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正熙 정부 시절 북한 급변사태 대비한 ‘충무계획’ 작성
⊙ ‘충무 9000’ 계획은 북한 비상통치계획. 통일부 장관이 북한지역 총독 역할 수행
⊙ 盧武鉉 정부의 ‘표준매뉴얼’은 실제상황에선 작동 않는 ‘서류뭉치’에 불과
⊙ 南柱洪 교수, “북한 평정작전 시에는 ‘유엔의 우산’ 써야”
⊙ ‘충무 9000’ 계획은 북한 비상통치계획. 통일부 장관이 북한지역 총독 역할 수행
⊙ 盧武鉉 정부의 ‘표준매뉴얼’은 실제상황에선 작동 않는 ‘서류뭉치’에 불과
⊙ 南柱洪 교수, “북한 평정작전 시에는 ‘유엔의 우산’ 써야”
- 통일부가 2004년 10월 4일 공개배포한 국감요구자료 638쪽에 북한 급변사태 비상계획인 ‘충무 9000계획’, ‘충무 3300계획’ 이름이 명시돼 있다.
북한 金正日(김정일)의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생겼다는 보도가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후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계획인 ‘○○계획’(아직 명칭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을 대폭 정비해 왔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有故(유고), 무정부 상태, 민중봉기나 쿠데타 등 內戰(내전) 상황, 대량 탈북 난민 사태, 대규모 자연재해, 심각한 경제 파탄, 북한 내 한국인 인질 사태 등 예상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응 방식을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는 합의에 의한 통일만 상정했으나 우리는 그 밖의 통일에 이를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비 계획도 짜놓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북한 급변사태의 경우 단순한 행정적 절차보다 군사적ㆍ외교적 조치가 담긴 계획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시나리오별 대비계획은 구체적인 실행 매뉴얼까지는 아직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지난 8월 말 金星煥(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을 長(장)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위기상황센터를 발족시켜 국정원·통일부·국방부·합참 등과 함께 대비계획을 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2주에 한 번씩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주재로 정세평가회의를 열어 북한의 위기 상황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정부도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계획을 마련해 왔다. 朴正熙(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0년대에 수립된 ‘충무계획’은 북한 급변사태가 남북 간 전면전으로 비화될 경우를 대비한 정부 차원의 대비계획이다. 말하자면 충무계획은 한미연합사의 ‘작계 5027’과 연계된 한국측 계획으로 볼 수 있다. 충무계획은 각 부처별로 고유넘버를 부여해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충무 9000’은 통일부가 북한 체제 붕괴 시 북한을 비상 통치하기 위한 계획이다.
朴正熙 정부, 급변대책 처음 마련
한미연합사령부의 ‘개념계획 5029’와 연계된 한국측 계획은 古堂(고당)인 曺晩植(조만식) 선생의 호를 따서 일명 ‘고당계획’이라 불린다. 2003년 1월 月刊朝鮮의 보도로 처음 내용이 알려진 ‘30일 계획’(월간조선 별책부록 ‘한반도의 대전환’에 수록), 그리고 통일부의 ‘급변통합 대비계획Ⅰ, Ⅱ’, 국정원이 수립한 일명 ‘평화계획’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계획들의 공통 내용은 ▲북한정권이 궁정 쿠데타나 민중봉기가 일어나 무너지는 돌발사태 발생 ▲核(핵)ㆍ생화학무기ㆍ미사일 등의 통제력이 상실되면서 內戰(내전)으로 비화 ▲이로 인한 대량 脫北(탈북)사태가 일어나 남북 간 우발 충돌이 야기될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박정희 시절 수립됐던 ‘충무계획’의 존재는 2004년 10월 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委(위) 국정감사에서 일부 내용이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계획은 1968년 金新朝(김신조) 사건 직후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충무계획’은 한미연합사의 방어준비 태세인 ‘데프콘Ⅱ(계엄령 단계)’부터 발효돼 戰時(전시)정부 체제로 들어간다. 충무계획은 정부가 군사작전 지원, 정부기능 유지, 국민생활 안정에 중점을 두는 계획이다.
정부는 군사작전 지원을 위해 방산업체 기술자ㆍ의사ㆍ간호사 등 인력 동원, 차량 등 물자 동원, 학교 등 시설을 징발한다. 정부기능 유지를 위해 정부 기구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서를 疎散(소산)하고, 주민생활 안정을 위해 전기ㆍ가스ㆍ식수 등을 공급하는 계획을 세웠다.
한미연합사에서 매년 작전계획이 수립되면 비상기획위원회(행정안전부 산하)가 이 계획을 토대로 기본계획을 짜고, 이 계획의 실효성을 파악하기 위해 매년 을지연습과 충무훈련을 실시한다.
충무9000계획, 통일부 장관이 북한 총독 권한 수행
‘충무계획’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수립한 2급비밀 계획으로 ‘충무 3300’과 ‘충무 9000’으로 나뉜다. ‘충무 3300’은 대량 탈북 난민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한 계획으로 통독 당시 서독의 ‘긴급난민수용법’과 유사한 체제를 갖추고 있다. 북한이 내전상황에 빠지거나 대량 탈북사태 등 급변상황이 발생하면 우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으로 북한에 체류하는 남한 주민들의 안전 귀환을 추진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 북한 주민들이 중국ㆍ러시아 등 인접국가로 대량 탈북하는 경우, 탈북 난민들의 국내 입국을 최소화하고, 현지 국가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난민 정착촌이나 임시보호소를 설치하고 식량ㆍ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을 신속히 실시한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해안이나 휴전선을 넘어 남한으로 직접 탈북하는 경우,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범정부 차원의 대량탈북자 수용체제를 수립해 대처한다. 정부는 대량 탈북 인원을 약 20만명으로 추정하고 이들을 수용할 시설을 경기도 화성시를 비롯해 시도별로 군대 휴양소, 체육관, 학교 등 공공시설 위주로 선정해 수용할 방침이다.
군 당국은 이미 대량 탈북 사태에 대비해 휴전선 인접 군부대, 8개 육·해군 부대에 모두 10개의 임시수용소를 설치해 놓고 있다. 설치장소는 전방 6개 육군 군단별로 한 곳씩이며, 해군은 1함대사령부(강원 동해)와 2함대사령부(경기 평택)에 각 2곳의 시설을 마련했다.
그러나 金聖玟(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북한급변사태에 따른 대량 탈북자 발생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탈북자들의 가장 큰 탈북 원인은 굶주림”이라면서 “지금은 탈북자들에게 정착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기를 쓰고 탈북하지만 북한에 머무를 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고 새 정권이 선포하면 기를 쓰고 탈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충무 9000’은 북한체제가 붕괴할 경우 북한지역을 비상통치하는 계획이다. 일명 ‘응전 자유화 계획’으로 알려진 북한 통치 계획이 알려지자 북한은 관영매체를 동원해 “북조선 점령 계획”이라며 발끈했다.
‘충무 9000’은 1990년 독일 통일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전에 의한 북한체제 붕괴 시 정부는 충무계획에 의거해 먼저 북한에서 비상통치를 담당할 가칭 ‘북한자유화 행정본부’를 설치한다. 본부장은 한국의 통일부장관이 맡는데, 본부장은 總督(총독) 이상의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한미연합군이 군사작전을 통해 북한지역을 점령하면 민사부대를 창설해(한국군은 정규 민사부대가 없음) 치안을 장악하고, 한국 공무원들에게 행정을 인계한다. 이 단계가 바로 행정력이 시작되는 이른바 ‘응전자유화 계획’의 출발 시점이다.
‘30일 계획’
‘북한자유화 행정본부’는 조선노동당을 즉각 해체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민주정당 세력을 육성함으로써 체제전환을 위한 정치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또 북한 주민들이 처한 인도적 위기상황을 고려, 식량ㆍ생필품 등의 긴급구호를 실시한다.
독일이 통일되자 서독 정부는 부족한 행정인력과 능력을 메우기 위해 3만6000명의 서독 공무원들을 자매결연 도시에 파견했다. 우리 정부는 서독 정부의 행정인력 파견에 착안해 이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안보 전문가들은 “‘충무 9000’은 주로 한반도의 전면전 상황에 따른 북한체제의 붕괴를 설정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북한 내부의 내전이나 소요사태 등에 대비한 계획도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마련한 북한 급변사태 계획 중의 하나가 ‘30일 계획’이다. 月刊朝鮮이 단독 보도한 ‘30일 계획’ 자료는 표지에 1997년 7월 30일이란 날짜가 적힌 것으로 미뤄 김영삼 정부 당시 우리 정부 관계기관이 북한의 급변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한 범정부 차원의 위기관리 시나리오다.
黃長燁, “북조선은 망해도 그냥 망하지 않는다”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정부는 북한의 동독 식 급변에 대비한 통일 대비 연구를 강화했다. 이때 외교ㆍ안보ㆍ통일ㆍ경제ㆍ사회 등 각 부처가 분야별로 연구한 자료를 통일부에서 종합 정리해 왔다.
통일부도 김영삼 정부 시절 통일부 차원의 급변대책인 ‘통일대비계획Ⅰ, Ⅱ’를 만들었다고 한다. ‘통일대비계획Ⅰ’은 북한 체제붕괴 이후 민주정부가 들어설 경우, 상호 협상을 통해 단계적으로 통합을 추진한다는 내용이고, ‘통일대비계획Ⅱ’는 북한 체제가 붕괴 후 상황이 급변해 불가피하게 흡수통합을 시도할 경우의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국정원은 舊(구) 안기부 시절부터 북한 내 돌발사태 발생을 전제해 탈북자 대책 등 위기관리 차원의 긴급 대응조치인 일명 ‘평화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의 ‘통일대비계획 Ⅰ, Ⅱ’와 안기부의 ‘평화계획’은 모두 김정일이 실각한다는 것을 대전제로 하고 있다. 즉, 북한 權府(권부)에서 쿠데타 발생, 이 와중에 심각한 정치사회적 혼란이 초래돼 대규모 탈북 사태 발생, 우리 사회도 그 충격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상정하고 있다.
이런 계획들은 주로 독일 통일의 경험과 교훈을 모델로 구상됐으며, 통일과정을 반드시 한국 정부가 주도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南柱洪(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우리 정부의 북한급변 대책 계획에 대해 “국내외 정치역학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조성될 것이라는 평가와 북한 체제붕괴 시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 의지와 능력이 안정돼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최선의 시나리오’”라면서 “문제는 이 계획들이 상정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外的(외적)인 변수에 의해 급변사태가 아니라 장기적 혼란사태로 북한 체제 와해과정이 진행될 경우 전혀 효용성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상식적으로 볼 때 북한도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지난 60년간 김일성-김정일 부자 체제가 관리해 온 소위 혁명 1~3세대의 기득권이 상상외로 두텁고 강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黃長燁(황장엽)씨는 “북조선은 망해도 그냥 망하지는 않는다”고 했고, 북한 관영매체들도 “인민군은 남조선이 주도하는 통일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쏟아내는 경고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라는 지적이다.
盧武鉉 정부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서류뭉치’에 불과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산하 위기관리센터 주도로 ‘국가위기 대응관리 표준매뉴얼’을 만들었다. NSC 사무처 산하 위기관리센터는 위기 발생 시를 대비해 각 부처가 대응해야 할 기본 매뉴얼 33가지와 실무 매뉴얼 270여 가지를 준비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매뉴얼 정부’답게 ‘국가위기관리대응 매뉴얼’을 ‘충무계획’ 등 이전 정부가 작성한 대비계획보다 우선시했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의 매뉴얼은 군사적 위기와 재난을 뭉뚱그려 관심, 주의, 경고, 위험 등 4단계로 분류했다.
그중 하나인 ‘재외국민 보호매뉴얼’ 작업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외국의 무장단체들에 교민이 납치당했을 때 심지어 성명서 문안까지 매뉴얼에 포함했었다”면서 “그러나 金鮮一(김선일)씨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작성한 매뉴얼 초안을 대입했으나 실제 상황에서는 쓸 만한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말하자면 잔뜩 만들어 놓은 매뉴얼이 실제상황에서는 전혀 현실성도, 쓸모도 없는 ‘서류뭉치’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2006년 7월 5일 오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미사일 첫 발사(오전 3시32분)를 인지한 직후 이를 즉각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1시간40분이 지난 오전 5시12분에야 보고했다고 한다.
문제는 북한이 7월 5일 오전 미사일을 처음 발사하기 수십 분 전에 시카고(發) 인천행 아시아나항공 OZ235편이 북한 미사일이 떨어진 동해 상공을 지나고 있었고, 이 비행기에는 승객 223명과 승무원 1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 비행기는 관계당국으로부터 미사일 발사 징후에 관한 특이사항이나 항로를 바꾸라는 어떤 지시도 받지 못했다.
이런 정부의 늑장대응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노무현 정부는 “2004년 작성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과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 2005년 작성된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는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구실을 내세워 예상되는 급변사태에 대한 용어마저도 못쓰게 했다”면서 “국가안보상 촌각을 다퉈야 하는 위기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난 위기관리 매뉴얼인 예방·대비·대응·복구라는 판에 박힌 대응방식을 적용하니 오류와 실패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 급변사태를 정비한 것으로 알려진 徐薰(서훈) 前 국정원 3차장은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준비를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통일 과정에서 남북의 화폐 문제, 토지 처리 문제 등 구체적인 부분까지 세세하게 적용돼 있어 언론에 공개될 경우 사회적 혼란은 물론 우방국과의 외교적 마찰도 예상되기 때문에 세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영삼 정부때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朴寬用(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북한 급변사태 대비 계획이 구체적이지 못해 잠이 안 올 지경이었다”고 실토한 바 있다.
한미연합사 작전계획 변천사
한미연합사 작전계획(OPLAN, operation plan의 약칭)은 북한의 전면남침이나 우발사태 등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한미연합군사령부(CFC)의 단계별 대응 시나리오다. 현재까지 알려진 작계는 5026, 5027, 5028, 5029, 5030이 있다. 작계는 해당 지역 사령부와 작전 지역을 표시하는 고유번호가 있는데, 예를 들어 ‘5027-98’의 경우, ‘5’는 美 태평양사령부를, ‘2’는 한반도, ‘7’은 정규작전계획, 그리고 ‘98’은 작계 지정연도를 뜻한다. 이러한 작계는 1~2년마다 한미 양국군 수뇌부 회합에서 수정ㆍ보완된다. 구체적인 내용은 1급 군사기밀이다.
한미연합사 작계의 핵심은 ‘5027’이다. 한국전쟁 같은 북한의 전면전 남침에 대비한 ‘작계5027’은 한미 안보동맹의 군사적 교범이고 주한미군의 존재이유다. 한미연합사의 ‘작계 5027’은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미국이 한국측과 협의해 작성한다.
그래서 양국군은 해마다 ‘연례안보협의회(SCM)’와 ‘군사협의회 회의(MCM)’를 열어 북한의 위협을 再(재)평가하고 전력과 전략보완을 논의했고, ‘전시 美 증원군 전개훈련(RSOI)’과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UFG)’ 등을 통해 훈련을 해왔다.
작계 5027이 한미연합 작전체제의 ‘중심임무’라면, 작전계획 5026과 5028, 그리고 5029는 이를 보완하는 보조계획이다. 한미 양국군은 북한 급변사태가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경우, ‘작계 5027’을 가동해 한미연합군 주도로 북한을 점령해 한반도의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포괄적이고 정책적으로 시나리오화된 북한 급변사태 유형은 2005년 4월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된 북한정권의 붕괴 등에 대비한 한미연합사의 ‘개념계획 5029’다. 노무현 前 대통령은 지난 10월 1일 ‘10ㆍ4 남북 정상선언’ 기념행사 특강에서 북한 비상사태에 대비한 작계 5027과 개념계획 5029에 대해 “있다”며 “미국이 제안했지만 북한과 중국이 의구심을 가질 수 있어 우리가 거절했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날 “나는 (미국이 추진하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는 끝내 수용하지 않았고, 미사일방어(MD)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했고, 작계 5029도 반대했다”고 밝혔다.
‘개념계획 5029’는 북한 난민 대량 유입사태와 김정일 정권 붕괴 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돌발사태에 대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작전계획 5029-05’의 근원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7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양측이 한반도 내 불안전 사태에 대비한 한미 공동대응 지침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데서 출발했다.
‘작계 5029’는 북한 봉쇄용
이는 일종의 북한 급변사태를 상정한 것으로 북한 내 혼란으로 대규모 탈북 난민이 발생하고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통제력 상실이 예상될 경우, 한미 양국의 대책과 대북 인도지원 방안, 그리고 유엔 결의안 유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후 양국은 김대중 정부 시절 이를 토대로 ‘개념계획 5029-99’를 만들어 이를 시나리오화했고, 노무현 정권 초기인 2003년 말 ‘작계 5029’로 명명했다. ‘작계 5029’에는 북한판 5ㆍ17이나 12ㆍ12 사태 등이 발생할 때 한미 양국군이 북측 지역에 진입하지는 않지만, 사태의 불똥이 우리 측으로 튀는 것은 방지하기 위해 북한지역을 봉쇄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북한 정권이 통제력을 잃어 반군이 대량살상무기를 탈취하거나 북한 외부로 반출하려 할 경우 한국군 특전사와 미 해군특수부대(SEAL) 등 한미 특수부대가 투입돼 반군을 제압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런 내용으로 유추해볼 때 ‘작계 5029’는 ‘5026’이나 ‘5027’ 같은 戰時(전시)계획이 아니라 1999년 한미연합사가 만든 ‘전쟁 이외의 특수군사작전(MOOTW·Military Operation Other Than War)’이라고 할 수 있다.
‘작계 5029’가 본격 가동되면 한국군은 미군과 함께 유엔군의 일원으로 ‘북한 자유화 프로그램’에 참여해 평양 등 북한 주요도시 점령, 북한 인민군 무장해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임시구호와 필수적인 공공서비스 제공 등 民事(민사)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작계 5029’가 상정하는 사태는 ▲쿠데타, 주민 무장폭동 등으로 인한 북한 내전사태 ▲북한정권이 핵ㆍ생화학무기ㆍ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을 경우 ▲북한주민 대량 탈북사태 ▲정치적 이유 등으로 인한 북한 내 한국인 인질사태 ▲홍수ㆍ지진 등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등이다.
盧武鉉 정부, 작계 5029에 시비
그런데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기존의 개념계획이 작전계획화될 경우 군 통수권자가 아닌 한미연합사령관이 작전통제권을 먼저 행사하게 돼 결국 우리의 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북한 급변사태 시 한국 정부의 ‘주권적 판단’ 없이 미군이 먼저 개입하면 안 된다”면서 ‘작계 5029’를 문제 삼고 나섰다.
‘작전계획 5029’도 다른 작계와 마찬가지로 군사적 대응의 전략판단은 일차적으로 한미연합군의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주한미군이 하게 돼 있다. NSC의 이의 제기에 따라 ‘작전계획 5029’의 존속 여부가 논란이 되자, 미국 측은 강력 반발했다. 미국 측은 북한이 혼란에 빠지면 대량살상무기가 무단 사용되거나 외부로 유출돼 미국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던 것이다.
NSC의 이의 제기로 ‘작계 5029’를 2005년 5월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개념계획’으로 후퇴시키는 데 합의했다. 이로써 ‘작계 5029’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 봉합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개념계획 5029를 ‘작계 5029’로 발전시키는 문제가 다시 추진되고 있다. 최근 한미 양국은 최근 일련의 협의를 통해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화한다는 데 합의, 구체적인 문제를 10월 말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회담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제는 현재로서는 확인해 줄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면서도 “개념계획을 변화하는 안보상황에 맞춰 보완하는 작업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미군은 현재 급변사태를 대비한 몇 개의 개념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1차 북핵 위기가 고조됐던 1993년 6월, 미국은 영변 방사화학실험실을 비롯한 북한 핵시설을 초정밀 공습하는 계획을 작성했다. 이것이 미 태평양사령부가 작성한 ‘작계 5026’이다.
‘작계 5026’은 북한이 남한에 핵무기와 생화학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등의 결정적 위협이 있을 때, 自衛的(자위적) 차원에서 선제공격을 하는 계획이다. 그러나 제한적이나마 북핵 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적 공격이 자위적 예방전 차원을 넘어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1994년 미국이 ‘영변 폭격론’을 검토했을 때 김영삼 대통령은 擴戰(확전)을 우려해 반대했다. 당시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도 “한미 양국이 합의하지 않는 한, 북핵시설에 대해 미국은 선제공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작계 5026’은 ▲유사시 북한 장사정포에 대한 정밀공격을 하여 수도권 피해 최소화 ▲북한정권 수뇌부에 대한 표적공격으로 북한의 전쟁 지휘능력 무력화 ▲핵ㆍ미사일ㆍ생화학무기, 미사일기지, 공군기지, 지휘소 및 통신시설 등 정밀타격으로 북한의 전쟁능력 조기 마비 등을 포함한 작전계획이다.
전쟁 발발 전 북한 붕괴 作計도…
‘작계 5028’은 한미연합사를 지원하는 미 태평양사령부가 한국군에 대한 평시ㆍ전시 작전통제권의 행사가 이원화되자 전면전이 아닌 소규모 국지전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1996년 이후 발전시키고 있는 계획이다.
‘작계 5030’은 전쟁 발발 전 북한정권 붕괴 유도 시나리오다. 주한미군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국정부가 친북 좌경화하고 있다고 판단, 2003년 중반 새로운 대북 군사작전 계획을 마련했다. 미군은 정찰기(R-135)를 북한 영공에 근접 비행시켜 북한 전투기들이 대응 출격을 자주 하도록 유도해 북한의 보유연료를 소진시키고, 사전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한반도 주변에서 수주일간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북한으로 들어가는 돈줄을 차단해 김정일의 자금줄을 끊고, 북한 고위급 인사의 망명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전술을 구사한다는 내용이다.
남주홍 교수는 “북한 平定(평정)작전을 할 때는 ‘유엔의 우산’을 쓰고 들어가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 국경에 배치된 10만명의 중국군이 압록강을 건너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미연합 작전체제가 공동 개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가 중국의 개입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 행사(거부권)는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실제로 북한이 김정일의 유고로 무정부 상태에 빠져들면 중국은 朝中(조중) 우호협력조약과 국경조약을 근거로 얼마든지 북한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단순 자위적 차원에서 북한을 지원하는 형태가 될지, 아니면 전면적인 북한 점령으로 親中(친중) 괴뢰정권 수립을 기도하는 형식이 될지 확실치 않다. 만일 중국이 친중 괴뢰정권을 수립하려 한다면 한미 양국과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南成旭(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이런 위험성 때문에 美·中(미중) 양국은 한국 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밀 전략대화를 통해 한반도에 ‘두 개의 한국’을 유지하는 정책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국이 북한의 軍部(군부)를 통제하고 韓·美·日(한미일)은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해주는 그런 체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런 관점에서 한미동맹하에서 만든 ‘개념계획 5029’는 중국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면서 “독일에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서독의 콜 총리가 모스크바로 날아가 고프바초프를 만났듯 통일을 위해서는 4대 강국에 통일이 그들에게 해롭지 않다는 사실을 계속 속삭여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우리 영토인가?
金熙相(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장은 “‘북한이 붕괴하고 한미연합군이 북한으로 진입한다면 북한은 우리의 합법적 영토로 통일되는가, 아니면 한미연합군사령관이 관장하는 軍政(군정) 지역이 되는가’라는 문제가 통일을 앞두고 우리가 직면해야 할 최대의 변수”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전 당시 유엔군이 38선을 돌파해 북진할 때, 평안도 지역의 행정관할을 놓고 李承晩(이승만) 정부와 유엔군사령부 사이에 마찰이 생겼던 적이 있었다. 이 논란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조항을 들어 북한 지역은 당연히 대한민국의 ‘收復(수복)지역’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미국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국제법적 근거인 1948년 12월 유엔결의가 남한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가 아니라 ‘유엔 감시하의 총선거가 실시된 지역에 수립된 유일 합법정부’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개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05년 3월 한국을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인터넷 매체와의 토론회에서 “미국은 북한이 주권국가임을 알고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국제법적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남주홍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한미 양국이 절충해 일단 군정지역으로 미군이 ‘통제’하되, 실질적으로는 한국군의 民事(민사)사령부가 ‘통치’한다는 식으로 봉합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국 측이 끝까지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화하는 것에 반대하여 지금처럼 모호한 상태로 방치할 경우 미국은 독자적인 對北(대북) 우발계획을 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5년 4월 미7함대 사령관 조나단 그리너트 중장이 “북한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군의 태평양 전력을 우선 투입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간과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북한 급변사태 시 대북 작전은 한미연합사가 아닌 태평양사령부가 주도하게 된다. 이 경우 한미연합 작전체제는 사실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한국군의 발언권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급변사태 담당 부서 축소한 李明博 정부
이명박 정부 들어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지만, 정작 급변사태를 다루는 부서는 ‘홀대’를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무총리실 산하 비상기획위원회를 행정안전부 산하 재난안전실(국장급)로 흡수했다. 비상기획위원회는 평상시는 동원전력을 관리하고, 적은 인력과 예산으로 안보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였다.
이에 대해 안보전문가들은 “이종석 전 NSC 사무처장이 앉아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책조정을 담당하는 NSC상임위를 없앤 것은 빈대를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운 격이고, 북한 급변사태를 대비해야 할 주무부서인 총리실 산하 비상기획위원회를 행정안전부 산하 국장급으로 격하시킨 것도 有備無患(유비무환)의 정신을 잃어버린 처사”라고 비판했다.
1969년 3월 朴正熙(박정희) 대통령은 그해 1월 21일 발생한 김신조 사건을 계기로 예비군을 창설하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산하에 비상기획위원회를 설치했다. NSC사무처가 생기기 전 비상기획위원회는 NSC사무처의 기능을 수행했다.
그 후 비상기획위원회는 全斗煥(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1984년 국무총리 보좌기관으로 변경됐고, 1998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신설에 따라 관련 업무를 NSC사무처로 이관하고, 총리실로 옮겨갔다가 지난 2월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행정안전부에 통합됐다. 박정희 대통령 때 ‘장관급’으로 출발한 비상기획위원회 위상은 김대중 정부 때 ‘차관급’으로, 이명박 정부 때는 ‘국장급’으로 평가절하됐다.
曺南鎭(조남진) 비상기획위원회 상근위원은 “비상기획위원회가 차관급 부서로 격하되면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없고,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회의 참석멤버에서 배제돼 국가 안보정책을 대통령에게 자문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서 “이명박 정부 들어 행정안전부 국장급 부서(재난안전실 산하 비상대비기획관실)가 돼 이제는 총리조차 만날 기회가 없는 부서로 전락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한국은 대통령의 권력작용인 ‘국가동원’을 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미국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국민들을 몇 개월부터 몇 만명까지 동원할 수 있습니다.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특별조치법’을 제정해 국가동원을 할 수 있도록 했으나 ‘維新(유신)의 단초’가 된다면서 1981년 폐기한 탓에 현재는 국가동원령을 다루는 조직도 없고, 관련법도 없어요. 한국은 정말 안보에 무지, 무식한 나라입니다. 현재 ‘전시대기법’이란 법안을 법제처가 갖고 있는데, 문제는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작동된다는 점입니다. 극단적으로 국회가 전시에 폭격을 당해 법안 의결을 못하면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가공할 사태를 맞게 됩니다.”⊙
▣ 한미연합사 방어준비태세(데프콘)의 단계
▲데프콘Ⅴ: 평시상태
▲데프콘Ⅳ: 準(준)전시상태
▲데프콘Ⅲ: 작계5027이 발동되는 전쟁징후 단계
▲데프콘Ⅱ: 계엄령ㆍ국가동원령ㆍ주민소개 단계(충무계획 실시 단계). 이때부터 부대 이동 등 모든 군사작전은 한미연합군사령관의 통제를 받아 수행.
▲데프콘Ⅰ: 전쟁직전 단계.
▲전쟁 개시: 전쟁이 개시되면 한미연합사령관은 ‘D-Day H-Hour’라는 전쟁개시를 선포한다.
[미니 기사]
‘30일 계획’의 주요 내용
‘30일 계획’은 북한 권력층 내부에 궁정쿠데타 등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해 김정일이 축출되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새로 등장한 정권은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해 김일성-김정일 父子(부자) 격하운동과 대대적인 숙청을 벌이는 한편, 중국식 개혁개방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경제난과 정치적 혼란으로 사회통제 기능을 상실, 북한 주민의 탈북 러시가 심화되는 것을 가정했다. 즉 탈북 주민 규모가 하루 수천 명 수준에 이를 때 ‘30일 계획’을 발동한다는 것이다.
‘30일 계획’이 발동되면 남한은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장악한 다음 현재의 휴전선을 유지시켜 탈북자들의 남한 이주를 억제한 채 일정기간 동안 북한 경제 재건을 추진한다. 과도기 동안 북한경제가 자생력을 회복하고 대규모 인구이동에 대한 우려가 감소되면 남북한 자유이동을 보장하는 완전통일로 나간다. 이 과정에서 남한 주도의 중앙정부가 외교ㆍ안보권을 독점하고 軍(군) 통합을 시도하며, 북한 전체를 대표하는 지역정부를 독일 식으로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명기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는 합의에 의한 통일만 상정했으나 우리는 그 밖의 통일에 이를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비 계획도 짜놓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북한 급변사태의 경우 단순한 행정적 절차보다 군사적ㆍ외교적 조치가 담긴 계획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시나리오별 대비계획은 구체적인 실행 매뉴얼까지는 아직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지난 8월 말 金星煥(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을 長(장)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위기상황센터를 발족시켜 국정원·통일부·국방부·합참 등과 함께 대비계획을 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2주에 한 번씩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주재로 정세평가회의를 열어 북한의 위기 상황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정부도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계획을 마련해 왔다. 朴正熙(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0년대에 수립된 ‘충무계획’은 북한 급변사태가 남북 간 전면전으로 비화될 경우를 대비한 정부 차원의 대비계획이다. 말하자면 충무계획은 한미연합사의 ‘작계 5027’과 연계된 한국측 계획으로 볼 수 있다. 충무계획은 각 부처별로 고유넘버를 부여해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충무 9000’은 통일부가 북한 체제 붕괴 시 북한을 비상 통치하기 위한 계획이다.
朴正熙 정부, 급변대책 처음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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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급변사태시 난민수용 등을 비롯한 전반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사진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서베를린으로 몰려드는 동독인들. |
이 계획들의 공통 내용은 ▲북한정권이 궁정 쿠데타나 민중봉기가 일어나 무너지는 돌발사태 발생 ▲核(핵)ㆍ생화학무기ㆍ미사일 등의 통제력이 상실되면서 內戰(내전)으로 비화 ▲이로 인한 대량 脫北(탈북)사태가 일어나 남북 간 우발 충돌이 야기될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박정희 시절 수립됐던 ‘충무계획’의 존재는 2004년 10월 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委(위) 국정감사에서 일부 내용이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계획은 1968년 金新朝(김신조) 사건 직후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충무계획’은 한미연합사의 방어준비 태세인 ‘데프콘Ⅱ(계엄령 단계)’부터 발효돼 戰時(전시)정부 체제로 들어간다. 충무계획은 정부가 군사작전 지원, 정부기능 유지, 국민생활 안정에 중점을 두는 계획이다.
정부는 군사작전 지원을 위해 방산업체 기술자ㆍ의사ㆍ간호사 등 인력 동원, 차량 등 물자 동원, 학교 등 시설을 징발한다. 정부기능 유지를 위해 정부 기구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서를 疎散(소산)하고, 주민생활 안정을 위해 전기ㆍ가스ㆍ식수 등을 공급하는 계획을 세웠다.
한미연합사에서 매년 작전계획이 수립되면 비상기획위원회(행정안전부 산하)가 이 계획을 토대로 기본계획을 짜고, 이 계획의 실효성을 파악하기 위해 매년 을지연습과 충무훈련을 실시한다.
충무9000계획, 통일부 장관이 북한 총독 권한 수행
‘충무계획’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수립한 2급비밀 계획으로 ‘충무 3300’과 ‘충무 9000’으로 나뉜다. ‘충무 3300’은 대량 탈북 난민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한 계획으로 통독 당시 서독의 ‘긴급난민수용법’과 유사한 체제를 갖추고 있다. 북한이 내전상황에 빠지거나 대량 탈북사태 등 급변상황이 발생하면 우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으로 북한에 체류하는 남한 주민들의 안전 귀환을 추진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 북한 주민들이 중국ㆍ러시아 등 인접국가로 대량 탈북하는 경우, 탈북 난민들의 국내 입국을 최소화하고, 현지 국가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난민 정착촌이나 임시보호소를 설치하고 식량ㆍ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을 신속히 실시한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해안이나 휴전선을 넘어 남한으로 직접 탈북하는 경우,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범정부 차원의 대량탈북자 수용체제를 수립해 대처한다. 정부는 대량 탈북 인원을 약 20만명으로 추정하고 이들을 수용할 시설을 경기도 화성시를 비롯해 시도별로 군대 휴양소, 체육관, 학교 등 공공시설 위주로 선정해 수용할 방침이다.
군 당국은 이미 대량 탈북 사태에 대비해 휴전선 인접 군부대, 8개 육·해군 부대에 모두 10개의 임시수용소를 설치해 놓고 있다. 설치장소는 전방 6개 육군 군단별로 한 곳씩이며, 해군은 1함대사령부(강원 동해)와 2함대사령부(경기 평택)에 각 2곳의 시설을 마련했다.
그러나 金聖玟(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북한급변사태에 따른 대량 탈북자 발생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탈북자들의 가장 큰 탈북 원인은 굶주림”이라면서 “지금은 탈북자들에게 정착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기를 쓰고 탈북하지만 북한에 머무를 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고 새 정권이 선포하면 기를 쓰고 탈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충무 9000’은 북한체제가 붕괴할 경우 북한지역을 비상통치하는 계획이다. 일명 ‘응전 자유화 계획’으로 알려진 북한 통치 계획이 알려지자 북한은 관영매체를 동원해 “북조선 점령 계획”이라며 발끈했다.
‘충무 9000’은 1990년 독일 통일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전에 의한 북한체제 붕괴 시 정부는 충무계획에 의거해 먼저 북한에서 비상통치를 담당할 가칭 ‘북한자유화 행정본부’를 설치한다. 본부장은 한국의 통일부장관이 맡는데, 본부장은 總督(총독) 이상의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한미연합군이 군사작전을 통해 북한지역을 점령하면 민사부대를 창설해(한국군은 정규 민사부대가 없음) 치안을 장악하고, 한국 공무원들에게 행정을 인계한다. 이 단계가 바로 행정력이 시작되는 이른바 ‘응전자유화 계획’의 출발 시점이다.
‘30일 계획’
‘북한자유화 행정본부’는 조선노동당을 즉각 해체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민주정당 세력을 육성함으로써 체제전환을 위한 정치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또 북한 주민들이 처한 인도적 위기상황을 고려, 식량ㆍ생필품 등의 긴급구호를 실시한다.
독일이 통일되자 서독 정부는 부족한 행정인력과 능력을 메우기 위해 3만6000명의 서독 공무원들을 자매결연 도시에 파견했다. 우리 정부는 서독 정부의 행정인력 파견에 착안해 이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안보 전문가들은 “‘충무 9000’은 주로 한반도의 전면전 상황에 따른 북한체제의 붕괴를 설정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북한 내부의 내전이나 소요사태 등에 대비한 계획도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마련한 북한 급변사태 계획 중의 하나가 ‘30일 계획’이다. 月刊朝鮮이 단독 보도한 ‘30일 계획’ 자료는 표지에 1997년 7월 30일이란 날짜가 적힌 것으로 미뤄 김영삼 정부 당시 우리 정부 관계기관이 북한의 급변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한 범정부 차원의 위기관리 시나리오다.
黃長燁, “북조선은 망해도 그냥 망하지 않는다”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정부는 북한의 동독 식 급변에 대비한 통일 대비 연구를 강화했다. 이때 외교ㆍ안보ㆍ통일ㆍ경제ㆍ사회 등 각 부처가 분야별로 연구한 자료를 통일부에서 종합 정리해 왔다.
통일부도 김영삼 정부 시절 통일부 차원의 급변대책인 ‘통일대비계획Ⅰ, Ⅱ’를 만들었다고 한다. ‘통일대비계획Ⅰ’은 북한 체제붕괴 이후 민주정부가 들어설 경우, 상호 협상을 통해 단계적으로 통합을 추진한다는 내용이고, ‘통일대비계획Ⅱ’는 북한 체제가 붕괴 후 상황이 급변해 불가피하게 흡수통합을 시도할 경우의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국정원은 舊(구) 안기부 시절부터 북한 내 돌발사태 발생을 전제해 탈북자 대책 등 위기관리 차원의 긴급 대응조치인 일명 ‘평화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의 ‘통일대비계획 Ⅰ, Ⅱ’와 안기부의 ‘평화계획’은 모두 김정일이 실각한다는 것을 대전제로 하고 있다. 즉, 북한 權府(권부)에서 쿠데타 발생, 이 와중에 심각한 정치사회적 혼란이 초래돼 대규모 탈북 사태 발생, 우리 사회도 그 충격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상정하고 있다.
이런 계획들은 주로 독일 통일의 경험과 교훈을 모델로 구상됐으며, 통일과정을 반드시 한국 정부가 주도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南柱洪(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우리 정부의 북한급변 대책 계획에 대해 “국내외 정치역학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조성될 것이라는 평가와 북한 체제붕괴 시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 의지와 능력이 안정돼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최선의 시나리오’”라면서 “문제는 이 계획들이 상정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外的(외적)인 변수에 의해 급변사태가 아니라 장기적 혼란사태로 북한 체제 와해과정이 진행될 경우 전혀 효용성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상식적으로 볼 때 북한도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지난 60년간 김일성-김정일 부자 체제가 관리해 온 소위 혁명 1~3세대의 기득권이 상상외로 두텁고 강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黃長燁(황장엽)씨는 “북조선은 망해도 그냥 망하지는 않는다”고 했고, 북한 관영매체들도 “인민군은 남조선이 주도하는 통일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쏟아내는 경고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라는 지적이다.
盧武鉉 정부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서류뭉치’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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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
노무현 정부는 ‘매뉴얼 정부’답게 ‘국가위기관리대응 매뉴얼’을 ‘충무계획’ 등 이전 정부가 작성한 대비계획보다 우선시했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의 매뉴얼은 군사적 위기와 재난을 뭉뚱그려 관심, 주의, 경고, 위험 등 4단계로 분류했다.
그중 하나인 ‘재외국민 보호매뉴얼’ 작업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외국의 무장단체들에 교민이 납치당했을 때 심지어 성명서 문안까지 매뉴얼에 포함했었다”면서 “그러나 金鮮一(김선일)씨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작성한 매뉴얼 초안을 대입했으나 실제 상황에서는 쓸 만한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말하자면 잔뜩 만들어 놓은 매뉴얼이 실제상황에서는 전혀 현실성도, 쓸모도 없는 ‘서류뭉치’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2006년 7월 5일 오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미사일 첫 발사(오전 3시32분)를 인지한 직후 이를 즉각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1시간40분이 지난 오전 5시12분에야 보고했다고 한다.
문제는 북한이 7월 5일 오전 미사일을 처음 발사하기 수십 분 전에 시카고(發) 인천행 아시아나항공 OZ235편이 북한 미사일이 떨어진 동해 상공을 지나고 있었고, 이 비행기에는 승객 223명과 승무원 1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 비행기는 관계당국으로부터 미사일 발사 징후에 관한 특이사항이나 항로를 바꾸라는 어떤 지시도 받지 못했다.
이런 정부의 늑장대응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노무현 정부는 “2004년 작성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과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 2005년 작성된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는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구실을 내세워 예상되는 급변사태에 대한 용어마저도 못쓰게 했다”면서 “국가안보상 촌각을 다퉈야 하는 위기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난 위기관리 매뉴얼인 예방·대비·대응·복구라는 판에 박힌 대응방식을 적용하니 오류와 실패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 급변사태를 정비한 것으로 알려진 徐薰(서훈) 前 국정원 3차장은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준비를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통일 과정에서 남북의 화폐 문제, 토지 처리 문제 등 구체적인 부분까지 세세하게 적용돼 있어 언론에 공개될 경우 사회적 혼란은 물론 우방국과의 외교적 마찰도 예상되기 때문에 세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영삼 정부때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朴寬用(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북한 급변사태 대비 계획이 구체적이지 못해 잠이 안 올 지경이었다”고 실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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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남동쪽 70km에 주둔하고 있는 인민해방군 196여단 병사들이 소총에 착검을 하고 훈련하고 있다. |
한미연합사 작전계획 변천사
한미연합사 작전계획(OPLAN, operation plan의 약칭)은 북한의 전면남침이나 우발사태 등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한미연합군사령부(CFC)의 단계별 대응 시나리오다. 현재까지 알려진 작계는 5026, 5027, 5028, 5029, 5030이 있다. 작계는 해당 지역 사령부와 작전 지역을 표시하는 고유번호가 있는데, 예를 들어 ‘5027-98’의 경우, ‘5’는 美 태평양사령부를, ‘2’는 한반도, ‘7’은 정규작전계획, 그리고 ‘98’은 작계 지정연도를 뜻한다. 이러한 작계는 1~2년마다 한미 양국군 수뇌부 회합에서 수정ㆍ보완된다. 구체적인 내용은 1급 군사기밀이다.
한미연합사 작계의 핵심은 ‘5027’이다. 한국전쟁 같은 북한의 전면전 남침에 대비한 ‘작계5027’은 한미 안보동맹의 군사적 교범이고 주한미군의 존재이유다. 한미연합사의 ‘작계 5027’은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미국이 한국측과 협의해 작성한다.
그래서 양국군은 해마다 ‘연례안보협의회(SCM)’와 ‘군사협의회 회의(MCM)’를 열어 북한의 위협을 再(재)평가하고 전력과 전략보완을 논의했고, ‘전시 美 증원군 전개훈련(RSOI)’과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UFG)’ 등을 통해 훈련을 해왔다.
작계 5027이 한미연합 작전체제의 ‘중심임무’라면, 작전계획 5026과 5028, 그리고 5029는 이를 보완하는 보조계획이다. 한미 양국군은 북한 급변사태가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경우, ‘작계 5027’을 가동해 한미연합군 주도로 북한을 점령해 한반도의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포괄적이고 정책적으로 시나리오화된 북한 급변사태 유형은 2005년 4월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된 북한정권의 붕괴 등에 대비한 한미연합사의 ‘개념계획 5029’다. 노무현 前 대통령은 지난 10월 1일 ‘10ㆍ4 남북 정상선언’ 기념행사 특강에서 북한 비상사태에 대비한 작계 5027과 개념계획 5029에 대해 “있다”며 “미국이 제안했지만 북한과 중국이 의구심을 가질 수 있어 우리가 거절했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날 “나는 (미국이 추진하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는 끝내 수용하지 않았고, 미사일방어(MD)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했고, 작계 5029도 반대했다”고 밝혔다.
‘개념계획 5029’는 북한 난민 대량 유입사태와 김정일 정권 붕괴 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돌발사태에 대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작전계획 5029-05’의 근원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7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양측이 한반도 내 불안전 사태에 대비한 한미 공동대응 지침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데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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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11월 29일 청와대에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의 ‘위기대응 실무매뉴얼’ 완료에 대해 김영근 국가안전보장회의 위기 관리센터 국장(가운데)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
‘작계 5029’는 북한 봉쇄용
이는 일종의 북한 급변사태를 상정한 것으로 북한 내 혼란으로 대규모 탈북 난민이 발생하고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통제력 상실이 예상될 경우, 한미 양국의 대책과 대북 인도지원 방안, 그리고 유엔 결의안 유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후 양국은 김대중 정부 시절 이를 토대로 ‘개념계획 5029-99’를 만들어 이를 시나리오화했고, 노무현 정권 초기인 2003년 말 ‘작계 5029’로 명명했다. ‘작계 5029’에는 북한판 5ㆍ17이나 12ㆍ12 사태 등이 발생할 때 한미 양국군이 북측 지역에 진입하지는 않지만, 사태의 불똥이 우리 측으로 튀는 것은 방지하기 위해 북한지역을 봉쇄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북한 정권이 통제력을 잃어 반군이 대량살상무기를 탈취하거나 북한 외부로 반출하려 할 경우 한국군 특전사와 미 해군특수부대(SEAL) 등 한미 특수부대가 투입돼 반군을 제압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런 내용으로 유추해볼 때 ‘작계 5029’는 ‘5026’이나 ‘5027’ 같은 戰時(전시)계획이 아니라 1999년 한미연합사가 만든 ‘전쟁 이외의 특수군사작전(MOOTW·Military Operation Other Than War)’이라고 할 수 있다.
‘작계 5029’가 본격 가동되면 한국군은 미군과 함께 유엔군의 일원으로 ‘북한 자유화 프로그램’에 참여해 평양 등 북한 주요도시 점령, 북한 인민군 무장해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임시구호와 필수적인 공공서비스 제공 등 民事(민사)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작계 5029’가 상정하는 사태는 ▲쿠데타, 주민 무장폭동 등으로 인한 북한 내전사태 ▲북한정권이 핵ㆍ생화학무기ㆍ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을 경우 ▲북한주민 대량 탈북사태 ▲정치적 이유 등으로 인한 북한 내 한국인 인질사태 ▲홍수ㆍ지진 등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등이다.
盧武鉉 정부, 작계 5029에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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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월터 샤프 신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중앙)이 지난 6월 4일 이성출 연합사부사령관(왼쪽 두번째)과 함께 최전방 GP를 방문, 북측땅을 바라보고 있다. |
‘작전계획 5029’도 다른 작계와 마찬가지로 군사적 대응의 전략판단은 일차적으로 한미연합군의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주한미군이 하게 돼 있다. NSC의 이의 제기에 따라 ‘작전계획 5029’의 존속 여부가 논란이 되자, 미국 측은 강력 반발했다. 미국 측은 북한이 혼란에 빠지면 대량살상무기가 무단 사용되거나 외부로 유출돼 미국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던 것이다.
NSC의 이의 제기로 ‘작계 5029’를 2005년 5월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개념계획’으로 후퇴시키는 데 합의했다. 이로써 ‘작계 5029’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 봉합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개념계획 5029를 ‘작계 5029’로 발전시키는 문제가 다시 추진되고 있다. 최근 한미 양국은 최근 일련의 협의를 통해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화한다는 데 합의, 구체적인 문제를 10월 말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회담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제는 현재로서는 확인해 줄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면서도 “개념계획을 변화하는 안보상황에 맞춰 보완하는 작업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미군은 현재 급변사태를 대비한 몇 개의 개념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1차 북핵 위기가 고조됐던 1993년 6월, 미국은 영변 방사화학실험실을 비롯한 북한 핵시설을 초정밀 공습하는 계획을 작성했다. 이것이 미 태평양사령부가 작성한 ‘작계 5026’이다.
‘작계 5026’은 북한이 남한에 핵무기와 생화학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등의 결정적 위협이 있을 때, 自衛的(자위적) 차원에서 선제공격을 하는 계획이다. 그러나 제한적이나마 북핵 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적 공격이 자위적 예방전 차원을 넘어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1994년 미국이 ‘영변 폭격론’을 검토했을 때 김영삼 대통령은 擴戰(확전)을 우려해 반대했다. 당시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도 “한미 양국이 합의하지 않는 한, 북핵시설에 대해 미국은 선제공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작계 5026’은 ▲유사시 북한 장사정포에 대한 정밀공격을 하여 수도권 피해 최소화 ▲북한정권 수뇌부에 대한 표적공격으로 북한의 전쟁 지휘능력 무력화 ▲핵ㆍ미사일ㆍ생화학무기, 미사일기지, 공군기지, 지휘소 및 통신시설 등 정밀타격으로 북한의 전쟁능력 조기 마비 등을 포함한 작전계획이다.
전쟁 발발 전 북한 붕괴 作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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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8월 19일 부산 중구 자갈치 시장에서 열린 2008 을지연습에서 경찰특공대와 경찰 경비견이 테러범을 진압하고 있다. |
‘작계 5030’은 전쟁 발발 전 북한정권 붕괴 유도 시나리오다. 주한미군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국정부가 친북 좌경화하고 있다고 판단, 2003년 중반 새로운 대북 군사작전 계획을 마련했다. 미군은 정찰기(R-135)를 북한 영공에 근접 비행시켜 북한 전투기들이 대응 출격을 자주 하도록 유도해 북한의 보유연료를 소진시키고, 사전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한반도 주변에서 수주일간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북한으로 들어가는 돈줄을 차단해 김정일의 자금줄을 끊고, 북한 고위급 인사의 망명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전술을 구사한다는 내용이다.
남주홍 교수는 “북한 平定(평정)작전을 할 때는 ‘유엔의 우산’을 쓰고 들어가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 국경에 배치된 10만명의 중국군이 압록강을 건너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미연합 작전체제가 공동 개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가 중국의 개입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 행사(거부권)는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실제로 북한이 김정일의 유고로 무정부 상태에 빠져들면 중국은 朝中(조중) 우호협력조약과 국경조약을 근거로 얼마든지 북한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단순 자위적 차원에서 북한을 지원하는 형태가 될지, 아니면 전면적인 북한 점령으로 親中(친중) 괴뢰정권 수립을 기도하는 형식이 될지 확실치 않다. 만일 중국이 친중 괴뢰정권을 수립하려 한다면 한미 양국과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南成旭(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이런 위험성 때문에 美·中(미중) 양국은 한국 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밀 전략대화를 통해 한반도에 ‘두 개의 한국’을 유지하는 정책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국이 북한의 軍部(군부)를 통제하고 韓·美·日(한미일)은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해주는 그런 체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런 관점에서 한미동맹하에서 만든 ‘개념계획 5029’는 중국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면서 “독일에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서독의 콜 총리가 모스크바로 날아가 고프바초프를 만났듯 통일을 위해서는 4대 강국에 통일이 그들에게 해롭지 않다는 사실을 계속 속삭여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우리 영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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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0월 13일 오전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월간조선 2005년 8월호에 보도된 북한의 공격시나리오 ‘작계 5026’을 가지고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
실제로 한국전 당시 유엔군이 38선을 돌파해 북진할 때, 평안도 지역의 행정관할을 놓고 李承晩(이승만) 정부와 유엔군사령부 사이에 마찰이 생겼던 적이 있었다. 이 논란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조항을 들어 북한 지역은 당연히 대한민국의 ‘收復(수복)지역’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미국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국제법적 근거인 1948년 12월 유엔결의가 남한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가 아니라 ‘유엔 감시하의 총선거가 실시된 지역에 수립된 유일 합법정부’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개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05년 3월 한국을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인터넷 매체와의 토론회에서 “미국은 북한이 주권국가임을 알고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국제법적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남주홍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한미 양국이 절충해 일단 군정지역으로 미군이 ‘통제’하되, 실질적으로는 한국군의 民事(민사)사령부가 ‘통치’한다는 식으로 봉합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국 측이 끝까지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화하는 것에 반대하여 지금처럼 모호한 상태로 방치할 경우 미국은 독자적인 對北(대북) 우발계획을 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5년 4월 미7함대 사령관 조나단 그리너트 중장이 “북한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군의 태평양 전력을 우선 투입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간과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북한 급변사태 시 대북 작전은 한미연합사가 아닌 태평양사령부가 주도하게 된다. 이 경우 한미연합 작전체제는 사실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한국군의 발언권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급변사태 담당 부서 축소한 李明博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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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8년 1월 21일 청와대를 습격하러 대규모로 남파되었다가 유일하게 생포된 무장공비 김신조가 사살된 동료들의 시체를 확인하고 있다. |
이에 대해 안보전문가들은 “이종석 전 NSC 사무처장이 앉아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책조정을 담당하는 NSC상임위를 없앤 것은 빈대를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운 격이고, 북한 급변사태를 대비해야 할 주무부서인 총리실 산하 비상기획위원회를 행정안전부 산하 국장급으로 격하시킨 것도 有備無患(유비무환)의 정신을 잃어버린 처사”라고 비판했다.
1969년 3월 朴正熙(박정희) 대통령은 그해 1월 21일 발생한 김신조 사건을 계기로 예비군을 창설하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산하에 비상기획위원회를 설치했다. NSC사무처가 생기기 전 비상기획위원회는 NSC사무처의 기능을 수행했다.
그 후 비상기획위원회는 全斗煥(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1984년 국무총리 보좌기관으로 변경됐고, 1998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신설에 따라 관련 업무를 NSC사무처로 이관하고, 총리실로 옮겨갔다가 지난 2월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행정안전부에 통합됐다. 박정희 대통령 때 ‘장관급’으로 출발한 비상기획위원회 위상은 김대중 정부 때 ‘차관급’으로, 이명박 정부 때는 ‘국장급’으로 평가절하됐다.
曺南鎭(조남진) 비상기획위원회 상근위원은 “비상기획위원회가 차관급 부서로 격하되면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없고,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회의 참석멤버에서 배제돼 국가 안보정책을 대통령에게 자문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서 “이명박 정부 들어 행정안전부 국장급 부서(재난안전실 산하 비상대비기획관실)가 돼 이제는 총리조차 만날 기회가 없는 부서로 전락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한국은 대통령의 권력작용인 ‘국가동원’을 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미국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국민들을 몇 개월부터 몇 만명까지 동원할 수 있습니다.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특별조치법’을 제정해 국가동원을 할 수 있도록 했으나 ‘維新(유신)의 단초’가 된다면서 1981년 폐기한 탓에 현재는 국가동원령을 다루는 조직도 없고, 관련법도 없어요. 한국은 정말 안보에 무지, 무식한 나라입니다. 현재 ‘전시대기법’이란 법안을 법제처가 갖고 있는데, 문제는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작동된다는 점입니다. 극단적으로 국회가 전시에 폭격을 당해 법안 의결을 못하면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가공할 사태를 맞게 됩니다.”⊙
▣ 한미연합사 방어준비태세(데프콘)의 단계
▲데프콘Ⅴ: 평시상태
▲데프콘Ⅳ: 準(준)전시상태
▲데프콘Ⅲ: 작계5027이 발동되는 전쟁징후 단계
▲데프콘Ⅱ: 계엄령ㆍ국가동원령ㆍ주민소개 단계(충무계획 실시 단계). 이때부터 부대 이동 등 모든 군사작전은 한미연합군사령관의 통제를 받아 수행.
▲데프콘Ⅰ: 전쟁직전 단계.
▲전쟁 개시: 전쟁이 개시되면 한미연합사령관은 ‘D-Day H-Hour’라는 전쟁개시를 선포한다.
[미니 기사]
‘30일 계획’의 주요 내용
‘30일 계획’은 북한 권력층 내부에 궁정쿠데타 등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해 김정일이 축출되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새로 등장한 정권은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해 김일성-김정일 父子(부자) 격하운동과 대대적인 숙청을 벌이는 한편, 중국식 개혁개방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경제난과 정치적 혼란으로 사회통제 기능을 상실, 북한 주민의 탈북 러시가 심화되는 것을 가정했다. 즉 탈북 주민 규모가 하루 수천 명 수준에 이를 때 ‘30일 계획’을 발동한다는 것이다.
‘30일 계획’이 발동되면 남한은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장악한 다음 현재의 휴전선을 유지시켜 탈북자들의 남한 이주를 억제한 채 일정기간 동안 북한 경제 재건을 추진한다. 과도기 동안 북한경제가 자생력을 회복하고 대규모 인구이동에 대한 우려가 감소되면 남북한 자유이동을 보장하는 완전통일로 나간다. 이 과정에서 남한 주도의 중앙정부가 외교ㆍ안보권을 독점하고 軍(군) 통합을 시도하며, 북한 전체를 대표하는 지역정부를 독일 식으로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명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