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무기도입 스케줄
오는 2002년까지 차기 전투기(F-X)사업 등 한국군 주요 무기도입 사업의 기종 선정이 잇따를 예정이어서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 주요 무기 수출국의 防産業體(방산업체)들이 우리나라로 몰려들고 있다.
이미 機種(기종)이 선정됐거나 내년 말까지 기종선정이 예정돼 있는 주요 사업만도 4건에 10조원이 넘는다. 이중 가장 큰 것이 4조3000억원 규모의 FX사업. 한국 공군의 신형 주력전투기 40대를 도입하는 것이다.
신형 공격용 헬기를 도입하는 차기 공격용 헬기(AH-X) 사업(2조1000억원)과, 신형 장거리 對空(대공)미사일을 사는 차기 대공미사일(SAM-X) 사업(2조4000억원)도 각 2조원이 넘는다. 이들 3개 사업은 내년중 납품 機(器)種이 선정된다. 일종의 전략무기인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도입하는 1조8000억원 규모의 사업은 내년에 착수돼 2002년 기종이 선정될 예정이다.
이같은 대규모 무기도입 기종 선정 퍼레이드의 출발선은 해군의 차기 잠수함(KSS-Ⅱ) 사업이 지난 10월 말 끊었다. 금년부터 오는 2009년까지 1조2700억원을 들여 1800t급 신형 잠수함 세 척을 국내에서 건조하는 사업이다.
독일 HDW社의 214형과 프랑스 DCNI社의 「스콜핀」이 경합을 벌여오다 214형으로 결정됐다. 가격면에서 독일측이 1억 달러나 싸게 제시한 데다 이미 독일제 209型 잠수함이 우리 해군에 들어와 있어 후속 군수지원면에서도 독일측이 유리해 비교적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역시 독일 HDW社 제품인 209형 아홉 척을 비롯, 우리 해군의 잠수함 부대는 모두 독일제로 구성케 됐다.
국방부는 그동안 잠수함 건조를 독점해온 대우중공업과 건조실적은 없지만 잠수함 전문업체로 지정돼 있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1월 초 사업 제안서를 받았으며 11월중 잠수함 건조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차기 잠수함은 수중 배수량이 1800t으로 기존의 독일제 209형에 비해 300여t가량 크며 신형 첨단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공기不要(불요) 추진(AIP:Air Independent Propulsion) 장치를 장착하고 있다는 점. 종전의 디젤 잠수함은 하루에 한 번 이상 水面 가까이 떠올라 디젤엔진을 가동시켜 베터리를 충전해야 했다. 「스노클링」이라 불리는 이 과정에서 적에게 탐지될 위험이 컸다.
자기 잠수함 사업을 통해 독자적인 잠수함 설계기술을 확보, 3000t급 중(重)잠수함(SS-X) 수척을 국내기술로 독자 건조한다는 게 국방부와 해군의 복안이다.
국방부와 해군이 3000t급 重잠수함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잠수함에서 적국의 지휘통신시설 등 전략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潛對地(잠대지) 크루즈 미사일 탑재가 가능하기 때문. 은밀성이 뛰어난 잠수함에 사정거리 수백㎞의 크루즈 미사일을 탑재하고 중국, 일본 근해를 다닌다면 주변 강대국들도 우리를 만만하게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공군 FX사업은 격전장
공군의 FX 사업은 일련의 機種선정 퍼레이드중 가장 규모가 크고 국내외의 이목이 쏠려 있다. 규모상으로도 5조원이 넘었던 한국형 전투기(KFP)사업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큰 무기도입 사업이 될 전망이다.
통일 이후에 대비, 북한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주변국의 主力 전투기와도 싸워 이길 수 있는 최신 전투기 40대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120대를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IMF 사태와 예산당국의 브레이크로 60대로 줄었다가 결국 40대가 됐다. 공중전뿐 아니라 강력한 對地(대지) 공격능력을 갖는 다목적(Multi Role) 항공기를 도입하겠다는 게 공군의 목표다.
이 사업엔 미국 최대의 항공업체인 보잉을 비롯, 프랑스 다쏘, 유럽 4개국 항공컨소시엄인 유러파이터, 러시아 로스보르제니아 등 내로라 하는 세계 군수업체들이 뛰어들어 벌써 경쟁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 회사의 홍보 에이전트들이 활발히 뛰고 있는 가운데 예비역 공군장성, 전현직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 이들과 친분이 있는 로비스트도 수주전에 가세해 앞으로 FX 機種선정이 「혈투」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후보 機種은 미 보잉社의 F-15K와 프랑스 다쏘의 라팔, 유럽 컨소시엄의 유러파이터 EF-2000, 러시아 수호이社의 SU-35/37 등 4개. 지난 6월 말 이들 업체의 입찰 제안서가 공군에 접수됐으며 지난 8월부터 조종사 등 12명으로 구성된 시험평가단이 러시아,미국,프랑스,영국 등을 차례로 돌고 있다.
미 보잉社의 F-15K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폭기인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을 우리 공군의 요구사항에 맞춰 한국형으로 개조한 것. FX 후보기종 중 유일하게 걸프戰과 코소보戰 등 실전에 참전, 검증된 성능을 갖고 있다.
95.5%의 높은 임무 수행률을 보였고 걸프戰 때 이라크 전투기 33대를 격추시켰다. 종전의 F-15가 하늘에서 적 전투기를 잡는 制空用이었던 데 비해 「스트라이크 이글」은 對地 공격능력을 대폭 향상시킨 것이다.
制空 전투기인 F-15A는 74년에 처음으로 실전배치됐으며 F-15E는 지난 88년 배치, 배치된 지 12년이 지났다.
전천후 전폭기 라팔, 4개社 컨소시움으로 개발한 「타이푼」
프랑스의 라팔은 프랑스 최대의 전투기 업체인 다쏘社가 최신 기술을 이용해 만든 작지만 강력한 전천후 전폭기다. 총 14곳의 무기 장착지점에 「미카(MICA)」 空對空 미사일 10발을 비롯, 기체 중량의 1.45배에 달하는 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제한된 스텔스 기능을 갖고 있다. 핵심 전투 시스템인 RBE-2 레이다는 40대의 적기를 탐지할 수 있고 지상 60~70m로 초저공 비행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1986년 試製機 1호기가 시험비행을 시작한 뒤 1998년 양산 1호기가 생산됐다.
「타이푼(태풍)」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EF-2000은 영국의 BAE, 독일의 DASA, 스페인의 CASA, 이탈리아의 Alenia 등 4개 회사가 컨소시엄으로 개발한 다국적機다. 당초 요격 전용의 제공 전투기로 개발됐으나 對地공격 기능을 추가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인간공학적인 개념을 적용, 작전중 조종사의 부담을 크게 줄인 점이 특징. 조종사의 肉聲(육성)을 인식해 조종 등 각종 임무를 수행하도록 돼 있다.
러시아의 SU-37은 비행중 공중에서 일시 정지하는 「코브라」 機動과 제 자리에서 공중제비를 도는 「섬머솔트」 機動을 선보여 서방측을 놀라게 했던 다목적 전투기. SU-37은 SU-27을 기본형으로 개선한 SU-35의 11번기에 추력편향 노즐을 장착, 기동성을 향상시켰다.
차기 전투기 사업과 관련, 군내에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력 전투기=미국제」라는 과거의 고정관념을 이제는 깰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여론이 군 일각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는 것.
2~3년 전만 해도 「FX=F-15E」라는 의식이 군내에 팽배해 있었고 공군 관계자들은 노골적으로 FX기종으로는 F-15E를 들여와야 한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이같은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우리도 이제는 주력기를 미국제 이외의 것을 생각해볼 때가 됐으며 첨단 기술 이전 등 실리를 취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라팔이 急浮上(급부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군 안팎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라팔의 강점은 우선 1970~80년대 기술로 만들어진 F-15에 비해 최신 항공공학 기술로 제작됐다는 점. 지난 10월 訪韓한 다쏘社의 세르주 다쏘 명예회장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F-15는 이미 생산이 중단된 낡은 기종』이라며 『라팔은 유러파이터에 비해서도 空對空,空對地 작전 성능에서 더 우수하기 때문에 50% 이상 승산을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한국이 라팔을 선택하면 한국 내에서 라팔을 공동생산하는 것은 물론 설계기술을 비롯, 상당한 기술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다쏘社측은 라팔을 기술도입 생산할 경우 타국 수출용 라팔도 한국내에서 제작할 수 있고 500~600명의 기술인력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우리측에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격에 나선 보잉社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만 해도 팔짱을 끼고 있던 보잉社도 다각적인 홍보와 「반격」에 나서는 등 다급해진 모습이다. 프랑스와 다쏘社측이 지난 9~10월 몇 차례에 걸쳐 한국 대학교수와 언론인들을 초청해 라팔 공장 등을 보여주자 보잉사도 언론인 초청 견학 프로그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社측은 F-15E가 FX 후보 기종 중 유일하게 實戰 참전 경험이 있는, 검증된 세계 제1의 전폭기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 F-15E가 1970~80년대 낡은 기술로 만들어진 전투기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보잉社의 한 고위 관계자는 『벤츠가 나온 지 오래 됐다고 그 성능이나 명성에 문제가 있느냐』며 『벤츠는 오래 됐어도 名車』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더구나 F-15E는 최신 기술을 활용해 종전의 F-15를 완전히 뜯어고치고 여러 차례 개량한 것이기 때문에 최신예기와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F-15K를 기술도입 생산할 경우 적극적인 기술이전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보잉社의 F-15K 프로그램 매니저 키쓰 트럼블씨는 『기술도입 생산방식으로 결정되면 보잉사는 F-15K의 성공적인 생산을 위해 기술이전, 조립 공구 및 라인 획득, 훈련, 프로그램 관리 등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도 가장 중요한 변수중의 하나. 이에 대해선 우리 공군은 물론 업체 관계자들도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다. 각종 정보를 종합해보면 直구매의 경우 F-15E는 대당 6500만~7000만 달러, 라팔은 5000만~5500만 달러 수준의 가격을 우리 군에 제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보잉社는 처음에 7500만 달러 수준을 제시했다가 라팔과의 가격 차이가 너무 많이 나자 가격을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보잉社의 키쓰 트럼블씨는 『보잉社도 7500만 달러가 비싸다는 데 동의하며 이에 따라 이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FX사업은 일단 「F-15K 대 라팔」이라는 2파전으로 가고 있는 양상이다. EF-2000은 空對地 능력을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릴 전망이고, SU-35/37은 현재 韓美 안보동맹 체제 아래서는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차기 전투기 40대를 直도입하느냐, 아니면 기술도입으로 생산하느냐도 큰 이슈가 될 전망이다. 공군은 싼 가격으로 빠른 시일 내 도입하기 위해 直도입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한 업체는 물량이 없다는 이유로 기술도입 생산을 바라고 있다. 기술도입 생산방식은 보통 直구매에 비해 20~30% 비싸고 생산준비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 방식으로 결정되면 공군이 반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의 벽 넘을 것인가?
軍 일각에선 기술도입 생산의 경우 40대로는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추가생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도입 생산 프로그램에 대해선 보잉社와 다쏘社만이 제안서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韓美 안보동맹 관계 등 정치적인 고려가 막판 변수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90년 해군 對潛(대잠) 초계기 사업에선 프랑스의 「애틀란틱 Ⅱ」가 미국의 P-3C보다 유리했으나 결국 미국제로 선정됐다.
우리 군 최초의 정보自主化 사업인 「금강백두」 사업에서도 이스라엘제가 유리했으나 『미국제를 사지 않으면 인공위성 정보 등을 돈받고 제공하겠다』는 미국의 「압력」에 결국 미국제로 귀착됐다. 이 때문에 군 일부에선 벌써부터 내년이 되면 국방부와 공군이 골치 아파 서로 떠넘기며 결정을 미룰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AH-X사업은 내년부터 2조998억원의 돈을 들여 최신형 공격용 헬기 2개 대대(36대)를 도입하자는 것. 기존 공격용 헬기의 주력인 AH-1S 「코브라」로는 21세기형 戰場(전장)에 대비할 수 없으므로 소수 정예의 첨단 공격용 헬기부대를 갖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비싼 가격 때문에 국회와 언론 등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후보기종들의 가격이 대당 300억~320억원으로 전투기 한 대 가격에 육박, 우리에겐 너무 사치스런 무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0월23일 국회 국방위의 육군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도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일부 후보기종은 KF-16 가격에 육박하고 운영 유지비도 많이 들어 우리 실정에 부담스런 무기』라고 질타했다.
후보 기종은 미국 보잉社의 AH-64D 「아파치 롱보」와 벨社의 AH-1Z 「슈퍼 코브라」, 러시아 카모프社의 KA-52 「호쿰B」와 밀社의 MI-28 「하보크」 등 4개. 미국과 러시아에서 각각 2명의 선수가 출전, 우리 무기시장에서 보기 드문 미-러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보잉사의 AH-64D 「아파치 롱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의 공격용 헬기. 1984년 첫 실전배치됐던 AH-64A 「아파치」를 대폭 개량한 것으로 1997년 美 육군에 1호기가 납품됐다.
가장 큰 특징은 밀리미터 사격통제 레이더(FCR)와 AGM-114L 「롱보 헬파이어」 對戰車(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는 점. 헬기 主 회전익 위에 달려 있는 이 레이더는 적 전차와 항공기 등 최대 128개의 이동 및 고정표적을 탐지, 이중 16개 우선 표적을 결정해준다.
종전의 「헬파이어」 미사일이 발사된 뒤 목표물에 도달할 때까지 조종사가 유도를 해야 했던 것과 달리,「롱보 헬파이어」 미사일은 유도할 필요가 없어 발사 직후 현장을 떠날 수 있기 때문에 헬기의 생존성을 크게 높여준다.
대당 가격은 당초 320억원대였으나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강력히 제기되자 상당히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사격통제 레이더를 포함할 경우 2600만 달러, 포함하지 않으면 2200만 달러선으로 낮춰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논란 빚고 있는 공격용 헬기사업
벨社의 AH-1Z 「슈퍼 코브라」는 해병대용 AH-1W 를 대폭 개량한 것으로, 아파치처럼 열여섯 발의 헬파이어 對전차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사이드와인더 空對空 미사일이나 스팅어 미사일 두 발도 달 수 있다. 각종 최신 전자장비로 무장하고 있으며, 아파치에 비해 가격이 싼 것이 강점이다. 「제인연감」에 따르면 벨社가 지난 98년 터키에 제시한 대당 가격은 1400만 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러시아 카모프社의 KA-52는 미국의 아파치에 대응해 개발한 것으로 메인 로터 두 개를 정반대 방향으로 회전시키는 이중 반전 로터 방식이다. 산림청에서 산불진화용으로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헬기와 같은 방식이다. 열두 발의 對전차 미사일과 2A42 30㎜ 기관포, 최신 항법 장치 등을 갖추고 있다.
나토에서 「하보크(약탈, 대량파괴)」라 별명을 붙인 러시아 밀社의 MI-28헬기는 최고 속도 시속 300㎞로 비행할 수 있다. 열여섯 발의 對전차 미사일과 30㎜ 기관포, 공대공 미사일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AH-X사업은 우선 어떤 헬기가 선정될 것인가보다는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하는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해·공군은 물론 육군 내에서조차 이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AH-X사업은 육군의 제몫 챙기기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한다.
『육군은 그동안 그동안 전차와 헬기, 자주포, 다연장 로켓(MLRS) 구입에 많은 예산을 써왔는데 이제 그 사업들이 대부분 끝나가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육군 내에서도 논란이 된 AH-X사업을 강행, 육군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입니다.
육군에선 적 후방지역에 대한 縱深(작전)을 위해서라도 아파치 같은 공격용 헬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등 공군의 지원이 없이는 한계가 많습니다. 통일 후 압록강과 두만강 등 中러 국경 순찰용으로도 쓸모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느 나라가 평시에 그런 용도로 공격용 헬기를 쓰고 있습니까』
지난 6월 정상회담 이후 남북화해 무드가 고조되면서 국방부 주변에선 공격용 헬기 구매사업은 가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돌았지만 결국 내년도 예산에 713억원의 사업착수 예산이 포함됐다.
공군의 차기 對空미사일 (SAM-X) 사업도 사업의 타당성과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대형 무기도입 사업이 보통 경쟁입찰 방식을 취해온 것과 달리 미국 패트리어트 미사일만을 단일후보 기종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러시아가 종전의 사업 참여 입장을 바꿔 불참쪽으로 「변심」했기 때문. 지난해 12월 국방부의 1차 제안서 접수 결과 미 레이씨온社의 패트리어트와 러시아 로스보르제니아社의 S-300PMU1이 도전장을 냈다. 그러나 그뒤 러시아측은 국방부의 추가자료 요청에 대해 묵묵부답이었으며 러시아 에이전트는 지난 8월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따라 국방부는 지난 9월 패트리어트만을 대상으로 종합평가를 마쳤다.
美 레이씨온社는 경쟁자 없이 수의계약으로 SAM-X사업을 거머쥘 수 있게 된 것이다. 가격협상에선 우리 군이 그만큼 불리해진 셈이다. 사업의 근본적인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일부 사업은 연기할 가능성도
국방부와 공군 일각에선 對空미사일(SAM-X)사업을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사업과 연관시켜 접근하고 있다. AWACS 사업은 1조8000여억원의 예산으로 오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네 대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도입하는 것. SAM-X 사업보다 1년 늦게 기종이 선정된다.
일부 군 관계자들은 남북 화해 분위기 때문에 내년이 되면 국방예산 압박이 더 커져 국방부가 당초 계획했던 사업을 모두 추진하기 힘들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 우선순위를 정해 몇몇 사업은 뒤로 미뤄야 할 것이란 얘기다. 이에따라 모두 공군사업인 SAM-X사업과 AWACS사업중 하나를 연기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AWACS가 대부분의 군사정보를 미군에 의존해온 우리나라가 자주국방을 실현하기 위해선, 특히 통일 이후 주변국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선 필수적인 무기라고 지적한다. 공군 일각에서는 『공군이 공군에 속해 있는 방공포병 입장 때문에 SAM-X사업의 우선순위를 높여 국방부에 건의했지만 국가전략적으로나 공군 자체의 입장에서보면 AWACS사업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10월18일 국방부 내 국방회관에선 사업 참여의사를 밝힌 全세계 8개 업체를 대상으로 공개설명회가 열렸다. 후보는 미국 보잉사의 B-737 AEW&C를 비롯, 이스라엘 IAI 엘타社의 팰콘, 미 록히드 마틴社의 C-130 , 노스롭 그루먼社의 E-2C , 러시아 프롬엑스포로트社의 A-50 메인스테이, 프랑스 톰슨 CSF社의 ERJ-145, 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 합작인 DASA社의 A310 등이다.
국방부는 신청 업체들로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사업제안서를 접수, 대상 장비를 선정하고 2002년 전반기중 기종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미 機種(기종)이 선정됐거나 내년 말까지 기종선정이 예정돼 있는 주요 사업만도 4건에 10조원이 넘는다. 이중 가장 큰 것이 4조3000억원 규모의 FX사업. 한국 공군의 신형 주력전투기 40대를 도입하는 것이다.
신형 공격용 헬기를 도입하는 차기 공격용 헬기(AH-X) 사업(2조1000억원)과, 신형 장거리 對空(대공)미사일을 사는 차기 대공미사일(SAM-X) 사업(2조4000억원)도 각 2조원이 넘는다. 이들 3개 사업은 내년중 납품 機(器)種이 선정된다. 일종의 전략무기인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도입하는 1조8000억원 규모의 사업은 내년에 착수돼 2002년 기종이 선정될 예정이다.
이같은 대규모 무기도입 기종 선정 퍼레이드의 출발선은 해군의 차기 잠수함(KSS-Ⅱ) 사업이 지난 10월 말 끊었다. 금년부터 오는 2009년까지 1조2700억원을 들여 1800t급 신형 잠수함 세 척을 국내에서 건조하는 사업이다.
독일 HDW社의 214형과 프랑스 DCNI社의 「스콜핀」이 경합을 벌여오다 214형으로 결정됐다. 가격면에서 독일측이 1억 달러나 싸게 제시한 데다 이미 독일제 209型 잠수함이 우리 해군에 들어와 있어 후속 군수지원면에서도 독일측이 유리해 비교적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역시 독일 HDW社 제품인 209형 아홉 척을 비롯, 우리 해군의 잠수함 부대는 모두 독일제로 구성케 됐다.
국방부는 그동안 잠수함 건조를 독점해온 대우중공업과 건조실적은 없지만 잠수함 전문업체로 지정돼 있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1월 초 사업 제안서를 받았으며 11월중 잠수함 건조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차기 잠수함은 수중 배수량이 1800t으로 기존의 독일제 209형에 비해 300여t가량 크며 신형 첨단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공기不要(불요) 추진(AIP:Air Independent Propulsion) 장치를 장착하고 있다는 점. 종전의 디젤 잠수함은 하루에 한 번 이상 水面 가까이 떠올라 디젤엔진을 가동시켜 베터리를 충전해야 했다. 「스노클링」이라 불리는 이 과정에서 적에게 탐지될 위험이 컸다.
자기 잠수함 사업을 통해 독자적인 잠수함 설계기술을 확보, 3000t급 중(重)잠수함(SS-X) 수척을 국내기술로 독자 건조한다는 게 국방부와 해군의 복안이다.
국방부와 해군이 3000t급 重잠수함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잠수함에서 적국의 지휘통신시설 등 전략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潛對地(잠대지) 크루즈 미사일 탑재가 가능하기 때문. 은밀성이 뛰어난 잠수함에 사정거리 수백㎞의 크루즈 미사일을 탑재하고 중국, 일본 근해를 다닌다면 주변 강대국들도 우리를 만만하게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공군 FX사업은 격전장
공군의 FX 사업은 일련의 機種선정 퍼레이드중 가장 규모가 크고 국내외의 이목이 쏠려 있다. 규모상으로도 5조원이 넘었던 한국형 전투기(KFP)사업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큰 무기도입 사업이 될 전망이다.
통일 이후에 대비, 북한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주변국의 主力 전투기와도 싸워 이길 수 있는 최신 전투기 40대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120대를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IMF 사태와 예산당국의 브레이크로 60대로 줄었다가 결국 40대가 됐다. 공중전뿐 아니라 강력한 對地(대지) 공격능력을 갖는 다목적(Multi Role) 항공기를 도입하겠다는 게 공군의 목표다.
이 사업엔 미국 최대의 항공업체인 보잉을 비롯, 프랑스 다쏘, 유럽 4개국 항공컨소시엄인 유러파이터, 러시아 로스보르제니아 등 내로라 하는 세계 군수업체들이 뛰어들어 벌써 경쟁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 회사의 홍보 에이전트들이 활발히 뛰고 있는 가운데 예비역 공군장성, 전현직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 이들과 친분이 있는 로비스트도 수주전에 가세해 앞으로 FX 機種선정이 「혈투」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후보 機種은 미 보잉社의 F-15K와 프랑스 다쏘의 라팔, 유럽 컨소시엄의 유러파이터 EF-2000, 러시아 수호이社의 SU-35/37 등 4개. 지난 6월 말 이들 업체의 입찰 제안서가 공군에 접수됐으며 지난 8월부터 조종사 등 12명으로 구성된 시험평가단이 러시아,미국,프랑스,영국 등을 차례로 돌고 있다.
미 보잉社의 F-15K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폭기인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을 우리 공군의 요구사항에 맞춰 한국형으로 개조한 것. FX 후보기종 중 유일하게 걸프戰과 코소보戰 등 실전에 참전, 검증된 성능을 갖고 있다.
95.5%의 높은 임무 수행률을 보였고 걸프戰 때 이라크 전투기 33대를 격추시켰다. 종전의 F-15가 하늘에서 적 전투기를 잡는 制空用이었던 데 비해 「스트라이크 이글」은 對地 공격능력을 대폭 향상시킨 것이다.
制空 전투기인 F-15A는 74년에 처음으로 실전배치됐으며 F-15E는 지난 88년 배치, 배치된 지 12년이 지났다.
전천후 전폭기 라팔, 4개社 컨소시움으로 개발한 「타이푼」
프랑스의 라팔은 프랑스 최대의 전투기 업체인 다쏘社가 최신 기술을 이용해 만든 작지만 강력한 전천후 전폭기다. 총 14곳의 무기 장착지점에 「미카(MICA)」 空對空 미사일 10발을 비롯, 기체 중량의 1.45배에 달하는 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제한된 스텔스 기능을 갖고 있다. 핵심 전투 시스템인 RBE-2 레이다는 40대의 적기를 탐지할 수 있고 지상 60~70m로 초저공 비행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1986년 試製機 1호기가 시험비행을 시작한 뒤 1998년 양산 1호기가 생산됐다.
「타이푼(태풍)」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EF-2000은 영국의 BAE, 독일의 DASA, 스페인의 CASA, 이탈리아의 Alenia 등 4개 회사가 컨소시엄으로 개발한 다국적機다. 당초 요격 전용의 제공 전투기로 개발됐으나 對地공격 기능을 추가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인간공학적인 개념을 적용, 작전중 조종사의 부담을 크게 줄인 점이 특징. 조종사의 肉聲(육성)을 인식해 조종 등 각종 임무를 수행하도록 돼 있다.
러시아의 SU-37은 비행중 공중에서 일시 정지하는 「코브라」 機動과 제 자리에서 공중제비를 도는 「섬머솔트」 機動을 선보여 서방측을 놀라게 했던 다목적 전투기. SU-37은 SU-27을 기본형으로 개선한 SU-35의 11번기에 추력편향 노즐을 장착, 기동성을 향상시켰다.
차기 전투기 사업과 관련, 군내에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력 전투기=미국제」라는 과거의 고정관념을 이제는 깰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여론이 군 일각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는 것.
2~3년 전만 해도 「FX=F-15E」라는 의식이 군내에 팽배해 있었고 공군 관계자들은 노골적으로 FX기종으로는 F-15E를 들여와야 한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이같은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우리도 이제는 주력기를 미국제 이외의 것을 생각해볼 때가 됐으며 첨단 기술 이전 등 실리를 취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라팔이 急浮上(급부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군 안팎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라팔의 강점은 우선 1970~80년대 기술로 만들어진 F-15에 비해 최신 항공공학 기술로 제작됐다는 점. 지난 10월 訪韓한 다쏘社의 세르주 다쏘 명예회장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F-15는 이미 생산이 중단된 낡은 기종』이라며 『라팔은 유러파이터에 비해서도 空對空,空對地 작전 성능에서 더 우수하기 때문에 50% 이상 승산을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한국이 라팔을 선택하면 한국 내에서 라팔을 공동생산하는 것은 물론 설계기술을 비롯, 상당한 기술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다쏘社측은 라팔을 기술도입 생산할 경우 타국 수출용 라팔도 한국내에서 제작할 수 있고 500~600명의 기술인력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우리측에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격에 나선 보잉社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만 해도 팔짱을 끼고 있던 보잉社도 다각적인 홍보와 「반격」에 나서는 등 다급해진 모습이다. 프랑스와 다쏘社측이 지난 9~10월 몇 차례에 걸쳐 한국 대학교수와 언론인들을 초청해 라팔 공장 등을 보여주자 보잉사도 언론인 초청 견학 프로그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社측은 F-15E가 FX 후보 기종 중 유일하게 實戰 참전 경험이 있는, 검증된 세계 제1의 전폭기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 F-15E가 1970~80년대 낡은 기술로 만들어진 전투기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보잉社의 한 고위 관계자는 『벤츠가 나온 지 오래 됐다고 그 성능이나 명성에 문제가 있느냐』며 『벤츠는 오래 됐어도 名車』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더구나 F-15E는 최신 기술을 활용해 종전의 F-15를 완전히 뜯어고치고 여러 차례 개량한 것이기 때문에 최신예기와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F-15K를 기술도입 생산할 경우 적극적인 기술이전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보잉社의 F-15K 프로그램 매니저 키쓰 트럼블씨는 『기술도입 생산방식으로 결정되면 보잉사는 F-15K의 성공적인 생산을 위해 기술이전, 조립 공구 및 라인 획득, 훈련, 프로그램 관리 등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도 가장 중요한 변수중의 하나. 이에 대해선 우리 공군은 물론 업체 관계자들도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다. 각종 정보를 종합해보면 直구매의 경우 F-15E는 대당 6500만~7000만 달러, 라팔은 5000만~5500만 달러 수준의 가격을 우리 군에 제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보잉社는 처음에 7500만 달러 수준을 제시했다가 라팔과의 가격 차이가 너무 많이 나자 가격을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보잉社의 키쓰 트럼블씨는 『보잉社도 7500만 달러가 비싸다는 데 동의하며 이에 따라 이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FX사업은 일단 「F-15K 대 라팔」이라는 2파전으로 가고 있는 양상이다. EF-2000은 空對地 능력을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릴 전망이고, SU-35/37은 현재 韓美 안보동맹 체제 아래서는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차기 전투기 40대를 直도입하느냐, 아니면 기술도입으로 생산하느냐도 큰 이슈가 될 전망이다. 공군은 싼 가격으로 빠른 시일 내 도입하기 위해 直도입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한 업체는 물량이 없다는 이유로 기술도입 생산을 바라고 있다. 기술도입 생산방식은 보통 直구매에 비해 20~30% 비싸고 생산준비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 방식으로 결정되면 공군이 반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의 벽 넘을 것인가?
軍 일각에선 기술도입 생산의 경우 40대로는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추가생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도입 생산 프로그램에 대해선 보잉社와 다쏘社만이 제안서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韓美 안보동맹 관계 등 정치적인 고려가 막판 변수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90년 해군 對潛(대잠) 초계기 사업에선 프랑스의 「애틀란틱 Ⅱ」가 미국의 P-3C보다 유리했으나 결국 미국제로 선정됐다.
우리 군 최초의 정보自主化 사업인 「금강백두」 사업에서도 이스라엘제가 유리했으나 『미국제를 사지 않으면 인공위성 정보 등을 돈받고 제공하겠다』는 미국의 「압력」에 결국 미국제로 귀착됐다. 이 때문에 군 일부에선 벌써부터 내년이 되면 국방부와 공군이 골치 아파 서로 떠넘기며 결정을 미룰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AH-X사업은 내년부터 2조998억원의 돈을 들여 최신형 공격용 헬기 2개 대대(36대)를 도입하자는 것. 기존 공격용 헬기의 주력인 AH-1S 「코브라」로는 21세기형 戰場(전장)에 대비할 수 없으므로 소수 정예의 첨단 공격용 헬기부대를 갖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비싼 가격 때문에 국회와 언론 등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후보기종들의 가격이 대당 300억~320억원으로 전투기 한 대 가격에 육박, 우리에겐 너무 사치스런 무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0월23일 국회 국방위의 육군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도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일부 후보기종은 KF-16 가격에 육박하고 운영 유지비도 많이 들어 우리 실정에 부담스런 무기』라고 질타했다.
후보 기종은 미국 보잉社의 AH-64D 「아파치 롱보」와 벨社의 AH-1Z 「슈퍼 코브라」, 러시아 카모프社의 KA-52 「호쿰B」와 밀社의 MI-28 「하보크」 등 4개. 미국과 러시아에서 각각 2명의 선수가 출전, 우리 무기시장에서 보기 드문 미-러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보잉사의 AH-64D 「아파치 롱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의 공격용 헬기. 1984년 첫 실전배치됐던 AH-64A 「아파치」를 대폭 개량한 것으로 1997년 美 육군에 1호기가 납품됐다.
가장 큰 특징은 밀리미터 사격통제 레이더(FCR)와 AGM-114L 「롱보 헬파이어」 對戰車(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는 점. 헬기 主 회전익 위에 달려 있는 이 레이더는 적 전차와 항공기 등 최대 128개의 이동 및 고정표적을 탐지, 이중 16개 우선 표적을 결정해준다.
종전의 「헬파이어」 미사일이 발사된 뒤 목표물에 도달할 때까지 조종사가 유도를 해야 했던 것과 달리,「롱보 헬파이어」 미사일은 유도할 필요가 없어 발사 직후 현장을 떠날 수 있기 때문에 헬기의 생존성을 크게 높여준다.
대당 가격은 당초 320억원대였으나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강력히 제기되자 상당히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사격통제 레이더를 포함할 경우 2600만 달러, 포함하지 않으면 2200만 달러선으로 낮춰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논란 빚고 있는 공격용 헬기사업
벨社의 AH-1Z 「슈퍼 코브라」는 해병대용 AH-1W 를 대폭 개량한 것으로, 아파치처럼 열여섯 발의 헬파이어 對전차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사이드와인더 空對空 미사일이나 스팅어 미사일 두 발도 달 수 있다. 각종 최신 전자장비로 무장하고 있으며, 아파치에 비해 가격이 싼 것이 강점이다. 「제인연감」에 따르면 벨社가 지난 98년 터키에 제시한 대당 가격은 1400만 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러시아 카모프社의 KA-52는 미국의 아파치에 대응해 개발한 것으로 메인 로터 두 개를 정반대 방향으로 회전시키는 이중 반전 로터 방식이다. 산림청에서 산불진화용으로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헬기와 같은 방식이다. 열두 발의 對전차 미사일과 2A42 30㎜ 기관포, 최신 항법 장치 등을 갖추고 있다.
나토에서 「하보크(약탈, 대량파괴)」라 별명을 붙인 러시아 밀社의 MI-28헬기는 최고 속도 시속 300㎞로 비행할 수 있다. 열여섯 발의 對전차 미사일과 30㎜ 기관포, 공대공 미사일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AH-X사업은 우선 어떤 헬기가 선정될 것인가보다는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하는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해·공군은 물론 육군 내에서조차 이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AH-X사업은 육군의 제몫 챙기기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한다.
『육군은 그동안 그동안 전차와 헬기, 자주포, 다연장 로켓(MLRS) 구입에 많은 예산을 써왔는데 이제 그 사업들이 대부분 끝나가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육군 내에서도 논란이 된 AH-X사업을 강행, 육군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입니다.
육군에선 적 후방지역에 대한 縱深(작전)을 위해서라도 아파치 같은 공격용 헬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등 공군의 지원이 없이는 한계가 많습니다. 통일 후 압록강과 두만강 등 中러 국경 순찰용으로도 쓸모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느 나라가 평시에 그런 용도로 공격용 헬기를 쓰고 있습니까』
지난 6월 정상회담 이후 남북화해 무드가 고조되면서 국방부 주변에선 공격용 헬기 구매사업은 가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돌았지만 결국 내년도 예산에 713억원의 사업착수 예산이 포함됐다.
공군의 차기 對空미사일 (SAM-X) 사업도 사업의 타당성과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대형 무기도입 사업이 보통 경쟁입찰 방식을 취해온 것과 달리 미국 패트리어트 미사일만을 단일후보 기종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러시아가 종전의 사업 참여 입장을 바꿔 불참쪽으로 「변심」했기 때문. 지난해 12월 국방부의 1차 제안서 접수 결과 미 레이씨온社의 패트리어트와 러시아 로스보르제니아社의 S-300PMU1이 도전장을 냈다. 그러나 그뒤 러시아측은 국방부의 추가자료 요청에 대해 묵묵부답이었으며 러시아 에이전트는 지난 8월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따라 국방부는 지난 9월 패트리어트만을 대상으로 종합평가를 마쳤다.
美 레이씨온社는 경쟁자 없이 수의계약으로 SAM-X사업을 거머쥘 수 있게 된 것이다. 가격협상에선 우리 군이 그만큼 불리해진 셈이다. 사업의 근본적인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일부 사업은 연기할 가능성도
국방부와 공군 일각에선 對空미사일(SAM-X)사업을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사업과 연관시켜 접근하고 있다. AWACS 사업은 1조8000여억원의 예산으로 오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네 대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도입하는 것. SAM-X 사업보다 1년 늦게 기종이 선정된다.
일부 군 관계자들은 남북 화해 분위기 때문에 내년이 되면 국방예산 압박이 더 커져 국방부가 당초 계획했던 사업을 모두 추진하기 힘들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 우선순위를 정해 몇몇 사업은 뒤로 미뤄야 할 것이란 얘기다. 이에따라 모두 공군사업인 SAM-X사업과 AWACS사업중 하나를 연기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AWACS가 대부분의 군사정보를 미군에 의존해온 우리나라가 자주국방을 실현하기 위해선, 특히 통일 이후 주변국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선 필수적인 무기라고 지적한다. 공군 일각에서는 『공군이 공군에 속해 있는 방공포병 입장 때문에 SAM-X사업의 우선순위를 높여 국방부에 건의했지만 국가전략적으로나 공군 자체의 입장에서보면 AWACS사업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10월18일 국방부 내 국방회관에선 사업 참여의사를 밝힌 全세계 8개 업체를 대상으로 공개설명회가 열렸다. 후보는 미국 보잉사의 B-737 AEW&C를 비롯, 이스라엘 IAI 엘타社의 팰콘, 미 록히드 마틴社의 C-130 , 노스롭 그루먼社의 E-2C , 러시아 프롬엑스포로트社의 A-50 메인스테이, 프랑스 톰슨 CSF社의 ERJ-145, 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 합작인 DASA社의 A310 등이다.
국방부는 신청 업체들로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사업제안서를 접수, 대상 장비를 선정하고 2002년 전반기중 기종을 선정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