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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武鉉의 정신적 지주, 咸世雄·宋基寅 신부의 호텔정치

聖과 俗을 무시로 넘나든 두 성직자의 정치 활동 모습

김남성    suls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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咸世雄 신부 등이 장악한 세종호텔 일식당 장부에 적힌 두 신부의 흔적을 추적하다

⊙ 국무총리, 당시 여당 대통령 후보, 유력 국회의원, 국세청장, 경찰청장, 재벌기업 오너,
    언론사주 등이 점심, 저녁으로 두 신부에게 2년간 한 호텔 일식당에서 100여 차례 음식과 술 대접
⊙ 2008 총선 때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 공천기준 발표 직후 함세웅 신부 만나
⊙ 김용철 변호사 ‘삼성 비자금’폭로 때 함세웅 신부 등과 세종호텔에 투숙, 수차례 대책회의 가져
2007년 6월 18일 ‘민주화 이후의 정치발전’세미나장에서 송기인 신부(왼쪽)와 함세웅 신부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주교 신자인 盧武鉉(노무현) 前(전) 대통령에게 가장 확실한 응원군으로 宋基寅(송기인·71) 신부와 咸世雄(함세웅·67) 신부가 있었다. 부산 운동권의 代父(대부)로 불리는 송 신부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대부인 함 신부는 ‘노 전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불렸다.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건 송기인 신부가 먼저다. ‘부산 지역 운동권’ 대부로 불렸던 송 신부와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992년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이 계기가 돼 만났다. 노 전 대통령은 구속자들의 변호인으로, 송 신부는 구속자들의 후견인으로 만났던 것이다. 훗날 송기인 신부는 자신과 함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만든 함세웅 신부를 노 전 대통령에게 소개시켰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송기인 신부와 함세웅 신부를 참여정부 내내 외곽 조직에 뒀다.
 
  송기인 신부는 2005년 12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 위원회로 표기) 초대 위원장’(장관급)을 맡아 2007년 12월 대선 직전까지 서울에서 활동했다. 가톨릭 사제로서 정부의 장관급 직위를 맡은 것은 송 신부가 처음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함세웅 신부는 노 정권 출범 이후 활발한 정치활동을 벌였다. 노무현 정권 시절 그가 맡고 있던 공식 직함은 제기동 성당 주임신부 외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고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장’,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시민연대 고문’ 등 10여 개에 이른다.
 
 
  함세웅 신부와 세종호텔
 
  송기인 신부와 함세웅 신부가 2006년부터 정계, 관계, 재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주요 정치현안을 논의한 곳은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세종호텔이었다.
 
  두 신부가 세종호텔을 만남의 장소로 이용한 건, 함세웅 신부가 세종호텔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대양학원 소속 세종대의 임시이사였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세종대는 학내 분규를 이유로 기존 정이사들이 물러나고 임시이사들이 파견돼 이사회를 장악했다.
 
  당시 파견된 임시이사 6명 가운데 4명이 노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물들로, 함세웅 신부는 그 核心(핵심)이었다. 함 신부는 자신의 측근들을 대양학원과 대양학원이 운영하는 수익사업체인 세종호텔, 한국관광용품센터에 취직시켰다.
 
  함 신부가 회장으로 있던 안중근기념사업회 윤원일 사무국장은 세종호텔 부사장과 한국관광용품센터(매출액 약 2000억원) 회장으로, 함 신부의 친구인 최규희 전 안기부 수사국장은 세종호텔 사장으로, 백운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한국관광용품센터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함 신부는 또 자신과 민주화 운동을 함께했던 梁承圭(양승규) 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세종대 총장으로 추천해 임명했다. 재단 사무국장에는 자신과 가까운 인물인 박춘노씨를 앉혔다.
 
  필자는 세종호텔에서 퇴직한 임원 A씨로부터, 2007년 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이곳 일식당 예약 장부를 입수했다. 그가 전해 준 예약 장부에는 송기인 신부와 함세웅 신부 등이 세종호텔 일식당과 한식당에서 만난 사람과 이들이 먹고 마신 흔적이 나와 있었다. 두 신부는 이 기간 동안 점심과 저녁을 합쳐 약 100여 차례 이곳을 이용했다.
 
  세종호텔은 신라나 롯데호텔급은 아니지만, 사회 저명인사들의 만남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임원 A씨는 “호텔 식당을 찾는 수많은 VIP 가운데서도 두 신부에 대한 예우에 가장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A씨에게 입수한 예약 장부를 보면, 두 신부는 대부분 특실을 이용했다. 이들의 예약 장부 비고란에는 ‘비서실 OK, 과장님 OK’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A씨에게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묻자 “신부님들이 오시기 전에 세종호텔 사장 비서실 직원과 식당 지배인이 스탠바이(stand-by)하고 있는 상태를 표시한 것”이라고 했다. A씨와 나눈 얘기다.
 
  ―다른 사회 저명인사들도 세종호텔 식당을 많이 찾을 텐데, 저명인사들이 올 때마다 비서실과 지배인이 대기하고 있었습니까.
 
  “매번 그럴 수는 없지요. VIP도 급이 있기 때문에, 웬만한 VIP들은 지배인이 간단히 인사만 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두 신부님은 세종호텔 사장 비서실과 세종대를 운영하는 대양학원 재단에서 워낙 챙기니까, 직원들이 철저히 서비스를 했습니다. 또 함께 오시는 손님들이 워낙 巨物(거물)들이 많아서, 다른 지시를 듣지 않아도 챙겨야 할 정도였어요.”
 
 
  “먹고 마시는 데는 재벌이나 장관급”
 
서울특별시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세종 호텔.
  ―식사 가격은 대략 얼마 정도입니까.
 
  “저녁에 술을 간단히 곁들이면 대략 1인당 15만원 내외, 점심 때는 간단히 먹으면 한 끼에 약 4만~5만원 정도 합니다. 초특급 호텔보다는 저렴하지만, 일반인들은 엄두를 낼 수 없죠. 노무현 정권 내내 두 신부님은 항상 서민이나 민중이라는 얘기를 하던데, 적어도 만나는 사람들과 먹고 마시는 데는 재벌이나 장관급은 되더군요.”
 
  이 호텔 일식당 메뉴판에 나와 있는 요리 가격은 다음과 같다.
 
  <사시미 요리: 1인분 12만원, 코스 요리: 1인분 7만~8만원, 각종 정식요리: 1인분 3만 5000~5만원, 초밥: 1인분 4만~5만원>
 
  송기인, 함세웅 신부 등은 주로 점심 때는 3만5000원에서 4만원인 정식이나, 특도시락 정식 등으로 식사를 했다. 저녁에는 대개 사시미 요리를 위주로 술을 마셨다. A씨에 따르면, 두 신부는 점심 때 반주로 이탈리아 와인인 키안티 종류를 곁들였으며, 저녁에는 위스키나 사케, 소주를 마셨다. 키안티 한 병은 10만원대, 위스키는 12년산 가장 저렴한 것이 한 병에 약 20만원이다.
 
  ―계산은 주로 상대방이 했나요.
 
  “아무래도 신부님들이 돈이 없으니까, 대개 동석했던 분들이 돈을 내더군요. 다만 세종대 관계자, 같은 신부님들, 시민단체 분들을 만나면 세종호텔 사장 비서실에서 계산을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세종호텔 관계자들에 따르면, 함세웅 신부는 세종호텔 경영진들이 자신의 측근들로 채워진 2005년 7월 이후부터 세종호텔을 자신의 정치활동 주무대로 삼았다고 한다.
 
  2007년 3월까지 세종호텔 일식당 예약 일지에 나타나지 않았던 함 신부는 4월 23일과 24일 연속으로 이 호텔 일식당에서 吳忠一(오충일) 목사 일행 등을 만나 식사를 했다. 세종호텔 관계자들에 따르면, 함 신부는 3월 말까지 일식당을 찾지 않았지만, 커피숍 등에서 오충일 목사와 수시로 회동했다고 한다. A씨는 “오 목사 일행과의 모임에서는 대선과 당시 여권 역학관계 등에 대해 심각한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7월 8일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새로운 정당인 미래창조연대가 창당됐다. 공동 대표는 오충일 목사와 金浩鎭(김호진) 세종대 재단 임시이사장이었다. 당시 대통합신당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이모씨는 “함세웅 신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파악할 수 없지만, 당시 여권 내의 주요 사안에 대해 함 신부가 막후에서 실력을 행사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했다.
 
  2007년 8월 1일 함 신부는 점심 때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추측되는 인사 11명과 일식당에서 만났다. 이어 저녁에는 같은 장소에서 당시 열린우리당 金希宣(김희선), 千正培(천정배) 의원과 金祥根(김상근) 전 6월 민주항쟁기념사업회 대표이사장(목사) 등을 만났다. 예약 장부에는 김희선 의원실에서 전화 예약을 한 것으로 적혀 있다.
 
  며칠 후인 8월 6일, 당시 여권의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충일 목사와 김호진 임시이사장이 중심이 된 미래창조연대 등은 열린우리당과 함께 대통합 민주신당을 창당했다. 초대 대표에는 오충일 목사가 선출됐다.
 
 
  김용철 변호사, 세종호텔에서 함 신부와 ‘폭로’ 논의
 
송기인 신부와 함세웅 신부가 자주 이용했던 세종호텔 내 일식당의 내부.
  2007년 10월 들어 함세웅 신부가 세종호텔을 찾는 발걸음이 잦아졌다. A씨는 “함 신부가 호텔 커피숍에서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과 낯선 인사들을 자주 만났다”고 했다.
 
  함 신부는 10월 16일 오전 7시 일식당에서 모 인사와 조찬을 함께했다. 예약 장부 비고란에는 ‘사장 법인카드 계산, 50% DC’라고 적혀 있었다. 10월 22일에는 일식당에서 동일한 인물과 저녁을, 24일에는 11명과 점심을 했다.
 
  일주일 후인 10월 29일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김용철 전 삼성법무팀 소속 변호사의 양심고백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김용철 변호사는 자신이 삼성에 재직하던 시절, 수억에서 수십억 원의 떡값을 정·관계, 검찰 등에 뿌렸다고 폭로했다. 김 변호사는 “떡값 살포의 몸통은 李健熙(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라며, 이건희·李在鎔(이재용) 父子(부자)의 퇴진을 요구했다.
 
  10월 31일 함 신부는 5명과 점심을 했다. 11월 1일 3명과 만나 도시락 점심을 했다. A씨의 얘기다.
 
  “10월부터 함 신부가 다른 사제단 신부님과 낯선 사람을 자주 만났는데, 나중에 기자회견을 보니 그 사람이 김용철 변호사였더군요. 기자회견 이후에는 김용철씨가 다른 사람들 눈을 피하기 위해 아예 세종호텔에 투숙했습니다.”
 
  10월 29일 1차 기자회견 후 잠적했다던 김용철 변호사는 함 신부 측의 주선으로 11월 2일부터 사흘간 김 변호사와 함 신부, 사제단 일부 신부들과 이 호텔 818호에 투숙했다. A씨에 따르면, 호텔 직원들에게 김용철 변호사가 투숙하고 있는 것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2007년 대선에도 깊숙이 개입

 
  11월 들어 함 신부는 삼성 비자금과 관련된 인사들을 잇따라 만났다. 김용철 변호사의 몇 차례 기자회견으로 우리 사회가 온통 삼성 비자금 얘기로 시끄러웠던 때였다. 11월 21일 점심 일식당 특실에서 천정배 의원(전 법무부 장관)을 만났다. 함 신부는 천 의원과 만난 이틀 후인 23일 오전 7시 세종호텔 일식당에서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만났다. 이 모임에는 康錦實(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김상근 목사가 동행했다. 이날 오후 삼성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선이 있던 12월에 함세웅 신부는 세종호텔 일식당을 자주 찾았다. 12월 1일 함 신부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 白樂晴(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상근·정진우 목사, 청하 스님 등과 조찬모임을 가졌다. 이날 모임에서는 鄭東泳(정동영) 당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에 대해 의견이 오고 갔다고 한다. 강금실 전 장관은 함 신부와 만난 다음날인 2일, 대통합민주신당에 입당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함 신부는 12월 3일 자신의 측근인 최규희 세종호텔 사장, 윤원일 부사장과 점심을 했고, 저녁에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만났다. 이후 대선 전까지 일식당에서 수차례 구 여권 관계자들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함세웅 신부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시민사회단체 원로들과 함께 대선 당일인 2007년 12월 1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정동영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12월 17일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패해서 정권이 바뀌었지만 함세웅 신부의 정치활동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는 12월 29일 일식당에서 정동영 전 대선후보 등과 점심을 함께했다.
 
  함세웅 신부가 세종호텔을 무대로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민주당의 국회의원 공천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도 있다.
 
  그는 1월 15일과 28일 朴在承(박재승) 세종대 재단이사장과 저녁을 함께했다. 광주고 출신인 박 이사장은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3년부터 2년간 대한변협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김호진 이사장에 이어 2007년 8월부터 세종대 재단인 대양학원 재단이사장이 되어 현재까지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함 신부와 저녁식사를 한 다음날인 2008년 1월 29일 박재승 이사장은 통합민주당의 공천심사위원장이 됐다.
 
  함 신부는 2월 5일,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과 김호진 전 세종대 재단이사장과 점심을 함께했다. 25일에는 李海瓚(이해찬) 전 총리, 李昌馥(이창복) 민주화운동 공제회 이사장 등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3월 4일 오전에는 뷔페식당 VIP룸에서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과 공심위 위원(女) 등과 아침을 먹었다.
 
  다음날인 3월 5일 오전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는 “‘금고형 이상’을 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은 공천에서 탈락한다”고 발표했다.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이 발표를 하고 난 직후, 백낙청 교수 등과 함께 세종호텔을 찾아와 함 신부를 다시 만났다. 이들은 세종호텔 한식뷔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함세웅 신부는 2008년 4월 9일 총선 전까지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과 세 차례 점심이나 아침을 함께했다. 총선 후인 4월 10일에 박재승 위원장 등 5명과 저녁을 함께했으며, 4월 30일에는 박 위원장, 박경철 공심위원(필명 ‘시골의사’), 金富謙(김부겸) 의원과 함께 일식당 VIP룸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두 번 모임 모두, 술값을 제외하고 음식값이 50만원을 넘었다.
 
 
  사회 각 분야 VIP 두루 만난 송기인 신부
 
  세종호텔 일식당 예약장부에 나와 있는 송기인 신부의 정치활동 모양새는 함세웅 신부와 다소 다르다는 인상을 준다. 함 신부가 정치와 사회 부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면, 송 신부는 여러 분야의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사회 각 분야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 위한 자리였던 것 같다.
 
  2008년 1~2월 송기인 신부는 세종호텔 일식당 특실과 VIP룸에서 10차례 점심과 저녁을 먹었다. 당시 그가 만난 사람들은 해양경찰청장, 대법관, 국세청장, 대한적십자사 총재, 열린우리당 중진 K의원, 모 소주회사 명예회장, 부산민주화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상임위원 등으로 다양했다.
 
  3~4월 송 신부는 일식당에서 모두 13차례 모임을 가졌다. 당시 그가 만난 사람들은 이모 전 국회의원, L그룹 신모 부회장, P건설 이모 회장과 국무조정실 직원,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해외주재 대사, 오충일 목사, 모 일간지 대표, 부산의 모 병원장, 언론인 조모씨 등이었다.
 
  이 가운데 4월 5일, P건설 이모 회장과 국무조정실 직원들을 함께 만난 점심에서는 술을 제외하고 음식가격만 약 100만원이 나왔다. 송 신부는 이 외에도 언론인, 관료 등과 모두 12차례 점심, 저녁 자리를 가졌다. 예약 장부에 적힌 음식값을 비교하면, 송기인 신부의 모임이 함세웅 신부 모임보다 가격이 높았다.
 
  2007년 8월 이후부터 2008년 4월까지 송기인 신부는 약 30차례 가까이 모임을 가졌다. 호텔 전 임원 A씨는 “일식당 직원들에게 들은 얘기에 의하면 세종호텔에 자주 오는 분들이 아니어서 이름을 적어 놓지 않았지만, 대부분 정·관계, 기업의 VIP들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송기인 신부는 2007년 12월 과거사위원회 위원장직을 물러난 후, 2008년 초 경남 삼랑진으로 落鄕(낙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송기인 신부 이름은 2008년 4월 이후부터 세종호텔 일식당 장부에서 사라졌다.
 
  송기인 신부와 달리, 함세웅 신부는 지금도 꾸준히 세종호텔 일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함 신부가 요즘 자주 만나는 사람들은 주로 세종호텔 최규희 사장, 세종대 설립자의 차남인 주장건씨 등이다. 이들이 자주 회합을 갖는 이유는 세종대 임시이사회와 세종대 총장선임 문제 때문이다.
 
 
 
세종대에서 나가지 않으려는 함세웅 신부

 
  세종대는 지난 2008년 6월 30일로 임시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약 10개월 동안 후임 임시이사들이 선임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4월 17일 만료된 세종대 총장 후임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함세웅 신부와 그의 측근인 박재승 임시이사장 등 노무현 정권 시절 파견된 임시이사들은 자신들과 성향이 맞는 인사들로 정이사회를 구성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세종대 전체교수협, 전체직원, 총학생회 등이 추천한 정이사 후보들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함세웅(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이사장), 성유보(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김형배(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염무웅(민족문학작가협회 이사장), 남윤인순(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장임원(민주화운동공제회 이사장) 등 12명(직책은 추천 당시의 것)>.
 
  李明熙(이명희·49) 자유교육연합 상임대표(공주대 교수)는 “함세웅 신부 등 세종대 전 임시이사회의 정이사 추천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지난 2007년 5월 17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임시이사들의 정이사 선임 결의는 무효’라는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이 확정판결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세종대처럼 임시이사가 파견된 학교들이 임시이사들 마음대로 제3자에게 매각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세종대를 장악한 임시이사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정이사가 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세종대 재단 임시이사회는 세종대뿐만 아니라, 수익사업체인 세종호텔과 한국관광용품센터의 후임 임원도 긴급처리권을 발동하여 선임했다. 교육과학부는 두 차례 공문을 보내 “지난해 6월 30일 이후 이사회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수익사업체의 후임 임원을 긴급처리권으로 선임할 수 없다”며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임기가 끝난 박재승 이사장은 2009년 3월 13일 임원 임명을 강행해 등기까지 마쳤다. 최승구 전 대양학원 사무총장의 이야기다.
 
  “함세웅 신부 측근으로 채워진 세종호텔, 한국관광용품센터는 현재 경영상태가 엉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 31년간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던 용품센터는 지난해 156억원의 적자를 보았고 단기부채가 400억원 늘어났어요. 꾸준히 흑자를 냈던 세종호텔의 적자액도 지난해 60억원입니다. 경영이 엉망인데도, 경영진들은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자신들이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연일 세종호텔에서 대책회의를 합니다. 도대체 남의 사학에 임시이사로 들어와서 나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게 ‘정의구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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