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義宣씨에 대한 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을 1999년부터 무리하게 추진하다 禍를 불러왔다』(현대차그룹 고위 임원)
宋承鎬 月刊朝鮮 기자〈soonj@chosun.com〉
鄭蕙然 月刊朝鮮 기자〈hychung@chosun.com〉
宋承鎬 月刊朝鮮 기자〈soonj@chosun.com〉
鄭蕙然 月刊朝鮮 기자〈hychung@chosun.com〉
父子, M&A로 주식평가 차익 1조원 얻어
국내 財界(재계) 서열 2위인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3세 경영권 승계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검찰은 鄭夢九(정몽구·68) 현대차그룹 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자신의 외아들인 義宣(의선·36·기아자동차 사장·현대모비스 사장)씨에게 물려주기 위해 각종 탈법과 편법을 저질러 왔다는 혐의를 잡고, 父子(부자) 주변을 옥죄어 가고 있다.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불·탈법을 종합해 보면 ▲鄭회장 父子 명의로 현대자동차 관련 협력업체를 인수한 뒤 ▲인수업체와 기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를 합병시키고 ▲합병과정에서 株價(주가)를 띄워 차익을 남기고 ▲그 차액으로 기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을 거쳤다. 鄭회장 父子가 협력업체 인수 및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해 얻은 株式(주식) 평가 차익은 약 1조원에 달한다는 게 財界의 분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한 임원은 『義宣씨에 대한 경영권 승계작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6년 전쯤부터였다』며 『鄭회장이 아들 義宣씨의 그룹 운영에 관한 능력이 검증되기도 전에 승계작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禍(화)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은 우연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검찰은 금융 브로커 金在錄(김재록)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金씨가 1998년 현대차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金씨는 현대차에서 받은 돈 중 일부로 政官界(정관계)에 로비한 것으로 검찰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수사는 「현대차 그룹이 왜 그에게 돈을 줬을까」 하는 것으로 번져 갔고, 이 용도수사가 결국 경영권 승계 파문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의 핵심은 鄭夢九 회장이 아들 義宣씨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서 어떤 「편법적인 방법」을 이용했느냐이다.
「현대오토넷」, 「카스코」 인수
현대차가 수립한 경영승계의 기본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전략은, 자동차 부품 업체를 인수하거나 새로 만든 다음에 기존의 동일 업종 계열사와 합병시키는 방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義宣씨로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본격화되기 이전까지 부품업체에서 납품을 받아 왔다. 2004년 현대차 총 재료비 27조원 중 16조원이 부품납품 비용으로 지불됐다.
현대차가 「부품을 납품받지 않고 납품업체를 子회사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계기는 日本 도요타 때문이었다. 도요타는 全세계 완성車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핵심 부품 계열사를 子회사로 운영하고 있다. 도요타의 「자동차 전장부품」에 대한 관심과 육성 전략은 반도체나 전자업체를 능가할 정도라는 평가가 있다. 도요타가 「GM」이나 「포드」보다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로서는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재료비의 70%가 부품회사로 나가고, 품질 향상에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물론 이를 활용해 義宣씨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 계획이 세워지자, 자동차 브레이크 생산업체인 「카스코」(2005년 6월)와 전장 생산업체인 「현대오토넷」(2005년 8월)을 차례로 인수했다. 현대차 측은 완성차 업체가 부품업체를 매입해 관련산업을 통째로 점유한다는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 독일의 지멘스社와 공동으로 인수했다. 현대차와 지멘스가 현대오토넷 지분 21.62%(7만7740주)를 각각 場外(장외)에서 매수한 것이다. 당시 이 회사의 株價는 5000원대였다.
鄭夢九 회장은 이 회사를 인수한 직후, 『현대오토넷을 덴소(도요타의 전장부품업체)처럼 키우라』고 지시했다. 현대오토넷의 株價는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지 4개월 만에 1만4000원대로 치솟았다.
鄭회장의 의지는 또 다른 자동차 부품업체인 카스코(브레이크 생산업체)에도 영향을 끼쳤다. 현대차가 카스코를 인수할 때(2005년 6월) 株價는 1만4000원대였는데, 4개월 후에 株價가 3만1000원대로 급등했다. 현대차가 인수한 자동차 부품회사 두 군데의 시가총액이 4개월 동안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인수한 자동차 부품 회사의 株價를 띄운 뒤, 두 회사의 합병 절차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2005년 11월, 현대오토넷과 본텍을 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본텍은 현대자동차그룹이 2001년 11월에 인수한 자동차 부품 회사다.
현대차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현대차가 두 회사의 합병을 발표하기 전에 본텍의 株主는 기아차 39%, 글로비스 30%, 義宣씨 30%였다. 그런데 현대차가 이 결정을 발표하기 직전에 義宣씨는 돌연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본텍의 지분 30%를 독일 지멘스社에 팔았다.
義宣씨가 지멘스에 넘긴 가격은 株當 9만5000원. 義宣씨가 지멘스로 주식을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두 회사의 합병이 발표됐다. 그런데 두 회사가 합병을 결정하면서 내린 본텍의 株價 평가액은 株當 23만3552원이었다.
문제는 여기 있다. 지멘스가 義宣씨로부터 본텍 주식을 살 때의 가격은 9만5000원이었는데, 두 달 뒤 상황이 바뀌어 회사 가치를 평가해 보니 주당 23만3552원이었다는 것이다. 지멘스가 가만히 있는데, 지멘스 소유의 회사(본텍) 가치는 두 달 사이에 2.5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지멘스는 이 두 개 회사의 합병으로 총 831억원을 벌어들였다.
財界의 두 가지 해석
財界에서는 이같은 주식의 평가과정을 두고 두 가지 해석을 하고 있다. 義宣씨가 지멘스에 주식을 싸게 넘겼거나, 아니면 현대차그룹이 현대오토넷과 본텍을 합병할 때 본텍의 회사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느냐는 시각이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합병비율은 삼일회계법인과 증권거래법 등 관련 법령규정에 따라 산정했다』고 해명했다.
현대차그룹 측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본텍이 그렇게 가치가 높은 회사라면, 두 회사가 합병되기 두 달 전에 義宣씨가 본텍의 보유 지분을 매각할 필요가 없지 않았느냐는 부분이다. 결국 이는 義宣씨가 「편법상속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서둘러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또 현대차그룹이 본텍을 高평가함으로써, 지멘스도 이익을 얻었지만 결과적으로 義宣씨도 이득을 봤다는 점이다. 본텍의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는 글로비스의 대주주는 義宣씨(31.88%)다. 본텍을 高평가할 경우, 결과적으로는 본텍의 株主인 글로비스 주식 31.88%를 보유하고 있는 義宣씨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이다.
2005년 9월 株當 9만5000원짜리 회사가, 같은 해 12월에는 23만3552원으로 변신한 과정에 대한 의혹은 검찰의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鄭義宣이 대주주인 회사에 물량 몰아주기
두 번째 전략은, 현대자동차그룹이 義宣씨로 하여금 非상장 회사에 투자하도록 한 뒤, 현대차가 義宣씨가 투자한 회사에 거래를 몰아주는 방법을 택했다. 이 비상장 회사의 가치가 높아지면 그때 코스닥에 상장시켜 막대한 株價 차익을 얻는 방법이다. 義宣씨는 「글로비스」(2001년 2월), 「엠코」(2004년 12월), 「이노션」(2005년 6월)에 각각 투자했다.
이 전략의 대표적인 예는 글로비스다. 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담당 회사로 2001년 鄭씨 父子에 의해 인수됐다. 당초 현대자동차의 수송업무는 현대상선 측이 가지고 있었으나, 현대상선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그룹 측에 이 업무권한을 매각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차의 수송에 따른 업무를 현대상선으로부터 인수할 당시 鄭씨 父子의 투자금액은 50여억원에 불과했다.
義宣씨는 30억원을 들여 글로비스(당시 「한국로지텍」) 株主가 됐는데 이후 지분율이 31.88%(2006년 1월 기준)가 됐다.
글로비스 급성장 배경
현대차그룹이 글로비스를 인수한 이후 이 회사의 영업실적은 급상승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매출 신장률은 평균 54.7%에 달했다. 연도별 매출실적을 보면, 2001년 1984억원(순이익 65억2195만원), 2002년 3742억원(순이익 282억원), 2003년 5787억원(순이익 403억원), 2004년 9027억원(순이익 696억원)으로 늘어났고, 2005년 1조5408억원(순이익 799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비스가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현대자동차그룹 측이 수송물량을 대거 글로비스에 몰아주었기 때문이다. 글로비스의 전체 매출 중 80% 이상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부터 올린 것이다.
글로비스의 한 직원은 『앞으로 그룹 측이 글로비스의 물류비중을 현재 40%에서 60%까지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 회사의 영업실적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2005년 말, 비상장 기업인 글로비스의 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했다. 글로비스의 공모주 청약은 경쟁률만 150대 1에 달했다. 글로비스는 2005년 12월26일 증권거래소에 上場(상장)됐다.
義宣씨의 글로비스 지분 時價는 지난 4월14일 현재, 5000억원 선이다. 올해 초 그의 글로비스 주식 평가액은 1조원 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결국 義宣씨는 2001년 30억원을 투자, 5년 만에 최소 205배의 수익을 얻은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비스 이외에 현대차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엠코」도 상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義宣씨의 글로비스 시세 차익은 정치권에서 지적되고 있다.
沈相正(심상정) 민노당 의원은 義宣씨의 글로비스 주식 평가액이 크게 증가한 데 대해 『이는 또 다른 형식의 변칙 증여이기 때문에 증여세를 물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최근 義宣씨의 이같은 주식투자 행태를 「회사 기회의 편취」라고 단정했다. 「회사 기회의 편취」란 기업에 유망한 사업기회가 생겼을 때, 그 기업의 지배주주나 이사진이 非상장 계열사를 설립해 새 사업 기회의 이익을 가로채는 행위를 말한다.
참여연대 측의 주장에 따르면 유망한 사업기회란 「현대차의 물류 수송 업무」, 非상장 계열사는 「글로비스」, 이를 설립한 사람은 「鄭씨 父子」다. 참여연대는 2006년부터 이 조항을 상법에 신설하는 운동에 착수할 방침이다.
비난여론 의식해 외국계 회사 동원
현대차그룹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외국 회사를 끌어들였다. 財界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외국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한 것을 두고 「본텍에 대한 高평가나 글로비스 上場 이익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감소시키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鄭義宣씨는 2005년 8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본텍 지분을 독일의 지멘스社에 넘겼다. 현대차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멘스의 자동차 부품 품질 능력을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지멘스에 800억원대의 이익을 가져다 줬다.
財界의 한 관계자는 『이는 양자 간에 대가성 거래가 아니었느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고 했다.
鄭씨 父子에게 제기되고 있는 또 다른 의혹은 노르웨이 선박물류업체인 「빌헬름센」에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이다.
義宣씨는 2004년 11월, 글로비스의 지분 중 25%(750만 주)를 빌헬름센社에 팔았다. 매각 대금은 1억 달러(1200여 억원)였다고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비스가 유럽으로 진출할 때 빌헬름센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아서 팔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財界에서는 이 역시, 「빌헬름센을 끌어들여 글로비스 상장時 상장이익에 대한 비난을 희석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차 파문이 시작된 것은 지난 3월말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전모를 알기 위해서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 6년 동안 현대차 내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1998년 10월, 현대차는 법정관리 중인 기아자동차를 인수했다. 당시 현대차는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어 기아차를 인수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시달렸지만, 전격 인수를 하게 된다.
당시 기아차 부채는 8조7500억원, 아시아자동차 부채까지 합하면 11조8000억원이었다. 채권단이 이 중 일부를 탕감해 주는 조건이었다. 결국 현대차가 기아차 주식 30.78%(1억1578만1296주), 인천제철이 10.25%(3855만8145주), 현대캐피탈이 10.23%(3848만1213주)를 사들여 기아차 인수가 마무리됐다.
鄭義宣, 현대차의 기아 인수 1년 뒤 入社
당시 義宣씨는 스물아홉 살이었다. 고려大 졸업 후 유학길에 오른 그는 美國 샌프란시스코에서 경영대학원을 막 마친 상황이었다. 그는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할 때 日本 「이도츠상사」 뉴욕지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1999년, 현대차는 두 조직에 대한 정비작업에 바빴다. 금융 브로커 金在錄씨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金씨는 기아차의 정식 직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1998~ 1999년 기아경제연구소 홍보이사 명함을 들고 다녔다.
義宣씨가 현대차에 入社(입사)한 날짜는 1999년 12월6일이다. 그의 첫 직함은 현대차 자재본부 총괄이사였다.
義宣씨는 鄭회장의 외아들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딱히 회사와 연관이 없었다.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차 등 계열사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현대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당시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은 主力기업이 다른 계약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이른바 「순환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현대모비스가 현대자동차의 지분을 7.33% 가지고 있었고, 현대자동차는 다시 기아자동차의 지분을 30.16%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출발점은 鄭夢九 회장이다. 鄭회장은 기아차 인수 당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6.31%를 보유하고 있었고, 그 이 외에도 鄭회장 자신과 특수관계인 21명이 기아자동차의 지분 4.11%를 보유하고 있었다. 결국 鄭회장은 현대모비스를 통해서 현대차·기아차를 지배하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지배구조
현대차가 오늘날과 같은 순환지배구조를 가지게 된 것은 현대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고 난 이후부터였다. 현대차는 현재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14.56%(7.24% 증가),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 38.67%(8.51% 증가), 기아차가 현대모비스 지분 18.15%(신규)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다 鄭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지분 7.92%(1.61% 증가), 현대차의 지분 5.2%(증가)를 보유하고 있다. 즉, 鄭夢九 회장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의 지분을 가지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경영권을 鄭회장의 외아들 義宣씨에게 넘겨주기 위해 기아자동차가 그룹 각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토록 했다. 이는 향후 義宣씨가 기아자동차의 주식을 일정 부분 소유할 경우, 기아자동차를 통해 그룹의 전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2000년 6월9일, 기아차는 현대모비스 지분 20%를 증권시장을 통해 매입했다. 기아차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당시, 「협력사로부터 안정적인 부품을 제공받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붙였다.
이후 기아차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지분을 대거 매입하기 시작했다. 2002년 4월까지 INI스틸 지분 11.5%, 현대파워텍 지분 50%, 엔지비 24.4%, 오토에버 20%, 본텍 39%, 위아 45.3% 등을 매입했다.
義宣씨도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집중 매입하는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현재 義宣씨는 기아자동차의 주식 1.99%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무리 없이 추진하기 위해 관계 업체들을 대거 인수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연도별 계열사 수를 보면, 2000년 10개에서 2001년 21개, 2002년 26개, 2003년 25개, 2004년 26개, 2005년 40개 업체로 늘어났다.
이 중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자동차 부품 관련 업체만도 2001년 5개社(케피코·현대파워텍·엔지비·한국디티에스·코리아 정공)이던 것이 2002년에는 11개 업체(위아·본텍·위스코·다이모스·다임러현대상용차·로템)로 늘어났다. 2003년에는 아주금속공업을 인수했고, 2004년에는 아폴로산업·인희라이팅·에코에너지·에이랜드 4개社를, 2005년에는 엠시트·카스코·현대오토넷·만도맵앤소프트·폰터스맵·카네스·파텍스 7개社를 추가로 인수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자동차 부품 관련 업체 중, 2002년 인수한 위아·본텍과 2005년 인수한 카스코·현대오토넷의 경우 검찰의 집중적인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들 회사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같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관련 업체 인수과정을 놓고 볼 때, 鄭夢九 회장은 현대차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의 지분을 직접 보유해 그룹을 장악해 왔고, 자신의 아들 義宣씨 명의로 기아자동차 지분을 보유토록 해 경영권을 자연스럽게 이양하는 절차를 밟아 온 셈이다.
현대차의 「그룹 경영권 승계 6개년 프로젝트」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1999년부터 시작됐다.
鄭회장은 당초 현대오토에버닷컴(이하 「오토에버」)을 통해 아들 義宣씨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기아자동차 주식매입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다. 이 당시 義宣씨가 현대오토에버닷컴의 주식 20.1%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00년 4월10일 설립된 현대차의 子회사였다. 主力 사업 아이템은 인터넷 자동차 판매, 중고차 매매 및 알선업이었다.
현대차는 2000년 9월께 「인터넷 자동차 판매」를 선언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를 판매할 계획』이라며, 『2005년까지 자동차의 인터넷 판매비중이 3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오토에버를 통한 인터넷 판매전략」을 세우기 위해 앤더슨 컨설팅에 용역을 맡겼다. 金在綠씨가 앤더슨 컨설팅의 대표를 맡고 있었다. 鄭夢九 회장의 「오른팔」로 불렸던 鄭淳元(정순원) 당시 현대차 부사장이 오토에버 대표이사를 맡았다.
오토에버의 사무실은 현대자동차 계열사들이 대거 입주해 있었던 서울 계동이 아니라, 남대문에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토에버가 「인터넷 자동차 판매」라는 다소 생소한 일을 하는 데다가, 義宣씨가 株主여서 깊은 관심을 보였다.
당시 기자는 사무실에서 鄭淳元 사장을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다.
―자동차 인터넷 판매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회사가 설립된 목적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회사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鄭사장의 얘기가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오토에버에 근무했던 李모 과장은 『우리도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몰라 인터넷으로 車를 주문하는 고객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만 보고 지냈다』고 말했다. 당시 오토에버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세청은 현대차그룹이 오토에버를 설립한 지 8개월 만에 현대차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국세청은 「현대차가 義宣씨가 株主로 있는 오토에버에 부당하게 지원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 조사 이유라고 밝혔다.
오토에버는 처음 설립될 당시에 자신감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영업실적이 좋지 않았다. 회사의 존재 자체로 점차 잊혀졌다. 義宣씨는 그해 말, 상무로 진급했다.
義宣씨의 종잣돈 30억원이 5년 만에 6200여 억원으로 늘었다
현대차그룹이 경영권 승계의 기틀을 마련한 것은 2001년이었다.
현대차는 오토에버닷컴이 뜻한 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無名(무명)의 회사들에 눈을 돌렸다. 본텍·글로비스·엠코다. 義宣씨가 이들 회사의 주주다.
義宣씨는 2006년 1월 말을 기준으로 글로비스의 지분 31.88%, 엠코 25.1%를 갖고 있고, 본텍의 지분 25%는 외국계 회사에 팔았다.
義宣씨가 현재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는 본텍을 먼저 보면, 1999년 12월 본텍의 주인은 「(주)윈앤윈21」과 「씨앤씨캐피탈」이었다. 이 두 회사는 당시 본텍 지분을 각각 36.05%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본텍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2001년 1월에 주식 200만 주에 대해 「구주 200」 대 「신주 1」로 무상 減資(감자)를 실시했다. 본텍은 10개월 뒤인 2001년 10월 增資(증자)를 하겠다고 밝혔고, 이때 義宣씨가 15억원을 내고 지분 30%를 취득했다.
이 과정을 통해 본텍의 지분은 기아차 39%, 글로비스 30%(당시 한국로지텍), 義宣씨 30%가 됐다. 현대차는 義宣씨가 본텍의 주주가 된 사실을 공개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는지, 본텍의 주주 명부에 義宣씨 이름 대신에 「개인주주」라고 신고했다.
義宣씨는 30억원 정도를 투자해 글로비스 지분을 획득했다. 글로비스는 鄭씨 父子가 인수한 첫해부터 매출 실적이 좋았다. 덕분에 매년 배당금도 지급했다.
글로비스는 2003년에는 주당 1만원(현금)과 200%의 주식을 배당했고, 2004년에는 주당 1500원을 현금 배당했다.
義宣씨는 글로비스 지분 일부를 빌헬름센社에 1200여 억원을 받고 팔았다. 그의 나머지 글로비스 지분 평가액은 5000억원대(지난 4월13일 종가 기준)대다. 결국 義宣씨는 종잣돈 30억원으로 총 6200여억원을 번 셈이다. 수익률은 무려 205배다. 義宣씨는 또 본텍에 15억원을 투자해 지분 전체를 지멘스社에 570억원을 받고 팔았다.
鄭씨 父子회사가 잘나갔던 이유
義宣씨가 싸게 사들인 회사를 비싸게 팔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인수한 회사의 매출 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義宣씨가 손대는 회사들은 어떻게 모두 「대박」이 날 수 있었을까?
본텍의 연매출은 1999년 1159억원(순손실 13억3500만원)에서 2000년 1168억(순이익 37억4000만원), 2001년 1252억원(순이익 137억원), 2002년 1762억(순이익 136억원), 2003년 1857억원(순이익 103억원), 2004년 2424억원(순이익 107억원), 2005년 3330억원(순이익 323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건설회사 (주)엠코의 경영 실적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엠코는 鄭夢九 회장이 10%, 義宣씨가 2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엠코의 연매출은 2002년 95억원(순손실 기록)에서 2005년 7983억원(순이익 64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년 만에 84배가 늘었고, 순이익은 적자에서 640억원대 흑자로 돌아섰다. 財界에서는 엠코가 이같은 추세라면 향후 3~4년 이내에 「순익 1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엠코의 매출은 거의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발생한다. 엠코는 2005년 5월부터 2006년 3월까지 두 달을 제외하고는 매달 공사를 따냈다.
엠코는 2005년 5월에는 INI스틸 공사를 수주했고, 6월에는 기아차, 7월에는 위아·현대파워텍·다이모스, 8월과 10월에는 현대차, 12월 현대파워텍, 지난 1월 해비치리조트(현대차의 골프장 계열사)로부터 공사 물량을 받았다. 공사의 내용도 민간용 건축물이 아니라, 공장 건설 공사가 대부분이다.
현대차 계열사인 「위아」로부터 따낸 공사는 남양변속기 통합연구소 신축공사, 현대차에서 딴 공사는 남양기숙사 신축공사, 현대파워텍 공사는 신소형 자동변속기 공장 신축공사다. 사실상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공사를 엠코가 위임받은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출 실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공장 건설을 주로 하는 한 관계자는 『현대차에서 공사를 발주할 때 참여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어차피 정해져 있는 일인데, 준비시간이나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현대차 지분 높아지자 긴장
현대차 내부에서 일이 긴박하게 돌아갈 즈음, 외부의 환경도 변하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율이 2003년 상반기부터 급상승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財界는 외국계 펀드인 소버린으로 인해 「외국계 펀드」의 회사 주식 買集(매집)에 극도로 긴장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현대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외국계 펀드인 CSFB가 2003년 9월에 현대차 주식을 9.6% 매입하면서 대주주가 됐다. 현대캐피탈이 갖고 있던 기아자동차의 지분도 외국계로 많이 넘어가게 됐다.
당시 현대차 안팎에서는 「鄭씨 일가의 현대자동차 그룹에 대한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얘기가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
원형구조
현대자동차그룹은 A가 B를, B가 C를, C가 다시 A를 지배하는 원형 구조를 갖고 있다. 만약에 이 중 한 회사의 경영권이 위협당할 경우, 나머지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義宣씨는 당시까지 기아차의 주식을 전혀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현대캐피탈은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현대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지분 10.4% 중 일부를 처분하라는 지시를 받게 됐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에 따라 현대캐피탈은 보유하고 있는 지분 중 5%를 초과하는 부분(5.4%)을 팔아라』고 결정했다.
현대캐피탈은 2004년 12월29일 1250만 주, 2005년 1월14일 600만 주를 각각 시간 외 매매로 팔았다. 그런데 이 중 대다수는 외국계 장기펀드가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계 펀드의 현대자동차 주식 매집이 이어지자, 내부의 상황이 긴박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義宣씨가 하루라도 빨리 기아자동차 주식을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鄭夢九 회장은 2005년 1월에 기아차의 「재무통」인 具泰煥(구태환·50)씨를 기아차 대표이사에 앉히고, 義宣씨의 기아자동차 주식 매집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義宣씨는 2005년 2월7일에 최초로 기아자동차 주식 135만670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이후 그는 2월11일에는 201만8130주, 2월14일에는 13만1200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義宣씨는 세 차례 주식 거래를 통해 기아자동차의 지분 1.01%를 보유하게 됐다.
義宣씨는 2005년 3월11일에 주주총회를 통해 「기아차 대표이사」로 선출됐다. 그가 현대자동차 이사로 입사한 지 6년 만이다.
義宣씨 기아車 지분 1.99% 확보
義宣씨는 이후 2005년 11월3일에 보유 중이었던 본텍 지분을 판 돈(570억원)으로 기아자동차 주식 340만4500주를 장내에서 샀다. 이날 현대캐피탈이 시장에 내놓은 기아자동차 주식 347만2310주 중 대부분을 義宣씨가 산 것이다. 義宣씨가 이날 하루 동안 기아자동차 주식 매입을 위해 쓴 돈은 810억원이었고, 이로써 義宣씨는 기아자동차의 지분 1.99%를 갖게 됐다.
검찰이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검찰의 칼날이 鄭夢九 회장과 鄭義宣 기아차 사장에게로 쏠리고 있는 지금, 義宣씨가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鄭夢九 회장이 義宣씨에게 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빠르게 진행해 온 것은 鄭회장 자신이 장남이면서도 부친(鄭周永 前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받지 못한 데서 오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鄭夢九 회장이 지난 6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추진해 온 「그룹 경영권 승계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검찰은 鄭夢九(정몽구·68) 현대차그룹 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자신의 외아들인 義宣(의선·36·기아자동차 사장·현대모비스 사장)씨에게 물려주기 위해 각종 탈법과 편법을 저질러 왔다는 혐의를 잡고, 父子(부자) 주변을 옥죄어 가고 있다.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불·탈법을 종합해 보면 ▲鄭회장 父子 명의로 현대자동차 관련 협력업체를 인수한 뒤 ▲인수업체와 기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를 합병시키고 ▲합병과정에서 株價(주가)를 띄워 차익을 남기고 ▲그 차액으로 기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을 거쳤다. 鄭회장 父子가 협력업체 인수 및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해 얻은 株式(주식) 평가 차익은 약 1조원에 달한다는 게 財界의 분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한 임원은 『義宣씨에 대한 경영권 승계작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6년 전쯤부터였다』며 『鄭회장이 아들 義宣씨의 그룹 운영에 관한 능력이 검증되기도 전에 승계작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禍(화)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은 우연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검찰은 금융 브로커 金在錄(김재록)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金씨가 1998년 현대차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金씨는 현대차에서 받은 돈 중 일부로 政官界(정관계)에 로비한 것으로 검찰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수사는 「현대차 그룹이 왜 그에게 돈을 줬을까」 하는 것으로 번져 갔고, 이 용도수사가 결국 경영권 승계 파문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의 핵심은 鄭夢九 회장이 아들 義宣씨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서 어떤 「편법적인 방법」을 이용했느냐이다.
「현대오토넷」, 「카스코」 인수현대차가 수립한 경영승계의 기본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전략은, 자동차 부품 업체를 인수하거나 새로 만든 다음에 기존의 동일 업종 계열사와 합병시키는 방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義宣씨로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본격화되기 이전까지 부품업체에서 납품을 받아 왔다. 2004년 현대차 총 재료비 27조원 중 16조원이 부품납품 비용으로 지불됐다.
현대차가 「부품을 납품받지 않고 납품업체를 子회사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계기는 日本 도요타 때문이었다. 도요타는 全세계 완성車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핵심 부품 계열사를 子회사로 운영하고 있다. 도요타의 「자동차 전장부품」에 대한 관심과 육성 전략은 반도체나 전자업체를 능가할 정도라는 평가가 있다. 도요타가 「GM」이나 「포드」보다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로서는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재료비의 70%가 부품회사로 나가고, 품질 향상에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물론 이를 활용해 義宣씨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 계획이 세워지자, 자동차 브레이크 생산업체인 「카스코」(2005년 6월)와 전장 생산업체인 「현대오토넷」(2005년 8월)을 차례로 인수했다. 현대차 측은 완성차 업체가 부품업체를 매입해 관련산업을 통째로 점유한다는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 독일의 지멘스社와 공동으로 인수했다. 현대차와 지멘스가 현대오토넷 지분 21.62%(7만7740주)를 각각 場外(장외)에서 매수한 것이다. 당시 이 회사의 株價는 5000원대였다.
鄭夢九 회장은 이 회사를 인수한 직후, 『현대오토넷을 덴소(도요타의 전장부품업체)처럼 키우라』고 지시했다. 현대오토넷의 株價는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지 4개월 만에 1만4000원대로 치솟았다.
鄭회장의 의지는 또 다른 자동차 부품업체인 카스코(브레이크 생산업체)에도 영향을 끼쳤다. 현대차가 카스코를 인수할 때(2005년 6월) 株價는 1만4000원대였는데, 4개월 후에 株價가 3만1000원대로 급등했다. 현대차가 인수한 자동차 부품회사 두 군데의 시가총액이 4개월 동안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인수한 자동차 부품 회사의 株價를 띄운 뒤, 두 회사의 합병 절차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2005년 11월, 현대오토넷과 본텍을 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본텍은 현대자동차그룹이 2001년 11월에 인수한 자동차 부품 회사다.
현대차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현대차가 두 회사의 합병을 발표하기 전에 본텍의 株主는 기아차 39%, 글로비스 30%, 義宣씨 30%였다. 그런데 현대차가 이 결정을 발표하기 직전에 義宣씨는 돌연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본텍의 지분 30%를 독일 지멘스社에 팔았다.
義宣씨가 지멘스에 넘긴 가격은 株當 9만5000원. 義宣씨가 지멘스로 주식을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두 회사의 합병이 발표됐다. 그런데 두 회사가 합병을 결정하면서 내린 본텍의 株價 평가액은 株當 23만3552원이었다.
문제는 여기 있다. 지멘스가 義宣씨로부터 본텍 주식을 살 때의 가격은 9만5000원이었는데, 두 달 뒤 상황이 바뀌어 회사 가치를 평가해 보니 주당 23만3552원이었다는 것이다. 지멘스가 가만히 있는데, 지멘스 소유의 회사(본텍) 가치는 두 달 사이에 2.5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지멘스는 이 두 개 회사의 합병으로 총 831억원을 벌어들였다.
財界의 두 가지 해석財界에서는 이같은 주식의 평가과정을 두고 두 가지 해석을 하고 있다. 義宣씨가 지멘스에 주식을 싸게 넘겼거나, 아니면 현대차그룹이 현대오토넷과 본텍을 합병할 때 본텍의 회사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느냐는 시각이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합병비율은 삼일회계법인과 증권거래법 등 관련 법령규정에 따라 산정했다』고 해명했다.
현대차그룹 측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본텍이 그렇게 가치가 높은 회사라면, 두 회사가 합병되기 두 달 전에 義宣씨가 본텍의 보유 지분을 매각할 필요가 없지 않았느냐는 부분이다. 결국 이는 義宣씨가 「편법상속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서둘러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또 현대차그룹이 본텍을 高평가함으로써, 지멘스도 이익을 얻었지만 결과적으로 義宣씨도 이득을 봤다는 점이다. 본텍의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는 글로비스의 대주주는 義宣씨(31.88%)다. 본텍을 高평가할 경우, 결과적으로는 본텍의 株主인 글로비스 주식 31.88%를 보유하고 있는 義宣씨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이다.
2005년 9월 株當 9만5000원짜리 회사가, 같은 해 12월에는 23만3552원으로 변신한 과정에 대한 의혹은 검찰의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鄭義宣이 대주주인 회사에 물량 몰아주기두 번째 전략은, 현대자동차그룹이 義宣씨로 하여금 非상장 회사에 투자하도록 한 뒤, 현대차가 義宣씨가 투자한 회사에 거래를 몰아주는 방법을 택했다. 이 비상장 회사의 가치가 높아지면 그때 코스닥에 상장시켜 막대한 株價 차익을 얻는 방법이다. 義宣씨는 「글로비스」(2001년 2월), 「엠코」(2004년 12월), 「이노션」(2005년 6월)에 각각 투자했다.
이 전략의 대표적인 예는 글로비스다. 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담당 회사로 2001년 鄭씨 父子에 의해 인수됐다. 당초 현대자동차의 수송업무는 현대상선 측이 가지고 있었으나, 현대상선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그룹 측에 이 업무권한을 매각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차의 수송에 따른 업무를 현대상선으로부터 인수할 당시 鄭씨 父子의 투자금액은 50여억원에 불과했다.
義宣씨는 30억원을 들여 글로비스(당시 「한국로지텍」) 株主가 됐는데 이후 지분율이 31.88%(2006년 1월 기준)가 됐다.
글로비스 급성장 배경 |
|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승계 비리 의혹을 받아 온 현대ㆍ기아차그룹의 鄭夢九 회장이 지난 4월8일 새벽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며 미소짓고 있다. |
글로비스가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현대자동차그룹 측이 수송물량을 대거 글로비스에 몰아주었기 때문이다. 글로비스의 전체 매출 중 80% 이상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부터 올린 것이다.
글로비스의 한 직원은 『앞으로 그룹 측이 글로비스의 물류비중을 현재 40%에서 60%까지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 회사의 영업실적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2005년 말, 비상장 기업인 글로비스의 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했다. 글로비스의 공모주 청약은 경쟁률만 150대 1에 달했다. 글로비스는 2005년 12월26일 증권거래소에 上場(상장)됐다.
義宣씨의 글로비스 지분 時價는 지난 4월14일 현재, 5000억원 선이다. 올해 초 그의 글로비스 주식 평가액은 1조원 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결국 義宣씨는 2001년 30억원을 투자, 5년 만에 최소 205배의 수익을 얻은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비스 이외에 현대차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엠코」도 상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義宣씨의 글로비스 시세 차익은 정치권에서 지적되고 있다.
沈相正(심상정) 민노당 의원은 義宣씨의 글로비스 주식 평가액이 크게 증가한 데 대해 『이는 또 다른 형식의 변칙 증여이기 때문에 증여세를 물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최근 義宣씨의 이같은 주식투자 행태를 「회사 기회의 편취」라고 단정했다. 「회사 기회의 편취」란 기업에 유망한 사업기회가 생겼을 때, 그 기업의 지배주주나 이사진이 非상장 계열사를 설립해 새 사업 기회의 이익을 가로채는 행위를 말한다.
참여연대 측의 주장에 따르면 유망한 사업기회란 「현대차의 물류 수송 업무」, 非상장 계열사는 「글로비스」, 이를 설립한 사람은 「鄭씨 父子」다. 참여연대는 2006년부터 이 조항을 상법에 신설하는 운동에 착수할 방침이다.
비난여론 의식해 외국계 회사 동원 현대차그룹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외국 회사를 끌어들였다. 財界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외국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한 것을 두고 「본텍에 대한 高평가나 글로비스 上場 이익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감소시키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鄭義宣씨는 2005년 8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본텍 지분을 독일의 지멘스社에 넘겼다. 현대차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멘스의 자동차 부품 품질 능력을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지멘스에 800억원대의 이익을 가져다 줬다.
財界의 한 관계자는 『이는 양자 간에 대가성 거래가 아니었느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고 했다.
鄭씨 父子에게 제기되고 있는 또 다른 의혹은 노르웨이 선박물류업체인 「빌헬름센」에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이다.
義宣씨는 2004년 11월, 글로비스의 지분 중 25%(750만 주)를 빌헬름센社에 팔았다. 매각 대금은 1억 달러(1200여 억원)였다고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비스가 유럽으로 진출할 때 빌헬름센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아서 팔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財界에서는 이 역시, 「빌헬름센을 끌어들여 글로비스 상장時 상장이익에 대한 비난을 희석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차 파문이 시작된 것은 지난 3월말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전모를 알기 위해서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 6년 동안 현대차 내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1998년 10월, 현대차는 법정관리 중인 기아자동차를 인수했다. 당시 현대차는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어 기아차를 인수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시달렸지만, 전격 인수를 하게 된다.
당시 기아차 부채는 8조7500억원, 아시아자동차 부채까지 합하면 11조8000억원이었다. 채권단이 이 중 일부를 탕감해 주는 조건이었다. 결국 현대차가 기아차 주식 30.78%(1억1578만1296주), 인천제철이 10.25%(3855만8145주), 현대캐피탈이 10.23%(3848만1213주)를 사들여 기아차 인수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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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13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에서 기아자동차 미국 조지아 현지 공장 투자 계약식이 열렸다. 사진은 계약식을 마친 후 鄭義宣 사장(왼쪽)과 미국 조지아州 퍼듀 지사가 鄭夢九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중앙)이 지켜보는 가운데, 악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
鄭義宣, 현대차의 기아 인수 1년 뒤 入社당시 義宣씨는 스물아홉 살이었다. 고려大 졸업 후 유학길에 오른 그는 美國 샌프란시스코에서 경영대학원을 막 마친 상황이었다. 그는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할 때 日本 「이도츠상사」 뉴욕지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1999년, 현대차는 두 조직에 대한 정비작업에 바빴다. 금융 브로커 金在錄씨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金씨는 기아차의 정식 직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1998~ 1999년 기아경제연구소 홍보이사 명함을 들고 다녔다.
義宣씨가 현대차에 入社(입사)한 날짜는 1999년 12월6일이다. 그의 첫 직함은 현대차 자재본부 총괄이사였다.
義宣씨는 鄭회장의 외아들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딱히 회사와 연관이 없었다.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차 등 계열사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현대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당시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은 主力기업이 다른 계약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이른바 「순환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현대모비스가 현대자동차의 지분을 7.33% 가지고 있었고, 현대자동차는 다시 기아자동차의 지분을 30.16%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출발점은 鄭夢九 회장이다. 鄭회장은 기아차 인수 당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6.31%를 보유하고 있었고, 그 이 외에도 鄭회장 자신과 특수관계인 21명이 기아자동차의 지분 4.11%를 보유하고 있었다. 결국 鄭회장은 현대모비스를 통해서 현대차·기아차를 지배하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지배구조 |
| 鄭義宣 기아차 해외사업 담당 사장. |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14.56%(7.24% 증가),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 38.67%(8.51% 증가), 기아차가 현대모비스 지분 18.15%(신규)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다 鄭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지분 7.92%(1.61% 증가), 현대차의 지분 5.2%(증가)를 보유하고 있다. 즉, 鄭夢九 회장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의 지분을 가지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경영권을 鄭회장의 외아들 義宣씨에게 넘겨주기 위해 기아자동차가 그룹 각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토록 했다. 이는 향후 義宣씨가 기아자동차의 주식을 일정 부분 소유할 경우, 기아자동차를 통해 그룹의 전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2000년 6월9일, 기아차는 현대모비스 지분 20%를 증권시장을 통해 매입했다. 기아차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당시, 「협력사로부터 안정적인 부품을 제공받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붙였다.
이후 기아차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지분을 대거 매입하기 시작했다. 2002년 4월까지 INI스틸 지분 11.5%, 현대파워텍 지분 50%, 엔지비 24.4%, 오토에버 20%, 본텍 39%, 위아 45.3% 등을 매입했다.
義宣씨도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집중 매입하는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현재 義宣씨는 기아자동차의 주식 1.99%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무리 없이 추진하기 위해 관계 업체들을 대거 인수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연도별 계열사 수를 보면, 2000년 10개에서 2001년 21개, 2002년 26개, 2003년 25개, 2004년 26개, 2005년 40개 업체로 늘어났다.
이 중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자동차 부품 관련 업체만도 2001년 5개社(케피코·현대파워텍·엔지비·한국디티에스·코리아 정공)이던 것이 2002년에는 11개 업체(위아·본텍·위스코·다이모스·다임러현대상용차·로템)로 늘어났다. 2003년에는 아주금속공업을 인수했고, 2004년에는 아폴로산업·인희라이팅·에코에너지·에이랜드 4개社를, 2005년에는 엠시트·카스코·현대오토넷·만도맵앤소프트·폰터스맵·카네스·파텍스 7개社를 추가로 인수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자동차 부품 관련 업체 중, 2002년 인수한 위아·본텍과 2005년 인수한 카스코·현대오토넷의 경우 검찰의 집중적인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들 회사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같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관련 업체 인수과정을 놓고 볼 때, 鄭夢九 회장은 현대차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의 지분을 직접 보유해 그룹을 장악해 왔고, 자신의 아들 義宣씨 명의로 기아자동차 지분을 보유토록 해 경영권을 자연스럽게 이양하는 절차를 밟아 온 셈이다.
현대차의 「그룹 경영권 승계 6개년 프로젝트」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1999년부터 시작됐다.
鄭회장은 당초 현대오토에버닷컴(이하 「오토에버」)을 통해 아들 義宣씨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기아자동차 주식매입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다. 이 당시 義宣씨가 현대오토에버닷컴의 주식 20.1%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00년 4월10일 설립된 현대차의 子회사였다. 主力 사업 아이템은 인터넷 자동차 판매, 중고차 매매 및 알선업이었다.
현대차는 2000년 9월께 「인터넷 자동차 판매」를 선언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를 판매할 계획』이라며, 『2005년까지 자동차의 인터넷 판매비중이 3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오토에버를 통한 인터넷 판매전략」을 세우기 위해 앤더슨 컨설팅에 용역을 맡겼다. 金在綠씨가 앤더슨 컨설팅의 대표를 맡고 있었다. 鄭夢九 회장의 「오른팔」로 불렸던 鄭淳元(정순원) 당시 현대차 부사장이 오토에버 대표이사를 맡았다.
오토에버의 사무실은 현대자동차 계열사들이 대거 입주해 있었던 서울 계동이 아니라, 남대문에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토에버가 「인터넷 자동차 판매」라는 다소 생소한 일을 하는 데다가, 義宣씨가 株主여서 깊은 관심을 보였다.
당시 기자는 사무실에서 鄭淳元 사장을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다.
―자동차 인터넷 판매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회사가 설립된 목적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회사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鄭사장의 얘기가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오토에버에 근무했던 李모 과장은 『우리도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몰라 인터넷으로 車를 주문하는 고객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만 보고 지냈다』고 말했다. 당시 오토에버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세청은 현대차그룹이 오토에버를 설립한 지 8개월 만에 현대차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국세청은 「현대차가 義宣씨가 株主로 있는 오토에버에 부당하게 지원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 조사 이유라고 밝혔다.
오토에버는 처음 설립될 당시에 자신감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영업실적이 좋지 않았다. 회사의 존재 자체로 점차 잊혀졌다. 義宣씨는 그해 말, 상무로 진급했다.
義宣씨의 종잣돈 30억원이 5년 만에 6200여 억원으로 늘었다현대차그룹이 경영권 승계의 기틀을 마련한 것은 2001년이었다.
현대차는 오토에버닷컴이 뜻한 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無名(무명)의 회사들에 눈을 돌렸다. 본텍·글로비스·엠코다. 義宣씨가 이들 회사의 주주다.
義宣씨는 2006년 1월 말을 기준으로 글로비스의 지분 31.88%, 엠코 25.1%를 갖고 있고, 본텍의 지분 25%는 외국계 회사에 팔았다.
義宣씨가 현재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는 본텍을 먼저 보면, 1999년 12월 본텍의 주인은 「(주)윈앤윈21」과 「씨앤씨캐피탈」이었다. 이 두 회사는 당시 본텍 지분을 각각 36.05%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본텍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2001년 1월에 주식 200만 주에 대해 「구주 200」 대 「신주 1」로 무상 減資(감자)를 실시했다. 본텍은 10개월 뒤인 2001년 10월 增資(증자)를 하겠다고 밝혔고, 이때 義宣씨가 15억원을 내고 지분 30%를 취득했다.
이 과정을 통해 본텍의 지분은 기아차 39%, 글로비스 30%(당시 한국로지텍), 義宣씨 30%가 됐다. 현대차는 義宣씨가 본텍의 주주가 된 사실을 공개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는지, 본텍의 주주 명부에 義宣씨 이름 대신에 「개인주주」라고 신고했다.
義宣씨는 30억원 정도를 투자해 글로비스 지분을 획득했다. 글로비스는 鄭씨 父子가 인수한 첫해부터 매출 실적이 좋았다. 덕분에 매년 배당금도 지급했다.
글로비스는 2003년에는 주당 1만원(현금)과 200%의 주식을 배당했고, 2004년에는 주당 1500원을 현금 배당했다.
義宣씨는 글로비스 지분 일부를 빌헬름센社에 1200여 억원을 받고 팔았다. 그의 나머지 글로비스 지분 평가액은 5000억원대(지난 4월13일 종가 기준)대다. 결국 義宣씨는 종잣돈 30억원으로 총 6200여억원을 번 셈이다. 수익률은 무려 205배다. 義宣씨는 또 본텍에 15억원을 투자해 지분 전체를 지멘스社에 570억원을 받고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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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ㆍ기아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가 지난 4월6일 鄭夢九 현대차그룹 회장과 鄭義宣 기아차 사장을 소환할 방침임을 밝혔다. 왼쪽부터 김재록, 鄭夢九 현대차 회장, 정의선 기아차 사장,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 |
鄭씨 父子회사가 잘나갔던 이유義宣씨가 싸게 사들인 회사를 비싸게 팔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인수한 회사의 매출 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義宣씨가 손대는 회사들은 어떻게 모두 「대박」이 날 수 있었을까?
본텍의 연매출은 1999년 1159억원(순손실 13억3500만원)에서 2000년 1168억(순이익 37억4000만원), 2001년 1252억원(순이익 137억원), 2002년 1762억(순이익 136억원), 2003년 1857억원(순이익 103억원), 2004년 2424억원(순이익 107억원), 2005년 3330억원(순이익 323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건설회사 (주)엠코의 경영 실적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엠코는 鄭夢九 회장이 10%, 義宣씨가 2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엠코의 연매출은 2002년 95억원(순손실 기록)에서 2005년 7983억원(순이익 64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년 만에 84배가 늘었고, 순이익은 적자에서 640억원대 흑자로 돌아섰다. 財界에서는 엠코가 이같은 추세라면 향후 3~4년 이내에 「순익 1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엠코의 매출은 거의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발생한다. 엠코는 2005년 5월부터 2006년 3월까지 두 달을 제외하고는 매달 공사를 따냈다.
엠코는 2005년 5월에는 INI스틸 공사를 수주했고, 6월에는 기아차, 7월에는 위아·현대파워텍·다이모스, 8월과 10월에는 현대차, 12월 현대파워텍, 지난 1월 해비치리조트(현대차의 골프장 계열사)로부터 공사 물량을 받았다. 공사의 내용도 민간용 건축물이 아니라, 공장 건설 공사가 대부분이다.
현대차 계열사인 「위아」로부터 따낸 공사는 남양변속기 통합연구소 신축공사, 현대차에서 딴 공사는 남양기숙사 신축공사, 현대파워텍 공사는 신소형 자동변속기 공장 신축공사다. 사실상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공사를 엠코가 위임받은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출 실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공장 건설을 주로 하는 한 관계자는 『현대차에서 공사를 발주할 때 참여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어차피 정해져 있는 일인데, 준비시간이나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현대차 지분 높아지자 긴장현대차 내부에서 일이 긴박하게 돌아갈 즈음, 외부의 환경도 변하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율이 2003년 상반기부터 급상승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財界는 외국계 펀드인 소버린으로 인해 「외국계 펀드」의 회사 주식 買集(매집)에 극도로 긴장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현대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외국계 펀드인 CSFB가 2003년 9월에 현대차 주식을 9.6% 매입하면서 대주주가 됐다. 현대캐피탈이 갖고 있던 기아자동차의 지분도 외국계로 많이 넘어가게 됐다.
당시 현대차 안팎에서는 「鄭씨 일가의 현대자동차 그룹에 대한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얘기가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
원형구조현대자동차그룹은 A가 B를, B가 C를, C가 다시 A를 지배하는 원형 구조를 갖고 있다. 만약에 이 중 한 회사의 경영권이 위협당할 경우, 나머지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義宣씨는 당시까지 기아차의 주식을 전혀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현대캐피탈은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현대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지분 10.4% 중 일부를 처분하라는 지시를 받게 됐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에 따라 현대캐피탈은 보유하고 있는 지분 중 5%를 초과하는 부분(5.4%)을 팔아라』고 결정했다.
현대캐피탈은 2004년 12월29일 1250만 주, 2005년 1월14일 600만 주를 각각 시간 외 매매로 팔았다. 그런데 이 중 대다수는 외국계 장기펀드가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계 펀드의 현대자동차 주식 매집이 이어지자, 내부의 상황이 긴박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義宣씨가 하루라도 빨리 기아자동차 주식을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鄭夢九 회장은 2005년 1월에 기아차의 「재무통」인 具泰煥(구태환·50)씨를 기아차 대표이사에 앉히고, 義宣씨의 기아자동차 주식 매집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義宣씨는 2005년 2월7일에 최초로 기아자동차 주식 135만670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이후 그는 2월11일에는 201만8130주, 2월14일에는 13만1200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義宣씨는 세 차례 주식 거래를 통해 기아자동차의 지분 1.01%를 보유하게 됐다.
義宣씨는 2005년 3월11일에 주주총회를 통해 「기아차 대표이사」로 선출됐다. 그가 현대자동차 이사로 입사한 지 6년 만이다.
義宣씨 기아車 지분 1.99% 확보義宣씨는 이후 2005년 11월3일에 보유 중이었던 본텍 지분을 판 돈(570억원)으로 기아자동차 주식 340만4500주를 장내에서 샀다. 이날 현대캐피탈이 시장에 내놓은 기아자동차 주식 347만2310주 중 대부분을 義宣씨가 산 것이다. 義宣씨가 이날 하루 동안 기아자동차 주식 매입을 위해 쓴 돈은 810억원이었고, 이로써 義宣씨는 기아자동차의 지분 1.99%를 갖게 됐다.
검찰이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검찰의 칼날이 鄭夢九 회장과 鄭義宣 기아차 사장에게로 쏠리고 있는 지금, 義宣씨가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鄭夢九 회장이 義宣씨에게 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빠르게 진행해 온 것은 鄭회장 자신이 장남이면서도 부친(鄭周永 前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받지 못한 데서 오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鄭夢九 회장이 지난 6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추진해 온 「그룹 경영권 승계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