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를 A노선(일산 킨텍스~화성 동탄), B노선(인천 송도~청량리), C노선(의정부~금정)으로 했을 때, 건설비용이 13조여 원으로 추산됩니다. GTX가 개통되면 하루 이용객이 76만명, GTX 개통 이후 운행비용·통행시간 절감 등으로 인한 경제적 편익은 연간 1조80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총 연장구간 170km에 이르는 GTX는 토목·연구·건설 등의 분야에서 2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27조원에 달하는 생산유발 효과를 거두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무엇보다 서울의 구심력이 GTX 거점 역세권으로 분산돼 수도권 경제활성화와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해요.”
⊙ GTX는 런던, 파리, 도쿄, 모스크바 등 수도권 광역철도망과 유사. 그중 프랑스 파리의
광역급행철도(RER)와 가장 밀접
⊙ 김문수 도지사, 2009년 GTX 건설 제안한 뒤 2년 만에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으로 확정
⊙ 서울지하철의 1km당 건설비 1300억~1400억원, GTX는 km당 368억원(TBM 공법)
⊙ ‘또 토목공사냐?’ 하는 정치적 논란이 걸림돌
⊙ 민원발생 가능성 낮아… 지하 40m 이상 내려가면 ‘지하보상권’이 자동 소멸
“총 연장구간 170km에 이르는 GTX는 토목·연구·건설 등의 분야에서 2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27조원에 달하는 생산유발 효과를 거두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무엇보다 서울의 구심력이 GTX 거점 역세권으로 분산돼 수도권 경제활성화와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해요.”
⊙ GTX는 런던, 파리, 도쿄, 모스크바 등 수도권 광역철도망과 유사. 그중 프랑스 파리의
광역급행철도(RER)와 가장 밀접
⊙ 김문수 도지사, 2009년 GTX 건설 제안한 뒤 2년 만에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으로 확정
⊙ 서울지하철의 1km당 건설비 1300억~1400억원, GTX는 km당 368억원(TBM 공법)
⊙ ‘또 토목공사냐?’ 하는 정치적 논란이 걸림돌
⊙ 민원발생 가능성 낮아… 지하 40m 이상 내려가면 ‘지하보상권’이 자동 소멸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들은 매일 길에서 전쟁을 치른다. 안양을 거쳐 시흥으로 진입하면서, 자유로에서 합정동으로 이어진 길 따라, 부천을 거쳐 양평동을 지나며, 과천과 남태령 넘어 사당동 가는 길에 절망하며 까무러친다.
서울 사무실로 출근하려면 아침 6시30분쯤 집을 나서야 한다. 꼬박 2시간은 쉬지 않고 달려야 하지만 웬걸 도로가 막혀 차는 느려 터졌다. 시속 30km를 못 넘는다.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 안은 숨쉬기조차 어렵다.
2007년 수도권의 교통혼잡비용은 14조5000억원. 전국 혼잡비용의 54.4%를 차지한다. 수도권 신도시에서 서울까지 도로 주행속도는 1998년 시속 40.8km에서 2006년 29.7km로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속도가 느려질수록 주민들의 속도 타들어 간다.
김문수(金文洙) 경기도지사는 2006년 7월 취임한 뒤부터 교통난 해결을 첫 번째 과제로 삼았다. 4대 공약 중 하나로 ‘뻥 뚫린 경기도’를 내걸었다. 여러 교통개선책을 내놓았으나 근본적인 개선은 요원했다.
김 지사는 고민 끝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을 제안했다. 2009년 4월 14일의 일이다. 그리고 지난 4월 3일, GTX 건설은 국토해양부의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으로 확정, 고시됐다.
국토부는 당초 경기도가 제안한 3개 노선, 그러니까 ▲일산 킨텍스~수서 46.2km 구간(수서~동탄 구간 28.6km는 KTX 공용)과 ▲인천 송도~서울 청량리 구간 48.7km, ▲의정부~군포 금정 구간 45.8km 등 총 140.7km를 모두 반영했다. 어림잡아 13조638억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도는 내년 중반기에는 GTX 착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도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5~6년의 공사기간을 감안해 2017년 하반기 내지 2018년 상반기쯤 개통될 전망이다.

“친구야! 지금 삼겹살 올린다. 금방 와라”
국토부의 GTX에 대한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확정되자, 경기도청 언론담당관 이강석(李岡錫)씨는 옳거니 하며 무릎을 쳤다. “GTX가 건설되면, 경기도 공무원도 살맛이 나고, 일할 맛 날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유인즉 이랬다.
“경기도청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청사는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많습니다. 수원에 제1청사가 있고, 의정부에 경기도 제2청사가 있어요. 제2청이 아니고 ‘청사(廳舍)’입니다. 즉, 경기도청의 조직 중 가족여성정책실, 기획행정실, 경제농정국, 문화복지국, 도시환경국, 교통도로국, 제2소방재난본부 사무실이 의정부에 있지요. 그리고 팔당수질개선본부는 팔당호, 그러니까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에 있어요.”
―1청사와 2청사를 오가며 업무처리를 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의정부~수원 간 거리는 80km쯤 된다. 길이 막히면 80km가 때론 800km, 8000km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의 말이다.
“의정부 청사에 근무하는 간부들이 1청사 회의에 참석하거나 경기도의회에 나가 도정을 설명하려면 아침 일찍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다시 버스를 타거나 승용차를 이용해 수원으로 와야 합니다. 물론 영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대면(對面)회의를 해야 의미전달이 확실하지요.”
이씨는 몇 년 전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의정부 2청사와 수원 1청사를 연결하는 지하통로를 파자. 고압용 철근콘크리트관인 흄(hume)관 형태의 통로를 설치하고, 캡슐형 둥근 통에 사람을 태우고 고속으로 밀어 보내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이 생각은 서울의 어느 대학병원에서 문서수발 장치를 보며 떠올렸지요. 2청사 의정부 간부들이 ‘자, 회의하러 갑니다’ 하고 캡슐 장치에 들어가서, 쌩하고 10분 만에 수원에 도착해요. 그리고 회의가 끝나면 다시 의정부로 쌩하고 날아가는 식이죠.”
그러나 3년 전 경기도가 GTX안을 발표했을 때, 더는 캡슐 장치 같은 상상은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공무원만 이용하는 캡슐은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많은 경기도 주민이 최고시속 200km 속도로 수도권에서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로 주파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딨을까요? 그야말로 새로운 교통혁명이지요, 혁명.”
그는 이 대목에서 얼굴이 환해졌다.
“보세요. 강남에서 GTX를 타고 출발하면서 동탄 친구에게 전화합니다. ‘나, 지금 출발한다’ 그러면 동탄 친구가 말합니다. ‘지금 삼겹살 올린다. 금방 와라.’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20분이면 강남 친구가 동탄의 삼겹살집 문고리를 잡는 것이죠. 아마 동탄 친구들은 이제 소주 2잔씩 마신 정도이고 그때쯤 삼겹살은 노릇노릇 익겠지요.”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가끔 급한 환자가 생기거나 장기이식을 위해 헬기를 동원하기도 하는데, 마침 GTX로 연결되는 위치에 대형병원이 있다면 굳이 헬기 착륙장으로 앰뷸런스를 부를 필요도 없겠지요.”

GTX는 민자제안사업… 국비 비율은 15%
지난 4월 8일 기자는 수원 권선구의 경기도시공사를 찾아가며 머릿속으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GTX는 ‘허황한 장밋빛’ 같아 보였다. 지하 40~50m 깊이에 터널을 뚫어, 그것도 최고시속 200km로 달린다는 것이 현실감 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하 급행열차가 안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사고라도 난다면?… 캄캄한 땅속에서 어떻게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단 말인가. 꼼짝없이 죽을 목숨 아닌가.
또 땅속에다 터널을 뚫으니 소음이 엄청나, 공사 시작부터 민원이 들끓을 것만 같았다. 어디 그뿐인가. 수도권과 서울 도심을 지나니 토지보상비가 엄청날 게 뻔하다. 아무래도 만만해 보이지 않았다.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출신의 경기도시공사 이한준(李漢俊) 사장은 기자의 질문에 하나하나 반박했다. 이 사장은 김문수 지사와 함께 GTX 계획을 최초 입안한 인물이다.
―엄청난 공사비를 어떻게 마련합니까.
“서울지하철의 경우 1km당 건설비가 1300억~1400억원이 든다고 합니다. 그러려면 재원의 확보가 당장 문제겠지요. 그런데 지하로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사업비가 적게 든다는 게 토목전문가의 말입니다. 절단기를 부착한 기계를 회전시켜 굴착 시 발생하는 암석을 밖으로 빼내면서 동시에 지반 보강작업을 병행하는 TBM(터널굴착기계·Tunnel Boring Machine) 공법으로 뚫기 때문이죠. 오히려 서울지하철 공사보다 쉽고 간편해요.”
TBM공법은 최소 3km 이상 장대 터널에 경제적으로 유용한 공법이라고 한다. 공사비도 km당 368억원 정도라고 한다. 어림잡아 지하철 건설비와 비교해 거의 4분의 1 수준이다.
―GTX는 토지보상 등 민원이 들끓을 게 뻔합니다. 터널을 뚫으니 얼마나 시끄럽겠어요.
“아뇨. 요즘은 지하철을 뚫고 싶어도 민원이 많아 못 뚫어요. ‘내 집 옆으로 지나선 안 된다’에서 ‘지하철역은 내 집 앞에’까지 그야말로 다양해요. 돈이 있어도 민원 때문에 못합니다. 하지만 GTX는 그런 걱정 필요 없죠. 지하 40m 이상 내려가면 지하보상권이 자동 소멸합니다. 서울시 조례에 그런 조항이 나와요. 그러니 민원이 생길 이유가 없지요. TBM은 기계굴착이어서 작업이 단순하고 무(無)발파로 주변 민원이 최소화됩니다.”
―안전한가요.
“철도기술은 서울지하철과 KTX에서 이미 안전성이 입증됐잖아요. 단순히 깊이 파느냐, 낮게 파느냐의 문제지요.”
6호선 버티고개역은 지하 43m에 위치한다. 7호선 숭실대입구 역은 지하 47m, 8호선 산성역은 지하 55m 등 수도권 전철 일부 구간에서 이미 지하 40m 이상 지하터널을 뚫은 경험이 있다. 계속된 그의 말이다.
“또 2003년 2월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사건 이후 방화설비 기준이 엄격히 강화됐어요. 환기시설을 2.5km마다 설치, 배연설비와 환기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될 겁니다. 승강장과 지상을 직접 연결하는 비상계단, 방화문, 여기다 비상용 고속 엘리베이터 3대도 설치돼요.”
―전체 공사비가 13조원이 든다는데, 국가부담이 엄청날 것 같아요.
“아닙니다. GTX는 민자제안사업입니다. 현재 민자비율이 전체 60%고 나머지 40%를 경기도와 정부가 부담하는데, 정부부담 비율은 전체 15% 수준으로 전망해요. 국비는 대략 1조8000억원 정도인데, 공사기간이 6년 정도 소요될 경우 매년 3000억원이 듭니다. 공사를 내년에 착공, 당장 예산이 필요하다면, 일단 민간에서 먼저 선(先)투자를 하면 되지요. 제가 알기로 서울~춘천 간 전철화 사업이 끝났잖아요. 그 예산을 돌리고, 추가로 교통사업특별회계에서 광역철도 계정을 활용해 융통성 있게 쓰면 됩니다.”
―GTX 개통 후 적자가 생기면 어떻게 합니까. 결국 국가에서 메워야 하는 것 아닌가요.
“GTX는 적자가 나더라도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 주지 않아도 돼요. 정부 사업은 민자제안사업과 정부고시사업 2가지 종류가 있는데, 민자제안사업은 사업자의 최소 수입을 보장해 주지 않도록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자가 나더라도 정부에서 손실을 보전해 줄 필요가 없어요.”
―GTX가 깔리면 도대체 출근시간이 얼마나 빨라지나요.
“GTX는 지하철보다 3분의 1가량 시간이 단축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신도림~삼성 구간의 경우 기존 31분에서 13분, 신도림~청량리 구간은 31분에서 12분, 연신내~삼성 구간은 48분에서 12분, 창동~양재 구간은 무려 53분에서 14분으로 단축됩니다.”
경제성은…
이한준 사장의 반박에도 GTX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GTX는 어느 날 뚝딱 만들어진 정책이 아니다. 김문수 지사가 2009년 4월 14일 ‘수도권 교통혁명 선포식’에서 처음 소개됐지만 이와 관련된 논의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GTX 논의는 2007년쯤부터 시작됐다. 그해 7월부터 경기 남부지역 광역교통망 구상이 시작되면서 강남~동탄 간 광역급행철도의 타당성이 검토됐다. 이후 대한교통학회, 한국철도학회, 한국터널공학회 등이 연구, 학술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점차 논의가 심화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인천시·경기도와 교통전문가가 참여한 TF팀도 구성했다.
그리고 2009년 4월, 경기도가 대한교통학회의 용역보고서(‘수도권 신개념 광역교통수단 도입방안에 대한 연구’)를 국토해양부에 제출하면서 GTX가 공식화됐다.
기자는 경기도청으로 향했다. GTX 추진 실무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동행한 경기도 언론담당관실 조병래(趙炳來)씨는 “민자사업자도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2009년 4월 30일 국토부에 GTX 사업을 제안했다”며 “국내 상위 10개 건설사로 구성된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동림 컨소시엄, 삼성중공업 컨소시엄 등이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건설본부장을 역임한 서상교(徐敎) 경기도 철도항만국장은 “GTX는 돈만 많이 들고 효과는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비용보다 편익이 크고 사업비 대부분을 민자로 충당한다”고 반박했다.
“대한교통학회는 GTX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비율(B/C)이 1.24라고 평가했습니다.”
비용 대비 편익비율이 1을 밑돌면 경제성이 낮다는 뜻이다. 계속된 서 국장의 말이다.
“GTX를 3개 노선, 그러니까 A노선(일산 킨텍스~화성 동탄), B노선(인천 송도~청량리), C노선(의정부~금정)으로 했을 때, 건설비용이 13조여 원으로 추산됩니다. GTX가 개통되면 하루 이용객이 76만명, GTX 개통 이후 운행비용·통행시간 절감으로 경제적 편익이 연간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따라서 이를 모두 감안해 비용 대비 편익비율이 1.24라는 것이죠.”
―편익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GTX는 기존의 버스, 지하철 등보다 빠른 교통수단입니다. 그러니 상당한 승용차 수요를 흡수하지 않겠어요? 통행시간 절감, 차량운행비 절감 등의 편익이 매우 크다는 것이 교통학회나 경기도의 판단이지요. 또 기존 도로나 철도에 비해 개발비가 적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요금은 비쌀까?
서 국장은 기자에게 “무른 땅을 파서 터널을 만드는 것과 딱딱한 암반을 뚫어 터널을 만드는 것과 어느 쪽이 공사비가 덜 들겠느냐”고 물었다.
대답을 들을 사이 없이 그는 스스로 답했다. “지반이 무르면 보강 공사비가 더 듭니다. 그러나 암반을 뚫으면 공사하기가 더 낫지요.”
―지하에 무른 땅이 있는지, 암반이 있는지 어떻게 압니까.
“지질분포도가 이미 있고 예측공사를 할 때 지질조사나 암반조사를 다시 합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 판교일원의 경우 지반이 매립지니까 물이 많다는 식의 조사가 이미 돼 있다는 말입니다. 공사비를 책정할 때 그런 것을 다 감안하지요. 또 실제 지하터널 작업을 하면서 공법을 어떻게 할지 설계할 때 다 정합니다.”
―요금이 너무 비싸지 않을까요.
“교통학회와 경기도의 수요예측으로는 3000원 정도면 충분히 타겠다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어요. 그런데 국토부가 검증할 때는 보수적으로 계산했지요. 그래도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니 국가철도망에 넣은 것입니다.”
민간사업자는 20km 미만은 2000원, 20~40km는 3000원, 40km를 초과하면 4000원 정도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토부는 1800원씩(10km 기준)에 km 당 40원을 추가하는 셈법으로 요금을 책정했다.
“대한교통학회는 평균 요금을 3000원 수준으로 고려하고 있어요. 이는 현재 광역철도 요금의 2배 정도입니다. 민간사업자가 제시하는 수요 및 이용요금 등의 사항은 한국개발연구원의 적격성 조사를 거칩니다. 물론, 민간사업자가 투자비용을 이용객들에게 돌려 이용요금이 많이 비싸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요. 그러나 아무리 민간사업자라고 하더라도 수익성뿐 아니라 시민의 이용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GTX와 기존 지하철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요.
“기존 지하철은 역간 거리가 짧아요. 평균 1~1.5km 간격이죠. 반면 GTX는 역간 거리가 길어 평균 10km 간격으로 역이 설치될 예정입니다. 또 기존 지하철 속도는 30~40km이지만 GTX는 100km로 운행될 예정입니다.”
“대한교통학회는 평균 요금을 3000원 수준으로 고려하고 있어요. 이는 현재 광역철도 요금의 2배 정도입니다. 민간사업자가 제시하는 수요 및 이용요금 등의 사항은 한국개발연구원의 적격성 조사를 거칩니다. 물론, 민간사업자가 투자비용을 이용객들에게 돌려 이용요금이 많이 비싸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요. 그러나 아무리 민간사업자라고 하더라도 수익성뿐 아니라 시민의 이용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프랑스 RER이 GTX와 가장 유사해
외국에도 GTX와 같은 개념의 대도시 출퇴근용 급행열차가 있을까.
GTX 추진담당 조치형(趙致衡) 사무관은 “주요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도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철도망 구축에 나섰다”며 “1960년대 프랑스, 70년대 일본이 각각 고속 급행철도를 도입했다”고 했다. 조 사무관의 말이다.
“파리 대도시권은 1960년 파리권 정비계획에 따라 광역급행전철(RER)망을 구축, 1969년 파리를 관통하는 A노선을 시작으로 현재 5개 노선이 개통됐지요. 역간 거리는 GTX보다 훨씬 짧은 2.3km, 평균속도는 시속 53~71km, 2.5분~5분 간격으로 운영됩니다. 속도는 GTX에 못 미치지만 ‘광역급행철도’ 개념과 가장 유사합니다.”
―어떤 점에서 유사한가요.
“프랑스 RER은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역간 거리를 길게 하고, 도심에 가까워질수록 역간 거리를 짧게 해요. 철도노선의 직선화와 연계해 각종 교통시설로 환승하는 방사망 교통체계도 구축했어요. 파리 외곽과 시내 간 통행량의 60%가 전철로 이용하고 있지요.”
앞서 이한준 사장도 기자에게 비슷한 얘기를 했었다.
“프랑스 RER은 파리 시내에서 외곽까지 급행으로 가는 전철입니다. 지하노선도 있고, 지상노선도 있지요. 보통 파리의 베르사유 궁전에 가려면 철도를 타고 가요. 서울지하철처럼 촘촘하지 않아요. GTX는 프랑스 RER 개념을 지하로 넣은 것입니다. 그것도 지하 40~50m의 대심도(大深度)로 깊이 넣은 것이죠.”
이에 대해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미래전략센터장은 “파리의 발전은 빠른 광역철도가 그 기초”라며 “GTX가 실현되면 수도권에도 획기적 변화가 올 것이다. 교통혼잡과 환경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치형 사무관은 GTX를 추진하면서 외국의 수도권 광역철도망을 모두 시찰했다고 한다.
“런던권의 그로스레일(Grossrail)은 지역 간 철도의 KTX 같은 성격을 띠고 있어요. 모스크바 메트로 지하역사는 최대 84m에 달합니다. GTX는 모스크바의 절반 깊이면 됩니다. 모스크바 메트로를 참조해 수도권의 높은 보상비와 사업비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모델을 만들 수가 있지요. 이 밖에 미국 워싱턴 파크 구간의 깊이는 79m, 1960년대 지은 우크라이나 키예프 지하철은 심도가 120m에 달합니다. 평양의 지하철은 지하 80m이고요. GTX는 지하 40~50m에 만듭니다. 현재 우리 기술 수준으로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죠.”
그는 “영국 런던권, 프랑스 파리권, 일본 도쿄권은 이미 오래전부터 광역고속 급행전철을 운행하고 있다”며 “연계된 철도망도 거미줄처럼 촘촘하다. 철도 길이가 한국 수도권의 3배에 이르고 철도교통 이용률은 80%를 넘는다. 한국은 20%에 불과하다”고 했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무려 100m 지하에 터널을 뚫었다고 하던데요.
모스크바 지하철은 1930년대 스탈린 시대부터 건설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깊이로 볼 때, 평양처럼 ‘방공호’ 성격이 짙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하루 이용객만 900만명에 이르고 대중교통수단 분담률도 42%나 됩니다. 현재 시민 58%가 지하철로 출퇴근합니다. 모스크바에 가서 시민에게 지하 100m여서 불안하냐고 물어보세요. 펄쩍 뛸 겁니다.”
이에 대해 김시곤 서울산업대 철도대학원 교수는 “모스크바의 모든 길이 지하철로 통하기 때문에 도시가 발전할수록 지하철 의존도도 커질 것”이라며 “교통체증을 피해 승용차보다 빠른 지하철, 급행열차를 이용하자는 선진국형 교통수단의 변화가 또 한 번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3개 노선 동시 착공이 경제성 문제에 가장 중요
현재 국토해양부가 확정 고시한 노선은 3개다. A노선은 일산 킨텍스~화성 동탄, B노선 송도~청량리, C노선 의정부~금정으로 수도권을 3개 축으로 잇게 된다.
우선 킨텍스~동탄 노선은 경기 서북부와 동남부를 잇는다. 동탄 신도시, 강남지역, 서울 도심권, 일산 킨텍스를 연결해 경부축과 경의축의 교통난을 해소한다. GTX과 이슬기씨는 “GTX가 뚫리면 현재 2시간가량 걸리는 동탄~서울 강남 간 구간을 18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며 “이 노선으로 강남 코엑스와 고양 킨텍스를 연결하는 국제업무 네트워크가 구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송도~청량리 노선은 인천 경제자유구역과 인천 도심, 여의도, 서울 도심, 청량리를 연결한다. 도 홍보기획관실 신아령씨는 “경인 축 교통수요를 분산하면서 경춘선~중앙선의 철도수요를 도심과 연계해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활성화를 앞당기려는 구상이 숨어 있다”고 했다.
금정~의정부 노선은 금정과 과천, 강남권, 청량리와 의정부를 연결한다. 언론담당관실의 조병래씨는 “경부선과 과천선의 수요를 과천~강남 업무시설과 연계하고 서울 동부간선도로의 승용차 수요를 흡수한다”며 “이 노선이 개통되면 수도권 북부지역과 서울 동부권 교통이 뻥 뚫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3개 노선이 동시에 개통되지 않으면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다. 구간마다 착공시기가 다르면 연계가 이뤄지지 않아 이용객 수도 줄어들 게 뻔하다.
경기도시공사 이한준 사장은 “3개 노선 동시 착공이 경제성 문제에 가장 중요하다. 철도는 도로와 달라서 한번 만들면 환승이 극히 제한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3개 노선을 따로따로 건설할 경우, 동시 착공보다 약 24.6%의 추가비용이 듭니다. 예를 들어 환승 역사의 분리시공, 역사 기능실(변전실, 기계실 등)의 중복설치, 차량 및 기타 장비의 구매비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3개 노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역사(驛舍) 건설비용이 줄고, GTX 운영통제센터도 통합으로 설치해 경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지요.”
서상교 철도항만국장은 “동시 착공 대신 순차적으로 건설하면 신도시(동탄·판교·일산 등) 우선 추진으로 구(舊)도심 주민과 형평성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며 “수도권의 동반 발전과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 동시 착공해야 한다”고 했다.
조치형 사무관은 “노선별 추진 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3개 노선을 동시 추진할 때보다 이용요금이 46.6% 정도 인상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2009년 대한교통학회가 펴낸 연구결과를 살펴보니, 3개 노선 동시 착공할 경우 예상 이용자가 노선별로 따로 건설할 때보다 14.7%까지 증가해 사업성이 향상되는 것으로 적시돼 있다. ‘3개 노선 동시 추진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이용수요를 증가시키고 민자사업 추진이 용이하다’는 얘기다.
“KTX가 프랑스 것(테제베)이었다면 GTX는 우리 기술”
대한교통학회 회장인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고승영(高承永) 교수는 “외국도 우리나라 수도권처럼 똑같은 발전과정을 거치면서 런던권, 파리권, 도쿄권으로 형성됐다”며 “이들 나라는 이미 30년 전에 ‘기존 철도를 늘려 봐야 완행열차 수준이 된다’며 급행열차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KTX가 프랑스 것(테제베)이었다면 GTX는 세계 최고의 도시광역철도를 우리 기술로 처음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GTX는 수도권을 공간적으로 개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올라가고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서는데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할 겁니다.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상의 효과가 있습니다.”
―경제적 효과는 어떻게 보나요.
“총 연장구간 170km에 이르는 GTX는 토목·연구·건설 등의 분야에서 2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27조원에 달하는 생산유발 효과를 거두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무엇보다 서울의 구심력이 GTX 거점 역세권으로 분산돼 수도권 경제활성화와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해요.”
―GTX는 경기도민만을 위한 수단인가요.
“어찌 보면 가장 큰 수혜자는 서울 시민일지 모릅니다. 서울 시민이 입는 가장 큰 혜택은 서울시로 들어가는 승용차가 많이 줄어든다는 점이죠. 승용차 이용량이 철도로 옮겨지면서 1일 약 18만대가 서울로 안 들어가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거기다 수도권 전체 공간구조 개편이 이뤄지는 효과도 생기지요. 경기도 사람들이 서울에서 쓰는 소비도 늘어나게 될 테죠.”
현재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등하교하는 인구가 100만명이라면, 거꾸로 서울에서 인천·경기로 가는 사람도 45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경기도는 내년 상반기 중에는 GTX 착공이 가능하다고 하던데요.
“내년 착공은 정부 의지만 있다면 100% 가능합니다. GTX는 민자제안사업이니 먼저 민자 적격성 검토가 필요해요. 여기에 걸리는 시간이 6개월은 소요됩니다. 올 하반기 적격성 검토가 끝나면 내년 초 ‘제삼자 공고’를 통해 사업자를 모집하는데, 여기에 3개월가량이 소요돼요. 그럼 내년 4월쯤 제안서를 받고 5월에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는데, 여기서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략 6개월이 필요합니다. 산술적으로는 빨라도 내년 말쯤 공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요.”
―GTX 건설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또 토목공사냐?’ 하는 정치적 논란이 걸림돌이라고 봅니다. GTX는 정치적 목적에서 나온 공약이 아닙니다. 그 출발점은 서민을 위한 교통수단에서 나온 발상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협력, 정부의 강력한 추진력이 더해져야 GTX 결실을 얻을 겁니다.”⊙
서울 사무실로 출근하려면 아침 6시30분쯤 집을 나서야 한다. 꼬박 2시간은 쉬지 않고 달려야 하지만 웬걸 도로가 막혀 차는 느려 터졌다. 시속 30km를 못 넘는다.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 안은 숨쉬기조차 어렵다.
2007년 수도권의 교통혼잡비용은 14조5000억원. 전국 혼잡비용의 54.4%를 차지한다. 수도권 신도시에서 서울까지 도로 주행속도는 1998년 시속 40.8km에서 2006년 29.7km로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속도가 느려질수록 주민들의 속도 타들어 간다.
김문수(金文洙) 경기도지사는 2006년 7월 취임한 뒤부터 교통난 해결을 첫 번째 과제로 삼았다. 4대 공약 중 하나로 ‘뻥 뚫린 경기도’를 내걸었다. 여러 교통개선책을 내놓았으나 근본적인 개선은 요원했다.
김 지사는 고민 끝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을 제안했다. 2009년 4월 14일의 일이다. 그리고 지난 4월 3일, GTX 건설은 국토해양부의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으로 확정, 고시됐다.
국토부는 당초 경기도가 제안한 3개 노선, 그러니까 ▲일산 킨텍스~수서 46.2km 구간(수서~동탄 구간 28.6km는 KTX 공용)과 ▲인천 송도~서울 청량리 구간 48.7km, ▲의정부~군포 금정 구간 45.8km 등 총 140.7km를 모두 반영했다. 어림잡아 13조638억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도는 내년 중반기에는 GTX 착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도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5~6년의 공사기간을 감안해 2017년 하반기 내지 2018년 상반기쯤 개통될 전망이다.

▣ GTX란? GTX는 ‘Great Train eXpress’의 줄임말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를 뜻한다. 지하 40~50m 밑으로 최고속도 시속 200km, 평균속도 100km로 운행한다. 현재 논의 중인 GTX 3개 노선이 완공될 경우 하루 이용객이 76만명, 하루 승용차 통행감소가 38만대, 연간 교통혼잡 비용을 7000억원이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경기도는 내다보고 있다. 경제적 편익은 향후 30년간 53조원(누적)대로 전망한다. |
“친구야! 지금 삼겹살 올린다. 금방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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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4월 14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동탄지역 주민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GTX, 수도권 교통혁명 선포식 및 특별기자회견’을 가졌다. |
국토부의 GTX에 대한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확정되자, 경기도청 언론담당관 이강석(李岡錫)씨는 옳거니 하며 무릎을 쳤다. “GTX가 건설되면, 경기도 공무원도 살맛이 나고, 일할 맛 날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유인즉 이랬다.
“경기도청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청사는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많습니다. 수원에 제1청사가 있고, 의정부에 경기도 제2청사가 있어요. 제2청이 아니고 ‘청사(廳舍)’입니다. 즉, 경기도청의 조직 중 가족여성정책실, 기획행정실, 경제농정국, 문화복지국, 도시환경국, 교통도로국, 제2소방재난본부 사무실이 의정부에 있지요. 그리고 팔당수질개선본부는 팔당호, 그러니까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에 있어요.”
―1청사와 2청사를 오가며 업무처리를 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의정부~수원 간 거리는 80km쯤 된다. 길이 막히면 80km가 때론 800km, 8000km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의 말이다.
“의정부 청사에 근무하는 간부들이 1청사 회의에 참석하거나 경기도의회에 나가 도정을 설명하려면 아침 일찍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다시 버스를 타거나 승용차를 이용해 수원으로 와야 합니다. 물론 영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대면(對面)회의를 해야 의미전달이 확실하지요.”
이씨는 몇 년 전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의정부 2청사와 수원 1청사를 연결하는 지하통로를 파자. 고압용 철근콘크리트관인 흄(hume)관 형태의 통로를 설치하고, 캡슐형 둥근 통에 사람을 태우고 고속으로 밀어 보내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이 생각은 서울의 어느 대학병원에서 문서수발 장치를 보며 떠올렸지요. 2청사 의정부 간부들이 ‘자, 회의하러 갑니다’ 하고 캡슐 장치에 들어가서, 쌩하고 10분 만에 수원에 도착해요. 그리고 회의가 끝나면 다시 의정부로 쌩하고 날아가는 식이죠.”
그러나 3년 전 경기도가 GTX안을 발표했을 때, 더는 캡슐 장치 같은 상상은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공무원만 이용하는 캡슐은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많은 경기도 주민이 최고시속 200km 속도로 수도권에서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로 주파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딨을까요? 그야말로 새로운 교통혁명이지요, 혁명.”
그는 이 대목에서 얼굴이 환해졌다.
“보세요. 강남에서 GTX를 타고 출발하면서 동탄 친구에게 전화합니다. ‘나, 지금 출발한다’ 그러면 동탄 친구가 말합니다. ‘지금 삼겹살 올린다. 금방 와라.’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20분이면 강남 친구가 동탄의 삼겹살집 문고리를 잡는 것이죠. 아마 동탄 친구들은 이제 소주 2잔씩 마신 정도이고 그때쯤 삼겹살은 노릇노릇 익겠지요.”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가끔 급한 환자가 생기거나 장기이식을 위해 헬기를 동원하기도 하는데, 마침 GTX로 연결되는 위치에 대형병원이 있다면 굳이 헬기 착륙장으로 앰뷸런스를 부를 필요도 없겠지요.”
▣ 대학생의 ‘콩나물시루’ 등교 전쟁
지난 4월 11일 스톱워치를 들고 시간을 재 보았다.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사당역으로 가는 7770번 직행좌석 버스를 탄 시각은 7시11분. 직행좌석 버스의 요금은 1700원이다. 7770번 버스는 배차간격이 짧아 자주 오는 편이지만 늘 만원이다. 지각하지 않으려면 억지로 콩나물시루 속에 몸을 밀어 넣어야 한다. 10여 분을 달려 의왕 톨게이트를 지나자 길이 막히기 시작한다. 이곳은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차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그야말로 상습정체 구간이다. “사람 사이에 껴 불편한 자세로 서 있기도 힘든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버스에서 몸의 균형을 잡느라 낑낑대다 보면 어느새 팔다리가 뻐근해지고 머리가 어질어질, 그러다 짜증이 확 나요.” 지하철 2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사당역에 도착한 시각은 7시52분. 40분의 사투를 마치고 버스에서 내리자 한숨이 다 나온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하철로 갈아타기 위해 가까운 3번 지하철 입구로 뛰어간다. 입구는 벌써 장사진. 3번 출구 쪽에는 수도권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오는 출근길 인파가 많기 때문이다. 입구 위에는 ‘다른 출구를 이용하시면 더 빨리 가실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는 80m를 더 걸어가 사당역 2번 입구로 빨려들 듯 들어갔다. 경희대에 가려면 4호선을 타고 이촌역까지 가서 다시 중앙선으로 갈아타고 회기역까지 가야 한다. 가까스로 7시58분쯤 4호선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8시8분에 이촌역에 도착했지만, 마음은 전혀 가볍지 않다. 중앙선은 운행간격이 길어 8시12분발(發) 덕소행 열차를 못 타면 지각이기 때문이다. 바쁜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 간신히 열차에 몸을 실었다. 8시30분 회기역에서 내려 뛰다시피 경희대까지 걸어갔다. 회기역에서 경희대 정문까지 마을버스가 있지만, 골목길을 이용하면 시간 차이가 별로 안 난다. 8시47분, 마침내 강의실에 도착했다. 그가 집에서 나와 강의실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총 1시간43분. 사용한 교통비는 그나마 직행좌석 버스와 지하철 환승요금을 적용받아 1900원이다. 하굣길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퇴근시간 사당역 주변의 인도는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긴 줄들로 꽉 막혀 지나다니기 어려울 정도다. 버스가 자주 와도 승객이 워낙 많다 보니 아무 소용이 없다. 그는 50m 이상 이어진 긴 줄 뒤에 ‘대롱대롱’ 매달린다. 그런데 줄이 두 줄이다. 좌석용 줄과 입석용 줄이 따로 있다. 시간이 없을 때는 입석 줄을 탄다. 서서 가는 것은 힘들지만 빨리 집에 가고픈 마음에서다. 함 기자의 등하교 거리를 계산하면 총 82km. 하루에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은 대략 3시간30분이다. 하루 3800원의 교통요금을 내고 시속 23km로 등하교를 하는 셈이다. 그는 등하굣길에 책을 보거나 휴대기기로 영화·드라마를 보고 싶지만, 버스와 지하철에 사람이 많고 환승이 잦아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학교 근처에 방을 얻을까 생각도 합니다. 실제로 잠깐 나와 산 적도 있어요. 하지만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아서 힘들어도 참아요. 길에서 버리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비효율도 이런 비효율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교통전쟁에서 언제쯤 해방될 수 있을까요?” |

GTX는 민자제안사업… 국비 비율은 15%
지난 4월 8일 기자는 수원 권선구의 경기도시공사를 찾아가며 머릿속으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GTX는 ‘허황한 장밋빛’ 같아 보였다. 지하 40~50m 깊이에 터널을 뚫어, 그것도 최고시속 200km로 달린다는 것이 현실감 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하 급행열차가 안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사고라도 난다면?… 캄캄한 땅속에서 어떻게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단 말인가. 꼼짝없이 죽을 목숨 아닌가.
또 땅속에다 터널을 뚫으니 소음이 엄청나, 공사 시작부터 민원이 들끓을 것만 같았다. 어디 그뿐인가. 수도권과 서울 도심을 지나니 토지보상비가 엄청날 게 뻔하다. 아무래도 만만해 보이지 않았다.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출신의 경기도시공사 이한준(李漢俊) 사장은 기자의 질문에 하나하나 반박했다. 이 사장은 김문수 지사와 함께 GTX 계획을 최초 입안한 인물이다.

“서울지하철의 경우 1km당 건설비가 1300억~1400억원이 든다고 합니다. 그러려면 재원의 확보가 당장 문제겠지요. 그런데 지하로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사업비가 적게 든다는 게 토목전문가의 말입니다. 절단기를 부착한 기계를 회전시켜 굴착 시 발생하는 암석을 밖으로 빼내면서 동시에 지반 보강작업을 병행하는 TBM(터널굴착기계·Tunnel Boring Machine) 공법으로 뚫기 때문이죠. 오히려 서울지하철 공사보다 쉽고 간편해요.”
TBM공법은 최소 3km 이상 장대 터널에 경제적으로 유용한 공법이라고 한다. 공사비도 km당 368억원 정도라고 한다. 어림잡아 지하철 건설비와 비교해 거의 4분의 1 수준이다.
―GTX는 토지보상 등 민원이 들끓을 게 뻔합니다. 터널을 뚫으니 얼마나 시끄럽겠어요.
“아뇨. 요즘은 지하철을 뚫고 싶어도 민원이 많아 못 뚫어요. ‘내 집 옆으로 지나선 안 된다’에서 ‘지하철역은 내 집 앞에’까지 그야말로 다양해요. 돈이 있어도 민원 때문에 못합니다. 하지만 GTX는 그런 걱정 필요 없죠. 지하 40m 이상 내려가면 지하보상권이 자동 소멸합니다. 서울시 조례에 그런 조항이 나와요. 그러니 민원이 생길 이유가 없지요. TBM은 기계굴착이어서 작업이 단순하고 무(無)발파로 주변 민원이 최소화됩니다.”
―안전한가요.
“철도기술은 서울지하철과 KTX에서 이미 안전성이 입증됐잖아요. 단순히 깊이 파느냐, 낮게 파느냐의 문제지요.”
6호선 버티고개역은 지하 43m에 위치한다. 7호선 숭실대입구 역은 지하 47m, 8호선 산성역은 지하 55m 등 수도권 전철 일부 구간에서 이미 지하 40m 이상 지하터널을 뚫은 경험이 있다. 계속된 그의 말이다.
“또 2003년 2월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사건 이후 방화설비 기준이 엄격히 강화됐어요. 환기시설을 2.5km마다 설치, 배연설비와 환기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될 겁니다. 승강장과 지상을 직접 연결하는 비상계단, 방화문, 여기다 비상용 고속 엘리베이터 3대도 설치돼요.”
―전체 공사비가 13조원이 든다는데, 국가부담이 엄청날 것 같아요.
“아닙니다. GTX는 민자제안사업입니다. 현재 민자비율이 전체 60%고 나머지 40%를 경기도와 정부가 부담하는데, 정부부담 비율은 전체 15% 수준으로 전망해요. 국비는 대략 1조8000억원 정도인데, 공사기간이 6년 정도 소요될 경우 매년 3000억원이 듭니다. 공사를 내년에 착공, 당장 예산이 필요하다면, 일단 민간에서 먼저 선(先)투자를 하면 되지요. 제가 알기로 서울~춘천 간 전철화 사업이 끝났잖아요. 그 예산을 돌리고, 추가로 교통사업특별회계에서 광역철도 계정을 활용해 융통성 있게 쓰면 됩니다.”
―GTX 개통 후 적자가 생기면 어떻게 합니까. 결국 국가에서 메워야 하는 것 아닌가요.
“GTX는 적자가 나더라도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 주지 않아도 돼요. 정부 사업은 민자제안사업과 정부고시사업 2가지 종류가 있는데, 민자제안사업은 사업자의 최소 수입을 보장해 주지 않도록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자가 나더라도 정부에서 손실을 보전해 줄 필요가 없어요.”
―GTX가 깔리면 도대체 출근시간이 얼마나 빨라지나요.
“GTX는 지하철보다 3분의 1가량 시간이 단축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신도림~삼성 구간의 경우 기존 31분에서 13분, 신도림~청량리 구간은 31분에서 12분, 연신내~삼성 구간은 48분에서 12분, 창동~양재 구간은 무려 53분에서 14분으로 단축됩니다.”
“수도권 빨대 효과? 걱정하지 마세요”
최민성 GTX 추진기획과장은 “그동안 정부가 GTX를 선뜻 결정하지 못했던 것은 대단위 토목사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며 “그러나 반대하는 쪽에서 우려한 수도권 집중투자, 재정부담, 기존 철도망과의 중복, 환경훼손 문제는 이미 심각하게 검토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최 과장은 “기존 광역철도 노선과 GTX 노선이 겹치는 것이 낭비라고 하는데, 기존 노선은 역간 거리가 짧아 평균속도가 시속 50km에 불과하지만 GTX는 평균 100km 이상을 달려 승용차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GTX과 이시찬씨와 철도과 최수일씨는 “현행 철도에 급행기능을 가미하자는 주장을 펴는 이도 있는데 그건 철도를 몰라도 아주 모르는 소리”라며 “선로 용량과 굴곡부, 속도 등에서 가능해야 하는데, 기존 철도로는 가능하지 않아 할 수 없이 땅속에 직선으로 건설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GTX가 기존 광역버스 노선과 중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 최민성 과장은 “버스의 최대 장점은 노선 선정의 융통성이 크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철도가 건설되고 나면 버스노선을 변경한다”며 “GTX와 기존 교통체계는 서로 경쟁하기보다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GTX 추진담당 이슬기씨와 권문주씨는 “환경문제 역시 GTX를 건설하면 연간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149만t이나 절감시켜 20년생 소나무 4억2000만 그루와 같은 효과가 있다”고 했다. 또 GTX 기획담당 윤재식 사무관과 이철규씨는 “고속 교통수단이 도입돼 규모가 작은 도시의 기능이 큰 도시로 흡수되는 소위 ‘빨대 효과(straw effect)’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면서도 “오히려 GTX는 수도권의 공간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꿔 주민편익을 증진한다”고 말했다. GTX과는 국토부의 확정 고시로 겨우 한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본격적인 착공까지 가야 할 길이 첩첩산중이다. 민자제안서를 다시 받아야 하고, 우선협상 대상자도 선정해야 하고, 실시설계 승인도 받아야 하고, 일이 끝없이 밀려 있다. 한 직원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각오를 다졌다. |
경제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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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시공사 이한준 사장. |
이한준 사장의 반박에도 GTX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GTX는 어느 날 뚝딱 만들어진 정책이 아니다. 김문수 지사가 2009년 4월 14일 ‘수도권 교통혁명 선포식’에서 처음 소개됐지만 이와 관련된 논의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GTX 논의는 2007년쯤부터 시작됐다. 그해 7월부터 경기 남부지역 광역교통망 구상이 시작되면서 강남~동탄 간 광역급행철도의 타당성이 검토됐다. 이후 대한교통학회, 한국철도학회, 한국터널공학회 등이 연구, 학술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점차 논의가 심화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인천시·경기도와 교통전문가가 참여한 TF팀도 구성했다.
그리고 2009년 4월, 경기도가 대한교통학회의 용역보고서(‘수도권 신개념 광역교통수단 도입방안에 대한 연구’)를 국토해양부에 제출하면서 GTX가 공식화됐다.
기자는 경기도청으로 향했다. GTX 추진 실무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동행한 경기도 언론담당관실 조병래(趙炳來)씨는 “민자사업자도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2009년 4월 30일 국토부에 GTX 사업을 제안했다”며 “국내 상위 10개 건설사로 구성된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동림 컨소시엄, 삼성중공업 컨소시엄 등이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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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교 경기도 철도항만국장. |
“대한교통학회는 GTX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비율(B/C)이 1.24라고 평가했습니다.”
비용 대비 편익비율이 1을 밑돌면 경제성이 낮다는 뜻이다. 계속된 서 국장의 말이다.
“GTX를 3개 노선, 그러니까 A노선(일산 킨텍스~화성 동탄), B노선(인천 송도~청량리), C노선(의정부~금정)으로 했을 때, 건설비용이 13조여 원으로 추산됩니다. GTX가 개통되면 하루 이용객이 76만명, GTX 개통 이후 운행비용·통행시간 절감으로 경제적 편익이 연간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따라서 이를 모두 감안해 비용 대비 편익비율이 1.24라는 것이죠.”
―편익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GTX는 기존의 버스, 지하철 등보다 빠른 교통수단입니다. 그러니 상당한 승용차 수요를 흡수하지 않겠어요? 통행시간 절감, 차량운행비 절감 등의 편익이 매우 크다는 것이 교통학회나 경기도의 판단이지요. 또 기존 도로나 철도에 비해 개발비가 적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 GTX 진행경과 및 향후 일정 ▶ 2008년 4월~2009년 4월 : 수도권 신개념 광역교통수단 도입방안 연구용역(대한교통학회) ▶ 2008년 9월~2009년 3월 : 국토해양부 주관 서울·경기·인천 공동 TF 운영(6회) ▶ 2009년 4월 14일 : GTX 국가계획 반영 건의 ▶ 2009년 4월 30일 : 민간 컨소시엄(현대산업개발 등) 국토부에 민자사업 제안 ▶ 2009년 9월 2일 : 동탄2 신도시 광역교통 개선대책에 광역급행철도 노선 반영(강남~동탄) ▶ 2009년 6월~2010년 9월 : 국토부 주관 GTX 타당성 조사용역(한국교통연구원) ▶ 2010년 4월 12일 : 서울·경기·인천 광역경제발전 MOU 체결 ▶ 2010년 9월 1일 : KTX 고속철도망 구축전략에 GTX 추진 반영 ▶ 2010년 9월 10일 : GTX 타당성 조사용역 결과 공청회 개최(한국교통연구원) ▶ 2010년 국가철도망 계획 및 광역철도 지정고시 ▶ 2011년 4월 3일 :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확정 고시(국토해양부) ▶ 2011년 민간투자 심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 2012년 협약체결, 실시계획 승인 및 착공 ▶ 2017년 공사 및 준공 |
요금은 비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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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3일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기도 부천 원미구 서울외곽순환도로 중동나들목 모습. 판교 방향에서 온 차들이 극심한 병목현상을 일으키며 중동나들목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
대답을 들을 사이 없이 그는 스스로 답했다. “지반이 무르면 보강 공사비가 더 듭니다. 그러나 암반을 뚫으면 공사하기가 더 낫지요.”
―지하에 무른 땅이 있는지, 암반이 있는지 어떻게 압니까.
“지질분포도가 이미 있고 예측공사를 할 때 지질조사나 암반조사를 다시 합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 판교일원의 경우 지반이 매립지니까 물이 많다는 식의 조사가 이미 돼 있다는 말입니다. 공사비를 책정할 때 그런 것을 다 감안하지요. 또 실제 지하터널 작업을 하면서 공법을 어떻게 할지 설계할 때 다 정합니다.”
―요금이 너무 비싸지 않을까요.
“교통학회와 경기도의 수요예측으로는 3000원 정도면 충분히 타겠다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어요. 그런데 국토부가 검증할 때는 보수적으로 계산했지요. 그래도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니 국가철도망에 넣은 것입니다.”
민간사업자는 20km 미만은 2000원, 20~40km는 3000원, 40km를 초과하면 4000원 정도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토부는 1800원씩(10km 기준)에 km 당 40원을 추가하는 셈법으로 요금을 책정했다.
“대한교통학회는 평균 요금을 3000원 수준으로 고려하고 있어요. 이는 현재 광역철도 요금의 2배 정도입니다. 민간사업자가 제시하는 수요 및 이용요금 등의 사항은 한국개발연구원의 적격성 조사를 거칩니다. 물론, 민간사업자가 투자비용을 이용객들에게 돌려 이용요금이 많이 비싸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요. 그러나 아무리 민간사업자라고 하더라도 수익성뿐 아니라 시민의 이용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GTX와 기존 지하철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요.
“기존 지하철은 역간 거리가 짧아요. 평균 1~1.5km 간격이죠. 반면 GTX는 역간 거리가 길어 평균 10km 간격으로 역이 설치될 예정입니다. 또 기존 지하철 속도는 30~40km이지만 GTX는 100km로 운행될 예정입니다.”
“대한교통학회는 평균 요금을 3000원 수준으로 고려하고 있어요. 이는 현재 광역철도 요금의 2배 정도입니다. 민간사업자가 제시하는 수요 및 이용요금 등의 사항은 한국개발연구원의 적격성 조사를 거칩니다. 물론, 민간사업자가 투자비용을 이용객들에게 돌려 이용요금이 많이 비싸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요. 그러나 아무리 민간사업자라고 하더라도 수익성뿐 아니라 시민의 이용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프랑스 RER이 GTX와 가장 유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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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RER 광역급행전철 모습. 평균속도 53~71km, 2.5~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
GTX 추진담당 조치형(趙致衡) 사무관은 “주요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도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철도망 구축에 나섰다”며 “1960년대 프랑스, 70년대 일본이 각각 고속 급행철도를 도입했다”고 했다. 조 사무관의 말이다.
“파리 대도시권은 1960년 파리권 정비계획에 따라 광역급행전철(RER)망을 구축, 1969년 파리를 관통하는 A노선을 시작으로 현재 5개 노선이 개통됐지요. 역간 거리는 GTX보다 훨씬 짧은 2.3km, 평균속도는 시속 53~71km, 2.5분~5분 간격으로 운영됩니다. 속도는 GTX에 못 미치지만 ‘광역급행철도’ 개념과 가장 유사합니다.”
―어떤 점에서 유사한가요.
“프랑스 RER은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역간 거리를 길게 하고, 도심에 가까워질수록 역간 거리를 짧게 해요. 철도노선의 직선화와 연계해 각종 교통시설로 환승하는 방사망 교통체계도 구축했어요. 파리 외곽과 시내 간 통행량의 60%가 전철로 이용하고 있지요.”
앞서 이한준 사장도 기자에게 비슷한 얘기를 했었다.
“프랑스 RER은 파리 시내에서 외곽까지 급행으로 가는 전철입니다. 지하노선도 있고, 지상노선도 있지요. 보통 파리의 베르사유 궁전에 가려면 철도를 타고 가요. 서울지하철처럼 촘촘하지 않아요. GTX는 프랑스 RER 개념을 지하로 넣은 것입니다. 그것도 지하 40~50m의 대심도(大深度)로 깊이 넣은 것이죠.”
이에 대해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미래전략센터장은 “파리의 발전은 빠른 광역철도가 그 기초”라며 “GTX가 실현되면 수도권에도 획기적 변화가 올 것이다. 교통혼잡과 환경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치형 사무관은 GTX를 추진하면서 외국의 수도권 광역철도망을 모두 시찰했다고 한다.
“런던권의 그로스레일(Grossrail)은 지역 간 철도의 KTX 같은 성격을 띠고 있어요. 모스크바 메트로 지하역사는 최대 84m에 달합니다. GTX는 모스크바의 절반 깊이면 됩니다. 모스크바 메트로를 참조해 수도권의 높은 보상비와 사업비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모델을 만들 수가 있지요. 이 밖에 미국 워싱턴 파크 구간의 깊이는 79m, 1960년대 지은 우크라이나 키예프 지하철은 심도가 120m에 달합니다. 평양의 지하철은 지하 80m이고요. GTX는 지하 40~50m에 만듭니다. 현재 우리 기술 수준으로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죠.”
그는 “영국 런던권, 프랑스 파리권, 일본 도쿄권은 이미 오래전부터 광역고속 급행전철을 운행하고 있다”며 “연계된 철도망도 거미줄처럼 촘촘하다. 철도 길이가 한국 수도권의 3배에 이르고 철도교통 이용률은 80%를 넘는다. 한국은 20%에 불과하다”고 했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무려 100m 지하에 터널을 뚫었다고 하던데요.
모스크바 지하철은 1930년대 스탈린 시대부터 건설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깊이로 볼 때, 평양처럼 ‘방공호’ 성격이 짙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하루 이용객만 900만명에 이르고 대중교통수단 분담률도 42%나 됩니다. 현재 시민 58%가 지하철로 출퇴근합니다. 모스크바에 가서 시민에게 지하 100m여서 불안하냐고 물어보세요. 펄쩍 뛸 겁니다.”
이에 대해 김시곤 서울산업대 철도대학원 교수는 “모스크바의 모든 길이 지하철로 통하기 때문에 도시가 발전할수록 지하철 의존도도 커질 것”이라며 “교통체증을 피해 승용차보다 빠른 지하철, 급행열차를 이용하자는 선진국형 교통수단의 변화가 또 한 번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3개 노선 동시 착공이 경제성 문제에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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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지하철. 방공호 개념으로 지하 100m에 건설됐다. 하루 900만명이 이용하며 대중교통수단 분담률도 42%나 된다. |
우선 킨텍스~동탄 노선은 경기 서북부와 동남부를 잇는다. 동탄 신도시, 강남지역, 서울 도심권, 일산 킨텍스를 연결해 경부축과 경의축의 교통난을 해소한다. GTX과 이슬기씨는 “GTX가 뚫리면 현재 2시간가량 걸리는 동탄~서울 강남 간 구간을 18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며 “이 노선으로 강남 코엑스와 고양 킨텍스를 연결하는 국제업무 네트워크가 구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송도~청량리 노선은 인천 경제자유구역과 인천 도심, 여의도, 서울 도심, 청량리를 연결한다. 도 홍보기획관실 신아령씨는 “경인 축 교통수요를 분산하면서 경춘선~중앙선의 철도수요를 도심과 연계해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활성화를 앞당기려는 구상이 숨어 있다”고 했다.
금정~의정부 노선은 금정과 과천, 강남권, 청량리와 의정부를 연결한다. 언론담당관실의 조병래씨는 “경부선과 과천선의 수요를 과천~강남 업무시설과 연계하고 서울 동부간선도로의 승용차 수요를 흡수한다”며 “이 노선이 개통되면 수도권 북부지역과 서울 동부권 교통이 뻥 뚫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3개 노선이 동시에 개통되지 않으면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다. 구간마다 착공시기가 다르면 연계가 이뤄지지 않아 이용객 수도 줄어들 게 뻔하다.
경기도시공사 이한준 사장은 “3개 노선 동시 착공이 경제성 문제에 가장 중요하다. 철도는 도로와 달라서 한번 만들면 환승이 극히 제한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3개 노선을 따로따로 건설할 경우, 동시 착공보다 약 24.6%의 추가비용이 듭니다. 예를 들어 환승 역사의 분리시공, 역사 기능실(변전실, 기계실 등)의 중복설치, 차량 및 기타 장비의 구매비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3개 노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역사(驛舍) 건설비용이 줄고, GTX 운영통제센터도 통합으로 설치해 경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지요.”
서상교 철도항만국장은 “동시 착공 대신 순차적으로 건설하면 신도시(동탄·판교·일산 등) 우선 추진으로 구(舊)도심 주민과 형평성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며 “수도권의 동반 발전과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 동시 착공해야 한다”고 했다.
조치형 사무관은 “노선별 추진 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3개 노선을 동시 추진할 때보다 이용요금이 46.6% 정도 인상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2009년 대한교통학회가 펴낸 연구결과를 살펴보니, 3개 노선 동시 착공할 경우 예상 이용자가 노선별로 따로 건설할 때보다 14.7%까지 증가해 사업성이 향상되는 것으로 적시돼 있다. ‘3개 노선 동시 추진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이용수요를 증가시키고 민자사업 추진이 용이하다’는 얘기다.
“KTX가 프랑스 것(테제베)이었다면 GTX는 우리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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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고승영 교수. |
“GTX는 수도권을 공간적으로 개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올라가고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서는데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할 겁니다.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상의 효과가 있습니다.”
―경제적 효과는 어떻게 보나요.
“총 연장구간 170km에 이르는 GTX는 토목·연구·건설 등의 분야에서 2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27조원에 달하는 생산유발 효과를 거두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무엇보다 서울의 구심력이 GTX 거점 역세권으로 분산돼 수도권 경제활성화와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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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지하 40~50m에 건설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일명 'GTX' 정차역 예상도. 도는 이 철도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최적의 교통수단이며 수도권 교통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
“어찌 보면 가장 큰 수혜자는 서울 시민일지 모릅니다. 서울 시민이 입는 가장 큰 혜택은 서울시로 들어가는 승용차가 많이 줄어든다는 점이죠. 승용차 이용량이 철도로 옮겨지면서 1일 약 18만대가 서울로 안 들어가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거기다 수도권 전체 공간구조 개편이 이뤄지는 효과도 생기지요. 경기도 사람들이 서울에서 쓰는 소비도 늘어나게 될 테죠.”
현재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등하교하는 인구가 100만명이라면, 거꾸로 서울에서 인천·경기로 가는 사람도 45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경기도는 내년 상반기 중에는 GTX 착공이 가능하다고 하던데요.
“내년 착공은 정부 의지만 있다면 100% 가능합니다. GTX는 민자제안사업이니 먼저 민자 적격성 검토가 필요해요. 여기에 걸리는 시간이 6개월은 소요됩니다. 올 하반기 적격성 검토가 끝나면 내년 초 ‘제삼자 공고’를 통해 사업자를 모집하는데, 여기에 3개월가량이 소요돼요. 그럼 내년 4월쯤 제안서를 받고 5월에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는데, 여기서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략 6개월이 필요합니다. 산술적으로는 빨라도 내년 말쯤 공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요.”
―GTX 건설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또 토목공사냐?’ 하는 정치적 논란이 걸림돌이라고 봅니다. GTX는 정치적 목적에서 나온 공약이 아닙니다. 그 출발점은 서민을 위한 교통수단에서 나온 발상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협력, 정부의 강력한 추진력이 더해져야 GTX 결실을 얻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