庾龍源 군사전문 기자의 진단 - 최근의 軍心 : 월간조선

『요즘 軍은 정말 조용한가?』

『영관장교들은 뭐하나?』

한 육군대령은 지난 8월 휴가 중 사업하는 한 친척과 골프를 치다가 이런 질문이 계속돼 골프를 망쳤다고 한다. 우리 사회內에서 左右 이념대결 양상이 심화되고 있는 데 대해 단순히 軍 분위기를 묻는 차원이 아니라 軍이 뭔가 나서 주기를 바라는 듯해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최근 이런 경험을 종종 합니다. 민간인 중 보수성향을 띤 사람들이 「나라가 이렇게 어수선하고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군인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느냐」며 다소 비아냥거리거나 질타하는 식으로 얘기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언급을 회피하거나 「지금도 많은 軍 후배들이 정치에 개입한 일부 선배들의 業報(업보) 때문에 고생하고 있고, 어떤 역사의 평가를 받는지를 目睹(목도)했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주곤 했습니다. 사회에서 민간인들이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온몸으로 막을 생각은 하지 않고 군인들에게 기댄다는 것은 어떤 면에선 무책임하고 시대착오적인 것입니다』

이 대령의 경우처럼 軍 외부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최근 時局과 관련해 軍의 동요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는 장성과 장교들이 늘고 있는 듯하다. 그 중에는 단순히 동향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軍이 뭔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성 질문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현역 직업군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매우 부정적이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게 된 시대적 상황과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 등은 공감하는 부분이 적지 않지만, 軍이 목소리를 내는 등 행동에 옮기는 것은 現 상황에서 상상할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이렇게 말했다.

『1990년대 들어 세 번째로 민간인이 대통령이 되면서 이제 軍이 더 이상 정치에 개입하는, 즉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軍이 정치에 개입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나라가 망해도 軍은 정치에 참여해선 안 됩니다. 현역 시절 한 민간외교관이 북한 군인들을 만나 우리 군인들보다 큰 소리로 북한 측을 질타하고 압도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 軍이 민간 부문을 선도할 분야는 없어졌습니다. 과거 軍이 정치에 참여했던 때와는 시대적 상황이 너무 다르고 軍과 민간의 격차, 즉 軍이 민간에 뒤떨어지는 격차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軍이 정치에 참여할 경우

한 엘리트 현역소장은 『군인들의 자존심이 완전히 짓밟히는 경우를 제외하곤 쿠데타를 일으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역사적으로 쿠데타는 여러 명분이 제기되지만 실제로는 감정적인 요소가 큽니다. 5·16이나 12·12 등을 봐도 그렇지요. 저는 이제 군인들과 장군들의 자존심이 완전히 짓밟히는 경우를 제외하곤 쿠데타를 일으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現 정부의 일부 세력이 그런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적절히 견제돼 軍은 비교적 안정돼 있습니다.

만약 지금 軍이 정치에 참여할 경우, 국제 신인도 저하와 경제적인 타격 등으로 우리 사회는 돌이키기 힘든 몰락과 退行(퇴행)을 맞을 것입니다. 또 이른바 「빨갱이」로 간주된 사람들을 잡아들일 텐데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것이고, 그러면 시간이 흐른 뒤 이들에 의한 반작용이 또 있을 것이고…. 결국 뒷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것입니다. 나라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데 대해선 軍이 나서길 기대하지 말고 민간인들이 앞장서 막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제 민간부문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이 장성은 『우리나라가 사회주의화, 공산주의화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軍은 가만히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그런 상황은 생기지 말아야겠죠』라며 대답을 흐렸다.

이 장성의 말처럼 軍은 외견상 우리 사회 여러 집단 중 상대적으로 가장 안정돼 있는 듯한 모습이다. 盧武鉉 대통령 등 現정부에서 검찰이나 재벌, 언론처럼 개혁의 대상이라고 뒤흔들거나 공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엔 비교적 무난하게 이뤄진 軍 수뇌부 인사 등 軍인사와 국방예산 증액의 필요성 언급 등 軍을 배려하는 듯한 자세가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曺永吉(조영길) 국방장관-金鍾煥(김종환) 합참의장-南在俊(남재준) 육군참모총장 등 지난 3월 구성된 새로운 軍 수뇌부는 후배들로부터 과거 정부에 비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軍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후배 장교들로부터 얻고 있다. 특히 南在俊 육군참모총장과 尹日寧(윤일영)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육군소장)으로 이어지는 육군 인사 핵심라인은 軍인사에 있어 새로운 풍토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은 돈이 오가는 것은 물론 청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청탁자 명단 공개방침을 천명하고 각종 인사정보를 공개하는 등 전례 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너무 비현실적이고 삭막하다는 비판도 있으나 오는 10월 軍 인사철을 앞두고 그 어느 해보다 잡음이 적게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軍의 경우 오히려 現 정부가 과거 정부 軍 수뇌부의 인사비리를 제대로 파헤치지 않아 개혁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계룡대 지역의 한 장성은 『軍이 다른 집단에 비해 가장 깨끗하지만 인사·진급 비리는 직업군인들의 사기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므로 추호도 비리가 용납돼선 안 된다』며 『묵묵히 일에만 전념하는 대다수 직업군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金大中 정부 시절 일부 軍 수뇌부의 인사비리는 拔本塞源(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정적 정부 평가 늘어나

자주국방과 국방비 증액문제에 대해선 現 정부 초기에 비해 부정적인 평가가 늘고 있다. 내년도 국방예산이 당초 목표로 했던 GDP(국내총생산) 3.2%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2.8% 수준에 그치자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며 실망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금년도 GDP 2.7% 수준에서 0.1% 늘어난 것으로 금액으로는 1조4000억원이 증액됐다. 국방부는 盧대통령이 강조한 자주국방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선 당분간, 적어도 향후 10년간 GDP 3.2~3.5% 수준의 국방예산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9월 초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발표되자 국방부 관계자들은 『국방비 증액 없이 자주국방하려 했나』, 『자주국방에 돈 들어가는 줄 몰랐나』라며 불만과 서운함을 숨기지 않고 강도 높게 표출했다. 특히 盧대통령이 어려운 경제여건 등을 내세워 국방예산 GDP 3% 선 확보목표를 「흐지부지」하면서 증액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자 더욱 실망하는 분위기다.

軍 관계자들은 9월 초 정부 차원의 예산이 결정되기 불과 2주일여 전인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盧대통령이 『10년 내 자주국방 기반조성』을 역설했던 데 주목하고 있다. 이 무렵에는 盧대통령이 이미 경제 부처로부터 내년도 국방예산 대폭증액이 어렵다는 것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을 텐데 왜 많은 돈이 소요되는 자주국방을, 그것도 10년 내에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언급했느냐는 의문이다.

일부 軍 관계자들은 盧대통령이 한국군의 독자적인 전쟁수행능력 확대 등 순수 군사안보적인 면보다는 미국에 대한 발언권 강화와 독립 등에 비중을 둔 정치적 용어로 「자주국방」을 사용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한다.

국방부 산하기관의 한 관계자는 『요즘처럼 다원화되고 국제 안보협력이 보편화된 시대에 외국이나 외세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의미의 자주국방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盧대통령은 反美감정을 갖고 있는 사회 일각으로부터 인기를 얻기 위해 정치적인 차원에서 자주국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문가는 『이 때문에 요즘 전문가들은 자주국방 대신 선진국방이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인공기 소각 사과에 경악

현실참여 가능성에 대해선 강력히 부인하거나 부정적이지만, 우리 사회가 점차 「親北·反美」, 「좌향좌」 성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며, 직업군인들이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를 표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특히 韓總聯 학생들의 미군 장갑차 점거시위 사건과, 人共旗(인공기) 소각에 대한 盧대통령의 유감 표명 이후 두드러졌다.

한총련 학생들의 미군 종합사격장 불법진입 및 장갑차 점거사건은 위험한 실탄사격 훈련장에 진입해 장갑차량까지 점거하고 星條旗(성조기)를 불태운 것은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軍 당국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국방부가 즉각 유감 성명을 발표하고 高建 국무총리도 재발방지를 지시했으나 盧대통령의 직접적인 유감 표명은 우여곡절 끝에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사격장 경비책임을 맡고 있는 경찰에 대해 軍 관계자들은 『미군과 학생들의 직접적인 충돌을 막을 책임은 경찰에 있다』며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盧대통령의 직접적인 유감표명이 없었던 미군 훈련장 시위사건과는 달리 우파진영 8·15 행사 때의 인공기 소각사건에 대해선 盧대통령이 직접적인 유감표명을 하자 상당수 軍 관계자들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한 장성은 『盧대통령이 취임 후 주한미군 문제 등에 대해 평소 생각을 바꾼 듯한 말을 해 다소 안심했는데 인공기 소각사건 때의 대응을 보면 「본질」에는 변함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軍 관계자들의 걱정

노동계의 목소리가 커지며 화물연대 파업 등 파업과 시위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 한총련 합법화 등이 추진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軍 관계자들이 걱정하고 있다. 국가안보도 경제가 안정적으로 뒷받침해 줘야 가능한 것인데, 요즘과 같은 분위기라면 경제가 더욱 악화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검찰이 「金正日의 전위대」로 보고, 대법원이 利敵단체로 판단한 한총련의 합법화가 추진되려면 한총련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가시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법화가 먼저 이뤄진다면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방부의 한 영관장교는 『現 정부 출범 이후 운동권 경력을 가진 386 출신 등이 청와대를 비롯한 要路(요로)에 대거 진출하면서 「좌향 좌」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각계 각층에 포진하게 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며 『NSC(국가안보회의)에서도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등과 관련해 軍으로선 수용할 수 없는 「급진적인」 주장을 해 국방부와 자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現 상황에서 군인들이 직접 나서거나 의견을 표출하는 데 대한 대다수 직업 군인들의 반응은 앞서 언급했듯이 매우 부정적이다.

일각에선 「군인복무규율」을 내세워 軍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고 있다. 직업군인들의 종합규범이라 할 수 있는 「군인복무규율」은 제4조 강령에서 국군의 이념과 사명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국군의 理念:국군은 국민의 군대로서 국가를 방위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의 통일에 이바지함을 그 이념으로 한다.

국군의 使命:국군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나아가 국제평화의 유지에 이바지함을 그 사명으로 한다.>

「군인복무규율」은 이어 제6조 「충성의 의무」에서 「군인은 국군의 이념과 사명을 자각해 정치적 중립을 엄정히 지키며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해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을 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국군의 이념에 「자유민주주의를 수호」라는 대목이 포함돼 있는 것을 들어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무너지려 할 경우 이를 막아야 할 의무가 軍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軍이 정치에 개입하는 유형에 대해 메에덴 교수는 ▲헌법수호자로서의 軍部 ▲개혁이나 혁명의 선구자로서의 軍部 ▲민간정부 후원자로서의 軍部 등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해 제시한 바 있다. 현재 이른바 우파진영 일각에서 제시하고 있는 軍의 역할은 헌법수호자로서의 군부 역할에 가까운 것 같다. 메에덴 교수는 「정치적·경제적 기구가 마비돼 국가적 위기, 혼란, 부패가 극심할 때 군부가 정치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상당수 직업군인들은 우리나라 現 상황이 우려스럽지만 이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예비역 장성 B씨는 이와 관련, 다소 신랄하게 현역 및 예비역 직업군인들의 행태를 지적했다.

『軍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합법적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에 대해 충성하게 돼 있습니다. YS 이후 대통령이 된 민간인들은 軍部 장악에 대해 불안감을 가졌는데, 이는 軍의 기본적인 속성을 잘 몰라서 그런 것입니다. 밖에서 얼핏 보면 기회주의적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새 대통령이나 새 지휘관에게 충성을 합니다.

現 정부 들어 軍이 「다면평가제」니 「주니어 보드」니 하는 것을 앞장서서 수용하며 이른바 「코드 맞추기」 행태를 보이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장성진급 裁可(재가)를 통수권자가 하고 청와대가 인사위원회를 통해 軍인사에 개입하고 있으니 진급이 걸려 있는 사람들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비역 장성들은 현역보다는 훨씬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으나 이중적인 모습이 있는 것 또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예비역 장성 취업률이 20%에도 못 미치다 보니 한 자리 얻기 위해 눈치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지요』

우리나라 정세와 안보상황에 대한 직업군인들의 시각은 現 시국에 관한 것보다 더욱 비관적인 듯하다. 6者 회담을 통해 북한 核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면 좋지만 어렵게 진행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마지막 카드인 核카드를 과연 쉽게 포기할 것인가 하는 상식적인 의문에 기초를 두고 있다.

核문제가 악화될 경우 이른바 소위 「민족공조 우선이냐, 韓美공조 우선이냐」를 놓고 우리 사회가 극심할 갈등을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軍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그럴 경우 정치권이나 사회 일각에서 軍을 자극, 軍의 동요를 초래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통령은 國益을 고려한 판단만 내려야

軍 관계자들은 이럴 경우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육군대령은 이렇게 말했다.

『소위 민족공조와 韓美공조가 충돌할 경우, 일부 국민들은 심정적으로 민족공조 쪽으로 기울 것입니다. 사회 일각의 이른바 親北 좌익 세력들도 매우 지능적인 방법으로 국민여론을 그쪽으로 몰아가려 할 것입니다. 그때 盧대통령이 냉철하게 國益(국익)을 고려한 판단을 내리고 중심을 잡아줘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現 대통령은 국내 몇몇 집단을 투쟁과 타도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듯합니다. 이는 불필요하게 국력만 소모할 뿐입니다.

대통령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입니다. 특정 악기의 소리가 지휘자 취향에 맞는다고 그 소리만 내라고 한다면 그 오케스트라가 제대로 굴러가겠습니까? 盧대통령은 빨리 오케스트라 지휘자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