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기업인] 崔同珠 현대아이파크몰 사장 : 월간조선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았던 대기업 사장실의 풍경은 대부분 비슷했다.

전망 좋은 꼭대기 층에 말끔하게 치워진 책상, 그 위에 올려진 몇 권의 책, 가족이나 골프장에서 찍은 사진, 그리고 푹신한 가죽 소파. 섬세한 성격의 CEO들은 창가에 蘭(난)이나 아기자기한 화분을 올려놓았다.

이런 전형적인 사장실 모습에 비교하면, 崔同珠(최동주·54) 현대아이파크몰 사장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임시건물 같은 사무실에 각종 서류가 첩첩이 쌓여있는 책상, 벽면에는 건물 설계도와 용산개발 계획도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사장실이라기보다는, 재개발 건설 현장의 책임자 방 처럼 보였다.

『사장실은 일하는 곳입니다. 사장실을 호사스럽게 꾸몄다고, 회사 실적이 그만큼 화려한 건 아니잖아요. 직원들이 마음대로 들락거릴 수 있고, 사장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공간이면 족한 것 아닌가요』

지난 5월30일, 崔사장과 「사무실 인테리어」 얘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현대아이파크몰은 財界(재계) 서열 30위권인 현대산업개발(회장 정몽규)의 유통 계열사다. 1999년 1월, 용산 민자驛舍(역사) 건설과 驛舍시설로 인해 설립되는 각종 판매시설·사무실 등 복합빌딩 운영과 부대사업을 할 목적으로 세워졌다.

원래 商號(상호)는 「현대驛舍주식회사」였는데, 2005년 11월 현대아이파크몰로 변경했다. 이때 업종 변경을 신청해 현재 임대사업과 함께 쇼핑몰 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대주주(47.6%)이고, 한국철도공사(24.5%), 현대해상화재보험(7.4%), 대우건설(7.1%)이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아이파크몰은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 「복합 엔터테인먼트 쇼핑몰」을 표방하고 있다. 쉽게 말해, 한 건물 안에 백화점·할인점·전문 쇼핑몰·영화관· 공연장·문화센터 등을 모두 갖춘 복합 공간이다. 유통 회사의 「종합선물세트」로 보면 된다. 현대백화점 출신의 崔同珠 사장이 이곳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쇼핑몰 허가받았다가 망친 곳이 54개

―인터뷰를 하기 전 한 바퀴 둘러봤습니다만, 영 낯설기만 합니다. 복합 쇼핑몰이란 게 정확히 뭔가요.

『생소한 게 당연합니다. 그동안 국내의 유통업은 슈퍼마켓, 할인점, 백화점 등 단일 장르만 있었으니까요. 여기는 백화점, 할인점 외에 각종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복합적인 엔터테인먼트 장소라고 보면 돼요. 「원스톱」 복합생활공간이죠』

―말씀을 들어 보면 유용한 공간 같은데, 기존에는 이런 곳이 없었나요.

『있었어요. 쇼핑몰 사업을 하겠다고 허가를 받았다가 망한 곳이 54개 정도 됩니다. 현대아이파크몰 이전에 여기 있었던 「스페이스9」이 망했고, 은평구에 있는 「팜스퀘어」가 실패했죠. 멀티아울렛인 「하이브랜드」는 영업한 지 2년이 되어 가는데, 건물 분양률이 20%밖에 안 됐죠. 다들 실패하고 있어요』

―왜 실패했나요.

『쇼핑몰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충족돼야 해요. 우선 부동산을 기획하고 계획·건축하는 곳이 일원화돼 있어야 하고, 빌딩 안에 입점한 다양한 소매업체들과 관계가 원활해야 하죠. 또 유통사업 회사나, 유통 전문가가 일을 도맡아서 해야 합니다.

기존의 쇼핑몰은 이런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어요. 부동산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준공의 의무만 있다 보니, 투기 형태의 사무실 임대가 성행했죠. 테마형 쇼핑몰이라며 전단지를 뿌렸는데, 전자상가 같은 집단상가로 꾸몄죠. 말만 쇼핑몰이지, 전혀 쇼핑몰이 아니었던 거예요. 정통 쇼핑몰이 아니다 보니, 성공할 수 없었죠』

―현대아이파크몰은 성공할 수 있나요.

『부동산 개발 전문인 현대산업개발이 책임지고 건물을 짓고 분양했고, 유통 전문가들이 쇼핑몰의 콘텐츠를 개발했죠. 현재 전체 건물의 99%를 분양하는 데 성공했어요』

아이파크몰 남측면.

강남 코엑스몰의 2.3배

현대아이파크몰이 자리 잡은 면적으로만 보면 동양 最大(최대)다. 아이파크몰의 연 면적은 8만5000평, 대지 면적은 3만8396평이다. 이 위에 지하 3층에서 지상 9층 규모의 쇼핑몰이 우뚝 서 있다.

현재 全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은 미국 미네소타에 있는 「몰 오브 아메리카」로, 연 면적이 11만2000평이다. 일본 후쿠오카의 명물인 쇼핑몰 「캐널시티」의 면적이 6만4000평이니, 아이파크몰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간다. 여의도 「63빌딩」의 1.6배,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코엑스몰」의 2.3배다.

아이파크몰에서 직접 운영하는 「아이파크 백화점」·「아이파크 레포츠백화점」·「아이파크 리빙백화점」과 전자전문점, 대형 할인점 「이마트」, CJ의 극장인 「CGV」, 문화센터와 전문식당가 등이 입점해 있다.

슬쩍 의문이 들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수십 년 동안 단일 장르의 유통구조에 익숙해져 있는데, 이런 복합 쇼핑몰 공간이 왜 새삼 필요할까.

『백화점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게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어요. 입점 업체들의 브랜드 수수료율이 40%를 넘었고, 업체들이 버텨내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과도한 수수료율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되죠.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이 미국 최고의 백화점에 비싼 수수료율 때문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요. 수수료가 절반인 쇼핑몰에 오픈하겠다고 했죠. 제일모직의 경우, 백화점 입점을 통한 영업에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유통 채널을 찾고 있다고 들었어요. 백화점의 횡포로 인한 업체들의 불만이 터지기 직전이죠. 그에 대한 대안으로 쇼핑몰을 찾게 될 거예요』

―백화점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쇼핑몰로 이끌어내려면, 소비자들의 몰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 텐데요.

『우리의 유통은 미국보다 25~30년, 일본보다 10~15년 정도 뒤처졌어요. 우리보다 앞선 미국에는 쇼핑몰이 생활의 터전이에요. 백화점 가는 사람이 거의 없죠.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거예요. 더구나 미국에서 유학하고, 생활하다 온 사람들이 많아서 쇼핑몰이 단시간 안에 익숙하게 자리 잡을 거예요』

―현대아이파크몰의 경쟁상대는 어딘가요.

『현재로서는 없어요. 콘텐츠별 경쟁은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로는 없죠. 우리 건물 안에 롯데백화점이나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이 모두 입점할 수 있어요. 할인점도 마찬가지죠. 우리는 단일 장르의 유통업이 아니고, 새로운 비즈니스 구조를 만드는 사업이에요』

―유통구조를 들여다보면, 「코엑스몰」과 경쟁이 되지 않나 싶은데요.

崔同珠 사장은 한쪽 벽에 설치된 스크린을 폈다. 거기에는 「코엑스몰」,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 있는 「센트럴시티」 등과의 차별성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 고등학교 교사처럼, 일일이 손으로 짚어 가며 이들과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 설명을 다시 한 번 했다.

『「코엑스몰」에 극장, 백화점, 호텔이 다 있어요. 하지만 운영하는 사람은 제 각각이죠. 백화점은 현대가, 호텔은 GS그룹이 하는 등. 우리는 일원화돼 있어요. 훨씬 효율적이고, 콘텐츠가 확실히 차이나죠. 쇼핑몰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적·친환경적이어야 해요. 우리는 다른 몰처럼 폐쇄형이 아니라, 모든 공간이 오픈돼 있어요. 그리고 단순히 사고 먹는 것이 아니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죠. 제대로 된 부동산 개발업자가 제대로 된 몰을 만들었다고 보면 돼요. 혹시 일본 「아키하바라」라고 들어봤어요?』

―도쿄에 있는 전자제품 전문 상가 아닙니까.

『1970년대에 도쿄로 출장 가면 「아키하바라」에 들르는 것이 정해진 순서였어요. 日製(일제) 「코끼리 밥통」 사려고. 아키하바라가 결국 망하고, 요즘 주상복합으로 재개발했습니다. 「용산전자상가」, 「국제전자」, 「세운상가」는 갈수록 영업이 힘들 거예요. 이제 집단상가로 승부하는 시기는 지났어요. 그들에게 새로운 시장이 필요해요』

―집단상가가 왜 망한다고 보세요.

『세 가지 이유 때문이에요. 白色(백색)가전의 경우, LG와 삼성이 세계를 지배해요. 예전처럼 소니나 월풀 제품을 사지 않죠. 이런 프리미엄 상품은 직영 유통구조에 주로 공급하죠.

단일 전자상가로서는 그들이 팔 수 있는 프리미엄 상품이 갈수록 줄고, 非정품을 팔게 되죠. 소비자들이 값싼 제품은 온라인으로 사고, 프리미엄 상품은 세운상가 대신에 LG직영점으로 가니까요. 집단상가 형태의 모델은 죽게 돼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용산 이미지」와의 싸움

―「용산」 하면, 전자상가를 떠올리지 않나요. 복합 쇼핑몰이라고 해도 전자상가 이미지가 강한데요.

崔사장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문제』라며 손으로 무릎을 딱 쳤다.

『거 참, 용산에 쇼핑몰을 지었다니까 다들 용산 전자상가를 떠올려요. 게다가 예전에 용산구의 소득 수준이 낮고, 창녀촌이 있다는 이미지가 바뀌지 않았더라고요. 우리가 싸워야 할 경쟁상대는 바로 그런 이미지예요. 「용산에 있는 쇼핑몰은 후지다」는 이미지, 전자제품만 있을 거라는 이미지. 이름을 바꾼 이유가 그 때문이에요』

―「현대驛舍」에서 「현대아이파크몰」로 이름을 바꾼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驛舍는 중저가 이미지가 너무 강해요. 서울驛舍나 영등포驛舍는 규모가 2만 평이 안 되고, 단순히 驛을 지원하는 시설이지만 우리는 달라요. 8만5000평의 부지 중에 용산驛舍는 고작 6000평 뿐이죠. 驛을 위해 있는 곳이 아니라, 우리만을 위한 쇼핑몰이란 얘깁니다.

백화점에 입맛을 들인 사람들이 무작정 쇼핑몰의 이미지를 나쁘게 보는 것과 싸워야 해요. 미국에서는 「몰 고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몰에 들락거리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을 말해요. 우리는 지금 이미지와 전쟁 중이에요』

崔사장은 얘기를 하면서 여러 번 얼굴을 찡그렸다.

―현대아이파크몰의 성공 여부는 향후 용산의 발전과 맞물려 있겠군요.

그는 옆자리에 동석한 홍보실 박문진 대리에게 『용산지역 개발계획 조감도를 들고 오라』고 했다. 그와 짧은 시간 대화를 나눴는데, 그는 말로 설명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나 눈에 보이는 계획도를 보여 주며 말하기를 좋아했다. 崔사장이 용산 일대 개발계획 조감도를 펼쳤다.

『6星급 호텔 2개 세울 것』

『여기 보세요. 현재 용산역을 포함해서 하루 40만 명이 이곳에 들락거려요. 앞으로 이곳에는 40층짜리 건물 4개동이 세워지고, 인천공항에서 용산역까지 철도가 생겨요. 분당선과도 이어지죠. 뉴 서울 프로젝트죠. 이곳은 앞으로 24시간 살아 있는 도시, 서울의 중심이 될 거예요. 우리는 이곳에 6성급 호텔 2개를 세울 겁니다. 용산이 완전히 바뀔 거고, 당연히 우리도 함께 변할 겁니다』

―현대산업개발은 어떻게 이 부지에 대한 사용권을 얻을 수 있었나요.

『민자驛舍 사업을 할 때,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지역 개발에 총 25조원이 투입돼야 하는데, 특정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민자驛舍 유치 법안대로 사업자를 공모했고, 현대산업개발이 민족적 사업이라고 생각해 입찰에 참여했죠. 공개경쟁을 통해 낙찰 받았어요』

현대아이파크몰은 갓 탄생한 신생 회사인 만큼 아직까지 이렇다 할 매출이 없다. 유통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을 뿐이다.

향후 아이파크몰의 수입은 건물 임대를 통한 수익과 직영 백화점으로부터의 수익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알짜배기 용산 땅을 사용하는 代價로 향후 30년 동안 총 5400억원의 토지 전용료를 내야 해 자금 투입이 만만치 않다.

―올해 얼마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나요.

『유통업은 보통 3년을 기준으로 하니까, 2010년을 기준으로 말할게요(웃음). 현 상황으로 보면, 2010년에 패션 백화점 2000억원, 리빙 백화점 70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여요. 경상이익 흑자를 기록하고요. 유통업은 초기 투자가 많이 들지만, 일단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매출이 급속히 늘어나니까요. 다행히 아이파크몰을 하면서 인테리어를 고치거나, 동선을 새로 만드는 등의 시행착오를 줄였어요. 무조건 성공하게 할 겁니다. 現代 문화예요(웃음)』

現代와 三星의 기업문화

그가 난데없이 「現代 문화」를 들먹였다. 現代와 쇼핑몰이 무슨 상관이기에.

崔사장의 말이 이어졌다.

『모임에 가면 「三星의 문화는 치밀하고 계획적이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문화여서, 三星 것이 좋다」는 얘기들을 해요. 반면 現代는 저돌적이어서 시행착오가 많다고 해요. 그건 現代를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예요』

―現代의 문화는 어떤데요.

『現代 사람들은 논쟁을 엄청 좋아해요. 어떤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무척 다툽니다. 하지만 일단 어떻게 한다는 결정이 내려지고 나면, 그 의견에 반대했던 사람들까지 전부 동참해요.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국 이뤄 내기 위해 다시 토론합니다. 그게 現代의 문화예요』

그는 現代의 문화에 대해 말할 자격이 충분하다.

1978년에 현대건설에 입사한 崔사장은 30년 가까이 미포조선, 금강개발산업(현대백화점의 前身)에 이어 현대산업개발에 몸담고 있다. 현대의 계열사를 두루 거친 그가 경험한 「現代의 문화」라면, 경청할 만하다.

崔同珠 사장은 대학 시절 총학생회장을 맡아 학생 운동에 열심이었고, 현대건설에 입사하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입사 직후, 中東(중동) 현장으로 발령받아 「건설맨」으로 10여 년간 지냈다. 그가 中東을 누비던 시절, 李明博(이명박·65) 前 서울시장이 현대건설 국내 담당 사장이었다.

그는 1984년, 뜻밖에 금강개발산업으로 발령을 받았다. 당시 강남구 압구정동에 현대사원아파트(現 현대아파트)가 생기고 근린상가 시설을 지어야 했는데, 이 일을 맡게 된 것이다.

『백화점의 「백」자도 모르는데 옮겼죠. 아까 말했듯이 現代 사람들은 「안 된다」는 소리는 하지 않아요. 鄭周永(정주영) 명예회장께서 느닷없이 자리를 옮겨서 상가를 지으라고 해요. 鄭회장께서 말씀하시는 동안 「어떻게 하면 상가를 잘 지을 수 있을까」 생각뿐이었어요. 회장님 말씀이 끝나자마자, 「회장님, 제가 원하는 인력을 지원해 주시고, 자금은 이렇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한번 해보겠습니다」 했어요. 그게 유통과의 시작이네요』

첫 직장은 현대건설

―당시 李明博 사장은 어땠습니까. 그의 現代 시절의 평판을 두고 말들이 많던데요.

『직원들에게 인기 좋은 상사는 경영 성적이 별로 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 양반보다 일을 더 잘한 사람이 있나요』

崔사장은 2003년까지 현대백화점의 新사업개발·전략기획·경영혁신담당 부문을 맡았다. 현대백화점은 롯데나 신세계, 미도파와 비교하면 백화점 후발주자였다. 그는 현대백화점이 선발주자를 이기려면 多점포를 만들고, 계열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일본과 미국의 유통업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을 짓기 전까지는 일본 유통에 관심이 많았고, 이후에는 미국식을 눈여겨봤어요. 미국은 고객 중심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일본은 고객이 절반, 회사의 효율면을 절반 정도 생각해요. 미국 방식이 옳다고 봐요』

그는 현대백화점에서 새로운 점포를 오픈할 때 있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 줬다.

『1984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동 본점을 오픈할 때예요. 그때는 일본의 「다카시마야 백화점」을 모델로 했어요. 당시 현대백화점에 다니는 사람들의 수준이 높은 편이었는데, 개점하는 날 고객들이 1층에서 백화점 바닥을 보더니,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느냐」고 묻더군요. 우습죠? 그때는 그랬어요. 현대백화점 목동점을 오픈할 때에는 신월동 주민들이 백화점에서 「값을 깎아 달라」고 떼를 썼던 적이 있어요』

鄭夢奎 회장의 쇼핑몰 사업 의지 강해

현대백화점에서 퇴사한 그는 잠시 외유를 했다. 식품업체인 「풀무원」 부사장을 했고, 유기농 친환경식품 전문매장인 「올가홀푸드」 대표이사를 맡았다. 치킨 프랜차이즈 전문업체인 「제너시스」의 대표를 맡아, 6개월 동안 지중해 연안을 떠돌기도 했다. 그는 유통업에의 진출을 모색했던 현대산업개발에서 「콜」을 받고 돌아왔다.

같은 「현대」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현대백화점 그룹과 현대산업개발 그룹은 경쟁사다. 현대백화점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현대산업개발의 제안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건설회사에서 쇼핑몰 사업을 할 수 밖에 없어요. 필연적이죠. 하지만 백화점과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경쟁으로 볼 수 없어요. 비즈니스 모델이 전혀 달라요』

―鄭夢奎(정몽규·45) 회장의 쇼핑몰 사업에 대한 의지가 대단한 모양이네요.

『현대산업개발은 주택전문 회사예요. 아파트 건설에 대한 최고의 노하우를 갖고 있죠. 하지만 단순히 아파트를 짓고 끝나는 것에 머물 수 없죠. 도심 재개발을 해야 하고, 쇼핑몰 같은 공간도 지어야 하고,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 이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어요. 鄭회장이 숙명으로 받아들인 거죠. 수 천억원을 투자해서라도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거죠』

―자주 만나시죠.

『일주일에 한 번 또는 수시로 만나고, 늘 만나면 재무적 고민이에요. 비즈니스 모델로만 보자면, 여기는 더 나빠질 이유가 없고 미래가 있어요. 하루라도 빨리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리는 게 제일 큰 숙제죠』

―鄭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어떤가요.

『오너가 직접 진두지휘하고, 책임을 진다면 그만큼 좋을 수 없죠. 鄭회장은 생각이 깊고 넓어요. 사장단이나 간부 회의에서 임원들에게 한 번도 반말을 하는 법이 없어요. 부친인 鄭世永(정세영) 명예회장이 어릴 때부터 도덕성과 책임감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鄭명예회장은 과거 현대자동차를 경영할 때, 사적인 비용을 회사에서 받아 쓴 적이 없으시대요. 개인 주식을 팔아서 용돈을 쓰셨다죠. 부친의 그런 면모를 그대로 갖고 있어요』

―쇼핑몰 사업을 하면서 의견 충돌은 없었나요.

『해결책을 의논할 뿐이지, 異見(이견)은 있을 수 없어요. 鄭회장이 매장에 자주 나오는 편인데, 그때마다 「혼자 둘러보고 갈 테니, 사장은 신경 쓰지 마시라」고 해요. 젊은 경영인인 만큼 소탈하고, 쇼핑몰에 대한 애정이 커요』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鄭夢奎 회장이었다.

『영세 사업자들에게 相生 성공모델 제시』

『연기하자고요? 그렇게 하시죠. 그게 6월8일입니까? 알겠습니다. 그러세요. 15일 약속은 잊지 않으셨죠?』

崔사장의 대화를 통해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鄭회장의 소탈한 성격이, 쇼핑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졌다.

현대아이파크몰은 용산에 이어 조만간 2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전국 몇 곳의 집단상가에서는 벌써부터 「우리를 상가가 아닌 쇼핑몰로 바꿔 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2005년 7월 대표이사를 맡은 이래, 설날과 추석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쉬어 본 적 없다는 崔사장은 현대아이파크몰의 미래를 확신했다.

『現代의 기업 문화는 계산이 복잡하면 안 됩니다(웃음). 이 쇼핑몰 사업은 국내 최초로 미국식 정통 쇼핑몰을 도입했다는 것, 영세사업자들에게 相生의 성공모델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쇼핑몰이 현재 유통업계의 수많은 갈등의 해결방법을 제시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