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인터뷰] 세계 최초로 양전자 단층촬영기(PET) 개발한 趙長熙 박사 : 월간조선

지난 9월6일, 신라호텔 다이너스티 홀에서는 가천의대 腦과학연구소 창립을 기념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가천의과대학과 독일 지멘스社와의 「뇌과학 연구를 위한 R&D(연구 개발) 조인식」도 있었다.

가천의대 腦과학연구소를 이끌 사람은 현재 미국 과학아카데미 정회원이며 미국 UCI(어바인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인 趙長熙(조장희·68) 박사이다.

그는 1975년에 PET(양전자 단층 촬영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한국인 가운데 노벨 생리·의학상에 가장 근접한 학자로 거론되고 있다. 趙長熙 박사는 腦과학 연구를 위해 40년의 해외연구 생활을 접고 영구 귀국했다.

가천의대는 연구소 건물과 장비 마련을 위해 64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독일 지멘스는 그간 축적된 기술과 최신 장비를 제공하기로 했다. 가천의대 腦과학연구소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腦를 분자과학적, 해부학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PET-MRI 퓨전영상기기」 제작이다.

가천의대 신경외과 김영보 교수는 『지멘스社는 세계 3大 의료장비업체 중의 하나입니다. 지멘스와의 계약은 법적구속력이 없는 MOU(양해각서)가 아니라 국제법에 의한 완전한 R&D 계약입니다』라고 했다.

가천길재단 640억원 투자

가천의대의 腦과학연구소 개설은 趙長熙 박사가 2년 前 UCI에 교환교수로 와 있던 김영보 교수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金교수가 한국에 돌아와서 연구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요. 그래서 내 연봉이 30만 달러인데 그쪽에서 주기 힘들 거라고 했죠. 그런데 한국에 다녀온 金교수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지난 해 초에 가천의대에 와서 강연을 했어요. 그 후 긍정적인 반응이 있어서 일이 진행된 것이지요』

趙長熙 박사는 우선 김영보 교수와 함께 미국과 독일의 첨단 腦과학연구소를 다 둘러봤다.

『연구소를 둘러본 후 한번 해볼 만하다는 자신이 섰어요. 그래서 가천의대에 「연구환경을 조성해 주고, 연구비로 150억원을 책정해 달라」고 했어요. 가천의대에서 이 모든 조건을 다 받아들여서 腦과학연구소 창립이 결정됐지요』

처음에 150억원을 예상했지만 건물을 짓고 장비를 마련하는 데 총 64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에 위치한 길병원 본원에 지상 6층짜리 연구소 건물을 짓고 있는데 내년 5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가천의대 李吉女(이길여) 이사장은 『趙長熙 박사의 연구업적을 보고 성공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결심했다. 평소 치매와 중풍 등 노인성 질병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분야 연구소를 열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趙長熙 박사는 세계적인 업체들과 1년여 접촉 끝에 지멘스와 조인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지멘스는 의료장비에 관한 상당한 기술이 축적되어 있어요. 우리연구소까지 합쳐서 지멘스는 현재 하버드·뉴욕大 등 여섯 개의 연구소에 과제를 주었고, 이 여섯 개의 연구소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2년 내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5년 정도면 제품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趙박사가 PET-MRI 퓨전영상시스템을 개발할 때, 세계적으로 6대밖에 없는 지멘스의 腦과학 전용 PET와 세계 세 곳에 시제품으로 공급돼 있는 최첨단 7.0테슬라 MRI가 활용된다. 현재 많이 사용하는 1.5테슬라보다 해상도가 다섯 배나 좋은 것이다.

PET와 MRI의 세계적인 권위자

腦는 체중의 3%에 불과하지만, 전체 에너지 가운데 20%를 소비한다. 인체 가운데 가장 섬세한 腦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런 만큼 腦기능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의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70세가 넘으면 파킨슨병에 걸릴 확률은 25%이고, 80세가 넘으면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30%나 된다.

그럼에도 腦과학 연구가 다른 분야에 비해 진전이 느렸던 것은 뇌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의 개발이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뇌를 평면으로 찍을 수 있는 X-선이 등장한 것이 1895년의 일이다. 그로부터 77년이 지난 1972년에 수박을 자른 것과 같이 뇌의 단면을 볼 수 있는 CT(컴퓨터단층촬영)가 개발되었다. 1980년 초 CT에 비해 해상도가 뛰어난 MRI가 개발되었다.

趙박사가 스웨덴 스톡홀름大에 부교수로 있다가 막 미국 UCLA(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분교)로 자리를 옮겼을 때 영국에서 CT가 개발되었다.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CT의 원리는 오리무중이었다. 다들 어려워하는 CT의 원리를 그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풀었다』고 한다.

趙박사는 자신이 풀어낸 CT의 원리를 이용하여 세계최초로 원형 PET를 개발했다. 양전자가 방출하는 즉시 소멸하면서 변환되는 감마선 방출 원리를 이용하여 만든 PET는 인체의 생리학적, 분자과학적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장비이다. CT와 MRI가 인체의 해부학적인 것을 보여준다면 PET는 인체 내에서 일고 있는 화학적 변화를 보여준다.

『내가 1975년에 원형 PET를 다 만들었을 때 워싱턴 대학에서 6각형 PET를 개발해 발표했어요. 6각형보다 원형이 더 잘 만든 것이어서 지금까지 원형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趙박사는 원형 PET를 7~8년 동안 더 연구하였고, 1980년대 초부터 상품화했다. 이것은 심장을 비롯한 신체 전체를 찍는 데 이용되고 있다.

趙長熙 박사는 MRI 분야 최고 권위자이기도 하다. 198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빙교수로 재직할 당시 단독으로 2.0테슬라 MRI를 개발해 세계 의학계를 놀라게 했다.

MRI는 계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던 중, 1992년에 腦기능을 관찰할 수 있는 fMRI(기능핵자기공명영상기)가 개발되기에 이르렀다. fMRI 개발을 계기로 腦연구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腦를 들여다본다

趙長熙 박사는 MRI에 비해 PET의 발전 속도가 상당히 느렸던 것에 대해 설명했다.

『腦는 정교하기 때문에 腦전용 PET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데, 腦환자가 적으니 수지가 안 맞아 회사들이 안 만들었지요. 하지만 腦를 볼 수 있는 fMRI가 나오면서 전세계적으로 腦과학에 돈을 퍼붓기 시작했어요. 腦연구가 시작되면서 腦의 분자과학적인 것을 보기 위한 PET가 필요하게 되면서 갑자기 주목받게 된 겁니다』

趙長熙 박사는 지멘스와 협약할 때 PET와 MRI를 결합하는 퓨전 영상시스템을 연구하기로 했다. 腦를 분자과학적으로 보는 PET와 해부학적으로 보는 MRI를 합쳐야 뇌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趙박사가 두 가지 기계에 정통한 거의 유일한 인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PET-MRI 퓨전영상기기가 완성되면 PET로 분자과학적인 변화를 살펴보면서 해상도가 뛰어난 MRI로 문제가 있는 부분을 찾아 치료하게 된다. PET-MRI 퓨전영상기기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거짓말을 한다든가, 우울할 때 신경의 움직임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PET와 MRI로 동시에 보면서 정확한 흐름과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지금까지 MRI의 磁場이 너무 커서 PET가 근처에 갈 수 없었다.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PET-MRI가 개발되면 뇌세포 분자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3차원 動영상으로 정밀하게 관찰하여 알츠하이머, 중풍, 파킨슨병, 정신분열증, 뇌출혈 등 뇌신경계 이상에 따른 뇌질환 조기 치료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腦가 중요한 건 모든 걸 조절하기 때문입니다. 뇌질환이 인류질환의 절반 이상입니다. 범죄심리도 세라토민과 도파민의 양이 조금 적고 많은 데서 생기기 때문에 PET로 보면서 약으로 조절하면 치료할 수 있지요. PET로 범죄수사하면 腦의 화학반응을 통해 거짓말을 확실하게 찾아낼 수 있지요』

가천의대 腦과학연구소에서는 서울大 수의학과 석좌교수 黃禹錫(황우석) 박사의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배아복제줄기세포 연구와 긴밀한 연계를 할 예정이다.

『우리가 PET-MRI를 개발하면 黃禹錫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에도 도움이 됩니다. 자주 만나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어요. 黃禹錫 박사가 연구하는 줄기세포는 인류의 희망입니다.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를 고칠 수 있게 되지요. 줄기세포를 PET-MRI로 매일 보면서 관찰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연봉 30만 달러로 15년간 계약

40년간 해외에 살면서 한국국적을 유지한 趙長熙 박사는 『우리나라니까 돌아오는 게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趙박사는 세계적인 학자 10명을 영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학자들의 경우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에서 연구비를 따오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을 거라고 한다. 이들 10명이 또 다른 10명씩을 데려오면 금방 100명이 된다며, 인천은 곧 세계적인 腦과학 R&D기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趙長熙 박사는 현재 한국인 가운데 노벨상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제쯤 받게 될지 궁금했다.

『미국 과학아카데미 정회원 정도면 다 탈 만한 사람들이니 수천 명이나 돼요. 과학분야 노벨상의 경우 인류를 위해 공헌한 과학자,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연구한 사람들이 해당됩니다. PET는 내가 세계 최초이고, MRI는 연구를 많이 했지만 세계 최초는 아니에요. 처음 연구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요즘 腦과학이 발달하니까 노벨커뮤니티에서 금년에 腦과학자 중 한 명에게 주자, 영상을 한 사람이 누구냐? 찾으면 내 이름도 거론되겠죠』

―한국 과학자 중에 노벨상을 받는 분이 나오면 우리나라 위상이 많이 올라갈 것 같습니다.

『우리 세대가 한국 과학의 첫 세대예요. 1962년에 50달러 들고 유학 갔으니까. 미국 과학아카데미 정회원 가운데 한국인은 모두 9명인데 그중에 순수 과학자가 7명이에요. 7명은 다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요』

趙長熙 박사는 가천의대와 연봉 30만 달러로 15년간 재직하기로 계약했다.

한국에서 미국 연봉을 그대로 주겠다고 제의한 것에 대해 趙長熙 박사는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데서는 그렇게 생각 못 하죠. 특히 지금 당장 돈을 버는 게 아니고 연구를 하는 건데. 웬만한 데서는 구성원들의 반대로 누구 한 사람에게 집중해서 투자하는 게 힘들 겁니다. 가천의대 구성원들도 말이 있었겠지만 李吉女 회장님이 결단을 내렸죠. 한국대학이 국제경쟁을 하려면 돈을 제대로 주고 사람을 데려와서, 그 사람에게 다 맡겨야지요. 미국이나 북유럽의 선진국들은 다 그렇게 합니다. 나 같은 사례를 100개 만들면 확률이 100배 높아집니다』

교수도 제 값 주고 스카우트하라

―미국의 대학에서는 유명한 사람을 비싼 값에 데려오는 것을 반대하지 않나요.

『미국은 스카우트가 관례로 되어 있어요. 나도 UCLA에 있다가 40代 초반에 컬럼비아 대학의 정교수로 갔어요. 내가 PET를 개발했으니까 젊은 나이에 정교수로 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어요. 돈을 얼마 주는 건 위에서 결정할 일이지 아랫사람과 관계없어요. 우리나라도 그렇게 해야죠. 은행장, 운동선수도 스카우트해 오잖아요. 교수들은 그럴 가치가 없나요? 工學을 한 사람 가운데 의사보다 몇 배 더 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젊은 사람들이 공과대학에 들어가죠』

―컬럼비아 대학에서 UCI로 갈 때도 연봉이 많이 올랐나요.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MRI를 연구하려고 MRI의 세계적 大家를 찾다가 나를 데려간 거죠. 컬럼비아에서 UCI로 다시 옮길 때 호봉이 높아졌어요. 그래서 남들은 24년 걸리는 진급을 나는 5년 만에 달성했죠. 미국 대학에는 정년이 없어요. 그래서 한국에 오면서 15년은 더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계약했어요』

趙長熙 박사는 연구실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골프도 치지 않는다는 그는 토요일과 일요일도 연구실에서 지낸다. 趙박사가 그동안 발표한 논문 200편은 모두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지수)에 등재되었다.

『SCI는 과학학술지 5000개에 실린 논문을 모아놓은 데이터 베이스인데, 거기 올라가지 않는 논문은 논문이 아니에요. SCI에 등재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파장을 일으키는 게 중요합니다. SCI에 올라간 내 논문은 200개지만, 내 논문을 인용한 논문이 몇천 개 됩니다. 매년 인덱스에 통계가 나와요. 200편 중에서도 뛰어난 논문을 꼽으라면 30~40편 되겠죠. 그걸로 미국 과학아카데미 정회원도 되고, 노벨상 평가대상도 되는 겁니다』

趙박사는 앞으로 黃禹錫 박사의 줄기세포 관련 논문이 最多 인용논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趙박사는 한국 대학 중에 석좌교수 제도를 잘못 운영하는 곳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사하던 친구, 장관·차관하던 사람을 석좌교수로 앉히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일생을 학문에 바친 사람이 석좌교수가 되어야 합니다. 장관이나 차관하던 사람이 대학총장을 하는 것도 근본적으로 잘못된 일입니다. 총장은 학자가 해야지요. 그리고 교수들이 총장을 뽑는 것도 잘못된 일입니다』

―대학마다 발전기금 모금 때문에 CEO 총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것 같습니다.

『학문하는 세계는 학자가 맡아야죠.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지, 돈만 갖고 대학을 운영하면 안 됩니다. 학문을 하기 위해 돈을 버는 거지, 돈을 벌기 위해 학문을 하는 게 아니니까. 학자의 철학을 알아야 합니다』

趙長熙 박사는 학자의 철학을 「학문의 頂上에 서는 것. 남이 못한 것과 새로운 걸 개발하여 인류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에 권한을 줘야 발전한다

趙박사는 한국의 과학수준이 발달하려면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연구인력이 많아졌고, 연구비도 세계 10위권입니다. 하지만 밑바탕이 없어요. 우리나라 대학은 일본에 비해 100년 늦게 출발했어요. 역사가 짧으니 서울大가 세계에서 몇백 등 하는 건 당연한 얘깁니다.

이 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대학이 제대로 되어야 하고, 대학이 제대로 되려면 연구중심대학을 키워야 합니다. 대학은 가르치는 데가 아니라 연구하는 곳입니다. 한국의 일반적인 수준이 올라갔으니 집중해서 투자하고, 선별해서 지원해야 과학이 발전하지요』

그는 우리나라의 평준화 교육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똑똑한 아이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학교에 재량권을 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미국의 1위에서 10위까지 대학이 모두 私立大입니다. 私立大가 재량권이 있으니까 좋아지는 겁니다. 경쟁은 자연스러운 겁니다. 중·고등학교도 학생들을 자유롭게 선발하고, 대학도 자유롭게 학생들을 선발하게 해야죠. 대신 나라에서 연구중심대학 10개를 집중적으로 지원하여 세계적인 대학과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됩니다. 그래야 경쟁하지, 전부 바보를 만들면 나라가 어떻게 돼요』

―요즘 理工系 지원자들이 줄어서 걱정하는 소리가 높습니다.

『학생들이 좋아하게끔 교수들이 유도해야 합니다. 세상이 계속 바뀌고 있어요. 기계공학·전기공학·전자공학에 이어 바이오 테크놀로지로 옮겨왔어요. 전통적으로 물리 화학으로 유명한 미국의 칼텍이 발티모어라는 총장을 초빙했어요. 생물학으로 노벨상을 탄 사람이죠. 획기적인 변화입니다. 과학의 방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옛날 것 그대로 가르치고 있으면 재미없어요. 교수가 학생들이 공부를 게임처럼 좋아서 하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에 몰린다고 걱정하는데 그럴 이유가 없는 건가요.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의대에서 의사, 의과학자, 생물의학자를 배출하면 되죠. 의학이라기보다 라이프 사이언스 쪽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IT(정보통신기술)·물리도 생명과학 쪽과 연계하면 돼요』

―한국의 상위권 대학들이 아시아 20위권, 세계 10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사람을 데리고 와야지요. 미국에서는 대학 순위를 어떻게 정하느냐면 노벨상 탄 교수가 얼마나 있나, 미국 과학아카데미 회원이 몇 명이나 되나, 연구비는 얼마인가를 따집니다. 세계 100위권의 교수가 없는데 어떻게 100위권 대학이 됩니까.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게 우선순위입니다』

정직하고 즐겁게 살아야 건강해진다

趙長熙 박사의 논문은 PET, MRI, fMRI와 관계되는 내용이 主를 이루는 가운데 현미경 연구와 침 연구 논문도 다수 있다. 특히 침 연구는 세계 과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침은 어떤 계기로 연구하게 되었나요.

『1992년에 등산을 갔는데, 넘어져서 허리를 다쳤어요. 누가 침을 맞으라고 해서 내가 미신이라며 화를 냈어요. 그러다가 LA에 있는 중국 사람에게 침을 맞았는데 한 10분 지나니까 아픈 게 감쪽같이 없어졌어요. 참 신통하다는 생각이 들어 신경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腦과학을 연구하게 되었죠. 침을 경혈에 놓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데, 내가 연구해 본 결과 경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극이 중요한 겁니다. 그러니까 침을 어디다 놔도 상관없고 스스로 침을 놔도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腦로 전달된 침 자극은 치료하려는 해당 臟器(장기)를 관장하는 두뇌피질을 변화시켜 호르몬 분비 등을 조절함으로써 해당 부위를 치료한다는 뜻이다.

趙長熙 박사는 腦를 계속 사용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腦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했다.

『은퇴하고 나서 갑자기 머리를 안 쓰는 것은 뇌에 치명적입니다. 바빠도 신나게 일하면 괜찮습니다. 명상이나 요가, 교회나 절에 가서 기도하는 것도 뇌에 좋은 일이죠』

―갑자기 부도가 나거나 충격적인 일을 당한 사람이 얼마 후 암에 걸려서 죽는 일이 있는데, 그것도 腦와 연관이 있는 건가요.

『당연히 연관이 있지요. 腦는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컨트롤하는데, 충격을 받으면 컨트롤이 안 되지요.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간단해요. 정직하게 살면서 신나게 일하면 腦에 피가 흐르고 산소공급이 되는 겁니다. 호두를 갖고 다니면서 손을 자극해 주는 것도 좋아요』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고 정치권이 시끄러워 불안하다는 사람이 많은데, 귀국하시니까 어떤가요.

『내가 세상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각자가 자기 하는 걸 열심히 하면서 살면 된다고 봅니다. 내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건 뭐냐, 내가 잘하는 게 뭐냐 따져서 각자가 자기 일만 잘하면 됩니다』

腦과학 선진국 진입에 힘쓰겠다

趙長熙 박사는 자신의 나머지 생애를 조국에서 腦과학 연구에 바치겠다고 말했다. PET-MRI 퓨전영상시스템이 2010년쯤 실용화되면 210억 달러로 예상되는 의료영상장비 시장의 40%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한 해 80억 달러(10조원)가 넘는 판매수입이 예상된다. 장비 한 대 가격이 100억원 정도 될 거라는데, PET-MRI는 다른 의료영상 분야나 소프트웨어에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한다.

가천의대와 지멘스는 知的재산권 수입과 판매 수입을 5 대 5로 배분하기로 했다. 知的재산권 수입 중 2.5%를 각각 한국 과학발전을 위해 우리 정부에 기부하기로 합의했다. 가천길재단 李吉女 회장은 『이 프로젝트가 완성될 경우 가천의대는 세계 100大 대학으로 진입하고, 우리나라는 腦과학 영상분야에서 선진국보다 최소한 3년 이상 앞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趙長熙 박사는 우리나라의 腦과학 연구가 늦은 게 아니라고 말했다.

『腦과학은 엄청난 분야입니다. 지금 선진국에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코끼리 다리 만지는 거나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腦영상을 주로 해서 腦과학을 해보려는 겁니다. PET와 MRI 두 가지를 다 아는 사람이 없고, 腦과학 연구와 가장 관계가 깊은 줄기세포와 만났으니 우리가 앞서 갈 수밖에 없어요. 세계에서 腦영상 분야 유일한 연구소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