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사례연구] 맞춤 직업교육의 산실, 서정대학교 : 월간조선

경기도 북부 지역은 ‘상처’와 ‘신화’가 가득한 곳이다. 6·25와 냉전(冷戰)의 상처가 곳곳에 남아 있고, 전곡리(연천군) 구석기 삶의 흔적과 신라 경순왕·백제 견훤·고려 왕건의 역사적 자취도 이곳에 있다.

지금까지 삼팔선과 민통선에 막혀 발전이 더뎠으나 엄청난 잠재력이 숨 쉬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양주별산대’의 양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양주는 동쪽으로 포천과 동두천, 서쪽으로 파주와 고양, 남쪽으로 서울과 의정부, 북쪽으로 연천과 마주볼 정도로 요충지다.

최근 경기 북부 지역이 인구감소로 애가 타고 있지만 양주는 오히려 인구가 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양주 옥정지구에 1256가구를 분양한다고 밝혔다. 옥정에 이어 회천지구에 2만2000가구(인구 6만2000명 예상)를 공급할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서울 도봉산과 양주 옥정지구를 잇는 전철 7호선 연장사업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 양주에 서정대학교(총장 김홍용)가 똬리를 틀고 있다. 꼭 10년 전 전문대학으로 출발한 서정대는 수도권과 경기 북부의 인재를 흡수해 ‘산업 전사’로 내보내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2003년 4개 학과 입학정원 400명으로 시작해 현재 16개 학과 총 재학생 4423명으로 성장했다. 주변의 다른 전문대학의 성장이 지지부진할 때 10년간 양과 질 면에서 모두 발전을 이룬 비결은 뭘까. 그 노하우를 듣기 위해 양주로 차를 몰았다.

수익용 재산, 건물, 교지 등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서정대 캠퍼스.

서정대 김홍용(金洪用) 총장은 얼굴이 가무잡잡하고 다부져 보였다. 총장실에 들어서니 “넥타이부터 맬까요?”라고 물었다. 탁자 위의 먼지도 그냥 휴지로 쓱쓱 닦았다. 이 대학의 모토(“현장에 바로 투입될 인재양성”)처럼 실용적이고 사실적인 사람같이 느껴졌다. 그는 “해마다 학교가 변하고 있어요. 지금 방학 중인데 교정에 백일홍이 폈어요. 보셨어요?”라고 물었다.

“일로일로일소일소(一怒一老一笑一少·한 번 성내면 한 번 늙고,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진다는 뜻)라는 말이 있잖아요. 꽃을 보면 엔도르핀이 나옵니다. 학생들의 (공부)능률이 오르지 않을까요?”

김 총장은 경희대 의과대학을 나온 뒤 피부과 전문의로 출발해 전북대 의대교수를 지냈다. 부친인 고(故) 김경식 박사는 중학교 교감으로 재직했는데, 이후 산소(O₂) 제조와 건축자재 관련 사업을 시작해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광주(光州)에 서영유치원, 서강중, 서강고, 서영대를 설립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아버지가 갑자기 타계했다. 이들 학교는 김 총장의 동생 김정수 박사가 맡고 있다. 경기도 양주의 서정대는 교육보국(敎育報國)이라는 남편의 유지를 이어가려는 김 총장의 어머니 김상우(2013년 작고) 박사가 2003년 설립했다. 김 총장은 설립 초기부터 총장을 맡아 어머니와 함께 대학을 키워왔다고 한다.

“양주에 서정대를 세울 때 직접 관여는 안 했지만 기본 조사는 했어요. 경기 북부의 인구분포, 학교분포를 따져보았어요. 우리나라에서 학교가 가장 적은 곳이 이 지역입니다. 이 지역 인재들은 좋은 대학이 없어 서울이나 다른 수도권으로 ‘유학’ 갈 수밖에 없는 처지였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결정이 옳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서울에서 많은 학생이 찾아와요.”

대학사무처 관계자는 “김 총장이 학교법인 요건에 필요한 수익용 기본재산 기준을 맞추기 위해 사재를 털어 학교에 기부했다. 설립 초기 34억원에 불과한 수익용 기본재산이 지금은 200억원가량으로 늘었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내실 있는 학교란 얘기였다.

10년간 건물이 1개 동에서 8개 동으로 늘었고, 교지(校地)는 2만 평에서 4만 평으로 바뀌었다. 8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은 컨벤션센터까지 갖춰 경기 북부에서 가장 크고, 음향기기는 서울 예술의전당과 맞먹을 정도로 고성능이라고 한다.

서정대에 입학하려면
9월 4일부터 수시 1차 모집

서정대는 2014학년도 수시 1차 모집을 오는 9월 4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다. 입학정원(정원 내) 1647명 중 743명을 뽑는다. 모집학과는 자연과학계열의 호텔조리과·애완동물과·식품영양과·섬유패션디자인과를 비롯해 인문사회계열의 경영정보과·사회복지행정과·관광과·유아교육과·호텔경영과·영유아보육과(신설), 공학계열의 인터넷정보과·자동차과·소방안전관리과, 보건계열의 응급구조과·간호과, 예체능계열의 뷰티아트과(피부미용과) 등이다.

모집학과 중 응급구조과와 간호과, 유아교육과는 3년제고 다른 학과는 2년제다. 학사학위 취득이 가능한 학과는 사회복지행정과와 유아교육과. 사회복지행정과는 전공심화과정으로 2년, 유아교육과는 1년을 더 이수하면 학사모를 쓸 수 있다.

2014년 2월 졸업예정자와 1999년 2월~2013년 2월 졸업자에 한해 선발하며, 1~2학년 4개 학기 중 우수한 2개 학기의 교과성적만을 100% 반영한다. 호텔조리과와 자동차과 등 7개 학과는 면접(33.3%)을 반영한다. 다만 응급구조과와 간호과는 수능 언어·수학·영어 3개 영역의 평균 6등급 이내 최저학력기준을 반영한다.(대학 홈페이지 www.seojeong.ac.kr, 031-860-5009~10 참조)

전문대학은 수시모집에 지원 횟수의 제한이 없어 복수 지원도 가능하다. 접수는 대학 창구와 우편, 인터넷(www.uwayapply.com, www.jinhakapply.com) 모두 가능하다. 2012학년도 현재 장학금 수혜율은 31.7%. 1인당 장학금은 연간 93만8500원이다.

성장 비결

‘성장의 비결’을 알려달라고 하니, 에둘러 답하지 않았다.

“3가지라고 생각해요. 학교법인에 기부를 많이 한 점, 경기 북부에 제대로 된 고등교육 기관이 필요하다는 시대 흐름, 강의평가와 성과급제를 활용한 학생과 교직원 단합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심적으로 대학을 운영하며 교직원이 따라오도록 했어요.”

이야기가 김 총장의 ‘솔선수범’으로 옮겨갔다. 말투에 허세가 느껴지지 않았다.

“학교공사를 할 때면 현장을 직접 지켰고 제 손으로 물량조사를 해서 대학건물을 직영으로 지었습니다. 그래서 조달가의 절반 가격에 저렴하게 건물을 올릴 수 있었어요.”

—건축은 여러 가지 변수가 있는 분야인데, 원래 좀 알고 있었나요.

“아뇨. 의대 교수가 뭘 알겠어요. 비전공자로서 건축물량을 산출할 수 있는 이는 드물걸요?”

교직원 얘기가, 학교 건물을 신축할 때마다 김 총장이 새벽 4~5시에 작업복 차림으로 현장을 진두지휘했다고 한다. 철근과 시멘트 사용량을 꼼꼼히 점검해 건축비용을 줄였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인터뷰 도중에 본관 뒤쪽에서 줄곧 요란한 터 파기 파열음이 들렸다. 그는 “2학기 개강 전에 땅을 모두 다지려고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곁에 있던 사회복지행정과 김예림 교수는 “구성원 스스로 열심히 하게끔 이끈다. 고향이 호남이어서인지, 민어회나 홍어회 같은 제철음식을 교직원을 위해 챙겨주기도 한다. 총장이 성과만큼 보답하려 마음을 쓰니, (교수들) 스스로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서정대의 자랑거리는 단연 취업률이다. 졸업생을 배출한 2005년 이래 8년 연속 전문대학 취업률 최상위그룹에 자리하고 있다. 우선 연도별 졸업생 전체 취업률을 살펴보자. 2005년 96.2%, 2006년 98.7%, 2007년 99.7%, 2008년 98.5%, 2009년 97.8%, ‘건보가입 취업률’로 변경된 2010년부터는 3년 연속 수도권 1위와 최상위 자리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김 총장의 말이다.

“취업뿐 아니라 졸업생의 현장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다가, ‘취업 질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안정성, 수익성, 성장성을 갖춘 기업을 매치시킨다는 것이지요.”

그럼, 좋은 기업의 요건은 무엇일까. 그런 업체를 어떻게 찾아냈을까.

“학과별로 근로조건, 급여, 기업의 규모와 성장성 등의 조건을 두루 따졌어요. 공개된 정보를 활용하고 직접 교수들이 발품을 팔아 기업을 돌아다녔어요. 그리고 좋은 업체라고 판단되면 이 회사가 요구하는 교육을 맞춤식으로 가르쳤습니다. 여기다 산업기사 등 자격증이나 어학능력, 경진대회 수상 등 제3의 기관으로부터 학생의 실력을 검증받아 현장(취업)에 내보내는 겁니다.”

말이 쉽지, 좋은 기업과 맞춤식 교육, 취업으로 이어지는 3박자가 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다. 스승이 물가로 학생을 끌어야 하고, 학생이 자발적으로 물을 마셔야 하며, 대학이 동기를 부여하는 선순환 과정이 마련돼야 한다.

불붙은 자격증 취득경쟁

서정대 진입로에 걸린 각종 경시대회 수상 현수막들. 지금까지 175개 대회에서 2205명이 수상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서정대는 지난 2011년에 학생 3345명이 기능장과 산업기사와 같은 각종 국가(혹은 민간)자격증을 땄다. 이듬해에는 4303명(누적 수치)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기능장과 산업기사 등 자격증 취득자가 1846명에 이른다고 한다. 놀라운 수치다.

“금방 수치가 올라가지 않았어요. 젊은 교수 한 분을 ‘푸시(push)’해서 처음 한 과에서 시작을 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오니 도미노처럼 다른 과로 번져갔어요. 학생들에게 말로만 공부하라고 해서 이뤄지지 않아요. 교수들이 밤늦게까지, 심지어 방학 때도 나와 세심하게 살펴야 가능합니다.”

김 총장의 계속된 이야기다.

“호텔경영과, 호텔조리과, 관광과 졸업생의 3분의 2가 ‘특1급 호텔’에 들어가고 있어요. 질적 취업률도 높아진 것이지요. 학생들이 자격증에 도전하면서 좋은 직장을 골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자격증 중에서도 ‘산업기사 자격증’은 전문대 졸업자의 능력을 보증하는 징표다. 이 자격증을 따면 사실상 높은 급여와 안정된 직장이 보장된다. 2012년 한 해 동안 컬러리스트, 정보처리, 사무자동화, 자동차정비, 소방설비, 조리, 실내건축 분야에서 모두 44명이 산업기사 자격증을 땄다. 올 들어 실시된 두 차례의 필기시험(연간 4번 시험을 치른다)에 합격한 이는 모두 152명.

국가고시 응급구조사 3년 연속 100% 합격, 식품영양사 합격률 전년 대비 100% 향상, 산업계 기능인의 최고봉인 ‘기능장’ 3년 연속 배출도 자랑거리 중 하나다.

김 총장은 “최종합격까지 아직 관문이 남아 있지만, 올해는 전년 대비 350% 이상 합격률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섬유패션디자인학과의 경우, 올 들어 산업기사(컬러리스트) 자격증을 땄거나 필기시험에 통과한 학생비율이 2학년 재학생의 65%라고 한다. 학생끼리 자격증 취득경쟁이 붙을 정도다.

또 뷰티아트과(舊 피부미용과)는 산업기사(컬러리스트) 자격증과 관련, 2학년 메이크업 전공학생의 57%, 인터넷정보과는 산업기사(정보처리, 사무자동화) 자격증에 2학년 재학생의 43%, 소방안전관리과는 산업기사(소방설비) 자격증에 2학년 재학생의 40%가 최종합격했거나 합격을 앞두고 있다.

명장 대학원 설립할 것

—학생들 얘기는 자주 듣나요?

뜸을 들이지 않고 즉답이 돌아왔다.

“총장으로 취임한 뒤부터 매년 각 학과 신입생과 재학생 수명을 무작위로 불러 대화를 나눠요. 건의사항이 있으면 100% 다 수용하려 합니다. 물론 엉뚱한 건의도 있어요. 어느 학생이 ‘강의실이 더우니 봄부터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하더군요. ‘전력수급에 문제가 있고 국가시책인 에너지 절약차원에서도 곤란하다’고 해 무마했어요(웃음). 엉뚱한 건의 외에는 비교적 다 반영해 불만을 줄여가고 있고 강의평가도 꼭 하게 해 교수에게 자극을 줍니다. 또 총학생회 간부들과도 술 한 잔 정도는 해요.”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강의만족도 조사에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5단계 명목척도 중 ‘보통 이상 만족’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년 연속 95%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평균 취득점수는 3.0 만점에 2009년 2.61점, 2010년 2.62점, 2011년 2.59점, 2012년 2.58점으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김예림 교수는 “강의만족도는 2010년 한국갤럽의 교육만족도 종합조사(장학금, 자격증 취득, 경진대회, 심화보충학습, 현장실무연수)에서 90.2%가 만족한다는 의견을 나타내 신뢰성이 검증됐다”고 말했다.

사실 예전만 해도 중소기업 신규 채용 인력의 대부분은 전문대 졸업생이 채웠다. 그러나 전문대 졸업생 숫자가 줄면서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4년제 대학의 문턱이 낮아지고 사이버대 등 평생교육의 범주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인력수급 불균형 문제를 마이스터고 등 특성화 고교 육성으로 풀려 했으나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45%만이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전문기술 인력의 부족 현상이 산업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최근 ‘전문대학 육성방안’을 내놓았다.

현재 139개인 전문대학 중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를 선정해 15만명의 전문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학사학위 취득도 가능하게 해 4년제 대학에 편입하지 않아도 심화된 공부를 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김 총장의 말이다.

“우리 대학은 남보다 한발 앞서 준비해 몇 년 뒤 다가올 시대에 맞게 학생들을 가르쳐요. 서정대는 3년 연속 기능장을 배출한 대학입니다. 기술교육을 가르치는 대학에서 ‘기능장’은 기술고시에 합격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올해는 6명이 합격할 것으로 예상해요. 기능장을 배출하는 전문대학은 없어요.”

—현 정부의 전문대 육성방안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한마디로 전문대가 기술교육을 책임지라는 것이죠. 전문대에서 기술교육을 시킨 다음 직장을 갖게 하고, 직장에서 새 기술, 새로운 지식 욕구가 생기면 평생교육 차원에서 3~4학년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라는 뜻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 숙련된 지식과 기술을 익힌 뒤 ‘명장대학원’에 입학해 명장(名匠)이 되는 코스는 또 어떤가요? 명장 수준의 기술자를 교수로 초빙해 산업전선에서 배운 노하우를 전수하고 다시 제자를 명장으로 만드는 선순환(善循環) 과정 말이죠. 우리 대학에 명장대학원을 설립하려는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인터뷰 중 간간이 들리는 공사소음을 가리키며 “저 소리 들리지요? 명장대학원이 들어서는 소리입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명장’은 고용노동부가 ‘숙련기술장려법’에 따라 산업현장에서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기능인에게 부여하는 칭호다. 국가 공인 최고 자격의 기능인인 셈이다. 현재 국내에 547명의 명장이 있다.

名匠에게 가르침을 맡기다

서정대의 ‘명장’ 교수들. 왼쪽부터 김웅환·문문술·정매자 교수.

직업교육의 명문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입시경쟁률도 크게 뛰었다고 한다. 우수한 학생이 들어오면서 교수진의 개편도 불가피했다. 호텔조리과에는 청와대 총주방장 출신의 ‘조리 명장’ 문문술 교수와 특1급 호텔 주방장 출신을 대거 교수로 초빙했다.

또 대한민국 제과명인 1호인 이준열씨, 롯데호텔 전체 체인음료 총괄팀장 출신의 홍영택씨, ‘2013 대한민국 뷰티산업대상 조직위원장’ 출신의 현경화씨, EBS <딩동댕 유치원>을 22년째 진행 중인 ‘뚝딱이 아빠’ 김종석씨 등 현장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을 대거 교수로 불렀다. 올 들어서만 20명을 신임교수로 임용했다.

이 가운데 문문술 교수와 자동차학과 김웅환 교수, 피부미용학과 정매자 교수는 ‘대한민국 명장’의 칭호로 대학 강단에 선 전임교수들이다. 지난 3월 임용된 김웅환 교수를 만나보았다. 방학 중이었지만 학생들과 함께 비지땀을 흘리며 자동차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의 말이다.

“2011년과 12년 경기 북부 지역 자동차정비 산업기사 최종합격자 전원이 우리 대학 자동차과 출신입니다. 또 2011년 졸업생의 50%가 산업기사 자격을 취득했고 ‘산업기능의 고시’라는 ‘자동차 정비 기능장’도 1명 배출했어요. 작년에도 10명이 산업기사 자격증을, 1명이 기능장 자격증을 땄고요. 올해는 이미 산업기사 4명과 기능장 3명을 배출했어요. 학생들 사이에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어요.”

김 교수는 엔진소리만 들어도 ‘질병’을 헤아릴 줄 아는 자동차의 명장이다. 출시된 모든 모델의 자동차 구조가 머릿속에 담겨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자동차 정비 노하우를 대학에 와 전수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자동차 정비 명장을 꿈꾼다면 서정대로 오라”고 했다.

산업기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방학 중에 학교에 나온 교수와 학생들. 왼쪽은 김웅환 교수와 자동차과 학생들. 오른쪽은 소방안전 관리과 학생들.

미용 명장인 정매자 교수는 헤어스타일의 마술사로 통한다. 1999년 벨기에 브뤼셀 기능올림픽, 이·미용세계대회를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를 휩쓴 미용 명장. 30년간 서울 강남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며 노하우를 익혔다고 한다. 정 교수는 “단골 중에 탤런트를 비롯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인이 수두룩하지만 그보다 한국 미용 국가대표 선수 트레이너로 지금까지 300여 명의 국가대표를 키워낸 자부심이 더 크다”고 했다.

조리 명장인 문문술 교수는 특급호텔 주방 경력 25년에 청와대 총주방장 경력 5년 등 한식 세계화에 대한 공로로 지난 2008년 명장에 선정됐다. 문 교수는 롯데호텔 등 특1급 호텔 주방을 5번이나 직접 설계하기도 했다. 주방을 잘못 설계하면 요리사들의 동선이 엉켜 주방의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 교수는 “학과 조리실을 일과 시간 이후에는 학생들에게 완전히 개방하고 있다. 마음껏 요리를 해봐야 맛의 장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학생들에게 학과 조리실은 실습실이자 ‘학습 놀이터’이다.

간호과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왼쪽). 각종 경시대회 상장 앞에 선 호텔조리과 학생들(오른쪽).

“월급을 주는 이가 학생이다”

김홍용 총장은 “학생들은 명장 교수, 기능장 교수가 가르친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대학 응급구조과 학생들이 4년제 출신도 들어가기 어려운 서울대병원과 삼성병원에 취업하고 있어요. 현장경험이 풍부한 교수들이 학생들의 실력은 물론 질적 취업까지도 신경 쓰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교수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가 조건 없이 자식들을 사랑하는데, 학생들은 학비까지 내가며 우리 대학에 찾아온다. 월급을 주는 이가 학생이다. 그러니 더 잘 가르치고, 더 잘해줘야 한다’고요.”

김 총장은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는 실력을 쌓기 위해서”라며 “직업교육으로의 실력, 인성으로서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판, 학벌을 위해 4년제를 찾기보다, 먼저 실무적 기술을 익혀 미래가 보장되는 전문대로 오세요. 도전과 땀의 결실을 이룰 수 있는 곳이 전문대학입니다. 우리 대학 학생들의 경진대회 실적을 보세요. 저도 놀랄 때가 있어요.”

서정대의 각종 경진대회 수상실적 자료를 살펴보았다. 2009년 15개 대회 151명, 2010년 46개 대회 369명, 2011년 57개 대회 594명, 2012년 42개 대회 720명, 2013년 현재 15개 대회에 371명이 각종 상을 탔다고 한다. 모두 합치면 175개 대회에 2205명이 수상했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국제대회 수상자가 100명, 국내대회 수상자가 2105명이다.

“수상자 면면을 봐도, 장관상이나 시·도지사상 등 국가기관장상 수상자가 152명에 이르고 대회최고상 수상자도 840명, 우수상이나 특별상이 1213명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호텔조리과, 뷰티아트과, 애완동물과, 관광과, 호텔경영과 등이 주목받고 있어요.”

김 총장은 “학생들이 취업에 자신이 생기면서 질적 취업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경기 북부의 ‘직업교육 블랙홀’이 되고 있다”고 했다.

“8년 연속 전문대학 최상위그룹 취업률을 유지하면서 급여가 높고 안정된 직장으로 취업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어요. 또한 전체적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직장에 갈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교육과정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