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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경제성장의 견인차 된 도쿄 도심재개발

대규모 복합都心개발로 여유로운 공간 창조
롯폰기힐스와 미드타운은 도쿄의 랜드마크

차학봉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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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경우, 단일 건물·아파트 중심으로 소규모 재개발이 이뤄지는 데 반해, 일본 도쿄는 대단위로 개발되고 있으며, 오피스·쇼핑·호텔·주거시설이 함께 개발되는 점이 특징이다.
미드타운과 롯폰기힐스
2003년 이후 형성된 일본 東京 도심 사오도메 구역의 고층빌딩群.
  지난 3월 말 오픈한 도쿄 아카사카의 「미드타운」. 7만8347㎡(2만3700여 평)의 옛 방위청 부지에 들어선 건물 연면적 56만8597㎡(17만2000여 평)의 초대형 복합건물이다. 오피스·컨벤션홀·미술관·호텔·쇼핑센터·아파트를 갖춘 이 건물은 금융·IT 등 첨단 업종을 중심으로 취업 인구만 3만 명에 육박한다.
 
  단순한 오피스가 아니다. 3만3058㎡(1만여 평)의 도심공원, 일본의 대표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가 설계한 디자인 전시실, 유명 브랜드가 입점한 쇼핑몰을 내세워 도쿄 시민들과 외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급부상했다. 4월 말~5월 초 일본의 황금연휴인 「골든 위크」 기간에 150만 명이 찾았다. 그중 상당수가 한국과 중국, 동남아에서 온 관광객들이다.
 
 
  일본 도심개발은 대규모 복합개발
 
  미드타운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롯폰기힐스」. 도심재개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롯폰기힐스는 2003년 오픈한 이후 연간 3000만 명이 찾는 도쿄의 랜드마크가 됐다. 3만5000여 평의 부지에 오피스·호텔·영화관·미술관·아파트 등 10여 개 건물로 이뤄졌다. 근무자만 2만여 명에 달한다. 다양한 문화시설과 상업시설을 갖춰 휴일 방문객이 15만 명에 이른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필수 관광코스이다.
 
  도쿄 도심이 달라졌다.
 
  성인 유흥가 정도였던 도쿄 도심에 초대형 복합건물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관광·쇼핑·업무 중심지역으로 되살아 나고 있다. 일본 도심개발은 대규모·복합개발이 특징이다. 서울의 경우, 단일 건물 중심으로 개발되는 데 반해, 일본 도쿄는 대단위로 개발되고 있으며, 오피스·쇼핑·호텔·주거시설이 함께 개발되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시나가와驛(역)을 나서면 캐논, 미쓰비시 자동차 등 기업들이 입주한 빌딩들이 즐비한 「인터시티」를 만날 수 있다. 2004년 완공된 인터시티는 오피스뿐만 아니라 특급 호텔과 대형 쇼핑시설, 아파트가 함께 들어서 있다. 신칸센이 정차하고 하네다 공항과 30분 거리여서 유명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널찍한 공원에 쇼핑센터와 식당가까지 갖추고 있어 주말에도 방문객이 몰린다.
 
2004년 완공된 롯폰기힐스의 모습.
 
  日本 정부의 재개발 촉진책
 
  이같은 대규모 복합개발은 「원스톱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해준다. 비즈니스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집적돼 있어 비즈니스맨들이 한 곳에서 잠자고, 업무를 보고, 회의를 하고 쇼핑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대규모 개발이기 때문에 넓은 녹지와 공용공간은 물론 다양한 문화시설의 확보가 가능하다.
 
  대규모 개발을 통해 시민들에게 문화시설과 녹지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은 3000~4000평씩 개별 건물로 나눠 개발하다 보니 건물마다 자투리 땅과 자투리 상업시설만 들어선다. 고밀도 개발로 교통체증을 유발할 뿐 시민들에게 문화나 녹지를 제공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도심 요지가 아파트 중심으로 개발돼 상업이나 업무기능이 부족,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한다. 서울시가 강북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본과 달리, 아파트 단지 위주 개발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강북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려면 단순히 주거 위주가 아니라 업무·쇼핑·문화시설을 함께 갖춘 재개발을 해야 한다.
 
  도쿄에 대규모 복합개발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적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일본 정부는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層高(층고) 완화, 자금지원 등 각종 지원을 통해 도심의 복합적 대규모 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각종 건축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한 건물이 사용하지 않은 용적률을 다른 업자에게 팔 수 있는 空中權(공중권)이 도입됐다.
 
  지난 4월 오픈한 도쿄역 인근 「新(신)마루노우치 빌딩」은 공중권을 사들여, 용적률을 1300%에서 1800%까지 확대했다. 대규모 개발을 통해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이다.
 
  일본 정부가 원래부터 도심 재개발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정부의 국토정책은 일관되게 국토 균형발전이다. 그 대표적인 법이 수도권 규제법인 「공업 등 제한법」이다.
 
 
  도쿄권 규제 폐지한 고이즈미 前 총리
 
東京 미나토구의 재개발 현장.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1959년 제정된 법이다. 공장뿐만 아니라 대학을 포함, 수도권에서 도쿄도의 23구 및 요코하마 등의 일부 지역에 공장과 대학의 신·증설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 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도심 개발이 상당히 억제됐다. 일본 정부內에서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회의론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일본은 중화학공업 중심의 「重厚長大(중후장대)형 산업」에서 「輕薄短小(경박단소)형 산업」구조로 급격히 재편되었다. 특히 1980년대 들어 수출 중심의 제조업체들이 엔高라는 波高(파고)를 넘기 위해 본격적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로 생산거점을 이전했다.
 
  제3세계의 적극적인 투자유치전략 등 국제분업이 본격화되면서 일본 지방에 있던 생산시설들의 해외이전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제3세계가 값싼 노동력, 무상의 공장용지 제공 등을 무기로 공장유치에 나서면서 일본內 지방의 경쟁력은 급격히 하락한다.
 
  일본 제조업체들의 해외 생산비율은 1980년 2.7%에서 2002년 17%를 넘어섰다. 산업구조는 제조업에서 서비스·금융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1960년 38%였던 3차 산업의 취업자 수가 2004년 54.8%까지 늘어났다. 1, 2차 산업의 취업자 수는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변화를 겪으면서 일본 정부는 「도쿄권 규제를 유지한다고 해서 지방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제조업체의 해외 유출만 촉발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지방뿐만 아니라 도쿄의 경쟁력이 약해져 일본 전체의 국가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었다.
 
 
 
해외진출 일본 기업들의 U턴

 
  하지만 그 어떤 정치인도 도쿄권 규제(국토 균형발전) 철폐에 따른 지방의 반발을 극복할 의지나 능력이 없었다. 도쿄권 규제 해제에 지방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그러나 파벌이 없으면서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행사했던 고이즈미 前 총리는 이전 정치인들과는 달랐다. 고이즈미 내각은 2002년 11월 공장·대학 입지 규제 등 수도권 규제를 해제했고, 민간 자본에 의한 대대적인 도쿄 재개발 계획을 추진했다. 지방과 지방 출신 정치인들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고 도쿄 규제를 철폐한 것이다.
 
  국민을 설득한 명분은 「국가 경쟁력」이었다. 고이즈미 정부는 「도쿄를 뉴욕·런던과 같은 선진국의 대도시보다 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지 못한다면 일본의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명분으로 국민을 설득했다. 일본 정부가 도쿄 재개발에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은 뉴욕·런던이 도심재개발을 통해 금융·업무 중심도시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의 리빙스턴 시장이 도심內 고층빌딩을 허용하자 시민단체가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런던市 정부는 『도심의 기능을 강화하지 않으면 세계적인 기업을 뉴욕·파리·도쿄로 빼앗길 것』이라며 도심의 재개발에 적극적이다. 파리시는 업무 중심지역인 라데팡스를 대대적으로 재개발하고 있다.
 
  일본의 지방이 도쿄권 규제 철폐로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오히려 외국으로 떠났던 일본 기업들이 다시 일본의 지방에 공장을 짓는 「U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모리 사장의 수직도시論
 
신주쿠의 고층빌딩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민간개발사업자들의 창의적 개발이 도쿄 도심 부활에 한몫하고 있다. 일본 도심개발의 대표적 주자가 롯폰기힐스를 개발한 모리빌딩의 모리 사장이다. 모리빌딩은 1970년대 아파트·업무·호텔·문화시설(산토리 콘서트홀)을 갖춘 「아크힐스」를 개발한 데 이어 「롯폰기힐스」를 통해 복합개발의 개념을 완성했다.
 
  모리 사장은 직장과 주거 분리를 전제로 했던 산업사회와 달리, 직장과 주거의 일체화가 더 효율적인 지식사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도시, 「수직도시論」을 주창한다. 수직도시란 고층개발을 통해 주거·직장·문화시설·교육·쇼핑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도시이다.
 
  『시간은 대단히 귀중한 자원이다. 하루를 26시간으로 늘릴 수는 없지만 도시구조를 바꾸면 시간을 더욱 의미 있게 쓸 수 있다. 즉 「시간 창출형 도시」를 만들면 시민들의 시간을 훨씬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도쿄의 도시구조는 그렇지 않다. 주택지가 교외에 있어 주거와 직장이 멀리 떨어져 있어 통근에 시간과 비용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퇴근 후나 휴일에 콘서트나 쇼핑을 즐기거나 교류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지만여러 제약이 따른다. 그러나 도보권에 직장·주거·놀이·배움·음식·휴식·문화 등의 도시기능을 모은 「콤팩트 시티(compact city)」를 도심 곳곳에 만들어 내면 교외에서 도심으로 회귀하고 생활이 크게 바뀔 것이다.
 
  장거리 통근시간을 가족이나 자원봉사를 위해 사용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위해 사용한다. 소비나 오락에 돌려도 좋다』
 
  모리 사장은 수직도시를 통해 지식산업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시간이 늘어나면 다양한 활동이 늘어난다. 그 파워와 수요가 다음 시대의 일본 경제를 리드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나 교육·문화산업, 서비스산업, 정보산업과 같은 도시형 산업을 번성시킬 것이다.
 
  새로운 도시구조는 여성이 육아를 하면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일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을 늘릴 것이다. 연령이나 성별에 관계 없이, 새로운 인생이나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일본 新도시의 몰락

 
  일본 등 선진국 부동산개발의 특징 중 하나가 펀드 중심의 개발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도심 재개발은 대부분 분양을 통해 개발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롯폰기힐스, 미드타운 등 대부분 도심 재개발은 부동산 펀드와 기관 투자가로부터 자금을 조달, 건물을 지어 운영하면서 수익금을 배당하는 형태이다.
 
  개발업체들은 당장의 이익보다는 상권을 활성화하고 높은 임대료를 책정할 수 있도록 랜드마크적으로 개발한다. 롯폰기힐스나 미드타운처럼 넓은 녹지 배치와 다양한 문화공간을 설치하는 것은 랜드마크化해서 높은 임대료를 받기 위한 전략의 하나이다.
 
  일본 도심 재개발이 활성화한 또 다른 배경이 교외 新도시의 몰락이다. 일본 도쿄의 부도심 신주쿠에서 쾌속 열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타마 뉴타운」의 관문 「타마센터驛」. 역사 입구에 늘어선 쇼핑센터는 비교적 북적거린다.
 
  驛舍(역사) 앞 공원을 가로 질러 5분 정도 걷자, 3~5층의 나지막한 아파트들이 모습을 드러난다. 우거진 숲속에 아파트가 자리를 잡고 있어 마치 도시 전체가 공원 같은 분위기이다. 한국이 新도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환경친화적 신도시」임을 실감케 한다.
 
  아파트 단지는 적막하다. 대부분 중·장년층이나 노인만 오갈 뿐 젊은 주부나 어린이를 만나기는 어려웠다. 아이들이 뛰어 놀아야 할 초등학교 건물에는 「종합복지시설」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폐교를 한 듯 교실의 책걸상은 창고에 쌓여 있었다. 단지 상가에는 폐점 안내문을 내건 상점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이곳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꿈도시」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청년층 인구 유입이 줄면서 노인인구의 거주비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어린이가 줄면서 이 일대 초·중학교 6개가 폐교했다. 집값은 10년 전 가격의 3분의 1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도쿄권 신도시들도 대부분 사정이 마찬가지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신도시가 「세대 불일치 도시」, 「올드타운」으로 불린다.
 
  젊은 층이 신도시를 외면하는 것은 주거 위주의 베드타운으로 개발돼 문화시설과 직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요시이케 하야시(40)씨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맞벌이를 해 쾌적한 환경보다는 출퇴근이 편리하고 문화시설과 쇼핑시설을 잘 갖춘 도심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수도권 백서는 『도심은 꾸준히 인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신도시가 있는 교외지역에서는 35%의 행정단위에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오사카 인근의 「센리 뉴타운」은 1975년 12만9000명을 피크로 최근 9만 명대로 인구가 급감했다.
 
 
  올드타운이 된 新도시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지방은 물론 수도권 신도시조차 인구감소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신도시 개발을 사실상 포기, 도심 재개발로 전략을 전환했다. 일본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지방 중소도시 도심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市외곽 쇼핑센터를 규제하는 법률까지 만들었다. 市외곽에 대형 쇼핑센터가 들어서면서 도심 상권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도심 개발보다는 여전히 신도시 개발에 목을 매고 있다. 주택이 부족한 수도권뿐만 아니라 고령화 현상이 이미 본격화한 지방에까지 신도시를 만들고 있다.
 
  자칫 10년, 20년 후에는 우리의 신도시들이 일본의 신도시와 같은 운명에 처할지 모른다. 정부는 재개발사업을 단순히 주택 공급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와 고령화에 대비한 전략 차원으로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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