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격用 장거리砲
「0→430」·지난 10년 동안 북한의 240㎜ 다연장 로켓(방사포)이 증가한 규모다. 1990년엔 단 1문도 없던 것이 10년 사이 430문으로 급증한 것. 이같은 증가는 지난 10년 동안 북한의 전차, 장갑차 등 다른 재래식 무기체계가 수적으로 별로 늘어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것이다. 240㎜ 다연장 로켓은 직경 240㎜인 로켓 발사관 12개 또는 22개를 한 다발로 묶은 뒤 대형 트럭에 실어 이동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170㎜ 自走砲(자주포)도 1990년대 초엔 200여 문에 불과하던 것이 현재는 600문을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사정거리가 길어 휴전선에서 서울을 직접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240㎜ 다연장 로켓은 최대 사정거리가 43~60㎞, 170㎜ 자주포는 50여㎞다.
한국군이 최근 미국에서 도입한 신형 227㎜ MLRS(다연장 로켓)의 경우 사정거리가 32~40㎞이고, 보통 自走砲의 사정거리가 3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공격이 미치는 거리는 꽤 긴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수도권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은 스커드B/C, 노동1호 등 각종 미사일과 공군기뿐 아니라 1000여 문에 달하는 장거리砲도 있는 셈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여기에 북한이 이례적으로 급속히 이들 장거리 포병 화력을 증강해 온 배경이 있다고 지적한다. 남한과의 경제력 싸움에서 크게 뒤지게 된 북한은 1980년대 말부터 생산과 유지에 많은 돈이 드는 재래식 무기 대신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배치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략에서였고 이같은 전략은 제네바 핵합의, 美·北(미·북) 미사일 협상 등을 통해 지금까지는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재래식 무기 중에서도 240㎜ 다연장 로켓과 170㎜ 自走砲는 사정거리가 길어 서울을 직접 때릴 수 있고 탄도 미사일과 달리 도중에 요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집중 배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습전과 기계화부대 기동전을 결합한 舊(구)소련 전술을 발전시킨 북한군 공격 전술에 따라, 순식간에 엄청난 화력을 집중시켜 韓美 연합군의 방어선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크루즈 미사일보다 더 무섭다』
다연장 로켓의 위력이 처음으로 주목받은 것은 2차 대전 때. 「바바롯사」 작전으로 소련에 쳐들어간 독일군 장병들은 다연장 로켓인 소련군 카투사 로켓의 위력에 놀라 공포에 떨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1년 걸프전 때 이라크軍에게 가장 공포의 대상이었던 것은 크루즈 미사일이나 스마트 폭탄이 아니라 우리 군도 보유한 227㎜ MLRS였다. 다국적군에 투항한 이라크軍 장병들은 MLRS를 「鐵雨(Steel Rain)」라고 표현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고 한다.
북한 240㎜ 다연장 로켓의 경우 한 발이 반경 120m 지역을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로켓엔 12연장인 M1985형과 22연장인 M1991형 두 가지가 있는데 M1991형의 경우 폭 350m, 길이 950m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240㎜ 외에 107㎜, 122㎜, 30㎜ 등 다양한 형태의 다연장 로켓 2700여 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가장 많은 것이 122㎜형이다. 직경 122㎜ 로켓 발사관 40개를 한데 묶은 舊소련의 BM-21을 모방한 것이 많다. 18문의 BM-21(1개 대대)은 수초간의 일제 사격으로 폭 500m, 길이 2㎞ 지역을 순식간에 쑥밭으로 만들 수 있다.
170㎜ 自走砲는 사정거리가 매우 길다는 점이 특징. 全세계적으로 자주포의 사거리는 보통 30㎞ 수준이고 최근 우리 군이 개발한 세계 정상급 自走砲 K-9가 40여㎞다. 이에 대해 한 포병무기 전문가는 『북한의 170㎜ 自走砲 사정거리가 긴 것은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탄두 중량을 줄였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위력은 우리 군의 포탄보다 훨씬 약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들 다연장 로켓과 장거리 自走砲가 주목을 받는 또 한 가지 이유는 화학무기 운반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화학무기는 핵무기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개발이 가능하지만 핵무기에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가난한 자의 핵무기」라 불린다.
북한은 이미 1960년대 초 金日成(김일성)이 독자적인 화학전 능력 확보를 지시한 뒤 화학무기 개발에 주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추정되는 북한의 화학무기 보유량은 2500~5000t. 1996년까지만 해도 보유량은 1000t에 불과했으나 1998년 韓美 양국 전문가들의 전면 再평가 결과 크게 늘어났고 韓美 양국의 화학전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의 화학무기는 함흥, 흥남 등 8개소에서 생산돼 사리원, 산음리 등 6개소에 저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11월 美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연구원은 韓美 안보세미나에서 북한의 다연장 로켓과 화학무기 위협에 대해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북한 군사력 위협의 역동성」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10년 前 현대화를 포기하고 생화학 무기와 그 발사체에 대한 개발을 계속해 온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약화됐는가 아니면 더 커졌는가에 대해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북한 군사력은 명백히 쇠퇴했으나 化生戰(화생전) 무기와 관련된 발사체계의 도입으로 新무기 체계는 많이 발전, 북한의 절대 군사력은 화생전 관련 분야가 발전한 반면 일부 분야는 쇠퇴한 「혼합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240㎜ 다연장 로켓의 위력을 강조했다. 로켓 1발당 8㎏의 사린 가스를 적재할 수 있어 22개의 로켓 발사관이 한 다발로 묶여 있는 240㎜ 다연장 로켓 한 문이 발사되면 176㎏의 사린 가스를 서울에 투하할 수 있고, 100여 문의 발사대에서 동시에 로켓이 발사되면 무려 17t의 사린 가스를 한꺼번에 서울에 뿌릴 수 있다는 것.
서울의 인구밀도가 2만3000명/㎢에 이르기 때문에 240㎜ 로켓 한 문 발사로 적어도 수만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베넷 박사는 주장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40㎜ 다연장 로켓과 170㎜ 自走砲 탄약의 약 30%가 화학탄이라고 한다.
정확도가 크게 떨어져 군사시설물을 정확히 공격하는 데엔 한계가 많은 북한 스커드 B/C, 노동1호 등 장거리 미사일이 위협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사실은 화학무기 때문이다. 관계당국 분석에 따르면 미사일의 경우는 50~60%가 화학탄이라는 것이다.
VX 신경작용제 0.56t을 탑재한 스커드B 미사일 한 발이 서울에 떨어지면 이에 따른 사상자는 2900명에서 1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상자 숫자에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화학무기가 기상조건과 방독면 착용 여부에 따라 피해 규모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2t 정도의 화학무기(프로그 로켓 10발)로 서울을 공격할 경우엔 방독면을 착용하지 않은 시민들 중 20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韓美 당국이 수년 전 은밀히 컴퓨터 모의분석(시뮤레이션)을 해본 결과 전면전이 벌어져 북한이 화학무기를 대량 사용했을 경우 韓美 양국군의 피해는 15만~25만명, 수도권 지역 민간인의 피해는 약 2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美, 北의 재래식 무기 위험 강조
韓美 양국군은 이에 따라 1998년 이후 비밀리에 매년 「○○ ○○○」라 불리는 화생방전 훈련을 하고 있으며, 1999년 11월 韓美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유사시 미군 화생방부대를 조기에 한반도에 배치키로 결정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韓美 양국은 북한의 화학무기 생산 및 저장시설, 화학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 기지 등을 24시간 감시, 유사시 북한이 이를 사용하려 하는 현저한 움직임이 있는 경우 조기에 파괴하는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군은 1998년 미사일 및 화생전에 대비한 종합대비책을 만든 데 이어 1999년엔 화생방 방호사령부를 창설, 화생방 방호장비 및 물자 구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
韓美 양국군은 또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다연장 로켓과 장거리砲에 대해서도 다양한 대책을 발전시키고 있다. 북한 장거리포의 상당수는 동굴 진지에 숨겨져 있다가 유사시 몸체를 드러내고 포를 쏜 뒤 다시 숨게 돼 있는데 이를 인공위성이나 U-2 정찰기, 무인항공기(UAV) 등을 통해 일찌감치 발견, 전투기와 포병 화력으로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북한군 포와 로켓이 발사되면 AN-TPQ 37 對砲兵(대포병) 레이다를 통해 포탄 궤적을 곧바로 역추적, 발사 위치를 찾아내 역시 공군기와 포병 화력 등으로 이를 파괴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북한에 비해 수적으로는 크게 열세지만 韓美 양국군의 다연장 로켓 화력도 만만치 않다. 우리 군이 지난해까지 1차로 29문을 도입한 미국제 227㎜ MLRS는 155㎜ 또는 203㎜ 自走砲 16문이 동시에 발사되는 것과 같은 위력을 보유, 한 번에 축구장 1~2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1문당 227㎜ 로켓 열두 발을 갖고 있는데 이 로켓 한 발엔 수류탄과 비슷한 위력을 갖는 M-77 子彈(자탄) 644개가 들어있어 살상범위가 크다. 북한군의 다연장 로켓은 보통 단순 고성능 폭약으로 이같은 子彈이 들어 있지 않아 위력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MLRS 한 문은 사정거리 165㎞의 「에이태킴스 블럭 1」 미사일이나 사정거리 300㎞의 「에이태킴스 블럭 1A」 미사일을 두 발 탑재할 수 있다. 에이태킴스 미사일은 축구장 3~4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美 국방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까지 29문의 MLRS와 110발의 「에이태킴스 블럭 1」 미사일을 미국으로부터 구입했으며, 추가로 비슷한 규모의 MLRS 발사대와 에이태킴스 블럭 1A 미사일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군은 이와함께 MLRS보다 훨씬 위력이 떨어지는 130㎜ 36연장 다연장 로켓인 「구룡」 250여 문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주한미군은 현재 36문의 MLRS와 로켓 수만 발을 보유하고 있다.
TMD 불참의 이유
軍 관계자들은 우리 정부가 美日 정부가 주도하는 TMD(전역 미사일 방위) 체제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엔 북한의 다연장 로켓 등 장거리포 위협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한다.
정확도가 매우 떨어지는 스커드, 노동1호 등 미사일보다는 장거리砲가 더 우리 수도권에 위협적이고 좁은 한반도 戰場(전장) 환경상 미사일 요격이 어렵기 때문에 비용 對 효과면을 따져봤을 때 TMD 참여가 그다지 절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 출범에 따라 앞으로 북한 대량살상무기와 함께 240㎜ 다연장 로켓과 170㎜ 自走砲 등 장거리포 위협이 크게 부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아미티지 국무부 副장관 내정자를 비롯, 부시 외교안보팀 관계자들이 공식, 非공식적으로 북한의 장거리포 등 재래식 무기 위협을 강조하고 있어 장거리포 문제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0→430」·지난 10년 동안 북한의 240㎜ 다연장 로켓(방사포)이 증가한 규모다. 1990년엔 단 1문도 없던 것이 10년 사이 430문으로 급증한 것. 이같은 증가는 지난 10년 동안 북한의 전차, 장갑차 등 다른 재래식 무기체계가 수적으로 별로 늘어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것이다. 240㎜ 다연장 로켓은 직경 240㎜인 로켓 발사관 12개 또는 22개를 한 다발로 묶은 뒤 대형 트럭에 실어 이동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170㎜ 自走砲(자주포)도 1990년대 초엔 200여 문에 불과하던 것이 현재는 600문을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사정거리가 길어 휴전선에서 서울을 직접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240㎜ 다연장 로켓은 최대 사정거리가 43~60㎞, 170㎜ 자주포는 50여㎞다.
한국군이 최근 미국에서 도입한 신형 227㎜ MLRS(다연장 로켓)의 경우 사정거리가 32~40㎞이고, 보통 自走砲의 사정거리가 3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공격이 미치는 거리는 꽤 긴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수도권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은 스커드B/C, 노동1호 등 각종 미사일과 공군기뿐 아니라 1000여 문에 달하는 장거리砲도 있는 셈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여기에 북한이 이례적으로 급속히 이들 장거리 포병 화력을 증강해 온 배경이 있다고 지적한다. 남한과의 경제력 싸움에서 크게 뒤지게 된 북한은 1980년대 말부터 생산과 유지에 많은 돈이 드는 재래식 무기 대신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배치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략에서였고 이같은 전략은 제네바 핵합의, 美·北(미·북) 미사일 협상 등을 통해 지금까지는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재래식 무기 중에서도 240㎜ 다연장 로켓과 170㎜ 自走砲는 사정거리가 길어 서울을 직접 때릴 수 있고 탄도 미사일과 달리 도중에 요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집중 배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습전과 기계화부대 기동전을 결합한 舊(구)소련 전술을 발전시킨 북한군 공격 전술에 따라, 순식간에 엄청난 화력을 집중시켜 韓美 연합군의 방어선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크루즈 미사일보다 더 무섭다』
다연장 로켓의 위력이 처음으로 주목받은 것은 2차 대전 때. 「바바롯사」 작전으로 소련에 쳐들어간 독일군 장병들은 다연장 로켓인 소련군 카투사 로켓의 위력에 놀라 공포에 떨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1년 걸프전 때 이라크軍에게 가장 공포의 대상이었던 것은 크루즈 미사일이나 스마트 폭탄이 아니라 우리 군도 보유한 227㎜ MLRS였다. 다국적군에 투항한 이라크軍 장병들은 MLRS를 「鐵雨(Steel Rain)」라고 표현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고 한다.
북한 240㎜ 다연장 로켓의 경우 한 발이 반경 120m 지역을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로켓엔 12연장인 M1985형과 22연장인 M1991형 두 가지가 있는데 M1991형의 경우 폭 350m, 길이 950m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240㎜ 외에 107㎜, 122㎜, 30㎜ 등 다양한 형태의 다연장 로켓 2700여 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가장 많은 것이 122㎜형이다. 직경 122㎜ 로켓 발사관 40개를 한데 묶은 舊소련의 BM-21을 모방한 것이 많다. 18문의 BM-21(1개 대대)은 수초간의 일제 사격으로 폭 500m, 길이 2㎞ 지역을 순식간에 쑥밭으로 만들 수 있다.
170㎜ 自走砲는 사정거리가 매우 길다는 점이 특징. 全세계적으로 자주포의 사거리는 보통 30㎞ 수준이고 최근 우리 군이 개발한 세계 정상급 自走砲 K-9가 40여㎞다. 이에 대해 한 포병무기 전문가는 『북한의 170㎜ 自走砲 사정거리가 긴 것은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탄두 중량을 줄였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위력은 우리 군의 포탄보다 훨씬 약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들 다연장 로켓과 장거리 自走砲가 주목을 받는 또 한 가지 이유는 화학무기 운반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화학무기는 핵무기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개발이 가능하지만 핵무기에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가난한 자의 핵무기」라 불린다.
북한은 이미 1960년대 초 金日成(김일성)이 독자적인 화학전 능력 확보를 지시한 뒤 화학무기 개발에 주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추정되는 북한의 화학무기 보유량은 2500~5000t. 1996년까지만 해도 보유량은 1000t에 불과했으나 1998년 韓美 양국 전문가들의 전면 再평가 결과 크게 늘어났고 韓美 양국의 화학전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의 화학무기는 함흥, 흥남 등 8개소에서 생산돼 사리원, 산음리 등 6개소에 저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11월 美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연구원은 韓美 안보세미나에서 북한의 다연장 로켓과 화학무기 위협에 대해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북한 군사력 위협의 역동성」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10년 前 현대화를 포기하고 생화학 무기와 그 발사체에 대한 개발을 계속해 온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약화됐는가 아니면 더 커졌는가에 대해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북한 군사력은 명백히 쇠퇴했으나 化生戰(화생전) 무기와 관련된 발사체계의 도입으로 新무기 체계는 많이 발전, 북한의 절대 군사력은 화생전 관련 분야가 발전한 반면 일부 분야는 쇠퇴한 「혼합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240㎜ 다연장 로켓의 위력을 강조했다. 로켓 1발당 8㎏의 사린 가스를 적재할 수 있어 22개의 로켓 발사관이 한 다발로 묶여 있는 240㎜ 다연장 로켓 한 문이 발사되면 176㎏의 사린 가스를 서울에 투하할 수 있고, 100여 문의 발사대에서 동시에 로켓이 발사되면 무려 17t의 사린 가스를 한꺼번에 서울에 뿌릴 수 있다는 것.
서울의 인구밀도가 2만3000명/㎢에 이르기 때문에 240㎜ 로켓 한 문 발사로 적어도 수만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베넷 박사는 주장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40㎜ 다연장 로켓과 170㎜ 自走砲 탄약의 약 30%가 화학탄이라고 한다.
정확도가 크게 떨어져 군사시설물을 정확히 공격하는 데엔 한계가 많은 북한 스커드 B/C, 노동1호 등 장거리 미사일이 위협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사실은 화학무기 때문이다. 관계당국 분석에 따르면 미사일의 경우는 50~60%가 화학탄이라는 것이다.
VX 신경작용제 0.56t을 탑재한 스커드B 미사일 한 발이 서울에 떨어지면 이에 따른 사상자는 2900명에서 1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상자 숫자에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화학무기가 기상조건과 방독면 착용 여부에 따라 피해 규모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2t 정도의 화학무기(프로그 로켓 10발)로 서울을 공격할 경우엔 방독면을 착용하지 않은 시민들 중 20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韓美 당국이 수년 전 은밀히 컴퓨터 모의분석(시뮤레이션)을 해본 결과 전면전이 벌어져 북한이 화학무기를 대량 사용했을 경우 韓美 양국군의 피해는 15만~25만명, 수도권 지역 민간인의 피해는 약 2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美, 北의 재래식 무기 위험 강조
韓美 양국군은 이에 따라 1998년 이후 비밀리에 매년 「○○ ○○○」라 불리는 화생방전 훈련을 하고 있으며, 1999년 11월 韓美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유사시 미군 화생방부대를 조기에 한반도에 배치키로 결정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韓美 양국은 북한의 화학무기 생산 및 저장시설, 화학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 기지 등을 24시간 감시, 유사시 북한이 이를 사용하려 하는 현저한 움직임이 있는 경우 조기에 파괴하는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군은 1998년 미사일 및 화생전에 대비한 종합대비책을 만든 데 이어 1999년엔 화생방 방호사령부를 창설, 화생방 방호장비 및 물자 구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
韓美 양국군은 또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다연장 로켓과 장거리砲에 대해서도 다양한 대책을 발전시키고 있다. 북한 장거리포의 상당수는 동굴 진지에 숨겨져 있다가 유사시 몸체를 드러내고 포를 쏜 뒤 다시 숨게 돼 있는데 이를 인공위성이나 U-2 정찰기, 무인항공기(UAV) 등을 통해 일찌감치 발견, 전투기와 포병 화력으로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북한군 포와 로켓이 발사되면 AN-TPQ 37 對砲兵(대포병) 레이다를 통해 포탄 궤적을 곧바로 역추적, 발사 위치를 찾아내 역시 공군기와 포병 화력 등으로 이를 파괴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북한에 비해 수적으로는 크게 열세지만 韓美 양국군의 다연장 로켓 화력도 만만치 않다. 우리 군이 지난해까지 1차로 29문을 도입한 미국제 227㎜ MLRS는 155㎜ 또는 203㎜ 自走砲 16문이 동시에 발사되는 것과 같은 위력을 보유, 한 번에 축구장 1~2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1문당 227㎜ 로켓 열두 발을 갖고 있는데 이 로켓 한 발엔 수류탄과 비슷한 위력을 갖는 M-77 子彈(자탄) 644개가 들어있어 살상범위가 크다. 북한군의 다연장 로켓은 보통 단순 고성능 폭약으로 이같은 子彈이 들어 있지 않아 위력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MLRS 한 문은 사정거리 165㎞의 「에이태킴스 블럭 1」 미사일이나 사정거리 300㎞의 「에이태킴스 블럭 1A」 미사일을 두 발 탑재할 수 있다. 에이태킴스 미사일은 축구장 3~4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美 국방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까지 29문의 MLRS와 110발의 「에이태킴스 블럭 1」 미사일을 미국으로부터 구입했으며, 추가로 비슷한 규모의 MLRS 발사대와 에이태킴스 블럭 1A 미사일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군은 이와함께 MLRS보다 훨씬 위력이 떨어지는 130㎜ 36연장 다연장 로켓인 「구룡」 250여 문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주한미군은 현재 36문의 MLRS와 로켓 수만 발을 보유하고 있다.
TMD 불참의 이유
軍 관계자들은 우리 정부가 美日 정부가 주도하는 TMD(전역 미사일 방위) 체제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엔 북한의 다연장 로켓 등 장거리포 위협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한다.
정확도가 매우 떨어지는 스커드, 노동1호 등 미사일보다는 장거리砲가 더 우리 수도권에 위협적이고 좁은 한반도 戰場(전장) 환경상 미사일 요격이 어렵기 때문에 비용 對 효과면을 따져봤을 때 TMD 참여가 그다지 절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 출범에 따라 앞으로 북한 대량살상무기와 함께 240㎜ 다연장 로켓과 170㎜ 自走砲 등 장거리포 위협이 크게 부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아미티지 국무부 副장관 내정자를 비롯, 부시 외교안보팀 관계자들이 공식, 非공식적으로 북한의 장거리포 등 재래식 무기 위협을 강조하고 있어 장거리포 문제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