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0만명의 이용자가 양산하는 매력적인 거짓말
⊙ 정·재계 인사부터 일반인까지,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어
⊙ 변희재 “포털은 검색어 하나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 정·재계 인사부터 일반인까지,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어
⊙ 변희재 “포털은 검색어 하나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김모(52)씨는 최근 신문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명문대 의대 남학생들이 술 취한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하고 사진까지 찍었다는 기사를 봤기 때문이다. 대학생 자식을 둔 김씨는 혹시 기사에 나온 대학이 자신의 아이가 재학 중인 학교일까 싶어 급히 네이버에 접속했다. 검색창에 기사의 일부를 입력하자마자 해당 대학이 어디인지 금세 알 수 있었다. ‘연관검색어’에 학교 이름이 바로 나왔기 때문이다.
연관검색어는 사용자가 특정 단어를 검색한 후 연이어 많이 검색한 검색어를 추출해 제공하는 서비스로, 네이버의 경우 검색창 아래에 파란 글씨로 나열된다. 다음도 같은 위치에 나타나며, 관련검색어로 표기된다.
네이버는 연관검색어를 ‘사용자가 입력한 단어에 확장검색어를 제공하여, 찾으려는 정보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라고 소개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의 서비스 제공 목적대로 과연 연관검색어는 사용자들의 편의만 도와주고 있을까.
‘익명의 함정’
“연관검색어 데이터는 고정적으로 추출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게 되어 최신 이슈를 바로바로 잡아줍니다.”
연관검색어에 대한 포털 사이트들의 설명이다. 연관검색어가 확장 검색어 제공 이외에 최신 이슈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김씨가 읽었던 기사의 해당 대학은 당일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이틀간 일일 대학 검색어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지난 3월에는 신정아(申貞娥)씨 책에 거론된 인물들이 신정아의 연관검색어로 등장했다. 특히 ‘신정아 외할머니’와 ‘C기자’는 특정인의 실명이 바로 나왔다. 검색창에 ‘신정아 외할머니’를 치면 전(前) 대통령 부인의 이름이 연관검색어에 떴다. 또 다른 포털 사이트에서는 해당 영부인의 젊은 시절 애인이었다는 재야운동가의 이름까지 관련검색어에 올랐다. 영부인과 재야운동가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신정아의 어머니라는 네티즌의 추측 글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 3월 31일 KBS <뉴스9>에서 “전직 국무총리 아들이자 현(現) 서울대 교수인 A씨가 영화배우 B양에게 술접대를 받았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다음 날, 포털 사이트에는 전직 국무총리의 이름과 아들의 이름, 배우 B양의 이름까지 나란히 인기검색어에 올랐다. ‘국무총리 아들’이라고만 치면 배우 B양이 출연했던 작품과 실명이 연관검색어에 나타났다.
특정 국회의원도 실명이 연관검색어로 거론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지난 4월 초 사개특위(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을 앞두고 사개특위이자 현직 국회의원 A씨의 2년 전 성매매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기사가 나간 후 검색 사이트에 ‘국회의원 성매매’라고 치면 연관검색어 제일 앞에 ‘○○○성매매’라고 특정 국회의원의 이름이 나왔다. 해당 국회의원은 “사실무근이다”라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연관검색어에는 그의 이름이 올라 있다.
연관검색어의 실명공개는 유명인과 일반인을 가리지 않는다. 4월 중순에는 한 케이블채널의 여기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연관검색어에는 몇 시간 만에 해당 케이블 방송국과 기자의 이름이 올랐다.
지난 4월 학생 체벌로 논란을 일으킨 여교사의 이름도 연관검색어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중학교 교사’ 혹은 ‘○○중학교 선생’이라고 치면 해당 교사의 이름이 연관검색어에 나타난다. 이름만이 아니라 그녀의 사진부터 세세한 신상까지 쉽게 알 수 있다.
해당교사는 4월 30일 오후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인천 ○○중학교 3학년 제자를 향한 선생님의 폭력’이란 제목의 영상이 올라오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영상에서 여교사는 집합시각에 늦었다는 이유로 남학생의 뺨을 수차례 때리고, 발로 차기도 했다. 결국 해당 교사는 지난달 4일 직위해제 됐다.
서태지와 BBK
연관검색어는 네티즌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사실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네티즌은 호기심에 연관검색어를 누르고, 이것이 또 하나의 근거가 되면서 루머는 확대된다.
최근 결혼과 이혼 사실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던 서태지와 이지아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이지아 실체’라고 치면 연관검색어로 ‘일본술집’, ‘서태지 이지아 딸’ 등이 검색된다. 이지아는 언론을 통해 “둘 사이에 아이는 없다”고 밝혔지만, 연관검색어에 두 사람의 딸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오르고 있다.
연관검색어에 따라 ‘이지아 딸’ 혹은 ‘서태지 딸’이라고 치면, 한때 네티즌 사이에서 두 사람의 딸이라고 언급되었던 아역배우의 이름이 또 다른 연관검색어로 등장한다. 해당 아역배우가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루머에 연루된 것이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연관검색어는 그녀가 그들의 딸인 것처럼 포장되어 인터넷에 떠 있다.
‘BBK’도 그들의 연관검색어 중 하나다. ‘BBK 특검사태’를 검색하면 그들의 이름이 연관검색어로 뜬다. 두 사람의 스캔들이 보도된 날은 ‘검찰이 BBK 전 대표 김경준을 회유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당일 ‘BBK’는 실시간 검색어 1, 2위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스캔들이 터지면서 상위 검색어에서 밀려났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정부가 ‘BBK사태’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두 사람의 스캔들을 이용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며칠 동안 대통령 이름 연관검색어에도 BBK와 두 연예인의 이름이 등장했었다.
두 사람의 스캔들은 꾸준히 새로운 연관검색어를 양산했다. 과거 서태지를 언급했던 2명의 여배우는 서태지의 또 다른 연인이라는 루머와 함께 검색어에 오르내렸고, 서태지의 지인들이 관련 발언을 할 때마다 연관검색어는 요동을 쳤다.
한 대기업 막내딸의 이름도 등장했다. 2005년 자살한 대기업 막내딸이 당시 미국에서 사귀던 남자와의 결혼반대에 부딪혀 자살을 했고, 그 남자가 서태지라는 것이다.
박근혜와 비키니
정·재계 인사들도 연관검색어를 피해갈 수 없다.
‘박근혜(朴槿惠)’를 검색하면 ‘대통령’이 연관검색어에 나타난다. 국정업무와는 무관한 ‘비키니’라는 단어가 뜨기도 한다. 작년 가을 박근혜 전 대표의 어린 시절 ‘비키니 사진’이 네티즌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명박’을 검색하면 ‘이명박 괴롭히기 게임’이 연관검색어에 뜬다. 해당 게임은 미국 네티즌이 만든 ‘오바마 괴롭히기 게임’을 본뜬 것으로, 최근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김정일 괴롭히기 게임’, ‘사장 괴롭히기 게임’ 등 패러디 게임도 생겼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 이름을 검색하면 여배우들의 이름이 나온다. ‘○○○임신루머’라는 검색어도 뜬다. 연관검색어들을 클릭해 보면 해당 국회의원과 여배우에 대한 각종 루머 글이 나열된다. 네티즌은 해당 루머를 ‘증권가 찌라시’ 또는 ‘연예계 X파일’에 실린 내용이라고 소개하며 진실인 듯 설명한다.
‘증권가 찌라시’나 ‘연예계 X파일’을 치면 연관검색어에 수많은 인사와 여배우들의 이름이 함께 등장한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예계 X파일’ 이후 제2, 제3의 ‘연예계 X파일’이 인터넷에 등장하면서 양산된 루머들이다.
모 대기업 회장도 여러 가지 루머가 연관검색어에 등장한다. 최근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 스타부부의 이름은 그의 연관검색어 중 하나다. 스타부부의 결혼이 여배우와 해당 회장과의 사이를 덮기 위한 계약결혼이라는 루머가 네티즌의 궁금증을 자극한 것이다. 해당 스타부부의 이름을 검색해도 연관검색어에는 모 대기업 회장이 나타난다.
커뮤니티의 특정 아이디도 회장의 연관검색어 중 하나다. 그는 최근 수년 전부터 시장전문 커뮤니티에서 활동해 왔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네티즌은 한 커뮤니티에 해당 아이디로 게재된 글을 모아 해당 회장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며 그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시장전문가들은 해당 회장일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해당 기업 관계자도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연관검색어에는 해당 아이디가 존재한다.
위의 모든 연관검색어는 해당 회장의 직함을 넣었을 때만 나타난다.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 자체가 뜨지 않는다.
말실수가 꼬리표처럼 연관검색어로 따라붙는 경우도 있다. 안상수(安商守)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작년 연평도 포격사건 때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한 발언 때문에 연관검색어에 ‘보온병’이 따라다닌다. 2009년 농성 중에 국회 경위들이 강제해산을 시도하자 사무총장실을 찾아가 테이블 위에서 난동을 부렸던 강기갑(姜基甲) 의원도 검색어에 ‘하이킥’, ‘공중부양’이 가장 먼저 뜬다.
“연관검색어에 올려드립니다”
지난 3월 22일 신정아 에세이에 언급된 ‘C기자’의 실명이 인기검색어에 올랐다가 삭제돼 논란이 일었다. 사용자들은 해당 사이트가 인기검색어를 임의 삭제하고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포털 관계자는 “해당 관계자의 요청에 의해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요청이 있을 경우 보류해 주는 것이 당사의 원칙이다”고 했다. 네티즌은 “실시간 인기검색어에 제재가 가해진다는 것이 어이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해당 사이트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고려하고 평소 임의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해명 글을 공식 사이트에 올렸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대표 이헌(李憲) 변호사는 “악성댓글이나 게시글에 대해서 피해자가 포털에 삭제요청을 한 경우, 포털은 내부규정에 합당하다면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에 ‘포털이 일일이 게시글을 확인할 의무는 없지만, 개인의 명예훼손이 명백한 악의적 글은 포털이 일정부분 제재를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포털이 해당 글을 방치할 경우, 당사자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정보통신망에서의 권리보호) 2항에 의해 포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연관검색어에 대해서는 “게시글을 찾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연관검색어만으로 소송을 걸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해당 게시글이 삭제되었음에도 해당 내용과 관련된 연관검색어가 계속 유지될 경우에 한해서는 연관검색어로 소송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관검색어가 기업에 의해 조작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연관검색어’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를 통한 기업홍보 방법을 알려주는 글들이 많다. 연관검색어에 기업의 명칭을 올려서 방문자 수를 늘리는 것이다. 연관검색어에 오르면 유명하거나 인기 있는 사이트로 인식되는 점을 노리는 것이다.
글에는 기업의 이름을 연관검색어에 올리는 방법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2011년 이전에 작성된 글에는 ‘연관검색어 실험’이란 서비스를 통해 수시로 연관검색어지수를 확인하고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방법도 설명되어 있다. ‘연관검색어 실험’은 2011년 1월 18일자로 서비스가 종료됐다.
해당 포털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나 기업의 이름을 연관검색어에 올리는 방법을 문의하는 글도 많이 올라와 있다. 연관검색어에 기업이름을 등재해 준다는 회사홍보 글도 있다.
“대형 포털의 자성 필요”
네이버는 하루 평균 170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방문하는 국내 최대 사이트다. 시장조사기관 메트릭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모바일 웹을 이용하는 스마트폰 사용자 1637명 중 58.2%가 네이버를, 30.3%가 다음을 ‘즐겨찾기’ 혹은 ‘바로가기’에 등록해 사용하고 있다.
해당 포털 사용자가 많아지는 만큼 연관검색어의 파급효과도 날로 커지고 있다.
<미디어워치> 대표 변희재(邊熙宰)씨는 “대형 포털 사이트들의 주먹구구식 관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색어를 포털이 일정부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포털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처리되는 검색어’와 ‘포털에서 관리하는 검색어’를 따로 규정하고, 이용자들이 알 수 있도록 명확히 표시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현재 포털 사이트는 언론의 힘을 뛰어넘을 정도로 비대해졌다”며 “자신들의 사이트에 뜨는 검색어 하나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관검색어는 사용자가 특정 단어를 검색한 후 연이어 많이 검색한 검색어를 추출해 제공하는 서비스로, 네이버의 경우 검색창 아래에 파란 글씨로 나열된다. 다음도 같은 위치에 나타나며, 관련검색어로 표기된다.
네이버는 연관검색어를 ‘사용자가 입력한 단어에 확장검색어를 제공하여, 찾으려는 정보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라고 소개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의 서비스 제공 목적대로 과연 연관검색어는 사용자들의 편의만 도와주고 있을까.
‘익명의 함정’
“연관검색어 데이터는 고정적으로 추출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게 되어 최신 이슈를 바로바로 잡아줍니다.”
연관검색어에 대한 포털 사이트들의 설명이다. 연관검색어가 확장 검색어 제공 이외에 최신 이슈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김씨가 읽었던 기사의 해당 대학은 당일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이틀간 일일 대학 검색어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지난 3월에는 신정아(申貞娥)씨 책에 거론된 인물들이 신정아의 연관검색어로 등장했다. 특히 ‘신정아 외할머니’와 ‘C기자’는 특정인의 실명이 바로 나왔다. 검색창에 ‘신정아 외할머니’를 치면 전(前) 대통령 부인의 이름이 연관검색어에 떴다. 또 다른 포털 사이트에서는 해당 영부인의 젊은 시절 애인이었다는 재야운동가의 이름까지 관련검색어에 올랐다. 영부인과 재야운동가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신정아의 어머니라는 네티즌의 추측 글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 3월 31일 KBS <뉴스9>에서 “전직 국무총리 아들이자 현(現) 서울대 교수인 A씨가 영화배우 B양에게 술접대를 받았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다음 날, 포털 사이트에는 전직 국무총리의 이름과 아들의 이름, 배우 B양의 이름까지 나란히 인기검색어에 올랐다. ‘국무총리 아들’이라고만 치면 배우 B양이 출연했던 작품과 실명이 연관검색어에 나타났다.
특정 국회의원도 실명이 연관검색어로 거론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지난 4월 초 사개특위(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을 앞두고 사개특위이자 현직 국회의원 A씨의 2년 전 성매매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기사가 나간 후 검색 사이트에 ‘국회의원 성매매’라고 치면 연관검색어 제일 앞에 ‘○○○성매매’라고 특정 국회의원의 이름이 나왔다. 해당 국회의원은 “사실무근이다”라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연관검색어에는 그의 이름이 올라 있다.
연관검색어의 실명공개는 유명인과 일반인을 가리지 않는다. 4월 중순에는 한 케이블채널의 여기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연관검색어에는 몇 시간 만에 해당 케이블 방송국과 기자의 이름이 올랐다.
지난 4월 학생 체벌로 논란을 일으킨 여교사의 이름도 연관검색어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중학교 교사’ 혹은 ‘○○중학교 선생’이라고 치면 해당 교사의 이름이 연관검색어에 나타난다. 이름만이 아니라 그녀의 사진부터 세세한 신상까지 쉽게 알 수 있다.
해당교사는 4월 30일 오후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인천 ○○중학교 3학년 제자를 향한 선생님의 폭력’이란 제목의 영상이 올라오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영상에서 여교사는 집합시각에 늦었다는 이유로 남학생의 뺨을 수차례 때리고, 발로 차기도 했다. 결국 해당 교사는 지난달 4일 직위해제 됐다.
서태지와 BBK
연관검색어는 네티즌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사실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네티즌은 호기심에 연관검색어를 누르고, 이것이 또 하나의 근거가 되면서 루머는 확대된다.
최근 결혼과 이혼 사실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던 서태지와 이지아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이지아 실체’라고 치면 연관검색어로 ‘일본술집’, ‘서태지 이지아 딸’ 등이 검색된다. 이지아는 언론을 통해 “둘 사이에 아이는 없다”고 밝혔지만, 연관검색어에 두 사람의 딸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오르고 있다.
연관검색어에 따라 ‘이지아 딸’ 혹은 ‘서태지 딸’이라고 치면, 한때 네티즌 사이에서 두 사람의 딸이라고 언급되었던 아역배우의 이름이 또 다른 연관검색어로 등장한다. 해당 아역배우가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루머에 연루된 것이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연관검색어는 그녀가 그들의 딸인 것처럼 포장되어 인터넷에 떠 있다.
‘BBK’도 그들의 연관검색어 중 하나다. ‘BBK 특검사태’를 검색하면 그들의 이름이 연관검색어로 뜬다. 두 사람의 스캔들이 보도된 날은 ‘검찰이 BBK 전 대표 김경준을 회유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당일 ‘BBK’는 실시간 검색어 1, 2위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스캔들이 터지면서 상위 검색어에서 밀려났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정부가 ‘BBK사태’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두 사람의 스캔들을 이용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며칠 동안 대통령 이름 연관검색어에도 BBK와 두 연예인의 이름이 등장했었다.
두 사람의 스캔들은 꾸준히 새로운 연관검색어를 양산했다. 과거 서태지를 언급했던 2명의 여배우는 서태지의 또 다른 연인이라는 루머와 함께 검색어에 오르내렸고, 서태지의 지인들이 관련 발언을 할 때마다 연관검색어는 요동을 쳤다.
한 대기업 막내딸의 이름도 등장했다. 2005년 자살한 대기업 막내딸이 당시 미국에서 사귀던 남자와의 결혼반대에 부딪혀 자살을 했고, 그 남자가 서태지라는 것이다.
박근혜와 비키니
정·재계 인사들도 연관검색어를 피해갈 수 없다.
‘박근혜(朴槿惠)’를 검색하면 ‘대통령’이 연관검색어에 나타난다. 국정업무와는 무관한 ‘비키니’라는 단어가 뜨기도 한다. 작년 가을 박근혜 전 대표의 어린 시절 ‘비키니 사진’이 네티즌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명박’을 검색하면 ‘이명박 괴롭히기 게임’이 연관검색어에 뜬다. 해당 게임은 미국 네티즌이 만든 ‘오바마 괴롭히기 게임’을 본뜬 것으로, 최근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김정일 괴롭히기 게임’, ‘사장 괴롭히기 게임’ 등 패러디 게임도 생겼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 이름을 검색하면 여배우들의 이름이 나온다. ‘○○○임신루머’라는 검색어도 뜬다. 연관검색어들을 클릭해 보면 해당 국회의원과 여배우에 대한 각종 루머 글이 나열된다. 네티즌은 해당 루머를 ‘증권가 찌라시’ 또는 ‘연예계 X파일’에 실린 내용이라고 소개하며 진실인 듯 설명한다.
‘증권가 찌라시’나 ‘연예계 X파일’을 치면 연관검색어에 수많은 인사와 여배우들의 이름이 함께 등장한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예계 X파일’ 이후 제2, 제3의 ‘연예계 X파일’이 인터넷에 등장하면서 양산된 루머들이다.
모 대기업 회장도 여러 가지 루머가 연관검색어에 등장한다. 최근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 스타부부의 이름은 그의 연관검색어 중 하나다. 스타부부의 결혼이 여배우와 해당 회장과의 사이를 덮기 위한 계약결혼이라는 루머가 네티즌의 궁금증을 자극한 것이다. 해당 스타부부의 이름을 검색해도 연관검색어에는 모 대기업 회장이 나타난다.
커뮤니티의 특정 아이디도 회장의 연관검색어 중 하나다. 그는 최근 수년 전부터 시장전문 커뮤니티에서 활동해 왔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네티즌은 한 커뮤니티에 해당 아이디로 게재된 글을 모아 해당 회장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며 그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시장전문가들은 해당 회장일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해당 기업 관계자도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연관검색어에는 해당 아이디가 존재한다.
위의 모든 연관검색어는 해당 회장의 직함을 넣었을 때만 나타난다.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 자체가 뜨지 않는다.
말실수가 꼬리표처럼 연관검색어로 따라붙는 경우도 있다. 안상수(安商守)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작년 연평도 포격사건 때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한 발언 때문에 연관검색어에 ‘보온병’이 따라다닌다. 2009년 농성 중에 국회 경위들이 강제해산을 시도하자 사무총장실을 찾아가 테이블 위에서 난동을 부렸던 강기갑(姜基甲) 의원도 검색어에 ‘하이킥’, ‘공중부양’이 가장 먼저 뜬다.
“연관검색어에 올려드립니다”
지난 3월 22일 신정아 에세이에 언급된 ‘C기자’의 실명이 인기검색어에 올랐다가 삭제돼 논란이 일었다. 사용자들은 해당 사이트가 인기검색어를 임의 삭제하고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포털 관계자는 “해당 관계자의 요청에 의해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요청이 있을 경우 보류해 주는 것이 당사의 원칙이다”고 했다. 네티즌은 “실시간 인기검색어에 제재가 가해진다는 것이 어이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해당 사이트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고려하고 평소 임의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해명 글을 공식 사이트에 올렸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대표 이헌(李憲) 변호사는 “악성댓글이나 게시글에 대해서 피해자가 포털에 삭제요청을 한 경우, 포털은 내부규정에 합당하다면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에 ‘포털이 일일이 게시글을 확인할 의무는 없지만, 개인의 명예훼손이 명백한 악의적 글은 포털이 일정부분 제재를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포털이 해당 글을 방치할 경우, 당사자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정보통신망에서의 권리보호) 2항에 의해 포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연관검색어에 대해서는 “게시글을 찾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연관검색어만으로 소송을 걸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해당 게시글이 삭제되었음에도 해당 내용과 관련된 연관검색어가 계속 유지될 경우에 한해서는 연관검색어로 소송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관검색어가 기업에 의해 조작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연관검색어’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를 통한 기업홍보 방법을 알려주는 글들이 많다. 연관검색어에 기업의 명칭을 올려서 방문자 수를 늘리는 것이다. 연관검색어에 오르면 유명하거나 인기 있는 사이트로 인식되는 점을 노리는 것이다.
글에는 기업의 이름을 연관검색어에 올리는 방법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2011년 이전에 작성된 글에는 ‘연관검색어 실험’이란 서비스를 통해 수시로 연관검색어지수를 확인하고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방법도 설명되어 있다. ‘연관검색어 실험’은 2011년 1월 18일자로 서비스가 종료됐다.
해당 포털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나 기업의 이름을 연관검색어에 올리는 방법을 문의하는 글도 많이 올라와 있다. 연관검색어에 기업이름을 등재해 준다는 회사홍보 글도 있다.
“대형 포털의 자성 필요”
네이버는 하루 평균 170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방문하는 국내 최대 사이트다. 시장조사기관 메트릭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모바일 웹을 이용하는 스마트폰 사용자 1637명 중 58.2%가 네이버를, 30.3%가 다음을 ‘즐겨찾기’ 혹은 ‘바로가기’에 등록해 사용하고 있다.
해당 포털 사용자가 많아지는 만큼 연관검색어의 파급효과도 날로 커지고 있다.
<미디어워치> 대표 변희재(邊熙宰)씨는 “대형 포털 사이트들의 주먹구구식 관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색어를 포털이 일정부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포털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처리되는 검색어’와 ‘포털에서 관리하는 검색어’를 따로 규정하고, 이용자들이 알 수 있도록 명확히 표시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현재 포털 사이트는 언론의 힘을 뛰어넘을 정도로 비대해졌다”며 “자신들의 사이트에 뜨는 검색어 하나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