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기업인 연구] 美國 나스닥에 直상장한 온라인 게임업체「그라비티」의 金正律 회장 : 월간조선

게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라그나로크」를 잘 안다. 현재 「리니지 I·II」, 「뮤」와 함께 국내 게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온라인 게임을 개발한 업체다.

그라비티는 2000년 4월에 설립됐다. 7명의 개발자로 시작한 회사가 4년 9개월이 지난 지금 해외 인력을 제외한 국내 근무 인원만 414명인 회사로 성장했다. 그라비티의 2003년 매출액은 370억원, 순이익이 148억원이었다. 2004년 9월까지 매출이 479억원, 순이익은 212억원이었다. 매출의 40% 이상이 순익으로 남는 셈이다(그라비티는 『나스닥 측과의 약속 때문에 2004년 말 현재의 매출과 순이익은 당분간 공개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국내 인력 가운데 300여 명이 개발인력이고, 직원 가운데 20代가 70% 이상이다.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사람은 金正律(김정률·51) 회장을 포함한 임원 5명 정도에 불과하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인데다 게임제작 업체여서 30代 후반 혹은 40代 초반의 키 크고 샤프한 모습의 회장이 아닐까 상상을 했다. 金正律 회장은 전형적인 「회장님」 스타일이었다. 흔히 「인격」으로 부르는 배가 적당히 나왔고, 손으로 빗어 넘긴 듯한 머리카락이 성성했다.

金회장은 누구를 만나든지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언제 그라비티를 인수하셨습니까?』

『예전에는 무슨 사업을 하셨습니까, 혹시 건설업하셨습니까?』

안양 유원지에서 게임기 제작

金회장은 게임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갤러그」 같은 오프라인 게임기 제작에서 시작해서 「온라인」 게임으로 옮겨오는 동안, 밑바닥 경험을 진하게 했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한국게임제작협회」 회장을 맡아 「대한민국게임대전(KAMEX)」 행사를 주관해 왔다.

『제가 학교 졸업하고 처음 시작한 일이 게임기 제작이었어요. 벌써 25~26년이 됐어요. 형님이 옛날 안양 유원지에서 볼링장과 게임장을 운영하면서 게임기 제작을 했어요. 「딴 사람보다는 가족인 네가 와서 도와주는 게 낫겠다」고 해서 같이 게임기 제작을 하게 됐지요』

혼자 독립해 나와 종자돈 50만원으로 서울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이화전자」라는 간판을 걸었다. 직원 2명과 세 평짜리 공장에서 오락실 게임용 基板(기판)을 제작했다.

『서울랜드, 롯데월드, 부산 롯데 프라자, 대구 우방랜드 등 국내 굵직굵직한 테마파크內의 오락실은 모두 제 손을 거쳐서 오픈됐습니다』

1992년에는 10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국내 사업 역시 잘 돌아갔다. 그러다 1997년 일본 수출 건이 잘못 되는 바람에 부도를 맞았다. 재산을 다 날리고 9평짜리 반지하로 이사를 갔다. 미국 이민을 생각하기도 했다.

再起(재기)를 다짐하면서 만든 음악 반주기가 대박을 터뜨리는 바람에 다시 큰 돈을 모았다. 『우리 아버지가 저보고 「절대로 사업은 하지 마라」고 하셨어요. 경찰이나 군인을 하라고 그랬어요. 넘어졌다가도 쉽게 일어서는 걸 보면 제가 사업운은 있는 모양이에요』

오프라인 게임은 더 이상 비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무조건 「온라인 게임」을 개발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원래 만화를 토대로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보니까 그 시절 트렌드가 만화를 원작으로 해서 만든 거더라고요. 리니지도 그렇고. 그래서 만화가들을 만나러 다녔죠』

그때 만난 만화가가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원작자 이명진씨다.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으로 이름이 알려진 작가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 조건이 까다롭지 않았어요』

그렇게 같이 일을 시작한 이명진 작가는 라그나로크의 업그레이드 작업을 맡고 있다. 요즈음 한 달에 1억원 이상의 수입을 가져간다.

작품을 정하고 난 후 6, 7개월 동안 꼬박 기획에 몰두했다. 게임 개발자들을 찾아나서 7명을 스카우트했다. 2년 8개월을 들여 개발한 라그나로크가 2002년 8월 출시됐다.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본격 상용화하기 전인 2001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2개부문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7000만원짜리 朴正熙 휘호

金회장의 집무실 벽에는 「개척과 전진」이라고 쓴 액자가 걸려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1970년 1월1일 朴正熙 대통령이 쓴 것이다.

『제가 저 휘호를 참 좋아해요. 1970년에 경부고속도로가 뚫리고 새마을운동이 시작됐어요. 그때 朴대통령이 기치로 내건 게 「개척과 전진」이에요. 저걸 경매한다는 얘기를 듣고 알아보니 평창동 어디예요. 게임 개발 한다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차를 몰고 경매장에 직접 갔어요. 경매라곤 그날이 처음이었어요.

경매장 입구에 저게 딱 놓여 있었어요. 「저걸 오늘 내가 꼭 가져간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낙찰 예상가를 보니 25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돼 있더라고요. 직원한테 「어떻게 하면 이걸 살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무조건 손을 들면 된다」고 해요』

열대여섯 명으로 시작한 경매는 呼價(호가)가 6000만원을 넘으면서 2명으로 줄었다. 결국 6300만원에 낙찰을 받았고, 수수료 등을 포함해서 7000만원이 들었다.

金회장은 「개척과 전진」이 자신의 신조라고 했다.

『朴대통령이 그때 정열을 쏟았던 것처럼, 근대화의 기치를 올렸던 그때처럼 그라비티도 개척하고 전진할 생각입니다』

金회장 자신은 『이력으로 보나 뭘로 보나 그라비티를 이렇게까지 키울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라고 했다. 『제가 공부를 많이 못 했고요. 오로지 자신감, 용기로 여기까지 온 거예요』

5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金회장은 바로 위 형과 열 살 터울이다. 어렸을 때부터 성격이 내성적이고 고집이 셌다고 한다.

『성격 때문에 쉽게 할 일을 어렵게 했어요. 사업을 하려면 성격이 좀 둥글둥글해야 하는데 모가 나고 할 말은 해야 하고 그렇거든요』

이런 성격 때문에 게임업계에서 한때 「왕따」를 당했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업계를 강도 높게 비판했고, 이것이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무료 게임이 너무 많아요. 이 회사들은 게임하는 건 돈을 안 받아요. 그 대신 아이템(일종의 景品)을 팔아요. 이건 사실 도박행위거든요. 이런 무료 게임을 만드는 회사에 직원이 수백 명씩 있어요. 월급하고 사무실 운영비만 해도 한 달에 엄청난 돈이 나가는데 그걸 도대체 뭘로 한단 말입니까.

업계에서 「정부 규제」 어쩌고 이야기하는데 그게 결국은 「도박하게 허락해 달라」 이 이야기예요. 청소년들이 멍들어 가고 있어요. 얼마 전에 유명한 게임업체 CEO를 만났는데 나하고 똑같은 말을 해요. 「나도 게임을 만들지만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썩어 가고 있다. 진짜 안타깝다」는 말을 해요. 그게 현실입니다』

韓流 열풍의 주역

金회장은 『게임산업은 최고의 부가가치 산업』이라고 했다.

『자동차 수출 같은 경우는 500억원어치 수출했다고 하면, 비용으로 400억원 들고 100억원 남았다 이런 개념이잖아요. 그렇지만 우리 「게임」은 달라요. 나가는 게 없어요. 매출이 1000억원이라고 하면 인건비에 제반 비용을 다 제하고도 500억원이 남아요. 공장도 필요 없고요. 창고도 필요 없지요. 육상·해상 운임 안 들어가지요. 이용요금도 통장으로 다 들어오니까 수금 사원도 필요 없지요. 아무것도 할 게 없어요. 수출산업으로 이만한 효자가 없어요』

金회장은 2003년, 2004년 연속으로 문화관광부에서 주는 「대한민국 문화 콘텐츠 수출 대상」을 받았다.

『배용준하고 보아가 韓流열풍을 몰고 왔다고 하지만 韓流열풍의 지존은 우리가 만든 「라그나로크」입니다. 드라마 부문에서 「겨울연가」가 「대한민국 문화 콘텐츠 수출 대상」을 받았지만, 통틀어 대상은 우리가 받았어요』

일본과 동남아에서 「라그나로크」 온라인 게임의 인기는 대단하다.

일본에서는 온라인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만화영화도 제작했다. SBS 방송을 통해 국내에서 週 2회 방영되고 있는 「마법신화 라그나로크」는 2004년 4월 일본의 「TV東京」을 통해 방영돼 큰 인기를 누렸다.

온라인 게임의 인기는 회원수와 동시접속 인원으로 가늠할 수 있다. 全세계 라그나로크 누적 회원수는 3000만 명이며, 최고 동시 접속 인원은 100만 명이다. 全세계 각지에 흩어진 100만 명의 사람이 같은 시각에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게임을 즐기는 장면을 상상해 보면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金회장은 사업을 다각화하지 않고, 온 라인 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있는 걸 잘 해야 됩니다. 「이제는 온라인 게임이 아니라 모바일이다」고 해서 모바일로 갔던 사람들이 전부 苦戰해요. 집토끼 두고 산토끼 쫓아다니는 꼴이 돼 버려요. 그렇게 망하는 기업들 많이 봤어요.

우리는 「원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 전략을 씁니다. 라그나로크 하나로 모바일도 하고, 캐릭터 사업도 하고, 애니메이션도 하는 거죠』

「라그나로크」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일본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라그나로크 디 애니메이션」은 全세계 15개국 이상에 수출할 계획이다. SK, LGT, KTF 등 국내 3大 이동통신사에 모바일 콘텐츠를 공급 중이다. 「아로샵」이라는 캐릭터 상품 전문 쇼핑몰도 운영 중이다. 600가지 이상의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

그라비티는 해외진출 계약이 성사되면 3∼5명의 직원을 파견한다. 파견되면 6개월에서 1년 정도 현지근무를 하게 된다.

라그나로크는 해외진출 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편다. 태국을 형상화한 「아오타야」, 일본의 「아마츠」, 중국의 「곤륜」 등 게임이 진출한 나라들의 특색 있는 풍경을 담은 로컬맵을 게임에 도입했다. 이용자들은 더 친근하게 게임을 할 수 있게 된다.

현지 사정에 맞는 마케팅 기법을 개발했다. 일본의 경우, 「삼구(3·9) 이벤트」를 기획했다. 일본 사람들이 「Thank you」를 「상큐」로 발음하는 것에 착안, 처음 3개월 내에 가입한 사람들에겐 900원의 요금을 받기로 한 것이다.

라그나로크는 게임업계 최초로 스타 마케팅을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가수 이효리를 모델로 등장시켰다. 그라비티가 만든 다음 게임은 「로즈 온라인」이다. 지난 1월20일 한국에서 상용화를 시작했다.

金회장은 그라비티를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울 생각이다.

「두루넷」에 이어 두 번째로 주식을 나스닥에 直상장한 것은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고 했다.

金회장은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 삼일회계법인과 김&장 법률사무소와 함께 기업공시를 준비해 왔다. 2004년 9월 말까지의 실적을 바탕으로 기업공개 신청서와 영업 보고서 등을 미국증권위원회(SEC) 측에 제출했다. 지난 1월21일 새벽 그라비티의 나스닥 상장 작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두루넷 이후 두 번째 直상장이라고 하는데, 하나로 통신, 미래산업 등도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 회사들은 한국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에 상장된 주식을 담보로 DR을 발행해서 나스닥 시장에서 주식 거래를 하는 거래요. 우리는 코스닥을 거치지 않고 나스닥 규정과 절차에 따라 심의를 거친 거죠. 그래서 直상장이란 말을 쓰는 겁니다』

―차이가 있습니까.

『나스닥 시장에 주식을 상장하기 위해서는 기업공개 신청서를 제출하고 SEC에서 그것을 접수해 주어야 합니다. 이게 엄청 까다로워요. 시간 제한도 있고요』

―그럼 다른 회사들처럼 코스닥을 거치면 훨씬 쉬울 텐데, 나스닥 상장으로 바로 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우리 회사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들어옵니다. 한국에서 홍보를 하고 광고를 하는 것보단 全세계를 대상으로 한꺼번에 홍보하고 광고하는 게 더 효과적이에요. 그런 효과를 위해 나스닥으로 곧바로 간 거죠』

나스닥 상장이 까다로운 이유는 미국증권위원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엄격하게 투명성을 증명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나스닥에 상장하지 못하는 것은 삼성 계열사가 154개나 되기 때문이래요. 이 계열사들과 관련된 회계, 영업 정보 등을 모두 제출하고 이것을 미국에서 전부 검토하고 질문하고 답변하는 절차를 정해진 135일 안에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대요』

『게임은 재미있어야 한다』

라그나로크에는 항상 「해외에서 더 유명한 게임」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국산 게임 인기순위 1, 2위를 점하고 있는 「리니지」와 「뮤」를 서비스하는 게임업체들은 국내 매출이 85%를 차지한다.

라그나로크가 해외에서 더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마케팅 본부 이영수 이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全세계인이 공통으로 즐길 만한 「게임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죠. 다른 국산 게임들은 「플레이어 킬」이라고 해서 누굴 죽이고 그것을 통해서 혹은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산물, 즉 아이템을 돈으로 교환하는 거래를 합니다. 게임은 게임다워야죠. 말 그대로 게임은 재미있어야죠. 돈 버는 수단으로 게임을 하는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