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본즈의 약물복용 의혹
- 갑자기 폭발한 본즈의 홈런 행진에 의혹이 쏠린다.
2001년 73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미국 전역을 흥분시킨 배리 본즈(40·샌프란시스코 자이언트)가 약물복용 의혹에 휩싸였다. 본인은 강력하게 부인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의혹의 시선은 거둬지지 않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4월13일 금지약물 복용과 관련해 「베이에이리어 연구소」의 빅토르 콩트 주니어 사장과 배리 본즈의 개인 트레이너 그렉 앤더슨을 기소했다. 본즈는 2000년 콩트 사장과 인연을 맺은 후 많은 나이(당시 36세)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홈런수가 급증했다.
콩트 사장이 제공한 영양보충제를 섭취하고, 운동 프로그램에 조언을 받은 본즈는 2000년 49개의 홈런(1999년 34개 홈런)을 친 뒤, 이듬해 무려 73개의 홈런을 몰아치면서 한 시즌 최다 홈런기록을 갈아치웠다.
본즈의 약물복용說이 최고조에 이른 것은 지난 4월27일. 지역 언론인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과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에 이어 「뉴욕 타임스」까지 가세했다.
이 신문들은 BALCO라는 제약회사가 배리 본즈, 미국의 육상선수 팀 몽고메리-매리언 존스 부부 등 27명의 슈퍼스타에게 금지약물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BALCO의 공동 설립자인 빅토르 콩트가 2003년 9월4일 자체 조사 때 이들의 實名(실명)을 모두 거명했다는 것이다.
본즈의 기록이 약물의 힘이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의회 청문회까지 열렸다. 조셉 바이든 美 민주당 상원의원은 『상원의원으로서가 아니라 팬으로서 일부 운동 선수들의 행위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상원 상업위원회는 금지약물을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는 BALCO의 자료를 법무부에서 넘겨받아 검토에 착수했다. 존 매케인 상업위원장은 『스포츠계 약물 파동을 조기에 진화하고, 無혐의로 판명된 선수들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토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배리 본즈는 『2005년 시즌이 끝나고 은퇴할 것』이라며 『금지약물 복용 문제와 은퇴는 전혀 무관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제약회사인 BALCO(www.balcolab. com)는 美 캘리포니아 벨링에임 지역에 위치한 의학 연구소다. 창시자인 빅토르 콩트 박사는 인공적으로 조제한 화학약품 복용과 근육 개발을 통해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해 왔다.
유명 스포츠 스타들을 단골로 갖고 있어 유명세를 탔다.
BALCO의 명성이 악명으로 바뀐 것은 지난해 10월, 연방 대배심이 스포츠 스타의 약물복용 여부를 조사하면서 배리 본즈 외에 제이슨 지암비(뉴욕 양키스), 투포환 챔피언 케빈 토스, 육상 스타 메리언 존스와 팀 몽고메리 커플,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수영 4관왕 에이미 반 다이켄 등 유명 선수들을 대거 소환하면서였다.
이들은 모두 BALCO의 고객들이다. BALCO 연구실에서 선수들에게 제공한 「THG(테트라 하이드로 제스트리논)」는 스테로이드계 금지약물임이 밝혀졌다. 이 연구실은 그동안 「선수들의 소변과 혈액을 검사해, 부족한 혈중 미네랄 성분을 보충해 준다」고 광고해 왔다.
본즈는 이 연구소의 간판스타였다.
의혹에 연루된 선수들은 스테로이드 복용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지만, 얘기가 간단치 않다.
세계 최강 미국 육상, 약물의 힘인가?
이들이 합성 스테로이드, 성장 호르몬, 근육강화제인 EPO(에리스로포이에틴) 등 금지약물을 요구하지 않았더라도,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영양보충제에 첨가된 금지약물을 섭취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남자 100m·200m·400m 등 단거리, 400m릴레이, 1600m(4×400m) 릴레이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여자의 경우 100m·200m 등에서 세계기록을 수립했다. 2003년 파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6년 연속 종합 우승을 달성했다.
이 같은 미국의 육상 실력이 약물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웨이드 엑슘 박사는 2003년 4월 미국 스포츠 전문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1980~1990년대 미국 올림픽 대표선수 중 상당수가 약물을 복용했으나 미국올림픽위원회(USOC)가 이를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1년부터 10년간 미국올림픽위원회 약물담당 이사를 지냈다.
엑슘은 『1988~2000년까지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던 미국 선수가 100여 명이나 된다』며 『1984~2000년까지 올림픽 메달을 딴 19명의 선수들 중, 적어도 18명은 올림픽 대표선수 선발 전 실시했던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을 9개나 딴 전설적인 육상스타 칼 루이스가 88서울올림픽을 위한 미국內 선발전에서 약물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주장도 했다. 칼 루이스는 도핑 테스트에서 수도에페드린·에페드린·페닐프로파놀라민 등 세 가지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미국올림픽위원회는 『부주의로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칼 루이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올림픽 본선 진출을 허락했다는 것이다. 당시 맞수였던 「캐나다의 흑표범」 벤 존슨이 약물복용으로 금메달을 박탈당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스포츠 선수와 약물복용」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벤 존슨은 『칼 루이스 등 미국 스타들이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만 비난의 타깃이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 스포츠중재재판소(CSA)는 파문이 확산되자 미국 올림픽 대표선수들의 약물복용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오래 전의 일이라 파문이 곧 진정됐다.
美 육상연맹, 스테로이드 복용자 평생 출전 금지
그러나 엑슘 박사의 폭로가 잠시 조용해질 무렵 미국 육상계는 다시 약물 추문으로 얼룩졌다. 2003년에 파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00m·200m 2관왕인 켈리 화이트가 금지약물 「모다피닐」 양성반응으로 금메달 박탈 위기에 놓였고, 올림픽 남자 400m와 1600m 계주 우승자 제롬 영이 과거에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제롬 영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출전 이전에 금지약물인 근육강화제 「스테로이드 난드롤론」에 대한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의혹을 조사했고, 제롬 영은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육상연맹(USATF)은 지난해 연말 이사회를 열어 스테로이드 양성반응을 나타낸 선수와 코치를 평생 출전 금지시키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존 애슈크로프트 美 법무장관은 최근 『육상뿐만 아니라 전국미식축구리그, 메이저리그 등 뉴스 커버 스토리를 장식할 스타들을 포함해 수십 명이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면서 『아직 기소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 큰 파장을 예고했다.
육상이나 역도·수영처럼 순간 筋力(근력)을 극대화시키는 경기 종목에만 약물복용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90분간 지속적인 체력을 필요로 하는 축구도 약물남용이 심한 스포츠다.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리오 페르디난드는 지난해 소속 팀이 불시에 실시한 금지약물 검사에 불응해, 영국 축구협회로부터 지난 1월부터 8개월간 모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중징계를 받았다.
페르디난드는 수비수로서 역대 최고 몸값(이적료 약 538억원)을 기록한 선수다.
「중원의 지휘관」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에서 뛸 당시, 동료와 함께 팀 닥터로부터 근육강화제인 EPO(에리스로포이에틴)를 건네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의 스타 로베르트 바조와 델 피에로도 유벤투스 시절 팀 닥터의 권유로 금지약물인 EPO를 복용했다는 구설수에 올라 있다.
가장 유명한 약물복용 사례로는 「축구 神童」 마라도나다. 마라도나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그리스와 나이지리아를 꺾고 16강 티켓을 따내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지만, 그 후 실시된 약물검사에서 에페드린 양성 판정을 받았다.
마라도나가 빠진 아르헨티나는 결국 16강전에서 루마니아에 2대 3으로 패했고, 마라도나 자신은 「월드컵에서 영구 제명」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마라도나는 약물과 마약 중독에 의한 부작용으로 심각한 비만과 고혈압, 심근경색 등을 앓고 있다. 최근에는 축구경기를 관전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인공 호흡기에 의존하는 등 최악의 건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선수들의 약물복용 의혹이 계속 이어지자 국제축구연맹(FIFA)은 줄곧 반대해 온 「反도핑기구(WADA)」 규약을 채택하기로 했다. FIFA는 그동안 美 프로야구(MLB), 美 프로농구(NBA) 등이 도핑 테스트를 실시하지 않는 점을 들어 규약채택에 반대해 왔다.
정신병 등 각종 질병 유발
프로축구 선수들은 이제 스테로이드 등 금지약물을 복용했을 경우 反도핑 규약에 의거해 2년간 출장 정지 등의 제재를 받게 됐다.
근육강화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스테로이드제를 과다 복용할 경우 대머리, 신부전, 간부전, 동맥경화, 정신병, 성장장애, 직장출혈 등 많은 부작용이 생긴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계의 금지약물인 난드롤론은 몸에 축적될 경우, 肝(간)에 독성이 생겨 부작용을 일으킨다.
약물을 복용하는 대부분의 선수는 운동 능력이 향상되지 않거나, 자신감이 없을 때 심리적 안정을 위해 약물을 찾는다고 한다.
1등에 대한 욕심, 1등을 놓칠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약물에 의존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 유명 선수들이 갑작스럽게 사망할 때마다 약물복용說이 반드시 제기됐다. 88서울올림픽에서 100m와 200m를 제패한 그리피스 플로렌스 조이너가 1998년 심장발작으로 숨지자 약물복용說이 나돌았다.
한국도 약물복용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야구선수 진갑용(삼성)은 근육강화제를 복용해 올림픽 대표에서 탈락했고, 역도와 수영 선수들이 근육강화제 복용 의혹을 받은 적이 있다. 육상·역도·수영·보디빌딩 등 11개 종목에 대해서는 평시 검사가 실시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4월13일 금지약물 복용과 관련해 「베이에이리어 연구소」의 빅토르 콩트 주니어 사장과 배리 본즈의 개인 트레이너 그렉 앤더슨을 기소했다. 본즈는 2000년 콩트 사장과 인연을 맺은 후 많은 나이(당시 36세)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홈런수가 급증했다.
콩트 사장이 제공한 영양보충제를 섭취하고, 운동 프로그램에 조언을 받은 본즈는 2000년 49개의 홈런(1999년 34개 홈런)을 친 뒤, 이듬해 무려 73개의 홈런을 몰아치면서 한 시즌 최다 홈런기록을 갈아치웠다.
본즈의 약물복용說이 최고조에 이른 것은 지난 4월27일. 지역 언론인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과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에 이어 「뉴욕 타임스」까지 가세했다.
이 신문들은 BALCO라는 제약회사가 배리 본즈, 미국의 육상선수 팀 몽고메리-매리언 존스 부부 등 27명의 슈퍼스타에게 금지약물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BALCO의 공동 설립자인 빅토르 콩트가 2003년 9월4일 자체 조사 때 이들의 實名(실명)을 모두 거명했다는 것이다.
본즈의 기록이 약물의 힘이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의회 청문회까지 열렸다. 조셉 바이든 美 민주당 상원의원은 『상원의원으로서가 아니라 팬으로서 일부 운동 선수들의 행위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상원 상업위원회는 금지약물을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는 BALCO의 자료를 법무부에서 넘겨받아 검토에 착수했다. 존 매케인 상업위원장은 『스포츠계 약물 파동을 조기에 진화하고, 無혐의로 판명된 선수들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토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배리 본즈는 『2005년 시즌이 끝나고 은퇴할 것』이라며 『금지약물 복용 문제와 은퇴는 전혀 무관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제약회사인 BALCO(www.balcolab. com)는 美 캘리포니아 벨링에임 지역에 위치한 의학 연구소다. 창시자인 빅토르 콩트 박사는 인공적으로 조제한 화학약품 복용과 근육 개발을 통해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해 왔다.
유명 스포츠 스타들을 단골로 갖고 있어 유명세를 탔다.
BALCO의 명성이 악명으로 바뀐 것은 지난해 10월, 연방 대배심이 스포츠 스타의 약물복용 여부를 조사하면서 배리 본즈 외에 제이슨 지암비(뉴욕 양키스), 투포환 챔피언 케빈 토스, 육상 스타 메리언 존스와 팀 몽고메리 커플,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수영 4관왕 에이미 반 다이켄 등 유명 선수들을 대거 소환하면서였다.
이들은 모두 BALCO의 고객들이다. BALCO 연구실에서 선수들에게 제공한 「THG(테트라 하이드로 제스트리논)」는 스테로이드계 금지약물임이 밝혀졌다. 이 연구실은 그동안 「선수들의 소변과 혈액을 검사해, 부족한 혈중 미네랄 성분을 보충해 준다」고 광고해 왔다.
본즈는 이 연구소의 간판스타였다.
의혹에 연루된 선수들은 스테로이드 복용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지만, 얘기가 간단치 않다.
세계 최강 미국 육상, 약물의 힘인가?
이들이 합성 스테로이드, 성장 호르몬, 근육강화제인 EPO(에리스로포이에틴) 등 금지약물을 요구하지 않았더라도,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영양보충제에 첨가된 금지약물을 섭취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남자 100m·200m·400m 등 단거리, 400m릴레이, 1600m(4×400m) 릴레이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여자의 경우 100m·200m 등에서 세계기록을 수립했다. 2003년 파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6년 연속 종합 우승을 달성했다.
이 같은 미국의 육상 실력이 약물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웨이드 엑슘 박사는 2003년 4월 미국 스포츠 전문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1980~1990년대 미국 올림픽 대표선수 중 상당수가 약물을 복용했으나 미국올림픽위원회(USOC)가 이를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1년부터 10년간 미국올림픽위원회 약물담당 이사를 지냈다.
엑슘은 『1988~2000년까지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던 미국 선수가 100여 명이나 된다』며 『1984~2000년까지 올림픽 메달을 딴 19명의 선수들 중, 적어도 18명은 올림픽 대표선수 선발 전 실시했던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을 9개나 딴 전설적인 육상스타 칼 루이스가 88서울올림픽을 위한 미국內 선발전에서 약물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주장도 했다. 칼 루이스는 도핑 테스트에서 수도에페드린·에페드린·페닐프로파놀라민 등 세 가지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미국올림픽위원회는 『부주의로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칼 루이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올림픽 본선 진출을 허락했다는 것이다. 당시 맞수였던 「캐나다의 흑표범」 벤 존슨이 약물복용으로 금메달을 박탈당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스포츠 선수와 약물복용」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벤 존슨은 『칼 루이스 등 미국 스타들이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만 비난의 타깃이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 스포츠중재재판소(CSA)는 파문이 확산되자 미국 올림픽 대표선수들의 약물복용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오래 전의 일이라 파문이 곧 진정됐다.
美 육상연맹, 스테로이드 복용자 평생 출전 금지
그러나 엑슘 박사의 폭로가 잠시 조용해질 무렵 미국 육상계는 다시 약물 추문으로 얼룩졌다. 2003년에 파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00m·200m 2관왕인 켈리 화이트가 금지약물 「모다피닐」 양성반응으로 금메달 박탈 위기에 놓였고, 올림픽 남자 400m와 1600m 계주 우승자 제롬 영이 과거에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제롬 영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출전 이전에 금지약물인 근육강화제 「스테로이드 난드롤론」에 대한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의혹을 조사했고, 제롬 영은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육상연맹(USATF)은 지난해 연말 이사회를 열어 스테로이드 양성반응을 나타낸 선수와 코치를 평생 출전 금지시키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존 애슈크로프트 美 법무장관은 최근 『육상뿐만 아니라 전국미식축구리그, 메이저리그 등 뉴스 커버 스토리를 장식할 스타들을 포함해 수십 명이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면서 『아직 기소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 큰 파장을 예고했다.
육상이나 역도·수영처럼 순간 筋力(근력)을 극대화시키는 경기 종목에만 약물복용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90분간 지속적인 체력을 필요로 하는 축구도 약물남용이 심한 스포츠다.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리오 페르디난드는 지난해 소속 팀이 불시에 실시한 금지약물 검사에 불응해, 영국 축구협회로부터 지난 1월부터 8개월간 모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중징계를 받았다.
페르디난드는 수비수로서 역대 최고 몸값(이적료 약 538억원)을 기록한 선수다.
「중원의 지휘관」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에서 뛸 당시, 동료와 함께 팀 닥터로부터 근육강화제인 EPO(에리스로포이에틴)를 건네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의 스타 로베르트 바조와 델 피에로도 유벤투스 시절 팀 닥터의 권유로 금지약물인 EPO를 복용했다는 구설수에 올라 있다.
가장 유명한 약물복용 사례로는 「축구 神童」 마라도나다. 마라도나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그리스와 나이지리아를 꺾고 16강 티켓을 따내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지만, 그 후 실시된 약물검사에서 에페드린 양성 판정을 받았다.
마라도나가 빠진 아르헨티나는 결국 16강전에서 루마니아에 2대 3으로 패했고, 마라도나 자신은 「월드컵에서 영구 제명」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마라도나는 약물과 마약 중독에 의한 부작용으로 심각한 비만과 고혈압, 심근경색 등을 앓고 있다. 최근에는 축구경기를 관전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인공 호흡기에 의존하는 등 최악의 건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선수들의 약물복용 의혹이 계속 이어지자 국제축구연맹(FIFA)은 줄곧 반대해 온 「反도핑기구(WADA)」 규약을 채택하기로 했다. FIFA는 그동안 美 프로야구(MLB), 美 프로농구(NBA) 등이 도핑 테스트를 실시하지 않는 점을 들어 규약채택에 반대해 왔다.
정신병 등 각종 질병 유발
프로축구 선수들은 이제 스테로이드 등 금지약물을 복용했을 경우 反도핑 규약에 의거해 2년간 출장 정지 등의 제재를 받게 됐다. 근육강화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스테로이드제를 과다 복용할 경우 대머리, 신부전, 간부전, 동맥경화, 정신병, 성장장애, 직장출혈 등 많은 부작용이 생긴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계의 금지약물인 난드롤론은 몸에 축적될 경우, 肝(간)에 독성이 생겨 부작용을 일으킨다.
약물을 복용하는 대부분의 선수는 운동 능력이 향상되지 않거나, 자신감이 없을 때 심리적 안정을 위해 약물을 찾는다고 한다.
1등에 대한 욕심, 1등을 놓칠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약물에 의존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 유명 선수들이 갑작스럽게 사망할 때마다 약물복용說이 반드시 제기됐다. 88서울올림픽에서 100m와 200m를 제패한 그리피스 플로렌스 조이너가 1998년 심장발작으로 숨지자 약물복용說이 나돌았다.
한국도 약물복용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야구선수 진갑용(삼성)은 근육강화제를 복용해 올림픽 대표에서 탈락했고, 역도와 수영 선수들이 근육강화제 복용 의혹을 받은 적이 있다. 육상·역도·수영·보디빌딩 등 11개 종목에 대해서는 평시 검사가 실시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