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보리·타피오카가 원료. 「화학주」는 오해
10% 원액을 240번 증류시켜 酒精 제조
0.2%의 첨가물이 소주의 맛을 결정
1965년 「쌀 사용 금지」로 증류식 소주 쇠퇴
10% 원액을 240번 증류시켜 酒精 제조
0.2%의 첨가물이 소주의 맛을 결정
1965년 「쌀 사용 금지」로 증류식 소주 쇠퇴

- 전국 10개 소주회사가 만들어 시판하고 있는 10종의 소주.
소주의 3대 재료는 「酒精(주정)」·「물」·「첨가제」이다. 소주의 구성요소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물이다. 그러나 酒精이 소주의 核(핵)이다.
酒精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드는 걸까?
酒精 원료는 타피오카와 쌀
![]() |
| 酒精 제조업체인「진로발효」안산 반월 공장. 야적 창고에 쌓여 있는 100t의 타피오카를 소형 불도저를 동원해 정리하고 있다. |
1만3000평 크기의 공장 중앙에 5층 높이의 주정 제조시설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크고 작은 타원형 기둥 모양의 탱크들이 굵은 파이프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곳에서는 하루 200t의 원료를 사용해 9만6000ℓ의 酒精을 생산한다.
정문 반대편에 주정 원료인 타피오카(고구마 모양의 열대식물의 뿌리)를 저장하는 창고, 쌀이 쌓여 있는 야적장, 그리고 이것을 주정제조 시설에 투입하는 원기둥 모양의 사일로(저장시설) 두 개가 있었다.
저장 창고 안에서 작은 불도저가 타피오카 100t을 사일로 안으로 옮겨 넣고 있었다. 바로 옆 야외 야적장에는 20kg단위로 포장된 쌀 500t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진로발효의 생산환경팀 李汶鎬(이문호·48) 부장은 『많을 때는 창고와 야적장 그리고 사일로에 쌀과 타피오카를 한 번에 1400t까지 저장한다』고 했다.
李부장의 안내로 주정이 만들어지는 공장을 돌아 보았다. 건물 5층 높이의 공장 안에는 3층 규모의 탱크들과 파이프로 가득했다. 모든 공정이 자동화되어 공장 안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기가 어려웠다.
공장 입구에는 어른 키 두 배만 한 크기의 모터가 보였다.
李부장은 『모터가 돌아가면서 주정 재료들을 아주 가늘게 부숴 준다』며 『이것이 소주가 만들어지는 첫 단계』라고 했다.
모터에서 20m쯤 안쪽으로 들어가니 달콤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李부장이 공장 바닥에 묻힌 가마솥 모양의 탱크 뚜껑을 열자 흰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이곳에서 100℃의 물과 타피오카·쌀이 혼합됩니다. 흔히 술을 만들 때 「쌀이나 보리를 찐다」고 하는데, 이 과정이 찌는 과정이라고 보면 되죠. 이 과정에서 원료의 세균을 살균합니다』
酒精을 만들기 위해 240번 증류
![]() |
| 「진로발효」李汶鎬 부장이 발효탱크의 문을 열고 酒精의 발효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
『이 탱크에서 주정 재료에 누룩을 넣습니다. 누룩이 들어가면서 쌀이나 타피오카의 전분이 포도당으로 바뀌죠. 이것 때문에 단내가 나는 겁니다』
그는 주정에 사용하는 누룩에 대해 설명했다.
『누룩은 쉽게 말하면 곰팡이입니다. 보통 두 종류를 많이 사용하는데 하나는 맥주 재료로 잘 알려진 麥芽(맥아)입니다. 이것은 보리에 싹을 틔운 겁니다. 식혜 만들 때 사용하는 엿기름이 이것이죠. 외국에서는 酒精을 만들 때 주로 맥아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밀 껍질에 곰팡이를 키운 「아스퍼지러스 히로우사비」라는 누룩곰팡이를 사용합니다』
李부장은 탱크 옆에 놓인 하얀 자루를 열어 황토색 누룩을 보여 주었다.
당화탱크에서 누룩과 섞인 주정 재료는 6일간 발효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거쳐 알코올 10도 정도의 주정 원액이 만들어진다. 막걸리와 비슷한 상태다.
李부장이 발효탱크의 문을 열고 탱크 안으로 불빛을 비추었다. 시큼한 술냄새가 올라왔고, 짙은 황토색의 액체가 기포를 일으키며 끓고 있었다.
공장 전체를 제어하는 4층 주조정실로 올라갔다. 컴퓨터를 통해 직원 한 명이 공장 안의 모든 설비를 제어하고 있었다. 주정이 제조되고 있는 현황이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주조정실 옆에는 두 개의 거대한 기둥이 있었다. 공장 밖에 주조정실의 기둥과 같은 30m 높이의 기둥 다섯 개가 더 있다.
『이 기둥이 발효된 주정 원료를 알코올 95%의 주정으로 만드는 증류탑입니다』
李부장이 증류탑의 한쪽을 가리키며 안을 들여다 보라고 했다. 증류탑 안에서는 맑은 액체 사이로 흰 물방울이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는 『액체 위로 올라가는 물방울은 불순물』이라고 했다.
『증류탑은 총 일곱 개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네 개가 증류에 사용되고 세 개는 불순물 처리에 사용됩니다. 하나의 증류탑에서 60번의 증류가 이루어집니다. 네 개의 탑을 거치면 240번의 증류가 이루어지는 거죠. 이 과정이 끝나면 막걸리 상태의 알코올 도수 10%의 원액이 95%의 알코올인 주정이 되는 거죠』
그는 주정 제조에 100% 천연재료만 사용된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주정은 쌀·보리, 말린 고구마, 그리고 타피오카를 발효시켜 증류한 알코올 성분입니다. 주정을 만드는 과정에 이 재료 외에 어떤 화학재료도 사용되지 않습니다. 한국의 주정은 70% 이상 쌀로 만들어져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예요. 「소주는 화학주」라는 말은 엉터리 얘기입니다』
가난과 무지가 가져온 오해
![]() |
| 「참이슬」은 1998년 10월 출시 이후 7년 7개월 만인 지난 5월22일 100억 병을 돌파했다. |
「소주는 화학酒」라는 오해가 생긴 데 대해 다향한 추측이 나왔다.
(주)진로 주류연구소의 李重齊(이중제·40) 차장은 『소주를 만들 때 들어가는 첨가제 때문에 소주는 화학酒라는 생각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요』 했다.
『과거에는 단맛을 내기 위해 다이어트 콜라에 들어가는 화학첨가제 「아스파탐」을 넣기도 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모든 업체에서 설탕이나 「스테비오사이드」, 「에리스리톨」, 「자일리톨」, 「아미노산」 같은 천연 첨가제를 넣습니다. 천연재료지만 일반인들이 들었을 때 화학재료로 오해할 수 있는 이름들이죠. 이것이 「소주는 화학酒」라는 오해를 가져오게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중에 판매되는 소주에는 화학 처리된 재료들이 전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주류연구소의 鄭聖勳(정성훈·40) 차장은 『酒精은 말 그대로 「불순물이 전혀 없는 순수한 술」을 말하는 것』이라며 『「소주는 화학酒」라는 오해는 사람들이 주정과 알코올의 표기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소주 재료인 酒精의 영어 표기가 에탄올이죠. 게다가 만드는 과정에서 몇 가지 첨가물이 들어가면서 사람들에게 「소주는 화학주」라는 오해를 정답처럼 믿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주는 100% 곡물을 증류한 주정을 사용하고, 천연 첨가제만 사용하는 술입니다. 소주제조과정에서 화학 처리가 이루어지는 과정은 하나도 없습니다』
(주)진로의 河珍弘(하진홍·57) 사장은 『소주에 사용되는 주정이나, 제조과정보다 1960년대 못 먹고, 못 살던 시대의 잘못된 음주문화가 「소주는 화학酒」라는 오해를 가져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 막걸리도 받아먹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알코올이면 다 먹고 취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하고, 알코올을 찾았죠. 그게 공업용으로 쓰여야 할 메탄올인지도 모르고 말이죠. 그냥 알코올이라니까 물에 타서 나름대로 「희석식 소주」를 만든 겁니다. 이 소주를 먹고 눈이 먼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그들이 만든 「소주」는 희석식이었고, 당연히 화학酒였습니다. 이게 사람들에게 「소주는 화학酒」라는 잘못된 이미지를 심어 준 것으로 생각되네요』
酒精, 알코올 농도 95% 이상
酒稅法(주세법)에 酒精은 「전분이 함유된 物料(물료) 또는 발효시켜 알코올 85도(%) 이상으로 증류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소주 제조에 사용되고 있는 주정은 알코올 95% 이상의 농도이다.
95%가 넘는 농도의 알코올인 주정은 無色(무색)·無臭(무취)·無味(무미)하다.
鄭聖勳 차장은 『주정 자체는 맛도, 냄새도 없는 알코올』이라며 『인체에 해를 끼치는 독성은 없지만 주정 자체를 그대로 마실 수는 없다』고 했다.
『95% 이상의 알코올을 희석하지 않고 그대로 마신다면 식도나 胃가 타버려요. 독성은 없지만 자극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죠. 실험할 때 50~60% 정도로 희석된 주정을 사용하는데, 이때 특수처리된 스포이드나 튜브가 아니면 고무들이 녹습니다. 70% 정도 농도의 알코올은 상처 소독·살균을 위한 의약품으로 쓰입니다. 알코올 농도 95% 이상이면 작은 자극에 불이 붙거나, 주변 물질을 태워 버릴 정도로 인화성이 강한 것이죠』
주세법은 주정의 농도를 「알코올 농도 85% 이상」으로 규정했는데, 왜 95% 이상의 주정을 만드는 것일까?
鄭聖勳 차장은 『가장 순수한 酒精을 사용할 때 숙취나 술의 잡향을 없앨 수 있다』며 『주정의 농도가 95% 이상인 이유는 가장 깨끗한 소주를 만들기 위해 택한 제조방법』이라고 했다.
『술을 먹은 후 숙취가 생기는 것은 주정의 원료를 증류할 때 생긴 아주 미량의 잡성분 때문이죠. 그게 메탄올과 아세트 알데히드죠. 주류업계에서는 주정의 알코올이 95% 이상의 농도라고 하지만, 실제 소주 제조에 쓰이는 주정은 97~98%까지 올라가기도 합니다. 희석식 소주 재료인 주정의 알코올 농도를 97~98%까지 높이는 이유는 숙취를 일으키는 잡성분들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겁니다』
酒精의 主용도는 연료용
![]() |
| 소주공장과 소주 제조에 대해 설명해 준 진로 이천공장의 조현철 공장장과 이광복 차장. |
알코올 95% 이상의 주정은 살균력과 세정력이 탁월하다. 鄭聖勳 차장은 『소독제·살균제 같은 의약품과, 세척제 제품이나 화장품의 원료로 주정이 사용되고 있다』며 『이럴 때는 주정의 농도를 70% 아래로 낮추어 사용한다』고 했다.
주정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도는 무엇일까? 주정은 의외로 연료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주정에는 연소에 필요한 산소가 녹아 있다. 가솔린의 옥탄가를 증가시켜 엔진의 성능을 높인다. 선진국에서는 주정과 가솔린을 혼합해 대체연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연료로 사용되는 주정의 알코올 농도는 99%에 이른다. 수분을 완전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식용 주정보다 몇 가지 공정을 더 거치게 된다.
진로발효의 李汶鎬 부장은 『요즘 화제가 되는 「바이오 오일」이란 것이 바로 연료용 주정』이라며 『미국이나 브라질에서는 일상화되어 쓰인다』고 했다.
『연료용 주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95% 주정에 제3의 물질을 넣습니다. 그럼 주정에서 수분이 빠지고 알코올만 남게 되죠. 우리나라의 경우 주정의 90% 이상이 소주 제조에 쓰이니 굳이 연료용 주정을 많이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주정 수입국입니다. 소주에 넣을 주정도 모자라 수입을 해서 쓰는 실정이죠. 그러니 다른 용도의 주정을 만들기보다는 소주 주정에 집중하는 겁니다. 지극히 한국적인 상황입니다』
대한주류공업협회가 발간한 「주류산업」(89호)에 따르면 세계 전체 주정 생산량의 약 66%가 연료용으로 쓰이고 있으며, 산업용으로 21%, 주류를 포함한 음료용으로는 13%밖에 사용되지 않는다.
가장 많이 쓰이는 첨가물은「스테비아」
![]() |
| 진로 주류연구소의 소주연구실. 소주 연구기기 앞에 서 있는 鄭聖勳 차장. |
주정과 물을 2대 8의 비율로 섞고, 여기에 첨가물을 넣으면 소주가 된다. 주정에 물을 섞어서 만들기 때문에 「희석식 소주」라고 불린다. 시중에 팔리는 소주는 거의 대부분 희석식 소주다.
소주 만들 때 들어가는 첨가물에 대해 주세법은 「전체 소주 성분의 0.5%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실제 소주 제조에는 0.2% 미만의 첨가물이 사용된다. 첨가물은 無味·無臭한 주정과, 물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소주의 맛과 향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소주의 끝맛이 달거나 쓰다고 느끼는 것은 첨가물 때문이다.
첨가물로는 설탕과 무기염류, 솔비톨, 자일리톨, 구연산 등이 사용된다. (주)진로 주류연구소의 鄭聖勳 차장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첨가물은 「스테비오사이드」인데 「스테비아」라는 식물의 잎에서 뽑아낸 천연 물질』이라고 했다.
『이것은 같은 양의 설탕을 사용할 때보다 200배나 높은 단맛을 냅니다. 적은 양으로 소주의 단맛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李重齋 차장은 『최근 「웰빙」이라는 화두 때문인지 녹차를 첨가제로 쓰고 있는 곳도 있다』고 했다.
『원래 녹차는 1990년대까지 소주의 첨가제로 사용되거나, 허가된 재료는 아니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건강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첨가제로 넣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야 주세법에서 녹차를 소주 제조에 첨가할 수 있는 물질로 허가했죠. 녹차가 첨가물로 허가되면서 소주를 만드는 데 그만큼 맛과 향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린 거죠』
진로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소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작업은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조절하는 것과, 첨가제의 종류와 농도를 조절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주의 맛은 알코올 도수와 첨가제가 결정한다는 얘기다.
한 번만 증류하는 증류식 소주
![]() |
| 주정 샘플과 실험용 소주들이 연구실 책상과 선반 위에 놓여 있다. |
공장 정면 건물인 공장사무실 2층의 공장장 방을 찾았다.
趙?徹(조현철·56) 공장장은 『사람들이 소주 공장에 처음 오면 조금 실망한다』고 했다.
『공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어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거나, 소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요. 소주 공장의 자동화가 제조업체 중 단연 최고입니다』
趙공장장의 말대로 소주 공장에서 「주정과 물을 섞는 과정」, 「첨가제가 들어가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없었다.
공장 안에 들어서니 굵은 은회색 파이프가 3층 건물 높이의 탱크들을 이어 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趙공장장은 『각 탱크들은 주정과 물을 섞기 위한 장치이거나, 물을 여과하기 위한 장치들』이라며 『거대한 믹서기와 정수기의 「필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소주가 생산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소주의 생산과정은 매우 단순하죠. 증류식 소주의 경우 우리나라에 들어온지 700년 정도 됐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제조법이 크게 바뀌지 않았어요. 희석식 소주도 증류식에 몇 가지 과정이 추가 되는 정도입니다』
그는 「증류식 소주」부터 설명했다.
『증류식의 경우 주정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술의 재료인 쌀·보리 등을 익혀 발효를 시킵니다. 이 발효된 쌀이나 보리를 「소줏고리」라고 하는 증류장치에 넣은 후 불을 지펴 가열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수증기가 소주이죠. 소줏고리는 알코올 성분의 수증기를 액체로 모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액체로 모인 것이 증류식 소주가 되는 겁니다. 증류를 단 한 번 하는 거죠. 「단식 증류」라는 용어를 씁니다. 이런 증류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을 「연속식 증류」라고 하는데, 「주정을 만드는 과정」이 바로 「연속식 증류」입니다. 증류를 여러 번 하게 되면 잡성분은 날아가고 순수한 알코올 성분만 남게 돼 주정이 되는 거죠.
「안동소주」나 「이강주」라고 부르는 소주가 「단식 증류」 과정으로 만들어진 증류식 소주죠. 한 번만 증류했기 때문에 원재료의 맛과 향이 그대로 술에 남아 있게 되죠. 증류된 술에 물이나 다른 성분을 섞지 않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40~50도까지 나오게 됩니다』
![]() |
| 진로 이천 소주 공장 내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빈 소주병이 자동으로 각각의 공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
소주 성분의 80%는 물
그는 시중에서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희석식과 증류식 소주의 제조방법의 차이를 설명했다.
『희석식 소주가 증류식 소주와 다른 점은 이미 증류과정을 거친 주정과 지하에서 뽑아 올린 지하수에 여과과정을 추가한다는 것입니다. 희석식 소주는 알코올 95% 이상의 주정에 물과 첨가제를 섞어 알코올 도수를 20~25%까지 낮추어 맛과 향을 다양하게 만듭니다』
그는 구체적인 제조과정을 설명하겠다며 여과과정에 대해 말했다.
『주정공장에서 가져온 주정과 지하에서 뽑아 올린 지하수를 각각 다른 탱크에서 여과시킵니다. 특히 물의 여과는 소주의 또 다른 재료인 첨가제와 함께 소주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물의 첫 번째 여과는 모래와 활성탄이 층층이 쌓인 탱크에서 이루어집니다. 여기서는 물속에 있을 수 있는 불순물을 제거합니다. 이것이 끝나면 「이온처리」라고 해서 물속에 남아 있는 이온을 제거하죠. 여기까지 대부분의 소주 회사가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물의 여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마지막 여과입니다. 이 과정이 물맛의 특징을 결정하죠. 흔히 말하는 「대나무 소주」, 「알카리수 소주」, 「산소 소주」 하는 것이 마지막 여과과정을 거친 물맛의 특징을 표현한 겁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 은과 대나무 숯에서 물을 여과시킵니다. 마지막 여과를 위해 여과 필터로 사용된 재료들의 향과 특유의 성분들이 물속에 녹아 들어 물맛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각 회사별로 「○○소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趙공장장은 공장 안에 있는 또 다른 커다란 탱크 앞으로 갔다.
![]() |
| 1920년대 가정집에서 소줏고리를 이용해 소주를 만들고 있는 모습(출처: 진로 홈페이지). |
한 탱크에서 나온 소주도 0.1~0.3% 알코올 농도 차이
『여과과정이 끝나면 주정과 물, 첨가물이 이 탱크로 모이게 됩니다. 여기서 재료들이 섞이는 겁니다. 우리는 「몰딩」이라고 부르죠. 미리 정해진 용량에 따라 섞이게 되죠. 각 재료들을 섞을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이 탱크의 상층부·중앙·하층부의 농도와 맛을 같게 유지하는 일입니다. 예전에는 한 탱크 안에서 섞인 소주가 0.1~0.3% 정도 알코올 농도가 다른 경우가 있었어요.
섞인 소주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여과됩니다. 이게 마지막 공정입니다』
소주를 병에 담는 공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탱크와 파이프만 있던 소주 제조 과정보다는 생동감이 있었다. 이곳 역시 자동화되어 있어 직원이 많지는 않았다. 한 과정당 2~3명의 직원이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지게차가 시중에서 수거된 빈 소주병이 담긴 박스를 컨베이어벨트 위로 쉬지 않고 내려놓고 있었다. 기계들이 병 속 불순물을 제거하고, 불량 병들을 걸러 냈다. 직원들이 기계가 놓친 불량 병을 손으로 걸러 낸다.
한 번에 500병을 씻을 수 있는 기계가 물과 세정제를 뿜어내며 병들을 세척한다. 세척이 끝난 병들은 다시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상표를 부착하는 기계로 들어간다. 일렬로 늘어선 병들이 기계를 지날 때마다 병 몸통에 종이상표가 부착됐다.
그러고 나서 바로 소주를 담는 과정으로 이동한다. 공중에 매달린 거대한 주사기 모양의 기계가 병들 위로 내려온다. 빈 병 입구와 기계가 맞물리면 소주가 병에 담기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365일 쉬지 않고 이루어진다.
趙공장장은 『소주 만드는 라인이 각 공장마다 4~5개씩 됩니다. 한 라인 별 1분당 600~1000병씩 만들어 내죠. 예전에는 소주를 병에 넣는 공정을 제외한 소주병을 검사하고 씻고 나르는 과정을 모두 사람이 했는데, 지금은 자동화가 됐어요. 그래서 각 공정마다 기계를 조작하고 불량을 검사하는 사람 두 명 정도면 충분합니다. 간혹 소주 공장에 견학 오는 사람들이 「이렇게 큰 공장에 왜 사람들이 없느냐?」 묻기도 하지요』
소주는 언제 처음 만들어졌을까?
현재 소주를 생산하고 마시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하지만 소주가 처음 만들어진 곳은 中東(중동)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몽골에서 들어온 소주
진로 주류연구소의 鄭聖勳 차장은 『맥주나 양주 등 대부분의 술이 中東과 이집트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며 『소주 역시 이 지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고 했다. 소주의 역사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었다. 기원전 3000년쯤부터 中東지역에서 수메르人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설, 기원전 500년쯤 페르시아에서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었다.
中東의 술인 소주가 한국에는 언제, 어떻게 들어온 것일까?
소주가 한국에 들어온 시기는 몽골의 침입이 있었던 13세기쯤이라고 알려져 있다. 정복전쟁을 시작한 몽골인들은 中東에서 증류식 소주 기술을 배우게 된다. 보관성이 뛰어난 증류주는 이곳저곳의 전쟁터를 옮겨 다니던 몽골인들에게 장기간 가지고 다니기 좋은 술이었다. 증류주 기술을 배운 몽골은 고려를 침입하면서 소주도 함께 들여왔다.
진로 홍보실의 李揆哲(이규철·48) 부장은 『원래 우리나라에서 소주를 「아락酒」라고 불렀다』며 『몽골에선 소주를 「아라키」라 부른다』고 했다.
『몽골이 침입했던 지역들을 살펴보면 소주를 부르는 발음이 비슷한 것을 알 수 있어요. 아랍지역은 「아라그」, 만주지역은 「알키」라고 불렀고, 우리나라의 개성지역에서는 「아락」, 목포나 제주에서는 「아랑」으로 불렀습니다. 몽골의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겠죠』
진로 주류연구소의 鄭聖勳 차장은 『몽골로부터 들어온 소주는 증류식 소주였다』며 『고려 말부터 조선 말기에 이르기까지 소주는 아무나 마실 수 없는 고급 술이었다』고 한다.
『소주가 고급 술로 대접받았던 이유는 쌀로 소주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쌀로 담근 술을 마시는 것이 당시 사회에서는 富의 과시 수단이었습니다. 서민들의 경우 소주는 고통을 잊을 수 있는 「약」이었습니다. 쉽게 구해 마실 수 있는 술은 아니었습니다.
일제시대 때부터 소주가 대중화되기 시작합니다. 일제시대 들어온 희석식 소주로 인해 소주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가격도 낮아졌죠. 누구나 소주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게 된 겁니다』
희석식 소주는 언제 처음 만들어졌을까?
鄭차장은 『(소주)역사가 130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했다. 그는 『증류식 소주는 「소줏고리」를 이용해 한 번만 증류하면 됐지만 희석식의 경우 주정을 얻기 위해 증류가 여러 번 필요했다』며 『희석식 소주의 역사는 「연속식 증류기」가 발명된 역사와 같다』고 했다.
1916년 희석식 소주 보급 시작
![]() |
| 지난 6월「대한민국 주류 박람회」에서 만난「보해양조」의 李秉禹 실장. |
진로 홍보실의 全英兌(전영태·44) 차장의 말이다.
『1916년 일제에 의해 주세법이 시행되면서 기존 증류식 외에 희석식 소주가 보급되기 시작했죠. 증류식과 희석식 소주가 시장에서 공존하기 시작한 겁니다. 하지만 이때까지 소주는 증류식 소주를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1964년 12월 정부에서 쌀로 술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양곡관리법」을 실시했죠. 이 법 때문에 쌀을 증류해서 만들어야 하는 증류식 소주를 만들 수 없게 됐어요. 시장에는 옥수수나 고구마를 주정 원료로 한 「희석식 소주」만 나오게 됐죠. 결국 1965년은 「소주는 희석식 소주」라는 등식이 성립된 해라고 봐야죠』
소주업계는 기업전쟁의 축소판이다. 요즘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하거나 덩치를 키우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M&A(기업인수합병)가 소주시장에서는 이미 50년 전부터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全英兌 차장은 『한국의 소주는 조선시대 가내수공업 형태의 양조장에서 만들어지다 1916년에 이르러서 제조업의 틀을 갖추었다』고 한다.
『1924년 전국 소주 제조업체 수가 3175개나 됐어요. 그만큼 영세한 업체가 난립했다는 거죠.
광복과 한국전쟁 후인 1954년의 소주 시장을 보면 당시 최대 소주 업체는 「明星」이라는 회사였죠. 여기에 「서광」(現 진로), 「白馬」, 「白洋」, 「淸露」, 「새나라」, 「美星」, 「玉露」, 「제비원」 등의 비슷한 규모의 업체가 群雄割據(군웅할거)하고 있었습니다』
1965년, 증류식 소주 市場에서 소멸
![]() |
| 서울 노원역 근처 술집에서 만난 변형석(왼쪽), 김형원(오른쪽)씨가 소주를 마신 후 잔을 머리 위로 들어 흔들고 있다. |
全차장의 설명이다.
『1964년 12월에 정부가 쌀을 원료로 한 소주 제조를 금지시키는 「양곡관리법」을 실시하기 이전까지 소주시장의 선두업체들은 증류식 소주를 만들던 업체였어요. 이 업체들은 이 법으로 인해 시장에서 밀려 나게 됐죠. 대신 희석식 소주를 만들던 업체들이 급부상합니다.
이때 가장 큰 소주회사로 등장한 것이 목포에서 청주를 만들던 「三鶴(삼학)」이라는 회사입니다. 三鶴은 1957년 서울로 올라와 희석식 소주공장을 만들던 업체입니다. 다른 업체들보다 먼저 희석식 소주를 만든 것이 성공한 요인이죠. 이때부터 작은 회사들은 살아남지 못하게 됐죠. 큰 회사에 먹히거나 합병됐어요』
三鶴의 소주시장 독주는 1967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1960년대 말 광고를 통해 공격적으로 三鶴에 도전한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시작된다. 1970년 등장한 업체가 「진로」이다. 진로는 1970년 三鶴을 앞서며 소주시장의 선두 기업이 된다.
정부는 1973년부터 한국 소주시장을 지금의 모습으로 재편하는 한 정책을 실시한다. 全차장의 말이다.
『정부는 1973년 소주시장의 과당경쟁과 품질저하를 막겠다며, 한 道에 하나의 소주업체만 두게 하는 「1道1社 정책」을 실시하죠. 1974년에는 지방의 영세 소주업체를 보호해야 한다며 일종의 소주 제조 규제방안인 「주정배정제도」를 도입합니다. 주정배정제도는 각 소주회사들의 전년도 시장점유율에 따라 주정의 양을 배정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것은 소주업체들의 통합을 가속화시켰어요. 각 道에서 가장 큰 업체들만 살아남게 됐고, 나머지 업체들은 문을 닫거나 큰 업체들에 흡수되었습니다.
1976년에는 지방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정부가 주류도매상들에게 자기 회사가 위치한 지역의 소주업체 소주를 전체 구입량의 50% 이상을 사야 하는 「自道酒(자도주) 구입제도」를 도입합니다.
「양곡관리법」, 「주정배정제도」, 「자도주 구입제도」 이 세 가지 제도가 도입되면서 대구는 「금복주」, 대전은 「선양」, 전라도는 「보해」라는 식의 각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회사들이 만들어지게 된 겁니다』
프로 스포츠보다 강한 지역색 가진 소주
![]() |
| 「진로」본사에서 만난 河珍弘 사장. |
소주가 프로야구나 프로축구보다 더 강한 지역색을 가지는 상품이 된 것이다. 이런 제도들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지금은 모두 폐지됐다. 여전히 각 지역에서는 自道에서 생산된 소주의 판매량이 他지역 소주보다 월등히 높다.
광주지역 소주 제조업체인 보해양조의 李秉禹(이병우·51) 홍보실장은 『지방의 주류회사가 소주를 가지고 他道로 진출하기는 어렵다』며 『주류회사에서 전국적으로 판매하는 술은 소주가 아니라 과실주나 약주, 전통주 정도』라고 했다.
그는 『지방 소주업체들이 서울·경기 지역 공략을 위해 신상품을 내놓기도 했지만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며 『서울에 연고를 둔 대기업 업체들 역시 전국 유통망은 가졌지만 自社 소주의 전국화에는 실패했다』고 했다.
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소주는 혼자 마시는 술이 아니라 함께 마시는 술입니다. 우리는 「관계지수가 높은 상품」이라고 말하죠. 함께 어울리다 보면 같은 時空間(시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 같은 사투리와 생활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립니다. 향토색이 짙어지게 되죠. 같은 값이면 내 고장 것을 찾겠다는 것이 우리네 정서죠. 여기에 부합한 것이 바로 소주입니다』
소주업체들 간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1980년대 이후 평온했던 소주시장은 1993년 「두산」(당시 동양맥주)이 강원도의 「경월소주」를 인수하면서 요동쳤다. 대기업 맥주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소주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두산에 이어 「하이트맥주」(당시 조선맥주)가 1997년 「보배」와 「백학」을 인수했다. 2005년 영남의 「무학」은 부산의 「대선주조」에 대해 M&A를 시도했으며, 「하이트맥주」는 세계 최대의 소주업체인 「진로」를 인수했다.
소주시장이 10개社로 재편된 1980년 이후 경영권이 바뀌지 않은 회사는 「금복주」, 「보해」, 「무학」, 「한라산」 4개社에 불과하다. 소주시장이 대기업들의 전쟁터가 된 것이다.
알코올 도수 30도에서 19.8도까지 줄어
![]() |
| 1960년대「진로」의 초창기 소주 광고. |
최근 소주시장의 최대 화두는 알코올 도수 전쟁이다.
진로 주류연구소의 李重齋 차장은 『건강을 중시하는 풍토와 여성 음주 인구의 증가가 소주의 저도화를 빠르게 하고 있다』고 했다.
『소주를 마시는 트렌드가 과거에는 「먹고 죽자」 또는 「아, 오늘 열 받는다. 소주나 먹어야겠다」라는 것에서 지금은 「간단하게, 가볍게, 내일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먹자」는 쪽으로 바뀌고 있어요. 여성 음주 인구가 증가하면서 독한 술보다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이 더 잘 팔리게 됐죠. 이것이 소주의 도수를 빠르게 낮추어 가고 있죠』
증류식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35~40도 사이다. 희석식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19.8도까지 낮아졌다.
「보해양조」의 李秉禹 실장은 『2000년대 들어 한국인에게 「소주는 몇 도다」라는 인식이 사라졌다』고 했다.
『지난 8월 19.8도짜리 소주가 나왔지만 1992년에 15도까지 내려간 소주(보해 라이트)가 나왔어요. 저도화된 소주가 시장과 소비의 추세이지만, 반대로 25도 소주를 찾는 사람도 꾸준히 늘어가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낮아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한국인의 입맛은 20도를 기준으로 「화끈한 소주」와 「부드러운 소주」로 나뉠 것 같습니다』
최초의 희석식 소주 도수는 30도였다. 이것이 1973년 25도로 낮아진 이후 20년 넘게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25도」였다. 소주는 25도라는 인식이 만들어 진다. 1999년 23도의 소주가 나오면서 저도화가 시작됐다. 2001년 22도, 2004년 21도, 그리고 올해 두산에서 20도까지 낮아진 소주가 나오더니 지난 8월29일 경쟁사인 진로가 19.8도의 소주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진로 주류연구소의 鄭聖勳 차장은 『직업상 소주의 가장 좋은 맛을 찾기 위해 알코올 도수를 달리해서 마셔 본다』며 『개인적으로는 20도 정도의 소주가 쓰면서도 달콤·쌉쌀한 소주 본래의 맛을 지키는 마지노선 같다』고 했다.
일반인들은 어떨까?
서울 지하철 4호선 노원역 앞 한 주점에서 만난 회사원 卞亨錫(변형석·29)씨는 『확실히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며 『전보다 순해져서 오히려 마시는 양이 느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면서 소주 한잔 입 속에 털어 넣고 「캭~」 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며 『술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괴롭고 우울할 때 한잔하고 속을 풀던 그 맛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소주는 25도일 때가 제 맛』이라고 했다.
술자리를 함께 한 金炯元(김형원·27)씨는 『도수가 낮아지면 건강에는 좋을 것 같다』며 『20도 아래까지 낮아지면 마시기 더 편하겠다』고 했다. 그는 『둔해서 그런지 1~2도 정도 낮아진 알코올 도수를 잘 느끼지 못하겠다』고 했다.
광운大 근처 음식점에서 만난 李周熙(이주희·30·여)씨는 『독한 술은 여자들에게 부담이 된다』며 『소주가 1도라도 낮아지면 술맛을 모르더라도 여럿이 어울리는 자리에서 여자들이 소주를 지금보다는 많이 마시지 않겠냐』고 했다. 그는 『20도까지 낮아진 소주가 결국은 여성들을 겨냥한 소주회사들의 마케팅 아니겠냐』고 했다.
소주모델은 당대 최고 인기 여자연예인
![]() |
| 남상미씨가 모델로 나선 진로의「참이슬」광고와 이영아씨가 모델로 나선 두산의「처음처럼」광고. |
소주 광고모델들이다.
술집이나 음식점에 붙어 있는 소주 광고 포스터에는 어느 회사 제품이건 당대 최고 인기 여자 연예인들이 주인공이다.
서울 노원역 앞 한 주점과 광운大 인근 식당의 벽과 기둥에는 어김없이 남상미씨가 모델인 소주 광고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서민의 술로 대표되는 소주 광고를 인기 여성 연예인들이 독차지하는 이유는 뭘까?
서울 종로 삼일빌딩에 위치한 광고회사 「JWT」를 찾았다. 소주 광고를 만든 劉相龍(유상용·40) 부국장은 『소주 광고에 여자 모델만 나오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는 『광고주가 여자 모델을 선호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우리는 여러 소주 광고 案을 보여 줍니다. 여자 모델뿐 아니라 남자 모델을 쓴 광고도 있고, 남자·여자 같이 나오는 광고도 있어요. 그중에서 광고주가 선택을 하게 되죠. 그런데 모두 여자 모델을 쓴 광고를 선택하더군요. 아무래도 「소주 광고에는 여자 연예인」이라는 전통이나 징크스가 작용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는 『예전에는 남자 연예인을 소주광고 모델로 쓴 적이 있었다』면서 『홀쭉이와 뚱뚱이로 유명했던 양훈씨부터 최민수·유오성 같은 톱스타들이 모델을 했었지만, 광고업계와 소주업계에서는 성공작으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광고주들이 여자 연예인들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했다.
『술의 알코올 도수가 17도 이상이면 TV광고를 못 하죠. 결국 신문과 포스터광고를 주로 해야 하는데 이 매체로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려면 아무래도 당대 선망의 대상이 되는 여자 연예인이 적격이겠죠. 특히 포스터 광고는 술집이나 음식점에 붙이는 것인데 술 마시는 사람들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끌어 들여야 효과를 볼 수 있겠죠. 이런 부분에서 여자 연예인이 유리한 게 사실입니다』
「서민의 술」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소주 광고에 여자 연예인들만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광고주인 진로의 河珍弘(하진홍·57) 사장에게 물어보았다.
河사장은 『맥주회사에 근무할 때 나도 궁금했다』며 『지금은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반전이 주는 묘미가 소주 광고의 포인트입니다. 주머니 가볍고, 울적할 때 가장 많이 찾는 술이 소주죠. 소주는 남자들이 많이 마시는 술이고요. 처지고, 힘든 일상을 활기차게 해줄 활력소가 남자들에겐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 아닐까요. 결국 울적함을 반전시키는 효과를 여자 연예인에게서 찾는 거죠』
100大 민족문화 상징 소주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일년에 평균 71.1병의 소주를 마신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병 이상을 마시는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영양 분석」을 통해 「30대 이상 남성의 경우 쌀에 이어 소주가 두 번째 에너지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에는 문화관광부에 의해 「100大 민족문화의 상징」에 소주가 그 이름을 올렸다.
소주는 한국인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종로 피맛골의 한 술집에서 만난 金奉秀(김봉수·29)씨는 소주가 『가장 부담 없는 술』이라고 했다.
『소주는 일단 싸죠. 아무리 비싸도 3000원이면 한 병 사죠. 어딜 가든 쉽게 구할 수 있고요. 자연스럽게 소주에 손이 가죠. 맥주는 많이 마셔도 잘 취하지 않지만 소주는 3000원짜리 한 병 정도면 「알딸딸」한 술기운이 올라오죠. 주머니 가벼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적은 돈으로 술에 취할 수 있으니 서민의 술이죠』
서울 노원역 앞 한 주점에서 만난 卞亨錫씨는 『고등학교 때 처음 마신 술이 소주였다』다고 했다.
『중·고등학교 때 가장 먼저 배우는 술이 아마 소주일 겁니다. 어른들이 보지 못할 곳에 숨겨 두었다 몰래 마시던 소주 맛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겁니다. 소주는 성인이 됐다고 인정받는 成人式(성인식)의 술입니다. 은연중에 애착을 가지게 되는 술이죠』
소주는 서민의 친구
진로 河珍弘 사장의 「소주 예찬」을 들어 보자.
『한 병에 몇십만원씩 하는 양주는 서민들의 손이 선뜻 가기 힘들죠. 하지만 소주는 돈 많은 재벌, 평범한 회사원들, 시골 촌로나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까지 어렵지 않게 구해 마실 수 있죠. 차별이 없는 놈이 바로 소주죠.
회사 회식자리에서 격식이나 지위의 높낮이를 허무는 것이 소주입니다. 직장 상사들과 술을 마시면 아무래도 아랫사람들은 어색하고 부담스럽죠. 하지만 소주 몇 잔 들어가면 금세 분위기는 왁자지껄해지고, 모두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친구 같아지잖아요』
LG경제연구원의 신민영 박사는 『소주는 한국경제를 보는 지표』라고 했다.
『소주는 대표적인 불황상품입니다. 「소주의 판매량이 높아질수록 서민의 삶이 어려워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질수록 주머니는 가벼워지고, 점점 더 싼 제품들을 찾게 되죠. 그런 제품들 중에 가장 먼저 손에 잡히는 것이 아무래도 소주입니다. 소주는 「서민들 삶의 질」을 알려 주는 척도입니다. 표준화된 경제지표는 아니지만 서민소비재의 대표인 소주 판매량이 그 시대의 경제지표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연세大 심리학과의 黃相旻(황상민·44) 교수는 『소주는 한국인의 삶에 녹아 든 몇 안 되는 술』이라고 했다.
『사회생활이나 대학생활을 하다 보면 「소주 한잔 합시다」는 말을 곧잘 하죠. 근데 여기서 소주는 진짜 「소주」만을 지칭한다기보다 어떤 종류의 술이 됐건 「함께 술을 마시자」는 의미입니다. 결국 「소주 한잔 합시다」에서의 「소주」라는 명사는 「술」 전체를 지칭하는 대명사가 된 거죠. 소주가 한국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 경우죠』
700년 전 한반도에 전래된 소주는 이제 서민의 친구가 되었다. 삶이 고단하고 우울할 때, 또 즐겁고 기쁠 때 편한 사람, 좋은 사람과 함께 소주 한잔 하는 것만 한 즐거움이 있을까? ●
▣ 소주병은 왜 녹색일까?
맥주병의 색이 짙은 갈색인 것은 보관상의 이유 때문이다. 직사광선에 노출된 탄산가스와 호프가 반응하면 보관상 문제가 생긴다. 이것을 막기 위해 맥주병은 짙은 갈색을 띠고 있다.
그러나 소주병이 녹색인 것은 보관상의 이유와는 무관하다. 처음 녹색 병을 사용한 이유는 영업전략의 일환이었다.
녹색 소주병을 사용한 것은 1994년 1월 두산에서 나온 「그린소주」가 처음이다. 「그린소주」를 시장에 내놓으며 마케팅 방법으로 녹색 병을 사용한 것이다. 「그린」이라는 소주 이름과 이미지를 일치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녹색이 깨끗한 자연의 이미지와 부드러움을 연상시키는 효과를 준다는 판단에서 녹색 병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보이자, 他소주회사들이 기존의 투명한 소주병을 녹색 소주병으로 바꿨다.
최근 소주회사들이 녹색 병을 고집하는 것은 생산가격을 낮춰야 하는 이유도 있다. 소주는 서민의 술이다. 몇 십원, 몇 백원의 가격변화에 소비자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소주회사들은 소주를 가장 저렴하게 공급할 방법을 찾는다.
소주병은 소주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병을 처음 만들 때는 녹색이라고 한다. 투명 또는 다른 색을 띠게 하기 위해서는 돈이 더 들어가게 된다.
소주회사들은 이 가격을 절약하기 위해 녹색 소주병을 만드는 것이다.
▣ 소주의 영양은?
소주는 영양성분이 없는 알코올 95% 이상의 주정과 물을 섞어 만든 것이다. 그러나 소주에는 열량이 있다. 알코올 1g에 7kcal의 열량이 있다. 360ml 소주 한 병에는 72ml 의 알코올이 포함되어 있다. 소주 한 병을 마시면 504kcal의 열량을 섭취하는 셈이다. 이 정도의 칼로리는 혈액순환과 체온상승하기에도 모자라는 분량이다. 체내에 쌓일 정도는 되지 못한다.
발효시킨 재료를 걸러 마시는 술인 막걸리, 와인 같은 양조주는 미미하지만 영양성분이 있다. 따라서 이론상으로는 많이 마시면 살이 찔 수 있다. 그러나 소주는 영양성분이 없기 때문에 많이 마신다고 해서 살이 찌지는 않는다.
그런데 소주를 마시면 왜 살이 찔까.
소주와 함께 먹는 안주 때문이다. 소주는 알코올 도수 20도가 넘는 술이다. 이 때문에 胃(위)와 腸(장)에 강한 자극을 주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소주를 마실 때는 지방과 단백질 성분이 많이 포함된 안주를 찾게 된다. 삼겹살로 대표되는 고기류와 탕·찌개류를 자연스럽게 먹게 되는 것이다.
결국 소주 때문에 살찌는 것이 아니라 안주를 많이 먹어서 살찌는 것이다.
▣ 소주와「폭탄주」
소주 제조업체인 「보해양조」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폭탄주」는 「소맥」이라 불리는 소주와 맥주의 혼합주가 꼽혔다. 그 외 선호하는 폭탄주 2, 3, 5위가 소주를 재료로 한 폭탄주들이다(2위 「소주+복분자주」, 3위 「소주+녹차」, 5위 「소주+약주」). 일반적으로 폭탄주는 毒酒(독주)로 알고 있다.
「소맥」의 알코올 도수는 얼마나 될까?
소주는 20%, 맥주는 4.4~4.5%의 알코올을 포함하고 있다.
진로 주류연구소 鄭聖勳 차장은 『소줏잔 50ml와 맥주잔 250ml에 가득 채워 섞어 만든 폭탄주의 알코올 도수는 7~8도가 된다』고 했다.
7~8도의 폭탄주가 독주로 인식된 이유는 반드시 「원샷」을 해야 하는 폭탄주 문화 때문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