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성공 인생] 작곡가 金熙甲·梁仁子 부부 : 월간조선

대중음악계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金熙甲(김희갑ㆍ73)·梁仁子(양인자ㆍ64) 부부는 늘 붙어 다닌다는 것을. 마치 ‘닭살 커플’ 같은 금실로 주변의 눈총(?)을 받는다는 것도. 부부끼리 서로를 ‘꿀물’로 호칭한다니 가히 ‘잉꼬 부부’임을 알겠다. 가수 조영남의 모토는 ‘웃다가 죽자가 아니라, 죽어서도 웃자!’라는 거다. 그럼 이 부부의 모토는 ‘사랑하다 죽자가 아니라, 죽어서도 사랑하자!’일까.

세상에서 가르기 어려운 것은 물만이 아니다. 夫婦愛(부부애)라는 것도 부부 당사자들의 반죽 실력에 따라 가르기 어려운 盤石(반석)이 된다. 더구나 김희갑 양인자 부부는 동업자다. 유명 연예인을 일컬어 걸핏하면 ‘국민’자를 앞에 붙여 ‘국민가수’니 ‘국민배우’라 호명하는 과장법이 난무하는 게 대중문화계다. 이 부부의 이름 석 자 앞에도 가끔은 ‘국민’자가 붙는다. 김희갑을 국민작곡가로, 양인자를 국민작사가로 부르고 싶어하는 이들의 머릿속에는 그들을 향한 敬意(경의)가 박혀 있다.

“떨어져 있으면 불편해”

이들 부부가 사는 곳은 경기도 용인시 동백지구에 있는 한 아파트의 7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 입구에 이르자 자전거 두 대가 보인다. 실내는 널찍하고 깔끔하다. 현관을 들어서자 보이는 너른 방은 김희갑의 작업실이다. 갖가지 오디오 장비와 기타가 보인다. 老(노) 작곡가는 이 방에서 곡을 쓰거나 기타를 퉁길 것이다. 양인자가 “거실에서 얘기할까요?” 하는데, 남편이 “주방 식탁이 더 좋겠다”며 거기로 데려간다. 식탁 위엔 찐 고구마가 접시에 담겨 있다. 창으론 나지막한 뒷산의 녹색이 들이친다.

73세의 高齡(고령)이지만 김희갑의 외양은 젊고 강건하다. 긴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 선이 굵은 마스크. 당장 기타를 들고 무대에 뛰어올라도 어울릴 모습이다. 그는 거의 한평생 기타와 더불어 살아왔다.

그의 표정은 덤덤하다. 차라리 둔감해 보인다. 하지만 음악적 영감을 건져 올리는 데 쓰일 예리한 감성이 왜 없으랴. 그것은 아마도 그의 내부 깊은 어딘가에 잠복한 채 얼굴의 인상 같은 것으로 드러나길 거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양인자가 차를 내온 후 맞은 편에 앉는다. 맵시 있게 차려 입은 소탈한 평상복. 사색과 空想(공상)이 엿보이는 눈빛은 때로는 민첩하고 때로는 해이해진다. 일찍부터 글이라는 걸 써온 文士(문사)다운 신중함과 민감함이 여실한 인상이다. 60을 한참 넘긴 老年(노년)이지만 아직 고운 태가 분명하니 젊은 날의 그녀는 더욱 수려했을 게다. 그나저나 이 부부는 왜 그렇게 늘 붙어 다니는 것일까.

2년에 한 번씩 이사

―이 집에 사신 건 언제부터였나요.

양 : “1년 전에 여기로 이사했어요. 아직도 정 들이는 시기죠. 그런데 우리 부부가 말이죠, 이사를 아주 자주하며 살았는데요, 2년마다 한번씩 이사를 했어요.”

―왜 그렇게 자주 이사를 하셨죠?

양 : “한 집에 오래 살다 보면 재미가 없거든요. 늘 같은 풍경, 같은 행동반경, 같은 사람들, 이런 게 사람을 굳게 만들잖아요. 이사로 변화를 꾀하는 거죠.”

―그럼 두 분은 매사 그렇게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성격인가요?

양 : “아녜요. 오히려 그렇지 못해서 이사로 내면의 바람을 일으키는 거죠. 이사가 저는 참 재밌더라고요. 이사 몇 달 전부터 짐 싸고 그러는 게 신나거든요.”

―두 분 모두 재혼이었는데. 어떤 연분으로 부부를 이루셨나요.

양 : “1985년에 저는 한창 방송작가로 활동 중이었던 터라 유명 작곡가인 김 선생을 이런저런 자리에서 가볍게 마주치곤 했어요. 제가 쓴 드라마의 음악을 맡으시기도 했고요. 어느 날 김 선생님이 만나자는 전화를 하셨어요. 가요 가사를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면서요. 그래서 MBC 안에 있는 <난다랑>이라는 찻집에서 만났는데, 제가 준비해 온 가사 원고를 건네자 주욱 읽어보시더니 ‘열심히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더라고요. 그때 제가 쇼크를 받았어요. ‘세상에 이토록 겸손한 大家(대가)도 다 있구나’ 하고 말이죠. 그것으로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죠.”

―김 선생께선 그때 그 전화가 순전히 작품에 동참을 바라서였나요. 혹시 연애나 결혼 상대로 이미 점 찍은 뒤의 의도된 접근 같은 건 아니었나요.

김 : “작품 욕심이 더 컸죠. 제가 그 즈음 별명이 하나 있었습니다. 뭐냐면 ‘주제가’였어요. 방송극 주제가를 하도 많이 작곡해서 그런 게 붙었는데, 뭔가 새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었죠. 그런데 양 선생의 드라마에 참여하며 보니 가사가 참 신선하더군요. 제가 찾던 ‘새로움’이라는 게 있었거든요. 아, 이 여자라면 똑 부러지는 가사를 쓰겠다, 하는 판단을 하고 전화를 했던 겁니다.”

“김 선생님과의 결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2년 정도 교제를 하신 것 같은데 결혼 제안은 누가 먼저 하셨나요.

김 : “당시 제가 이혼 뒤 혼자 지내던 시절이었는데, 양 선생 집을 가보니 애들이 둘 있더군요. 애들 아빠는 없고 말이죠. 둘 다 이혼 뒤의 어려움이 있던 때였죠. 그래 애들에게 없는 아빠 대신 뭔가 좀 노릇도 해주고 하다 보니 결혼은 자연스러운 순서가 되었어요. 그러다 부랴부랴 결혼식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생기지 않았겠어요? 당시 <주간 중앙> 서병후 기자가 둘이 뜨거운 사이라고 大書特筆(대서특필)을 해버리고 말았거든요. 그러니 어쩝니까. 서로 바쁜 탓에 결혼식은 생각도 못하고 어울려 다녔는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 거잖아요. 황급히 결혼식을 치렀죠.”

양 : “우리가 서로 얼마나 바빴는가 하면요, 결혼식 전날 밤까지 일을 할 정도였어요.”

―김 선생께서 본 양인자 선생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김 : “일단은 글이 좋아서 매료됐고 또, 정신 없이 바쁘게 최선을 다해 사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물론 아름답기도 했죠.”

―양 선생께서 김희갑 선생의 매력은?

양 : “남자답다는 거였어요. 아 이 사람이 나를 지켜줄 수 있겠구나, 보호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 뒤 그 예측이 딱 맞았어요. 김 선생님과의 결혼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같아요.”

김희갑 양인자 두 사람은 소싯적부터 재능을 선보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희갑은 평양에서, 양인자는 나진에서 태어났다. 김희갑은 이미 고3 시절에 ‘김희갑 악단’이란 밴드를 구성해 이름을 날렸다. 양인자는 고1 때 <돌아온 미소>라는 장편 소설을 출간해 ‘한국의 사강’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아버지 영향으로 음악에 눈 떠

김희갑은 평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할아버지는 한의사, 아버지는 양의사였다. 그의 음악적 재능의 싹눈을 틔워주고 특별한 영향을 준 인물은 부친 金昌業(김창업)이다.

―김 선생의 부친께선 의사였지만, 연주 활동을 즐긴 분이셨다고 들었습니다.

김 : “의사가 된 것에 불만이 많은 분이셨죠. 병원에 온 환자들을 다른 의사에게 맡기고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어 사랑방에서 연주하고 노는 걸 즐기셨어요. 의사라는 직업을 속이고 전속악단에 들어가 연주하고 그랬거든요. 클라리넷, 색소폰, 아코디언 같은 악기에 능하셨죠.”

―6ㆍ25가 터진 뒤 대구로 남하해 피란살이를 하며 악기를 처음 접하셨다죠?

김 : “1ㆍ4 후퇴 때 아버지와 배낭을 둘러메고, 소달구지에 가재도구를 싣고 피란길에 올랐죠. 서울을 거쳐 대구에서 본격적인 피란살이를 시작했어요. 미군 야전병원 식당에서 돈을 벌었는데, 아버지는 접시를 닦았고, 저는 하우스보이를 했습니다. 그러다 어떤 친구 하나가 하모니카를 부는 걸 보지 않았겠어요? 야, 그게 어찌나 멋지던지. 그래 아버지에게 하모니카를 사달라고 졸랐더니, 이왕이면 만돌린을 배우라고 만돌린을 사주시는 게 아니겠어요? 악보를 놓고 반 년 정도 열심히 했더니 어느 정도 마스터가 됐어요.”

―만돌린을 마스터한 뒤 기타로 바꾸셨나요?

김 : “어느 날 사돈네 팔촌뻘 되는 김영순이라는 분이 우리 집을 오셨어요. <연안부두>라는 노래를 부른 김브라더스 형제의 아버지 되시는 분인데, 이 분이 기타를 가져와서 아버지랑 연주하며 노시더라고요. 그 기타에 제가 완전히 반하지 않았겠어요? 그 길로 고물상에서 다 깨진 기타를 사다가 고치고 붙여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죠.”

―대구 대성고 3학년 재학 때 이미 <김희갑 악단>을 조직해서 연주활동을 하셨더군요.

김 : “새벽 네 시까지 날마다 연습벌레로 살았어요. 편곡 실력까지 붙더군요. 그러면서 차츰 소문이 나더니, 당시 대구에서 날리던 <서정식과 그의 악단>의 서정식 선생이 찾아와 저를 스카우트 했어요. 빡빡머리 고등학생 신분이라 미군 장교모자를 빼딱하게 눌러쓰고 클럽에서 6개월 정도 기타를 연주했습니다. <김희갑 악단>은 그 뒤에 만들었는데 대구에서 음악 제일 잘한다는 고등학생 둘과 현역 중사 하나를 포함한 4인조 밴드였어요. 이게 프로 데뷔나 마찬가지였어요. 주로 미군부대 댄스 홀에서 활동했죠.”

―어린 아들이 기타리스트로 커 가는 걸 지켜보셨을 부친의 응원도 많았겠군요.

김 : “웬걸요. 기타를 뺏어 내동댕이치고 난리가 났어요. 일단 의사가 된 뒤에 음악을 해도 늦지 않다는 말씀이셨어요.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代(대)를 이은 의사부터 되라’는 주문이셨는데, 제가 이렇게 말씀 드렸어요.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되는 건 자신이 없다, 대신에 음악으로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자신은 있다’. 이 얘기가 떨어지기 무섭게 기타가 날아갔죠.”

1963년, 김희갑은 기타를 들고 서울로 입성한다. 미 8군 최고의 쇼인 <락 쇼>(Rock Show)의 전속악단 멤버로 들어가 로큰롤과 컨트리, 팝, 재즈 등을 연주하며 명성을 쌓아갔다. 당시 <락 쇼>의 인기는 엄청났다. 가수 윤복희가 이 쇼를 통해 유명해졌다. 그 시절 9살짜리 윤복희가 노래하는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김 : “윤복희 걔는 뭔가 마력이 있었어요. 비록 아홉 살 꼬마였지만 쇼 무대에 서기만 하면 알 수 없는 마력을 뿜어냈어요. 몸매도 예뻤고 욕심이 어찌나 많았던지 기타도 배워서 연주를 했는데, 그 아이가 기타를 치면 나보다 오히려 갈채를 많이 받았어요. 미국인들이 아주 좋아했죠.”

40여 년간 3000여 곡 작곡

미8군 무대에서 기량을 인정받아 유명해진 김희갑은 일반 무대로 옮겼다. <김희갑과 그의 악단>을 만들어 여러 호텔의 나이트 클럽을 섭렵했다. 이후 그는 미국 유학파인 하프의 권위자 이교숙 선생을 만나 和聲學(화성학)을 비롯한 작곡과 편곡 공부를 했다. 그렇게 공부하기를 1년 반. 자타가 공인하는 그 시절 최고의 기타리스트 김희갑은 서서히 작곡가로 변신한다. 1960년대 후반이었다.

그는 음반 세션과 작ㆍ편곡에 나서 일취월장의 실력을 과시했다. 그가 작곡한 12곡의 노래가 실린 제1집 레코드는 <사랑아, 내 사랑아>라는 앨범. 가수 태원이 부른 타이틀곡 <사랑아, 내 사랑아>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레코드사 사장들이 앞다투어 그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김희갑이 연주가로 작곡가로 명성을 얻으면서 곡을 달라고 졸라대는 음반업자와 가수들이 줄을 섰다. 이날 이때까지 그는 악보를 만들어서 누구를 찾아가 본 일이 없다고 한다. 오직 주문을 받아 창작할 뿐이라는 것이다.

지난 40여 년 동안 김희갑이 만든 가요의 총 편수는 줄잡아 3000여 곡. 이 가운데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히트곡들이 있다. 트리퍼스의 <옛님>, 박건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임희숙의 <진정 난 몰랐네>, 양희은의 <하얀 목련>, 조용필의 <칼리만자로의 표범>, 이동원과 박인수가 부른 <향수>,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 김국환의 <타타타> 등등. 1990년대에 들어서는 뮤지컬에도 관심을 보여 1995년엔 <명성황후>의 작곡을 맡아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김희갑의 아내이자 음악적 동맹자인 양인자는 어떻게 살아왔나.

‘한국의 사강’이라 불린 소녀

일찍이 여고 시절에 ‘한국의 사강’이라는 별명으로 통했던 양인자. 그녀가 조숙한 문학소녀로 자랄 수 있었던 데에는 불우했던 가족사가 기여했던 것 같다. 양인자는 “어린 시절은 그저 적막했다”고 말한다.

“저는 북한 나진에서 태어나 6개월 만에 원래의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온 뒤, 이후 18년을 부산에서만 살았어요. 제가 아버지 死後(사후) 2개월 만에 遺腹子(유복자)로 태어났는데요, 바로 위에 오빠와 열다섯 살 차이가 났어요. 살림은 어려웠고, 가족들은 무서웠고, 대화도 없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적막했구나 하는 생각밖엔 없어요.”

―그래서 혼자만의 고독 같은 것에 빠져 책 읽고 글쓰기 좋아하는 소녀가 되었던 셈인가요?

“그 외엔 달리 할 일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학교에서는 명랑한 아이였어요. 제 특기가 책을 읽고 想像(상상)을 부풀려서 그걸 얘기하거나 글로 쓰는 것이었는데, 중학교 때엔 <나는 해방둥이였다>라는 글을 써서 반 아이들 사이에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어요.”

―부산이 벌컥 뒤집히며 팬 레터가 쏟아졌다는 <돌아온 미소>는 어떻게 쓰게 되었죠?

“중3 여름방학 때 ‘짧은 글’ 짓기 숙제가 있었는데, 쓰다 보니 원고지 700매 분량의 소설이 되더라고요. 학교에서 깜짝 놀랐죠. 이걸 보신 아동문학가 손동인 선생님의 주선으로 출간하게 됐어요. 15세 학생 작가가 탄생했다고 떠들썩했지만, 저는 정작 괴로워 죽는 줄 알았어요. 애당초 작가의 꿈 같은 게 제겐 없었어요. 집안 식구들과 원체 남처럼 살아서인지, 그저 아무도 모를 낙도에서 교사로 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덜커덕 책이 나오자 ‘한국의 사강’이니 뭐니 하며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하고 그랬잖아요. 뭐 할 말도 별로 없고, 그냥 거짓말만 한 것 같고, 참 괴로웠어요.”

―당시 출간한 그 소설책을 지금도 가지고 계시나요?

“어디에 박혀 있는지 어쩐지 잘 모르겠어요. 남들은 좋다고들 했지만 저는 부끄러워서 막상 책이 나온 뒤엔 쳐다보기도 싫었어요. 읽어보지도 않았죠.”

남편 김희갑 씨가 작곡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양인자 씨.

김수현과 함께 방송작가로 전업

양인자는 <돌아온 미소>를 ‘부끄러움의 書(서)’ 정도로 여기는 눈치다. 주변에선 왁자한 찬사를 하며 그녀를 작가로 몰아갔지만 본인에겐 나쁜 꿈을 꾼 것 같은 기억이었나 보다. 아무튼 <돌아온 미소>는 오랫동안 그녀의 꼬리표로 붙어 다녔으며, 그것으로 매번 속이 울렁거렸으며, 결국은 그것으로 본격적인 문학 수련에 입문하게 된다.

―서라벌 예대 문예창작학과에 수석으로 입학하셨다죠?

“입학생 모두가 나름대로 글 잘 쓴다고 자부하는 학생들이었죠. 한결같이 새파란 자존심에, 또 모두들 어쩌면 그렇게들 가난했는지…. 아무튼 다들 잘나서 제가 두드러지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양인자는 대학 졸업 뒤 잡지사 기자를 하다가 단편소설로 문단에 다시 등단했고, 방송작가로 전향했다. 드라마 쪽으로 방향을 바꾼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저는 뭐든 하다 하다 죽어도 안 되면 비로소 뒤돌아보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빨리 판단하더라고요. 방송작가 김수현 씨가 당시에 저랑 친했는데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소설에 명을 걸어 가지고서는 생활이 안 되겠다, 드라마를 해야겠다’, 그랬어요. 거기에 共感(공감)을 느껴 저도 방송작가로 나서게 되었어요.”

드라마로 돌려 처음 선보인 양인자의 데뷔 작품은 MBC TV의 시추에이션 드라마 <부부만세>다. 이후 <제3교실>, <혼자 사는 여자>, <여고동창생> 같은 작품을 썼으며, 1993년 <파리 공원의 아침>을 마지막으로 드라마와 결별하고 작사가로 전향했다. 그녀는 잘 나가는 드라마 작가였는데, 그걸 접었다. 왜 그랬을까.

“드라마를 쓴다는 건 가혹한 노동이에요. 시청률 경쟁에 치어 늘 긴장해야 하고, PD에게 듣기 싫은 소리 들어야 하고, 자존심 상하고, 정말 쓰기 싫어졌어요. 김 선생님과 결혼한 뒤 작사로 돌려 만족할 수 있었는데, 굳이 드라마를 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 속에 살게 해준 김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요.”

김희갑 음악에 깔린 憂愁

양인자가 작사한 노래의 편수는 총 300 편 정도.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김희갑의 곡에 붙은 노랫말들이다. <서울 서울 서울>, <립스틱 짙게 바르고>, <타타타>,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 겨울의 찻집> 같은 곡들이 그녀가 작사한 노래다.

창문 밖으로 비가 내린다. 실내에선 애완견 두 마리가 가끔 보채는 소리를 낸다. 나른한 평온감이 조용한 물살처럼 흐른다. 아파트 뒷산 숲에서 뻐꾸기 소리가 울려 창으로 스며든다. 음악 하는 부부에겐 저 새소리도 음악으로 들리거나 영감의 메신저일지 모른다. 이들의 귀는 늘 音響(음향)을 향해 열려 있을 게다.

김희갑에게 물어본다. “작곡을 하는 일은 즐거운가”, 라고. 아니란다. “작곡이 즐거운 게 아니라 즐겨 듣는 음악을 들을 때가 즐겁다”고 한다. “그럼 가장 즐겨 듣는 음악이 무엇이냐”고 묻자, “웨스 몽고메리와 다이아나 크롤을 즐긴다”는 답이 돌아온다. “들려 달라”고 청하자 웨스 몽고메리의 앨범을 오디오에 건다. 부드러운 기타 선율이 흐른다. 웨스는 전설적인 재즈 기타리스트. 김희갑은 왜 웨스를 좋아하나.

“웨스는 피크 대신 엄지손가락 하나만 가지고 기타를 연주합니다. 아주 새로워요. 엄지 하나로 깊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건데, 기교가 아니라 가슴에서 울려 나오는 연주라 할 수 있어요.”

―양인자 선생이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김 선생은 과연 언제나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고 실험하는 분인가요?

양 : “저는 음악보다는 사실 새소리를 더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김 선생님의 늘 새로운 주법, 새로운 작법으로 뭔가를 해보겠다는 그 내면적 욕구에 매우 즐거워요. 그 감정에 편승하고 싶기도 하고요.”

―3000여 곡에 이르는 김 선생의 작품들에 흐르는 공통적인 정서는 무엇일까요.

김 : “제 음악 속엔 항상 憂愁(우수)가 깔려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경쾌한 음악이라 하더라도 우수가 깃들어 있거든요.”

―양 선생 보시기에도 우수가 깔려 있나요?

양 : “맞아요. 즐거운 노랫말이 붙은 곡일지라도 듣고 있다 보면 슬퍼져요. 이게 참 모를 일이에요. 저 분의 일상을 보면 매사 즐겁고자 하는 쪽이지 슬픔 쪽의 감정으로 가는 건 아니거든요. 아마 태생이 이북이라는 것과 연관이 있지 않나 싶은데, 잘은 모르겠어요.”

김 : “이북에서 태어나 성장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러시아를 닮은 우수, 그게 아닐까 싶어요. 아무튼 제 음악의 지울 수 없는 장점이자 단점이죠.”

남편 김희갑 씨가 작곡한 노래를 연주하면 부인인 양 씨는 곡에 맞춰 즉흥적으로 가사를 만든다.

작곡과 작사, 어느 게 우선인가

―양 선생의 노랫말들엔 삶의 쓸쓸한 본질에 관한 통찰이랄까 하는 게 엿보이더군요. 표면적으로는 ‘사랑’을 얘기하는 것 같고 말이죠.

양 : “조용필이 부른 <큐>를 예로 들어볼게요. 이 노래엔 ‘너를 마지막으로 내 청춘은 끝났다’ 하는 구절이 나오죠. 사람들은 이걸 사랑 이야기라 보고 말죠. 그러나 아녜요. <큐>는 제 인생을 얘기한 가사거든요. 삼사십대, 내 삶의 황금기를 모두 드라마에 걸었는데 결국 박수는 적었어요. 짝사랑이었죠. <큐>는 이런 저의 인생 드라마를 얘기한 노래예요. 이처럼 ‘사랑’을 내세웠어도 그게 일의 얘기이자 삶의 얘기인 거죠.”

―좋은 노래란 어떤 거라 규정할 수 있을까요.

양 : “저는 노래를 들으면 가사부터 귀에 들려요. 멜로디가 아무리 뛰어나도 가사가 엉망이면 아닌 거죠. 가사에는 항상 起承轉結(기승전결)이 있어야 합니다. 얘기하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야 하니까요. 서태지가 <난 알아요>라는 곡을 가지고 데뷔할 때의 얘기 하나 할까요. 모 방송사에서 <난 알아요>를 놓고 심사를 하는 프로에 심사위원으로 제가 출연했었어요. 다른 심사위원들은 극찬을 하더군요. 저는 ‘가사가 전혀 새롭지 않다, 구태의연하다’고 평했어요. 막상 방송이 나갈 땐 비평 멘트가 다 잘려버렸는데, 여하튼 가사가 애매하면 그 노래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작곡과 작사 중에서 작사의 비중이 더 크다는 말씀인가요?

양 : “배가 중요하냐, 뱃사공이 중요하냐, 하는 문제인데, 뱃사공에 의해 배가 이리도 가고 저리도 가잖아요. 노래에서는 가사가 뱃사공일 거예요.”

―작곡가인 김 선생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김 : “작곡과 작사 둘 다 똑같은 비중으로 중요하다고 봅니다. 가사의 내용이 좋아야 생명력을 갖는 건 분명해요. 하지만 아무리 詩的(시적)인 가사라 하더라도 귓속에 팍팍 들어와 안기게 해주는 멜로디가 아니면 좋은 노래가 되기 어렵죠.”

―유능한 작곡가는 어떤 자질을 필요로 한다고 보십니까.

김 :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개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참 힘든 일이지만 남들과 닮은 곡을 써서는 성공하기 어려워요.”

―새로운 개척, 그런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죠?

김 :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합니다. 남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늘 주시하고 배워야 해요.”

―그렇게 하다 보면 독창력 대신 남을 모방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김 : “유명한 작곡가들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게 아니에요. 남의 영향을 받아서 자기 것으로 잘 녹여낸 사람들이지 않겠어요?”

양 : “저는 좀 다른 생각을 해요. 영화계의 정일성 감독이 40대 이후엔 남의 영화를 전혀 안 봤다고 하더군요. 은연중에 모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래요. 드라마를 쓸 때 저는 남들의 작품을 수시로 모니터링 했어요. 행여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과 비슷한 얘기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어서였죠.”

“노래 부를 가수 미리 상정하고 곡을 만들어”

김희갑 씨는 3000여 편의 곡을 만들었고, 양인자 씨는 300여 편의 노랫말을 작사했다.

―가수들 얘기를 좀 해볼까요. 두 분은 수많은 가수들에게 노래를 줬고 인기를 누리도록 기여했습니다. 두 분의 곡을 받는 건 흥행의 보증수표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도 있더군요. 그런 만큼 따르는 가수들도 많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만난 가수들 가운데 좋은 가수랄까, 인상에 남는 가수는 누구입니까.

김 : “저는 지금까지 작곡을 하면서 맞춤형 작품을 했어요. 무슨 얘기냐 하면, 노래 부를 가수를 미리 상정하고 곡을 만들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 가수는 완전히 무르익은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런데, 그 후 15년쯤 지나면 다들 망가지더라고요.”

―망가지는 이유가 뭐라 보시나요.

김 : “열정이 죽는 탓일 거예요. 여자 가수들의 경우 특히 결혼을 하고 나면 너무도 급변해요. 가장 갑갑한 것은 무명에서 유명으로 오르면 스케줄이 엄청나게 바빠지는데, 그걸 자제하지 못한 채 욕심을 부린다는 거죠. 결국은 돈에 대한 욕심이죠. 가수의 생명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꼴이에요. 매니지먼트가 제대로 되어야 합니다.”

―김추자나 윤시내 같은 가수들은 어떻습니까?

김 : “정말 혼신의 열을 다해 노래한 가수들이었죠. 그러나 혼자 자기 맘대로 하기 시작하면서 변했어요. 가수에겐 ‘들어주는 사람’, 즉 선생이 늘 필요합니다.”

양 :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가 정상에 올랐지만 항상 코치를 받잖아요. 가수에게도 그런 자세가 필요해요. 자기 편한 대로 하다 보면 결국은 망가질 가능성이 크니까.”

―그렇다면 좋은 가수가 별로 없다는 얘기가 되는 건가요?

김 : “장기간 자신을 잘 끌어가는 가수로 조용필을 꼽을 수 있어요. 확실히 노래를 잘하는 가수죠. 이동원도 점점 갈수록 무르익는 가수예요.”

양 : “이동원, 그 사람은 가사 파악능력도 아주 탁월해요. 가사를 쓴 나도 미처 파악 못한 것을 끄집어내기도 하죠. 자유인이랄까, 정신세계도 독특하고 완벽에 가까운 노래를 하는 가수라 생각해요.”

김 : “최근의 송대관도 참 좋아요. 예전엔 그다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가수였는데, 요즘 노래가 좋아지고 있거든. 어떤 작곡가가 역할을 해주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과거와 달라졌어요. 리듬감이 살아있고, 나이든 가수치고는 음정도 정확하죠. 나랑 일한 적은 없지만 인정해주고 싶은 가수예요.”

―요즘 두 분과 같이 작업하는 가수 중에 노래를 잘하는 이는 누군가요.

김 : “88올림픽 때 <손에 손 잡고>를 불렀던 코리아나의 리드 보컬 캐시리의 노래가 좋습니다. 그야말로 무르익은 노래죠.”

가수들과 개인적 친분 없어

―힙합이나 랩을 하는 젊은 가수들의 노래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양 : “가사조차 전달이 안 된다는 점에선 거의 쓰레기에 가깝다 봐요. 지나치게 멜로디와 리듬에만 의존하고 있잖아요.”

김 : “젊은 가수들에겐 그들만의 권리도 있다고 봅니다. 젊을 땐 젊음으로 추구하는 게 있으니까. 그건 내가 젊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들도 나이가 들면 지금의 음악을 하라고 해도 못하겠죠.”

―가까이 친하게 지내는 친구나 가수들은 누구입니까.

김 : “계속해서 만나거나, 안 보면 죽고 못 사는 친구가 없어요. 우리 직업이라는 게 원래 그래요.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거든요. 오직 나 홀로 창작할 뿐이죠.”

―많은 가수들이 존경하는 분인데 친한 가수 하나 없다는 게 참 의외입니다. 가끔씩 찾아와 인사를 하는 가수들도 없는 겁니까?

김 : “가수들이 우리를 찾아올 때엔 보통 필요에 의해서 오죠. 부탁이 있을 때만 나타나는 거예요. 이게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연예계의 풍토가 원래 그런 거니까. 그래도 2년 전엔 저의 음악인생 40년을 축하한다며 가수들이 나서서 ‘헌정음악회’를 열어주었는데, 고맙고 기뻤어요.”

양 : “제가 한때 몸담았던 文壇(문단)과는 너무나 풍조가 달라 놀랐어요. 명절 때가 돼도 어느 가수 하나 찾아오질 않더라고요. 그저 우연한 장소에서 마주치면 반가워하고 그럴 정도죠.”

김 : “가수들이 원래 그래요. 신곡을 갖고 같이 작업을 할 땐 6개월 정도 미우나 고우나 같이 지냅니다. 그러다 마침내 곡이 발표되는데, 히트 친 가수는 바빠서 못 오고, 히트 못 친 가수는 미안해서 못 오고, 이렇게 되는 거 아니겠어요? 우리는 이런 것에 너무도 익숙해져서 당연하게 여깁니다.”

김 : “그래도 미안해서 못 오는 것보다는 바빠서 못 오는 게 더 좋더라고요. 아무튼 가수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많지 않아요. 친해지기 전에 그들이 멀어지니까.”

연예가라는 화려한 이미지 속에 숨겨진 가볍고 무심한 그늘. 이 부부의 얘기는 그런 걸 알아차리게 한다. ‘상당히 삭막한 게 연예계로군’, 하는 생각을 하며 부부를 바라보는데 그들은 마냥 태연하다.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남자”

벌써 어둠이 찾아온다. “이러다 저녁 식사시간을 놓치겠는데요” 하며 양인자가 식당으로 가자고 한다. 야구모자를 눌러쓴 김희갑이 차를 몰아 인근 식당에 도착한다. 평소 두 부부가 잘 다니는 오리 요리 전문 음식점. AI 파동 탓으로 식당은 썰렁하다. 양인자가 “뭐, 우리는 아무 거나 잘 먹는 사람들이니깐” 하고 웃으며 자리를 잡는다. 김희갑은 백세주 한 병을 시켜 잔에 따른다.

―술은 많이 하시나요?

김 : “전에 위궤양을 앓으면서 술 담배 다 끊었다가 술은 다시 시작했어요. 외식을 할 때면 좀 마시는 편이죠.”

―술이 지나칠 경우 양 선생이 간섭하지는 않으시나요?

김 : “양 선생의 장점은 잔소리가 없다는 점이에요. 바가지가 없죠.”

양 : “바가지 긁을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나는 나대로 혼자 있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김 선생님은 낙천적인 성격인가요?

양 : “낙천적인 건 오히려 저예요. 터무니없이 낙천적이죠. 김 선생님은 굉장히 신중한 성격이세요. 일이 많다 보니 아주 부지런하죠.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거든요. 참 좋은 점이 많은 분입니다.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남자예요. 진정으로.”

김 : “저도 마찬가지 마음이죠. 끊임없이 잘 챙겨주는 여자가 필요한 게 남자 아니겠어요?”

양 : “김 선생의 인생이 참 순탄했어요. 이 나라에 몇 안 되는 좋은 運(운)을 갖고 태어난 분 같아요. 계속 승승장구해왔는데요, 딱히 김 선생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착한 前生(전생) 탓이 아니겠나 싶더군요.”

―그런 김 선생과 부부 연을 맺은 양 선생의 전생 성적표도 나쁜 게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양 : “아무튼 김 선생님을 만나기 전, 혼자 살며 제가 많은 유혹과 바람에 휩쓸리곤 했어요. 그런데 김 선생님을 만나면서 그 바람이 일시에 잦아들더라고요. 동시에 감정적 치열함이 사라지고, 밀고 당기는 팽팽한 긴장도 없어지면서 글도 안 써졌죠.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참 쓸쓸한 거예요. 딱히 부족할 것도, 쓸쓸할 것도 없지만 뭔가 중요한 가치들을 놓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고 있어요. 여간해서는 즐겁지가 않은 게 인생 같아요.”

―그렇다면 양 선생은 남은 生(생) 동안 무엇을 더 구하실 건가요.

양 : “24시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자족하는 삶이랄까, 더 이상 높은 곳을 오르고 싶진 않아요. 이게 점점 바보가 되는 건 아닐까도 싶지만, 그냥 그렇게 기꺼이 나를 놔두는 훈련을 하며 살고 싶어져요.”

―김 선생께선 餘生(여생) 동안 무엇을 더 이루고 싶으신지요.

김 : “사람은 일을 하고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한 것 아니겠어요? 뒤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작품에 전념해야겠죠.”

홀로 마시던 김희갑이 마지막 술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열정이 많았기에 이룬 것도, 얻은 것도 많은 김희갑 양인자 부부. 이제 생의 후반부에 이르러 한 사람은 짐을 내려놓고 싶어하고, 한 사람은 여전한 질주를 꿈꾼다. 여기서 부부 간 서로 다른 내면과 지향이 드러나지만, 결국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선 동일한 內心(내심)이리라. 이들이 향후 도달할 地平(지평)은 어디일까. 남편의 작곡과 아내의 작사가 어울려 만들어진 수많은 노래들 속에 그 단서가 있을까?●

사진 : 이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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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성공 인생] 작곡가 金熙甲·梁仁子 부부

“우리는 일을 하고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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