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總選 13일 밀착취재] 李在五·鄭東泳·孫鶴圭 몰락의 기록

『이재오가 박근혜 죽인대요. 문국현 찍을랍니다』(은평구의 60代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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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東泳·孫鶴圭는 청와대의 李明博에게 졌고, 李在五는 대운하가 아니라 朴槿惠에게 졌다』

金南成 月刊朝鮮 기자〈sulsul@chosun.com〉
金正友 月刊朝鮮 기자〈hgu@chosun.com〉
지난 4·9 총선 결과, 통합민주당 鄭東泳(정동영)·孫鶴圭(손학규) 두 정치인은 落馬(낙마)했다. 한나라당 李在五(이재오) 후보는 文國現(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에게 덜미를 잡혔다.
 
  13일간의 총선 취재 내내, 이 세 지역구에서는 한 차례도 1위와 2위의 지지율이 뒤바뀌지 않았다. 한나라당 후보가 이긴 「동작乙」과 「종로」에서는 상대 후보가 아무리 「견제론」을 부르짖어도, 유권자들은 「안정론」에 손을 들어 줬다.
 
  반면 한나라당 李在五 후보를 떨어뜨린 「은평乙」에서는, 지난 大選과 달리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에게 시종 냉담했다. 文國現 후보 측은 『文國現 후보의 대운하 저지 공약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文후보의 뒤에는, 한나라당 朴槿惠 前 대표의 그림자가 어려 있었다.
 
  은평乙·동작乙·종로, 이 세 곳의 선거 결과는 이렇게 요약된다.
 
  『鄭東泳과 孫鶴圭는 청와대에 있는 李明博 대통령에게 졌고, 李在五는 대운하가 아니라 朴槿惠에게 졌다』
 
  이 기사는 月刊朝鮮 기자 두 명이 총선 전 13일 동안, 서울 격전지 세 곳을 누비며 만난 후보들과 지역 주민들에 대한 기록이다.
 

 
  종로는 大選의 연장선
 
  [2008년 3월30일]
 
박진 후보와 나경원 후보가 서울 청계천광장에서 연합유세를 펼치고 있다.
  『3월12일 한나라당 공천을 받자마자, 여론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이때 12.5%포인트 차이로 제가 孫鶴圭 선배를 이기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 이후 계속 제가 10%포인트 정도 앞섭니다』
 
  오전 11시 종로구 중학동에 있는 선거 사무실에서 잠깐 만난 朴振(박진) 후보는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상대후보인 孫鶴圭 후보를 꼬박꼬박 「孫선배」라고 불렀다. 한나라당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유도 있지만, 두 사람은 「경기高-서울大-옥스퍼드大」 동창이다.
 
  朴振 후보는 『옥스퍼드大에서 같은 교수님 밑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했다. 당시 朴振 후보의 박사 논문 주제는 「朴正熙 시대의 외교정책」이었고, 孫鶴圭 후보는 「朴正熙 시대의 야당 정치」에 관해서 박사 논문을 썼다.
 
  ─선거 전에 孫鶴圭 후보와 한번 만나셨습니까.
 
  『아니에요. 孫선배가 종로에 오게 된 것이 미안했는지. 전화 한 번 안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아니 형님, 어떻게 종로에 오신 겁니까」라고 전화했어요. 孫선배가 「그래, 그래, 그냥 그렇게 됐어. 내가 전화할게」 하더니, 전화가 없었어요』
 
  통합민주당 대표인 孫鶴圭 후보는 지난 3월12일 오전 9시 종로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자 6시간 만인 오후 3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는 孫후보의 대항마로, 朴振 후보를 확정했다.
 
  朴振 후보는 종로에서 태어났다. 그의 先親(선친)은 종로구 명륜동에서 「명륜동 박내과」 병원을 운영했다. 朴후보는 2002년 16代 종로 보궐선거에서 처음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17代 총선에서는 당시 열린우리당 김홍신 후보와 血鬪(혈투) 끝에 588표 차로 당선됐다. 그는 『세 번 선거 가운데, 이번이 가장 巨物과 맞붙은 선거입니다』라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봐도 朴후보가 여유 있게 앞서 나가더군요.
 
  『孫선배의 지명도가 있어서 쉽지는 않을 겁니다만, 제 승리는 자신합니다. 종로 주민들은 보수적이라서, 낙하산 공천을 싫어합니다. 盧武鉉 대통령도 15代 때 종로에서 落選(낙선)했잖습니까』
 
  ─朴후보가 앞서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제가 여기 토박이라는 점을 유권자 분들이 인정해 준 것이라고 봅니다. 종로 유권자들은 「孫鶴圭 후보는 한나라당을 버린 배신자」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더군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大選 경선에 나왔던 분이 민주당 대표가 돼서 돌아온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비슷한 시각, 孫鶴圭 후보는 효자동의 통인시장 입구에서 유세를 했다. 효자동은 청와대 인근에 있는 동네다. 그는 거리 유세에 全力(전력)을 다했다. 거리유세 차량에서 그는 쉰 목소리로 유권자들을 향해 연설을 했다. 그의 앞에서 초록색 점퍼를 입은 통합민주당 관계자들이 박수를 쳤다.
 
  孫후보는 지나가는 유권자들이 그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면, 유세 차량에서 앞으로 상체를 내밀었다. 유권자들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비장해 보였다.
 
  『저 孫鶴圭를 살려 주십시오. 야당 대표를 살려서 야당을 살리고, 李明博 정부의 일방적 독선을 막게 해주십시오. 李明博 정부가 겉으로는 총선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철회한다며 연막전술을 펴고, 당대표는 당대표 안 할 수 있다고 말 했지만 이는 위장전술입니다. 李明博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우리가 막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孫鶴圭 후보는 연설 내내 「李明博 정부 견제론」을 설파했다. 孫후보의 연설 자리에는 「지역 이야기」가 낄 틈이 별로 없었다. 그에게 이번 총선은 大選의 연속이며, 통합민주당 경선의 연속인 듯했다.
 
  오후 5시30분 무렵 孫鶴圭 후보의 유세가 끝났다. 통인시장에서 만난 몇몇 주민들은 총선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한 아주머니는 『李明博 대통령이 옛날에 여기 청운동에 사무실이 있었다』며 『대통령이 바뀌었으니까, 잘 살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李明博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 찍어 주십시오』
 
  [2008년 3월31일]
 
손학규 후보가 서울 종로6가에서 운동원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통합민주당 당사 6층 회의실. 孫鶴圭 후보는 당의 제5차 중앙선대위 회의를 주재했다. 새벽에 종로에서 출근 인사를 하고 온 孫후보의 얼굴은 꺼칠해 있었다. 『피곤해 보인다』는 말에 孫후보는 『경기지사 시절부터,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별로 없다, 괜찮다』라고 했다.
 
  선대회의를 끝내고 이동하는 孫후보에게 종로 출마 이유를 물어봤다. 孫후보의 얘기다.
 
  『당 대표를 맡기로 마음을 먹은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기준을 당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뒀습니다. 출마 문제도 상당히 일찍부터 「비례대표·지역구 모두 안 나간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역 출마를 결심한 것은 국민들이 「대표주자들이 나가서 피를 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당선이 쉬운 곳이 많이 있지만 쉬운 곳이 아닌 종로에 출마하기로 했습니다』
 
  ─盧武鉉 대통령이 종로에서 떨어졌지만, 재기해서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이런 이유는 아닙니까.
 
  『지금 떨어지는 걸 생각할 수는 없죠. 종로는 전통적으로 선거 1번지고, 당선되기 그만큼 어려운 곳입니다. 「당 대표가 당을 위해 희생한다」는 의미라고 하면 될까요』
 
  종로는 지금까지 윤보선 대통령을 시작으로, 盧武鉉 대통령, 李明博 대통령 등 세 명의 대통령을 냈다. 제헌국회 때부터 유난히 많은 거물급 정치인들이 종로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역대 종로구 국회의원을 보자.
 
짧은 선거 기간, 후보들의 유세차량이 서로 마주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장면(제헌국회)-박순천(2대)-윤보선·김두한(3대)-윤보선(4, 5대)-유진오(7대)-장기영·정일형(9대)-민관식·정대철(10대)-이종찬(11, 12, 13, 14대)-이민우(12대)-李明博(15대: 선거법 위반으로 1998년 2월21일 사퇴)-盧武鉉(1998년 7월22일 재선거로 당선)>
 
  종로는 이 때문에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고 불린다. 종로 선거구는 어떤 곳일까. 종로선관위에서 종로 선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종로구 선관위 관계자와 나눈 얘기다.
 
  ─종로는 보수적이라는 이야기가 많더군요.
 
  『종로구에는 평창동, 가회동, 부암동, 구기동 등이 있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대개 중상류층 이상입니다. 또 종로에 오래 살아오셨죠. 명륜동·창신동 등에는 몇 代에 걸쳐 살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이분들의 성향이 대개 보수적이죠. 10代 국회부터 대부분 집권여당 측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했습니다』
 
  ─주민들의 지역별 분포는 어떻습니까.
 
  『호남 25%, 영남 20%, 충청 17% 순이에요. 영·호남이 거의 균형을 이뤘고, 충청도 표심이 캐스팅 보트를 가졌지요. 하지만 종로는 지역감정에 영향을 크게 받는 곳은 아닙니다』
 
  ─종로가 「정치 1번지」라는 자부심을 많이 가지고 있나요.
 
  『유명 정치인들이 많이 배출돼서 언론에서는 그렇게 얘기하지만, 주민들은 「정치 1번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은 잘 안 합니다. 하지만 代를 이어 종로에 살고 있어서 종로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많습니다』
 
 
  『李在五가 朴槿惠 죽인다. 文國現 찍을란다』
 
  [2008년 4월1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문국현 후보의 선거사무실.
  오후 2시 은평구 연신내역 사거리를 찾아갔다. 사거리에 있는 모 백화점 빌딩 외벽에 文國現 후보의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플래카드는 「경부운하 저지, 사람 중심 진짜 경제 文國現 」이라 적혀 있었다. 「경부운하」 한 글자마다 방점이 찍혀 있었다. 文國現 후보가 은평乙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내세운 목표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지난 大選 때, 창조한국당 大選 후보로 출마했던 文國現 후보는 지난 3월2일 서울 은평乙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곳은 李明博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경부대운하 추진의 행동대장격인 李在五 후보가 버티고 있는 곳이다.
 
  언론들은 文후보의 도전을 무모하다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고 했다. 하지만, 文후보는 지난 3월12일 선거 출마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후부터, 李在五 의원을 앞서 나가고 있다. 4월1일까지의 각종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3월14일 중앙일보: 文國現 32.6%-李在五 32.5%
  3월17일 조선일보·한국갤럽: 文國現43.6%-李在五 37.1%
  3월21일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KRC): 文國現 42.6%-李在五 37.5%>
 
  은평 주민들은 어떤 이유로 3選의 권력 실세인 李在五 의원을 버리고, 文후보를 지지하고 있을까. 지난 大選 때, 은평구는 李明博 대통령에게 과반에 가까운 49.8%의 표를 몰아 줬다. 大選이 불과 100일 지난 현재, 은평구 주민들의 표심은 왜 바뀌고 있을까.
 
  은평구에 있는 모 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金모씨에게 은평乙 주민들의 표심에 관해서 이야기를 들어 봤다. 그는 은평乙 지역에서 15년째 거주하고 있다.
 
  『은평구는 서울에서 가장 못사는 동네 가운데 한 곳입니다. 이 지역분들은 낙후된 은평지역이 발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지만, 한편으로 지역 발전이 내가 잘사는 것과 크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역이 발전해 봐야, 집 있는 사람과 他지역 사람들만 부자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은평구에 세입자가 많나요.
 
  『세입자가 많을 뿐 아니라, 집주인들도 가난합니다. 진관내외동, 불광동, 연신내, 대조동 등에 사시는 노인·저소득층에게는 재개발·재건축을 해봐야 돈이 없는데 새 집을 살 수 없습니다. 정 들었던 동네에서 쫓겨나기만 하죠. 그래서 李在五 의원이 「뉴타운, 뉴타운」 해도 대다수 주민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 겁니다』
 
  ─文후보가 善戰(선전)하고 있는 건 왜입니까.
 
  『李在五 의원이 朴槿惠 대표에게 「해코지」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노인분들은 정치 얘기나 복잡한 얘기는 몰라도, 朴槿惠 대표가 핍박받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노인분들을 만나보면 「李在五가 朴槿惠를 죽인다」고 욕을 하고 난리예요(웃음). 60代 이상 노인들뿐만 아니라, 40代에서 「李在五는 꼴 보기 싫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朴槿惠 대표와 관련된 얘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文國現 후보 측에서는 대운하 반대 공약이 먹히고 있다고 하던데.
 
  『(웃음)여기 살고 있는 분들이 대운하 얘기하는 건 잘 못 들었습니다. 방송에서 많이 나오니까, 전혀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선거에 대운하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동작乙은 大選 동조 현상 일어나』
 
  [2008년 4월2일]
 
  오전 6시30분 흑석동 중앙대병원 앞 버스정류장, 鄭夢準(정몽준) 후보의 출근길 유세가 시작됐다. 이곳은 강북 방향으로 향하는 버스 기점으로 많은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鄭후보의 조카며느리인 盧賢貞(노현정·29)씨가 남편 정대선(30)씨와 함께 유세를 돕고 있었다. 함께 우산을 쓴 부부는 鄭후보의 이름과 구호를 외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현재 판세에 대해 물으니, 『여론조사 발표로는 꽤 앞서가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꽤 앞서는데 너무 열심히 돕는 것 아니냐」고 되물으니, 남편 鄭씨가 대신 답했다.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게 선거죠. 계속 분발해야 합니다』
 
  오전 9시 鄭夢準 후보는 곧바로 동작동으로 향했다.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며 유세를 하기 위해서다.
 
  한 집 담벼락 너머 핀 꽃을 보며 『어제는 안 보였는데, 오늘은 벚꽃이 활짝 피었네요』라고 말했다. 바로 앞 쌀집을 방문해서는 『어제 목욕탕에서 뵈었던 분이죠?』 했다. 낯선 동네에 와서 선거를 하는 탓에, 주민들과의 親和力(친화력)을 염두에 둔 듯했다.
 
  지역사회복지관과 중소업체 등을 돌며 유세를 하던 중에 그는 안면이 있으면 꼭 확인을 했다.
 
  특히 재건축추진위원회에서 鄭후보를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뉴타운」이라는 공약을 두고 봤을 때, 아무래도 鄭夢準 후보 쪽이 나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전망이었다. 鄭夢準 후보는 이들을 만나며 많은 공약들을 약속했다.
 
  『논바닥에 신도시 건설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짓기는 쉽지만 성공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代案이 재개발과 재건축입니다. 여기 계신 주민 여러분들 모두 세금 내고, 병역의무 수행하셨잖아요. 의무를 다하신 분들이 자기 집 다시 짓겠다고 하면, 나라에서 지원은 못할망정 방해를 해선 안 되죠』
 
  동작동에 사는 朴모(52)씨는 『재건축이 걸려 있는 이곳은 특히 이번 선거에 관심이 많다』며 『관련인들은 대부분 鄭夢準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스타군단 앞세워
 
정몽준 후보가 가수 김흥국씨와 함께 동작동 골목길 유세를 하고 있다.
  오전 10시30분이 되자 가수 金興國(김흥국)씨가 도착했다. 그는 특유의 웃음을 앞세우며 구민들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鄭夢準 후보의 진영은 말 그대로 「스타군단」이다. 가수 金興國씨를 비롯해 배우 金永哲(김영철), 孫淑(손숙) 前 환경부 장관, 盧賢貞 前 아나운서, 프로농구 許栽(허재) 감독, 축구 국가대표 安貞桓(안정환) 선수 등 사람들의 관심을 충분히 모을 수 있는 스타들이 鄭후보를 따랐다.
 
  선거를 일주일 앞둔 이날, 「흑색선전물」 사건이 터져 「진흙탕 선거전」 양상을 보였다. 「鄭의원이 지역구를 옮겨 다니고, 鄭의원의 지역구였던 울산 동구 재정자립도가 낮다」는 내용의 유인물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鄭夢準 후보 측은 『유인물의 내용이 대부분 鄭東泳 후보 홈페이지에 게재된 황모 교수의 글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鄭東泳 후보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즉각 반박했다. 鄭夢準 후보의 이야기다.
 
  『몇몇 후보들이 궁지에 몰리니까 자꾸 이런 일들이 터지는 것 같아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민심을 생각하고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다른 쪽으로 몰아가니 참 아쉬워요』
 
  ─어제 방송된 한 TV 시사 프로그램에선 두 후보의 공약이 거의 비슷하다고 하는데요.
 
  『핵심 공약 중 하나가 뉴타운 아닙니까. 제가 강한 추진력을 보여 주니까 그 의미를 축소하기 위해 방해하는 거죠. 너무 편파적인 보도입니다』
 
  평일 오전이라 골목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그러자 鄭후보가 즉석 제안을 했다.
 
  『집에 들어가는 건 선거법 위반이라고 하니까, 창문을 열어 달라고 하는 건 어떨까요』
 
  그러자 곧바로 金興國씨가 걸쭉한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구민 여러분, 창문을 열어 주세요! 호랑나비가 왔어요! 으아!』
 
  鄭후보도 함께 따라서 『으아!』 한다. 평소 점잖은 그의 이미지와는 무척 다른 모습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저 즐겁게 이 생소한 광경을 지켜봤다.
 
  오전 11시, 경문고등학교에 도착한 鄭夢準 후보는 학생들과 함께 학교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300여 명의 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그들을 환영했다.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 줘야』
 
  鄭夢準 후보는 오전 6시부터 강행군을 하고 있지만, 표정은 여유롭고 부드러웠다. 그는 부잣집 도련님 특유의 밝은 인상으로, 유권자와 선거운동원들을 대했다. 특히 이날까지 鄭夢準 후보는 상대편인 鄭東泳 후보를 평균 20% 이상 리드하고 있었다.
 
  이날 朝鮮日報와 SBS의 여론조사 결과, 鄭夢準 58.7% 대 鄭東泳 27%였다. 지난 17대 大選에서 李明博 대통령은 동작구에서 50.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鄭東泳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는 25.5%를 얻었다.
 
  같은 날 MBC의 동작乙 총선 여론조사 결과, 鄭東泳 후보의 지지율은 大選 때와 거의 비슷한 25.9%였다.
 
  조선일보 洪永林(홍영림) 여론조사 전문기자는 동작乙의 판세에 대해서, 『서울의 일부 선거구를 제외하면, 大選 동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별다른 이변이 없으면, 지지율은 고착화될 수 있다』고 했다. 洪기자가 말한 예외 지역 가운데 한 곳이 李在五 의원이 고전하고 있는 은평乙 지역이다.
 
 
  『야당의 힘을 되찾겠다』
 
정몽준 후보의 MBC 여기자 성희론 논란이 보도된 4월3일 아침, 정동영 후보 부부가 김한길·최명길 부부와 함께 출근길 유세를 하고 있다.
  4월2일 오후 6시30분 흑석동으로 가보았다. 鄭夢準 후보가 출근길 유세를 했던 곳에서 鄭東泳 후보의 퇴근길 유세가 있을 예정이었다.
 
  鄭東泳 후보는 예정보다 3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오전에 벌어진 불법유인물 사태와 관련, 경찰서를 방문하느라 일정이 지연된 것이다. 鄭후보는 연설을 통해 이유를 밝혔다.
 
  『제가 직접 「공정한 수사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왔습니다. 저희는 끝까지 공정한 선거를 치를 것을 약속합니다』
 
  鄭東泳 후보의 한 측근은 『발견된 유인물이 넉 장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이건 오히려 다른 누군가의 의도가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고 했다.
 
  鄭東泳 후보는 연설을 통해 『내가 동작으로 온 이유』를 강조했다.
 
  『저는 제2의 정치인생을 이곳에서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야당의 소멸을 막고, 야당의 힘을 이곳 동작에서부터 되찾겠습니다!』
 
  鄭東泳 후보의 측근은 『호남 출신이 많은 곳이라서 왔다』, 『정면 대결을 피하려 했다』 등의 말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 인구조사를 보면 호남보다 충청이 더 많습니다. 쉬운 곳으로 가려면 관악이나 다른 지역을 택했겠죠. 이곳은 남부벨트의 최전선이자 최후의 보루입니다. 鄭東泳 후보는 자신을 희생한 거예요』
 
  흑석동에서 40년째 자영업을 해온 閔京奉(민경봉·69)씨는 『여론이 지역민심을 호도하고 있다』며 『일주일 뒤에는 반드시 역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 건너편 끝자락에서 가만히 현장을 지켜보던 成모(48)씨는 최근 몇 년째 중앙대병원 앞 삼거리에서 군고구마 장사를 해오고 있었다. 그는 선거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선거에서 누가 되든 저하고는 무관한 것 같아요. 다만, 제 관심은 언제 저 유세가 끝나고 제가 다시 저 자리에서 장사를 시작하느냐는 겁니다.
 
  두 후보 모두 뉴타운 공약 걸었죠? 그거 실현되면 저희 같은 서민들은 다 떠나야 합니다. 저와 비슷한 처지가 꽤 많은 걸로 아는데, 그 사람들은 뭘 믿고 저렇게 「뉴타운, 뉴타운」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成씨의 얘기는 은평구에서 만난 사회복지사 金모씨의 얘기와 비슷했다. 「뉴타운 공약」이 일반 서민들에게 얼마나 먹힐지 알 수 없었다. 李明博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추진하던 뉴타운을 이번 총선에서는 與野 할 것 없이 공약으로 내세웠다.
 
 
  『2005년 일본 총선을 흔들었던 전략공천이 한국에서 再現됐다』
 
  [2008년 4월3일]
 
  이날은 선거 6일 전이었다.
 
  오전 6시, 사당동에 위치한 한 목욕탕. 원래 鄭東泳 후보의 목욕탕 유세가 계획된 곳이었지만, 鄭후보는 나타나지 않았다. 탈의실에서 만난 선거캠프 홍보팀장은 『어제 12곳에 달하는 유세 일정으로 인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오전 7시로 예정된 출근길 유세가 한 시간 넘게 연기됐다. 오전 8시15분이 돼서야 鄭후보 부부와 김한길·崔明吉(최명길) 부부가 등장했다. 이날 아침은 마침 鄭夢準 후보의 MBC 여기자 성희롱 논란이 처음 보도된 날이었다. 鄭東泳 후보에게 이와 관련한 판세 변화를 질문했지만, 일단 그는 답변을 피했다.
 
  鄭東泳 후보 측의 한 관계자에게 「새벽 목욕탕 일정 취소와 출근길 유세 연기가 CBS의 성희롱 보도 때문인가」라 묻자 『완전히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출근길 유세장 주변에 모인 鄭東泳 지지자들의 분위기는 한껏 들떠 있었다. 한 지지자는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고착됐던 판세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는 하늘이 준 기회』라고 말했다.
 
  해외 언론들의 취재가 잇따랐다. 일본 「니혼테레비」의 이시카와 히데노부 기자는 『일본에서도 이번 한국 총선에 관심이 대단하다』며 일본이나 중국 등 주변국에 상당히 중요한 총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전략공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일본은 이를 「刺客(자객)공천」이라 부르는데, 2005년 고이즈미 前 총리가 우정국 민영화에 반대 표결한 의원들을 공천에서 제외시켜 화제가 됐다.
 
  이시카와 기자는 『2005년 일본 열도를 흔들었던 현상이 서울에서 똑같이 재현되는 느낌』이라며 『그중에서 전략공천으로 맞붙은 동작乙 지역이 가장 흥미롭다』고 했다.
 
  오전 9시에 유세를 마친 鄭후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1주일가량 남았는데, 지지도 차이가 꽤 나는 것 같습니다. 뒤집을 수 있겠습니까.
 
  『전국뿐 아니라 서울 유권자들의 정치의식 수준을 믿습니다. 바닥 민심에서부터 변화가 느껴집니다. 선거일에 보면, 예상을 뛰어넘을 것입니다』
 
  ─두 후보 모두 전략공천으로 이곳에 왔는데, 왜 동작을 선택했습니까.
 
  『강한 야당을 만들기 위해 왔습니다. 저는 동작이 전진기지가 될 것으로 믿지만, 상대방 후보는 저를 표적으로 두고 이곳에 왔습니다』
 
  ─이곳은 이군현 의원의 지역구입니다. 상대적으로 편한 곳을 골랐다는 말이 있는데요.
 
  『말이 안 됩니다. 저는 전주에서 연속 최다 득표로 당선됐던 사람입니다. 편한 곳을 찾았다면 전주로 갔겠죠. 소멸할지 모르는 당을 살리기 위해 제 몸을 던진 겁니다』
 
  鄭후보에게 「제대로 붙으려면 중구나 종로로 갔어야 하는데, 떠밀려서 온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닙니다, 그건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세요』라고 답했다.
 
  鄭東泳 후보의 선거 유세를 지켜보던 文모(55)씨는 『상대편인 鄭夢準 후보가 동작의 희망』이라며 강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동작동이 얼마나 낙후된 곳인 줄 아세요. 어디 가서 동작에서 왔다고 하면 「아줌마」라고 하고, 바로 길 건너 방배동에서 왔다고 하면 「사모님」이라고 해요. 그런데 鄭夢準 후보가 오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총선 최대 빅매치 현장, 은평乙
 
이재오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청바지 차림으로 골목길을 누볐다.
  4월3일 오후 4시, 은평구 노인복지회관을 찾은 李在五 후보는 고령의 유권자들을 만나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통령을 만든」 3選 李의원에게 「대운하 반대」를 외치며 文國現 후보가 도전장을 내민 은평乙은 이번 총선 최대 빅매치 현장으로 떠올랐다.
 
  李在五 후보는 청바지에 점퍼 차림이었다. 수행원은 2명밖에 없었다. 동작구의 유세 현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왜 그렇게 소수로 다니냐」고 물으니, 『우르르 몰고 다니면 사람들이 불편해한다』고 답했다.
 
  『지역구 주민들을 위해서입니다. 카메라가 붙고 수행원이 많으면 만나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해요. 그리고 제가 이 지역에 40년을 살았습니다. 바쁜 구의원, 시의원들 동원하는 것보다는, 우선 제가 그만큼 잘 아니까 이렇게 다니는 거죠』
 
  한나라당의 서울 3大 「난공불락」이었다는 은평구에서만 3選을 한 그는 갈현동 골목 구석구석을 돌며 지역 서민들과의 친분을 보여 주었다.
 
  『어머님, 자주 뵙네요. 아드님이 통 안 보이는데, 군대 갔나요?』
 
  『여러 군데 둘러보고 있는데, 여기가 장사 제일 잘 되는 것 같아요』
 
  수행원이 적어서인지 지역순방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선거운동이 너무 조용한 것 아닌가」라고 물으니, 『시끄러워야 할 땐 그렇게 하고, 동네 순방은 그저 조용히 진행해야 한다』며 빠른 발걸음을 옮겼다.
 
  ─여론조사 결과 상당히 뒤처지고 있는데 어떻게 예측하고 있습니까.
 
  『밖에선 李在五 죽이려는 사람이 많은데, 결국 투표는 우리 은평구민이 합니다. 여론조사결과를 종합해 보니 3~7%까지 좁혀졌어요. 바닥 민심은 지난 3월31일을 기점으로 역전했다고 봅니다』
 
  ─이길 수 있겠습니까.
 
  『반드시 이깁니다』
 
  李在五 후보는 특히 文國現 후보의 反대운하 공약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지역구 선거는 지역을 위한 공약을 홍보해야 하는데,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이슈화했다는 것이다.
 
  『은평구로 대운하가 지나갑니까. 지금 은평구에 필요한 것은 「대운하 반대」가 아니라, 지역개발입니다. 저는 그것을 가장 잘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與野 모두 내세운 뉴타운 공약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李모(40)씨는 『바닥 민심은 많이 깔려 있다』며 文후보의 우세를 점쳤다.
 
  『손님들과 자주 이야기를 합니다. 李在五 후보 쪽이 많기는 한데, 文國現 찍겠다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본인은 누구를 지지합니까.
 
  『저는 李在五 후보죠. 「지금까지 한 일이 뭐가 있냐」며 비난하는 분들이 있는데, 야당 하면서 이 정도 발전시켰잖아요. 이제 여당 실세로 당선되면 아무래도 힘이 더 실릴 것 아닙니까. 여론조사에서 밀리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워요』
 
  갈현동의 한 재개발사무실에서 만난 崔炳煥(최병환·52)씨는 『재개발은 李在五 후보가 훨씬 더 잘할 것』이라며 李후보를 지지했다.
 
  『지난 17代 총선에선 李후보가 약 2500표 차로 당선됐어요. 이번엔 더 큰 표차로 이길 것이라 확신합니다』
 
  李在五 후보는 은평乙에서 1996년 15代 총선부터 내리 3選을 하고 있다. 특히 17代 총선에서는 탄핵열풍에도 불구하고, 그는 5만3107표를 얻어, 열린당 송미화 후보(5만566표)에게 신승했다.
 
  崔炳煥씨와 다르게 선거 예측을 하는 사람을 은평乙에서 여러 명 만날 수 있었다. 은평구의회의 A구의원이 이 가운데 한 명이었다.
 
  ─지난 17代 총선에서 李의원이 탄핵바람에서 살아남은 비결이 있습니까.
 
  『朴槿惠 바람 덕분이었죠. 생각 안 나세요? 한나라당이 전멸할 뻔한 걸, 朴槿惠 前 대표가 전국을 돌며 살려냈잖아요. 지금이야 「親李-親朴」으로 나눠서 두 사람이 원수가 됐지만, 당시는 朴 前 대표가 은평乙에 세 번이나 왔어요.
 
  李在五 의원이 바닥 민심을 잘 닦아 놓은 덕이라고 하지만, 3選 하면서 그 정도 바닥 안 닦아 놓은 국회의원이 몇이나 되겠어요』
 
  ─이번에 李후보가 文후보에게 고전하는 것은 朴槿惠 前 대표와 사이가 틀어져서입니까.
 
  『지역 주민들은 「李在五가 朴槿惠한테 너무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지난 총선에서도 안 될 사람을 朴槿惠가 도와줬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쪽박을 깨냐는 거죠』
 
  언론사들은 지역구별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언론사들은 선거법상 선거 1주일 전까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다. 당시 동아일보와 MBC의 선거 여론조사 결과이다.
 
  <동작乙 정몽준 47.3%─鄭東泳 25.9%
  은평乙 文國現 49.9%─李在五 33.4%
  종로 朴振 39.5%─孫鶴圭 32.4%>
 
 
  목욕탕에서 유세 시작
 
  [2008년 4월4일]
 
  오전 6시30분, 鄭東泳 후보가 사당동의 한 목욕탕에 들어섰다. 탕 안엔 10여 명의 사람들이 목욕을 하고 있었다. 방송국 카메라까지 들어와 있었지만, 鄭후보는 여느 때처럼 옷을 모두 벗었다. 목욕탕에서 유세를 시작하는 이유를 묻자 『진솔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탕에 들어선 鄭후보는 「진솔한 대화」뿐 아니라 「진짜 목욕」을 하기 시작했다. 탕 속에서 어깨를 앞뒤로 돌리며 스트레칭을 하는가 하면, 머리를 감고 면도를 했다. 동네 목욕탕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동네 아저씨」의 모습이다. 「서민 이미지」, 동작乙에 출마한 두 鄭후보가 절대 놓칠 수 없는 전략이다.
 
  기자도 함께 옷을 벗고 탕 안에 들어갔다. 사람들과 인사를 마친 후 잠시 틈이 생겨 곧바로 질문을 했다.
 
  ─여러 사건들이 터졌지만 여론조사결과는 계속 뒤처져 있는데요.
 
  『그래도 계속 정진해야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이날 목욕탕을 찾은 金基鎬(김기호·57)씨는 鄭東泳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40년 동안 사당동에 살아온 그는 『鄭夢準 후보의 공약이 서민들에게 맞지 않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저는 건축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재개발도 좋고 뉴타운도 좋아요. 그런데 그거 되면 서민들은 다 나가야 해요』
 
  ─鄭東泳 후보도 뉴타운 공약을 비슷하게 내걸었는데요.
 
  『그게 좀 아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서민을 위해서는 더 열심히 일할 것 같습니다. 저는 무조건 鄭東泳입니다』
 
  목욕탕을 관리하고 있는 柳準烈(유준열·48)씨는 『적어도 이 목욕탕에선 70 대 30으로 鄭東泳 우세』라며 자신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말했다.
 
  『목욕탕에 오는 사람들과 종종 선거 이야기를 합니다. 서민들이 많이 오는 곳이어서 그런지 鄭東泳 후보를 뽑는다는 사람이 훨씬 많아요』
 
  목욕탕 일정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鄭후보에게 몇몇 기자들이 질문을 던졌다. 한 언론사의 기자가 전날 보도된 鄭夢準 후보의 성희롱 사건에 대해 물었지만, 鄭東泳 후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오전 7시50분, 총신대입구역 앞은 각 후보들의 형형색색 유세가 한창이었다. 13번 출구 앞은 鄭東泳 후보가, 14번 출구 앞은 鄭夢準 후보가 자리 잡았다. 노현정·정대선 부부가 함께했다.
 
  출구 앞에서 토스트 장사를 하는 河모(53)씨에게 주변 여론을 물어봤다. 그는 『아무래도 사당동 쪽엔 호남사람들이 많아서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한쪽은 정치 경험이 많고, 한쪽은 돈이 많고… 잘 모르겠습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한 시민은 『잘 모르는 게 아니라 그 말이 정답』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유세 후 두 후보가 잠시 마주쳤다. 鄭夢準 후보가 부인 김영명씨를 찾아 출구로 올라오다 유세를 진행하고 있던 鄭東泳 후보를 만난 것이다. 둘은 어색한 악수를 나눈 후 별다른 이야기 없이 헤어졌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박진 후보 측 임수택 선거기획실장.
  같은 날 종로, 朴振 후보의 발걸음이 더욱 부산해졌다. 이날 朴후보의 공식 선거 일정표에 나온 유세 일정만 13개였다. 하루 전날인 4월3일 일정이 단 6개였던 것에 비하면, 2배 가까이 늘었다. 朴振 후보 선거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 孫鶴圭 후보와 차이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3월 중순 15% 가까이 차이가 나던 양 후보의 지지율은 4월3일 마지막 여론 조사 결과 5~7%포인트 차로 좁혔다. 양 후보 모두 더욱 숨가쁘게 된 것이다.
 
  언제나 쫓는 자보다 쫓기는 자가 더욱 긴장하는 법. 朴후보는 새벽 5시30분, 종로구 숭인공원에서 에어로빅에 참여했고, 배드민턴장에서 인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후 10분 단위로 쪼개진 일정 때문에, 朴후보를 쫓아다니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다.
 
  朴振 후보의 사무실에서 벽안의 외국 여성이 취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외국에서 온 기자인가 싶어서, 영어로 인사했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안녕하세요』라며 한국말로 인사를 받았다. 그녀의 이름은 에비게일 빙크, 뉴질랜드 대사관의 정치담당 이등서기관이었다. 180cm 가까이 되는 큰 키의 에비게일 서기관은 한국 선거를 취재하고 있다고 했다.
 
뉴질랜드 대사관의 에비게일 서기관.
  ─한국 선거와 뉴질랜드 선거는 어떻게 다릅니까.
 
  『선거운동원들이 같은 색깔의 옷을 입고 춤을 춥니다. 재미있지만 이상합니다』
 
  ─뉴질랜드는 그렇지 않나요.
 
  『뉴질랜드에서는 자기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합니다』
 
  ─또 다른 점은 없습니까.
 
  『뉴질랜드는 선거기간이 3개월이 넘는데, 한국은 너무 짧은 것 같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선거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국은 뉴질랜드보다 그렇게 크지 않는데, 국회의원이 300명입니다. 뉴질랜드는 120명입니다』
 
 
  『文國現의 정치적인 감각이 鄭東泳·孫鶴圭보다 낫다』
 
  [2008년 4월5일]
 
길거리 유세를 하던 문국현 후보에게 한 시민이 배를 직접 깎아 건네주고 있다.
  오후 5시,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근처 길목에서 文國現 후보를 만났다. 文후보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선거운동에 여념이 없었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눈에 띄는 점은 「속도」였다. 후보들은 대부분 빠듯한 유세 일정으로 인해 빠른 속도로 거리를 다닌다. 하지만 文國現 후보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만나 인사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文후보에게 「속도가 너무 느린 것 아니냐」고 물으니 『한 명 한 명 정성을 다하기 위해서』라며 계속 사람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함께 있던 창조한국당의 金東奎(김동규) 대변인이 귀띔을 했다.
 
  『지금 여기서 연신내역 네거리까지 딱 1시간 걸릴 겁니다』
 
  네거리까지 거리는 불과 500여m. 그런데 文후보는 한 사람이라도 놓칠세라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심지어 한 시민이 2층 창문을 열고 『여기도 와달라』고 외치니 곧바로 계단을 올랐다.
 
  젊은 층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다. 인근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金智恩(김지은·15)양은 『아저씨가 제일 좋아요! 집에 가서 꼭 찍으라고 할게요』라며 「부모님 표」를 약속했고, 몇몇 대학생들은 후보를 둘러싸고 환호하며 사진을 찍었다.
 
  불광동에 사는 배모(69) 할아버지는 『李在五 미워서라도 文國現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은평은 이미 판세가 기울었어요. 文國現이 반드시 승리합니다. 동네 할아버지도 文國現이 찍고, 정당은 朴槿惠 찍기로 했어요. 朴槿惠가 한나라당한테 은인인데, 그걸 몰라 보나. 그런 자들이 어떻게 정치를 해』
 
  文후보에게 직접 판세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날 동아일보와 MBC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文國現 후보가 李在五 후보를 16.5%포인트 앞서고 있었다.
 
  「CEO 출신」인 文후보 역시 서민의 이미지를 내세우기는 마찬가지다. 文후보의 부인 朴秀愛(박수애)씨는 남편의 셔츠를 가리키며 『20년 넘은 옷』이라고 강조했다.
 
  불광동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 崔모(54)씨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文후보의 신뢰도와 정직성을 높게 사고 있었다. 李在五 의원은 지역 기반과 3選 경험을 무기로 선전했지만, 여론조사에 근거한 민심은 文후보에게 쏠려 있었다.
 
  文후보는 지지율이 앞서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은평구를 잘 아는 것보다, 서민들의 마음을 잘 읽은 것 같다』고 답했다.
 
  ─출마 전 미리 서울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해 가장 승률이 높은 곳으로 왔다는 말이 있던데요.
 
  『근거 없는 말입니다. 당선이 편한 곳으로 가려면 제 고향이나 유한킴벌리 본사가 있는 곳으로 갔겠죠.
 
  저는 대운하 국민 심판을 위해 어려운 길을 택했습니다』
 
  측근들은 오히려 종로 출마를 권했다고 한다. 현 정권의 실세가 있는 곳이니만큼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文후보가 「정치가의 양심」을 이유로 직접 은평구 출마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몇몇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지난 2월부터 文國現 후보가 몇몇 여론조사 업체에 여론조사를 맡겼습니다. 文후보는 서울 全지역에서 해당 지역의 한나라당 예상 후보와 가상대결을 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몇몇 후보를 앞지르는 것으로 나왔어요. 이 가운데, 李在五 의원과 가장 해볼 만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거죠』
 
  ─文후보는 『여론조사를 했다면, 고향이나 유한킴벌리 본사로 갔을 것』이라고 하던데요.
 
  『그곳에 가서 국회의원이 된다고 한들, 정치적으로 얼마나 파괴력이 있겠습니까. 李在五 의원 정도와 붙어서 이겨야, 大選 이후 지리멸렬하다시피 한 창조한국당을 살리죠. 자신의 정치적인 목표를 위해서 치밀하게 준비한 겁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文후보가 소매 상품을 팔던 기업의 CEO라서, 여론조사의 결과를 신뢰하기 때문에 이런 도박이 가능했다』고 했다. 이들은 『鄭東泳, 孫鶴圭씨 등 정치 선배들보다 文후보의 정치 감각이 오히려 낫다』고 평가했다.
 
 
  『在五형과 朴대표는 곧 화해』
 
  [2008년 4월6일]
 
2006년 2월, 생일을 맞은 박근혜 前 대표에게 꽃다발을 주는 이재오 의원.
  오후 5시, 같은 장소인 연신내역 네 거리에서 李在五 후보의 유세가 벌어졌다. 남은 선거운동 일정은 단 3일. 여전히 답보상태인 지지율에 위기를 느꼈는지, 姜在涉(강재섭) 대표와 洪準杓 (홍준표)·金愛實(김애실) 의원이 지원유세를 왔다. 국민행동본부의 徐貞甲(서정갑) 본부장과 연예인 崔周鳳(최주봉)·梁金錫(양금석)씨가 참석했다.
 
  姜在涉 대표는 『李在五는 23평 집 한 채, 허름한 자동차 한 대, 사무실 임대료 밖에 없는 깨끗한 정치인』이라며 『대운하가 북한산 밑으로 흐르냐, 대운하 얘기만 할 거면 낙동강으로 가라』며 상대 후보를 견제했다.
 
  洪準杓 의원은 李在五 의원을 「형」이라고 부르며 그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는 연설을 했다.
 
  『재오형이 오만하다는 소문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朴槿惠 대표와의 관계도 자꾸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총선 끝나면 함께 만나서 잘 해결될 겁니다』
 
  특히 『대운하는 은평구 지역 선거의 본질이 아니라 핑계에 불과하다』며 선거의 본질은 지역발전에 있다고 강조했다.
 
  『재오형은 대운하에 대해서 잘 몰라요. 운하는 내가 책임집니다』
 
  연설을 마친 이들은 큰절을 하며 지지를 호소했고, 유세장에 참석한 주민들은 『李在五』와 『朴槿惠』를 연달아 외치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한 대학에서 강의 중인 牟貴錫(모귀석·54)씨는 『李在五 후보를 만나기 위해 여의도에서 왔다』면서 『지역구는 다르지만, 그의 순수하고 청렴한 모습에 오랫동안 지지해 왔다』고 말했다.
 
 
  『민심을 쉽게 도둑 맞지 않을 것』
 
  [2008년 4월7일]
 
4월8일 밤 11시50분, 선거운동 종료를 10분 앞두고 막판 유세를 펼치던 정동영 후보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오전 11시, 서울 흑석동 명수대아파트 주차장을 찾았다. 鄭東泳 후보의 유세가 한창이었다. 선거운동 기간이 이틀밖에 남지 않아서인지, 일정을 1시간 정도 앞당겨 진행하고 있었다. 최대한 많은 곳을 방문하겠다는 목적이다.
 
  『신문과 방송에서 내놓은 여론조사는 표본추출 자체가 왜곡된 엉터리 조사결과입니다. 조사가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이곳의 주인인 여러분이 결정하는 겁니다』
 
  짧은 연설을 마치고 차에 오르는 그에게 막판 판세를 물었다. 그는 『바닥 민심이 좋아지고 있어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여러분이 내민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서고 싶다. 감동의 드라마가 나오길 기대한다』라고 호소했다.
 
  저녁 7시, 다시 은평구를 찾았다. 불광역 네거리에서 文國現 후보의 막판 유세가 한창이었다. 그는 『국민의 민심을 그렇게 쉽게 도둑 맞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李在五 후보가 격차를 꽤 줄였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세력과 조직을 동원해 뛰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마음을 사지 않고 표를 살 수는 없어요』
 
  李明博 대통령의 은평 뉴타운 방문에 대해서는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3일엔 은평구청장이 갑자기 나타나 유세를 방해하더니, 이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李후보를 돕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 李在五 후보는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대중적인 인기는 여전히 그가 앞선 듯 했다. 퇴근길에 그를 만난 대부분의 주민들은 모두 반갑게 인사했고, 학생들은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서로 경쟁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한 50代 여성은 『아까 오른손으로 악수했으니 이번엔 다른 손으로 하자』며 왼손을 내민다.
 
  역촌동에서 35년을 살아온 李愛子(이애자·55)씨는 『지역방송에서 하는 토론회를 보니 文國現 후보가 말을 제일 잘하더라』며 文후보를 지지했다.
 
  李在五 후보에 대해서는 『산토끼만 잡다가 집토끼를 놓친 격』이라며, 지역구 활동이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李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몇몇 주민들이 모여 기자를 둘러싸며 이번 선거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35년간 대조동에 살아온 李京然(이경연·65)씨는 『15·16代 총선에선 李在五라는 이름도 모르고 그저 신한국당·한나라당이라 해서 찍었다. 지난 17代는 朴槿惠 前 대표가 세 번이나 지원을 와서 李在五 손을 들어 줬다』고 했다.
 
  갈현동에 사는 金甲秀(김갑수·76)씨는 『실세가 될수록 고개를 숙여야 하는데, 李후보에게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구산동으로 이사 온 趙修然(조수연·33)씨는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李在五 후보에게로 온 것 같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구식정치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거 하루 전, 마지막 유세
 
  [2008년 4월8일]
 
4월8일 밤 종로지역을 누비며 마지막 선거유세를 하고 있는 손학규 후보.
  밤 11시30분, 총신대입구역 앞에는 100여 명의 주민들이 鄭東泳을 외치고 있었다. 남은 선거운동 시한은 불과 30분, 鄭東泳 후보와 부인 閔惠敬(민혜경)씨는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鄭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1분1초가 금쪽 같은 시간』이라며, 마지막 순간의 급박함을 표현했다.
 
  지역구 현역의원인 李啓安(이계안) 의원이 鄭東泳 후보의 막판 유세를 돕기 위해 방문했다. 그는 『예전 생각이 난다』면서 鄭후보와 함께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기 시작했다.
 
  복잡한 길목에 주민들이 모여 있어 중선관위 측에서 지지자들의 해산을 요구하자, 일부 지지자들은 『멀리서 지켜보는 것도 못 하냐』며 항의해 약간의 소동이 벌어졌다.
 
  밤 12시 정각, 지지자들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공식 유세가 끝났다. 함께했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이 후보 측 관계자들은 鄭후보를 서둘러 차에 태웠다.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는 것 또한 자칫하면 불법선거의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7시30분, 종로 평창동 동사무소 삼거리에서 孫鶴圭 후보가 마지막 유세를 하고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 朴振 후보가 줄곧 우세를 보여 오고 있으나, 孫鶴圭 후보가 총력을 다하면서 점점 따라잡고 있다. 孫후보로서는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이다.
 
  그의 저녁 유세 시작은 평창동이었다. 평창동을 포함한 종로 서부지역은 소위 한나라당 텃밭으로 불린다.
 
  평창동 지역은 주거지역으로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라 유세를 듣기 위해 서 있는 주민들은 거의 없었다.
 
  孫후보는 유세 차량 위에서 10여 분의 유세를 마치고, 그대로 차를 타고 일대를 돌기 시작했다. 평창동 고급주택가를 돌면서 쉼 없이 『기호 1번 孫鶴圭입니다』를 외쳤다. 시끄러울 법도 한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손학규 『기적을 보여달라고 했으니까』
 
손학규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는 지지자.
  나와서 孫후보에게 「파이팅」을 외치는 사람이 간간이 있었다. 멀리서 달려오는 사람이 보이면 孫후보는 어김없이 차를 세워 악수하고, 사진을 찍었다.
 
  평창동을 돌아나가면서 孫후보에게 『평창동 반응이 괜찮네요』라고 말을 건넸다. 孫후보는 『(내가 주민들에게)기적을 보여 달라고 했으니까』라고 답했다.
 
  孫후보 측은 『첫 여론조사 때 20% 이상 벌어졌던 격차가 오늘 2.2% 차이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지지율 격차를 이만큼 따라잡을 수 있었던 원인을 金周漢(김주한) 대변인에게 물었다.
 
  『주민들에게 종로는 정치 1번지라는 자부심이 있는데, 처음 공천 발표만 하고, 孫후보가 바빠서 지역에 내려오지 못했어요. 그래서 지역 주민들에게 「당 대표라서 얼굴도 안 보이고 쉽게 선거만 치르겠다는 것이냐」는 부정적인 견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천 끝나고 직접 뛰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이 孫후보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 많이 평가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시간 절약을 위해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계속 차량으로 달리면서 거리 유세를 펼쳤다. 孫후보는 지나면서 보이는 간판의 상점 이름을 외치며 『~순대 사장님, ~약국 약사님, 내일 꼭 투표해주세요』라며, 투표를 당부했다. 절박함이 묻어났다. 경쟁자인 朴振 후보, 鄭寅鳳(정인봉) 후보, 崔賢淑(최현숙) 후보 등의 운동원들에게는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며 격려를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선거 전날 밤 10시 이후에는 마이크 사용을 금지한다는 선거법에 따라, 확성기로 교체한 孫후보는 『야당 한 번만 살려 달라』며, 간곡히 호소했다. 유세를 마치고 내려와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던 孫후보에게 『한나라당 배신한 孫鶴圭는 내일 떨어질 거다』며 난동을 부리는 취객도 보였다.
 
  밤 10시20분경 孫후보의 强勢(강세) 지역인 창신동에 다다랐다. 孫후보는 좁은 창신시장 골목에서는 차에서 내려 가게마다 일일이 들어가 주민들과 인사 나눴다.
 
  『저 또 왔습니다. 보기 지겨우시죠? 그래도 또 올 겁니다. 앞으로도 계속 올 겁니다』
 
  孫후보는 오늘만 이 곳을 두 번째 방문했다. 선거기간 가장 많이 찾은 곳이 바로 여기다.
 
  시장 중심에 鄭寅鳳 후보의 모습이 보였다. 孫후보는 『우리가 저 쪽으로 옮겨서 하겠다』며 자리를 피해 주는 매너를 보였다.
 
  마지막 유세를 벌이기로 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는 밤 11시30분경부터 강금실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몰려든 주민들에게 『孫鶴圭 후보에게 투표해 달라』고 당부했고, 『민주당을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孫후보는 당초 약속 시각을 훨씬 넘긴 밤 12시17분에 대학로에 도착했다. 합동 유세전은 자연히 취소됐다. 한 명, 한 명의 주민들과 직접 만나는 편을 택한 孫후보가 선거운동이 허가되는 밤 12시 정각까지 창신시장에서 유세를 하고 온 탓이다.
 
  孫후보는 기다리고 있던 이들과 선거전 마무리를 自祝(자축)했다.
 
  『오늘 4월9일, 민주당이 승리를 일궈내, 그 승리에 대한 기쁨이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으로 바뀔 수 있기를 바란다』는 孫후보의 말을 끝으로 13일 간의 공식 선거 일정이 마무리됐다.
 
 
  [2008년 4월9일 선거날]
 
  4월9일 선거 결과, 18代 총선은 역대 가장 낮은 투표율인 46%를 기록했다. 선거 전에 예측했던 것과 달리, 한나라당은 과반수를 겨우 넘겼다. 하지만 전국에서 가장 관심 지역이었던 동작乙·종로·은평乙에서는 선거 전의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종로에서 통합민주당 孫鶴圭 후보는 44.76%의 득표율로, 48.43%를 득표한 朴振 후보에게 3.7%포인트 차로 패했다. 은평乙에서는 한나라당 李在五 후보가 창조한국당 文國現 후보에게 12%포인트 차로 졌다. 동작乙에서는 지난 17代 대통령 후보였던 鄭東泳 통합민주당 후보가 한나라당 鄭夢準 후보에게 13%포인트 차로 낙선했다. ●
 
 

  ▣ 金知演 미디어 리서치 이사
 
  『총선 결과는 절묘한 균형이 아니라, 보수세력 완승』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균형」과 「보수 완승」으로 평가가 엇갈리는데.
 
  『우리나라 유권자 중에는 진보나 보수 세력을 지지하는 고정층이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중간층의 선택이 변화를 좌지우지 합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이번에 한나라당이 150석을 넘겼다는 것보다 거의 200석에 가까운 국민들이 보수세력을 선택했다는 것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이전 총선에 비해 보수세력을 지지하는 고정 유권자 수가 증가한 셈이죠. 「친박연대」나 親朴(親박근혜)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에게 투표한 사람들은 결코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텃밭이었던 영남권에서 한나라당이 아닌 친박연대나 무소속 등 다른 후보들을 유권자들이 많이 선택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실패라기보다는 보수세력의 전반적인 확장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투표 결과를 놓고 「국민들이 절묘하게 균형을 맞춰 줬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균형을 맞춰 줬다기보다 실제는 「보수 세력의 완승」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총선 과정에서 논의된 견제론은 보수 세력 전반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단지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론이라고 보입니다. 그것이 효율적으로 작동됐기 때문에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심리로 인해 친박연대나 무소속이 많은 득표를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견제라는 것은 代案(대안)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여당을 이탈해서 갈 代案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수도권 유권자 입장에서는 그 갈 곳이 민주당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과연 代案 세력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했느냐는 것입니다』
 
 

  ▣ 許珍宰 한국갤럽연구부장
 
  『「朴風」의 위력은 교차투표에서 드러났다』
 
   ─여론조사 기관의 예상보다, 「친박연대」 및 무소속 親朴계열이 많은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朴風」의 위력을 과소평가한 겁니까.
 
  『한국 총선은 매번 동일한 형태로 치러지지 않습니다. 상위 3개 정당이 그 다음에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일정한 패턴이 아닙니다. 총선에 처음 참여한 생소한 정당이 「선진당」, 「친박연대」, 「진보신당」 등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전 총선과 완전히 정당 구도가 달라지면, 여론조사 회사가 가지고 있던 예측의 룰을 이전과 똑같이 적용할 수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친박연대나 무소속의 득표력을 과소평가한 면이 있었습니다.
 
  응답자가 여당 이외의 후보를 지지한 경우에 票心(표심)을 덜 드러내곤 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신 있게 그 정당을 지지한다고 말하기보다는 무응답으로 남아 있거나 조사 자체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저희가 잘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선거 당일 출구조사까지 한나라당이 많은 의석수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게 됐습니다.
 
  1인2표제, 즉 유권자들이 후보 투표와 정당 투표에 「얼마나 동일하게 찍느냐」, 아니면 「다르게 찍느냐」 가 관건이었습니다. 지난 17代 총선에서 대부분의 크로스 보팅(cross voting·교차투표)의 경우, 민주노동당의 후보가 맘에 들지만 死票(사표)가 될 것 같아서 열린당 후보를 찍어 주고, 대신 정당 투표는 좋아하는 정당인 민주노동당을 찍어 주는 식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친박연대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비례대표를 내지 않았습니까. 친박연대를 정당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사실 많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지난 17代 총선에서 민주노동당과 열린당을 크로스 보팅하듯, 18代 총선에서는 한나라당과 친박연대를 크로스 보팅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번에 여론조사 기관들이 특히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3~4석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8석에 달해서 예측이 크게 빗나갔습니다』
 
 

  ▣ 洪永林 朝鮮日報 여론조사 전문기자
 
  『40代 유권자가 보수로 방향전환한 것이 특징』
 
   ─이번 총선에서 세대 간 투표 형태는 어떻게 나타났습니까.
 
  『지난 大選 때에는 세대투표 현상이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이번 총선 역시 예전처럼 젊은 사람들은 진보, 나이 든 분들은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이 나타나긴 했지만, 과거 총선보다는 크게 희석됐습니다. 그렇다고 선거에서 세대의 중요성이 사라졌다고 할 수 없습니다.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이념 간 대결 구도를 대표하는 것이 세대였는데, 지금은 그것이 애매해진 상황이 오고 있습니다. 세대를 뛰어넘는 이념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북부 50代 이상의 고령자들은 당연히 보수 성향이 강하고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30~40代가 어떤 성향을 나타내는지가 관건이었습니다. 20代는 워낙 투표율이 낮고 과거에 비해서는 보수화한 경향이 있습니다. 학교 교육의 변화도 있고, 자본주의가 이전에 비해 상당히 정착됐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20代와 50代보다는 30~40代를 유심히 봤습니다. 30~40代는 몇 년 전부터 가장 진보화한 세력이고, 이번에 한나라당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데 역할을 한 것이 30代입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40代에 의해 결과가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봤는데, 초반에는 40代가 민주당 쪽으로 많이 가 있다가, 마지막에는 어느 정도 옮겨 오는 모습이 몇 개 선거구에서 나타났습니다.
 
  40代가 지난 총선 때와는 달리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겨오는 모습이 보이면서 수도권에서는 민주당이 이기기 어렵겠다고 예측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세대 간 투표 형태의 차이가 과거와는 다르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야당으로 넘어간 30代보다 40代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에 따라서 향후 정당과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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