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用정보철] 早期유학 안내, 미국 동부 名門 사립기숙고등학교 탐방기 : 월간조선

보스턴 북쪽 21마일 지점에 위치한 富村(부촌) 앤도버(Andover) 타운의 언덕에 자리한 필립스 앤도버 고등학교. 500 에이커의 교정에 잘 다듬어진 진한 녹색의 잔디밭들과, 정원들, 이곳 저곳에 듬직히 서 있는 큰 나무들 그리고 고색창연한 유럽 전통 건축양식의 건물 150여 棟(동)이 조화를 이루며 흩어져 있다.

강의棟, 기숙사와 식당, 그리고 하키場(장)과 테니스장, 스포츠 센터를 이어 주는 조그만 길들이 정겹다.

새 학기가 시작된 9월 중순의 토요일 오후, 이 보행자 통로에는 동료들과 재잘대며 기숙사로 향하는 학생들, 원정 온 다른 학교 여자 하키팀과 경기를 마치고 스포츠 센터로 걸어가는 학생들, 아들과 딸들이 참여하는 운동경기를 보러 온 학부모들, 자녀들의 안내로 캠퍼스 이곳저곳을 돌아보는 신입생 학부모들, 원정 경기를 응원하러 온 다른 기숙 고등학교 학생들이 지나간다.

아직도 낮에는 따가운 햇살이 여름을 연상하게 하지만, 저녁 무렵이면 선선한 바람에 스웨터와 긴 바지를 입어야 하는 뉴잉글랜드의 초가을. 앤도버 고등학교의 토요일은 각종 스포츠 경기로 활기가 가득하다.

짙은 푸른색 바탕에 흰색의 글씨 A가 새겨진 모자를 쓴 사람들은 앤도버의 학생이거나, 동문 또는 학부모의 하나다. 앤도버는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대표적인 기숙고등학교다.

이 학교는 부시 前 미국 대통령과 그의 아들 조지 W. 부시 現 미국 대통령을 배출한 것으로 이름 나 있다. 손자의 야간 미식축구 경기 응원을 위해 앤도버 스타디움을 찾은 이 학교의 졸업생이자 학부모인 내과의사 스미스 박사는 이런 얘기를 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 된 224년 전통의 앤도버는 학업 성적과 스포츠의 전통, 졸업생들과 재학생들 그리고 교사들의 탁월함으로 그 명성이 높은 것이지, 두 대통령들이 우리 학교를 졸업해서가 아니다. 부시 父子의 리더십은 앤도버에서 만들어졌다』

동부지역의 명문 사립고등학교들을 방문해 교사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교사들이 자신의 학교를 졸업한 유명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학교들의 안내 책자들에 소개된 유명한 동문들의 이름이나 직업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작가, 詩人, 예술가, 언론인, 음악인, 연예인, 과학자, 사회사업가 및 스포츠계 인사들이다.

미국의 명문 사립 기숙학교들은 학생들로 하여금 남을 위하고 사회를 위해 아름다운 업적을 만드는 사람들을 존경하게 하고, 어떻게 자신들이 그러한 사람들이 될 수 있는지를 스스로 탐구할 수 있게 교육하고 있다. 출세하라고 채찍질하기보다는 全人的(전인적) 인격을 갖춘 인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앤도버 고등학교는 「덕성 교육 없는 지식 교육은 위험한 것이며, 지식 없는 덕성 교육은 무익하다」는 교훈을 갖고 있다. 덕성과 지식을 함께 가르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스스로의 약속이다. 이런 정신은 모든 명문 사립 기숙학교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교육 이념이다. 학생들은 귀가 따갑게 『타인을 귀하게 대하라!』, 『나의 이익보다 공익을 위해 헌신하라 !』는 이야기를 듣는다.

3代가 동문도 많아

텔레비전 중계 시설까지 완비된 학교 스타디움에서 동부의 하치키스 고등학교와의 시합을 관람하는 스미스 박사 옆에는 역시 앤도버를 졸업한 딸 사라(Sarah)가 아들의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학교에서 차로 한 시간쯤 걸리는 동네에 살고 있는 사라는 한 달에 두 번씩 토요일에 학교에 와서 아들의 시합이나 연습을 지켜 보고, 아들을 집으로 데려갔다가 일요일 오후에 기숙사로 데려다 준다고 한다.

그녀는 윌리엄스 대학을 졸업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이다. 그녀는 『앤도버가 1973년에 근처의 여자 사립기숙학교와 합병하기 전까지는 남자 고등학교였는데, 지금은 1000여 명의 학생에 남학생과 여학생의 비율이 50:50인 정도로 혼합되어 있다』며 『학교가 개방적이고, 진취적이고 스포츠를 통해 경쟁력을 고양하는 전통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뉴잉글랜드 지역에 앤도버처럼 좋은 명문 학교가 수십 개 되는데,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인 딸도 앤도버로 진학시킬 예정이다』라고 했다. 스미스 박사의 가족은 손자가 입학함으로써, 이제 3代가 동문이 되었다. 많은 기숙 사립학교들은 父子 동문, 부모자녀 동문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전통이 긴 학교들은 3代 동문을 종종 볼 수있다.

부모의 품을 떠난 만 14세 학생들

미국의 명문 사립 기숙고등학교들은 영국 상류층 자제들의 교육 문화를 수입해, 미국 상류층 자녀들의 지도자 교육 사관 학교로 역할하고 있다. 지금까지 길게는 220여 년 짧게는 100여 년의 전통을 계승하고, 또 새로운 세기의 문화를 흡수하고 있다.

뉴잉글랜드 지역의 사립 기숙고등학교 강의棟 복도와 식당, 기숙사, 휴게실은 요즈음 지난 9월 초에 갓 입학한 신입생(9학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스런 대화로 분주하다.

신입생들은 학교 건물과 강의실 지리 익히기, 학습 프로그램 정보 나누기, 스포츠 클럽, 문화 예술 클럽 참석 정보를 나누며, 앞으로 4년 동안 집 밖의 집이 될 기숙학교에서의 생활에 대한 기대에 흥분되어 있다. 아침마다 깨워 주는 엄마의 큰 목소리 없이도 아침 식사시간에 맞추어 일어나야 하고, 부모님의 공부하라는 재촉 없이 숙제를 해야 한다. 퀴즈라고 불리는 작은 시험들과 중간 및 기말 시험들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미국의 학제는 고등학교가 9학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신입생들은 한국의 중학교 3학년생 또래들이다. 이들이 집에서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기회는 방학밖에는 없다. 이제 만 14세인 이들은 이미 집을 떠난 準성인이 된 것이다.

「뉴잉글랜드」 지역이란 미국의 북동부에 위치한 6개 州(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뉴햄프셔, 메인, 로드아일랜드, 버몬트)를 지칭하나, 기숙학교의 문화는 인접한 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이 3개 州까지 활발하게 발달되어 있다. 미국 전역에 약 240여 개의 사립 기숙고등학교가 있는데, 그 중 절반이 넘는 136개 가량의 학교들이 위에 언급한 동부 9개 州에 밀집되어 있다.

동부가 사립 교육의 발생지이고, 중심지라고 얘기하는 이유다. 이 9개 州 중에서 동부의 중심에 위치한 메사추세츠州에 33개 학교가 있고, 코네티컷 州에 28개 학교 그리고 뉴욕州에 20개 학교의 순으로 있지만, 매사추세츠州와 코네티컷州는 미국의 대부분의 州와 비교해 면적이 작은 편이기에, 뉴잉글랜드 지역에 이 학교들이 밀집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스턴을 중심으로 해서 차로 2시간을 달리는 반경 내에 60여 개의 기숙고등학교들이 위치하고 있다.

「10대 명문」, 「7대 명문」은 없다

필자는 미국 뉴욕市 플러싱 YMCA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백인들의 아성인 YMCA에 동양계가 책임자로 오른 것은 뉴욕州에서 필자가 처음이라고 한다. YMCA 지역 이사장으로서 필자는 청소년 기숙 사립학교들이 여는 학생 교양강좌에 초청 강연자로 여러 차례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월 스트리트에서 일하는 관계로 학교들의 기부금 운용을 자문하면서 수년 전부터 여러 명문 고등학교의 동문들과 행정 책임자들과 접할 기회가 많았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의 선후배들로부터 『어느 고등학교로 아이를 보내면 좋으냐』는 질문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 몇몇 선배들의 자녀들이 명문 사립학교에 진학할 때 추천서를 써 준 경험이 적지 않다.

한국 학부모들은 어디서 들었는지 「10대 명문 기숙학교」, 「7대 명문 기숙학교」를 얘기하면서, 자녀들을 꼭 이 학교에 입학시키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학교의 순위를 정하는 듯한 이른바 「10대 명문」이나 「7대 명문」이라는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사실 명문 사립기숙학교의 입학 학생 시험성적 순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졸업생들이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에 몇 명이 입학되는가의 통계로 학교의 서열을 정하는 도표도 없다. 많은 학교들과 미국 학부모들은 아이비 리그 대학들만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한국의 학부모들이 소위 명문이라는 10개교나 7개교의 이름을 거론하는 배경을 정확하게 알아보면, 상당한 오해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10대 명문」이란 명칭이 생겨난 이유는 사립학교들이 각기 학생들의 입학시험을 주관하는 것에 여러 가지로 불편함을 느껴, 1950년에 동부의 10개 학교들이 모여, 한 가지 유형의 시험을 만들었는데, 그 시험의 이름이 「SSAT (Secondary School Admission Test)」다. 지금은 SSAT가 대부분의 미국 사립고등학교의 입학전형 시험이 되었다.

「7대 명문 사립고교」라는 말은 사립학교들 중 기부금이 많은 7개 학교(GROUP OF SEVEN)를 지칭하면서 생겼다. 『이 역시도 학교들의 교육의 질 높낮이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필자와 친하게 지내는 입학 사정 책임자의 얘기다. 물론 그의 학교는 7대 학교에 포함되어 있다.

그는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학교 관계자들도 「10대 명문」, 「7대 명문」에 속하는 학교 이름들을 나열하지 못할 정도여서, 이런 평판은 학교 선정에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동부지역의 130여개 학교 중 30~40개 사립 기숙학교의 교육의 질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 이름에 매달릴 게 아니라, 학생이 4년 동안 정서적 안정과 평안한 마음을 가지며 공부하고 운동할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학국 학부모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10대 명문」으로 불리는 학교의 명단을 싣는다. 별 표가 붙은 학교는 기부금 기금 순위가 전국 7위 안에 드는 학교다(<표1> 참조).

교장 임기는 없다

사립 기숙고등학교들은 탁월한 교육 및 생활 환경을 만들어 경제적 배경과 지적 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위하여 특수하게 만들어진 학교들이다.

학교의 교육 철학과 방법들이 공립학교의 교육과 다른 부분들이 많다.

그래서 공립교육 文化와 사립학교 文化는 다른 점이 많다. 사립학교의 개인 주인은 존재하지 않으며, 명망 있는 졸업생들과 학부형 중에서 선출된 법인이사들이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하며, 학교 행정 책임자들이 학과장·교사들과 함께 학교 운영을 해 간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학교의 교장이다. 헤드마스터(Headmaster)라 호칭되는 교장은 이사회에 의해 선임되며, 임기는 없다. 졸업생들, 학부모들 그리고 동료 교사들의 존경을 받는 교장은 자신이 원하는 때까지 교장직을 유지할 수도 있고, 또 좋은 대우로 다른 교장으로 스카우트되기도 한다. 보통 명문 기숙학교들은 나름대로의 전통에 맞는, 검증된 인사를 학교의 교장으로 채용하기에 학교 운영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다.

학교기금이 5억 달러

「디어필드 고등학교(Deerfield Academy)」는 이 학교에 봉직한 교장이나 다른 간부 보직 교사들이 다른 학교들의 교장이나 간부교사로 간 경우가 많은 학교로 알려져 있다.

현재 디어필드의 교장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에릭 위드머 박사로 이 학교에 10년이 넘게 근무하고 있다. 위드머 교장은 『덕성과 지식을 강조하는 사립 기숙고등학교들의 교육환경과 전통을 사랑해서 고등학교 선생이 되었다』며 『교장은 졸업생들과 학부모를 상대로 기금 모금도 해야 하고, 우수한 人材들에게 훌륭한 지도자 교육을 시키고, 여러 가지 교사들의 수업능력을 향상시켜야 하는 짐이 무겁다』고 했다.

500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는 디어필드 고등학교는 지난 3년 동안 새로운 과학관 건축 기금 및 학교기금 1억2500만 달러 모금을 목표로 한 기금모금 운동을 벌여 지난해 말에 성공적으로 그 캠페인을 마쳤다. 최종 모금액은 1억5000만 달러로 목표액보다 2500만 달러가 웃도는 금액이었다.

현재 디어필드가 보유한 기부금 총액은 3억2000만 달러에 달하며, 이 기금은 이사회內에 있는 투자관리 위원회와 또 고용된 투자 전문회사들에 의해 안전한 금융 상품에 투자됐다. 매년 투자이윤 중 400만 달러 정도가 장학금으로 쓰인다.

동창회에서는 매년 400만 달러를 모금하여 학교 운영 경비 및 건물 보수 유지비로 보조하고 있다. 현재 학생 수가 1000여명이 넘는 앤도버 고등학교가 가진 기금은 5억 달러에 달한다. 학생 1인당 기금액이 40만 달러다. 이런 엄청난 규모의 기금들이 학교의 학생 선택에 있어서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뉴저지의 프린스턴 대학교 근처에 있는 로렌스빌 고등학교의 마이클 캐리 교장은 『학교의 희망은 경제적 배경에 관계없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입니다. 학교가 가진 기금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때가 오겠지요』라고 말한다.

로렌스빌 고등학교는 3년 전에 1억3300만 달러 기금 모금을 마쳤고, 현재 학교가 투자관리하고 있는 기금이 3억 2500만 달러에 달한다. 700에이커의 부지에 770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올해로 개교 201년이 된 로렌스빌의 교정에는 「서클(Circle)」이라는 정원이 있다. 이 가든은 1880년에 맨해튼의 센트럴 파크와 필라델피아의 페어몬트 파크를 디자인한 프레드릭 옴스테드에 의해 설계되었고, 지금은 국가 지정 보존 정원이 되었다.

졸업後 끈끈한 동창관계 유지

한국에서는 고교 시절의 친구들이 평생 흉금을 터고 지내는 知己(지기)가 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미국 고등학교 졸업생들 사이에서는 한국처럼 끈끈한 관계를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사립 기숙고등학교의 졸업생들은 예외이다. 이들은 미국의 주요 도시들과 세계의 주요 도시들에 동창 연락처를 마련하고, 서로를 찾아 친선을 도모하고 협력을 추구한다. 동기들은 일년에 한두 번씩 정기적으로 모이며, 모든 期별 졸업생들의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다.

졸업년도별로 10년에 한 번씩 졸업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갖는다. 또 일년에 한 번씩 동문 모두가 학교를 방문하는 「동창의 날」 행사를 며칠에 걸쳐 진행하기도 한다. 졸업생들은 모교의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모두가 어느 정도 학업에 소질이 있고, 교육을 잘 받았기에, 전문 분야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년에 두 번씩 학교에 동기 대표로 방문하여, 1박2일의 기금모금 훈련을 받는 디어필드高의 졸업생 마이크는 보스턴에 있는 변호사 60명 규모의 법률회사 대표 변호사이다.

이제 53세가 된 그는 지난 10년간 동기 대표를 맡아 매년 10만 달러에서 20만 달러 사이의 기금을 동기들로부터 모아 학교에 기부했다. 동기 대표들은 自費(자비)를 들여 와인 파티나, 골프 행사를 주선하여 동기들에게 학교 소식과 기금 출연을 부탁하면서, 자신들도 기부금을 낸다. 이러한 동문들의 적극적인 기부 활동이 부유한 학교들의 재정을 더욱 부유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학생 1명당 年5만 달러를 쓰는 기숙사립고교

매튜는 초우트 고등학교 11학년 학생이다. 100% 장학금을 받고 입학해서, 지금까지 학비와 기숙사비를 전액 면제받고 있다. 케네디 대통령이 졸업한 이 학교 기숙사 앞 잔디밭에서 문학 서적을 읽고 있는, 활달한 성격의 매튜는 집이 학교 근처의 도시인 뉴 헤이븐(New Heaven)에 있다고 했다.

집 주변 공립학교의 교육 환경이 열악해 가톨릭系 사립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다닌 그는 고등학교 역시 가톨릭系 사립학교를 선택하려고 했다. 철강 공장의 노동자로 일하는 아버지가 가져다 준 장학금 지원 프로그램을 읽고, 초우트 고등학교에 지원했다.

「대부분 부유한 집안 출신인 동급생들과 생활하면서 마음에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고 묻자 매튜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나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건 행운이죠. 내 주변의 누가 어떻게 살던 그것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겠어요. 함께 배우는 학생들일 뿐이죠. 방학 때 나는 용돈을 벌기 위해 어린이 캠프의 청소년 지도자로 일합니다. 부잣집 학생들은 유럽이나 대서양의 별장에서 가족들과 지내죠. 하지만 저는 신경쓰지 않아요』

기숙학생의 1년 학비는 기숙사비를 포함해 2만5000달러에서 2만9000달러 사이로 학교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사립학교 교장들은 『한 명의 기숙학생을 교육시키는 데 드는 실제비용은 4만8000달러에서 5만 달러가 소요된다』며 『학생 1인당 2만 달러 안팎의 학비 보조를 받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엄청난 교육비 부담을 학부모들에게 전액 전가하지 않기 위해서, 학생 1인당 2만~2만5000달러의 비용을 학교가 가진 기부기금의 이자나 매년 들어오는 동창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명문 학교들은 약 50%에 달하는 학생들에게 8000달러에서 1만 달러 정도의 지원금을 주고 있다. 학교들은 매우 작은 숫자이긴 하지만 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기도 한다.

프린스턴 대학의 명예총장이며 인도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로버트 고힌(Robert Goheen)은 1936년에 로렌스빌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부모님이 인도에 선교사로 가 계셨기 때문에, 사립학교 학비를 낼 수 없었다. 학교에서 장학금을 주어 졸업할 수 있었기에, 모교에 대해 감사한다』고 했다.

1987년 여학생 입학 허가(로렌스빌)

1930년대에는 상류층 WASP(백인 기독교) 가정의 아이들만 로렌스빌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이 학교 졸업생의 절반은 프린스턴 대학교로 진학하고, 나머지는 하버드나 예일 등 아이비 리그 대학교들로 진학했다.

로렌스빌 고등학교 동문들은 『상류사회 중심의 일률적인 학생 입학 유형은 1963년에 이사회와 동문회가 치열한 논쟁 끝에 흑인 학생 입학을 결정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고, 1987년에 여학생들의 입학을 허가하면서 크게 변화했다』고 했다.

지금은 21%의 유색인종 학생들과 43%의 여학생들이 공부하는 다양한 문화와 인종을 포함한 학교로 발전해 있다. 지금은 대다수의 동부 명문 사립학교들이 로렌스빌과 비슷한 비율의 유색인종 학생들과 비슷한 비율의 여학생들을 입학시키고 있다.

동부의 오래 된 명문 기숙고등학교들은 1960년대 전까지는 아이비 리그 대학교들에 졸업생의 70% 이상을 입학시켰다. 미국에 청교도들이 도착한 16년 후인 1636년에 하버드 대학이 설립됐다. 미국 사회는 유럽의 부강함이 지식문화와 지도층의 리더십에서 나오고 있다는 인식 아래 대학을 세워 新대륙을 부강하게 만들 人材들을 기르려고 했다.

그런데 新대륙에는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준비된 젊은이들이 부족했다. 그래서 유명 대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상류층 자제들을 위한 학교들이 생겨나는데, 예를 들면, 앤도버는 예일 대학교로 학생들을 보내고, 엑스터는 하버드 대학교로, 디어필드는 다트머스 대학교로, 로렌스빌은 프린스턴 대학교로 학생들을 보냈다.

그래서 사립 기숙학교는 일명 「대학입시 준비학교(Prep School)」로 불린다. 지금은 공립교육의 획기적인 발전과 외국 학생들의 대학 입학 등으로 인해 명문 사립기숙학교들은 1960년대 이전만큼 많은 숫자의 학생들을 아이비 리그 대학으로 보내지는 못 한다.

그렇더라도 명문 사립 기숙학교 졸업생의 아이비 리그 입학 비율은 미국의 다른 사립고등학교와 공립고등학교들이 절대 따라 올 수 없는 비율이다. 미국의 유명 대학교들이 명문 사립 기숙고등학교 졸업생들에게 입학 평가 점수 배점에서 호의적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미국의 갑부 하크니스 회장의 명문 기숙 고등학교 교육에 대한 열정

사립 기숙학교의 강의실을 보면 대부분 타원형의 크고 둥근 테이블에 열두 명 정도의 학생들과 한 명의 교사가 둘러 앉아 수업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주입식 수업에서 토론식 수업으로 전환하려고 도입한 교육 방법이다.

1930년 엑스터 고등학교의 교장에게 편지가 한 통 왔다. 엑스터 고등학교는 앤도버 고등학교의 설립자인 사무엘 필립의 삼촌 존 필립이 1781년에 세운 학교다. 앤도버와 엑스터는 이웃해 있다.

록펠러 회장의 사업 파트너로 수억 달러의 자산을 가진 아버지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은 투자회사 회장 에드워드 하크니스씨가 보낸 편지였다. 상당한 기부금과 함께 보내 온 그의 편지에는 「학생들의 창의력을 향상하고 모두가 함께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달라」는 당부가 적혀 있었다.

교장의 당부로 엑스터의 교사들이 연구를 거듭한 끝에 일년 뒤인 1931년에 하크니스 회장을 학교에 초청해서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둥근 테이블에 12명 정도의 학생과 교사가 수업을 하는 방식도 그 하나였다.

하크니스 회장이 테이블에 앉아 교사들을 둘러 앉히고 모의 수업을 진행해 보니, 그 테이블의 사이즈로는 모두의 눈을 마주칠 수 있는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수업 방식에는 만족했지만, 테이블의 모양은 원형에서 타원형으로 수정되고, 테이블의 면적이 훨씬 더 커야 했다. 다시 목수들이 작업을 한 후 교실에 테이블을 들여 놓으려 했으나, 테이블이 커 교실 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래서 「하크니스 책상」은 교실 안에서 다시 만들어졌고, 테이블이 교실에 있는 가구 중의 하나가 아니라, 교실의 일부가 된 것이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고무하고,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창의력을 발휘하는 수업 방식은 다른 사립 기숙학교들에 전파된다.

1937년에는 뉴저지에 있는 로렌스빌 고등학교도 하크니스 스타일의 수업방식을 택하게 된다. 캠퍼스가 가장 넓은 학교로 이름난 세인트 폴 고등학교를 졸업한 하크니스 회장은 모교에 고딕식 도서관을 지었다. 예일 대학교의 모든 건물이 그의 기부로 완성되었을 정도로 그는 교육과 사회복지 사업에 집안의 돈을 아낌없이 기부했다.

1940년에 별세할 때까지 그가 희사한 기부금 총액은 그때의 돈 가치로 10억 달러였다. 미국 사립 교육의 경쟁력은 교육을 위한 개인들의 이같은 투자에서 비롯되었다. 이들 사립 학교의 주인은 지역사회이며, 졸업생들이며, 학교의 교사들이다.

학생 1인당 면적이 4800평(세인트 폴)

뉴잉글랜드 지역은 한국보다 위도상으로 약간 북부에 위치해 있어 연평균 기온이 섭씨 4~5도 정도 낮다. 특히 겨울엔 매서운 바람과 눈이 많고, 겨울이 1개월 가량 한국보다 긴 편이다. 어느 곳을 가든지 우거진 산림과 준수한 자연경관이 잘 보호되어 있다.

4계절을 가진 이곳은, 특히 가을에 울창한 활엽수림이 보여주는 단풍이 절경이어서 이곳을 찾는 한국 방문객이 많다. 대부분의 기숙 사립학교들이 적게는 50여 에이커(약 6만1000평) 크게는 2000에이커(약 244만8000평)가 넘는 산림과 잔디밭으로 잘 가꾸어진 캠퍼스를 가지고 있다. 학생들의 주거 환경이나, 체육 활동에 필요한 환경은 대단히 우수하다.

뉴햄프셔州의 콩코드 지역에 위치한 세인트 폴 고등학교는 2000에이커의 학교 부지에 500여 명의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어, 한 학생당 활동 면적이 4800평쯤 된다.

학교에는 큰 연못이 있고, 이 연못에서 연습을 하는 이 학교 조정팀은 뉴잉글랜드의 고교 챔피언 팀이다. 기숙 사립학교들은 캠퍼스가 학생들의 넓은 마음과 강인한 체력을 연마하는 중요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캠퍼스는 학생들이 책을 읽으며 사고를 키우고, 詩心(시심)을 일으키며, 이젤과 붓을 들고 화가의 영감을 가지게 하고, 악기를 연주하면서 악상을 떠올리고, 트랙을 뛰면서 강인한 체력을 기르는 공간이다.

문제학생들에게는 냉혹

사립 고등학교들은 학생 수에 관계 없이 학교內에, 단독 건물로 만들어진 도서관, 전시관, 과학 연구실, 체육관, 수영장, 미술관, 공연관, 강당, 식당, 기숙사棟 같은 부대시설을 갖고 있다. 대다수의 교사들이 학교內의 가옥 및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그 중 상당수가 기숙사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기숙사들은 학생들에게 정서적으로 친근한 느낌을 주기 위해 「집(House)」으로 불리고, 사감으로 명칭될 수 있는 교사들은 「부모(House Parents)」로 불린다. 이들의 임무는 학생들에게 규율을 준수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모의 역할을 대신해서 학생들에게 「집을 떠난 집(A Home Away From Home)」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규모가 작은 학교는 학생 20여 명에 한 명의 교사가 함께 거주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 기숙사棟에 지내는 학생 수가 많아지는 편이다. 학교들은 새로 신축되는 기숙사 건물들을 학생들에게 편안함을 주기 위해서 전원주택의 구조로 설계한다. 거주 교사들은 기숙사內의 1층 아파트에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가정 생활을 꾸리며, 그 하우스에 거주하는 학생들과 친한 유대 관계를 가진다.

필자는 뉴저지에 있는 기숙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의 「부모 대리인」으로 3년 동안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기숙사의 지도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대단한 관심을 쏟으면서도, 학교의 원칙을 고집하는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아버지의 역할과 어머니의 역할을 함께 한다고나 할까.

이들은 학생의 기숙사 생활과 학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학부모 면담을 요청한다.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자퇴를 요구한다. 잠재력과 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돕는 데는 한없이 적극적이지만, 심리적인 요인 등으로 생활과 학업이 흔들리는 학생들에 대한 관용에는 인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필자가 「부모 대리인」이었던 한국 학생은 가정문제로 심하게 흔들렸다. 학교에서는 자퇴할 것을 권유했다. 사실상의 退校(퇴교) 조치였다. 필자는 『문제가 있는 학생을 지도해야 할 책임이 학교에도 있고, 학생이 비뚤어지더라도 스스로 개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학교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했다. 퇴교시킬 때는 법적인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위협까지 했다.

학교 측은 학생생활 책임자들과 필자의 만남을 제안했다. 필자는 『학교의 전통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학생의 장래를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고, 학교 측은 한 달에 한 번 학생과 필자, 학교의 담당자들이 참여하는 생활 「향상 검증 회의」를 갖는 데 합의했다.

지금 이 학생은 그 어렵던 시간을 넘기고, 그 학교의 동문이 됐다. 지금은 뉴욕에 있는 명문 대학교에서 졸업을 앞두고 있다.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부모와 「대리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느낀다. 선배의 아들이어서 억지로 대리인 노릇을 맡았지만, 그 아이의 인생에 내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다는 게 가슴 뿌듯하다. 한국 부모들이 자녀들을 미국 사립고등학교에 유학 보내면서 돈벌이에 바쁘고 영어도 잘 되지 않는 친지들을 대충 대리인으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러 모로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오전 7시50분에 첫 수업

뉴욕市의 북쪽 웨스체스트의 부촌인 답스페리(Dobbs Ferry)에 위치한 마스터 스쿨(Master School)의 상급학년 교감격인 포스터 선생은 가족들과 함께 저학년(9학년)들의 기숙사에 함께 살고 있다. 『기숙학교 경력이 오래 된 간부 교사들은 교내에 있는 단독 하우스나 단독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는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좋다. 그들과 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학생들의 새로운 문화를 알고 이것을 즉각 학교 교육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포스터 선생은 교감 선생님이나, 기숙사 사감 하면 얼핏 떠오르는 무서운 이미지가 아니었다.

『학생들이 늘 내게 접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든다. 학생들에게 따뜻한 부모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함께 오락도 하고, 농구도 하고, 코미디 프로그램 시청도 하고, 주말에는 산책을 함께 한다. 학생들 중에 가끔 규율을 위반하고, 공부를 게을리 하는 경우가 생긴다. 단호하게 경고를 하지만 평소에 쌓아 놓은 정서적인 교류를 토대로 따뜻하게 격려한다. 무엇보다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집으로 통보한다. 누구도 부모의 역할을 대신 할 수는 없다』

예외의 경우가 있겠지만, 기숙학교는 보통 두 학생이 한 방을 사용한다.

아무리 늦어도 오전 7시15분에는 일어나야, 세면 및 수업 준비 그리고 아침 식사가 가능하다. 아침 식사는 학교 식당에서 하는데, 달걀을 위주로 한 따뜻한 식단과 각종 빵, 시리얼, 과일, 주스 들이 제공된다.

오전 7시50분경에 첫 수업이 시작되고, 교실에 정시에 도착하지 않으면 지각으로 처리된다. 정오를 전후해 학교의 식당에서 뷔페식으로 점심 식사를 한다. 보통 오후 3시30분에서 4시30분이면 학과 수업이 끝난다.

그 후 각종 클럽 및 스포츠 활동이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오후 6시에는 모든 학생과 교사들이 학교 식당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하고, 저녁 식사를 끝낸 후 오후 7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는 자율학습 시간이다.

저학년 학생들은 각자의 방에서 공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기숙사 방의 문은 교사와 학생지도 대리(Proctor)에게 보이기 쉽게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 이 시간에는 부모로부터의 전화는 물론 일체의 오락 활동이 금지된다.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는 고학년 학생을 제외한 다른 학년들은 오후 10시30분경부터 기숙사棟 밖으로의 출입이 통제된다. 일과를 끝내는 모임이 거주 교사의 주재로 리빙룸에서 열린다. 학교들은 기숙교사의 활동을 돕기 위해서, 「학생지도대리(Proctor)」라는 제도를 두고 있는데, 보통 고학년 학생들이 담당하기도 하고, 많은 학교들은 다른 사립학교 졸업 후 일년을 더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 또는 유럽에서 오는 영어가 가능한 대학생 인턴 교환 학생들에게 이 역할을 맡긴다.

인턴 교환 학생들은 학생들에게 자기 나라의 문화 및 언어를 가르치는 학과 보조 역할도 겸해서 하게 된다.

高3이 매일 운동, 토요일은 원정경기

키가 1m90cm쯤 되는 덩치가 건장한 하치키스 고등학교의 12학년인 브렛 군은 집이 스키 천국인 버몬트의 마운트스노우에 있다. 치과의사인 아버지와 도서관 행정관리직을 하는 어머니 사이의 장남이다.

그는 초우트, 엑스터, 태프프, 하치키스 네 곳에 입학을 지원했는데 태프트(Taft)만 불합격하고, 다른 세 곳에는 모두 합격했다. 브렛 군은 학교 미식축구팀의 수비수, 농구팀의 수비로 활약하고 있다. 수학 클럽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프린스턴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한국의 고등학교 3학년격인 브렛은 매일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축구와 농구를 한다. 토요일에는 他학교들과의 원정 경기가 어김없이 열린다. 「운동하느라 피곤할 텐데 언제 공부하느냐」고 물었더니 『저녁 식사 후 오후 7시부터 오후 11시경까지는 공부를 합니다. 잠이 오면 찬물에 얼굴을 씻고 해요. 일요일에 늦잠 잔 후에 오후에 공부를 합니다』고 했다.

기숙학교 학생들의 생활을 살펴보면, 왜 한국의 학부모들이 미국 조기유학에 열을 올리는지 이해할 만하다. 브렛은 『부모님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학교를 방문한다』면서 『학교 생활이 무척 바쁘기 때문에 집을 생각하고, 가족을 그리워할 그런 시간적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게 앞으로 기숙학교를 지망할 학생들의 준비 사항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기숙학교는 누구나 적응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시달리다 자퇴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명성으로만 학교를 선택해서도 안 됩니다. 자기에게 맞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학교들의 안내 책자들을 자세히 읽어보아야 하고, 학교들을 직접 방문해 보아야 합니다』

『너는 요르단의 왕자! 나는 이 식당의 국왕이다! 내 명을 따르라!』

모든 사립 기숙학교들이 외국인 학생을 입학시키고 있다. 어떤 학교들은 외국학생들을 위한 ESL(외국인을 위한 영어수업)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학생들은 언어적 벽은 공부를 통해 극복하지만, 문화적 차이는 많은 시간과 경험을 통해 극복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디어필드 고등학교는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이 졸업한 학교다. 그가 신입생으로 입학한 첫 주에 생긴 일이다. 식사 시간에는 모든 학생들이 순번대로 테이블의 웨이터를 해야 한다. 어느 날 왕자의 순서가 돌아왔다.

그는 식당 감독 교사에게 가서 『나는 大요르단의 황세자이기 때문에 식탁 웨이터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감독 교사가 一喝(일갈)했다.

『너는 요르단의 왕자이지만, 나는 이 식당의 왕이다! 내 왕명을 따라 테이블에서 웨이터를 하라』

기가 질린 왕자는 그날 웨이터를 했고, 졸업 때까지 자신의 순번이 오면 웨이터 일을 성실하게 했다고 한다. 학교 레슬링 팀의 주장을 맡았던 왕자는 학교 생활을 무척 즐겼다고 한다.

지난 여름에는 학교의 경영진들을 그의 왕국으로 불러 왕국의 전통을 계승할 사립학교를 설립하는 데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필자가 한 학교의 책임자에게 「중동 국가들에서 온 왕족의 자녀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더니 『중동의 왕족들은 어린 자녀들을 미국학교로 유학 보내는 것을 꺼려 한다. 자녀들이 유학하며 미국 문화를 무차별적으로 습득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미국 기숙학교의 목표는 훌륭한 미국의 지도자를 만드는 것이다. 조기 유학 와 있는 한국 학생들이 배우는 모든 역사와 시민 교육은 불행하게도 미국의 역사와 미국적 시민의식을 학생들의 머리 속에 심어 주기 위한 것이다. 기숙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은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을 자주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기숙학교에 다니는 우리 교포 2세 학생들 가운데는 한국어를 못 하는 아이들이 많다. 한국에서 조기 유학 온 학생들과 이곳에서 자란 교포학생들 사이에는 큰 거리감이 있다. 반면 유대인 학생들은 철저하게 민족 명절들을 가족들과 보낸다.

다른 지방이나 외국에서 유학 온 유대인 학생들은 가까운 지역에 사는 유대인 학생의 가정에 초대되어, 명절을 함께 보낸다. 그 민족 명절 하나 하나에 민족 생존의 교훈이 담겨 있고, 그 교훈들이 10代의 마음속에 민족혼을 심어 준다.

사립 기숙학교에 자녀들을 유학시키는 한국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민족교육,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교육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사립 기숙학교에 안 보내는 이유

컬럼비아 대학교의 「영어 연구소」 소장인 데이비드 퀸 박사는 아시아系 학생들의 문화적 이해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주제로 필자와 가끔씩 대화를 나누는 친구다. 그에게 「혹시 딸을 기숙학교에 보낼 의향이 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이다.

『자식들은 대학에 진학하면 내 품을 떠난다. 어린 내 자식이 자라나는 것을 내가 지켜보고 도와 주고 싶다. 사립 기숙학교에 관심이 없다』

퀸 소장은 『한국 학생들로부터, 「기러기 아버지」라는 표현과 그 뜻을 들었다』며 이런 현상을 걱정했다.

『프랑스語를 배우려면 그 문화 중심지에서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일본어를 배우려면 도쿄로, 한국어를 배우려면 서울로 가야 합니다. 영어를 배우려면 적어도 미국에는 와야 합니다. 젊은이들은 뉴욕에서 언어와 더불어 세계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기러기 아버지」 현상은 가정의 정서적 안정감을 깨고, 사회병리를 초래하는 현상입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자식들을 기숙학교에 보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입니다. 언어는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꾸준하게 학습하면 습득될 수 있는 것입니다』

뉴욕의 大법률회사의 대표 파트너로 일하는 故닉슨 대통령의 사위인 에드워드 콕스(Edward Cox)씨는 기숙학교에 아들을 보내지 않은 이유를 필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아들이 원하지도 않았고, 우리 부부도 부모의 영향 아래서 아이들이 10代의 중요한 시간을 보내게 하고 싶었다. 아들도 한 시간씩 차로 통학하면서도 집에서 즐겁게 학교를 다녔고, 졸업 후 프린스턴 대학교에 입학했다. 사립 기숙고등학교가 모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교육심리학자들 중에서는 만 18세가 되어 대학 진학을 위해 집을 떠나는 것도 이르다는 사람이 있다. 만 14세는 너무 어리다』

콕스씨는 고등학교 선택권을 학부모에게 주어, 학부모가 공립학교 대신 사립학교로 학생을 진학시킬 때 그 비용을 정부가 부담케 하는 제도를 도입시키려는, 전국적 운동의 리더이다.

필자는 한국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기숙학교에 조기 유학시키는 데 찬성도 반대도 아닌 입장이다. 엄청난 교육비 부담을 생각할 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기러기 아버지」가 양상되는 현실은 결코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장을 한국의 오피스텔에 외롭게 遺棄(유기)하는 「기러기 아버지」 현상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자녀의 기숙학교 유학을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권하고 싶다.

어머니가 미국까지 따라와 자녀의 밥을 해주고, 공부를 돌봐줘야 하는가. 밥해 주고, 빨래해 주는 농경사회적 어머니의 모습으로 자식들에게 21세기 교육을 시킬 수 있을까? 이런 시행착오는 중단돼야 하지 않을까? 자녀는 검증된 기숙학교로 보내고, 어머니는 귀국하여 남편을 도와 가정에 풍요로움이 돌게 하는 게 성공적인 자녀교육 방법이 아닐까?

자녀들을 명문 기숙학교에 진학시키려는 한국의 학부모들이 필자에게 조언을 구할 때가 가끔 있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준다.

<우등생이고 모범생들인 경우는 학교 선택에 고민할 필요가 별로 없다. 조기 유학을 하는 동안 어떻게 아이에게 민족 교육을 시키고, 한국인으로서의 얼을 심느냐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학습 능력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학생은 유학 이전에 학습능력을 보충해야 한다. 「유학을 보내면 자식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로 유학을 보내는 것은 자식을 遺棄하는 일이다. 미국에서는 신종 마약과 대마초를 한국보다 훨씬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자신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정서적 知的으로 성숙된 아이가 아니면 조기 유학에서 100% 실패할 수밖에 없다>

기숙학교에 자녀를 보내려는 학부모에게…

기숙학교에 자녀를 유학보내려는 한국의 학부모들에게 줄 조언을 필자 나름대로 정리해봤다.

1. 가정 교육이 민족 교육의 출발이다. 부모를 공경하고 웃어른을 모시는 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천을 가르쳐야 한다. 효를 실천하지 않는 미국인을 키우려는 게 아니지 않나.

2. 조기 유학을 보내려면 부모의 연간 수입이 유학 자금의 연간 지출액보다 2배 이상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전한 금융 상품에서 나올 금융소득이 앞으로 10년간 사용될 자녀의 전체 유학 자금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

3. 부모의 경제적 여건이 위의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유학을 포기하라. 자녀는 부모의 만성적인 채무자가 아니다.

4. 자신의 자녀가 이렇게 비싼 교육 투자를 받을 만한 잠재적 역량과 자기 상승 의지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라. 평가가 부정적이라면 자녀를 돕기 위한 새로운 길을 찾아라.

5. 자녀가 충분히 교육 투자를 받을 여건이 된다면, 「7대 명문」이니 「10대 명문」이니 하는 허영적인 순위 붙이기에 연연하지 마라. 좋은 학교는 많이 있다. 상표보다는 몸에 맞는 옷을 찾는 정신으로, 유학을 준비해야 한다.

6. 학교를 방문하고 선정할 때 현지 유학원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아무리 똑똑한 부모라도 모든 것을 다 챙기지 못 한다.

7. 생산 목표나 경영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사업체는 무너지기 십상이다. 자녀를 무조건 이해하고, 애처로워하는 것은 그들을 약하게 만든다. 학기당 평균 평점의 향상을 요구하고, 그것이 지켜지지 않을 시, 받을 징계에 대해 사전에 합의를 해두라.

8. 부모가 영어를 잘 해야 한다. 벙어리 부모가 자녀의 미국 생활을 제대로 지도하고 관리할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틈틈이 미국 방송을 들어야 한다.

9. 早期 유학의 목표는 자녀의 실력을 키워 세계를 향해 자신의 원대한 꿈을 펼쳐 나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리더로서의 자질을 배양할 수 있고, 개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방학 중 프로그램」에 아낌없이 지원하라.

10. 자녀의 유학 생활을 내 자식처럼 돌봐줄 수 있는 가디언을 구해야 한다.

11. 조기 유학은 부모의 가슴에 반짝이며 달린 훈장이 아니다. 부모가 등에 힘 겹게 지어야 할 멍에이다. 학생들의 마음속에 가족과 민족에 대한 애착이 늘 간직되도록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