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존스 홉킨스 의대 文哲昭 박사 : 월간조선

文哲昭(문철소) 박사 하면 사람들은 그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2001년 미국 癌 연구학회(AACR)에서 최우수 논문상 수상, 타임지가 선정한 「미국 과학 의약계 18개 분야 선구자」로 선정, 2002년 미국 국회가 주는 「내셔널 리더십상」 수상자, 존스 홉킨스 의대 최연소 전임교수라면 그의 지명도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많을 것이다.

文哲昭 박사는 서울大 의대 출신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인턴을 마치고 渡美, 1996년 존스 홉킨스 의대에서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그는 존스 홉킨스 의대에서 頭頸部(두경부: 뇌를 제외한 머리와 목 부위) 종양외과·이비인후과 교수인 동시에 폐암·식도암 클리닉 공동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文박사는 2001년 세계 최초로 소변을 이용해 방광암을 조기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문 용어로는 「마이크로 새틀리트 진단법」이라고 한다. 이 기술의 상용화에 따른 시장 개척과 국내 제약사와의 차세대 항암제 개발을 위해 訪韓한 文박사와 인터뷰를 했다.

文박사가 개발한 방광암 소변검사법은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3단계 임상실험을 거쳐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 FDA 승인을 받으면 美 존스 홉킨스 대학이 특허권을, 文박사가 대표로 있는 「캔젠 바이오테크놀러지」社가 상용화에 대한 독점적 라이선스 권리를 보유하게 된다.

존스 홉킨스 의대 교수이자 美 과학자문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시드란스키, 레이건과 부시 정권 때 미국식품의약국장을 지낸 프랭크 영 박사가 캔젠社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방광암·신장암·가능성까지 진단

세계적인 암 전문 학자가 생명공학 회사를 설립했으니 文박사는 의사인 동시에 과학자, 사업가를 겸하고 있는 셈이다. 文박사는 『나의 직업을 묻는다면 癌을 연구하는 의사』라고 답했다.

―文박사가 개발한 방광암 소변검사법, 일명 마이크로 새틀리트 진단법이 최첨단 癌 진단법이라고 하셨는데 지금도 방광암 여부를 알기 위해 소변검사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존의 소변검사법과 文박사가 개발한 진단법은 무엇이 다릅니까.

『기존의 소변검사는 적혈구와 염증세포를 확인하는 검사로서 일반적으로 소변 세포검사라고 합니다. 이 방식은 소변검사만으로는 방광암에 걸렸는지 여부를 확실하게 알 수 없어 위 내시경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방광 내시경 검사를 해야만 암 발병 여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반면 제가 개발한 방법은 소변만 가지고 18시간 만에 바로 癌세포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암에 걸렸는지 아닌지의 여부를 손쉽게, 아무 고통 없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방광 내시경이 필요없고, 또 손쉬운 소변검사만으로 초기에 암을 발견할 수 있어 치료율과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

文박사의 소변검사법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소변검사를 통해 어떤 사람이 방광암, 신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지의 여부까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소변에는 인체內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한 세포조각들이 다량 섞여 인체 밖으로 배출된다고 한다. 그런데 암에 걸리면 암세포 조각들도 상당량이 떨어져 나와 소변에 섞여 배출된다. 소변에 섞여 있는 세포를 추출하여 암세포의 유무를 판별한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美 FDA 승인을 거쳐 올 여름에 최종 승인이 날 예정이며, 늦어도 2006년부터는 일반인들이 병원에서 이 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검사비용은 500달러 정도로 미국에선 방광 내시경 비용의 3분의 1정도다. 한국의 제약회사들과 국내 상용화 문제로 접촉 중인데 국내 가격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文박사가 개발한 소변검사의 정확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FDA 규정에 따라 캔젠社가 주체가 되어 5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한 결과 90%의 정확도를 보였습니다. 현재 방광 내시경의 정확도 70~90% 선과 비교하면 이보다 좀더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文박사가 개발한 이 검사는 방광암에만 적용되는 것인가요.

『방광암뿐만 아니라 신장암도 발견이 가능하며, 앞으로 두경부암(코를 중심으로 얼굴 부분에 생기는 암), 구강암 등에도 이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1200만 명 정도가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와 병원을 찾는데, 이들 대부분이 방광암이 아닌가 하여 심한 통증을 무릅쓰고 방광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고 한다.

文박사가 개발한 검사법이 상용화되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사람들이 간단한 소변 채취만으로 방광암 발병 여부를 파악하고, 방광암으로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연간 네 차례의 고통스런 방광 내시경을 받지 않아도 재발 여부를 알 수 있게 되는 등 방광암 진단의 획기적인 신기원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한다.

혈액검사만으로 폐암·식도암 조기 진단

방광암 소변진단법 외에 文박사는 혈액검사만으로 폐암과 식도암 발병 여부를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해 임상실험 중에 있다. 폐암과 식도암은 특별한 자각증세가 없어 폐 근처의 임파선으로 전이되기 시작하는 2기 전에 발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때문에 폐암이 발견됐다 해도 치료시기를 놓쳐 사망 확률이 높다. 지금까지 폐암 발병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흉부 X선 검사, CT촬영, 기관지 내시경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그러나 文박사 팀은 혈액으로 폐암과 식도암 진단을 하는 「MSA(Mass Spec Analysis) 진단법」을 개발했다.

사람의 혈액 속에는 수십 만 종의 단백질이 있는데, 사람이 암에 걸리면 혈액 속의 단백질이 서서히 변화한다고 한다. 즉 폐암에 걸린 사람의 혈액을 단계별로 채취하여 혈액 속의 단백질의 변화 패턴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폐암이나 식도암에 걸렸는지의 여부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 진단법은 연세대학교에서 500명의 흡연자와 500명의 초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2단계 임상실험을 하고 있으며, 폐암뿐만 아니라 위암·간암·췌장암 등에 대한 임상실험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항암치료에 반응하는 특이한 단백질 발견

文박사가 관심을 가지는 또 다른 분야는 항암화학요법 분야다. 암 환자 중 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효과가 나타나는 환자는 30%에 불과하며, 나머지 70%는 아무리 항암제를 투여해도 암세포가 죽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암 환자 중 70%는 항암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암세포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고통을 당하다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文박사는 암 환자의 혈액검사를 통해 이 환자가 항암제 효과를 볼 수 있는 체질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알아내고, 항암제가 듣지 않는 체질의 환자에게는 항암제 치료 이외의 방사선 치료 등 최적의 치료방법을 제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文박사팀은 이를 「CSC (Chemotherapy Sensitivity code: 항암화학요법의 반응성 연구)」라 명명했다. 文박사는 항암제 임상실험을 전문으로 하는 세계 최고의 암센터인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내과 레지던트와 종양내과 전문의과정을 하면서 항암제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다.

文박사는 임상실험을 통해 아무리 항암제를 투여해도 치료 효과가 없는 환자들이 70%나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항암제에 반응하는 환자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文박사는 암 환자에게만 나타나는 단백질 중에서 항암제가 듣지 않는 특이한 단백질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단백질이 발견되는 암 환자는 고통스런 항암제 치료 대신 다른 치료법을 사용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관련기술은 美 FDA에서 임상실험 중인데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 오랜 세월이 필요한 상태다.

기자는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이 30代 암 전문가에게 「도대체 암이란 무엇이고, 사람은 왜 암에 걸리며, 또 현대의학으로 암을 정복할 수 없는지」를 물어보았다. 文박사는 『암이란 인체內에서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세포가 계속해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큰 덩어리가 되어 정상세포를 죽이고, 나아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신체 각 기관의 기능을 망가뜨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 몸 속의 정상세포가 비정상세포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확률이 높아지는데, 文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80代에 접어들면 50% 이상은 암이 발생한다고 한다.

인간이 암에 걸리지 않으려고 발버둥쳐도 소용이 없는데, 굳이 원인을 찾는다면 과도한 음주와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가 3대 발병요인이라고 文박사는 말했다.

스트레스는 의학적으로는 딱히 암을 유발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이 결과적으로 술과 담배를 많이 접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스트레스는 암의 주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文박사는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암의 정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암은 조기진단을 통해 빨리 발견해서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따라서 간편하고 저렴한 조기진단법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한다.

文박사는 『미국인들 중 운동중독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운동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조사한 결과 암에 대한 경각심이 높기 때문으로 나타났다』면서 『한국인들은 미국인에 비하면 운동량은 현저히 적으면서 몸에 약간 이상만 생겨도 항생제 등 약에 의지하기 때문에 암에 걸려도 항암제가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미국 의사는 「환자의 하인」』

한국의 유력자나 돈 많은 사람들은 암에 걸렸다 하면 미국의 권위 있는 암 치료 센터로 알려진 존스 홉킨스 의대 병원이나 MD 앤더슨 암센터를 찾고 있다. 두 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文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존스 홉킨스 병원은 암 연구에 주력하는 병원이자 세계적인 종합병원이고, MD앤더슨도 세계적인 암센터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의료수준도 미국 못지않습니다. 미국 의사가 한국 의사보다 더 못할 수 있어요.

그런데 미국 의사가 한국 의사보다 잘 하는 게 있어요. 환자에 대한 정성이 남다르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선 의대에 진학하면 의사를 「환자의 하인」이라고 가르칩니다. 암에 걸려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의사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환자의 상태와 앞으로 치료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이런 점에 암 환자들이 감동하는 겁니다.

한국 의사들은 1인당 수십~수백 명의 환자를 상대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기술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정성이 부족한 데서 불신을 받는다는 것이 제 행각입니다』

노벨賞 수상이 꿈

文박사는 현재 존스 홉킨스 의대 병원에서 자신이 맡고 있는 환자 수가 일주일에 15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미국의 암 환자수가 300만 명이나 되는데, 이렇게 암 전문의가 한가하게 진료할 수 있느냐」고 묻자 『미국의 명문 병원은 병원비가 대단히 비싸고, 또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적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文박사를 지도한 스승은 2003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피터 에그리 교수다. 文박사는 스승인 에그리 교수와 일주일 내내 실험실에서 연구를 했는데, 연구 결과가 안 나오면 『개 잡듯이』 닦달을 했다고 한다. 그는 에그리 교수와 함께 전립선암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 논문을 썼다. 文박사는 『암 조기진단 기술을 개발하여 노벨 의학상에 도전한다는 목표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文박사는 『의학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예술가와 같은 열정이 필요하다』면서 『나는 환자를 많이 진료하는 의사보다 의학을 연구하는 학자의 길을 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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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존스 홉킨스 의대 文哲昭 박사

소변으로 방광암 진단기술 세계 최초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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