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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포커스

문재인 정권의 ‘검찰 장악’ 총선에 어떤 영향 미칠까

수사 방해 위한 검찰 장악, ‘정권 도덕성’ 심판으로 이어질 수도

글 : 김형준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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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유권자들은 총선 투표에서 ‘경제’보다 ‘정권 도덕성’에 더 큰 관심
⊙ 1996년 총선 당시에는 ‘장학로 사건’, 2000년 총선에서는 남북정상회담 逆風이 결정적으로 작용
⊙ 20%대이던 민주당에 대한 非호감도, 2019년 초부터 40%대로 급상승
⊙ 문재인, ‘선출된 독재자’의 길로 가나
지난 1월 2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추미애 장관은 문재인 정권의 잘못을 파헤치던 검찰을 無力化시키는 인사를 감행했다. 사진=뉴시스
  2020년 4・15총선(總選)은 역대 총선과 비교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조국(曺國) 사태 이후 나라가 두 동강이 나고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극단적 대결 구도 속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그런데 정당에 대한 혐오가 극대화되면서 집권당인 ‘진보’ 더불어민주당도 싫고 제1야당인 ‘보수’ 자유한국당도 싫다는 국민이 많다.
 
  이번 총선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실정(失政)을 심판해야 한다는 ‘정권심판론’과 국정(國政) 발목을 잡는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야당심판론’이 정면으로 충돌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총선은 정권에 대한 심판의 기능이 강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올해 총선은 문재인 정부) 무능과 전횡을 막는 마지막 기회이자 국민의 삶과 운명이 달린 선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총선을 100일 정도 남긴 시점에서 정권심판론보다 야권심판론이 힘을 받고 있다. 새해를 맞아 실시한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MBC 조사(12월 29~30일) 결과, 야당심판론은 51.3%, 여당심판론은 35.2%였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12월 29~30일)에서도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56.3%)는 의견이 ‘정부 여당을 심판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34.8%)보다 무려 21.5%포인트 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것이 바로 국민들의 시선”이라고 주장했다.
 
  둘째, 새로운 선거 규칙인 연동형(連動型) 비례대표제가 처음으로 실시되는 선거다.
 
  과거 병립형(竝立型) 선거 제도에서는 유권자들이 지역구와 비례구를 분리해서 전략적으로 투표를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의석 배분 방식이 복잡해 자신이 던진 표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표를 해야 한다. 더구나 지역구 선거에서 강세를 보이는 거대 정당이 50% 연동률이 적용되는 비례대표 의석(30석)을 많이 차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자매정당, 또는 위성(衛星) 비례정당을 만들 경우, 새 선거법이 의도한 연동형 효과는 사라질 수 있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으로 민주노총, 기독교 단체 등 거대 이익 집단들이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정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패스트트랙 사건 기소도 변수
 
  셋째, 새 선거법에 따라 선거 연령이 종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져서 약 53만명의 유권자가 늘어난다. 전체 선거인 중 1.1% 수준이다. 전국 고(高)3 학생 중 약 14만명도 투표권을 갖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수도권과 대도시 1000표 이내의 박빙(薄氷)의 승부가 예상되는 지역구에서 만 18세 새 유권자의 표심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넷째,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총선 3개월 전(지난 1월 2일) 무더기 기소는 여야(與野)를 떠나 무시할 수 없는 변수(變數)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은 이종걸 의원 등 여야 의원 28명이 불기소 또는 약식 기소됐다.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제166조는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폭력 행위를 한 사람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법 조항을 위반해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도 상실한다. 4월 총선에서 당선되더라도 이후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의원직이 상실된다는 사실이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섯째, 정부가 그동안 추진한 각종 정책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평가는 부정적인데,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50%에 육박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가령, 한국갤럽이 지난해 11월 2주(12~14일)에 실시한 문재인 정부 2년6개월 8개 분야별 정책 평가에서 경제・인사・대북(對北) 정책 등은 부정이 긍정보다 훨씬 높았다. 통상 정책이 실패하면 대통령 지지도는 추락하는데 이런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문 대통령이 여야 간의 극한 대결 구도 속에서 오히려 반사이익(反射利益)을 얻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겉으로 나타나는 것과는 달리 의외로 견고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섯째, 정당의 초파편화(超破片化)가 이뤄지고 있다.
 
  보수 진영은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우리공화당으로 분열되었다. 중도 진영은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호남 지역은 더불어민주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정당이 총선에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분명 이번 총선은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어서 민심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변수도 많고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과연 유권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투표할까?
 
  통상 총선은 대통령 임기 중반기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 정부가 그동안 얼마나 일을 잘했는지를 토대로 회고적(回顧的) 투표를 한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가 가장 중요한 투표 결정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1992년 미국 대선(大選) 당시 정치권에선 현직이던 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압승(壓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민주당 클린턴 후보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며 경제 응징 투표를 제기해 승리했다. 이후 선거에서 경제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것이 통설(通說)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경제 상황이 총선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인이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가 2012년 총선 후 실시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는 긍정 평가는 3.9%에 불과했고 ‘나빠졌다’는 부정 평가는 무려 56.1%로 상당히 많았다.(〈표1〉 참조) 그러나 여당인 새누리당은 152석을 얻어 과반 의석을 획득했다.
 
 
  ‘경제 투표’의 조건
 

  한편 KSDC의 2016년 총선 후 여론조사에선 지난 1년간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는 긍정 평가는 1.4%에 불과했고 ‘나빠졌다’는 부정 평가는 60.6%로 2012년 총선 당시와 비슷했다. 그런데 야당인 민주당은 분당(分黨)되었지만 제1당이 되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이 크게 작용한 것이지 경제 상황 악화와는 무관하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 상황이 ‘나빠졌다’는 부정 평가층에서 각 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 지지(37.3%)와 민주당 지지(42.0%) 간에 그리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표2〉 참조)
 
  선거이론에 따르면, ‘경제 투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가 경제의 침체가 세계경제 상황이 아니라 정부 정책 때문에 초래된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또한 유권자들이 자신의 경제 상황에 대해 정부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이런 경제 투표 조건들이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현재의 경제 침체는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주(週)52시간 근로시간 단축,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 등 정부의 정책 실패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대 총선과는 다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1996년 총선을 강타한 ‘장학로 사건’

 
1996년 총선을 앞두고 발생한 ‘장학로 사건’은 YS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혔다. 사진=조선DB
  역대 한국 총선에선 ‘정권의 도덕성’이 투표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1996년 총선에서 집권 여당 신한국당 총재인 김영삼(YS) 대통령은 특유의 승부수를 던졌다. 자신을 반대하는 이회창 전 총리와 박찬종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또한 이념이 다른 민중당 출신 이재오・김문수・이우재를 영입했으며, 검사 출신 홍준표와 안상수 등 정치 신인들까지 끌어모았다. 신한국당은 원내 제1당(139석) 지위를 지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김대중(DJ) 총재가 정계에 복귀하면서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도 1996년 총선을 맞아 인재 영입에 공을 들였다. 추미애・정동영・정세균 등이 당시 영입됐다.
 
  1996년 선거 당시 최대 이슈는 ‘장학로 부정 사건’이었다. 4월 11일 총선 직전인 3월 21일에 국민회의 정희경 선대위 공동의장이 당사에서 청와대 관련 비리를 폭로했다. 그는 “김영삼 대통령은 93년 2월 25일 취임일부터 어느 누구에게서도 단 한 푼의 돈을 받지 않고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고 누차 강조해왔다. 우리 당은 김 대통령을 곁에서 보좌하고 있는 장학로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 대한 진정을 받고 조사한 결과 불법행위로 많은 축재를 했음을 확인했다. 김 대통령은 자기 혼자 깨끗하다고 큰소리칠 것이 아니라 주변부터 단속해야 할 것이다”라고 공격했다.
 
  ‘상도동 집사(執事)’ 장학로는 20년간 YS 사저에서 궂은일을 도맡아하며 YS의 손과 발 노릇을 해온 가신(家臣)이다. 국민회의의 폭로는 YS의 트레이드 마크인 ‘청렴’과 ‘도덕성’에 큰 오점을 남겼고, 총선 정국을 강타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선거 사후 여론 조사에서, 후보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으로 ‘장학로 부정 사건’이 10.3%로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 구속’(11.4%), ‘이회창·박찬종 신한국당 영입’(10.9%)과 비율이 비슷했다.
 
  당시 북한은 선거 일주일 전인 4월 4일 “조선인민군은 정전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비무장 지대의 유지 및 관리와 관련된 임무를 포기한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장학로 사건이 ‘북한의 위협’(6.5%)보다 훨씬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국민회의에 표를 던진 투표자의 경우 ‘장학로 사건’(18.4%)이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 구속’(12.1%)보다 영향이 더 컸다. 이 사건은 단순한 측근 비리 사건이 아니었다. 김영삼 문민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힌 사건이었다.
 
 
  逆風 부른 남북정상회담 발표
 
2000년 4월 10일, 총선을 사흘 앞두고 나온 남북정상회담 합의 발표는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조선DB
  김대중 정부는 2000년 4월 13일, 총선을 사흘 앞둔 시점에 남북정상회담을 같은 해 6월 12일에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갤럽이 선거 사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 발표를 두고 “총선과 상관없이 민족적 과제로 대북 포용정책의 결실”이라는 여당 주장(35.2%)보다는 “대북정책을 총선에 정략적(政略的)으로 이용했다”는 야당 주장(51.2%)에 공감하는 유권자가 더 많았다. 특히 여당의 핵심 지지층이던 20대(54.5%)와 30대(59.1%) 젊은 세대에서 40대(50.0%)와 50대 이상(41.5%) 기성세대보다 야당의 입장에 공감하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여당의 기대와는 달리 역풍(逆風)이 분 것이다.
 
  또한 조사 결과, 66.6%의 유권자가 “후보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특히 대학 재학 이상의 고학력자와 대구·경북, 부산·경남 유권자의 70% 이상이 “후보 결정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총선에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정권의 비도덕성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예상외로 컸다는 것이다. 당시 1000표 이내에서 승부가 결정된 지역이 15곳으로 역대 선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초(超)경합 지역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의 비도덕성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총선 결과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115석)이 야당인 한나라당(133석)보다 적은 의석을 차지하면서 제2당이 되었다는 것이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조국 사태’로 문재인 정부의 도덕적 권위가 무너졌다. 더구나 공정과 정의의 정신에 바탕을 둔 ‘촛불 민주주의’의 힘으로 탄생했다는 현 정부의 정체성(正體性)마저 크게 흔들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광화문과 서초동 찬반집회에 대해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를 국론(國論)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정치적 의견의 차이나 활발한 토론 차원을 넘어서서 깊은 대립의 골로 빠져들거나 모든 정치가 거기에 매몰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로 나라가 두 동강 나고 국론 분열의 원인을 제공했는데, 마치 정치권이 대립하고 분열하고 있어 문제인 것처럼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을 선보였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각종 비리 혐의로 장관에서 물러나는 사람을 오히려 ‘개혁의 적임자’로 둔갑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의 상황에 대한 이런 잘못된 인식 체계가 현 정부의 도덕적 파탄의 원인이 되었다.
 
 
 
검찰 인사, 수사방해 위한 권력남용 소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월 8일 청와대의 선거 개입 및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 간부진을 전원 교체하는 기습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청와대 등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겨눈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검찰 간부들이 줄줄이 좌천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사건 수사를 이끌었던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지휘했던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두 사건 수사를 총괄한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핵심 참모들도 대거 물갈이됐다.
 
  그 자리에는 노무현 정부 또는 현 정권과 인연이 있는 검사들이 대거 전진 배치됐다. 예를 들어 추미애 장관을 보좌하며 법무부와 검찰 간 가교 역할을 할 핵심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파견 경력이 있는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이 보임됐다.
 
  민주당은 “검찰개혁 의지가 반영된 적절한 인사”라고 평가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 스스로 수사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셀프 면죄부용 인사 폭거”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윤석열 총장의 손발을 자른 이번 검찰 인사에 대해 ‘추미애의 대학살’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검찰 인사는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권력의 부당한 압력을 막기 위한 ‘검찰 수사권 독립’ 원칙이 훼손됐다. 통상 어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사람은 그 사건을 수사하는 동안에 바꾸지 않는 것이 관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엄중하게 수사하라”고 말했다. 그런데 검찰이 대통령 최측근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비리와 청와대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자 급변했다.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검찰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급기야 수사 라인을 전면 교체했다. 이것은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권력남용의 소지가 있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해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지휘부를 친정부 검사로 교체했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런데 이 정부는 ‘균형 있는 인사’라고 항변하고 있다. 더구나 윤석열 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명(命)을 따르지 않고 항명(抗命)했다는 프레임을 들고나왔다.
 
 
  ‘살아 있는 권력은 건드리지 마라’
 
  이런 주장은 궤변에 가깝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이나 보직 발령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고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돼 있다. 그런데 추 장관은 이런 절차를 무시했다. 대검 검사장의 경우 필수 보직 기간을 1년으로 규정한 대통령령 제12조 검찰 인사 규정도 위반했다. 더구나 청와대와 경찰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및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 혐의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민정수석실 소속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이 검찰 인사 검증을 담당했다는 것은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만한 일이다.
 
  여하튼 이번 검찰 인사는 사실상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인 청와대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윤석열 사단의 팔다리를 자른 것이다. 이번 검찰 인사는 한마디로 “살아 있는 권력은 건드리지 마라”는 신호다. 총선을 앞두고 터져 나올지 모르는 검찰의 권력형 비리 수사 결과에 대해 이 정권은 생존적 차원에서 미리 방어막을 친 것이다.
 
  이번 검찰 인사는 각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정권의 비도덕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2일 “권력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법적·제도적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따라 권한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고 권력층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권력만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바로 ‘선출된 독재자’의 길을 가는 것이다.
 
 
  “親文 양아치들의 개그”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인 미국 하버드대학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는 “과거에는 민주주의가 폭력적 방식에 의해 ‘불법적으로’ 훼손되었지만 오늘날에는 선출된 지도자의 손에서 ‘합법적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이 지금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두 교수는 “모든 권력 주체가 법에 규정된 (또는 금지되지 않은) 권한을 ‘최대한’ 휘두른다면 민주주의는 대혼돈에 빠져든다.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제도적 자제는 필수이다”라고 했다.
 
  청와대는 “모든 부처의 고위 공직자 임명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 정권의 비리를 겨냥한 수사팀 지휘부의 수사를 방해하고 그동안 수사를 담당한 검찰 지휘부를 보복할 목적으로 전면 교체한 것은 대통령의 권한이 아니다. 권력남용이다. 국민 저항을 불러올 것이다.
 
  한국 선거에서는 조용한 무관심의 수면 아래 잠복하고 있는 대중적 분노의 신경절(神經節)을 누가 어떤 형태로든 건드리게 되면 그것은 걷잡을 수 없는 파괴력으로 폭발한다. 그런데 대중적 분노를 촉발하는 뇌관은 거의 예외 없이 정권의 비도덕성에서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월 9일 당 상무위원회에서 “추미애 장관의 검찰개혁 의지는 이해하지만, 무리한 절차적 문제로 검찰 장악 의도로 읽힐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심 대표는 “정부는 현재 권력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大檢) 지휘부에 대한 인사를 장관 취임 5일 만에 결행한 것에 대해 국민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 정권은 인사권을 갖고 검찰 권력을 길들이려고 한다는 점에서 과거 정권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정권이 무슨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것인가?
 
  한때 진보의 논객이었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번 검찰 인사에 대해 “친문(親文) 양아치들의 개그”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12월 한 강연에서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은 한국 진보의 도덕적·정신적 파탄”이라고 했다.
 
 
  민주당, 비호감도 급상승
 

  이번 총선은 큰 틀에서 보면 도덕적으로 파탄 난 집권 진보 세력과 탄핵으로 몰락했지만 이들의 장기 집권을 막아내려는 파편화된 보수 세력 간의 싸움이다.
 
  정당의 호감도는 정당의 지지도와 직결된다. 호감도가 높으면 지지도도 덩달아 올라가고 외연(外延)을 확장할 수 있다. 반대로 비호감도가 높아지면 지지도는 추락하고 외연 확대는 불가능하다.
 
  KSDC의 2016년 총선 사후 조사 결과, 새누리당 호감도는 ‘싫어한다’(44.0%)와 ‘좋아한다’(41.8%)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2017년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새누리당 후신)의 비호감도는 60%대로 급상승한다. 이후 이런 높은 비호감 추세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것은 국정 농단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국당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준엄한 심판의 결과로 해석된다. 정권의 도덕성이 무너지면 정권도 뺏기고 국민들로부터 버림도 받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의 비호감도는 2016년 총선에서 30%대였지만, 그 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는 20%대로 줄어들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집권 3년 차인 2019년 초반부터 비호감도가 40%대로 급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조국 사태 이전에 비호감도가 41%였는데 그 이후 정권의 도덕성이 더욱 파탄 났기 때문에 비호감 비율은 더욱 크게 상승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표3〉 참조)
 
 
  ‘문근혜 정부’
 
  현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민심과 4월 총선에서 표출될 민심이 일치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2016년 4월 총선을 3개월 정도 앞둔 1월 1주(5~7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40%,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19%에 불과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친위(親衛) 체제 구축을 위해 새누리당 공천에 깊숙이 개입하고 ‘진박(眞朴) 감별사’들이 설쳐대면서 정권의 도덕성이 무너져, 결국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제2당으로 전락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전·현직 참모 70~80명이 총선에 출마하려고 한다. 총선 후 불어닥칠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고 퇴임 이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친문 국회’를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친박(親朴) 공천을 주도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무엇이 다른가? 이렇다 보니 세간에선 “박근혜를 보면 문재인이 보인다”는 말이 오르내리고 있다. 더 심한 말로 “문근혜 정부”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여기에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을 무력화시키고, 수사 대상자들이 그 혐의를 덮기 위해 법과 절차를 짓밟고 수사 검사들을 자리에서 쫓아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리서치(2019년 11월 29일~12월 2일)가 지난해 말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정 방향에 대해서 36%만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2019년 8월 9일) 이후 ‘잘못 가고 있다’는 비중은 큰 폭으로 확산되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촛불 사기 민주당에 투표하지 말아야 한다”며 ‘민주당 보이콧’을 주장했다. 촛불 민주주의를 들먹이고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세력들이 권력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현 정권에서 끊임없이 발생한 도덕적 타락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두고 볼 일이다. 단언컨대,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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