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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아름다운가게의 名品장사

“아름다운가게 압구정점은 명품·부티크 전문 매장이니 이해해 달라”(아름다운가게 온라인 운영자)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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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가게 압구정점은 명품천국… 가격은 인터넷이나 아웃렛보다 비싸고 가짜도 팔아
⊙ 유명 브랜드 제휴 세일, 업체가 기증한 모피·가죽제품 등 판매로 수익 올려
⊙ 10년된 명품코트 무상기증 받아 45만원에 판매… 가격책정도 ‘엿장수 맘대로’?
⊙ 결혼정보업체와 제휴해 ‘총각의사와 와인파티에서 만나요’… 럭셔리 미팅 행사도 주관
전국에 100여 곳이 있는 아름다운가게는 무상으로 기증받은 물품을 판매해 수익금을 소외계층 지원 및 공익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 의류세일전/명품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바자회/지니킴(구두 브랜드) 특별전/필라 패딩특별전/앤클라인 특별전/막스앤스펜서 브랜드전>.
 
  열거한 행사들은 백화점 행사가 아니라 2013년 석 달간 연 ‘아름다운가게’의 특별이벤트들이다.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이 설립한 아름다운재단 유관기관인 아름다운가게의 고가 명품 장사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평이 높아지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아름다운가게 초대 상임이사로, 선거 출마 전까지 상임이사로 일해 왔다.
 
  몇 주 전 한 취재원이 아름다운가게에서 중고 루이비통 가방을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짝퉁(가짜 제품)’이었다고 호소해 왔다. “가격도 중고 명품점과 비슷했고, 직원이 정품인증을 받은 것이라고 이야기해서 샀는데 친구들이 보자마자 바느질도 허접한 이런 가짜를 어디서 샀느냐고 묻기에 기가 막혔다”는 것이었다.
 
  “진짜라고 하면서 가짜를 팔았는데 당연히 환불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름다운가게는 교환·환불 불가가 원칙이라고 알고 있다”며 “아름다운가게 압구정점에 가면 중고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다고 해서 1시간 이상 걸려 간 건데 다시 아이 맡기고 갈 기회를 만들어야 할 형편”이라고 그는 투덜댔다.
 
  기자 입장에서는 기부자들이 무상으로 기증한 물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으로만 알아왔던 아름다운가게에서 판매한 것이 진짜 명품이든 가짜 명품이든 그냥 놀라운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명품도 파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압구정점은 원래 명품 브랜드 없는 게 없다고 잘 알려져 있다”고 답했다.
 
  며칠 후인 2월 25일, 아름다운가게 압구정점은 특별이벤트를 열었다. ‘네팔 어린이 도서관 설립 자선 바자회’라는 현수막을 내건 압구정점에는 코치, MCM 등 명품 피혁 브랜드와 타임, 마인 등 고가 여성의류 브랜드, 에스티로더와 시슬리·겔랑 등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포함해 101개 브랜드의 제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심지어 서울시내 특급호텔(반포 팔래스호텔) 이용권도 판매했다. 오후에 찾아가 본 매장은 발디딜 틈 없이 붐볐고, “오늘은 좋은 브랜드가 별로 없으니 다음에 오자”는 얘기를 나누는 여성들도 있었다.
 
아름다운가게는

  아름다운가게는 2002년 설립한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2002년 3월 참여연대의 대안사업팀이 영국의 옥스팜(Oxfam·영국의 국제 빈민구호기관으로 1942년 설립)의 콘셉트를 도입, 기증받은 물품을 판매해 소외계층을 돕는 기부금을 마련하는 점포를 만들기로 결정한 데서 비롯됐다. 같은 해 4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아름다운재단의 유관기관으로 아름다운가게가 탄생했고, 10월에 창립총회를 열고 초대 이사장 이해동 목사, 상임이사 박원순 변호사 체제로 출범했다.
 
  2002년 10월 안국동에 아름다운가게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아름다운가게는 현재 전국에 100여 곳의 아름다운가게, 즉 ‘재사용 나눔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무상으로 기부받은 물품을 판매해 기부금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각 매장의 규모가 작아 대형가전이나 가구류는 기부받지 않으며, 의류와 소품류, 서적 등이 대부분이다. 기부와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상설·비상설 벼룩시장도 운영한다. 아름다운가게에서는 일반 기증품 외에도 자체 제작한 친환경 소품, 기업에서 기부받은 신상품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아름다운가게의 수입은 2011년 기준 285억5300만원이며, 소외계층 교육지원·소외계층 생활개선·공익사업 및 사회적기업 지원·운영비 등으로 이를 100% 지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름다운가게 압구정점은 ‘아름다운 명품가게’
 
  압구정동 구 현대아파트 건너편 대형 빌딩(압구정스퀘어) 1층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가게 압구정점은 2006년 8월 문을 열었다. 지역과 건물 외관으로 볼 때 임대료나 권리금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곳이다. 이곳은 삼신상호저축은행 회장을 지낸 이복자씨가 아름다운가게에 기부, ‘명예점장’으로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가게는 매장 설립을 위해 기금 또는 공간을 제공한 기부자에게 ‘명예점장’ 자격을 주며 전국 20곳의 아름다운가게에 명예점장이 있다.
 
  기자가 평일 오후에 압구정점을 찾았을 때 매장 내부는 한산했다. 구찌와 페라가모 등 수입 브랜드의 핸드백, 구두 등이 몇 점 눈에 띄었고 비교적 고가인 수입 화장품 종류가 적지 않았다. 또 중고 의류가 대부분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부인복)였다는 점도 특이했다. 인테리어나 분위기는 소박해 다른 아름다운가게와 특별히 다른 점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제보자들은 압구정점에 대해 “다른 매장과 달리 가격이 터무니없다”, “인기 브랜드 물건은 숨겨놨다가 단골들에게 먼저 준다”, “다른 매장에 비해 지나치게 불친절하다”는 얘기들을 털어놓았다. 아름다운가게에 이에 대해 문의했다. 온라인 운영자의 답변이다.
 
  “압구정점에 대해서는 자주 이런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그만큼 홍보를 제대로 못한 저희의 문제점이기도 한데요. 압구정점은 아름다운가게 기증품 중에서 고가품(중고 명품, 부티크 물품)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매장입니다. 저희가 무작정 싸게만 팔 수 없는 이유는, 아름다운가게의 설립 취지가 시민들께서 기증하신 물품을 무조건 싼값으로 파는 곳이 아니라 적정한 값에 팔아 그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아름다운가게 압구정점을 가끔 이용한다는 한 주부는 “단골이 돼서 직원이 귀띔해 주는 ‘물건 들어오는 날’을 알아야 좋은 브랜드의 물건을 싸게 가져갈 수 있고, 바자회나 브랜드 특별전을 할 때는 예약도 받아준다”며 “잘 모르고 가는 사람은 건질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이상하다”
 
아름다운가게 압구정점은 압구정스퀘어빌딩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제보자들은 아름다운가게의 가격에 대한 불평을 털어놓았다. A씨는 한 달 전 아름다운가게에서 소가죽 가방을 7만5000원에 구입했다. 고가의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최근 잡지와 연예인 협찬으로 이름이 꽤 알려진 브랜드 제품이었다. A씨가 문득 정가가 궁금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같은 가방을 인터넷쇼핑몰에서는 6만9000원, 중고사이트에서 태그를 제거하지 않은 새 제품이 4만~5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또 다른 제보자 B씨는 “백화점에서 6만~7만원에 판매하는 아동 브랜드의 면티셔츠가 압구정점에서 6만9000원이라는 태그를 달고 있어서 황당했다”고 전했다. C씨는 “분당점에서 한눈에 봐도 오래된 코트 한 벌에 45만원이나 하는 걸 보고 눈을 의심했다”며 “새것이 아니고 기증받은 것이 분명한데 단지 명품 브랜드라는 이유로 그런 가격을 붙일 수 있느냐”고 말했다. C씨는 “상태에 비해 왜 이렇게 가격이 비싸냐고 직원에게 문의했더니 우리는 일반 가게가 아니라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는 특별한 곳이라고 하더라”며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아예 돈을 기부할 사람만 오라는 뜻 같았다”고 말했다.
 
  기자가 압구정점을 방문했을 때도 사용 흔적이 확연한 K브랜드(구두 한 켤레당 10만원대 초반의 중가 브랜드) 중고 구두에 5만5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어 의문을 갖게 했다. 압구정점에서만 유독 비싼 가격을 매긴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가격은 아름다운가게 본부가 일괄적으로 태그를 만들어 각 매장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격 책정에 대해 아름다운가게에 문의한 결과, 아름다운가게 온라인 운영자는 “아름다운가게의 판매가격은 재사용품·중고기증품·신품기증품·기증자가 원하는 가격 등으로 분류된 가격 매뉴얼에 의해 책정하고 있다”며 “시중 소비자 가격을 참고하되 사용 빈도나 유행, 브랜드, 훼손 여부 등이 검토된다”는 답을 보내왔다.
 
  또 기업에서 기증한 신상품인 경우 기업에서 제공하는 소비자 가격을 참고하여 책정을 하되, 시장 유통 질서를 고려하여 기업에서 권유하는 판매가격으로 책정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증자가 원하는 가격’이나 ‘유행 여부’, ‘시장 유통 질서 고려’ 등을 종합해 보면 한마디로 명확히 정해진 기준이 없다는 얘기다.
 
 
  새 제품 기증 경로는?
 
아름다운가게는 연일 새로운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부산 센텀시티에서는 각자의 자동차 트렁크에 기부물품을 실어와 판매하는 행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기증받은 중고물품 외에도 생산업체나 유통업체에서 기증받은 신상품도 적지 않다. 2012-2013 겨울 시즌 아름다운가게는 비교적 고가의 아이템인 토끼털 코트와 웜뱃부츠(웜뱃이라는 동물의 가죽과 털로 만든 부츠)를 생산·수입업체에서 기증받아 전국 지점에서 판매, 쏠쏠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아름다운가게 일부 매장들은 모 홈쇼핑으로부터 기증받은 양가죽 재킷을 판매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새 제품이 사이즈별로 구비돼 있는 것은 기업으로부터 기증받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아름다운가게는 홈페이지에 매월 수입과 지출 내역을 게재하며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수입에 대해 ‘기증물품 매출’과 ‘공익사업 매출’로만 표기할 뿐 어디서 무엇을 얼마나 기증을 받았는지, 기업으로부터 새 제품을 얼마나 기증받았는지 등에 대한 내역은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아름다운가게와 제휴해 의류와 신발 등을 제공했던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저렴한 중고매장이라는 아름다운가게 이미지 때문에 우리 측이 난감해 하는 걸 알았는지 아름다운가게에 유명 브랜드 제품이 많다는 걸 강조하는 한편 우리 제품을 강남 매장 위주로 배치하겠다고 하더라”며 “아름다운가게가 지속적으로 ‘럭셔리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가게는 영화·뮤지컬·콘서트 제휴 마케팅은 물론 스타 소장품 경매, 드라이브인(drive-in·차를 탄 채 구매를 할 수 있는 매장) 나눔가게 등 끊임없이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심지어 중매 파티까지 열었다. 지난 1월 결혼정보회사 디노블은 아름다운가게와 기부협약을 체결하고 와인나라아카데미에서 아름다운가게와 공동으로 ‘닥터파티’를 개최했다. 디노블 측은 “따뜻한 가슴을 가진 명문대 출신 훈남 의사들과 함께하는 미팅파티”라며 “아름다운가게와의 기부협약을 통해 수익금과 모금액, 공정무역 커피·초콜릿 판매액을 모아 소외계층 어린이 의료비 지원에 기부할 것”이라고 광고했다.
 
 
  아름다운가게의 수익은 어디에 사용하나
 
  아름다운가게가 근간을 두고 있는 아름다운재단이 기부단체로서 타 단체와 구별되는 점은 대부분의 기부·나눔단체가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데 비해 아름다운재단은 ‘공익단체’와 ‘사회적기업’도 지원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재단의 배분 현황(2012년 기준)은 공익과 대안 23%, 빈곤과 차별 29%, 미래세대 20%, 나눔문화 6%, 기타나눔 22%이다. 시민정치운동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의 출판과 프로젝트 등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데만 배분금의 4분의 1 정도가 소요되는 것이다. 순수하게 빈곤층을 위해 기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선뜻 아름다운재단을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다.
 
  아름다운가게는 나눔사업으로 경제소외 해결·미래세대 지원·공익변화 협력·나눔문화 확산이라는 4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 중 공익변화 협력은 아름다운재단의 공익사업과 유사하다. 아름다운가게 수익금으로 이뤄지는 ‘우리동네 희망등대’와 ‘뷰티풀 펠로우’라는 명칭의 사업은 주민참여와 자치·긍정적 사회변화를 위한 공익활동, 사회적기업가 발굴 및 지원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소외계층 지원이라는 일반적인 기부자들의 의도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아름다운가게 홍명희 이사장은 “아름다운가게는 물건을 사고파는 가게가 아니라 추억과 마음을 이어주는 가게”라며 “물건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새로운 추억을 만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연이 맺어지는 계기가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사장의 설명만 들으면 정말 이 가게가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다. 아름다운가게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는 많은 관련자의 아우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을 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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