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트 駐韓미군 사령관은 지난 4월1일 상원 군사委 청문회에서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이미 1~2개의 核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再가동하고 8000개의 폐연료봉을 再처리했다고 선언한 것은 북한이 「추가적인」 核무기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추가적인」이라는 표현은 미국이 북한의 核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비밀 지하 시설에서 본 완제품
- 지난 2월 북한·이란·리비아 등지로 核기술을 유출한 책임문제로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압둘 칸 박사(왼쪽).
북한 核무기 보유를 목격했다거나 이미 보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등 북한의 核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한 증언이 잇따르면서 북한 核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美 뉴욕 타임스는 지난 4월12일, 核기술 밀매혐의를 받고 있는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5년 전 북한의 비밀 지하 核시설에서 3개의 「核장치(nuclear device)」를 직접 목격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아시아와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종전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한국 국정원·국방정보본부 등 정보 당국이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 추정량과 기술수준을 감안해 북한이 1~2개의 核무기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 또는 판단해 왔을 뿐이어서, 이처럼 核무기를 직접 목격했다는 증언은 처음이다.
칸 박사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核무기 보유는 「가상」이 아닌 「현실」이 되는 것이다. 核무기 또는 核폭탄이 아닌 「核장치」라는 표현을 썼지만 核장치도 核무기로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核장치는 초보적인 수준의 核무기로 폭격기 등에서 투하하는 데 별 문제가 없으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대해서도 核장치라는 표현을 썼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칸 박사는 파키스탄 당국의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5년 전 북한 방문 때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양에서 대략 한 시간 거리에 있으며, 영변 核시설과는 다른 것으로 보이는 비밀 지하 核시설을 시찰했고, 이때 3개의 核장치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칸 박사는 『북한 측이 당시 「核 억지력」이라며 플루토늄 장치를 보여 줬으며, 이 장치가 거의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칸 박사는 『1980년대 말 우라늄 농축설비 판매를 위해 북한과 접촉을 시작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었다. 이후 북한이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개발 계획이 미국과의 核합의에 따라 동결된 1990년대 말, 본격적으로 우라늄 농축 관련 장비와 기술을 북한에 넘겼다』고 말했다.
칸 박사는 이때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설계 기술과 소수의 원심분리기 완제품을 북한에 넘겼으며, 원심분리기 제조에 필요한 설비의 「쇼핑 목록」도 함께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신뢰성 큰 證言
이에 대해 美 정보 당국 관계자들은 『칸 박사가 核 과학자가 아니라 야금학자이기 때문에 당시 북한의 주장을 확인할 개인적 식견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칸 박사의 증언은 黃長燁(황장엽) 前 북한노동당 비서의 증언보다 훨씬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 A씨는 『黃長燁씨도 核무기를 직접 보지는 못했고,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설사 黃씨가 직접 核무기를 봤다고 했더라도 黃씨는 核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신뢰도나 객관성은 칸 박사보다 떨어졌을 것이다. 칸 박사는 파키스탄 「核개발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核개발 핵심 책임자였기 때문에 누구보다 核무기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칸 박사의 증언 내용은 정보 및 외교 경로를 통해 우리 정부와 일본에 지난 4월 초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의 보도가 나오기 전부터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보도 이후에도 외교부와 국가안보회의(NSC), 국방부 등 관련 부서에선 4월14일 현재까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라포트 사령관 議會 증언, 『이미 1~2개의 核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
潘基文(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4월14일 內外信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이 정부 고위 당국자의 공식 입장으로선 유일하다. 潘장관은 『정부는 그간 파키스탄 등 관련국과 북한 核개발 정보교류를 긴밀히 추진해 왔고, 일부 관련 정보를 제공받은 바 있다』며, 『아직도 이런 내용에 대해 실제적으로 불투명한 점이 많고, 정황 면에서 애매모호한 점이 있어 추가확인을 진행 중』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潘장관은 칸 박사 관련 정보를 제공받은 시기와 관련해선 『언제 받았는지에 대한 시기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을 회피했고, 『북한이 核무기를 1∼2개 개발할 능력이 있다는 정부 평가에는 변함이 없는가』라는 기자 질문에 대해선 『변함 없다』고 답변했다.
칸 박사의 주장은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 겸 韓美연합사령관(육군대장)의 최근 美 의회 증언과도 맞물려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라포트 사령관은 지난 4월1일(미국 시각) 美 워싱턴에서 열린 상원 군사委 청문회에서 사전 준비된 기조 연설문을 통해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이미 1~2개의 核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The intelligence community assesses North Korea already has one or two nuclear weapons.)』고 밝혔다. <기조연설문 全文 「유용원의 군사세계(www.bemil.pe.kr)」의 전문가 광장 코너 중 「자료실」 107번 참조>
이는 북한의 核무기 1~2개 보유를 기정사실화한 美 정보기관 평가를 주한미군 사령관으론 처음으로 공식확인한 것이다. 美 정부도 우리 정부처럼 북한의 核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보유 가능성 추정」이라며 단정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으나, 2002년 9월16일 럼즈펠드 美 국방장관은 북한의 核무기 보유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북한이 核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했다가 파문이 일자 며칠 뒤 『북한이 「거의 확실히(almost certainly)」 核무기를 갖고 있다』고 한발 물러선 표현을 썼었다. 럼즈펠드 장관도 북한의 구체적인 核무기 수량은 밝히지 않았었기 때문에 라포트 사령관의 발언은 더 진일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한미군은 그동안 북한의 核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북한의 核무기 보유 가능성 추정」 등 신중한 표현을 써 왔다. 라포트 사령관은 지난 2월 한국 네티즌들과 가진 첫 공개 대화에서 『북한이 화학·核·생물무기 등 비대칭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가, 『미국은 북한이 이미 核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의미의 발언인가』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북한이 核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다』고 얼버무리는 식으로 해명했다.
북한의 核무기 보유 여부에 대한 종전의 주한미군 입장은 우리 정부의 기존 입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방부와 國情院 등 우리 정부는 북한의 核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북한이 1~2개의 核무기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다』, 『북한이 1~2개의 核무기를 만들 수 있는 10~12kg의 플루토늄을 이미 추출한 것으로 분석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 왔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이미 核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식의 단정적인 표현을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
국방부 군비통제관실이 발간한 「대량살상무기 문답백과」는 『북한은 조잡한 核폭발 장치의 제조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으나, 그 기술수준은 초보적인 단계로 추정되며, 제조했더라도 신뢰성은 낮아 무기화에는 최소 수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주한미군의 종전 입장이 이런 한국 입장을 감안한 것이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주둔국 정부의 입장과 체면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北의 核보유 사실을 외면하는 듯한 한국 정부
라포트 사령관은 또 기조 연설문에서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再가동하고 8000개의 폐연료봉을 再처리했다고 선언한 것은, 북한이 「추가적인」 核무기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따라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추가적인」이라는 표현은 미국이 북한의 核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라포트 사령관은 『(美 정보기관들이) 북한이 수개의 「추가적인」 核장치를 만들 잠재력도 갖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 같은 北核 문제와 관련한 결정적인 증언과 평가에도 불구하고 외형상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 일부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우려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核무기 보유에 대해 가장 심각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할 軍 당국조차 외형상 별다른 반응이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軍마저 核 불감증에 걸려 있는 것 아니냐』며 『북한 核무기 보유를 전제로 對北 군사전략과 작전개념을 크게 바꿔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칸 박사의 증언을 근거로 4월 말과 오는 6월 말 이전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北核 실무그룹 회의와 6者회담에서 미국의 對北 압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韓美 간에 갈등과 마찰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칸 박사가 주장한 「평양에서 1시간 거리의 지하 核시설」 실체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국내외 언론과 탈북자 등은 북한이 영변 외에도 비밀 지하 核개발 시설을 여러 곳에서 운용 중이라고 보도 또는 주장해 왔다. 한 소식통은 『칸 박사가 언급한 비밀 지하 核시설은 그동안 국내외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새로운 시설로 추정돼 韓美 정보 당국이 추적 및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美 뉴욕 타임스는 지난 4월12일, 核기술 밀매혐의를 받고 있는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5년 전 북한의 비밀 지하 核시설에서 3개의 「核장치(nuclear device)」를 직접 목격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아시아와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종전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한국 국정원·국방정보본부 등 정보 당국이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 추정량과 기술수준을 감안해 북한이 1~2개의 核무기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 또는 판단해 왔을 뿐이어서, 이처럼 核무기를 직접 목격했다는 증언은 처음이다.
칸 박사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核무기 보유는 「가상」이 아닌 「현실」이 되는 것이다. 核무기 또는 核폭탄이 아닌 「核장치」라는 표현을 썼지만 核장치도 核무기로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核장치는 초보적인 수준의 核무기로 폭격기 등에서 투하하는 데 별 문제가 없으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대해서도 核장치라는 표현을 썼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칸 박사는 파키스탄 당국의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5년 전 북한 방문 때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양에서 대략 한 시간 거리에 있으며, 영변 核시설과는 다른 것으로 보이는 비밀 지하 核시설을 시찰했고, 이때 3개의 核장치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칸 박사는 『북한 측이 당시 「核 억지력」이라며 플루토늄 장치를 보여 줬으며, 이 장치가 거의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칸 박사는 『1980년대 말 우라늄 농축설비 판매를 위해 북한과 접촉을 시작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었다. 이후 북한이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개발 계획이 미국과의 核합의에 따라 동결된 1990년대 말, 본격적으로 우라늄 농축 관련 장비와 기술을 북한에 넘겼다』고 말했다.
칸 박사는 이때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설계 기술과 소수의 원심분리기 완제품을 북한에 넘겼으며, 원심분리기 제조에 필요한 설비의 「쇼핑 목록」도 함께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신뢰성 큰 證言이에 대해 美 정보 당국 관계자들은 『칸 박사가 核 과학자가 아니라 야금학자이기 때문에 당시 북한의 주장을 확인할 개인적 식견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칸 박사의 증언은 黃長燁(황장엽) 前 북한노동당 비서의 증언보다 훨씬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 A씨는 『黃長燁씨도 核무기를 직접 보지는 못했고,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설사 黃씨가 직접 核무기를 봤다고 했더라도 黃씨는 核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신뢰도나 객관성은 칸 박사보다 떨어졌을 것이다. 칸 박사는 파키스탄 「核개발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核개발 핵심 책임자였기 때문에 누구보다 核무기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칸 박사의 증언 내용은 정보 및 외교 경로를 통해 우리 정부와 일본에 지난 4월 초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의 보도가 나오기 전부터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보도 이후에도 외교부와 국가안보회의(NSC), 국방부 등 관련 부서에선 4월14일 현재까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라포트 사령관 議會 증언, 『이미 1~2개의 核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潘基文(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4월14일 內外信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이 정부 고위 당국자의 공식 입장으로선 유일하다. 潘장관은 『정부는 그간 파키스탄 등 관련국과 북한 核개발 정보교류를 긴밀히 추진해 왔고, 일부 관련 정보를 제공받은 바 있다』며, 『아직도 이런 내용에 대해 실제적으로 불투명한 점이 많고, 정황 면에서 애매모호한 점이 있어 추가확인을 진행 중』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潘장관은 칸 박사 관련 정보를 제공받은 시기와 관련해선 『언제 받았는지에 대한 시기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을 회피했고, 『북한이 核무기를 1∼2개 개발할 능력이 있다는 정부 평가에는 변함이 없는가』라는 기자 질문에 대해선 『변함 없다』고 답변했다.
칸 박사의 주장은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 겸 韓美연합사령관(육군대장)의 최근 美 의회 증언과도 맞물려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라포트 사령관은 지난 4월1일(미국 시각) 美 워싱턴에서 열린 상원 군사委 청문회에서 사전 준비된 기조 연설문을 통해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이미 1~2개의 核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The intelligence community assesses North Korea already has one or two nuclear weapons.)』고 밝혔다. <기조연설문 全文 「유용원의 군사세계(www.bemil.pe.kr)」의 전문가 광장 코너 중 「자료실」 107번 참조>
이는 북한의 核무기 1~2개 보유를 기정사실화한 美 정보기관 평가를 주한미군 사령관으론 처음으로 공식확인한 것이다. 美 정부도 우리 정부처럼 북한의 核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보유 가능성 추정」이라며 단정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으나, 2002년 9월16일 럼즈펠드 美 국방장관은 북한의 核무기 보유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북한이 核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했다가 파문이 일자 며칠 뒤 『북한이 「거의 확실히(almost certainly)」 核무기를 갖고 있다』고 한발 물러선 표현을 썼었다. 럼즈펠드 장관도 북한의 구체적인 核무기 수량은 밝히지 않았었기 때문에 라포트 사령관의 발언은 더 진일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한미군은 그동안 북한의 核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북한의 核무기 보유 가능성 추정」 등 신중한 표현을 써 왔다. 라포트 사령관은 지난 2월 한국 네티즌들과 가진 첫 공개 대화에서 『북한이 화학·核·생물무기 등 비대칭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가, 『미국은 북한이 이미 核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의미의 발언인가』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북한이 核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다』고 얼버무리는 식으로 해명했다.
북한의 核무기 보유 여부에 대한 종전의 주한미군 입장은 우리 정부의 기존 입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방부와 國情院 등 우리 정부는 북한의 核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북한이 1~2개의 核무기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다』, 『북한이 1~2개의 核무기를 만들 수 있는 10~12kg의 플루토늄을 이미 추출한 것으로 분석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 왔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이미 核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식의 단정적인 표현을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
국방부 군비통제관실이 발간한 「대량살상무기 문답백과」는 『북한은 조잡한 核폭발 장치의 제조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으나, 그 기술수준은 초보적인 단계로 추정되며, 제조했더라도 신뢰성은 낮아 무기화에는 최소 수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주한미군의 종전 입장이 이런 한국 입장을 감안한 것이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주둔국 정부의 입장과 체면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北의 核보유 사실을 외면하는 듯한 한국 정부라포트 사령관은 또 기조 연설문에서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再가동하고 8000개의 폐연료봉을 再처리했다고 선언한 것은, 북한이 「추가적인」 核무기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따라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추가적인」이라는 표현은 미국이 북한의 核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라포트 사령관은 『(美 정보기관들이) 북한이 수개의 「추가적인」 核장치를 만들 잠재력도 갖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 같은 北核 문제와 관련한 결정적인 증언과 평가에도 불구하고 외형상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 일부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우려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核무기 보유에 대해 가장 심각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할 軍 당국조차 외형상 별다른 반응이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軍마저 核 불감증에 걸려 있는 것 아니냐』며 『북한 核무기 보유를 전제로 對北 군사전략과 작전개념을 크게 바꿔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칸 박사의 증언을 근거로 4월 말과 오는 6월 말 이전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北核 실무그룹 회의와 6者회담에서 미국의 對北 압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韓美 간에 갈등과 마찰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칸 박사가 주장한 「평양에서 1시간 거리의 지하 核시설」 실체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국내외 언론과 탈북자 등은 북한이 영변 외에도 비밀 지하 核개발 시설을 여러 곳에서 운용 중이라고 보도 또는 주장해 왔다. 한 소식통은 『칸 박사가 언급한 비밀 지하 核시설은 그동안 국내외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새로운 시설로 추정돼 韓美 정보 당국이 추적 및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