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발명, 萬人의 행복』
申 錫 均 한국발명학회 회장
1929년 황해 평산 출생. 낙양공업高 졸업. 동국大 농대 임학과 수료. 한국외국어大 러시아어과 졸업. 연세大 산업대학원 기계공학 석사. 미국 유니언大 명예과학박사. 현재 한국신발명연구소 소장, 국제발명메달리스트회 명예회장, 한국발명단체총연합회 명예회장, 韓中 과학자발명대회 심사위원장. 금탑산업훈장, 장영실과학문화상 발명문화대상, 에디슨재단상, 그랑프리상, 오스카상, 세계天才대회 대상 등 수상.
申 錫 均 한국발명학회 회장
1929년 황해 평산 출생. 낙양공업高 졸업. 동국大 농대 임학과 수료. 한국외국어大 러시아어과 졸업. 연세大 산업대학원 기계공학 석사. 미국 유니언大 명예과학박사. 현재 한국신발명연구소 소장, 국제발명메달리스트회 명예회장, 한국발명단체총연합회 명예회장, 韓中 과학자발명대회 심사위원장. 금탑산업훈장, 장영실과학문화상 발명문화대상, 에디슨재단상, 그랑프리상, 오스카상, 세계天才대회 대상 등 수상.
기네스북에 등재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로 나와서, 적십자병원 정문을 통과해 병원마당을 가로질러 병원 밖으로 나와서, 오른편으로 열두 번째 건물인 「○○수퍼마켓」 지하』
「한국의 발명왕」으로 불리는 申錫均(신석균·76)씨를 찾아가려고 전화를 걸었더니, 申씨는 이렇게 길 안내를 했다.
지난 5월3일 오후 그를 찾아나섰다.
빛바랜 간판이 바람에 흔들리며 겨우 붙어 있는 구멍가게 수준의 슈퍼가 보였고, 슈퍼 바로 오른편으로 낡은 철제문이 하나 보였다. 아무런 안내 표지가 없었다. 「설마 여기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문을 살짝 열자 한 사람이 겨우 내려갈 수 있는 가파른 계단이 나타났다.
「머리 조심」이라고 쓰여 있는 위쪽에 「한국발명학회」, 「한국新발명연구소」라는 글이 A4 용지에 쓰여 있었다. 간판인 셈이다.
현관 유리문을 밀자 요란한 벨소리가 울렸다.
어두컴컴한 연구실에서는 쾨쾨한 냄새가 났다. 사방 벽면에 상장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서류함 위에는 빈틈없이 상패가 세워져 있었다.
申씨는 국제발명대회에서 137회 賞을 받아, 1993년 기네스 북에 「세계 최다 발명상 수상자」로 등재됐다. 평생 출원한 특허, 실용 신안 의장 특허가 1100여 건이다. 초등학교 「사회과 탐구」 5학년 교과서에, 「한국의 에디슨」이란 제목으로 그의 일생이 다뤄진 적이 있다.
지하 사무실 바닥에는 책이 마구잡이로 쌓여 있었고, 청소기·녹음기·전화기 등이 해부된 속을 내보인 채 나뒹굴었다. 직원이라고는 온라인으로 특허 등록 업무를 대신 해주는 어린 여직원 하나뿐이었다.
여섯 살 때 「窓 달린 우산」 발명
중간 정도의 키에 머리가 약간 벗어진 申씨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60세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70代 후반으로 보이지 않았다.
―연구소가 좀 어수선하네요.
『이사 온 지 1년이 됐는데 제 나름대로 아주 정리가 잘 된 상태예요. 온갖 기계를 분해하다 보면, 원리를 파악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발명 아이디어가 떠오르죠』
―주로 이곳에서 발명을 합니까.
『제 머릿속이 연구소예요. 한 분야에서 30년 이상 외곬으로 일한 사람은 연구소가 따로 필요 없어요』
申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발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여섯 살 때 만든 최초의 발명품이 「窓 달린 우산」이다. 세발 자전거를 타고 유치원에 다니던 그는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한 손으로 자전거를 탈 수 없어서 우산을 자전거에 묶었다. 그러자 우산이 가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유치원에 도착한 그는 우산에 구멍을 내고 셀로판지를 붙여서 「창 달린 우산」을 만들었다. 유치원 선생님은 그에게 『너 참 궁리가 대단하구나』라고 칭찬했다.
그의 발명품은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을 받고 있다.
야구장이나 낚시터에서 사용되는, 모자에 쏙 들어가는 소형 「솔라 셀 라디오」가 그의 대표적 발명품이다. 평면 사진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관광용 스테레오 렌즈」, 종이 우유팩을 최초로 고안해 낸 것도 申회장이다.
자동응답기에 사용되는 「엔드리스 테이프」, 「녹음 청진기」, 「액체 렌즈」, 「다기능 위조 지폐 감식기」 등이 그의 머릿속에서 탄생했다. 30여 년 전에 고안한 「엔드리스 테이프」는 1억원이 넘는 특허료를 받고 팔았다.
최근에는 회의 도중에 받을 수 있는 휴대전화를 개발해 특허등록을 해 놓았다고 한다. 申씨는 『특허를 확보해 상품화시키는 데까지 3~4년이 걸릴 예정』이라며 『발명해서 상품화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퍼는 발명된 지 17년 후에야 상품화됐다』고 했다.
그는 1100여 건의 특허등록을 했지만, 상품화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적절한 타협금액을 찾지 못해 주인을 기다리는 특허권이 있는가 하면, 히트상품에 대한 확신이 있어도 투자비 부담 때문에 안 팔리는 경우가 많다. 등록된 특허를 교묘하게 모방한 상품도 쏟아져 나온다. 그는 『기업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순수 발명가는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申회장은 고안해 낸 발명품의 특허권을 판매하고, 상품 제작은 하지 않는다. 『돈에 탐을 내기 시작하면, 발명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그는 기자의 MP3 녹음기를 보자, 『MP3에 녹음해서 컴퓨터에 연결하면, 문서화되는 프로그램이 곧 개발될 것』이라며 『말만 하면 문서화되는 「음성 인식 컴퓨터」가 나오기 때문에 지금 유치원생들은 컴퓨터 타자를 잘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머지않아 「두루마리 TV 브라운관」도 나올 것이라고 한다.
하루 한 가지 발명이 목표
그의 책상 위에는 은단통이 달린 볼펜, 온도 센서가 달린 볼펜, 향수통이 달린 볼펜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 제품이 많았다. 모두 특허등록이 된 것들이라고 한다.
―발명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나요.
『길거리가 내 연구소입니다.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 「저걸 이렇게 고치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요. 그 자리에서 수첩을 꺼내서 아이디어를 적어요. 하루 한 가지 발명이 목표입니다』
그는 한 해에 한 권씩 적어 왔다는 21권의 발명수첩을 보여 줬다. 손바닥만 했다.
『수첩을 좀 보여 달라』고 하자 그는 움찔하며 『그냥 먼 거리에서 보시죠』라며 거절했다. 비밀유지와 보안을 생명처럼 여기는 발명가의 습성인 모양이다.
그가 멀찌감치에서 한장 한장 넘기면서 보여 준 손바닥만 한 수첩은 암호문처럼 보였다. 그림이 페이지마다 한두 장씩 그려져 있고, 러시아어·중국어·일본어·한국어·영어 5개국語로 글이 쓰여 있었다.
그는 대학에서 러시아語를 공부했고, 그 세대들이 그렇듯이 일본어를 우리말처럼 구사한다. 영어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고, 중국어는 말하고 쓰는 데 불편함이 없는 정도라고 한다.
『양치질은 안 해도 잠이 오지만 발명일기를 쓰지 않으면 잠이 안 와요. 발명수첩이 없으면 불안해요』
그의 발명수첩의 역사는 195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명 수첩을 쓰기 전, 그는 골필로 등사한 자신만의 「아이디어 일기장」을 직접 만들어서 썼다. 이 일기에는 날씨가 흐렸는지, 누구를 만났는지는 적지 않는다. 오로지 그날의 아이디어만을 기록한다.
50년을 넘긴 낡은 「아이디어 일기장」은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모서리 부분이 조금씩 부서져 나갔다.
엉뚱한 어린 시절
한국의 발명왕 申錫均을 만든 것은 그의 부모였다.
申錫均은 여섯 살 때 호박을 파서 도장을 만들었다. 印朱(인주)를 묻혀 도장을 찍으면 좌우가 바뀌어서 찍혔다. 그는 그게 이상했다.
그의 부모는 원리를 가르쳐 주지 않고, 『왜 그렇게 될까? 자세히 보면서 네가 생각해 보렴』이라고 했다. 도장을 찍을 때, 거울을 볼 때 질문을 계속했지만 답을 얘기해 주지 않았다. 어린 申錫均은 1년 만에 그 원리를 알아냈다고 한다.
그는 호기심이 과도하게 많은 어린이였다.
과수원을 하는 아버지가 과일 나무 접붙이기하는 걸 보고, 오이를 잘라서 수박이나 호박에 구멍을 뚫어 끼워 뒀다. 원반형 축음기의 녹음 바늘을 빼고 대신 이불 꿰매는 바늘, 가시나무의 가시를 끼워 보았다.
工高를 졸업한 그는 동국大 農大 임학과에 진학했다.
『우연히 방문했던 우장춘 박사의 부산 동래 원예시험장이 農大로 진학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農大에 진학해서 유기화학·동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공부했다.
6·25 전쟁이 터지고, 그는 부산의 美8군에서 동시통역사를 양성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한국외국어大에 개설되는 러시아어과 1회 입학생이 됐다. 대학교를 두 군데 동시에 다녔다.
두 가지 공부를 한꺼번에 하는 게 힘에 부쳐서 農大는 수료만 하고 外大 러시아어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연세大 산업대학원 기계공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학비를 벌려고 새벽에는 가정교사를 하고, 낮에는 공부를 하고, 밤에는 잡지사에서 일했다. 학생신분으로 10명의 직원을 거느린 출판사 「지문연구사」의 편집장으로 일했다. 그는 2만 부를 판매하는 월간 잡지 「가정교육」을 성공적으로 꾸려 나갔다.
아이디어 도둑들
그는 30년은 더 된 듯한 양은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녹차를 만들어 줬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多辯家(다변가)였다. 질문과 전혀 관계없는 답변이 나와 당황스러웠다.
「2002년, 2003년에는 어떤 발명품으로 天才대회 금상을 수상하셨습니까」라고 물으면 『생각해 내야죠』라는 답이 나왔다. 그러고는 전혀 다른 방향의 이야기를 쏟아 냈다.
발명이 직업인 그는 「아이디어 도둑」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허등록을 해도 도중에 등록료를 물지 않으면 자동 소멸돼요. 소멸되면 누구나 다시 등록할 수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 어물거리다가 기막힌 아이디어를 빼앗긴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특허등록을 해 놔도 이걸 팔기는 쉽지 않아요. 그 사이에 내 특허를 모방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와요. 특허를 침해하면 7년 이하 징역에 1억원 이하 벌금을 물게 돼 있지만 국내에서 적용된 사례는 없어요. 법망을 교묘히 빠져 나가요』
그는 『1년에 12명만 형무소에 보내면 특허권이 제대로 보호받을 것』이라며 『그래서 「골이 빈 놈만 발명한다」는 말이 떠돈다』고 했다.
그는 專業 발명가다.
특허권을 팔아서 돈이 생기면 그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발명을 계속한다. 돈이 없으면 빚을 낸다.
그는 1986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天才대회」에 6개의 발명품을 가지고 나가 7개의 賞을 받았다. 「전화 녹음 청진기」로 중국발명협회로부터는 특별상을 받았다.
중국은 최근 들어 특허출원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중국발명협회는 1985년에 창설되어 창설 20년 만에 특허신청 200만 건을 돌파했다. 2000년 초까지 15년 동안 특허건수가 100만 건에 달했으나, 이후 불과 4년 동안 100만 건의 특허가 나온 것이다.
2003년의 국제 특허출원 통계를 보면, 미국이 1위, 일본이 2위, 독일이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전년에 비해 한 계단 상승하면서 7위에 올랐다. 일본에서는 겹치기 특허등록이 너무 많아 「이런 발명품은 이미 늦었다」는 책이 나오기도 했다.
『선배들을 비웃는 똑똑한 후배는 없다』
―하루에 한 건씩 발명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동력은 뭡니까.
『호기심이죠. 「이 산 너머에는 또 뭐가 있을까, 그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을 해요. 사물이 아니라 매일 쓰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도 호기심을 갖습니다』
―발명가는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인류의 역사는 발명의 역사입니다. 발명이 없었다면 인류는 全滅(전멸)했을지 모릅니다. 인간은 작은 세균에도 못 견딜 정도로 나약하고, 인간의 발톱은 고양이의 발톱만도 못하거든요. 기후의 극심한 변화, 한정된 식량은 나약한 인간에게 치명적인 敵입니다. 페니실린이 없었다면, 농기구가 없었다면 인간이 지금 같은 문명을 누릴 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발명가는 「조물주의 심부름꾼」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명은 곧 「창조」인데, 창조는 神만이 하는 일입니다. 인간은 조물주가 창조한 자연법칙을 찾아내 그걸 인류를 위해 이용하는 거죠. 「한 사람의 발명, 萬人의 행복」이 제 인생의 좌우명입니다』
―스스로 天才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天才가 아닙니다. 모든 발명가는 스스로 天才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것을 꾸준히 연구해 나갈 뿐이죠. 에디슨도 자신을 天才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에디슨은 『天才는 99%의 땀과 1%의 靈感(영감)으로 완성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英才나 天才가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고 봅니까, 아니면 후천적이라고 생각합니까.
『에디슨의 말에서 중요한 것은 99%의 노력이 아니라 1%의 靈感입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天才가 아니라도 많습니다. 용광로 노동자, 농사꾼, 지게꾼들이 얼마나 땀을 많이 흘립니까. 하지만 우리는 이들을 天才라고 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1%의 靈感을 발견하는 겁니다』
―그러면 靈感이 풍부한 사람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걸까요.
『靈感은 자신의 적성을 발견해 내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미자나 조수미는 자신의 천부적인 기질을 발견하고 99% 노력해서 성공한 경우죠』
―天才와 일반인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天才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숨겨진 적성을 발견해 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天才죠. 누구나 天才가 될 수 있어요』
―IQ가 어느 정도됩니까.
『IQ는 검사해 본 적이 없고, 검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구구단을 외우는 것은 IQ와 관계가 있지만, 구구단 자체는 발명에 의한 것이죠. 대학교수와 학자는 다릅니다. 우리나라 교수 중 99.9%는 학자가 아닙니다. 학자는 자신만의 학문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IQ 무용론자입니다』
―요즘 理工系 기피로 우수한 理工系 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열심히 일할 후배를 잘 키워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선배들의 업적과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겁니다. 앞서간 사람들을 다 엉터리라고 비웃는 상황에선 똑똑한 후배가 나올 수 없어요. 한국 교육의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채찍으로 엄한 가정교육
申회장의 장남 鉉巖(현암)씨는 삼성경제연구소 차장, 장녀 鉉慶(현경)씨는 서강大 강사, 차녀 鉉先(현선)씨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社의 과학자, 삼녀 鉉旼(현민)씨는 신발명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다. 그에게 자녀 교육법을 물었다.
『아이들을 엄하게 키웠습니다. 물푸레나무로 만든 채찍을 아이마다 하나씩 두고 때렸어요』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나 사고력이 감소하지는 않습니까.
『아니오, 오히려 점점 더 나아지는 것 같아요. 과거에 외웠던 일본 교과서를 아직도 줄줄 외고 일본 125代 천황 이름을 다 외웁니다』
그는 기자에게 일본 천황 125명의 이름을 줄줄 외워 보였다.
―암기력이 퇴보하지 않는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발명가 중에는 치매환자가 없습니다. 치매에 걸렸다는 것은 기계가 낡아 안 돌아가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요, 발명가들은 끊임없이 기계를 돌리잖아요. 세계적인 大문호들은 나이가 들수록 大作이 나오는 법이죠』
―별도로 하시는 두뇌훈련이 있으시다면.
『수학이 두뇌운동에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아직도 초등학교 교과서를 사서 봐요. 나이가 들수록 기본원리에 대한 학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는 『무슨 말을 할 때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답답하다』며, 자신이 읽고 있는 초등학생용 수학교재를 늘어놓았다.
―세대차이는 안 느낍니까.
『세대차이는 별로 못 느낍니다. 발명은 미래학이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낯설지 않아요』
노벨상 타기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에디슨입니다. 그 다음이 아인슈타인이고』
한 인터넷 포털 검색 사이트에는 「에디슨과 申錫均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이라는 글이 떠 있다.
〈비슷한 점은 ▲특허수가 1000종을 넘어 「발명왕」으로 불린다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많았다 ▲長壽했다 ▲주변의 사물을 발명에 사용했다 ▲많은 실패를 했다 ▲그들의 발명품이 현재 널리 쓰이고 있다.
다른 점은 ▲申錫均은 여섯 살 때 창 달린 우산을 만들면서 발명을 일찍 시작했지만, 에디슨은 어렸을 때에는 전혀 발명을 못 했다 ▲申錫均은 몸이 멀쩡하지만, 에디슨은 청각 장애인이다 ▲申錫均은 직접 회사 경영을 안 하고 특허를 권리 양도하지만, 에디슨은 직접 회사 경영을 했다 ▲申錫均은 사람을 위한 발명만 했지만, 에디슨은 사람을 죽이는 발명도 했다(다이너마이트)〉
그에게 이 글을 읽어 주자 그는 『처음 들어 본다』며 재미있어 했다.
―에디슨과 申회장은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생각합니까.
『에디슨이 한국에 태어났으면 지금의 에디슨이 못 됐고, 저는 미국에 태어났으면 에디슨보다 더 뛰어난 인물이 되었을 겁니다(웃음). 에디슨은 한 분야를 깊게 팠지만, 저는 15개 다양한 분야를 얕게 접근한다는 점도 다르죠』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더 큰 꿈을 펼 수 있었을 걸로 생각합니까.
『말이 그렇다는 거죠(웃음). 倭政시대도 경험하고, 전쟁도 겪고, 그 후 대한민국이 우뚝 서는 과정을 보았어요.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경험했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한국인의 두뇌가 他國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진돗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진돗개는 체구는 작지만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죠. 한국인도 체구는 작지만 세계 어느 민족에 비견해도 뒤지지 않습니다』
―한국인이 뛰어난 두뇌를 갖고도,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하나 못 받는 이유가 뭘까요.
『뛰어가는 사람 앞에 장애물이 있으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어요? 한국은 순수 발명가가 발명에만 몰두하기도 어려운 환경이에요』
―직접 노벨상에 도전해 볼 생각은 없었나요.
『노벨상을 받지 않아도 제 발명품이 노벨상 몇 배의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트렁크에 넣고 다니는 헬리콥터
―아주 젊어 보이는데, 건강관리 비결이 있다면.
『神이 인간에게 준 최대 수명은 125세입니다. 인간은 건강을 해치는 치명적인 50가지 자살행위를 하죠. 흡연·음주·욕심·저주·스트레스, 수명 단축하는 수면 자세 등이 그것입니다. 저는 이런 치명적인 자살행위를 안 하려고 노력합니다. 자가용을 없앤 지는 17년이 됐어요. 늘 만보기를 차고 다니며 「걷기운동」을 합니다. 지하철에서 계단이 나타나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어요. 화초를 가꾸듯이 자신을 가꾸어 나간다는 생각을 하고 삽니다. 화초는 물을 지나치게 주어도 썩고, 너무 안 줘도 썩죠』
申회장이 지금 고안 중이라는 발명품은 다소 허무맹랑하게 들린다.
하나는 자동차 트렁크 안에 들어가는 「휴대용 헬리콥터」이다. 러시아워 때 차가 밀리면 자동차에서 꺼내 타고 날아갈 수 있는 헬리콥터다. 또 하나는 「출산(부화)을 앞당기는 프로그램」이다.
사람은 뱃속에서 280일 태아를 길러야 출산하고, 병아리는 20일이 지나야 부화한다. 이 기간을 단축시키겠다는 것이다.
―부인은 어떤 역할을 하시나요.
『집사람은 내 발명에 관심이 많습니다. 돌아다니면서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조리 사 가지고 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발명대학」을 세우고 싶어요. 용인에 세우려다가 문제가 생겨 흐지부지된 상태예요. 한국이 선진국을 추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발명대학을 설립해 순수 발명가를 양성하는 길입니다』
申錫均 회장은 발명 분야의 賞은 거의 다 받았다.
국내에서는 장영실발명문화대상, 내무부·법무부·과학기술처·교육부 장관상을 받았고, 1992년에는 그의 특허권으로 만든 상품을 수출해 정부가 벌어들인 외화가 6000만 달러에 이르는 공로를 인정받아 금탑 산업훈장을 받았다. 해외에서는 에디슨재단賞, 그랑프리賞, 오스카賞, 세계天才대회 대상 最多 수상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친구들은 저더러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들 하지만 저는 이제 겨우 절반 정도 왔을 뿐입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야죠』●
「한국의 발명왕」으로 불리는 申錫均(신석균·76)씨를 찾아가려고 전화를 걸었더니, 申씨는 이렇게 길 안내를 했다.
지난 5월3일 오후 그를 찾아나섰다.
빛바랜 간판이 바람에 흔들리며 겨우 붙어 있는 구멍가게 수준의 슈퍼가 보였고, 슈퍼 바로 오른편으로 낡은 철제문이 하나 보였다. 아무런 안내 표지가 없었다. 「설마 여기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문을 살짝 열자 한 사람이 겨우 내려갈 수 있는 가파른 계단이 나타났다.
「머리 조심」이라고 쓰여 있는 위쪽에 「한국발명학회」, 「한국新발명연구소」라는 글이 A4 용지에 쓰여 있었다. 간판인 셈이다.
현관 유리문을 밀자 요란한 벨소리가 울렸다.
어두컴컴한 연구실에서는 쾨쾨한 냄새가 났다. 사방 벽면에 상장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서류함 위에는 빈틈없이 상패가 세워져 있었다.
申씨는 국제발명대회에서 137회 賞을 받아, 1993년 기네스 북에 「세계 최다 발명상 수상자」로 등재됐다. 평생 출원한 특허, 실용 신안 의장 특허가 1100여 건이다. 초등학교 「사회과 탐구」 5학년 교과서에, 「한국의 에디슨」이란 제목으로 그의 일생이 다뤄진 적이 있다.
지하 사무실 바닥에는 책이 마구잡이로 쌓여 있었고, 청소기·녹음기·전화기 등이 해부된 속을 내보인 채 나뒹굴었다. 직원이라고는 온라인으로 특허 등록 업무를 대신 해주는 어린 여직원 하나뿐이었다.
여섯 살 때 「窓 달린 우산」 발명중간 정도의 키에 머리가 약간 벗어진 申씨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60세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70代 후반으로 보이지 않았다.
―연구소가 좀 어수선하네요.
『이사 온 지 1년이 됐는데 제 나름대로 아주 정리가 잘 된 상태예요. 온갖 기계를 분해하다 보면, 원리를 파악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발명 아이디어가 떠오르죠』
―주로 이곳에서 발명을 합니까.
『제 머릿속이 연구소예요. 한 분야에서 30년 이상 외곬으로 일한 사람은 연구소가 따로 필요 없어요』
申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발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여섯 살 때 만든 최초의 발명품이 「窓 달린 우산」이다. 세발 자전거를 타고 유치원에 다니던 그는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한 손으로 자전거를 탈 수 없어서 우산을 자전거에 묶었다. 그러자 우산이 가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유치원에 도착한 그는 우산에 구멍을 내고 셀로판지를 붙여서 「창 달린 우산」을 만들었다. 유치원 선생님은 그에게 『너 참 궁리가 대단하구나』라고 칭찬했다.
그의 발명품은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을 받고 있다.
야구장이나 낚시터에서 사용되는, 모자에 쏙 들어가는 소형 「솔라 셀 라디오」가 그의 대표적 발명품이다. 평면 사진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관광용 스테레오 렌즈」, 종이 우유팩을 최초로 고안해 낸 것도 申회장이다.
자동응답기에 사용되는 「엔드리스 테이프」, 「녹음 청진기」, 「액체 렌즈」, 「다기능 위조 지폐 감식기」 등이 그의 머릿속에서 탄생했다. 30여 년 전에 고안한 「엔드리스 테이프」는 1억원이 넘는 특허료를 받고 팔았다.
최근에는 회의 도중에 받을 수 있는 휴대전화를 개발해 특허등록을 해 놓았다고 한다. 申씨는 『특허를 확보해 상품화시키는 데까지 3~4년이 걸릴 예정』이라며 『발명해서 상품화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퍼는 발명된 지 17년 후에야 상품화됐다』고 했다.
그는 1100여 건의 특허등록을 했지만, 상품화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적절한 타협금액을 찾지 못해 주인을 기다리는 특허권이 있는가 하면, 히트상품에 대한 확신이 있어도 투자비 부담 때문에 안 팔리는 경우가 많다. 등록된 특허를 교묘하게 모방한 상품도 쏟아져 나온다. 그는 『기업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순수 발명가는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申회장은 고안해 낸 발명품의 특허권을 판매하고, 상품 제작은 하지 않는다. 『돈에 탐을 내기 시작하면, 발명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그는 기자의 MP3 녹음기를 보자, 『MP3에 녹음해서 컴퓨터에 연결하면, 문서화되는 프로그램이 곧 개발될 것』이라며 『말만 하면 문서화되는 「음성 인식 컴퓨터」가 나오기 때문에 지금 유치원생들은 컴퓨터 타자를 잘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머지않아 「두루마리 TV 브라운관」도 나올 것이라고 한다.
하루 한 가지 발명이 목표
그의 책상 위에는 은단통이 달린 볼펜, 온도 센서가 달린 볼펜, 향수통이 달린 볼펜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 제품이 많았다. 모두 특허등록이 된 것들이라고 한다. ―발명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나요.
『길거리가 내 연구소입니다.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 「저걸 이렇게 고치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요. 그 자리에서 수첩을 꺼내서 아이디어를 적어요. 하루 한 가지 발명이 목표입니다』
그는 한 해에 한 권씩 적어 왔다는 21권의 발명수첩을 보여 줬다. 손바닥만 했다.
『수첩을 좀 보여 달라』고 하자 그는 움찔하며 『그냥 먼 거리에서 보시죠』라며 거절했다. 비밀유지와 보안을 생명처럼 여기는 발명가의 습성인 모양이다.
그가 멀찌감치에서 한장 한장 넘기면서 보여 준 손바닥만 한 수첩은 암호문처럼 보였다. 그림이 페이지마다 한두 장씩 그려져 있고, 러시아어·중국어·일본어·한국어·영어 5개국語로 글이 쓰여 있었다.
그는 대학에서 러시아語를 공부했고, 그 세대들이 그렇듯이 일본어를 우리말처럼 구사한다. 영어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고, 중국어는 말하고 쓰는 데 불편함이 없는 정도라고 한다.
『양치질은 안 해도 잠이 오지만 발명일기를 쓰지 않으면 잠이 안 와요. 발명수첩이 없으면 불안해요』
그의 발명수첩의 역사는 195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명 수첩을 쓰기 전, 그는 골필로 등사한 자신만의 「아이디어 일기장」을 직접 만들어서 썼다. 이 일기에는 날씨가 흐렸는지, 누구를 만났는지는 적지 않는다. 오로지 그날의 아이디어만을 기록한다.
50년을 넘긴 낡은 「아이디어 일기장」은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모서리 부분이 조금씩 부서져 나갔다.
엉뚱한 어린 시절
한국의 발명왕 申錫均을 만든 것은 그의 부모였다. 申錫均은 여섯 살 때 호박을 파서 도장을 만들었다. 印朱(인주)를 묻혀 도장을 찍으면 좌우가 바뀌어서 찍혔다. 그는 그게 이상했다.
그의 부모는 원리를 가르쳐 주지 않고, 『왜 그렇게 될까? 자세히 보면서 네가 생각해 보렴』이라고 했다. 도장을 찍을 때, 거울을 볼 때 질문을 계속했지만 답을 얘기해 주지 않았다. 어린 申錫均은 1년 만에 그 원리를 알아냈다고 한다.
그는 호기심이 과도하게 많은 어린이였다.
과수원을 하는 아버지가 과일 나무 접붙이기하는 걸 보고, 오이를 잘라서 수박이나 호박에 구멍을 뚫어 끼워 뒀다. 원반형 축음기의 녹음 바늘을 빼고 대신 이불 꿰매는 바늘, 가시나무의 가시를 끼워 보았다.
工高를 졸업한 그는 동국大 農大 임학과에 진학했다.
『우연히 방문했던 우장춘 박사의 부산 동래 원예시험장이 農大로 진학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農大에 진학해서 유기화학·동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공부했다.
6·25 전쟁이 터지고, 그는 부산의 美8군에서 동시통역사를 양성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한국외국어大에 개설되는 러시아어과 1회 입학생이 됐다. 대학교를 두 군데 동시에 다녔다.
두 가지 공부를 한꺼번에 하는 게 힘에 부쳐서 農大는 수료만 하고 外大 러시아어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연세大 산업대학원 기계공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학비를 벌려고 새벽에는 가정교사를 하고, 낮에는 공부를 하고, 밤에는 잡지사에서 일했다. 학생신분으로 10명의 직원을 거느린 출판사 「지문연구사」의 편집장으로 일했다. 그는 2만 부를 판매하는 월간 잡지 「가정교육」을 성공적으로 꾸려 나갔다.
아이디어 도둑들
그는 30년은 더 된 듯한 양은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녹차를 만들어 줬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多辯家(다변가)였다. 질문과 전혀 관계없는 답변이 나와 당황스러웠다.
「2002년, 2003년에는 어떤 발명품으로 天才대회 금상을 수상하셨습니까」라고 물으면 『생각해 내야죠』라는 답이 나왔다. 그러고는 전혀 다른 방향의 이야기를 쏟아 냈다.
발명이 직업인 그는 「아이디어 도둑」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허등록을 해도 도중에 등록료를 물지 않으면 자동 소멸돼요. 소멸되면 누구나 다시 등록할 수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 어물거리다가 기막힌 아이디어를 빼앗긴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특허등록을 해 놔도 이걸 팔기는 쉽지 않아요. 그 사이에 내 특허를 모방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와요. 특허를 침해하면 7년 이하 징역에 1억원 이하 벌금을 물게 돼 있지만 국내에서 적용된 사례는 없어요. 법망을 교묘히 빠져 나가요』
그는 『1년에 12명만 형무소에 보내면 특허권이 제대로 보호받을 것』이라며 『그래서 「골이 빈 놈만 발명한다」는 말이 떠돈다』고 했다.
그는 專業 발명가다.
특허권을 팔아서 돈이 생기면 그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발명을 계속한다. 돈이 없으면 빚을 낸다.
그는 1986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天才대회」에 6개의 발명품을 가지고 나가 7개의 賞을 받았다. 「전화 녹음 청진기」로 중국발명협회로부터는 특별상을 받았다.
중국은 최근 들어 특허출원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중국발명협회는 1985년에 창설되어 창설 20년 만에 특허신청 200만 건을 돌파했다. 2000년 초까지 15년 동안 특허건수가 100만 건에 달했으나, 이후 불과 4년 동안 100만 건의 특허가 나온 것이다.
2003년의 국제 특허출원 통계를 보면, 미국이 1위, 일본이 2위, 독일이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전년에 비해 한 계단 상승하면서 7위에 올랐다. 일본에서는 겹치기 특허등록이 너무 많아 「이런 발명품은 이미 늦었다」는 책이 나오기도 했다.
『선배들을 비웃는 똑똑한 후배는 없다』
―하루에 한 건씩 발명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동력은 뭡니까. 『호기심이죠. 「이 산 너머에는 또 뭐가 있을까, 그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을 해요. 사물이 아니라 매일 쓰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도 호기심을 갖습니다』
―발명가는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인류의 역사는 발명의 역사입니다. 발명이 없었다면 인류는 全滅(전멸)했을지 모릅니다. 인간은 작은 세균에도 못 견딜 정도로 나약하고, 인간의 발톱은 고양이의 발톱만도 못하거든요. 기후의 극심한 변화, 한정된 식량은 나약한 인간에게 치명적인 敵입니다. 페니실린이 없었다면, 농기구가 없었다면 인간이 지금 같은 문명을 누릴 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발명가는 「조물주의 심부름꾼」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명은 곧 「창조」인데, 창조는 神만이 하는 일입니다. 인간은 조물주가 창조한 자연법칙을 찾아내 그걸 인류를 위해 이용하는 거죠. 「한 사람의 발명, 萬人의 행복」이 제 인생의 좌우명입니다』
―스스로 天才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天才가 아닙니다. 모든 발명가는 스스로 天才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것을 꾸준히 연구해 나갈 뿐이죠. 에디슨도 자신을 天才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에디슨은 『天才는 99%의 땀과 1%의 靈感(영감)으로 완성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英才나 天才가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고 봅니까, 아니면 후천적이라고 생각합니까.
『에디슨의 말에서 중요한 것은 99%의 노력이 아니라 1%의 靈感입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天才가 아니라도 많습니다. 용광로 노동자, 농사꾼, 지게꾼들이 얼마나 땀을 많이 흘립니까. 하지만 우리는 이들을 天才라고 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1%의 靈感을 발견하는 겁니다』
―그러면 靈感이 풍부한 사람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걸까요.
『靈感은 자신의 적성을 발견해 내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미자나 조수미는 자신의 천부적인 기질을 발견하고 99% 노력해서 성공한 경우죠』
―天才와 일반인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天才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숨겨진 적성을 발견해 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天才죠. 누구나 天才가 될 수 있어요』
―IQ가 어느 정도됩니까.
『IQ는 검사해 본 적이 없고, 검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구구단을 외우는 것은 IQ와 관계가 있지만, 구구단 자체는 발명에 의한 것이죠. 대학교수와 학자는 다릅니다. 우리나라 교수 중 99.9%는 학자가 아닙니다. 학자는 자신만의 학문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IQ 무용론자입니다』
―요즘 理工系 기피로 우수한 理工系 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열심히 일할 후배를 잘 키워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선배들의 업적과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겁니다. 앞서간 사람들을 다 엉터리라고 비웃는 상황에선 똑똑한 후배가 나올 수 없어요. 한국 교육의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채찍으로 엄한 가정교육申회장의 장남 鉉巖(현암)씨는 삼성경제연구소 차장, 장녀 鉉慶(현경)씨는 서강大 강사, 차녀 鉉先(현선)씨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社의 과학자, 삼녀 鉉旼(현민)씨는 신발명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다. 그에게 자녀 교육법을 물었다.
『아이들을 엄하게 키웠습니다. 물푸레나무로 만든 채찍을 아이마다 하나씩 두고 때렸어요』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나 사고력이 감소하지는 않습니까.
『아니오, 오히려 점점 더 나아지는 것 같아요. 과거에 외웠던 일본 교과서를 아직도 줄줄 외고 일본 125代 천황 이름을 다 외웁니다』
그는 기자에게 일본 천황 125명의 이름을 줄줄 외워 보였다.
―암기력이 퇴보하지 않는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발명가 중에는 치매환자가 없습니다. 치매에 걸렸다는 것은 기계가 낡아 안 돌아가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요, 발명가들은 끊임없이 기계를 돌리잖아요. 세계적인 大문호들은 나이가 들수록 大作이 나오는 법이죠』
―별도로 하시는 두뇌훈련이 있으시다면.
『수학이 두뇌운동에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아직도 초등학교 교과서를 사서 봐요. 나이가 들수록 기본원리에 대한 학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는 『무슨 말을 할 때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답답하다』며, 자신이 읽고 있는 초등학생용 수학교재를 늘어놓았다.
―세대차이는 안 느낍니까.
『세대차이는 별로 못 느낍니다. 발명은 미래학이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낯설지 않아요』
노벨상 타기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에디슨입니다. 그 다음이 아인슈타인이고』
한 인터넷 포털 검색 사이트에는 「에디슨과 申錫均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이라는 글이 떠 있다.
〈비슷한 점은 ▲특허수가 1000종을 넘어 「발명왕」으로 불린다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많았다 ▲長壽했다 ▲주변의 사물을 발명에 사용했다 ▲많은 실패를 했다 ▲그들의 발명품이 현재 널리 쓰이고 있다.
다른 점은 ▲申錫均은 여섯 살 때 창 달린 우산을 만들면서 발명을 일찍 시작했지만, 에디슨은 어렸을 때에는 전혀 발명을 못 했다 ▲申錫均은 몸이 멀쩡하지만, 에디슨은 청각 장애인이다 ▲申錫均은 직접 회사 경영을 안 하고 특허를 권리 양도하지만, 에디슨은 직접 회사 경영을 했다 ▲申錫均은 사람을 위한 발명만 했지만, 에디슨은 사람을 죽이는 발명도 했다(다이너마이트)〉
그에게 이 글을 읽어 주자 그는 『처음 들어 본다』며 재미있어 했다.
―에디슨과 申회장은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생각합니까.
『에디슨이 한국에 태어났으면 지금의 에디슨이 못 됐고, 저는 미국에 태어났으면 에디슨보다 더 뛰어난 인물이 되었을 겁니다(웃음). 에디슨은 한 분야를 깊게 팠지만, 저는 15개 다양한 분야를 얕게 접근한다는 점도 다르죠』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더 큰 꿈을 펼 수 있었을 걸로 생각합니까.
『말이 그렇다는 거죠(웃음). 倭政시대도 경험하고, 전쟁도 겪고, 그 후 대한민국이 우뚝 서는 과정을 보았어요.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경험했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한국인의 두뇌가 他國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진돗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진돗개는 체구는 작지만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죠. 한국인도 체구는 작지만 세계 어느 민족에 비견해도 뒤지지 않습니다』
―한국인이 뛰어난 두뇌를 갖고도,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하나 못 받는 이유가 뭘까요.
『뛰어가는 사람 앞에 장애물이 있으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어요? 한국은 순수 발명가가 발명에만 몰두하기도 어려운 환경이에요』
―직접 노벨상에 도전해 볼 생각은 없었나요.
『노벨상을 받지 않아도 제 발명품이 노벨상 몇 배의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트렁크에 넣고 다니는 헬리콥터―아주 젊어 보이는데, 건강관리 비결이 있다면.
『神이 인간에게 준 최대 수명은 125세입니다. 인간은 건강을 해치는 치명적인 50가지 자살행위를 하죠. 흡연·음주·욕심·저주·스트레스, 수명 단축하는 수면 자세 등이 그것입니다. 저는 이런 치명적인 자살행위를 안 하려고 노력합니다. 자가용을 없앤 지는 17년이 됐어요. 늘 만보기를 차고 다니며 「걷기운동」을 합니다. 지하철에서 계단이 나타나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어요. 화초를 가꾸듯이 자신을 가꾸어 나간다는 생각을 하고 삽니다. 화초는 물을 지나치게 주어도 썩고, 너무 안 줘도 썩죠』
申회장이 지금 고안 중이라는 발명품은 다소 허무맹랑하게 들린다.
하나는 자동차 트렁크 안에 들어가는 「휴대용 헬리콥터」이다. 러시아워 때 차가 밀리면 자동차에서 꺼내 타고 날아갈 수 있는 헬리콥터다. 또 하나는 「출산(부화)을 앞당기는 프로그램」이다.
사람은 뱃속에서 280일 태아를 길러야 출산하고, 병아리는 20일이 지나야 부화한다. 이 기간을 단축시키겠다는 것이다.
―부인은 어떤 역할을 하시나요.
『집사람은 내 발명에 관심이 많습니다. 돌아다니면서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조리 사 가지고 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발명대학」을 세우고 싶어요. 용인에 세우려다가 문제가 생겨 흐지부지된 상태예요. 한국이 선진국을 추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발명대학을 설립해 순수 발명가를 양성하는 길입니다』
申錫均 회장은 발명 분야의 賞은 거의 다 받았다.
국내에서는 장영실발명문화대상, 내무부·법무부·과학기술처·교육부 장관상을 받았고, 1992년에는 그의 특허권으로 만든 상품을 수출해 정부가 벌어들인 외화가 6000만 달러에 이르는 공로를 인정받아 금탑 산업훈장을 받았다. 해외에서는 에디슨재단賞, 그랑프리賞, 오스카賞, 세계天才대회 대상 最多 수상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친구들은 저더러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들 하지만 저는 이제 겨우 절반 정도 왔을 뿐입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