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 시대의 국가생존 전략 : 월간조선

우리 국민에게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腱(건)이 무엇인가」 물으면, 그 답은 아마 한 보따리가 될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만 짚어 보자.

첫째, 정치 불안이다. 과거 지향의 한국 정치는 미래 지향의 경제 성장에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한국 정치는 한국 경제의 걸림돌이다.

둘째, 교육의 낮은 경쟁력이다. 우리 교육은 입시 위주 교육, 평준화 교육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창의성에 의존하는 두뇌경제의 시대에 우리 교육은 짐이다.

생산하는 공장에 생산직보다 관리직이 많다면, 그 공장의 생산성은 떨어진다. 우리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생산성 분야의 인구비율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理工系(이공계) 기피」다.

셋째, 우리 국민의 경제의식 구조다. 한국 증권시장은 短期(단기) 이익에 매달리는 투자자들로 넘쳐난다. 『증권투자 형태를 보면, 그 나라 국민의 경제의식 구조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나라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올바른 경제교육을 통해 건전한 경제의식을 심어 주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思考(사고)의 기준을 「안방 잣대」에서 「글로벌 잣대」로 바꾸어야 한다.

중국은 국가 경제정책의 기본을 「科敎興國(과교흥국)」에서 「科技興貿(과기흥무)」로 바꾸었다. 「지금까지는 과학기술을 가르쳐서, 싼 임금으로 물건을 만들어 세계 각국으로 수출했지만, 앞으로는 기술 자체를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외국기술 의존형」 경제에서 「自國(자국) 기술 독립형」 경제로 나가겠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구상이다.

중국은 2003년 첫 有人(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금년에는 달 탐사用「常娥(상아) 1호」를 발사했다.

중국은 「科技興貿」, 일본은 「知的財産立國」

자동차의 경우 t당 3만 달러를 받고 수출하지만, 위성은 t당 1억 달러 이상을 받고 수출한다. 造船(조선)·자동차·전자 산업의 핵심기술 가운데 상당부문은 우주산업 기술에서 파생된다. 중국은 이 우주산업 기술에서 우리를 저만치 앞서 가고 있다.

중국인은 우리와 닮은꼴이다. 아니 오히려 우리보다 더 섬세하고, 악착 같고, 商術(상술)이 뛰어나다. 중국의 기술, 중국인의 기질을 현재의 우리 노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면 아찔할 뿐이다.

또 다른 이웃 일본은 어떤가. 일본은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은 국가좌표를 「知的財産立國(지적재산입국)」으로 설정했다. 자기들은 중국의 「머리」가 돼서 중국을 「몸통」으로 부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 知的재산권을 매년 3만 건 이상 출원하고, 일본의 기술전문 기업들이 중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對日(대일) 무역赤字(적자)는 2005년 243억 달러, 2006년 253억 달러였다. 금년에는 30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역赤字의 원인은 바로 우리의 제조업이 일본의 첨단·핵심기술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품을 만들어서 외국에 팔면 팔수록 일본에서 핵심기술을 계속 수입해야 하는 구조가 정착돼 있다. 이대로 가면 우리 경제는 일본기술의 머슴살이 경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일본과 중국은 과학기술로 두뇌경영을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러시아와 손잡자

과거에는 국가들이 영토를 놓고 爭覇(쟁패)했다면, 미래는 특허기술, 즉 知的재산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시대가 될 것이다.

필자는 과거 辨理士(변리사)회장을 맡고 있을 때, 러시아 변호사회장을 만난 적이 있다. 러시아 권력층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그는 필자에게 겨우 30분의 면담시간을 할애했다.

필자는 러시아 경제의 장래에 대하여 『기름과 가스에 의존하는 오늘의 러시아는 産油國(산유국)인 아랍國들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물론 러시아 변호사회장은 몹시 불쾌해하면서 러시아의 무한한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래서 필자는 『기름과 가스를 팔아 번 돈으로 연구개발을 뒷받침해서 知的재산권을 생산하면 러시아는 21세기 세계경제의 최강자가 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의 얼굴이 환해지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다시 러시아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러시아의 경우, 기초·첨단기술 분야의 능력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경험이 부족해서 응용·상품화 능력은 뒤떨어진다. 知的재산권을 창출해 내려면 기초·첨단기술과 응용·상품기술을 함께 묶어야 하는데, 러시아는 이런 능력이 부족하다』

그는 필자에게 해결방안을 물었다. 필자는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의 기초·첨단 기술이 미국의 응용·상품 기술과 결혼하면, 부부싸움이 잦고 무시당할 때가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상대는 정반대의 조건, 즉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많고, 부존자원이 없고, 시장경제를 하는 조건의 나라여야 한다』

그러자 그는 『코리아!』라고 외쳤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자꾸 신경을 건드리는 중국이 싫고, 「기술얌체」라고 해서 일본이 싫고, 벅찬 상대인 미국도 싫었다. 러시아로서는 한국이 서로 보완적인 면에서 가장 편안한 상대인 것이다.

삼성·LG의 전자제품이 모스크바를 석권하고 있다. 러시아가 부족한 응용·상품화 기술을 한국이 제공할 수 있다. 러시아의 머리와 우리의 손재주를 묶어서 知的재산권을 공동으로 만들어 내면, 우리 지분이 20% 미만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21세기 세계 경제 속에서 우리의 생존이 가능해질 것이다.

全세계적으로 에너지문제, 식량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첫째, 「산업의 식량」인 기름·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갈수록 고갈되어 가고 있다. 기름값은 조만간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체에너지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이 브라질의 「바이오알코올」, 아르헨티나의 「바이오디젤」이다. 바이오알코올은 식물의 셀룰로스에서, 바이오디젤은 식물유에서 만들어 낸다.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료가 되는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광활한 땅이 있어야 하고, 기계화 영농이 가능해야 한다.

둘째, 지구환경 파괴, 지구기후 변화, 급속한 산업화 등이 겹쳐 식량 위기가 닥쳐 오고 있다. 우리의 경우, 식량문제는 남북통일 때 가장 절박한 문제가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통일벼를 비롯해 품종 개량과 농업기술 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국토가 좁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식량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아르헨티나에 버려진 우리 땅

브라질의 바이오에탄올 공장.

우리 경제의 기반을 마련한 朴正熙(박정희) 대통령 시절, 우리나라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986km 떨어진 지역에 여의도의 70배(2만894ha)에 달하는 땅을 사두었다.

우리 정부 산하기관이 몇 차례 개발을 추진했지만, 강수량이 부족하고 토지에 염분이 들어 있는 등의 문제로 30여 년간 방치되어 왔다. 이 땅을 언제까지 방치해 둘 것인가?

이스라엘의 초대 대통령 와이즈만은 미생물학자였다. 그는 와이즈만연구소를 만들어서 사막과 같은 황폐한 땅을 沃土(옥토)로 만들었다. 이스라엘에서 재배한 야채와 과일은 유럽 시장에서 비싸게 팔리고 있다.

우리가 만약 러시아의 첨단과학 기술을 도입해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개발하고, 아르헨티나에 사둔 우리 땅에 식량과 에너지 공급기지를 만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과정에 현지인들을 참여시키고, 이익의 일부를 현지인들에게 나누어 준다면, 이 같은 성공사례를 본 南美국가들이 앞 다투어 놀고 있는 자기 나라 땅을 공동개발하자고 요청할 것이다.

우리의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하면, 南美 땅에서 바이오디젤의 원료인 「자트로파」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 땅에 중장비를 투입해서 지하수를 개발하면, 토양을 바꿀 수 있다. 鄭周永(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바다를 메워서 서산농장을 만들지 않았던가.

1995년 상영된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아웃브레이크」는 인간과 신종 맹독성 바이러스 간의 전쟁을 다룬 영화다.

1918년 발생했던 스페인 독감바이러스로 全세계적으로 약 5000만 명이 죽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근래 문제가 되고 있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 가능한 유전자 배열로 변이하게 되면, 全세계적으로 1억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대비하자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과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인간 간의 전쟁이었다면, 제3차 세계대전은 인간과 바이러스 간의 전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자는 2년 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세계사회체육연맹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되었을 때, 「21세기 바이러스전쟁에 대비하자」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한때 不到(부도) 직전에 있던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는 미국의 바이오벤처 기업 「길리아드 사이언스」로부터 조류독감 치료약 「타미플루」를 독점 생산·판매할 권리를 획득한 덕분에 지금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을 벌고 있다.

바이러스 전쟁의 무기는 백신 등 치료약이다. 지금부터 백신 생산 회사에 과감하게 연구비를 지원하고, 우수 연구인력에게는 병역특례 혜택을 줘야 한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나라가 쿠바이다. 쿠바는 경제적으로 낙후된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바이오 분야, 특히 백신분야에서는 세계적 특허와 우수 연구인력을 多數(다수)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풀어야 할 많은 국가과제 중 세 가지만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의 조직과 기능이다. 정부조직은 사람의 두뇌조직에 해당된다. 한국이 글로벌 시대에 세계의 두뇌가 되기 위해서는 「전자정부」의 기본 틀을 갖춰야 한다.

엄청난 세금으로 토목공사를 벌여 거대한 행정도시를 만드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지 의문이다. 우리 사회는 중추신경계와 자율신경계가 하나의 신경망으로 엮인 인체와 같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세계 각국의 支社(지사)들과 전자畵像(화상) 회의를 통해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집행을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전자정부로 변화해야 한다.

대통령은 「모바일 대통령」으로 정책과제의 특성에 따라 전자畵像 국무회의를 주관한다. 인터넷 통신망이 거미줄처럼 깔리고 「전자결재」가 이뤄지는 마당에 정부부처가 어디에 있느냐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둘째, 교육을 글로벌 두뇌사회에 맞게 뜯어고쳐야 한다. 빌 게이츠 같은 한 사람의 영재가 수십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창의성·친화성·전문성을 길러 주는 글로벌 교육이 절실하다. 러시아와 손을 잡고 知的재산권을 만들어 내려면, 러시아語를 배워야 한다. 미국의 금융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배워야 한다. 南美에 생산기지를 세우고 비즈니스를 하려면 스페인語를 배워야 한다.

셋째, 국민과 국가지도자가 글로벌 思考를 길러야 한다.

낙동강 戰線(전선)까지 밀려나 교착상태에 빠졌던 6·25 때나, 일본·중국의 틈새에서 亡國(망국)을 향해 가던 조선조 말과 같은 위기상황이 언제든 닥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시야와 思考를 세계로 넓히면, 오늘의 위기는 「위대한 기회」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