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체험한 MBC의 ‘100분 토론’<br>“정치색에 물든 PD와 작가, 사회자가 ‘의도된 방향’으로 몰고가” : 월간조선

지상파 TV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보고 다음날 인터넷 등의 기사를 검색하면 독특한 현상이 발견된다. MBC ‘100분 토론’의 保守(보수) 측 패널 출연자들은 인터넷상에서 ‘실신 KO패’ ‘망언’ ‘열사’ 등등의 말들로 인신공격을 당한다. 朱盛英(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鄭奎載(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 등이 이렇게 희생당했다.

TV만 보는 시청자들은 방송에 맞지 않는 과격한 표현을 썼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면 다시 한번 질문을 되풀이하게 된다. 왜 KBS의 ‘심야토론’, SBS의 ‘시시비비’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없고, 늘 MBC의 ‘100분 토론’에서만 문제가 생기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항상 보수 측 패널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다.

과연 토론 프로그램은 양측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므로 조작과 왜곡이 불가능한가. 아니면 이런 시청자들의 고정관념을 이용하여 상상하지도 못할 계략과 음모가 판을 치고 있는가.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늘 궁금해 했던 ‘100분 토론’을 둘러싼 이상한 상황을 필자는 직접 체험하게 됐다. ‘100분 토론’은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MBC PD와 작가들이 조직적, 계획적으로 편파 왜곡하여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또 드러내 놓고 자신의 주장을 전하는 ‘PD수첩’보다 더 은밀하다는 측면에서 훨씬 더 위험하다는 점도 알게 됐다.

지난 6월 24일 오후 3시 필자는 실크로드 CEO포럼 사무실에서 MBC ‘100분 토론’의 한 작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인터넷의 여론왜곡 관련 토론을 기획하고 있으니 몇 가지 질문을 하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토론 프로그램의 패널은 사전에 작가가 전화로 두세 가지 질문을 하여 입장을 확인한 뒤 최종적으로 패널을 섭외한다. 대부분 贊反(찬반) 토론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KBS, MBC, SBS, EBS 등 대부분의 지상파 토론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한 경험이 있다. MBC ‘100분 토론’에도 ‘외모 지상주의’와 관련하여 패널로 참여한 바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이번 ‘100분 토론’의 사전 질의는 이상했다. 찬반 입장 정도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질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작가는 광고주 불매운동부터, 다음 토론방인 ‘아고라’ 문제, 한나라당의 사이드카(인터넷 여론 감지시스템) 개발, 실명제 문제 등 李明博(이명박) 정부의 인터넷 통제와 관련하여 실전토론을 방불케 하는 질문을 퍼부었다. 다음날 오전 10시경 또 다시 전화를 걸어와 이번에는 文龍植(문용식) (주)나우콤 대표의 구속문제, 포털 사이트에서의 여론조성 문제 등등 인터넷 정책 전반에 관한 질의를 재차 했다.

6월 26일 토론회에 같은 측 패널로 함께 출연한 秦聖昊(진성호) 한나라당 의원과, 법무법인 오름의 鄭宰旭(정재욱) 변호사에게는 이런 질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직 필자에게만 집중 질의를 퍼부은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상대편 패널로 나온 한국사이버대학의 곽동수 교수도 같은 수준의 질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100분 토론’ 팀은 인터넷정책 관련 전문가 패널로 섭외한 필자와 곽동수 교수에게만 사전질의 공세를 했던 것이다.

실제로 작가가 필자에게 사전 질문하는 방식도 마치 토론 때의 상대편 패널과 같았다. 예를 들어 “(주)나우콤의 문용식 대표가 구속된 것은 촛불시위 생중계를 했기 때문에 보복성 정치적 탄압 아닌가요?”라고 묻고, 필자가 “(주)나우콤은 저작권 침해 문제로 영화인협회에 고소당한 회사이므로 법적 처분을 받아야 한다”고 답하면, “그래도 (주)나우콤은 가장 확실하게 기술적 보완조치를 한 회사인데, 그래도 구속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식이었다.

토론 프로그램 작가라면 필자의 입장만 알면 되는 것이지, 그 구체적인 논거까지 캐묻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수많은 방송 토론에 참여한 필자는 이런 경험을 처음 했다는 것이다.

사전양해 없이 누락된 2부 토론

‘100분토론’에 참가한 한국 인터넷미디어협회 변희재 정책위원장.

6월 26일 밤 11시 ‘100분 토론’은 생방으로 시작됐다. 상대 측 패널은 곽동수 교수와 진보신당의 魯會燦(노회찬) 대표,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송호창 변호사였다. 당시 토론은 1부 ‘촛불과 인터넷문화’, 그리고 2부 ‘인터넷 참여민주주의 성지 될까’란 주제로 구성됐다. ‘100분 토론’ 측이 사전에 필자에게 집중적으로 질문한 부분은 2부 내용과 관련된 것이었다. 2부 토론에서 구체적인 인터넷 정책들을 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론은 시작부터 이상하게 진행됐다. 사회자 손석희씨는 본 주제였던 인터넷 여론과 아무 관계도 없는 정부의 수입 쇠고기 告示(고시) 발표에 대해 진성호 의원과 노회찬 대표에게 질의하겠다고 나섰다.

진성호 의원은 세 차례에 걸쳐 주제와 관계없는 질문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손석희씨는 “그건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질의를 했다. 진성호 의원은 정부를 대표해서 나온 것도 아니고, 노회찬 대표는 제1 야당 소속도 아니다. 대체 왜 인터넷 여론에 관해 토론하겠다며, 시작부터 쇠고기 고시 문제를 끌고 들어오냐는 것이다.

토론은 사실상 파행이었다. 노회찬 대표는 인터넷여론이나 정책 전문가가 아니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때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노회찬 대표는 끊임없이 조선일보 기사를 거론하며 비판했다. 주제를 벗어나도 손석희씨는 제지하지 않았다. 토론이 주제를 겉돌고, 마치 조선일보 비판을 위한 토론인 양 진행됐다.

심지어 시민논객의 질의를 통해 토론 주제와 아무 관계가 없는 “좌파 매체를 폐간시키겠다는 변희재씨는 언론인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이 나왔다. 시민논객의 질의는 팩트(사실) 자체도 틀렸다. 광고주 탄압을 조장하는 좌파매체에 대해 보수우파 진영도 얼마든지 광고주 불매운동을 하여 폐간시킬 수도 있으나, 그렇게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필자가 속해 있는 인터넷미디어협회의 성명서 내용이었다.

질문할 수 있는 시민논객을 지정하는 것도 ‘100분 토론’ 제작진이니, 이는 사실상 그들의 질문이었다. 또 진성호 의원이 이명박 선대위의 뉴미디어분과 간사 시절 했다는 ‘네이버 평정 발언’도 다시 꺼내, 토론은 말미로 갈수록 진성호 의원과 필자에 대한 개인 공격으로 변질됐다.

이쯤에서 필자는 왜 이번 토론회에 하필이면 진성호 의원과 필자를 동시에 섭외했는지 알게 됐다. ‘100분 토론’ 측은 진성호 의원을 가장 먼저 섭외한 후 필자를 섭외했다. 진성호 의원은 한나라당의 인터넷 정책을 대표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때까지 인터넷 정책을 발표한 바도 없다.

진성호 의원이나 필자가 이러한 ‘100분 토론’ 측의 계략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인터넷 정책분야는 워낙 전문적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무너졌다.

1부 토론에서 사회자 손석희씨는 조선일보 비판을 반복하는 노회찬 대표의 발언을 제지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끌었다. 정재욱 변호사가 “이제부터는 포털 관련 논의를 시작합시다”라고 발언하자 “주제를 넓히지 말라”며 말을 끊기도 했다. 결국 토론은 인터넷 정책을 논하는 2부가 사전 양해 없이 누락된 채 끝났다.

“오해가 더 커질 것 같아 해명하지 않겠다”

일반적으로 생방송 토론회에서 뒤의 주제가 누락될 때는 사회자가 “워낙 중요한 주제이니 더 길게 토론하겠습니다” 이런 양해의 말을 구하게 된다. 그러나 손석희씨는 단 한번도 이런 멘트를 한 바 없다. 더구나 토론 전반부는 조선일보 문제가 거론되면서 주제를 한참 벗어나고 있었다. 2부를 누락시킬 만큼 중요한 사안은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KBS ‘일요진단’과 국회방송도 같은 주제를 다루었다. 이들 프로그램은 60분이지만 무리 없이 인터넷 여론 문제와 정책을 모두 소화했다. 인터넷 정책을 다루는 2부가 누락됐다는 뜻은 필자가 섭외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된다. 1박 2일에 걸쳐 필자에게 ‘100분 토론’ 측이 사전 질의한 부분이 2부 토론 주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런데 그 2부 토론을 하지 않은 채 끝났다. 이런 식이었다면 인터넷 정책 전문가로 섭외된 필자가 왜 토론에 나갔는가. 단지 “당신은 언론인의 자격이 있습니까”라는 인신공격성 질문에 답하고자 나왔단 말인가.

2부가 누락되었으나 진성호 의원과 필자는 그나마 善防(선방)했다며 자위했다. 그러나 다음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오마이뉴스>, <데일리서프>, <뷰스앤뉴스> 등에서 진성호 의원과 필자가 ‘실신 KO패’를 당했다며 맹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오마이뉴스>의 경우는 필자가 시민논객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며 “‘100분 토론’ 시민논객, 변희재에 한판勝(승)”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한판敗(패)를 했든 한판승을 했든, 생산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지상파 토론 프로그램을 승패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언론의 정도에 걸맞냐는 질문은 <오마이뉴스>에 통하지 않았다. 시민논객의 질의에 분명히 답을 한 것은 팩트인데, 왜 답을 하지 못했다고 썼느냐 물어봐도 <오마이뉴스>의 기자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들은 토론 내용을 독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기자의 임무를 내던지고, ‘100분 토론’의 어용기자로서 여론 선동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100분 토론’과 홍보계약을 맺은 미디어 다음도 진성호 의원과 필자를 향해 “새로운 열사(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주제와 거리가 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 온라인상의 속어-편집자 주)가 탄생했다”는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미디어 다음의 인기검색에도 올랐다. ‘100분 토론’은 토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좌파 어용 인터넷 매체들과, 좌파 포털 미디어 다음이 뒤에서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사흘 뒤인 6월 29일 ‘100분 토론’의 임영경 작가에게 구성안 2부 누락을 포함한 일곱 가지 문제에 대해 답을 해줄 것을 요청하는 개인 메일을 보냈다. ‘100분 토론’ 측은 아무런 답변도 보내지 않았다. 결국 인터넷미디어협회의 전경웅 사무국장이 간신히 임영경 작가와 통화하여 답변을 촉구했더니 “해명을 하면 오해가 더 커질 것 같아 해명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인터넷미디어협회는 7월 9일 ‘100분 토론’ 제작진의 토론 조작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했다.

7월 29일 필자는 바른사회 시민회의가 주최한 인터넷 정책 토론에서 발제를 마친 뒤 패널들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 토론회에 참여한 K대의 J교수가 전화를 받았다. “MBC의 ‘100분 토론’ 제작진인데 인터넷정책에 대한 토론을 하니 패널로 참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한달 사이에 한나라당의 金映宣(김영선) 의원의 포털을 포함하는 신문법 개정안, 검색서비스 사업자법, 그리고 방통위의 개인정보보호대책, 공정위의 포털의 불공정 약관 개선 명령 등등 인터넷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100분 토론’도 이를 주제로 다룰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전문가 배제

필자는 인터넷미디어협회(약칭 인미협) 측에 “인터넷 정책에 대해서는 인터넷미디어협회가 직접 입법 청원도 하고, 거의 모든 정책에 참여했으니, 우리가 나가겠다”고 ‘100분 토론’ 측에 알리도록 했다. 바로 6월 26일 토론에서 ‘100분 토론’ 측이 누락시킨 2부 주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분 토론’ 측은 끝까지 인터넷미디어협회 측에 패널 참여 요청을 하지 않았다.

더구나 찬성 측 패널로 한나라당의 진성호 의원을 또 다시 섭외했다. 더 놀라운 것은 表蒼園(표창원) 경찰대 교수와 鄭景午(정경오) 변호사를 섭외한 것이었다. 이분들이 행정학과 정보통신상의 명예훼손 관련 전문가임은 분명하지만 인터넷 정책 분야와는 조금 다르다.

필자는 인터넷정책 관련 토론회에 70번 이상 나간 경험이 있지만 그 어떤 토론회에서도 이분들을 본 바 없다. 늘 인터넷미디어협회와 맞상대로 나오는 포털을 대변하는 인터넷기업협회 측에서는 한창민 사무국장이 섭외됐다. 필자는 한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이분들과 토론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 보았고, “기억에 없다”라는 답을 들었다.

인터넷정책에 관해서라면 인터넷미디어협회와 인터넷기업협회가 늘 대립하며 토론해 왔다. 적수이기는 하지만 워낙 오랫동안 토론회 등에서 자주 만나다 보니, 서로 예의를 지키며 생산적인 토론을 하게 된다. 실제로 KBS 라디오 ‘열린토론’에서 최근에만 두 차례에 걸쳐 두 협회가 토론했다. 경향신문 지면 토론도 함께 했다. 정책 실무를 논할 때 한쪽이 빠지면 사실상 토론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여기서 ‘100분 토론’ 측이 왜 인터넷정책을 다루는 2부를 누락시켰는지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다. 6월 26일의 토론은, 절반은 인터넷여론, 나머지 절반은 인터넷정책으로 구성됐다. 인터넷정책 분야는 인터넷기업협회가 나오지 않으면 인터넷미디어협회를 상대할 패널이 없다. 문제는 이 토론회의 절반이 인터넷여론을 다루니, 중립적인 기업가단체인 인터넷기업협회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한국사이버대 곽동수 교수가 나왔지만, 곽 교수는 인터넷비즈니스 전문가이지, 정책 전문가가 아니다. 실제로 필자는 나중에 경인TV 토론에서 곽 교수와 인터넷정책에 대해 1 대 1로 토론한 바 있다. 곽 교수와 구체적인 정책을 논하기에는 분야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만약 ‘100분 토론’에서 2부 순서를 그대로 진행했다면 예정된 결론인 “이명박 정부가 인터넷을 통제한다”로 가지 못하고 오히려 “이명박 정부는 인터넷에 정당한 법치주의를 구현하고 있고, 포털 권력을 양산한 盧武鉉(노무현) 정권이야말로 인터넷 통제의 主犯(주범)”이라는 점이 입증됐을 것이다. ‘100분 토론’ 측은 한 시간 이상 사전 질의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이 나올 수 없을 것을 예상하고 기습적으로 2부를 누락시킨 것이 아닐까.

역시 이 때문에 7월 31일의 정책 전문 토론에서는 인터넷미디어협회를 빼고 인터넷기업협회만 출연시킨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찬성 측 패널로 최소한 ‘시민을 위한 변호사’들의 이헌 변호사 정도를 섭외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이헌 변호사는 최근 가장 활발히 인터넷정책 논의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찬성 측 논리를 정확히 대변할 수 있는 패널을 제외하고, 분야가 다른 전문가를 섭외했기 때문에 시작부터 토론의 균형이 무너졌다. 실제 포털을 운영하면서 실무적 문제를 근거로 드는 인터넷기업협회의 한창민 국장의 논리를 반박할 패널이 없었다. 전문가를 따돌리고 非(비)전문가를 내세워 ‘100분 토론’ 측은 또 다시 승리했다.

“구시대의 낡은 사회자 손석희”

‘100분토론’ 진행자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100분 토론’의 편파성을 이야기할 때 손석희씨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손석희씨는 방송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인 인물로 젊은층의 광범위한 인기를 얻고 있다. 손석희씨는 정부 관계자나 정치인들이 패널로 나왔을 때, 독침 같은 멘트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주는 데 능숙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참여했던 토론에서도 손석희씨는 능숙한 기술을 발휘했다. 광고주 불매운동과 관련하여 필자는 “유일하게 언론계에서 나왔으니, 한마디만 하겠습니다”라며 발언권을 청하자, 손석희씨는 “언론계를 대표하시지는 않지요”라고 말했다. 필자는 언론계를 대표해서 나온 것도 아니고, 언론계를 대표한다고 발언한 바도 없다. 단지 광고주 불매운동이 언론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패널의 입장에서 발언하겠다는 뜻이었다. 필자가 “광고주 불매운동은 장기적으로 광고주의 영향력을 극대화하여 모든 언론이 피해 보게 된다”는 주장을 하자, 이번에는 “변희재씨 개인의 걱정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토론 사회자는 패널의 말을 시청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손석희씨는 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상습적으로 보수 측 패널의 발언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7월 31일자 인터넷 정책 관련 토론회 때 손석희씨는 저작권법, 정보통신망법 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 정상적인 사회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그는 사회자로서 전문성을 키우는 대신, 말초적 쾌감만을 주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필자가 KBS 라디오 ‘열린토론’에 참여했을 때, 사회자 정관용씨는 사전에 “인터넷정책 토론을 해 보면 공허하게 규제냐 자율이냐, 이런 논쟁만 하다 끝나니 구체적인 정책을 논하자”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실제로 정관용씨는 집요할 정도로 개별정책에 대해 따져 물었다. 전문실력이 없는 패널이었다면 입도 열지 못할 수준이었다.

‘100분 토론’이 배출한 패널 스타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386세대 논객 진중권씨를 꼽는다. 노회찬 대표야 정치인이니 모든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들이 ‘100분 토론’의 스타로 성장한 데에는 전문성 없이 말장난을 유도하는 손석희씨 진행방식의 덕을 본 것이 아닐까. 전문성을 중시하는 정관용씨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인신공격을 일삼는 진중권씨는 패널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손석희씨는 현재 MBC 소속이 아니라 성신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6월 26일자 ‘100분 토론’은 2부 순서를 누락시켰다. MBC 직원들이 이런 계획을 짰다 해도, 교수 신분인 손석희씨는 최소한 사전에, 아니면 토론 도중에라도 패널들에게 알렸어야 한다. 그러나 손석희씨는 1부 순서의 시간을 끌며 2부 누락을 주도했다. 만약 방송통신심의위에서 ‘100분 토론’의 왜곡과 조작에 대해 징계를 내린다면, 손석희씨도 개인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보수중도 인사들, ‘100분 토론’에 참여하지 말아야

보수 진영은 MBC ‘PD수첩’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있다. 미친 소 괴담이 ‘PD수첩’을 통해 유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PD수첩’ 하나만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100분 토론’이 ‘PD수첩’의 이슈를 이어받아 연속적으로 광우병, 촛불시위 등을 주제로 잡았다. 그리고 미친 소 괴담을 확산시킨 좌파 포털 미디어 다음과 홍보계약을 맺어 보수 측 패널을 공격하는 데 이용했다.

‘PD수첩’은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그러나 ‘100분 토론’은 공정하게 양측 의견을 전달한다는 토론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조작과 왜곡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토론 프로그램은 패널 선정, 사회자의 진행방식, 사전질의, 시청자 질문 등 온갖 장치를 통해 왜곡되기 십상이다.

더구나 ‘100분 토론’ 측은 참여한 패널이 문제 제기를 해도 방송권력만 믿고 어떤 해명도 하지 않는다. 해명하지 않고 버티면서, 문제 제기를 한 측을 영원히 패널로 섭외하지 않으면 왜곡과 조작을 공개하기도 쉽지 않다. 지상파 방송사가 세 개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수 측 패널이 ‘100분 토론’의 편파성을 경험했어도 함부로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100분 토론’ 제작진이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결과에 따라 사과할 때까지 보수진영 인사들이 참여를 거부하는 것이다. 벌써 시민을 위한 변호사모임,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그리고 인터넷미디어협회는 공개적으로 참여거부를 선언했다. 또 보수단체들의 연합체인 (준)미디어선진화 국민연합도 ‘100분 토론’을 비롯한 MBC의 모든 취재를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MBC 주식의 70%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소유하고 있다. MBC는 국민의 재산인 지상파를 활용한다. 이런 ‘국민의 방송’이 정치색에 물든 몇몇 PD와 작가들에 의해 놀아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