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거창한 출발, 초라한 실적의 李明博·安哲秀재단 : 월간조선

최근 연예인 강호동씨가 2012년 4월 탈세 혐의 속죄 차원에서 자신의 재산 약 15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계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가자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선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기부를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 2006년 10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Ｘ파일, 에버랜드 편법 증여 논란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사과 차원에서 기존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 보유재산을 8000억원으로 늘려 사회에 환원했다. 이것이 지금의 삼성꿈 장학재단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2006년 검찰의 비자금 수사 때 맏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함께 7년간에 걸쳐 글로비스 주식 등 1조원 상당의 주식을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겠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정몽구재단’을 만들었다.

대중의 지지에 울고 웃는 정치인들 역시 ‘기부’를 이용해 위기를 모면하거나,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장한다. 이 중 세인들의 기억에 남는 건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당시 세운 ‘청계재단’, 국회의원 안철수씨가 정계 입문을 앞둔 시점에 설립한 ‘안철수재단(현 동그라미재단)’이다. 두 재단 설립 소식은 당시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설립자들도 세간의 찬사를 받으며 이미지 개선 효과를 봤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이 설립한 청계재단에 대해 본업인 장학사업은 소홀히 하면서 자산 증식만 꾀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홍근(朴洪根) 민주당 의원은 “서울특별시교육청을 통해 제출받은 <청계재단 운영현황>을 분석한 결과, 청계재단은 목적사업 기부금을 자산 증식 차원의 적립금으로 무단 전용한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익법인의 회계는 목적사업회계와 수익사업회계로 나뉜다. 목적사업회계는 법인 고유의 목적사업에 한해서만 지출할 수 있다. 수익사업회계는 목적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재원, 즉 재단 자산을 늘리는 데 쓸 수 있다.

그런데 청계재단은 기부자가 목적사업인 장학금 지급에 써 달라고 증서를 제출했는데도 그 취지와 달리 기부금을 재단 수입을 늘리는 데 썼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재단이 지급하는 장학금 규모는 연평균 9.6%씩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혜 학생 수도 해마다 줄었다. 2009년 현직 대통령이 사재를 털어 설립한 장학재단이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안철수재단도 설립 초기 이런저런 사업을 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그 활동 사항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월간조선》은 청계재단의 내부 자료를 입수하고, 안철수재단의 경우엔 감사보고서, 보도자료, 사이트 등을 참고해 그간의 운영 상황을 살폈다.

“재산 다 내놓겠다”고 한 이명박 후보

2007년 12월 7일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대선을 12일 앞두고 방송 연설에서 “대통령 당락에 관계없이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고 사회환원을 공언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BBK와 다스,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에 휩싸여 있었다. 대선이 ‘BBK 블랙홀’에 빠져 다른 쟁점은 없다시피 한 상황이었다.

‘이명박 대세론’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던 그는 ‘최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앞서 밝힌 ‘전 재산 사회환원’이다. 야권에선 “국민을 상대로 한 매표 행위”라고 비난했지만, 그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이명박 후보는 2007년 대선에서 2위 후보 정동영씨(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530만표 차로 압도하며 당선됐다.

2009년 7월 6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소년 장학사업을 펼칠 ‘재단법인 청계’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청계(淸溪)’는 ‘맑고 깨끗한 시냇물’이란 뜻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의 호다.

출연 재산은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제외한 자신 소유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영포빌딩·대명주빌딩, 양재동 영일빌딩 등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395억원(감정평가액 기준)이다. 이 중 임대보증금 등 부동산 관련 채무 64억3000만원을 제외한 재단 순자산은 331억원이었다. 당시 송정호 재단설립추진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출연한 건물 임대료가 사업재원”이라며 “월 임대료 수입이 9000여만원이어서 관리비 등을 제하고 나면 연간 10억원은 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청계재단은 2009년 8월 25일 설립됐다. 목적사업은 ▲장학금, 학자금 지급 ▲교육기관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으로 정했다. 이와 관련, 송정호 청계재단 이사장은 ‘재단 사이트 인사말’에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열정과 노력만 있다면 공부를 지속시켜 주는 것이 가장 위대한 투자이자,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구현할 수 있는 첫 단추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대통령께서 재산을 출연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출연의 참뜻을 순수하게 살려 달라는 대통령의 말씀을 무겁게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투명한 운영으로 사회적 신뢰를 얻고…(후략)”

청계재단, 은행 대출받아 李明博 빚 대신 갚아

송정호 재단법인 ‘청계’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현 청계재단 이사장)이 2009년 7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331억여원의 사회기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는 큰 화제였다. 당시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청계재단의 시작은 화려했단 얘기다. 그런데 이후 활동 사항에 대해선 별다른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청계재단은 그동안 어떤 일을 해 왔을까.

재단 설립 후 청계재단이 먼저 한 일은 설립자의 빚을 대신 갚는 것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부담부(負擔附)증여’ 방식으로 기부했기 때문이다. 부담부증여란 증여 재산에 담보된 채무 등이 있으면 증여받는 사람이 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증여하는 것을 말한다. 즉 채무액만큼 부동산 가액이 낮아져 증여세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일부에선 이를 증여세를 회피하는 편법증여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유상으로 채무까지 재단에 이전했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재단이 이를 대납하는 특약을 맺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과된 세금 약 12억원은 청계재단이 냈다. 또 서초동 영포빌딩을 담보로 50억원(연리 6%)을 대출받아 이 전 대통령의 채무를 변제했다.

청계재단의 본격적인 장학 활동은 2010년 3월부터 이뤄졌다. 국세청이 운영하는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청계재단은 2010년 447명에게 총 6억1915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장학금 지급과 수혜 학생 현황은 ▲2011년 5억7865만원·408명 ▲2012년 4억6000만원·305명 등 4년간 1160명에게 총 16억5780만원을 지급한 것이다.

이 중 청계재단 수익금은 약 10억5000만원, 나머지 6억원은 2010년과 2011년에 이 전 대통령 사위 조현범씨가 사장으로 있는 한국타이어가 3억원씩 기부한 금액으로 충당했다.

청계재단의 연도별 수익금이 ▲2010년 12억3076만원 ▲2011년 13억4974만원 ▲2012년 14억1257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목적사업에 투입되는 수익 대비 지출 비율이 연평균 26%밖에 안 된다. 앞서 본 것처럼 장학금 지급 규모도 감소하고 있다. 그 이유는 건물 유지·관리비, 이 전 대통령이 재단에 넘긴 채무에 따른 이자비용 때문이다.

대출금 이자 갚는 데 연간 2억8000만원 써

청계재단의 <수익사업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경상운영비를 뜻하는 ‘판매비·관리비(급여, 수도광열비, 건물관리비, 제세공과금 등)’는 ▲2010년 12억7767만원 ▲2011년 6억5850만원 ▲2012년 7억920만원이다. 2010년 ‘부담부증여’에 따라 발생한 이 전 대통령의 양도소득세를 대납하는 데 6억1792만원을 지출한 걸 제외해도 연평균 판매비・관리비가 6억7600만원이나 된다.

이 밖에 이 전 대통령이 재단에 넘긴 채무도 비용 증가에 한몫한다. 청계재단은 은행에서 대출받은 50억원으로 이 전 대통령의 채무를 변제했다. 그에 따른 이자비용은 ▲2010년 2억6372만원 ▲2011년 2억7950만원 ▲2012년 2억9169만원 등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자비용으로만 연평균 2억8000만원이 드는 셈이다. 조속한 대출금 상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초 청계재단은 2009년 서울시교육청에 50억원 대출 승인을 요청하면서 “3년 내에 상환하겠다”는 채무상환계획서를 제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2년 9월 상환’이란 조건을 붙여 이를 승인했다. 또 2012년 6월 청계재단에 “9월 21일까지 상환하라”고 권고했지만, 재단은 이행하지 않았다.

청계재단은 이 전 대통령 소유 건물 3채, 다스 주식을 가지고 있다. 2012년 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순자산가액은 425억원이다. 건물이나 주식을 일부 팔아 빚을 갚을 수 있는 여력이 있단 얘기다. 그런데도 청계재단이 교육청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각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청계재단이 수익률 낮은 자산 매각 미루는 이유는?

청계재단은 채무상환 시기를 2015년 11월로 연기했다. 청계재단은 아직 같은 이유로 건물 매각을 미루고 있다. 건물 3곳의 소재 지역이 ‘강남권’이란 점, 건물을 매각할 경우 재단 수익이 줄어드는 점 등을 감안하면 청계재단이 내세우는 매각 연기 이유가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스 주식 1만4900주는 얘기가 다르다.

현재 청계재단이 보유한 101억원 상당의 다스 지분 5.03%는 원래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가 갖고 있던 48.99%(14만6000주)의 일부다. 김씨가 2010년 사망하자 이를 부인 권영미씨가 물려받아 청계재단에 1만4900주를 기부했다.

박홍근 의원은 “권씨가 작성한 ‘기부증서’에는 기부목적을 ‘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돼 있는데 청계재단은 이를 재단 자산 증식용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무관청인 서울시교육청은 “향후에는 기부자가 원하는 바에 따라 재단 기부금이 사용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스 주식이 청계재단의 ‘재산 증자’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할지는 미지수다. 다스 주식은 수익성이 낮은 자산이기 때문이다. 권씨가 주식을 기부할 당시까지 다스는 배당한 적이 없었다.

2012년 다스는 2011년 결산을 하면서 창사 이후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했다. 주당 배당금은 8800원으로 1만4900주를 보유한 청계재단은 1억3112만원을 받았다. 감정평가액이 101억원인 걸 감안하면 수익률은 약 1.3%인 셈이다.

“투명한 운영으로 신뢰 얻겠다”더니?

2013년 2월 2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으로 들어가기 전 마중나온 시민들과 인사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 이 전 대통령은 논현동 자택을 제외한 전 재산을 청계재단에 출연했다.

다스가 공시한 ＜201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총 7만3700주에 대한 주당 배당금 8000원의 현금배당을 했다. 이 중 청계재단이 2012년 결산을 통해서는 얼마를 받았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보유 지분 전체에 대한 배당을 받았다고 해도 그 금액은 1억1920만원이므로 수익률은 1.18%에 그친다. 이는 2013년 12월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 2.5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재산 증식 측면에서만 보면 다스 주식을 처분하는 게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다. 감평액 101억원에 주식을 매각하면 2013년 장학금 지급액(4억5000만원)에 가까운 4억3000만원의 여유자금이 매년 생긴다. 매각대금으로 대출금 50억원을 상환하면 연간 3억원씩 나가는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잔액 51억원은 연리 2.58%로 예금해 1억3158만원의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이 계산에는 세금은 포함돼 있지 않다.

지금까지 살핀 것처럼 청계재단은 이 전 대통령의 빚을 대신 갚으면서 당초 예상했던 규모대로 장학사업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장학사업 규모를 줄여 가면서 거액의 기부금을 재산보전 목적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보유 자산을 일부 매각하면 재무 상황도 호전되고, 설립 취지에 맞게 목적사업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데 실행하지도 않는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이 소유 부동산을 기증해 설립한 청계장학재단의 사업실적을 보면 무엇을 위해 만든 재단인지 참으로 수상하다”며 “결국 청계재단이 장학사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재산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청계재단의 상황은 송정호 이사장이 밝힌 “투명한 운영으로 사회적 신뢰를 얻겠다” “출연의 참뜻을 순수하게 살려 달라는 대통령의 말씀을 무겁게 마음에 새긴다”는 각오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청계재단은 이 전 대통령의 ‘참뜻’을 어떤 의미로 해석한 것일까.

安哲秀, 안랩 사장 시절 낸 기부금은 3138만원 불과

정치인이 설립한 공익법인 중 청계재단만큼 집중조명을 받았던 곳이 있다. ‘안철수재단(현 동그라미재단)’이다. 현재 무소속 국회의원인 안철수(安哲秀)씨는 2011년 11월 자신이 세우고 최대주주로 있는 안철수연구소(현 안랩)의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주식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메일 내용 중 일부다.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은 입장에서(중략) 제가 가진 안 연구소 지분의 반 정도를 사회를 위해 쓸 생각입니다. (중략)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을 실천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처럼 안씨는 자신의 기부가 갑작스러운 게 아닌 예전부터 품고 있던 결심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안랩 사업보고서를 보면, 안씨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안랩이 사회공헌을 위해 낸 기부금은 3138만원이다. 같은 기간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496억원, 26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는 말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당시 안씨의 기부 발표에 대해 ‘정치테마주의 최대 수혜자’란 인상을 불식시키기 위한 정치행위라는 비판도 있었다.

실제 그의 재산 중 대부분을 차지한 안랩의 주식 가격은 2011년 8월에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던 안철수씨가 언론에 자주 등장해 기득권층을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안랩 주가는 ▲서울시장 출마설(9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원(10월 24일) ▲주식 기부 의사 공개(11월 14일) 등 안씨의 정치적 언행에 맞춰 급상승했다.

2012년 2월 6일 안철수씨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지분의 절반인 186만 주 중 86만 주는 매각해 현금으로, 나머지 100만 주는 현물 형태로 출연한다”는 재단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안랩 주식은 대표적인 ‘정치 테마주’다. 2011년 7월까지 2만원에 머물던 안랩 주가는 안철수씨가 정치 행보를 보인 8월부터 상승했다. 이후 주가는 기업 실적과 관계없이 안씨의 정치적 언행에 따라 요동쳤다.

安哲秀, 보유 주식 수는 1/2로 줄었지만 평가액은 324억원 늘어

총 6차례에 걸친 장내매도를 통해 안랩 주식 86만 주를 약 930억원에 매각하고, 양도소득세 등 세금 206억원을 뺀 722억원을 재단에 출연했다. 같은 해 9월엔 안철수재단 이사회가 ‘50만 주 증여, 50만 주 신탁’안을 가결해 증여와 신탁계약을 통한 현물 출연이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안씨의 안랩 지분은 당초 37.1% (372만주)에서 18.6%(186만주)가 됐지만, 그는 ‘남는 장사’를 했다.

현재 안철수씨가 보유한 안랩 주식 가치는 2013년 12월 13일 종가 5만 7400원을 기준으로 약 1068억원이다. 이는 ‘안철수 신드롬’이 불기 전인, 2011년 7월 초엔 744억원이었다. 지금 안씨가 보유한 안랩 주식 수는 당시의 절반 수준인데도, 평가액은 324억원 늘었다는 얘기다. 이 밖에 안씨는 ‘기부천사’ 이미지를 얻고, ‘정치테마주 수혜자’란 비판에 대한 방어논리를 갖출 수 있게 됐다.

2012년 4월 ‘안철수재단’이 설립됐다. 법인 고유목적사업은 ▲창업 지원을 통한 기업가 양성사업 ▲국민참여형 기부문화 창달사업 ▲교육 지원 및 세대 간 재능기부사업 ▲기타 이 법인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사업 등이다. 재단 자산은 설립 당시엔 722억원이었지만, 현재는 953억원이다. 이는 청계재단 자산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안철수재단이 지난 1년 7개월 동안 이 돈으로 어떤 사업들을 진행했는지 조사했다.

설립 이후 1년간 안철수재단은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다. ‘안철수’란 이름이 문제였다. 2012년 8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설립자 안철수씨를 대선 입후보 예정자로 판단, 안철수재단의 기부활동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안철수재단 이름으로 금품을 제공하면 입후보 예정자가 주는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단 ▲재단 이름에서 ‘안철수’ 삭제 ▲안철수 재단 운영 참여 금지 ▲기부 활동 시 제공자가 안철수란 사실을 모르게 할 것 등을 지킨다면 활동이 가능하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에 안철수재단은 이틀 뒤 선관위 유권해석과 관련해 이사회를 열고 안철수재단의 명칭을 유지하되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기부활동’을 추진하는 대신 ‘안철수’란 이름을 택한 것이다.

2013년 2월 안철수재단은 이사회를 열어 ‘동그라미재단’으로 명칭을 바꿨다. 안철수씨가 미국에서 귀국해 4월 재·보선 출마를 앞둔 상태에서 ‘안철수재단’ 명칭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앞으로의 재단 활동에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명칭 변경을 결정했다고 재단 측은 설명했다.

당시 김영 ‘안철수재단’ 이사장은 “재단이 공직선거법, 명칭 변경 등의 문제로 활동이 늦어진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단 설립 취지를 잘 지켜 나가면서 재단 활동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재단은 설립 이후 약 1년 동안 추진한 사업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 안철수재단의 <2012년 공익사업 부문 손익계산서>를 보면 비용 지출은 운영비로 나간 3억4840만원뿐이다.

안철수재단(현 동그라미재단)은 2013년 4월 1일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 <2013년 ‘ㄱ’ 찾기 프로젝트 공모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안철수재단의 첫 ‘작품’이다. 지원 분야는 ▲청소년 진로 지도 역량계발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실행 ▲대회·행사 주최 ▲재능기부 시스템 개발 등이다. 재단 측은 최종 선정된 프로젝트 내용을 사이트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재단, 2012년 사업수익으로 18억원 벌어

2011년 12월 1일 안철수연구소 사회공헌 활동 발표에 참석한 안철수씨. 2주 전 ‘주식 절반 기부’ 의사를 밝힌 그는 당시 국정 분야별 과외학습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ㄱ’ 찾기 프로젝트 공모에는 총 126개 팀이 신청했다. 최종 선정된 팀은 14개다. 안철수재단은 프로젝트별로 1년간 약 3000만원을 지원한다. 총 지원금 규모는 4억1386만원이다.

안철수재단의 두 번째 추진 사업은 사회활동가 후원사이트 ‘임팩트스푼(Impact spoon·사회변화를 위해 힘을 모으는 수많은 스푼들, 그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임팩트라고 설명하고 있음)’을 개설한 것이다. 2013년 8월 안철수재단은 공익사업 발굴 및 지원을 위해 이 사이트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임팩트스푼’은 자금을 제공할 공모자가 주제를 제시하면 사회활동가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안철수재단의 역할은 공모자의 자금이 부족할 경우 ‘온라인모금’을 하도록 지원하고 그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할 경우 수수료만 부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안철수재단은 직접적으로 사업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임팩트스푼’ 사이트에 따르면 개설 이후 4개월간 등록된 공모사업은 안철수재단이 진행하는 ‘ㄱ’ 찾기 프로젝트를 제외한 7건이다. 이 중 지원금액이 표기된 4개 프로젝트의 사업규모는 3200만원이다. 지금까지 모든 프로젝트가 온라인모금을 했다고 해도 안철수재단이 부담하는 수수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재단이 2013년에 마지막으로 추진한 사업은 ‘로컬 챌린지 프로젝트’다. 이는 창업 후 성장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에 초점을 맞춰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안철수재단은 2013년 10월말 지원대상으로 7개 기업을 선정했다. 이들에게는 향후 6개월 동안 5000만원 상당을 지원한다. 안철수재단의 총 지원금이 약 3억5000만원인 셈이다.

이처럼 안철수재단은 설립 이후 1년 7개월 동안 3개 사업을 진행했다. 관련 사업비는 약 7억6000만원으로, 재단 자산 953억원의 0.8% 수준이다. 이같이 저조한 실적은 안철수재단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서 그런 게 아니다. 재단은 <2012년 감사보고서>에 사업수익으로 총 18억1800만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중 금융자산 보유에 따른 이자수익만 17억6190만원이다. 안랩으로부터 5616만원의 배당금도 받았다. 여기서 각종 운영비를 빼도 당기순이익은 약 15억원이다. 그런데도 올해 ‘공익사업’에 지출한 비용은 8억원도 안 된다는 얘기다. 당초 안철수씨가 주식 기부 계획, 재단 설립을 발표할 때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것과 실제 재단의 활동 내용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안철수재단’은 안씨가 정치 활동을 활발히 할 때 그 돈을 다 쓰려고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