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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쓰레기 처리 기술 - 가스화 용융식 쓰레기 소각장 日本 르포

쓰레기를 태워 매립할 재(灰) 조차 나오지 않게 만든다면…

김동현    dh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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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메 西部 클린 센터」
  일본 규슈 후쿠오카市에서 남서쪽 50㎞ 지점에 위치한 야메(八女)市에는 세계 최초의 가스화 용융식(고체를 高熱로 녹여 액체로 만드는 것) 쓰레기 소각장이 운영되고 있다. 후쿠오카市에서 급행 열차로 35분 정도 달린 뒤 도착한 하이누즈카(羽犬塚)역에서 택시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야메 소각장의 정식 이름은 「야메 세이부(西部) 클린 센터」다. 「미쓰이 리사이클링(Recycling)-21」이란 공장의 또다른 명칭을 줄여 「R-21」이라고도 부른다. 미쓰이 조선(三井造船)이 독일 지멘스社의 기술을 개량해 2000년 3월에 준공했다.
 
  소각장 주변은 녹차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드문드문 농촌 주택들이 들어서 있었다. 공장 부지 면적은 약 9000평.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드문드문 쓰레기 차가 다니고 있었다.
 
  쓰레기차들이 쓰레기의 무게를 단 뒤 쓰레기를 저장 창고에 쏟으면 쓰레기車 주위 근로자들이 바닥에 물을 뿌리고 쓰레기 찌꺼기를 제거한다.
 
  쓰레기를 버린 쓰레기차들은 공장 한 켠의 세차장에 들어가 세척을 받은 뒤 공장을 빠져나갔다.
 
  소각장 건물 2층엔 100명 정도를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견학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견학 통로의 대형 유리창을 통해 쓰레기 투입→열분해→소각(용융)→슬래그(slag:녹은 찌꺼기) 배출 과정을 볼 수 있다. 공장견학 통로에는 全 과정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았는데 각각의 工程을 축소 모형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준공 이후 1년 간 이곳을 찾은 일본의 쓰레기 관련 인사, 일반인들의 수는 7만6000여명이다. 한국인 견학 인원도 200여명 정도라고 했다.
 
  이 공장의 운영 주체는 야메 서부 광역조합으로 치쿠고市 등 3개 市와 다치바나村 등 5개 村이 만들었다. 공장의 기계 가동은 미쓰이 조선 기술자들이 한다.
 
  공장 설비는 110t을 처리할 수 있는 설비가 두 系列로 하루 220t의 쓰레기를 소각·처리한다.
 
  이외에 가구류 등 대형 쓰레기와 타지 않은 不燃物(불연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50t 규모의 설비도 갖추었다. 공장 건설비용은 1000억원 정도였고 70%는 중앙정부와 후쿠오카縣이, 30%는 야메市 등 기초단체 8곳이 분담했다고 한다.
 
  이 소각로를 이해하기 위해선 일본 쓰레기 소각로의 발전단계를 이해해야 한다. 일본엔 1955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3000여 개의 소각장이 운영된다. 전체 쓰레기의 70%를 소각한다. 우리는 20개의 소각장이 건설됐고 20여 개가 건설중이다. 우리의 쓰레기 소각 비율은 약 15% 내외. 일본 소각장의 80%는 스토커式으로 화로에 쓰레기를 넣고 850~1000도의 온도로 태운다. 스토커(Stoker:給炭機;연료와 공기를 지속적으로 넣어 연소시키는 장치)는 소각 대상물을, 움직이는 床(상)에 놓고 소각한다는 의미다. 연소 과정서 타지 않고 남는 쓰레기가 15~30%에 달한다. 1t을 태울 경우 최고 300㎏까지 남는다. 이것은 전량 매립장으로 가져가 매립한다. 연소된 재 가운데 굴뚝으로 나가는 과정서 필터를 통해 회수되는 飛散灰(비산회:날아다니는 재)가 t당 15~30㎏이 나오는데 이것 역시 물과 시멘트로 반죽하고 약품을 첨가해 고체화한 뒤 매립장에 버린다.
 
  이 飛散灰의 다이옥신 검출량이 배기가스의 100배 이상에 달한다는 것이 일본 환경성의 조사 결과다. 다이옥신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에선 이 飛散灰의 처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닥재·飛散灰는 매립해야
 
  쓰레기를 소각하는 이유는 매립하는 것보다 쓰레기처리양을 줄일 수 있기 때문. 소각과정을 거쳐 1t의 쓰레기를 150~300㎏의 매립 쓰레기로 줄이는 것이다.
 
  스토커式보다 개선된 방식은 1965년 유럽서 기술개발한 流動床式(유동상식) 소각장이다. 스토커 소각의 문제는 화로 안의 온도가 일정치 않아 소각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화번호부 같은 두꺼운 책의 경우 겉쪽만 그슬린 뒤 바닥재(Bottom ash)로 나온다. 바닥재란 타다 남은 검댕이나 완전 연소가 되지 않거나, 연소가 되더라도 날아가지 않은 재를 말한다. 流動床식은 화로 바닥에 뜨거운 모래를 불어넣어 可燃物(가연물)인 쓰레기를 공중에 띄운 채 流動砂(유동사:450도 정도로 달군 모래)와 함께 태우는 방식으로 스토커보다는 높은 연소율을 보일 수 있다. 이 방식의 경우 재를 8%~15% 정도까지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바닥재와 飛散재는 어떤 형태로든 매립해야 한다.
 
  잘 타지 않은 그슬린 쓰레기와 배기통을 통해 수집된 飛散재를 땅에 묻지 않고 소각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일본의 15~16개 소각장 건설 회사의 과제였다.
 
  그래서 나온 방식 중 하나가 미쓰이 조선의 가스화 용융식 소각로다. 이 방식을 처음 개발한 것은 독일 지멘스社다.
 
  바닥 쓰레기까지 모두 태워 없애기 위해서는 스토커식보다 열을 올리는 방법이 필요했다. 1300도 정도로 가열하면 쓰레기는 용광로 속에 든 철처럼 녹아 버리고 그것을 물로 굳히면 자동차 유리조각이 깨진 것 같은 모양과 크기의 유리 알갱이(슬래그)로 바뀐다. 無害(무해)한 쓰레기로 도로 공사時 골재로 쓸 수 있는 자원이 된다. 쓰레기 처리엔 가히 혁명이랄 수 있다.
 
  그러나 1300도의 高熱(고열)을 가하면 쇠로 만든 소각로는 녹아버린다. 이것을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강구됐다.
 
 
 
 쓰레기에서 연료 빼내는 연구하다 개발
 
  용융소각로의 핵심 기술은 쓰레기를 炭化시키는 드럼 제작 기술이다. 독일에선 쓰레기에서 연료용 가스를 빼내는 방식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 방식이 등장했다. 쓰레기를 드럼에 넣은 뒤 드럼 사이에 끼워 넣은 150여 개의 가열 배관을 통해 450도의 高溫(고온) 공기를 넣어 주면 쓰레기가 열분해 가스와 카본으로 바뀐다. 쓰레기를 숯의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독일에서 이 방식을 상업화하지 못한 이유는 가정용 가스로 쓰기 위해선 분진이나 냄새를 깨끗이 처리해야 했는데 그것이 쉽지 않아 중단된 것이다. 지멘스社는 이 방식을 응용해 소각로를 만들었는데 실패로 끝났다고 한다. 주 실패 이유는 드럼 속의 회전부분과 非회전부분의 가스 누출을 막는 밀봉 방법상의 문제였다고 한다.
 
  미쓰이 조선은 1990년대 초부터 지멘스社의 연구를 주목했고 그 기술을 도입해 독일의 실패 요인을 미리 찾아냈고 자신의 기술로 만들었다.
 
  가스화 용융식 소각은 매립 쓰레기를 제로(0) 수준으로까지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선 혁신적 소각방식이다. 그러나 소각장 건설비용이 스토커式보다 두 배쯤 더 들어간다는 게 단점이다. 기존 스토커式 쓰레기 소각장의 설비를 미쓰이 조선식 가스화 용융식 소각장으로 바꾸는 것은 기존 기계를 헐고 새로 바꾸는 것이므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온 기술이 스토커 소각장의 바닥 쓰레기와 飛散재만을 모아서 별도 용융로를 만들어 그곳에서 용융시키는 방식이다. 기존 스토커 소각로에 용융전용 소각로만 붙이면 되는 것이다. 결과물은 가스용융로와 마찬가지로 無害한 슬래그만 나온다.
 
  일본에서 이처럼 쓰레기 소각 후 슬래그가 나오도록 개발한 가스화 용융로는 미쓰이조선式 R-21과 가스화 流動床 소각로가 있고 高爐(고로) 형식인 新日鐵의 샤프트式 소각로가 있다.
 
  재의 매립이 전혀 없고 별도의 발열 에너지원을 쓰지 않는 방식으로는 R-21이 가장 앞선 기술이다. 다이옥신 발생량을 따지면 R-21이 다른 가스화 용융로 방식의 5분의 1, 10분의 1 수준이다.
 
  연도별 일본의 소각장 발주 현황은 용융식 소각장에 대한 선호를 보여 준다. 2000년의 경우 가스화 용융로의 발주는 28건으로 스토커로의 16건을 크게 웃돌았다. 미쓰이 조선의 R-21식은 4, 샤프트식은 1, 流動床식은 10이다.
 
  15~16개에 달하는 일본의 소각로 건설 회사들은 시장확보를 위해 신기술 개발 경쟁을 벌인다. 현재로선 소각방식·다이옥신 발생량·쓰레기 절감 비율 등에선 미쓰이 조선의 R-21이 선두권에 올라 있다.
 
  가스화 용융식 기술이 없는 스토커 메이커들은 소각온도를 1000도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식의 기술을 상용화해 나가고 있는 추세이나 아직은 준비 단계라고 한다.
 
  야메 소각장의 쓰레기 처리 공정은 크게 쓰레기 투입―열분해―연소용융―슬래그 배출의 단계로 이어진다. 공장의 오른쪽 외벽면에서 마침 슬래그가 쏟아져 나왔다. 만져 보니 굵은 모래처럼 단단한 덩어리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촉감이 따뜻했다. 이 슬래그는 차에 실린 뒤 야메 소각장과 500m쯤 떨어져 있는 도로포장용 아스콘회사로 옮겨져 再활용된다. 야메 소각장의 안내인은 소각장 내 주차장의 포장재로 소각장 슬래그를 사용했다고 자랑했다.
 
  용융식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일본에선 기존 쓰레기 매립장의 재(灰)처리도 시작됐다. 과거 매립한 소각재를 다시 꺼내 모두 녹여 다이옥신을 제거한 후 자원으로 再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루마市 소각장
 
  도쿄 동북쪽 위성도시인 사이타마(埼玉)縣의 이루마(八間)市까지는 도쿄 중심부에서 전철을 두 번 바꾸어 타고 1시간10분쯤 걸렸다. 이루마역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10분쯤 달려 도착한 「이루마市 종합클린센터」는 일본의 대표적 流動床式 소각장이다.
 
  미쓰이 조선이 1993년 착공해 1996년 준공한 이루마市 소각장에는 50t짜리 流動床 소각로 세 개가 있다. 공사비용은 t당 8억원(총공사비 122억 엔)이 들었다. 소각 시설만은 t당 6억원 정도이며 병·캔 등 쓰레기 재활용을 위한 분리기계 등 설치비용이 t당 2억원 정도 들어갔다.
 
  이루마 소각장은 자원분류 공정에 인력과 기계가 많이 동원된다. 실제 쓰레기차가 쓰레기를 버리자 크레인으로 그 쓰레기 봉투를 들어올린 뒤 밑으로 떨어뜨린 후 그 속에서 병·캔 등을 네 명의 아주머니들이 분리했다. 병·쇠·캔 등을 선별하는 기계가 공장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流動床爐는 스토커 방식을 개선한 것이다. 스토커는 쓰레기를 화로에 넣고 타고 남은 재를 꺼내는 방식으로 온도가 850도를 넘다 보니 기계가 과열돼 고장이 잦다. 그래서 화로 바닥을 계속 물로 냉각시켜 가면서 태우다 보니 연소효율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래서 나온 방식이 流動床式이다. 소각장에 들어갈 쓰레기 중에서 可燃性 물질만을 철저히 분리해 소각로에 넣고 열로 덥힌 모래를 소각로 안에 집어넣어 온도를 끌어 올린다. 쓰레기는 뜨거운 모래와 함께 공중에 뜬 채로 타게 되니 스토커보다 소각효율이 높다. 이루마 소각장의 경우 투입쓰레기의 7~8%만 재가 돼 나온다. 이것을 석회로 고체화시켜 (떡가래처럼) 매립하는데 1t 쓰레기면 10%인 100㎏ 정도가 매립된다. 재 무게 70~80㎏에다 석회와 물 20~30㎏ 정도를 섞는다고 한다.
 
  流動床 방식은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流動床爐에 넣는 쓰레기 크기가 길이 30㎝ 이내여야 하기 때문에 큰 쓰레기의 경우 파쇄 공정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간다.
 
  그러나 일단 파쇄 후 소각로 속에 들어가기만 하면 연소 효율은 높다. 국내에도 과거 유동상로가 도입됐으나 지금은 쓰레기가 아닌 하수 찌꺼기인 슬러지 소각에 활용하고 있다.
 
  하수 슬러지의 경우 쇠나 나무 등 타지 않는 소각물이 없고 반죽된 모양이라 流動床爐에서 소각하는 것이 스토커보다 경제적이다. 하수 종말처리장 옆에 流動床式 슬러지 소각장을 함께 짓는 것이 필요할 듯 싶었다. 슬러지엔 중금속은 약간 있지만 다이옥신은 배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루마 소각장은 현재 주간 중심으로 하루 16시간만 가동된다고 한다. 인근 주민들이 밤에는 냄새가 나니까 공장 가동을 중단하라고 했다고 한다. 냄새가 아니라 다이옥신의 발생량이 높은 게 더 문제라는 말도 들었다.
 
 
 
 
어린이들의 관광·견학 코스

 
  東사이타마 자원환경조합은 리유스(REUSE:Resource and Energy United-cities of Saitama East)로 줄여 부른다.
 
  야구장과 스포츠 센터, 병원, 공장들, 논과 붙어 있는 이 소각장은 큰 호텔을 연상시켰다. 2만여 평 부지의 이 소각장은 1995년에 준공됐다. 이 쓰레기장은 83만 주민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데 하루 처리량은 800t이다. 200t짜리 스토커 소각로 4基가 있다. 실제 운영되고 있는 것은 3基로 1基당 하루 230t씩 소각한다고 했고 하나는 돌아가면서 쉰다.
 
  일본의 대부분 소각장엔 이처럼 3분의 1, 4분의 1의 설비가 돌아가며 휴식한다. 기계도 쉬어가면서 운영하면 쉰 만큼 수명이 더 연장된다고 한다. 같은 일본 회사 제품을 쓰는 한국 소각장의 수명이 10년이면 일본은 20년 이상을 쓴다는 주장도 있다.
 
  「리유스」 소각장은 스토커 설비에다 용융설비를 부착한 소각장이다. 스토커를 통해 소각한 뒤 남은 바닥재를 용융로에 넣어 1400~1600도 정도로 녹여 버린다. 용융로는 80t짜리 두 개로 한 개씩 번갈아 사용한다.
 
  소각재 중 바닥재(灰)의 발생량은 약 10%로 스토커 방식 평균인 20%의 절반 수준. 불연물질 제거설비 투자가 잘 돼 있고 사전에 병·종이·깡통 등을 철저히 분리하는 것도 바닥재 발생량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일본 내에서는 이런 용융로가 네 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나 대부분이 문제를 일으켜 정상 가동되는 곳은 없다고 한다.
 
  「리유스」 소각장은 이러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소각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공장 설립 단계에서부터 주민들이 적극 참여해 지역 실정에 맞는 소각장을 건설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계 설비를 100%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 주민들이 쓰레기를 분리수거해 주었고, 휴식을 위한 충분한 양의 기계를 건설했고, 쓰레기 매립률을 줄이기 위해 애썼고, 배기가스 중 다이옥신량을 줄이는 데 주민들과 공장측이 함께 노력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방문한 날, 마침 유치원과 초등학교 아이들이 현장 방문을 했다. 일본의 쓰레기 소각장은 냄새나고 더러운 공간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지역의 주요 관광·견학 장소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실제 이곳 5층 전망대에는 사면의 조망이 가능했다. 멀리 후지산이 보이는가 하면 도쿄가 한눈에 들어왔다. 사면은 유리로 밖이 훤히 보이게 했고 대형 망원경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공장 한 켠에는 낙엽을 퇴비화하는 장소가 있었는데 그곳 운영은 시민대표들이 함께 한다고 했다. 소각장과 맞닿은 야구장에선 한창 경기가 진행중이었다.
 
  서울 잠실 야구장 옆에 우리가 이런 소각장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곳 용융로는 「大東」이란 회사의 제품이었다. 스토커에 연결하는 용융로는 大東, NKK등의 제강로 설비 경험이 있는 회사가 높은 기술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스토커식 소각장에서 이곳 용융 방식을 참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가미하라 北청소공장
 
  도쿄 서쪽인 가나카와縣 사가미하라(相模原)市는 인구 65만의 깔끔한 도시다. 이곳의 北청소공장은 150t짜리 스토커 소각로를 세 개 운영한다.
 
  스토커式 소각장으로는 모범적인 곳으로 평가받는다. 과거 한국의 소각장 관련 인사들이 숱하게 방문한 곳으로 이곳 견학실에서 본 비디오 테이프엔 한국어 안내가 나올 정도다.
 
  준공 초기엔 20%가 넘는 찌꺼기가 나왔으나 빈병 등을 제대로 분리한 후엔 열효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北청소공장은 숲 속에 있다. 공장 옆의 주민센터엔 온천과 풀장이 있고, 한켠엔 공원이 들어섰다. 준공 후 10년쯤 지나서인지 숲이 울창했다. 지역에 뿌리를 내린 모습이었다.
 
  서울을 떠나올 때 재래식 스토커, 스토커+용융식, 가스化 용융식 공장을 차례로 보여 준다고 했을 때 시큰둥했었다. 최신 설비만 보면 됐지, 왜 10년 20년 된 것까지 보러 가야 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사가미하라市의 소각장에 가 본 뒤에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그곳에서 본 직원들은 자신들의 소각장 방식이 새 기술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공장을 가능한 한 최상의 상태로 운영하려 애쓰고 있었다. 쓰레기차가 들어오는 투입구에 근무하는 직원은 쓰레기차가 짐을 부린 후 바닥 먼지를 빗자루로 쓸고 쓰레기가 떨어진 것도 없는데 물로 닦아냈다.
 
  서너 대가 지나간 뒤에 한 번쯤 바닥을 닦아도 별 탈 없을 것처럼 보였다. 서울에서 본 쓰레기차는 물론이고 트럭들의 번호판을 선명히 읽어본 기억이 없는 터라 그곳 쓰레기차의 선명하게 닦인 번호판 자체가 경이롭기까지 했다.
 
  마을 주민들과 연대해서 하루 「1인 쓰레기 30g 절약 운동」을 벌이는 것을 진지하게 설명하는 직원의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그럼에도 그 직원은 『인구는 연간 1.5% 증가하는데 쓰레기는 9% 증가한다』고 한숨 섞인 걱정을 했다.
 
  그곳을 방문한 날은 비가 내려서 쓰레기 냄새가 심하리라 예상했지만 별로 나지 않았다. 그저 서울 아파트 단지의 야외 쓰레기장 옆을 지날 때 나는 냄새 정도였다.
 
 
 
 
소각재 매립장

 
  사가미하라市 北청소공장 직원들은 서울서 간 일행을 위해 市의 소각재 매립장까지 안내해 주었다. 市의 동쪽 야산의 계곡을 메워 만든 매립장은 3000여 평 정도 크기로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남쪽은 현재 매립중이고, 북쪽은 비워둔 상태였다.
 
  사가미하라市에선 1975년부터 이곳에 소각장 쓰레기만 매립해왔는데 남쪽은 이제 5년 남았고, 북쪽도 20년치밖에 담을 수 없다고 말한다.
 
  남쪽 매립장에는 중장비 두 대가 매립 쓰레기를 다지고 있었다. 계단식 논처럼 200~300평 단위로 흙을 돋워 구분한 뒤 다져놓은 매립장에 흙을 깔고 있었고 흙이 다져진 곳에선 풀이 자라고 있었다. 잔디씨를 뿌려 잔디가 자라면 먼지가 날리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市공무원은 매립장이 다 찬 이후의 해결책을 묻자 그때를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 같다고 했다. 도쿄 인근의 위성도시마다 쓰레기 매립지를 구하지 못해 난리라고 했다. 100㎞가 넘는 폐광에 갖다 매립하는 도시도 있는 데 비하면 자신들은 나은 것 아니냐고도 했다.
 
  3박4일 동안 쓰레기 소각장 네 곳, 매립장 두 곳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3000개의 소각장을 갖고 있는 일본은 쓰레기 제로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소각장 20곳을 운영하는 우리는 어떤가. 소각장 건설은 짓는 단계부터 주민들 반대로 이리저리 휘둘리고 지어놓은 소각장도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운영도 못하는 곳도 많다.
 
  일본은 소각장의 배기가스는 물론 飛散灰 처리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아직 한 사람도 죽지 않았지만 다이옥신의 위험에 대해 귀가 따갑게 강조한다.
 
  다이옥신이란 벤젠 고리에 염소가 여러개 산소로 결합된 화합물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발암물질 중 가장 강력한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동물실험 결과 자궁내막 증식증, 면역장애, 암 발생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본의 소각장을 보고 온 뒤 서울의 한 소각장을 구경할 수 있었다. 소각장의 외관은 일본의 여느 소각장 못지 않게 밝고 깨끗했다. 그런데 소각장 내부로 들어가서 보니 견학통로에서부터 쓰레기 냄새가 심하게 났다. 담당직원은 바닥재와 비산재 발생비율을 실제보다 높게 말하면서도 바닥재·비산재 수집창고를 보여주지 않았다.
 
  한국 시민들의 쓰레기 분리 수거는 일본보다 앞서 있다. 일본은 유리병·신문지·페트병 등의 분리수거가 우리보다 뒤떨어졌다. 그런데 소각장은 같은 기계를 10년씩 더 오래 쓰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한 소각장에 들렀던 한국의 자치단체長은 『소각장은 서울의 호텔보다 깨끗하고, 쓰레기차가 내 차보다 깨끗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쓰레기 소각에 대해 국민의 인식 확산을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작은 대안 하나를 제시하며 이 글을 맺는다.
 
  「쓰레기차는 반드시 세차 후 시내를 다니도록 하고 아파트·주택의 쓰레기 보관차는 뚜껑을 씌우고 주변을 청소할 수 있도록 청소 담당자를 두자」는 것이다. 쓰레기차와 보관차가 깨끗해지면 일반인의 쓰레기에 대한 혐오감은 사라진다. 장의차가 새 차로 바뀌면서 장례문화에 대한 혐오감이 사라지듯. 그런 뒤에 소각장 건설 입지 선정, 다이옥신 예방책, 중금속 감소책 등을 다루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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