로부터의 접근성 불편이라는 속초시의 난제도 곧 해결된다. 2015년과 2016년 동해고속도로와 동서고속도로가 연이어 개통되고 동서고속화철도도 조기 착공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자동차로 서울에서 속초까지 1시간30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된다. 설악권 관광지를 찾는 이들의 대부분이 수도권 사람들임을 감안하면 속초가 동해안 관광 중심 도시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동해안 관광·물류 중심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준비한 것이 육로(陸路)와 해로(海路)뿐만은 아니다. 하늘길도 열어놨다. 속초와 맞닿아 있어 같은 생활권이라고 할 수 있는 양양국제공항이 중국 노선 증편 등 해마다 새로운 하늘길을 열어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통일 시대 이전이 될지, 이후가 될지 모르지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도 속초에는 희망이다. 그래서 동계올림픽과 연계해 올해 속초 시정(市政) 목표 중 하나의 구호도 ‘경기는 평창에서, 관광은 속초에서’로 정했다.
이를 위해 과거 철거됐던 설악산 비룡폭포 구름다리도 다시 복원할 계획이다. 등산 코스도 기존의 비선대, 울산바위, 비룡폭포 3개 코스 외에 달마봉 코스를 새롭게 개방할 계획이다. 알펜시아로 잠시 떠나갔던 외국인 카지노도 다시 맞이할 준비를 해놓은 상태다.
그런 꿈을 담을 그릇은 준비돼 있을까. 그렇다.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돼 있었다. 속초의 하루 외부인 수용 가능 인원은 10만명이다. 하룻밤 동시에 숙박할 수 있는 인원이 그렇다는 것이다. 전국 시 중 가장 작은 면적임을 자처하는 속초(105km2)지만 하루 숙박 수용 가능 인원은 전국의 시를 통틀어 가장 많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과천(36km2)이나 오산(43km2) 등 수도권 시 중에는 속초시보다 면적이 작은 시들이 있고 항구를 낀 도시로는 목포(48km2)가 속초보다 면적이 작다. 하지만 설악산국립공원이 시 면적의 64%를 차지하고 있고 두 개의 호수를 시 면적에 포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 시들을 제외한 전국 시 중 사람이 디딜 수 있는 면적으로는 제일 작다고 할 만도 하다. 인구밀도는 지난해 기준으로 강원도 평균 인구밀도인 km2당 92명보다 훨씬 많은 788명이다.
속초도 급속 팽창하던 시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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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드라마 〈가을동화〉 방영 후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갯배. 현지인들보다는 〈가을동화〉 주인공 은서의 체취를 느껴보려는 중국·일본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한다. |
속초는 어떤가. 시 승격 당시 5만여 명이었던 인구는 현재 8만3000여 명이다. 국내 전체 인구의 증가율도 못 따라가는 인구 증가인 것이다. 하지만 그 느림과 더딤은 속초의 또 다른 재산이 되고 있다. 속초의 느림과 더딤, 즉 속초를 찾는 이들 중에는 속초가 안고 있는 과거의 풍광과 정취를 찾아오는 이들도 꽤 많기 때문이다. 속초의 재래시장이 활성화하고 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는 속초의 음식이 아직도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속초가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속초로 몰려오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 콘도, 호텔 등의 숙박 시설이 지어졌고 항구와 재래시장은 과거의 정취를 보존해 가며 정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출발은 어촌마을이었지만 속초는 태생부터 관광도시였다. 하늘이 내려준 주변 경관들 때문이다. 제주도 관광이 활성화하기 전 속초는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았다. 산과 바다와 호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전국 유일의 관광지였기 때문이다.
속초도 한때는 정착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던 시절이 있었다. 1970년대 초반에 그런 일이 있었다. 1971년에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서 금강산 못지않은 비경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접근의 어려움 때문에 사람들이 발길을 꺼렸던 설악산으로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관광객이 증가하자 정부에서는 1972년 목우재를 통해 설악산으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설악동을 재개발하기 시작했다. 영랑호를 관광지로 본격 개발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다. 1974년에는 사람을 바다를 통해 나를 수 있는 뱃길도 더 크게 뚫렸다. 속초항을 확장한 것이다. 71년부터 74년 사이 속초가 개발되면서 전국에서 인구가 급속히 유입돼 속초시의 인구는 7만5000명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현재의 인구 8만3000명과 별 차이가 없는 인구가 그때 모였던 것이다. 속초 사람들은 그래서 1970년대 초반을 제1의 번성기라고 한다.
그리움의 음식 아바이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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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이 마을의 순대골목. 골목 곳곳 실향의 아픔이 배어 있는 곳이다. |
행정구역상 속초시 청호동인 속칭 아바이 마을에는 함경도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38선 이북, 고향과 가장 가까운 곳이 그곳이었기 때문이다. 아바이는 아버지의 이북 사투리다. 아바이 마을은 6·25전쟁 후 청초호 부근에서 형성됐다. 피란 시 이북에서 끌고 온 배를 정박하기 좋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청초호는 바닷물이 내륙으로 들어왔다가 사취(육지에서 바다로 뻗어나간 좁고 긴 사질의 자연 제방)나 사주(해안이나 하구 부근에 발달하는 모래나 자갈로 이루어진 퇴적지형)에 의해 바다와 분리돼 만들어진 석호다.
이곳에 정착한 함경도 사람들은 청초호를 중심으로 고기를 잡고 팔며, 어업을 생업으로 삼았다고 한다. 바닷사람들은 바다라는 환경이 주는 영향 때문에 급하고 거칠다. 날씨가 좋아야 고기를 잡을 수 있었던 그들은 농부들처럼 진득하게 날씨에 순응하며 농사를 지은 것이 아니라 거친 파도 등의 날씨와 싸우며 생업을 이어가야 했다. 고기 잡을 시간을 별로 허용치 않는 바다 날씨 때문에 당연히 급해질 수밖에 없었고 거친 파도와 싸워야 하니 거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향은 그들로부터 거칠고 급한 야성(野性)을 많이 앗아갔다. 지척에 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고향 음식인 아바이순대로 달래면서 그들은 야성 대신 그리움을 가슴에 안기 시작했다. 아바이순대는 그리움의 음식인 것이다. 그들이 종사하는 직업도 어업에서 상업으로 점차 이동해 갔고 마침내는 속초시의 상권을 거머쥐기도 했다.
아바이 마을로 가는 길에도 이야기가 있다. 그 길은 바다를 건너야 하는 물길이다. 지금은 다리를 놓아 육로와 다리로 아바이 마을까지 연결이 되지만 과거에는 중앙동 갯배나루에서 아바이 마을까지 배를 타고 가야 했다. 그 배가 갯배다. 갯배는 30~40명이 탈 수 있는 직사각형 모양의 거룻배로 양쪽 도착지에 쇠줄을 연결해 그 줄을 잡아당기며 이동하는 교통수단이다. 사람이든 자전거든 모두 공평하게 뱃삯은 편도 200원이다.
도로를 통해 아바이 마을로 갈 수 있지만 이 갯배는 여전히 인기다. 2000년 가을 방송됐던 드라마 〈가을동화〉가 만든 이야기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갯배는 〈가을동화〉의 주인공 은서(송혜교 분)가 청호동에 있던 자신의 집을 오가기 위해 탔던 배다. 드라마가 종영된 지 10여 년이 훨씬 더 지났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그 갯배를 타며 〈가을동화〉와 주인공 은서를 추억한다. 갯배를 즐겨 타는 이들이 〈가을동화〉를 즐겨봤던 일본이나 중국에서 온 관광객들이라는 사실이 그 방증이기도 하다. 역시 여행객들에게 이야기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그 이야기가 있기에 다시 찾게 되는 것 같다.
재래시장으로 몰려드는 인파
아바이 마을에서 조금만 다리품을 팔면 풍성한 먹거리가 널려 있는 곳이 있다. 건어물에서 생선까지 동해안에서 잡히는 모든 생선이 있고 가자미식해, 닭강정 등 다양한 먹거리가 즐비하다. 중앙시장이라는 오래된 이름을 속초관광수산시장이라는 현대적 이름으로 바꾼 전통시장(재래시장)이다. 주말에는 전국에서 2만 인파가 몰려와 북새통을 이루기도 하는 곳이다. 전국 최고다. 연간 그곳을 찾는 관광객은 150만을 상회한다.
주말 내왕객(來往客) 2만명은 거저 얻어진 수치가 아니다. 2006년부터 250억원의 예산을 들여 어물전, 닭전 등의 환경 개선을 했고 동화장 빛의 거리 조성, 차 없는 쇼핑거리 조성 등 상가 환경정비사업을 벌였다. 370대의 차량이 동시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시설도 만들었다. 2009년에는 200m 앞바다에서 직접 해수(海水)를 끌어와 지하 회센터에 공급하는 해수 인입시설도 설치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선정한 2011년 ‘가고 싶은 전통시장 50’ 및 ‘여행하기 좋은 전통시장 10’에 선정됐다. 2006년 기준으로 전국 전통시장은 1702개다.
속초를 찾는 외지인들이 반드시 들르던 곳이 있다. 대포항이다. 대포항 개발 사업은 전국 최초로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공동투자해 민간주도형으로 진행했다. 2003년 착공해 지난해 6월 1차 완공까지 10년이 걸렸다. 속초시가 생긴 이래 최초로 정부투자분까지 합쳐 1000억원이 들어간 대규모 사업이다. 모든 횟집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꾸며졌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먹거리와 함께 즐길거리도 만들기 위해 그 부근에 요트장과 해안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있기도 하다. 호텔까지 완공하면 명실상부한 국내 굴지의 관광어항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속초의 큰 꿈은 통일 시대에 한·중·러를 잇는 북방 항로의 활성화와 속초와 일본 기타큐슈를 연결하는 한·일 항로의 개설 등을 통해 환동해권 관광·물류의 중심 도시로 발전하는 것이다. 속초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이야기는 ‘남북통일 시대를 맞이한 속초의 번영’이다.⊙
蔡龍生 속초시장
“속초에 통일은 초대박”
채용생(蔡龍生) 시장은 6·25전쟁 후 이북 출신들이 모여 만든 속칭 ‘아바이 마을’ 출신이다. 그의 부모님의 고향이 이북인 북고성이기 때문이다. 그는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강원도 산업경제국장, 환경관광문화국장 등을 지냈다. 지난 2월 7일 오전에 속초시장실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의 표정은 즐거워 보였다.—오늘 특별히 즐거운 일이 있나 보죠?
“특별히 즐거운 것은 아니고요. 오늘 중국 관광객이 속초항으로 들어왔는데 538명이나 돼요. 오늘 아침에 백두산항로를 통해서 중국 동북 3성에 사는 관광객들이 온 거죠.”
—백두산항로요?
“북방항로라고도 하지요. 속초에서 러시아 자루비노와 중국 훈춘과 속초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항로입니다. 원래 2000년 4월에 정식 취항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2010년 10월에 중단됐었습니다. 지난해 3월에 취항이 재개됐는데 중국과 러시아 관광객이 증가하는 등 활성화할 기미가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은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이나 많은 중국인 관광객 538명이 입국했다고 해서 기뻤습니다.”
—북방항로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네요.
“그렇죠. 일본과도 항로 개설을 협의 중인데 그렇게 되면 우리 속초가 설악권 지역경제와 관광 활성화는 물론이고 한·중·일·러 간 환동해권 북방교역의 구심체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백두산항로를 통해 백두산 관광이 가능한가 보죠?
“그렇습니다. 속초항을 통해 중국으로 가서 백두산 관광을 할 수 있습니다.”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그 이전에 속초항을 통해서 이루어지던 북한과의 교역이 중단됐는데 아직도 여파가 있습니까.
“아직 있죠. 북한 배는 지금도 못 들어오고 있어요. 폭침 사건 이전에는 북한 배가 바로 속초항으로 들어와서 조개류나 갑각류, 버섯 등을 내려놨는데 그와 관련됐던 무역업체, 운송업체, 하역업체 이런 데의 타격이 크죠.”
—금강산 관광객을 실어나르던 설봉호도 속초에서 출발했는데 금강산 관광 중단도 속초 경제에는 타격이었겠습니다.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겠죠.”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속초로서는 지형상, 지역의 정서상 통일이 되면 대박을 넘어 ‘대대박’이 될 것 같습니다.
“실향민이 많은 우리 시로서는 통일이 아주 큰 대박이죠. 경제적으로도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 속초가 동해의 딱 한가운데 있어요. 통일이 되면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수도권과도 가깝고 동해를 통해서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남한 지역으로 올 수 있는 최단거리가 되는 거죠. 속초가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속초시 인구가 정체 내지는 감소 추세인데요.
“우리 속초시의 산업구조를 보면 관광과 관련된 서비스업이 84.7%를 차지하고 건설업이 11%예요. 농어업은 합쳐서 2.8%인데 어업인구만 따진다면 1.5% 정돕니다. 어촌도시의 흔적은 거의 사라진 거죠. 그런데 이 서비스산업이라는 게 경기의 영향을 심하게 받잖아요. 종사자들이 당연히 불안하죠. 그래서인지 젊은이들이 우리 시를 많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고용이 불안하니까. 그래서 수산가공업 등 제조업을 통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통일 시대를 대비해 가시적으로 노력하는 게 있습니까.
“환동해권 국가 관광·물류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크루즈 관광 확대, 항만 시설 확장 등도 모두 통일 시대를 대비해서 우리 속초를 거점 기지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