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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2015년 VIK 사무실에서 이 회사 고객과 그 자녀 대상으로 글쓰기 강연

《월간조선》 입수 VIK 발행 社報(2015년 5월27일자), VIK 고객과 고객 자녀 대상 글쓰기 강연 홍보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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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이동재 기자는 이런 점을 간과하고 신라젠 의혹에만 몰두했기에 여권 인사들과 밀접해 보이는 제보자 X가 파놓은 ‘檢·言 유착’이란 함정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 ‘유시민=신라젠 주가조작 연루’는 사건의 본질 아냐… 유시민이 VIK가 사기를 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중요
⊙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유시민 이사장이 VIK 사무실에서 투자자들과 그 자녀에게 강의했으니 게임 끝난 것
⊙ 유시민은 이철 전 대표의 사기 행각을 인지하고 있었을까?
⊙ 풀어야 할 의혹은 많은데 ‘檢·言 유착’ 프레임으로 인해 덮여
⊙ 가해자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세상… 이른바 ‘檢·言 유착’ 사건 담당 검찰 간부들은 승진
  이른바 ‘검·언(檢·言) 유착’ 공모 사건의 실체는 간단하다. 특종 욕심이 지나친 채널A 기자가 금융사기로 수감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여권 로비를 털어놓으라며 한동훈 검사장과 잘 통하는 것처럼 처신한 것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설명하자면, 기자가 이철 전 대표를 상대로 자신이 한 검사장과 가깝다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관련 비리를 내놓지 않으면 재미없을 것’이란 식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강압 취재 의혹에 대해서는 재판에 넘어갔으니 차치(且置)하고,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왜 이철 전 대표에게서 ‘유시민’이란 특정 인물의 비리 사실을 캐내려 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이 사건의 시발(始發)이기 때문이다.
 
 
  채널A 기자가 유시민 겨냥한 이유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월간조선》이 지난 보도를 통해 여러 차례 밝혔듯, 유 이사장과 이철 전 대표는 국민참여당에서 함께 활동하며 인연을 맺었다. 유 이사장은 신라젠의 ‘펙사벡’(신라젠이 보유한 항암바이러스 신약의 후보 물질) 기술설명회에서 축사를 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 이철 전 대표가 이끈 VIK는 한때 신라젠의 최대주주였다. 신라젠이 한때 코스닥 상장기업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른 것은 VIK의 투자 때문이었다.
 
  VIK가 2013년부터 신라젠에 450억원을 투자한 덕분에 신라젠은 미국 바이오기업 제네렉스를 인수하며 유망 벤처 업체로 떠오른 것이다. 신라젠은 개발 중이던 면역 항암제 펙사벡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때 주가가 고공 행진했으나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이 중단되며 주가가 급락해 14만명이 넘는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VIK는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 3상시험이 중단되리란 것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는 의심을 받았다. VIK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 치워 부당 이득을 취했고 이 자금이 여권 유력 인사들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전 기자는 이 점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유 이사장이 신라젠의 주가를 띄우는 데 한몫했다면, VIK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신라젠 주식으로 큰 부당 이득을 취했을 경우 이철 전 대표가 유 이사장에게 대가성 돈을 주지 않았겠느냐’는 나름의 추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 그는 유 이사장이 이철 전 대표로부터 차명으로 신라젠 주식을 받았거나 차명계좌를 통한 현금 수령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가정(假定)은 ‘숲은 못 보고 나무만 보는 격’이다. ‘유시민=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공식에만 함몰할 경우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기 어려운 탓이다. 실제 검찰 조사 결과 신라젠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실체가 없다”고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신라젠 관련 계좌를 추적했으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나 노무현재단 관련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자료와 관계자 진술 등을 종합해볼 때 로비 정황이나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VIK가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 3상시험의 부정적인 평가 결과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각해 큰 이득을 얻었다’는 의혹도 주식매각 시기나 미공개정보 생성 시점 등에 비춰봤을 때 혐의가 없었다.
 
 
  VIK 투자자들에게 유시민이란 이름 세 글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따라서 유 이사장이 VIK 사기에 관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신라젠 사건’만 검증할 게 아니라 이철 전 대표가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유 이사장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당사자는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투자자들이 VIK에 거액을 투자하는 데 ‘유시민’이란 이름 세 글자가 얼마나 작용했는지를 살펴봐야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이 전 기자는 이 점을 간과하고 신라젠 의혹에만 몰두했기에 여권 인사들과 밀접해 보이는 제보자 X가 파놓은 ‘검·언 유착’이란 함정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유시민, VIK 투자자와 그 자녀 상대로 강연
 
《월간조선》이 입수한 VIK가 2015년 5월 27일 발행한 사보.
유시민 이사장이 VIK 고객과 고객 자녀 대상으로 글쓰기를 강연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이철 전 대표가 투자자들과 그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유 이사장을 이용했는지 여부다. 이철 전 대표는 수감 중 언론 인터뷰에서 “VIK는 사기 친 적이 없다. VIK에 상은 못 줄망정 모욕을 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유 이사장을 이용했다는 지적에 아니라고 펄쩍 뛸 것이란 얘기다. 이철 전 대표가 유 이사장을 ‘이용’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그렇게 보일 만한 정황은 있다. 특히 《월간조선》은 이와 관련한 취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
 
유시민 이사장의 강연 홍보가 담긴 사보 성격의 밸류 홍보지의 표지.
  VIK가 2015년 5월 27일 발행한 사보(社報) 성격의 회사 홍보지를 보면, 유 이사장의 팬클럽인 ‘U시민광장’이 전국을 순회하며 진행한 ‘유시민의 어떻게 쓸 것인가’ 글쓰기 특강을 6월 18일 본사 5층 세미나실에서 18~21시 한다는 내용이 ‘신문 광고’ 형식으로 게재됐다.
 
  유 이사장을 편드는 쪽에서는 ‘이게 무엇이 문제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대상이 고객과 고객 자녀였다. 유 이사장이 VIK에 투자한 고객과 그들의 자녀에게 ‘어떻게 쓸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는 얘기다.
 
  유 이사장이 VIK에서 한 강연의 대상이 고객과 고객 자녀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에는 유 이사장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공개 강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과 그의 자녀들이 VIK 사무실에서 유 이사장의 강연을 들었다면 내용과 상관없이, 이 회사에 대한 신뢰가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유 이사장 같은 사람이 VIK에서 투자자들과 그 자녀에게 강의를 했으니 누가 VIK를 사기 업체로 보겠느냐는 것이다.
 
 
 
유시민은 강연 대상 몰랐을 수도

 
유시민 이사장은 강연 대상에 대해 정확히 몰랐을 수 있다. U시민광장에서 자체 제작한 홍보물에는 강연 대상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다.
  유 이사장 본인은 당시 강연 대상에 대해 정확히 몰랐을 수 있다. U시민광장에서 자체 제작한 홍보물에는 강연 대상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다. VIK 사보와 자체 제작 홍보물에 나온 강연 시간(사보: 18~21시, 자체 홍보물 19:00)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유 이사장은 VIK가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신라젠 홍보 영상에 인터뷰이로도 참여했다. 유튜브 검색창에 영문으로 ‘gogo venture’(https://www.youtube.com/channel/UCq0l7-AEJUnhOdc_LHf2c8g)를 입력하면 7000억원대 사기 투자 기업인 VIK와 관련한 영상이 나온다.
 
  총 5개 영상이 있는데, 첫 번째 영상 제목이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건 팩트체크’다. 밸류는 사기를 저지른 금융투자업체가 아니란 것을 홍보하기 위한 영상이다.
 
  5개 영상 중 〈코스닥 시총 3위 ‘신라젠’ 어떻게 상장했을까?〉라는 제목의 영상에 유 이사장이 출연한다. 유 이사장의 과거 영상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영상을 제작한 쪽에서 직접 인터뷰한 영상이다. 이 영상을 제작한 주체는 확인할 수 없지만 VIK일 가능성이 크다. 5개 영상 모두 VIK와 관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터뷰하는 유 이사장이 사용한 마이크는 신라젠의 창업주인 황태호 박사가 VIK 측과 인터뷰할 때 사용한 것과 같다. VIK가 유 이사장을 인터뷰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유시민, 이철의 불법을 사전 인지했을까?
 
이철 전 VIK 대표는 유시민 이사장을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이용했을까.
  유 이사장은 지난 4월 3일 방송된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철 전 대표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옛날에 같이 당도 했고, 제가 가보니까 같이 당(국민참여당) 활동하다가 정치를 그만둔 친구들을 채용도 많이 했고… 저는 굉장히 기특하게 생각했단 말이에요. (중략) 관계가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는 아니지만, 공적 활동 속에서 만난 관계인데 서로 존중하고 격려하는 관계에서….”
 
  이철 전 대표가 자신을 기특하게 생각한 유 이사장을 이용했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유 이사장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까. 같은 인터뷰에서 유 이사장은 이렇게 밝혔다.
 
  “이철씨가 했던 자금조달 방식이 크라우드펀딩(불특정 다수가 소액을 투자) 방식이어서 지금 법으로 너그러운데 그때는 그런 게 안 되게 돼 있었어요. 조금 나중에 알았는데 그래서 문화행사라든가 IT, 바이오, 이런 쪽에 투자를 많이 해서 코스닥 상장시킨 것도 한 10개쯤 된다고 그때(2015년 신라젠 축사 당시) 제가 얘기를 들었어요.”
 
  유 이사장은 최소한 이철 전 대표가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아 다른 곳에 투자하는 일을 한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월간조선》은 2020년 5월호(4월 17일 발간) 〈유시민은 밸류 이철이 금융사기꾼이란 사실 알고도 접촉했나?〉라는 기사에서, VIK의 불법을 최초로 금융위원회에 제보한 김모씨에 따르면 “유 이사장은 측근으로부터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듣고 펄쩍 뛰었다” 고 보도했다.
 
  “제가 금융감독원에 제보할 당시 VIK에서 여러 사람 불러서 강연을 했습니다. 거기 불려간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강연자로 나섰죠. 그런데 제 지인이 유시민 이사장도 강연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아이고, 정신 나갔네. 이용당할 텐데 어떡하느냐’고 지인에게 이야기하니, 그가 ‘안 그래도 내가 유 이사장한테 말을 하니, 유 이사장이 이놈들한테 이용당했다며 펄쩍 뛰더라’고 하더군요.”
 
  제보자 김씨는 2013년 12월 금감원에 제보했다. 제보 당시 유 이사장이 VIK에서 강연하는 등의 내용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지인과 대화를 나눈 시점은 그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 유 이사장은 2014년 8월 20일 VIK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종합하면 김씨가 지인과 대화를 나눈 시점은 최소한 2014년 8월 20일 이후다.
 
  만약 유 이사장이 지인에게서 이철 전 대표가 운영하는 밸류가 사기업체라는 말을 듣고 펄쩍 뛰었다는 시점이 2014년 8월 20일 이후 2015년 1월 전이라면, 그는 이철 전 대표의 문제를 알면서도 신라젠과 부산대병원의 산학협동 행사와 U시민광장 강연회에 참석한 것이 된다. 이철 전 대표가 투자자들에게 사기를 치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부탁을 들어줬다면 최악의 상황 ‘공범’으로 볼 소지도 있다.
 
  물론 유 이사장이 신라젠 행사와 U시민광장 강연회에 참석한 후(2015년 6월 18일 이후) 이철 전 대표와 관련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다. 유 이사장에게 이야기를 전했다는 제보자 김씨 지인의 말이 거짓일 수도 있다. 밸류의 불법 영업행위에 대한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
 
  기자는 이런 사실들을 확인하기 위해 유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지인에게 이철 전 대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지 묻는 문자메시지도 보냈지만, 그는 답이 없었다.
 
 
 
親盧 성향 투자자에게 유시민의 파괴력은 상당

 
  투자자들이 VIK에 거액을 투자하는데 ‘유시민’이란 이름 세 글자는 얼마나 작용했을까. 《월간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이철 전 대표는 모집책에 과거 함께 노무현 정신 계승이 목적이었던 ‘국참당’에서 활동한 사람들을 다수 기용했다고 한다. 친노 성향이 강했던 이들은 처음 투자자를 모집할 때 주변 인물부터 섭외했는데, 이때 친노 성향의 사람들이 상당수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 성향 투자자들에게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처한 유시민이란 인물의 이름은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이들 외에 일반 투자자에게도 ‘유시민’이란 이름 세 글자는 자신들의 투자 결정을 합리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을 수 있다. 유 이사장이 자신이 이용당하는 사실의 인지 여부를 떠나 7000억원 사기극의 ‘도우미’가 된 셈이다.
 
 
  유시민의 음모론
 
한동훈 검사장.
  자의든 타의든 7000억원 사기극의 도우미가 됐다는 비판을 받는 유 이사장은 사과는커녕 여전히 ‘음모론’을 제기하는 상태다. 검찰과 채널A가 2월 초부터 신라젠 관련 자신의 비위를 캐기 위해 공모했고, 여기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깊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유 이사장은 지난 7월 24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2월 초 갑자기 기자들의 연락이 엄청 왔다”며 “신라젠 행사에서 내가 신라젠 임원들하고 같이 찍힌 사진, 검찰 압수수색에서 나왔을 법한 자료들을 근거로 질문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라디오 진행자가 “기자들이 사진을 토대로 질문을 했다는데, 어디 공개돼서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묻자, 유 이사장은 “그런 게 아니다”고 답했다. 검찰이 신라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사진 자료 등을 언론에 흘렸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유 이사장은 기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진을 제시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월간조선》 등 언론이 보도한 유 이사장의 신라젠 행사 사진은 2015년 6월 채널A 다큐멘터리 〈집단지성〉에 유 이사장이 나오는 모습을 캡처한 것이다. 유 이사장이 2015년 4월 양산 부산대병원의 신라젠 센터 개소식에 참여했다는 사실도 양산 부산대병원 공식 홈페이지 홍보 게시판에 사진과 함께 공개돼 있다.
 
  유 이사장은 이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지난 2월 5일쯤부터 이철 전 대표에 대한 취재를 공모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그 근거로 유 이사장은 “2월 5일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남부지검 신라젠 수사팀에 검사를 보강했다고 나온다”며 “신라젠 수사팀 보강 보도에 전부 내 이름이 나왔다”고 했다. 이어 “채널A 진상보고서를 보면 이 전 기자가 법조팀 단톡방에 신라젠 관련해 나를 취재한다는 걸 올린 게 2월 6일이기 때문에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만난 것은 2월 5일쯤일 것이라 추측한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서울남부지검 신라젠 수사팀에 수사인력을 보강하지 않았다. 2월 5일 오전 일부 언론에서 신라젠 수사팀이 보강된다는 보도를 냈지만, 같은 날 오후 검찰은 “파견검사는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 중인 다중피해 금융사건의 수사지원을 위한 것으로, 신라젠 사건에 투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당 검사들은 신라젠 사건이 아닌 ‘라임 사태’에 투입했다.
 
  공모시점 역시 검찰과 유 이사장이 보는 시각이 다르다. “공모의 시작이 2월 5일일 것”이라는 유 이사장 주장과 달리 검찰은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부산고검 차장실에서 만난 2월 13일을 공모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전 기자 측이 이때 둘의 만남을 녹음한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결국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사건을 ‘검·언 유착’으로 규정하고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8월 5일 이 전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했지만, 끝내 공소장에 그가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했다는 내용은 포함하지 못했다.
 
 
  “피해자 3만명이 넘는 대형 사기 사건”
 
  2016년부터 7000억원대 다단계 금융사기 범죄인 VIK의 비리를 파헤쳐온 ‘행동하는 법조인’ 검사 출신의 이민석 변호사는 지난 4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유 이사장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사기업체 홍보에 활용됐다. 그럼에도 그들 중에 뒤늦게라도 ‘그런 사기꾼과 알고 지낸 걸 후회한다’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래서 괘씸하다는 거다. 피해자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이다. (중략) 가장 문제가 많은 사람은 유시민 이사장이다. 이철 대표가 구속되기 불과 넉 달 전 사기 친 업체 사무실을 빌려서 강의를 했다. 유시민 같은 사람이 VIK에서 강의한다고 하면 누가 VIK를 사기업체로 보겠는가. 그런데도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안 한다. 사과하는 순간 프레임 싸움에서 진다고 보는 것 같다. 조국 전 법무장관을 옹호하면서 검찰개혁을 주장해왔는데, 사과하면 말린다고 생각할 거다. 그런데 유 이사장이 잘못 생각하는 게 있다. 이건 프레임 싸움 이전에 피해자가 3만명이 넘는 대형 사기사건이다.”
 
 
  자신을 피해자로 포장하는 이철
 
  사기를 치는 데 유 이사장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철 전 대표는 이른바 ‘검·언 유착’ 공모 사건이 터지자 자신을 이 사건의 피해자로 포장하는 모양새다. MBC는 지난 8월 2일 이철 전 대표와의 옥중 서면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이철 전 대표는 “저희 VIK(밸류)는 결단코 사기 집단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집단 지성의 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려고 노력한 VIK에 상은 못 주어도 모욕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가 억울하게 구속된 줄 알 것이란 지적이다.
 
  이철 전 대표의 아내도 KBS와 인터뷰에서 “(남편에게 편지를 받고) 또 집으로 압수(수색)가 들어오거나 나를 불러서 조사한다거나 그런 일이 있을 거 같아서 상당히 마음이 불안하고…”라고 했다.
 
  이철 전 대표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서 “채널A 이동재라는 기자가 4번이나 편지를 보냈는데, 무척 기분이 나쁘고 안 좋았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기자가 나에게 보내온 편지의 내용처럼 진행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썼다는 것이다.
 
  이철 전 대표 부부의 전혀 반성 없는 듯한 태도에 VIK피해자연합은 지난 4월 6일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항의 시위를 했다. 이날 VIK피해자연합 회원들은 “7000억원 사기꾼(이철 전 대표)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억울하게 옥살이하고 있다는 파렴치한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며 “이철 전 대표는 조희팔급의 사기꾼으로 무슨 거짓말이라도 지어내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VIK피해자연합 회원의 분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들은 7월 17일 사기 혐의로 이철 전 대표를 추가 고발했고, 7월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검·언 유착의 피해자는 사기꾼 이철이 아니라 3만여 명에 이르는 피해자입니다. 이철의 범행을 추가 수사하고, VIK사건 관련 구속된 자가 10명에 불과한 만큼 모든 1000명에 달하는 모집책을 조사해 엄벌해야 합니다. 또 VIK 자금이 흘러간 피투자 기업을 조사해 공모관계를 밝히고 범죄수익을 환수해야 하며, 427억원의 행방을 이철 판결문에서도 알 수 없다고 판시한 만큼 정・관계 인물을 전부 조사해야 합니다.”
 
 
  檢 공소장에 한동훈·이동재 공모 포함 못 한 이유
 
  이철 전 대표를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둔갑시킨 이른바 검·언 유착 사건은 여권 성향의 제보자 X가 대놓고 함정을 파 기자를 유인해 몰아갔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제보자 X는 이철 전 대표의 대리인 격인 인물이라면서 기자를 덫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MBC는 제보자 X와 이동재 기자의 만남 장소에 미리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제보자는 기자가 ‘취재를 접겠다’고 하자 큰 비리 제보라도 있는 양 계속 끌어들였다. 제보자는 이철 전 대표를 “아주 오래된 친구”라고 밝혔지만, 실제론 만난 적이 없는 걸로 전해졌다.
 
  제보자가 이철 전 대표 대리인으로 나선 것에는 법무법인 민본이 역할을 했다고 한다. 민본 소속 변호사 A가 수감 중인 이철 전 대표가 이동재 기자의 편지를 받은 것을 알고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하는 과정에서 제보자를 알게 됐다고 한다. 이후 제보자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이동재 기자를 만나게 했다는 것이다. 대놓고 함정을 파 기자를 유인한 셈이다. 이후 이 사건은 이동재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잡기 위해 금융사기범인 이 전 VIK 대표를 협박・취재했다는 것으로 과도하게 부풀려졌다.
 
  이런 의혹이 얼마나 허황했으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하라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권고한다. 변호사·법학교수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 15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내린 결론이다. 실제 이동재 기자와 한 검사장 녹취록을 보면 한 검사장은 ‘나는 (신라젠의 여권 로비에) 관심 없다’고 했다. ‘금융 사기 규명과 피해 회복이 우선’이라고도 했다. ‘공모’ 증거는 하나도 없고 도리어 공모하지 않았다는 증거만 나왔다. 공소장에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기자가 공모했다는 내용은 포함하지 못한 이유다.
 
  수사심의위 결정, 검찰 공소장을 보면 한 검사장과 이동재 기자의 유착은 허구이고, 실상은 사기꾼과 어용 방송, 법무장관과 여권이 검찰총장을 흔들기 위해 벌인 일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검·언 유착 사건 담당 검찰 간부들 승진
 
검사장급 이상 간부 인사가 발표된 지난 8월 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이날 인사 발표를 보면 정권이 만들어낸 ‘검·언 유착’ 사건과 관련해 채널A 기자의 녹취록에도 없는 내용을 가공해 KBS에 흘려주고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한 것으로 오보하도록 했다고 지목된 서울중앙지검 신성식 3차장은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승진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 승진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 인사였다”고 자평한 지난 8월 7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정권이 만들어낸 ‘검·언 유착’ 사건과 관련해 채널A 기자의 녹취록에도 없는 내용을 가공해 KBS에 흘려주고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한 것으로 오보하도록 했다고 지목된 서울중앙지검 신성식 3차장은,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승진했다. 고발당해 언제 피의자 신분이 될지 모르는 인물이 전국 검찰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이 사건을 중간에서 지휘한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를 총괄하는 대검 공공수사부장 자리로 승진했다. 이 차장은 ‘폭행 압수 수색’ ‘탈법 감청’ 등 각종 의혹으로 ‘감찰 대상’이란 이야기가 검찰 내부에서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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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국    (2020-08-26) 찬성 : 2   반대 : 1
유투브에 관련 영상은 모두 비공개 처리되었네요
역시 도둑은 제발이 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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