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동맹 깨지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중국 눈치 본다고 일본이 할 일을 포기할 순 없다』
오카자키 히사히코(岡崎久彦):1930년 중국 대련 출생. 동경대 법학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석사).
워싱턴·서울주재 일본 대사관근무. 초대 외무성 정보조사국장, 방위청 파견 참사관, 駐사우디, 태국대사. 저서:「국가와 정보」, 「전략적 사고란 무엇인가」 「고무라 주타로와 그의 시대」 외 다수.
『미·일동맹이 아시아 평화의 기초
중국이 한국을 미·일편이라 판단하면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
그래도 한국은 미·일동맹권을 벗어날 수 없을 것』
●『중국 눈치 본다고 일본이 할 일을 포기할 순 없다』
오카자키 히사히코(岡崎久彦):1930년 중국 대련 출생. 동경대 법학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석사).
워싱턴·서울주재 일본 대사관근무. 초대 외무성 정보조사국장, 방위청 파견 참사관, 駐사우디, 태국대사. 저서:「국가와 정보」, 「전략적 사고란 무엇인가」 「고무라 주타로와 그의 시대」 외 다수.
『미·일동맹이 아시아 평화의 기초
중국이 한국을 미·일편이라 판단하면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
그래도 한국은 미·일동맹권을 벗어날 수 없을 것』
일본 외무성內 최고 전략가
일본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안보관련 법률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1996년에 21세기에도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겠다는 합의를 이룬 이래, 거의 매일 자위대법, 주변사태법 등 관련논의가 국회에서 열려왔 다. 예전 같으면 불붙었을 「평화헌법 위배」라는 논란도 별로 보이지 않고, 여론도 대체로 「상황변화에 따라 당연히 취해가야 할 조치」라는 분위기다. 이같은 변화의 제일 큰 요인은 지난해 일본열도를 넘어 날아갔던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발사가 불러온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점점 커가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그러면 이처럼 변화하는 일본의 안보정책은 도대체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인가. 이같은 의문은 일본을 지켜보는 주변 국가들 못지 않게 일본內(내)에서도 뜨거운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카자키 히사히코(岡崎久彦) 대사는 이같은 일본內 전략논쟁의 한 가운데 서있는 인물이다. 1930년 중국 大連(대련)생인 그는 지난 1992년 태국 대사를 끝으로 외무성을 은퇴할 때까지 정세분석과 전략입안에서는 외무성內 최고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1952년 동경대학 법대 3학년 재학중 외교관시험에 합격한 그는 워싱턴, 서울 등 일본 외교의 요충지를 두루 거쳤고, 1984년에는 외무성에 정보조사국을 창설, 정세분석과 중장기 전략 입안의 기틀을 닦았다. 그가 외무성에서 전략통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은 방위청 국제담당 참사관을 거친데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美 하버드大, 랜드(RAND)연구소 등지에서도 연구, 군사문제에 대해서도 정통한 식견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 그가 출간한 「국가와 정보」, 「전략적 사고란 무엇인가」 등의 저서는 일본內 전략문제를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필독서가 돼 있고, 한국과 관련해서도 「이웃 나라에서 생각한 일」이라는 저서(1977년)로 일본 수필가 클럽상을 수상했다.
외교사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온 그는 露日(노일)전쟁 당시 일본외교의 사령탑이었던 「고무라 주타로와 그의 시대」라는 新刊(신간)을 지난해 출간한 데 이어, 최근에는 다이쇼(大正) 데모크라시 당시인 1920년대 일본 외교사 집필에 전념하는 등 정력적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은퇴 이후 그의 생각에 대해 현재 일본 외무성이나 방위청 인사들은, 정부가 조심스런 자세를 취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에 대해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때로 「매파」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분명한 역사관과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전략을 개진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적인 우파」와는 구분된다. 최근 안보환경 변화와 함께 그의 주장이 점점 일본內에서 지지를 더해가는 분위기라, 한국민이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오늘의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시각을 살펴보는 것이 한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그는 특히 클린턴 행정부 등장 이후 경제마찰로 흔들리던 美日(미일) 안보동맹을 강화시키기 위한 여론환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최근 2년 동안은 韓日(한일)안보협력 강화를 위한 官民(관민)합동회의 개최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필자는 지난 6월 한달간 도쿄에 체류하는 동안 세 차례 오카자키 대사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처음에는 1970년대 美日관계 등에 대한 경험을 듣기 위해 만났고, 두 번째는 대사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오카자키연구소」측 권유로 자위대 간부후보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을 들은 일이었다. 그러는 사이 일본의 유력 월간지 쥬오고론(中央公論)에 「아시아에도 반세기의 평화를」이라는 대사의 글이 머릿기사로 실렸다. 세 번째 만남은 지난 6월30일 오후 月刊朝鮮(월간조선)의 요청으로 가진 대담이었다. 인터뷰는 그 자신이 특별고문으로 있는 도쿄시내 하쿠호도(博報堂) 건물 5층에 있는 개인연구소 응접실에서 두 시간 조금 넘게 가졌다. 훤칠한 키에 古稀(고희)의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보이는 그는 현재의 東北亞(동북아)정세와 일본의 안보정책, 그리고 한일관계에 대한 자신의 역사적 , 전략적 평가들을 거침없이, 그러나 담담하게 소개했다.
『일본은 현재나 앞으로나 한국에 감사해야』
―그동안 여러 저서에서 한국이 일본의 안보에 차지하는 중요성을 늘 강조해오셨는데.
『일본의 안보에서 한반도 남부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역사를 보면, 한반도에서 일본에 우호적인 세력이 등장하거나, 최소한 일본에게 非(비)우호적 세력이 들어서지 않는 한 일본에 직접적인 위협이 등장하지 않았다. 19세기 말 이전에 일본이 규슈에 방어진지를 구축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어조치를 취한 경우는 두 번뿐이었다. 첫번째는 7세기 당시 중국의 당나라가 신라와 연합, 백제를 멸망시키기 위해 연합군을 형성했을 당시였다.
두 번째 경우는 몽골의 원나라가 고려를 침략, 한반도를 손안에 넣었던 13세기 당시였다. 이후 20세기 초 한반도를 점령하려는 러시아의 야심이 분명해졌을 때 일본은 러시아에 맞서 거의 필사적인 전투를 벌였다. 2차대전 敗戰(패전) 이후 일본이 재무장하게 된 것도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이 부산 근처까지 쳐내려온 이후였다. 따라서 일본은 현재나 앞으로나 한국이 일본의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북한 공산주의의 위협을 차단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1970년대 주한 일본대사관 근무도 하셨는데,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전략적 가치는 어떤 것이라고 보는지.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 남부의 전략적 가치는 고정된 것이었는 데 비해, 한국측에서 볼 때 일본의 전략적 가치는 시기에 따라 변화를 겪어왔다. 삼국시대 당시 백제는 일본과의 군사적 협력을 기대했으며, 실제로 羅唐(나당)연합군의 공격을 받았을 때 백제는 일본의 도움을 요청했다. 그래서 일본은 지원군을 파견했지만, 지원군은 백제와 함께 패배했다.
그리고 이후 신라와 唐 사이에 7년간이라는 긴 전쟁이 있었다. 당시 신라는 일본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다. 왜냐하면 당나라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처지에 일본마저 뒤에서 공격을 해오면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당시가 舊(구)한말 이전까지의 역사에서 한국이 북쪽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의 도움이나 일본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코자 했던 거의 유일한 경우였다. 그 이외에는 몇 가지 작은 에피소드 정도의 사건들로, 일본의 도움을 얻어 근대화를 압당기려 시도했던 김옥균의 갑신정변 정도의 예가 있을 뿐이다』
『韓日 양국간 安保 협력방안 강구해야』
―대사께서는 최근 한국의 여의도 소사이어티 등과 공동주최로 韓日간 해상안보협력, 또 사할린 지진이나 미얀마 사태 등을 상정한 韓日공동 평화유지군 파견 등의 韓日간 군사협력 관련 시뮬레이션 연구 등을 주도해 왔는데, 이런 韓日간의 半官半民(반관반민) 형태의 「트랙 2」 안보협력을 발벗고 추진하게 된 동기는.
『나는 그런 협력을 이미 1970년대 초부터 지지해 왔다. 제일 큰 이유는 일본의 안보를 다져가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 이미 한국이 일본의 안보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나라라는 인식을 확고히 다지고 있었다. 현재는 미국의 막강한 국력에 기초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미국이 더 중요한 파트너가 돼 있지만, 특히 근대 이전의 시대에는 한국이 地政學(지정학)적으로 일본의 안보에 가장 중요한 나라였다. 내가 한국 근무를 마치고 떠난 것이 1975년쯤이었는데, 나는 1970년대 내내 그리고 1980년대 초까지 韓日간 안보협력 강화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이후에는 사우디와 태국 등지의 대사로 나가 있었다.
그런 사이 한국에서는 盧泰愚(노태우) 정부의 출범과 함께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언론, 표현의 자유가 신장됐는데, 이 시기에 한국에서는 反日(반일) 캠페인이 부상했고, 그 캠페인이 약 10년 가까이 계속됐다. 이런 시기에 韓日간의 군사협력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 자신 역시 대사로 해외에서 일하고 있기도 했었고 해서, 스스로 한국문제에 대해서는 소외된 상태로 지냈다. 이 기간 동안 이전의 많은 親韓(친한)인사들이 韓日간의 안보협력 문제에 대해 관여하지 않게 됐는데 이는 애석한 일이다. 예를 들면 동경대학의 교수분들 등 1970년대 韓日간의 안보협력을 지지하던 저명한 학자분들이 있었으나, 1980년대 동안 그분들은 韓日관계에 간여하기를 거의 포기하고 한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시대가 다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냉전 이후 시대의 전략환경 변화가 韓日간 안보협력 논의에 영향을 준 것인가.
『사실 안보환경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현재 韓日관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럽의 佛獨(불독) 관계나 英獨(영독)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모두 독일 「戰線(전선)」에 배치된 미군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수행하게 될 역할이 바로 이같은 역할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방어를 위해서 일본이 후방지원을 한다는 측면에서 1950년 이래 전략환경에는 변화가 없었다. 다만 상호 국민감정에서 그러한 변화가 있어왔던 것이다. 나는 지난 40여년간 늘 韓日 양국이 안보문제와 관련, 무언가 협력방안들을 강구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아마 이제 그런 시기가 온 것이 아닌가 한다』
―작년 金大中(김대중) 대통령의 訪日(방일)과 당시 이뤄진 과거사 문제 타결이 이런 변화에 기여했다고 보나.
『우연한 일치이다. 왜냐하면 우리 연구소에서는 韓日간의 안보협력을 위한 프로젝트들을 金대통령이 訪日하기 1년 전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역시 시대조류가 바뀌고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다』
日本人의 反신라 감정의 이유
―한국인들의 독특한 민족성, 다시 말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일은 거의 없으나, 외침에 대한 저항에서는 대단히 우수하다는 민족성이 역사적으로 일본의 안보 유지에 큰 도움이 됐고, 이로 인해 「일본은 한국에 감사해야 한다」는 지적을 저서 등을 통해 해왔는데.
『실제로 고구려는 강대한 나라였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고구려가 강대하다고 해도 중국은 훨씬 더 강했다는 데 있다. 한국은 항상 스스로의 國力(국력)보다는 더 강한 나라와 이웃으로 지내야 했다. 한국이 해협을 넘어 일본을 공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7세기경에는 일본이 三國(삼국) 중 어느 한 나라보다는 더 인구가 많은 상태였다. 여기에다 일본은 기후가 더 따뜻하고 한국보다는 비가 더 많이 온다. 그래서 농업 생산성이 이미 한반도보다는 높았다. 따라서 요즘방식의 GDP로 보면 당시 일본이 한반도內 삼국의 어느 한 왕조보다는 높은 경제력을 유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한국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사적으로 외부로부터의 방어였지 공격이 아니었다』
―통일한국이 출현했을 때는, 일본에 위협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조선 초기에 일본의 해적(왜구)들이 한반도 남부를 노략한 데 대응, 왜구소탕을 위해 대마도까지 원정을 나선 적은 있다. 이것이 유일한 경우였지만, 이 역시 일종의 경찰행위(police action)였고, 본격적인 침공은 아니었다. 또 조선군이 일본 본토(혼슈)까지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삼국시대 당시 일본은 백제에 많은 은혜를 입고 있었는데, 그런 백제가 羅唐연합군에 의해 패망하자 이후 계속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적개심과 보복심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있는데.
『근거가 있는 얘기다. 일본은 한번도 신라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진 적이 없다. 기록된 역사에 나타난 얘기는 아니지만, 일본은 확실히 신라에 대해서는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에도 일본은 문화흡수를 위해 중국으로 공식 사절을 파견하곤 했다. 당시 가장 안전한 방법은 신라를 경유해서 가는 방법이었다. 당시 신라는 이미 당나라와 화해를 했고, 신라의 수도 경주는 대단히 번창하고 평화로운 도시였다. 하지만 당시 일본의 對中(대중) 사절은 한번도 신라를 통해 중국으로 간 일이 없었다. 대신 폭풍으로 선원과 사절들의 목숨을 잃어가면서도 먼 바닷길로 돌아 중국으로 사절을 보내곤 했다. 그래서 나는 신라와 일본과의 관계는 역사에 기록된 것보다 더 나빴을 것으로 상상한다.
당시 일본이 일종의 원한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본다. 8세기경 일본역사를 보면 읽기 지루할 정도로 승진기록 등이 많이 나오는데, 백제王家(왕가) 사람들의 이름이 많이 나온다. 때문에 나는 당시 일본왕조 요직들의 상당수를 백제王家(왕가) 망명객들이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백제가 망한 이후 일본에서 일었던 反신라 정서는 일본인 자신들의 것이라기보다는 백제 망명객들의 울분이 작용한 결과였다고 본다』
한일합병은 불가피?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경우, 일본 통일을 바탕으로 한 조선 출병에는 성공했지만, 전반적인 전략 상황인식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린 적이 있는데.
『히데요시는 중국을 정벌하겠다고 했는데 그것은 非현실적인 전략이었다. 그것은 히데요시의 꿈에 지나지 않았다. 전쟁의 결과 명나라가 약화됐고, 그것이 청나라가 들어서는 원인이 되기는 했다. 그러나 히데요시가 중국 전체를 점령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중국이 개입하는 한 원인이 됐다. 만일 일본이 중국침공을 목표로 하지 않고 한반도 점령만을 목표로 했었다면, 그 목적을 실행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한국의 실력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정확히 했으나, 중국의 실력에 대해서는 거의 제대로 된 정세평가가 없었다고 본다』
―최근 출간된 「고무라 주타로와 그의 시대」라는 책에서 20세기 초 일본의 對韓(대한) 침략과 韓日합병 등의 조치는 당시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야심에 대처하기 위해 代案(대안)이 없었던 조치라고 주장했는데.
『러시아의 야심은 명확했다. 러시아의 황제 차르 니콜라스는 그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곤 했다. 한국을 포함, 러시아에 의한 극동의 관리(management)가 자신의 재위기간 중 목표라고 밝히곤 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한반도 전체를 점령하고자 하는 의도를 명확히 했다. 그는 만일 일본이 한반도에 머물러 있다면, 그러한 상황은 극동에서 (영국이 러시아의 코앞인 흑해 입구를 막고 있는) 다다넬스 해협과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얘기하곤 했다』
한반도 유사시 日本 도움 없이는 작전이 어렵다
―일본이 이전부터 한반도에 대해 가져온 야심이나 국내 인구증가 등 경제적 요인들도 한반도 强占(강점)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보지 않나.
『역시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대처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러시아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마무리해 가면서 만주와 조선에 대한 영향력 확보를 위해 진력하고 있었다. 일본은 1901년 말까지 러시아와 타협을 이뤄야 할지 아니면 영국과 동맹을 체결해 러시아에 대항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당시 러시아는 계속 조선의 중립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국주의 시대이던 당시 지도를 보면 러시아가 얘기하는 조선의 중립이란 외교적 修辭(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얘기는 조선에 대한 일본의 세력권을 인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일단 만주만 확보하고 나면 조선도 러시아가 차지하겠다는 얘기에 다름 아닌 것이었다.
1903년쯤 러시아황실에서는 위테(재무장관) 등 온건파보다 베로브라조프 등 對日(대일) 강경파들이 득세, 황제의 생각을 사로잡게 됐다. 러시아가 조선반도마저 확보, 쓰시마 해협등지로 자유통항을 하게 되면 일본으로서는 직접적인 안보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쯤에는 일본에서도 고무라 주타로 같은 對러 강경파뿐 아니라 이토 히로부미같은 신중파들도 러시아와의 一戰不辭(일전불사)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굳혀가게 됐던 것이다』
―현재 한국이 일본과의 안보, 전략적인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가.
『현재 한국의 안보는 잘 무장된 한국군과 주한미군에 의해 보장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남침이 있을 경우,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 美日 안보협정에 따른 일본측의 후방지원 없이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지원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미군이 제공권을 확보하려면 오키나와에 배치된 최신예 美 F-15 전투기의 출격이 필수적이고, 미사와에 주둔중인 F-16전투기들이 지상시설이나 부대공격을 위해 동원돼야 한다. 요코스카에 배치된 美 항공모함으로부터의 공격과 지원도 필수적이다. 그리고 적대행위가 오래 계속될 경우, 韓美 양국군은 일본을 통해 이뤄지는 미군의 보급과 병참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본정부의 협조가 불가결한 것이다.
중국, 남한 주도의 통일 지원 가능성 희박
현재 극동 주둔 美해군과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상호 역할에서 보완적인 면이 많다. 일본은 현재 1백여 대의 對잠초계기 P3-C를 보유, 가공할 對잠수함 작전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美 해군은 對잠수함 작전에서 일본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유사시 미국에서 남한까지의 해상 교통로 방어를 위해서는 일본측의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한반도의 평화가 북한의 도발로 위협받을 경우, 한국이 외부로부터 협력을 얻고자 한다면, 일본이나 일본에 기지를 둔 외국군대뿐인 게 현실이다』
―현실이 그렇다 해도 韓日간의 안보협력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온도는 그런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것 아닌가.
『전략적인 측면에서 현재 韓日관계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프랑스나 영국이 미군을 지원하는 면에서 독일과 유지해온 관계와 유사하다. 보다 넓은 측면에서 보더라도, 韓日 양국은 여러 면에서 공통의 안보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양국이 모두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고 있고, 한국경제에서 일본의 자본과 기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두 나라는 모두 천연자원이 부족한 현실이라 해상교통로 방어라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비해 갈등요인들은 별로 많지 않다. 무역이나 산업관련 분쟁들은 협상을 통해 풀어갈 수 있는 사안들이고, 실제로 그런 분쟁들은 이미 많이 해결이 된 상태다. 두 나라가 모두 타협을 하지 않으려는 현안이라면 다케시마(독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 일본이 평화적으로 해결(국제 사법재판소에서 논의하는 방식을 포함)한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안보적 위협으로 발전될 현실적인 가능성은 全無(전무)한 상태다』
―독도 문제가 韓日관계에 시한폭탄 같은 존재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지 않나.
『그것은 작은 문제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은 그 섬(독도)에 대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고, 그리고 일본은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편으로 중국과의 관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측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현실이고, 통일 이후에도 중국과 긴 국경을 맞대게 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본과의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더라도 중국을 적대시하는 방향으로 韓日간의 협력이 진전된다면, 한국의 안보에는 오히려 손실이 된다는 우려가 있는데.
『그것은 이해가 되는 고려이다』
―한국으로서 對中, 對日관계를 모두 고려해 취할 수 있는 중간의 선택이 있다고 보나.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일본이 한국과 협력을 하든 안하든 간에, 중국측이 만일 21세기가 중국對 美日동맹간의 대결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중국은 쉽게 북한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한쪽에는 美日 안보동맹이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중국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가 현실화된다면,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특히나 남한 주도의 통일을 지원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일 한국이 美日 양국과 보다 더 가까운 협력을 선언한다면, 중국측의 그런 대응을 촉진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이 보다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자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입장이다』
일본은 이미 강력한 군사력을 확보
―대사는 최근 수년 동안 美日 안보협력 강화를 위한 일본內 여론 환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셨다. 하지만 駐日(주일)미군은 일본의 본격적인 재무장을 방지하는 「병뚜껑」 같은 역할을 한다는 비유가 있을 정도로 양면적인 성격을 동시에 가져왔는데.
『병뚜껑이라는 미군 장성의 발언은 사실 당시 와전된 얘기였다. 그러나 비유 자체는 일리가 있는 얘기다. 美日 안보관계가 약화될 경우, 일본이 불안감을 느끼고, 또 스스로의 안보를 모두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 사실이다. 만일 혼자서 국가안보를 모두 확보하려면, 안보적 준비는 1백%로는 충분치 않다. 1백20% 정도의 안보태세를 갖춰야 국방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2차대전 이전의 일본이나, 냉전기간 중 소련의 국방체계와 유사한 것이다. 다시 말해 반드시 중무장 상태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美日 안보조약은 일본이 비교적 완화된 무장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끔 한다는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美日 안보협력을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도 일본이 군사적 대비태세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오지 않았나.
『군사적 대비태세라는 면에서 본다면, 이제는 새로 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없다. 일본은 이미 충분히 강력한 군사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다른 서구 국가들은 냉전이 시작된 이후 40년 동안 軍費(군비) 증강에 노력을 기울였다. 일본의 경우 이 시기에는 오히려 게으름을 피웠으나, 냉전의 막바지 10년간(1980년대)부터 본격적인 무장을 추진했다. 그래서 현재 일본의 무기체계는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첨단장비들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戰力(전력) 우위는 다가오는 10년 정도까지 유지될 것이다. 다른 모든 국가들은 戰力 현대화를 추진해야 할지 모르지만, 일본은 달리 새로운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 현대화를 추진해야 할 유일한 분야라면, 敵國(적국)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戰域(전역)미사일 방어체제(TMD) 관련 기술이다. 일본은 군비증강이나 재군비 등을 새로 더 추진할 필요가 없다. 현재의 전력을 유지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일본이 국내외적으로 밝혀왔던 GNP 1% 이내라는 방위비 지출의 상징적 상한선을 유지하면서도, 그런 戰力유지에 지장이 없나.
『GNP 1%라는 한계는 이미 1980년대 나카소네 총리 당시 벗어났다. 1%라는 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카소네 이후에는 일본이 아무리 군비증강을 하려고 투자를 해도, GNP 1%를 초과하지 않았다』
TMD는 對중국用
―일본이 미국과 TMD(戰域미사일 방어체제)를 공동개발, 배치하려 한다면 엄청난 국방예산의 증가가 필요하다는 관측이 많은데.
『TMD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려면, 현재 육해공 자위대에 들어가고 있는 기존 예산들을 줄이고, TMD로 재원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현재 일본은 최첨단 무기로 무장하고 있지만, 21세기로 들어가면 전쟁의 양상이 미사일 중심 전투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인공위성으로 유도되는 미사일이 전쟁의 승패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재래식 戰力 등 戰力 전반에서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앞으로 50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그러나 미사일과 GPS기술<인공위성과 컴퓨터로 戰場(전장)상황을 손바닥보듯 파악하는 첨단시스템>로 미국을 따라잡는 데는 앞으로 20년이나 30년 정도면 가능할 것이다. 때문에 미사일은 바로 21세기 전쟁의 판도를 가름할 기술이 되는 것이다. 일본 역시 다가오는 10년 정도는 중국에 대해 군사기술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그 이후의 시기에 대비해서는 TMD가 필요한 것이다』
安保정책은 50년 앞을 내다봐야
─미국은 계속 한국측에도 일본과 함께 TMD 공동개발에 참여하라는 희망을 밝힌 데 비해, 한국정부는 「미사일 이외에도 재래식 무기에 의한 북한의 위협이 얼마든지 있고 財源(재원)이 있다면 다른 무기체계가 더 급하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극구 반대하는 TMD 개발은 통일을 희망하는 한국으로서는 추진키 어렵다는 면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TMD 공동개발 참여문제를 어떻게 보나.
『단기적으로는 한국이 TMD 개발에 동참하지 않아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나라가 반대한다고 해서 분명히 예상되는 위협에 대해 준비태세를 갖추지 않는 것은 잘못일 수 있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도 서둘러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한 국내법 체계나 여론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계속해 왔는데, 일본서 논란이 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얘기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며, 왜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나.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일본해(동해)에서 美日 양국 구축함이 함께 가던 중 일본 구축함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은 당연히 적의 격퇴에 도움을 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미군 구축함이 공격을 받을 경우, 현재 일본내 국내법이나 여론에 따르자면, 일본 함정에 직접 포탄이 떨어지기 이전에는 미국측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런 사실은 일본 안에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고, 미국내에도 안보전문가들 외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만일 보통의 미국인들이 이런 현실을 알게 된다면, 과연 일본이 진정한 동맹국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인터뷰에 앞서 만난 방위청 관계자들은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한 대사의 의견은 현재 일본 정부가 취하고 있는 입장보다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나는 내 생각을 다른 사람의 생각과 비교하지는 않는다. 단지 내 분석이 정확하며, 다른 사람들의 시각이 어리석은 것이라고 본다』
일본의 長期的 위협은 중국
─작년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열도를 넘어 날아가고 북한 선박으로 보이는 괴선박들이 근해에 출몰한 사실 등이 일본에는 큰 충격으로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한편으론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은 그렇게 심각한 위협이 아닌데, 일본의 방위당국이나 군사평론가들이 국내여론 환기를 위해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정말 걱정하는 위협은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인데, 대포동 발사나 영해침범 등을 들어, 국내 여론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북한 문제는 일시적이고, 좁은 지역에 국한된 문제다. 물론 한반도에 전쟁이 시작된다면, 1백만명 정도 인명의 희생을 요구할지도 모르는 큰 위협이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은 限時(한시)적이고 지역적인 문제다. 현재로서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그 전쟁이 한반도 이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희박한 게 사실이다. 일본에 미사일 몇발 정도가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것은 일본에게는 심각한 위협은 아니다. 역시 장기적인 위협은 중국이다』
─일본 국회에서는 최근까지 주변사태에 대한 규정이나, 관련 법규정비 등과 관련 여러 가지 논의가 연일 이어져 왔다. 논의의 핵심은 무엇인가.
『만일 핵심을 찾으려고 보자면 핵심이 없는 논의들이다. 왜냐하면 美日간의 방위 新가이드라인(1997년 채택)이라는 것은 일본이 유사시 미국 함정들에 대해 어떤 지원을 할 수 있느냐는 논의이다. 그런데 이 지원에서 탄약지원은 제외된다. 일본은 交戰(교전)지역 근처에서는 그런 지원조차 못하게 돼 있다. 이 정도는 절대적으로 불충분한 것이다. 역시 핵심은 지난 1996년에 美日동맹을 계속 강화해 유지키로 다시 규정하고 확인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수년간 중국측에서는 이제 냉전이 끝나 兩者(양자) 동맹의 시대가 끝났으니, 多者(다자)간 안보협의로 美日 안보조약같은 양자 동맹체제를 끝내자고 주장했다. 중국측의 의도는 바로 美日동맹을 깨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에 대해 美日 양국은 1996년 양국 頂上(정상)이 안보조약을 재규정, 기존의 동맹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이것은 美日 양국 정부가 보인 대단히 강력한 정치적 의사표시다. 다시 말해 美日 안보동맹을 새롭게 재확인한 것이 초점이고, 이후 新가이드라인에 따른 관련 법제 등의 정비는 美日 안보관계를 돈독히 유지하기 위한 부차적인 일본 내부의 제도정비들이다』
(美日 양국은 1996년 4월 양국 정상회담 후 「美日안보공동선언: 21세기를 향한 동맹」을 발표, 美日 안보체제의 적용범위를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한다고 재규정했다. 이 합의에 따라 양국 안보실무진들은 이듬해 9월까지 1978년 체결된 「美日 안보협력 지침」(가이드라인)의 재검토를 완료, 새로운 안보협력 지침(新가이드라인)을 채택했다. 1978년 채택됐던 舊가이드라인은 일본의 유사시에 대한 美日 양국의 공동대응에 비중을 둔 데 비해, 新가이드라인은 일본 주변지역의 유사시 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이후 일본內에서는 최근까지 이들 합의들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들의 관련 법령정비가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협의는 1994년 북한核 위기 당시 對北 경제봉쇄시 일본이 할 수 있는 지원역할이 거의 규정돼 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 본격화된 것으로, 아직까지는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 기뢰제거, 부상자 대피 등에서 일본의 역할을 논의하는 수준이나, 변화의 방향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특히 자위대가 미군과 협력하는 「주변사태」의 개념에 대해 중국측은 자신들의 「내부문제」인 대만해협에 일본마저 개입하는 것으로 보고, 『대만해협 포함 여부를 밝히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측은 『구체적 지역이 아니라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애매함을 유지하고 있다)
대만 위기때 日本 함정을 보낼 수 있나?
─미국과 공동 개발하려는 TMD의 경우, 일본內에서는 TMD를 당장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만 대응하는 규모로 할 것이냐, 아니면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에도 대응하는 규모로 할 것이냐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1996년 대만해협 위기 당시처럼 중국이 다시 미사일 발사 등으로 대만해협의 위기를 고조시키는 사태가 再燃(재연)될 경우, 일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일본은 결코 대만을 보호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해군 선박도 대만으로 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미국이 일본에게 부탁을 한다면, 특히 (대만에서 또 한 차례 선거가 있을) 2004년쯤 미국이 자체 항공모함 戰團(전단)을 보호하기 위해 일본측에 이지스 구축함(인공위성 , 개량형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과 함께 TMD 체제에서 미사일 요격망을 구성하는 핵심 함정. 수백 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 공격가능한 최첨단 무기)을 한 대 보내달라고 요청할 경우, 과연 일본이 그것을 거절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일게 된다.
여기서 다시 집단적 자위권을 일본이 행사할 수 있느냐는 정치적 문제가 일게 된다. 국제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일본 국내의 이해부족으로 인해 이 문제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內에서는 총리 답변을 포함, 누구나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평화헌법 때문에 그러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것은 법리해석상의 실수이다. 법리적으로 보자면 가지고 있는 권리는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美日동맹이 약화되는 것은 일본에겐 死活的 이해 걸리는 일
─전략 수립에서 출발점은 위협에 대한 정확한 평가다. 대사는 중국의 위협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나. 이 문제는 현재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이다. 페어뱅크 박사(前 하버드大 중국전문가)를 따르는 시각을 가진 학자들은 『중국은 자원 등 모든 면에서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로 굳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대체로 對外정책에서 평화공존적인 패턴을 보여왔다』고 얘기한다. 반대로 중국의 國力신장과 함께 민족주의가 고조될 경우, 침략적인 특성을 보일 수 있다는 반론도 공존하고 있다.
『나는 페어뱅크의 시각에 동의한다. 중국은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다. 따라서 중국이 시베리아나 인도 등지를 침공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대만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고 있지 않다. 대만과 관련해서 중국은 이미 존재하는 현상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타이완을 제외한 다른 모든 국경지역에 대해서는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고 있다』
─남사군도(Spratly Island) 등 일본과의 분쟁지역들이 있지 않은가.
『그것은 비교적 작은 이슈들이다. 나라의 死活을 걸 지역이 아니다』
─대만이 중국의 손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그것이 일본의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보지 않나.
『그것이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이 된다고 해도 일본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크게 보면 대만이 넘어가느냐 여부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대만이 중국의 수중으로 넘어가게 돼 있고,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 일본의 도움을 요청할 경우, 일본이 이를 거절하면, 우리는 美日동맹을 잃게 될 수 있다. 이것이 일본에게는 死活的인 이해관계가 걸린 것이다. 만일 일본이 미국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면, 미국인들이 「정말 일본이 진정한 동맹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일본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되며, 따라서 이 문제는 사활적인 이해가 걸린 문제가 되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의 정책이 계속 중국을 포위하는 형태로 발전되고 있고, 그래서 중국을 계속 소외시켜 중국의 고립감을 가중시키고 있어 문제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일본으로서는 군사력을 동원해 중국을 포위하려는 의도도 없고 그렇게 한 적도 없기 때문에 그런 논란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희생시키게 되는 상황은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5년 이후 러시아는 强國으로 떠오를 것
─일본은 1996년 대만해협 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과 미국 등 서방국가들간의 관계를 원만하게 하기 위한 중계역할을 맡는 등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1996년 대만해협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중국의 공격성을 보고, 또 작년 11월 장쩌민(江澤民) 訪日 당시 과거사 문제 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반성을 요구한 데 대한 국민감정의 악화 등으로 중국을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 같다. 동아시아의 안정을 위해서는 중국의 위협에 대비하는 것과 동시에 전략적인 대화를 강화하는 등 중국의 고립감 해소를 위한 노력도 중요한 것 아닌가.
『물론 대화도 병행이 돼야 한다. 그러나 중국이 당장 항의를 한다고 해서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중국이 항의를 한다 해도, 일본으로서는 代案이 없다』
─일전에 대만이 중국의 손으로 넘어가면 남중국해에서 말라카 해협에 이르는, 일본에게 사활적인 해상교통로가 봉쇄된다는 우려를 표한 적이 있었는데.
『어떤 상황이든 예상을 해볼 수는 있는 것이다. 중국이 만일 말라카 해협을 장악한다고 할 경우 그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말라카 해협을 우회해서 물자나 석유를 나르는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일본이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전략적인 분석이 일본의 정책과 직접 연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은 일본에게 불편한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일본이 그런 상황을 事前(사전)에 막을 수 있는 정책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할 수 없는 것이고, 일본으로서는 다른 대안을 갖고 상황전개에 대응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중국이 분열될 가능성은, 그리고 이에 따른 일본의 전략은.
『그 문제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 전략 수립에 더 낫다. 왜냐하면 중국이 그대로 있든 분열되든 일본의 전략적인 대책 수립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경우든 같은 준비를 필요로 한다』
─러시아의 위협은 어떻게 평가하나.
『2005년 이후쯤이 되면 러시아의 위협이 東北亞에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의미가 없는 나라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1932년이 되자 러시아는 이미 극동에서도 위협요인으로 등장했다. 일본이 만주를 점령한 것이 1931년이었다. 이것은 러시아가 위협으로 등장하기 바로 1년 전으로, 시의적절한 점령이었다. 1932년은 러시아가 경제건설 등을 위한 1차 5개년 계획을 마친 시기였다. 이후 극동러시아는 일본에 다시 군사적 위협이 되기 시작했다. 1917년 혁명부터 32년까지 15년이 걸렸다면, 1991년 소련붕괴 이후 10년 이후인 2001년이면 러시아는 회복세를 분명히 보일 것이고, 그런 추세라면 2006년이 되면 러시아는 극동에서도 상당한 强國(강국)으로 복귀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러시아는 반드시 냉전 당시처럼 敵國이 아니라, 아마도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갈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의 입장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권력정치(power politics)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통일한국은 美日동맹과 보조를 함께 할 것
─한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만일 한국이 통일이 된다면, 통일한국이 일본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나.
『나는 한국이나 러시아, 중국의 변화에 대해 꼭같은 해답을 갖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美日안보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극동지역의 안보는 한마디로 안보문제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의 숫자가 대단히 많은 복합 방정식(Multiple Equation)이다. 모든 변수들이 독립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변수들 중 美日동맹이 가장 큰 값을 가지고 있다. 군사적인 실력 등에서 다른 변수들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변수이다. 자본, 기술, 시장 등의 경제적인 면에서도 美日 양국의 실력을 합치면 거의 독점적인 실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美日 양국간의 동맹관계가 확고히 유지되면 다른 여타의 변수들은 별다른 代案을 가질 수가 없게 된다. 통일된 한국,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통일한국이 어떻게 이런 美日 안보체제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겠는가? 통일 한국은 분명히 美日동맹과 보조를 같이 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의 경우 역시, 다시 국력을 회복해 강해진다 해도 중국과 동맹을 취해 美日동맹에 대항하는 것은 러시아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 대답은 항상 한 가지, 美日동맹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군이 동아시아에서 철수할 경우 일본이 核무장을 할 가능성은.
『미국은 결코 일본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전략가로서 미국이 떠나지 않도록 만들 것이다. 그러는 한 일본은 미국의 핵 우산 아래에 남아 있게 된다. 만일 美日동맹이 깨진다면 그때는 일본이 핵무장을 하느냐 마느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때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 시급하다고 보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일본이 국제적인 기여를 하려면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해야 한다. 만일 일본이 상임이사국에 진출하게 되면 일본은 반드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나도 알 수 없다』
1970년대 후반 들어 과거사 문제 사라져 갔었다
─유럽의 역사를 봐도 민족감정이 높아지면 평화유지에 지장이 초래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변화하는 동북아 상황에서 일본의 입장이라면 美日동맹을 강화해가는 동시에, 주변국가들에게 점점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일본의 안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러나 일본 내부의 상황을 보면 과거사 문제, 역사교과서 기술방식 문제를 놓고 여러 가지 논쟁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런 논쟁들은 일본 국내차원을 넘어 韓中 양국 등 인근국의 관심도 불러일으키고 있는 현실인데.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좀더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내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고자 한다. 나는 외교관으로서 1979년부터 1981년까지 3년 동안 일본 중의원에서 3백 차례 정도 증언을 했다. 그런데 당시에는 과거사나 사과문제 등에 대해 한번도 의원들로부터 질문을 받은 적이 없었다. 또 그때는 중국신문이나 한국신문에도 한번도 과거사 관련 보도가 나지 않았다. 이것은 전쟁의 기억은 대개 한 세대, 즉 30년 정도의 기간이 지나게 되면 잊혀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나폴레옹 전쟁 종결이 1815년이었는데, 1840년이 되면 그 전쟁은 역사적인 과거 사실로 간주됐다. 물론 국민들 마음속의 원한은 남아 있지만, 국제정치적인 협상사안으로서는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마침 1980년代 초 일본 교과서의 과거사 관련 내용이 문제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본의 언론들은 아시아 각국의 수도에는 모두 고객들을 갖고 있는 실정이라, 일본의 방위비가 1엔이라도 오르고 하면 늘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게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곤 했다. 그러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으레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그 얘기를 톱 뉴스로 다루곤 해 왔다. 이런 게임들이 1982년 이래 계속 진행돼 왔다. 그러나 그런 게임은 동남아 지역에서는 더 이상 오래 계속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이 문제가 범 국민적, 국가적인 이슈로 제기돼 왔다』
日本의 과거사 문제는 일본 언론의 작품
─동남아 국가와 韓日 양국이 과거사와 관련, 일본에 대해 갖는 시각이 다르다는 측면이 있지 않나. 동남아의 경우 일본이 침략국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유럽인들의 식민통치를 끝내는 데 도움을 준 측면이 있는 데 비해, 상황이 크게 달랐던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일본의 식민통치나 전쟁 당시의 잔학행위에 대한 기억이 더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맞는 얘기다. 원한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 외교현안으로서는 1970년대 후반 당시 韓日관계에서는 과거사 문제는 일단 양국간 외교현안으로서는 등장하지 않게 됐던 것이다. 그러다가 그것이 다시 일본 언론의 보도 등으로 인해 부활하게 됐던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경우 사회주의 체제라서 국민여론이라는 것이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나라였다. 하지만, 중국은 대단히 전략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 나는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정부레벨의 외교현안으로서는 완전히 매듭이 지어졌던 사안이었으나, 일본 언론들의 보도로 재개된 문제라는 시각이다.
그 해결방법은 대단히 간단하다. 일본 언론이 이 문제를 더 이상 제기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잠잠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외교는 중국 국민들의 국익을 위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만일 중국이 계속 일본이 국내 교과서를 개정해야 한다고 얘기할 경우, 일본 전체를 분개하게 만든다면 이는 중국의 국익에 해가 되는 일이다. 그럴 경우라면, 중국은 이 문제를 더 이상 제기하지 않게 될 것이다』
통일한국, 독자 노선 추구해도 美·日 영향권 못 벗어나
─한국의 통일에서 일본은 어떤 역할을 하고자 하나. 순전히 전략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일본으로서는 한국이 통일이 되지 않은 채 갈라져 있는 것이 낫지 않는가.
『내가 직접 한국문제를 다뤘던 1970년대 이래 지난 20년 동안 일관되게 해온 대답이 있다. 한국민들의 의사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만일 한국민들이 진정 통일을 원한다면, 일본은 이를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다. 만일 한국민들이 아직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일본은 역시 그런 방침에 협조할 것이다. 그것은 한국민들이 하는 일이다. 일본이 개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1년 뒤 나는 헨리 키신저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키신저는 벌써 독일이 통일돼 강력한 독일이 再등장할 것에 대해 대단히 우려를 표시하면서 독일통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어떤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때 나는 두 독일이 함께 통일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누구도 그것을 막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통일을 하느냐 마느냐는 한국민들이 결정할 문제이다』
─통일한국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나.
『미국 사람들이 내게 같은 질문을 하면, 나는 항상 드골치하의 프랑스에 비유 해왔다. 드골에게 제일 큰 관심사는 독립유지였다. 드골은 냉전 초기 프랑스에 있던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사령부를 브뤼셀로 옮겨 가도록 요구했다. 또 미국과의 협의 없이 러시아와 관계개선을 시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드골은 미국의 항의를 무시하고 핵무장을 추진했다.
통일한국이 등장한다면 드골과 유사한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결국 드골은 한번도 서방 캠프를 떠난 적이 없었고, 美英 양국 등 서방 동맹국들에게 동맹국으로서의 의무를 지켰다. 만일 통일한국이 드골 대통령과 같은 대외정책을 취한다고 해도 美日 양국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통일한국의 독자노선에 대해 미국은 심리적으로 기분 나빠할지 모르지만, 결과는 그렇게 심각한 것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한국은 대단히 脫중국, 서구화의 길을 걸어왔다는 시각이 있다. 한자 사용을 꺼리는 최근까지의 한국 내 분위기가 그 한 단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전략적인 측면에 영향을 준다고 보나.
『나는 항상 한국민들은 독자적인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찾고자 해왔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아이덴티티 중 제일 분명한 것은 현재 북쪽에 있는 세 이웃(북한, 중국, 러시아)에 비해 최고의 생활수준과 민주주의를 향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민들은 이에 대해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생활방식도 대단히 서구화돼 있다. 따라서 한국민의 아이덴티티는 보다 서구적인 쪽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통일한국이 아무리 드골式 독자노선을 추구한다 해도 美日 양국의 동맹체제라는 큰 틀 속에 남아 있을 것으로 본다』
北, 10년은 충분히 현체제 유지
─북한은 경제력 쇠퇴로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을 지나 악화일로에 있는 것으로 보나, 아니면 여전히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나라로 보나.
『나는 경제적인 이유에 따른 결정론을 믿은 적이 없다. 기아가 계속되고 있다든가, 공장가동이 30%밖에 안된다고 해서 나라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만일 그런 분석이 맞다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체제가 9년 동안의 경제제재 이후에도 살아 남아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 매년 후세인에 대한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주모자들은 모두 체포됐고 후세인은 건재하고 있다. 체제의 안정문제는 경제적 요인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국내 통제를 얼마나 철저히 하느냐가 관건이다. 북한체제도 내부 치안통제만 효율적으로 유지된다면, 인구의 3분의 1이 굶어죽어도 살아남을 것이다. 물론 북한이 내일 무너져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앞으로 10년은 충분히 현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을 어떻게 보나.
『그것은 냉전기간 중 여러 차레 시도된 적이 있는 정책이다. 때로 데탕트 정책이라고 부르는 정책이 그것이다. 그런데 데탕트 정책은 어떤 때는 효과를 보일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정책이다. 데탕트 정책이 정말 효과를 거둔 경우는 1975년의 헬싱키 합의였다. 그러나 다른 모든 기간 중에는 데탕트의 사례들은 거의가 선전공세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국내정치적인 이유로 추진된 면이 더 강했다』
─한국의 金大中 대통령은 이 정책이 효과를 거둘 것으로 확신하면서 추진하는 분위긴데.
『북한이 보여온 반응으로 미뤄 현재까지는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紙와의 회견에서 金大中 대통령은 소련의 붕괴나 공산권의 변화에는 봉쇄보다는 데탕트 정책이 더 효과적이었다는 소신을 피렸했는데.
『봉쇄와 대탕트 두 가지 정책이 모두 함께 필요했다. 대개 결론은 항상 봉쇄와 데탕트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 국방백서를 봐도 항상 결론은 같다. 봉쇄와 데탕트, 또 봉쇄와 관여정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은 對北문제에선 韓美 양국의 리드를 따라가야
─그러면 일본으로서 북한을 다뤄가는 최선의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1990년 韓蘇(한소) 수교가 이뤄진 후 가네마루 신(金丸信) 前 자민당 부총재가 평양을 방문, 日北 관계개선을 위한 바람구멍을 뚫겠다고 나선 적이 있었고, 이후 줄곧 정상화 교섭을 위한 준비회담을 해오다 답보상태인데.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韓美 양국이 일본보다는 훨씬 더 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한미군 및 그 가족 등 5만여명의 목숨이 걸려 있는 상태이고, 한국의 경우 유사시 1백만명 정도의 희생을 예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일본이 갖고 있는 당장의 이해관계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따라서 일본의 정책은 韓美 양국의 정책을 따라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가네마루의 訪北은 시기상조였다. 왜냐하면 가네마루는 한국보다 앞서서 북한과 관계를 열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잘못된 접근방식이었다. 일본은 북한문제에서는 韓美 양국의 리드를 따라가야 한다』
─일본 외무성에서 정보조사국을 창설하셨고, 이후 줄곧 정세분석에 관한 저서들을 출간해 왔는데, 정세분석 철칙은 무엇이라고 보시나.
『현 정세에 대한 가감 없는 정확한 평가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모든 문제요인들을 파악하고 난 뒤라면 해결책은 自明(자명)해진다. 객관적인 정세평가를 해야 하는데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모든 선입견과 편견들, 설령 그것이 좋은 것이라 해도 제거한 뒤 정세평가에 착수해야 한다. 모든 희망적인 예상이나 이데올로기 등은 제거하고 정세평가에 들어가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정말 객관적인 정세평가를 하게 되면 전략은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게 돼 있다』
─외교현장뿐 아니라 방위청에서 정책조정 업무 등도 맡아 외교와 군사문제를 동시에 다뤄 왔는데, 외교관과 군인의 역할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아니면 보다 보완적인 면이 많다고 보는가.
『대단히 좋은 질문이다. 1932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에서는 군인과 외교관 사이에 큰 괴리가 있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정치나 외교가 우선돼야 한다. 軍은 軍 자체로서의 전문분야에서 봉사하면서 정치적인 레벨에서 결정되는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 차원에서도 국익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최적의 대전략을 수립해 지시를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그것이 전제조건은 아니다. 때때로 정치 레벨에서는 잘못된 전략을 수립해 지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군인들은 이에 복종해야 한다. 일본의 역사에서 최고의 사무라이로 기억되는 인물로 쿠쓰노기 마사시게(楠木正成)라는 사람이 있다. 13세기 당시 쿠쓰노기는 자신이 속해 있던 일본 皇家(황가)에서 전투에 나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가 보기에는 그 전투는 패배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나 그는 전투에 나가 장렬히 전사했다』
─흔히 가장 훌륭한 국가 전략의 입안은 외교와 군사, 경제적 요인 등 여러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고, 또 훌륭한 정책 조정장치가 작동할 때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것은 반드시 정책조정의 문제는 아니다. 정치적 지도자가 건전한 판단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 일본에서 그런 지도자가 누구인가. 집단지도체제인가?
『그렇다. 집단 지도체제이다. 집단 지도체제의 장점은 정책결정에서 아주 한계가 분명한 상식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러나 상식을 따라간다는 것은 전략 입안에서 훌륭한 방법이다. 특히 평상시에는 상식을 따르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변화가 아닌 현상유지도 외교의 큰 성과
─최근 출간된 「고무라 주타로와 그의 시대」라는 책 등에서 英日동맹 체결과 러일전쟁 승리 등이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외교에서 가장 성공적인 예였다고 지적했는데.
『당시 일본의 지도층들은 러시아의 의사를 대단히 정확하게 파악했다. 그리고 대응조치로서 英日동맹 체결이란 방식으로 러시아의 南進(남진) 야심에 대해 최적의 대응을 취했다는 면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전략이었다. 이토 히로부미 등 당시 일본內 일부 원로들은 英日동맹보다는 러시아와 타협하자는 주장을 폈으나, 고무라 주타로 외무대신 등 외교지도자들이 러시아의 야심 등을 고려할 때 영국과 동맹해 러시아에 저항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개진, 관철시켰던 것이다.
1920년대 다이쇼 데모크라시 당시의 일본외교도 대단히 건전한 외교였다. 당시 일본 육군은 淸日(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의 연이은 승리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경제계나 일반인들 역시 일본의 근대화를 완성했다는 사실에 대단히 만족해 있었다. 그리고 정계 역시 메이지 천황제에 맞서 의회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투쟁해온 결과, 결국 민주화를 성취했다. 그래서 당시는 의회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정치인들이 일본 외교의 방향을 모두 결정할 수 있었다. 따라서 정책결정 과정을 놓고 본다면 1920년대 다이쇼 데모크라시 당시가 일본 외교에서 가장 발달된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당시 일본 외교가 이룩한 업적은 많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1920년대 일본의 외교행태는 대단히 건전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특별히 많은 것을 성취하는 것이 반드시 외교의 목표는 아니라고 볼 수 있나. 때로 기존 상황을 큰 변경 없이 잘 유지하는 것도 외교의 성과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 다이쇼 데모크라시 당시 시데하라 외상에 의해 주도된 일본 외교는 정말 민주주의 방식의 외교였다. 그러나 당시 시데하라 외교는 새로운 성취나 업적이라는 면에서는 많은 것을 이룬 것은 아니었다(1920년대 일본 외교를 주도했던 시데하라 외상은 영, 미, 러 등 강국들과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중국측의 국권회복에도 동정적 자세를 유지했으며, 워싱턴 군축회의 등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강대국간 협력체제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업적으로 보자면 고무라 외상의 업적이 역시 발군이었고, 그 이전 무츠 외상의 업적도 대단한 것이었다』
나는 軍事·외교 현실주의자
─무츠 외상에 대한 책도 일전에 출간한 적이 있는데, 어떤 면에서 가장 큰 업적을 이뤘다고 평가하나.
『무츠는 淸日전쟁을 전후한 시기 일본 외무대신이었는데, 그의 업적은 淸日전쟁 승리보다 일본이 開國 이후 서구 열강들로부터 강요당했던 각종 불평등 조약들을 개정한 데서 더욱 평가받아왔다. 당시 다다넬스 해협 동쪽의 모든 아시아 국가들은 서구 열강들과 체결한 불평등 조약으로 2차대전 때까지 고초를 겪었는데, 일본은 그런 불평등조약을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50년 전에 개정한 유일한 나라였다』
─무츠 외상이 불평등 조약을 개정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나.
『무엇보다도 국내법을 유럽 각국의 법체계와 호환적인 체제로 먼저 정비했던 것이 기초가 됐다. 근대적인 법질서가 정비되지 않으면 유럽인들은 안전하게 활동을 할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유럽 사람들은 늘 중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治外法權(치외법권)을 요구하게 됐던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내국인이나 외국인이나 일본 국내법제하에서도 아무 차별이 없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했다. 따라서 일본은 먼저 서구식 법제도를 정비한 후 행동으로 외국인들에 대한 차별이 없음을 입증했다. 그 이후에는 외교적인 협상력이었다. 무츠는 이 과정을 주도해 성공을 이뤘다』
─현재 駐日 美대사의 특별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는 켄트 칼더 교수(美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일본內 전략논의와 관련한 글에서 대사를 「군사현실주의자」라고 분류한 적이 있다. 그런 표현에 동의하는가.
『괜찮은 분류방식이다. 나에 대한 치하라고 생각한다. 보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나는 군사현실주의자인 동시에 외교현실주의자이다』
─한국민들의 희망은 늘 1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非서구국가들 가운데서는 일본이 유일하게 1류 국가 건설에 성공한 나라이다. 메이지 유신 이래 한 차례 선진대열에 올랐고, 이후 2차대전 이후 폐허를 딛고 다시 1류국가 건설에 성공했다. 선진으로 도약하는 비결이나 한국에 도움이 될 교훈 같은 것이 생각난다면.
『나는 이미 한국은 선진대열에 올랐다고 본다. 일본이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먼저 근대화를 이룬 이유는 높은 교육 수준 때문이었다. 19세기 초 당시 일본의 교육제도는 아마 미국이나 유럽보다 더 앞선 것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선원들이 당시 일본에 도착하면 채소 등을 사서 실어가곤 했는데, 당시 미국의 일반 선원들은 대부분 文盲(문맹)이었다. 일본의 村夫(촌부)들은 채소를 팔면서 야채의 이름이나 가격 등을 적어서 호주머니에 넣곤 했는데, 당시 미국 선원들은 일본 농부들이 기록을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현재 아마 세계적으로 최고의 교육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대단히 든든한 중산층을 갖고 있다. 한 가지 한국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기술축적의 문제인데, 그것 역시 한국은 축적을 해가고 있는 과정이다. 나는 한국이 근대화를 완성하는 데 아무런 큰 장애가 없다고 본다』
─최근 한국의 경제위기나 냉전 이후 새로운 전략환경의 전개가 韓日 양국이 더 많은 협력을 추구하게끔 유도하고 있다고 보지 않나.
『그렇다. 경제위기는 사실 일본이 한국보다 더 심각하다고 본다. 물론 규모면에서 일본의 경제가 더 큰 것이 현실인데, 그런 만큼 회복면에서는 한국 쪽이 빠를 수 있다. 두 나라 사이의 협력은 진전을 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안보 협력면에서는 이미 미국을 매개로 日韓간의 협력이 계속돼온 실정이다. 日韓 두 나라 사이의 협력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인위적인 것이지, 자연스런 것이 아니다. 日韓양국은 협력증진이라는 자연스럽 상태로 되돌아 가야 한다』
한 현실주의자의 견해
인터뷰에서 밝힌 오카자키 대사의 시각들은 현재 안보문제에 대한 일본內 현실주의자들의 시각을 가장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대목들이다. 국제관계에서 현실주의자란 이상이나 이념, 감정보다는 외부로부터의 외교, 군사적 도전들을 어떻게 국내 자원을 동원하고 부족한 부분을 동맹으로 보충해 맞서갈까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가진 理想은 작은 문제에 대해서는 타협하면서 국가간에 세력균형을 유지, 본격적인 大전쟁의 발생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군사력 사용에 대한 적극성에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헨리 키신저나 조지 케난 같은 미국지도자들도 이같은 현실주의에 기초해 대외정책을 펼쳤던 사람들이다.
오카자키 대사는 현재 활발한 동아시아 각 국들간의 경제협력이나 전쟁을 원치 않는 여론의 확산 등 안정유도 요인들을 별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시대의 변화를 고려치 않는 「비관론」이 아니냐는 얘기도 듣지만, 안보문제의 핵심인 세력관계에 대해 문제요인들을 적시하고 대응방안들을 명확히 해왔다는 면에서 평가를 받아왔다. 일본內에서 그는 「매파」라는 평판도 받고 있으나, 나름대로 일관된 역사관과 전략적 상황인식에 따라 논리적 대안을 제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때문에 그의 의견들을 단순히 「우파」의견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2차대전 당시의 참화를 겪은 이후 일본에는 군비증강에 반대하는 평화그룹들의 목소리가 늘 존재해 왔지만, 미국의 무조건적 보호가 보장됐던 냉전구도가 끝난데다, 북한, 중국의 미사일 발사 등 새로운 위협요인들이 등장하고, 또 과거 전쟁의 참화를 기억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대들이 늘어나면서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카자키 대사가 밝히고 있는 식의 현실주의적 시각이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점점 지지를 얻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일본內 중요한 변화로 직시해야 한다.
인터뷰 도중 시사했듯 오카자키 대사는 다가오는 세기에는 중국의 위협이 동아시아지역의 가장 큰 안보 위협이 될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 현재의 美中관계가 코소보 사태 당시 중국대사관 오폭이나, 美 핵기술에 대한 중국의 스파이 행위 발각, 美日양국의 戰域미사일 공동개발 등의 일련의 사태로 한국전쟁 이래 최악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그의 우려는 현실성 있는 관측이다. 그렇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美日양국과 중국이 서로 맞서 벌이는 대결구도가 한국의 안보와 통일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를 고심해야 할 상황이다.
安保전략의 핵심은 동맹전략
TMD 개발은 미국 내에서는 장기적으로 중국, 북한, 이란 등 위협국가들의 미사일 전력이 점점 발전하고 있는데다, 군수산업이나 보수파 의원 등이 연합으로 지지하고 있어 이미 개발이 확정된 상태다. 동북아 지역과 관련, 미국은 기술협력과 개발비 분담 등을 위해 일본과의 공동개발을 추진해 왔는데, 일본측은 작년 초까지 중국측을 의식해 주저해 오다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이후 쇼크분위기 속에 미국과 공동개발하는 쪽으로 완전히 돌아선 상태다. 한국은 金大中 대통령과 국방장관 발언 등을 통해 공동개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중국의 반발과 수도권 방어에서의 유용성 여부, 국방예산 배분상의 고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軍 및 안보관련 인사들 사이에서는 『배치는 하지 않아도 기술획득에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일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는 앞으로 美日양국과의 협력체제가 對中관계와 상충할 경우 어떤 선택을 해나가야 할 것인가. 또 21세기 군사기술의 최첨단이라는 전역미사일 방어체제(TMD)를 함께 개발하자는 계속되는 美日양국의 제의에 어느 정도 보조를 같이 할 것인가.
결국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면 국가전략 차원의 논의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통일을 이끌어 내는 방안이나 통일 이후의 안보전략의 핵심은 동맹전략인 만큼, 장기적으로 어떤 국가전략을 추구할 것인지를 고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통일과정과 통일 이후의 위협요인들이 무엇인지, 또 위협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한 후, 한국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부족한 부분은 어떤 동맹관계를 통해 보완할지에 대한 방향이 서 있어야 한다.
물론 어느 정도 애매함을 유지하는 편이 한국의 외교입지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어떤 형태의 동맹인지 중립인지 등에 대한 큰 원칙들은 각 부처간 또는 국내 지도층간에 합의가 이뤄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TMD개발 등에 대한 참여 여부나 일본과의 안보협력의 정도, 그리고 장기적인 국가전략을 뒷받침할 무기체계의 개발, 확보문제 등에 대한 큰 방향이 그려지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 햇볕정책이든 어떤 정책이든 간에 현시점과 장래에 대한 정세판단에 기초해서 진행돼야지, 정세판단이 아니라 희망사항에 따라 입안돼 추진되는 정책은 진정한 국가이익을 확보하는 데 장애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오카자키 대사의 발언에 한국민들이 다 동의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50년 동안의 안보상황에 대비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그의 조언은 엄격한 정세판단보다 지도자의 신념만을 따라가는 듯한 우리 외교의 현실을 볼 때 의미 있는 충고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안보관련 법률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1996년에 21세기에도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겠다는 합의를 이룬 이래, 거의 매일 자위대법, 주변사태법 등 관련논의가 국회에서 열려왔 다. 예전 같으면 불붙었을 「평화헌법 위배」라는 논란도 별로 보이지 않고, 여론도 대체로 「상황변화에 따라 당연히 취해가야 할 조치」라는 분위기다. 이같은 변화의 제일 큰 요인은 지난해 일본열도를 넘어 날아갔던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발사가 불러온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점점 커가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그러면 이처럼 변화하는 일본의 안보정책은 도대체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인가. 이같은 의문은 일본을 지켜보는 주변 국가들 못지 않게 일본內(내)에서도 뜨거운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카자키 히사히코(岡崎久彦) 대사는 이같은 일본內 전략논쟁의 한 가운데 서있는 인물이다. 1930년 중국 大連(대련)생인 그는 지난 1992년 태국 대사를 끝으로 외무성을 은퇴할 때까지 정세분석과 전략입안에서는 외무성內 최고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1952년 동경대학 법대 3학년 재학중 외교관시험에 합격한 그는 워싱턴, 서울 등 일본 외교의 요충지를 두루 거쳤고, 1984년에는 외무성에 정보조사국을 창설, 정세분석과 중장기 전략 입안의 기틀을 닦았다. 그가 외무성에서 전략통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은 방위청 국제담당 참사관을 거친데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美 하버드大, 랜드(RAND)연구소 등지에서도 연구, 군사문제에 대해서도 정통한 식견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 그가 출간한 「국가와 정보」, 「전략적 사고란 무엇인가」 등의 저서는 일본內 전략문제를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필독서가 돼 있고, 한국과 관련해서도 「이웃 나라에서 생각한 일」이라는 저서(1977년)로 일본 수필가 클럽상을 수상했다.
외교사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온 그는 露日(노일)전쟁 당시 일본외교의 사령탑이었던 「고무라 주타로와 그의 시대」라는 新刊(신간)을 지난해 출간한 데 이어, 최근에는 다이쇼(大正) 데모크라시 당시인 1920년대 일본 외교사 집필에 전념하는 등 정력적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은퇴 이후 그의 생각에 대해 현재 일본 외무성이나 방위청 인사들은, 정부가 조심스런 자세를 취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에 대해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때로 「매파」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분명한 역사관과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전략을 개진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적인 우파」와는 구분된다. 최근 안보환경 변화와 함께 그의 주장이 점점 일본內에서 지지를 더해가는 분위기라, 한국민이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오늘의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시각을 살펴보는 것이 한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그는 특히 클린턴 행정부 등장 이후 경제마찰로 흔들리던 美日(미일) 안보동맹을 강화시키기 위한 여론환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최근 2년 동안은 韓日(한일)안보협력 강화를 위한 官民(관민)합동회의 개최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필자는 지난 6월 한달간 도쿄에 체류하는 동안 세 차례 오카자키 대사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처음에는 1970년대 美日관계 등에 대한 경험을 듣기 위해 만났고, 두 번째는 대사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오카자키연구소」측 권유로 자위대 간부후보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을 들은 일이었다. 그러는 사이 일본의 유력 월간지 쥬오고론(中央公論)에 「아시아에도 반세기의 평화를」이라는 대사의 글이 머릿기사로 실렸다. 세 번째 만남은 지난 6월30일 오후 月刊朝鮮(월간조선)의 요청으로 가진 대담이었다. 인터뷰는 그 자신이 특별고문으로 있는 도쿄시내 하쿠호도(博報堂) 건물 5층에 있는 개인연구소 응접실에서 두 시간 조금 넘게 가졌다. 훤칠한 키에 古稀(고희)의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보이는 그는 현재의 東北亞(동북아)정세와 일본의 안보정책, 그리고 한일관계에 대한 자신의 역사적 , 전략적 평가들을 거침없이, 그러나 담담하게 소개했다.
『일본은 현재나 앞으로나 한국에 감사해야』
―그동안 여러 저서에서 한국이 일본의 안보에 차지하는 중요성을 늘 강조해오셨는데.
『일본의 안보에서 한반도 남부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역사를 보면, 한반도에서 일본에 우호적인 세력이 등장하거나, 최소한 일본에게 非(비)우호적 세력이 들어서지 않는 한 일본에 직접적인 위협이 등장하지 않았다. 19세기 말 이전에 일본이 규슈에 방어진지를 구축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어조치를 취한 경우는 두 번뿐이었다. 첫번째는 7세기 당시 중국의 당나라가 신라와 연합, 백제를 멸망시키기 위해 연합군을 형성했을 당시였다.
두 번째 경우는 몽골의 원나라가 고려를 침략, 한반도를 손안에 넣었던 13세기 당시였다. 이후 20세기 초 한반도를 점령하려는 러시아의 야심이 분명해졌을 때 일본은 러시아에 맞서 거의 필사적인 전투를 벌였다. 2차대전 敗戰(패전) 이후 일본이 재무장하게 된 것도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이 부산 근처까지 쳐내려온 이후였다. 따라서 일본은 현재나 앞으로나 한국이 일본의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북한 공산주의의 위협을 차단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1970년대 주한 일본대사관 근무도 하셨는데,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전략적 가치는 어떤 것이라고 보는지.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 남부의 전략적 가치는 고정된 것이었는 데 비해, 한국측에서 볼 때 일본의 전략적 가치는 시기에 따라 변화를 겪어왔다. 삼국시대 당시 백제는 일본과의 군사적 협력을 기대했으며, 실제로 羅唐(나당)연합군의 공격을 받았을 때 백제는 일본의 도움을 요청했다. 그래서 일본은 지원군을 파견했지만, 지원군은 백제와 함께 패배했다.
그리고 이후 신라와 唐 사이에 7년간이라는 긴 전쟁이 있었다. 당시 신라는 일본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다. 왜냐하면 당나라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처지에 일본마저 뒤에서 공격을 해오면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당시가 舊(구)한말 이전까지의 역사에서 한국이 북쪽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의 도움이나 일본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코자 했던 거의 유일한 경우였다. 그 이외에는 몇 가지 작은 에피소드 정도의 사건들로, 일본의 도움을 얻어 근대화를 압당기려 시도했던 김옥균의 갑신정변 정도의 예가 있을 뿐이다』
『韓日 양국간 安保 협력방안 강구해야』
―대사께서는 최근 한국의 여의도 소사이어티 등과 공동주최로 韓日간 해상안보협력, 또 사할린 지진이나 미얀마 사태 등을 상정한 韓日공동 평화유지군 파견 등의 韓日간 군사협력 관련 시뮬레이션 연구 등을 주도해 왔는데, 이런 韓日간의 半官半民(반관반민) 형태의 「트랙 2」 안보협력을 발벗고 추진하게 된 동기는.
『나는 그런 협력을 이미 1970년대 초부터 지지해 왔다. 제일 큰 이유는 일본의 안보를 다져가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 이미 한국이 일본의 안보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나라라는 인식을 확고히 다지고 있었다. 현재는 미국의 막강한 국력에 기초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미국이 더 중요한 파트너가 돼 있지만, 특히 근대 이전의 시대에는 한국이 地政學(지정학)적으로 일본의 안보에 가장 중요한 나라였다. 내가 한국 근무를 마치고 떠난 것이 1975년쯤이었는데, 나는 1970년대 내내 그리고 1980년대 초까지 韓日간 안보협력 강화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이후에는 사우디와 태국 등지의 대사로 나가 있었다.
그런 사이 한국에서는 盧泰愚(노태우) 정부의 출범과 함께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언론, 표현의 자유가 신장됐는데, 이 시기에 한국에서는 反日(반일) 캠페인이 부상했고, 그 캠페인이 약 10년 가까이 계속됐다. 이런 시기에 韓日간의 군사협력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 자신 역시 대사로 해외에서 일하고 있기도 했었고 해서, 스스로 한국문제에 대해서는 소외된 상태로 지냈다. 이 기간 동안 이전의 많은 親韓(친한)인사들이 韓日간의 안보협력 문제에 대해 관여하지 않게 됐는데 이는 애석한 일이다. 예를 들면 동경대학의 교수분들 등 1970년대 韓日간의 안보협력을 지지하던 저명한 학자분들이 있었으나, 1980년대 동안 그분들은 韓日관계에 간여하기를 거의 포기하고 한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시대가 다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냉전 이후 시대의 전략환경 변화가 韓日간 안보협력 논의에 영향을 준 것인가.
『사실 안보환경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현재 韓日관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럽의 佛獨(불독) 관계나 英獨(영독)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모두 독일 「戰線(전선)」에 배치된 미군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수행하게 될 역할이 바로 이같은 역할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방어를 위해서 일본이 후방지원을 한다는 측면에서 1950년 이래 전략환경에는 변화가 없었다. 다만 상호 국민감정에서 그러한 변화가 있어왔던 것이다. 나는 지난 40여년간 늘 韓日 양국이 안보문제와 관련, 무언가 협력방안들을 강구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아마 이제 그런 시기가 온 것이 아닌가 한다』
―작년 金大中(김대중) 대통령의 訪日(방일)과 당시 이뤄진 과거사 문제 타결이 이런 변화에 기여했다고 보나.
『우연한 일치이다. 왜냐하면 우리 연구소에서는 韓日간의 안보협력을 위한 프로젝트들을 金대통령이 訪日하기 1년 전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역시 시대조류가 바뀌고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다』
日本人의 反신라 감정의 이유
―한국인들의 독특한 민족성, 다시 말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일은 거의 없으나, 외침에 대한 저항에서는 대단히 우수하다는 민족성이 역사적으로 일본의 안보 유지에 큰 도움이 됐고, 이로 인해 「일본은 한국에 감사해야 한다」는 지적을 저서 등을 통해 해왔는데.
『실제로 고구려는 강대한 나라였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고구려가 강대하다고 해도 중국은 훨씬 더 강했다는 데 있다. 한국은 항상 스스로의 國力(국력)보다는 더 강한 나라와 이웃으로 지내야 했다. 한국이 해협을 넘어 일본을 공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7세기경에는 일본이 三國(삼국) 중 어느 한 나라보다는 더 인구가 많은 상태였다. 여기에다 일본은 기후가 더 따뜻하고 한국보다는 비가 더 많이 온다. 그래서 농업 생산성이 이미 한반도보다는 높았다. 따라서 요즘방식의 GDP로 보면 당시 일본이 한반도內 삼국의 어느 한 왕조보다는 높은 경제력을 유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한국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사적으로 외부로부터의 방어였지 공격이 아니었다』
―통일한국이 출현했을 때는, 일본에 위협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조선 초기에 일본의 해적(왜구)들이 한반도 남부를 노략한 데 대응, 왜구소탕을 위해 대마도까지 원정을 나선 적은 있다. 이것이 유일한 경우였지만, 이 역시 일종의 경찰행위(police action)였고, 본격적인 침공은 아니었다. 또 조선군이 일본 본토(혼슈)까지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삼국시대 당시 일본은 백제에 많은 은혜를 입고 있었는데, 그런 백제가 羅唐연합군에 의해 패망하자 이후 계속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적개심과 보복심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있는데.
『근거가 있는 얘기다. 일본은 한번도 신라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진 적이 없다. 기록된 역사에 나타난 얘기는 아니지만, 일본은 확실히 신라에 대해서는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에도 일본은 문화흡수를 위해 중국으로 공식 사절을 파견하곤 했다. 당시 가장 안전한 방법은 신라를 경유해서 가는 방법이었다. 당시 신라는 이미 당나라와 화해를 했고, 신라의 수도 경주는 대단히 번창하고 평화로운 도시였다. 하지만 당시 일본의 對中(대중) 사절은 한번도 신라를 통해 중국으로 간 일이 없었다. 대신 폭풍으로 선원과 사절들의 목숨을 잃어가면서도 먼 바닷길로 돌아 중국으로 사절을 보내곤 했다. 그래서 나는 신라와 일본과의 관계는 역사에 기록된 것보다 더 나빴을 것으로 상상한다.
당시 일본이 일종의 원한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본다. 8세기경 일본역사를 보면 읽기 지루할 정도로 승진기록 등이 많이 나오는데, 백제王家(왕가) 사람들의 이름이 많이 나온다. 때문에 나는 당시 일본왕조 요직들의 상당수를 백제王家(왕가) 망명객들이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백제가 망한 이후 일본에서 일었던 反신라 정서는 일본인 자신들의 것이라기보다는 백제 망명객들의 울분이 작용한 결과였다고 본다』
한일합병은 불가피?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경우, 일본 통일을 바탕으로 한 조선 출병에는 성공했지만, 전반적인 전략 상황인식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린 적이 있는데.
『히데요시는 중국을 정벌하겠다고 했는데 그것은 非현실적인 전략이었다. 그것은 히데요시의 꿈에 지나지 않았다. 전쟁의 결과 명나라가 약화됐고, 그것이 청나라가 들어서는 원인이 되기는 했다. 그러나 히데요시가 중국 전체를 점령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중국이 개입하는 한 원인이 됐다. 만일 일본이 중국침공을 목표로 하지 않고 한반도 점령만을 목표로 했었다면, 그 목적을 실행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한국의 실력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정확히 했으나, 중국의 실력에 대해서는 거의 제대로 된 정세평가가 없었다고 본다』
―최근 출간된 「고무라 주타로와 그의 시대」라는 책에서 20세기 초 일본의 對韓(대한) 침략과 韓日합병 등의 조치는 당시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야심에 대처하기 위해 代案(대안)이 없었던 조치라고 주장했는데.
『러시아의 야심은 명확했다. 러시아의 황제 차르 니콜라스는 그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곤 했다. 한국을 포함, 러시아에 의한 극동의 관리(management)가 자신의 재위기간 중 목표라고 밝히곤 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한반도 전체를 점령하고자 하는 의도를 명확히 했다. 그는 만일 일본이 한반도에 머물러 있다면, 그러한 상황은 극동에서 (영국이 러시아의 코앞인 흑해 입구를 막고 있는) 다다넬스 해협과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얘기하곤 했다』
한반도 유사시 日本 도움 없이는 작전이 어렵다
―일본이 이전부터 한반도에 대해 가져온 야심이나 국내 인구증가 등 경제적 요인들도 한반도 强占(강점)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보지 않나.
『역시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대처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러시아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마무리해 가면서 만주와 조선에 대한 영향력 확보를 위해 진력하고 있었다. 일본은 1901년 말까지 러시아와 타협을 이뤄야 할지 아니면 영국과 동맹을 체결해 러시아에 대항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당시 러시아는 계속 조선의 중립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국주의 시대이던 당시 지도를 보면 러시아가 얘기하는 조선의 중립이란 외교적 修辭(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얘기는 조선에 대한 일본의 세력권을 인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일단 만주만 확보하고 나면 조선도 러시아가 차지하겠다는 얘기에 다름 아닌 것이었다.
1903년쯤 러시아황실에서는 위테(재무장관) 등 온건파보다 베로브라조프 등 對日(대일) 강경파들이 득세, 황제의 생각을 사로잡게 됐다. 러시아가 조선반도마저 확보, 쓰시마 해협등지로 자유통항을 하게 되면 일본으로서는 직접적인 안보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쯤에는 일본에서도 고무라 주타로 같은 對러 강경파뿐 아니라 이토 히로부미같은 신중파들도 러시아와의 一戰不辭(일전불사)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굳혀가게 됐던 것이다』
―현재 한국이 일본과의 안보, 전략적인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가.
『현재 한국의 안보는 잘 무장된 한국군과 주한미군에 의해 보장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남침이 있을 경우,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 美日 안보협정에 따른 일본측의 후방지원 없이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지원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미군이 제공권을 확보하려면 오키나와에 배치된 최신예 美 F-15 전투기의 출격이 필수적이고, 미사와에 주둔중인 F-16전투기들이 지상시설이나 부대공격을 위해 동원돼야 한다. 요코스카에 배치된 美 항공모함으로부터의 공격과 지원도 필수적이다. 그리고 적대행위가 오래 계속될 경우, 韓美 양국군은 일본을 통해 이뤄지는 미군의 보급과 병참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본정부의 협조가 불가결한 것이다.
중국, 남한 주도의 통일 지원 가능성 희박
현재 극동 주둔 美해군과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상호 역할에서 보완적인 면이 많다. 일본은 현재 1백여 대의 對잠초계기 P3-C를 보유, 가공할 對잠수함 작전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美 해군은 對잠수함 작전에서 일본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유사시 미국에서 남한까지의 해상 교통로 방어를 위해서는 일본측의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한반도의 평화가 북한의 도발로 위협받을 경우, 한국이 외부로부터 협력을 얻고자 한다면, 일본이나 일본에 기지를 둔 외국군대뿐인 게 현실이다』
―현실이 그렇다 해도 韓日간의 안보협력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온도는 그런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것 아닌가.
『전략적인 측면에서 현재 韓日관계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프랑스나 영국이 미군을 지원하는 면에서 독일과 유지해온 관계와 유사하다. 보다 넓은 측면에서 보더라도, 韓日 양국은 여러 면에서 공통의 안보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양국이 모두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고 있고, 한국경제에서 일본의 자본과 기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두 나라는 모두 천연자원이 부족한 현실이라 해상교통로 방어라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비해 갈등요인들은 별로 많지 않다. 무역이나 산업관련 분쟁들은 협상을 통해 풀어갈 수 있는 사안들이고, 실제로 그런 분쟁들은 이미 많이 해결이 된 상태다. 두 나라가 모두 타협을 하지 않으려는 현안이라면 다케시마(독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 일본이 평화적으로 해결(국제 사법재판소에서 논의하는 방식을 포함)한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안보적 위협으로 발전될 현실적인 가능성은 全無(전무)한 상태다』
―독도 문제가 韓日관계에 시한폭탄 같은 존재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지 않나.
『그것은 작은 문제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은 그 섬(독도)에 대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고, 그리고 일본은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편으로 중국과의 관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측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현실이고, 통일 이후에도 중국과 긴 국경을 맞대게 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본과의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더라도 중국을 적대시하는 방향으로 韓日간의 협력이 진전된다면, 한국의 안보에는 오히려 손실이 된다는 우려가 있는데.
『그것은 이해가 되는 고려이다』
―한국으로서 對中, 對日관계를 모두 고려해 취할 수 있는 중간의 선택이 있다고 보나.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일본이 한국과 협력을 하든 안하든 간에, 중국측이 만일 21세기가 중국對 美日동맹간의 대결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중국은 쉽게 북한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한쪽에는 美日 안보동맹이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중국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가 현실화된다면,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특히나 남한 주도의 통일을 지원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일 한국이 美日 양국과 보다 더 가까운 협력을 선언한다면, 중국측의 그런 대응을 촉진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이 보다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자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입장이다』
일본은 이미 강력한 군사력을 확보
―대사는 최근 수년 동안 美日 안보협력 강화를 위한 일본內 여론 환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셨다. 하지만 駐日(주일)미군은 일본의 본격적인 재무장을 방지하는 「병뚜껑」 같은 역할을 한다는 비유가 있을 정도로 양면적인 성격을 동시에 가져왔는데.
『병뚜껑이라는 미군 장성의 발언은 사실 당시 와전된 얘기였다. 그러나 비유 자체는 일리가 있는 얘기다. 美日 안보관계가 약화될 경우, 일본이 불안감을 느끼고, 또 스스로의 안보를 모두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 사실이다. 만일 혼자서 국가안보를 모두 확보하려면, 안보적 준비는 1백%로는 충분치 않다. 1백20% 정도의 안보태세를 갖춰야 국방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2차대전 이전의 일본이나, 냉전기간 중 소련의 국방체계와 유사한 것이다. 다시 말해 반드시 중무장 상태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美日 안보조약은 일본이 비교적 완화된 무장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끔 한다는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美日 안보협력을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도 일본이 군사적 대비태세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오지 않았나.
『군사적 대비태세라는 면에서 본다면, 이제는 새로 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없다. 일본은 이미 충분히 강력한 군사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다른 서구 국가들은 냉전이 시작된 이후 40년 동안 軍費(군비) 증강에 노력을 기울였다. 일본의 경우 이 시기에는 오히려 게으름을 피웠으나, 냉전의 막바지 10년간(1980년대)부터 본격적인 무장을 추진했다. 그래서 현재 일본의 무기체계는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첨단장비들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戰力(전력) 우위는 다가오는 10년 정도까지 유지될 것이다. 다른 모든 국가들은 戰力 현대화를 추진해야 할지 모르지만, 일본은 달리 새로운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 현대화를 추진해야 할 유일한 분야라면, 敵國(적국)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戰域(전역)미사일 방어체제(TMD) 관련 기술이다. 일본은 군비증강이나 재군비 등을 새로 더 추진할 필요가 없다. 현재의 전력을 유지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일본이 국내외적으로 밝혀왔던 GNP 1% 이내라는 방위비 지출의 상징적 상한선을 유지하면서도, 그런 戰力유지에 지장이 없나.
『GNP 1%라는 한계는 이미 1980년대 나카소네 총리 당시 벗어났다. 1%라는 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카소네 이후에는 일본이 아무리 군비증강을 하려고 투자를 해도, GNP 1%를 초과하지 않았다』
TMD는 對중국用
―일본이 미국과 TMD(戰域미사일 방어체제)를 공동개발, 배치하려 한다면 엄청난 국방예산의 증가가 필요하다는 관측이 많은데.
『TMD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려면, 현재 육해공 자위대에 들어가고 있는 기존 예산들을 줄이고, TMD로 재원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현재 일본은 최첨단 무기로 무장하고 있지만, 21세기로 들어가면 전쟁의 양상이 미사일 중심 전투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인공위성으로 유도되는 미사일이 전쟁의 승패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재래식 戰力 등 戰力 전반에서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앞으로 50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그러나 미사일과 GPS기술<인공위성과 컴퓨터로 戰場(전장)상황을 손바닥보듯 파악하는 첨단시스템>로 미국을 따라잡는 데는 앞으로 20년이나 30년 정도면 가능할 것이다. 때문에 미사일은 바로 21세기 전쟁의 판도를 가름할 기술이 되는 것이다. 일본 역시 다가오는 10년 정도는 중국에 대해 군사기술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그 이후의 시기에 대비해서는 TMD가 필요한 것이다』
安保정책은 50년 앞을 내다봐야
─미국은 계속 한국측에도 일본과 함께 TMD 공동개발에 참여하라는 희망을 밝힌 데 비해, 한국정부는 「미사일 이외에도 재래식 무기에 의한 북한의 위협이 얼마든지 있고 財源(재원)이 있다면 다른 무기체계가 더 급하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극구 반대하는 TMD 개발은 통일을 희망하는 한국으로서는 추진키 어렵다는 면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TMD 공동개발 참여문제를 어떻게 보나.
『단기적으로는 한국이 TMD 개발에 동참하지 않아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나라가 반대한다고 해서 분명히 예상되는 위협에 대해 준비태세를 갖추지 않는 것은 잘못일 수 있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도 서둘러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한 국내법 체계나 여론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계속해 왔는데, 일본서 논란이 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얘기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며, 왜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나.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일본해(동해)에서 美日 양국 구축함이 함께 가던 중 일본 구축함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은 당연히 적의 격퇴에 도움을 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미군 구축함이 공격을 받을 경우, 현재 일본내 국내법이나 여론에 따르자면, 일본 함정에 직접 포탄이 떨어지기 이전에는 미국측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런 사실은 일본 안에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고, 미국내에도 안보전문가들 외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만일 보통의 미국인들이 이런 현실을 알게 된다면, 과연 일본이 진정한 동맹국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인터뷰에 앞서 만난 방위청 관계자들은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한 대사의 의견은 현재 일본 정부가 취하고 있는 입장보다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나는 내 생각을 다른 사람의 생각과 비교하지는 않는다. 단지 내 분석이 정확하며, 다른 사람들의 시각이 어리석은 것이라고 본다』
일본의 長期的 위협은 중국
─작년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열도를 넘어 날아가고 북한 선박으로 보이는 괴선박들이 근해에 출몰한 사실 등이 일본에는 큰 충격으로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한편으론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은 그렇게 심각한 위협이 아닌데, 일본의 방위당국이나 군사평론가들이 국내여론 환기를 위해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정말 걱정하는 위협은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인데, 대포동 발사나 영해침범 등을 들어, 국내 여론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북한 문제는 일시적이고, 좁은 지역에 국한된 문제다. 물론 한반도에 전쟁이 시작된다면, 1백만명 정도 인명의 희생을 요구할지도 모르는 큰 위협이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은 限時(한시)적이고 지역적인 문제다. 현재로서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그 전쟁이 한반도 이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희박한 게 사실이다. 일본에 미사일 몇발 정도가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것은 일본에게는 심각한 위협은 아니다. 역시 장기적인 위협은 중국이다』
─일본 국회에서는 최근까지 주변사태에 대한 규정이나, 관련 법규정비 등과 관련 여러 가지 논의가 연일 이어져 왔다. 논의의 핵심은 무엇인가.
『만일 핵심을 찾으려고 보자면 핵심이 없는 논의들이다. 왜냐하면 美日간의 방위 新가이드라인(1997년 채택)이라는 것은 일본이 유사시 미국 함정들에 대해 어떤 지원을 할 수 있느냐는 논의이다. 그런데 이 지원에서 탄약지원은 제외된다. 일본은 交戰(교전)지역 근처에서는 그런 지원조차 못하게 돼 있다. 이 정도는 절대적으로 불충분한 것이다. 역시 핵심은 지난 1996년에 美日동맹을 계속 강화해 유지키로 다시 규정하고 확인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수년간 중국측에서는 이제 냉전이 끝나 兩者(양자) 동맹의 시대가 끝났으니, 多者(다자)간 안보협의로 美日 안보조약같은 양자 동맹체제를 끝내자고 주장했다. 중국측의 의도는 바로 美日동맹을 깨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에 대해 美日 양국은 1996년 양국 頂上(정상)이 안보조약을 재규정, 기존의 동맹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이것은 美日 양국 정부가 보인 대단히 강력한 정치적 의사표시다. 다시 말해 美日 안보동맹을 새롭게 재확인한 것이 초점이고, 이후 新가이드라인에 따른 관련 법제 등의 정비는 美日 안보관계를 돈독히 유지하기 위한 부차적인 일본 내부의 제도정비들이다』
(美日 양국은 1996년 4월 양국 정상회담 후 「美日안보공동선언: 21세기를 향한 동맹」을 발표, 美日 안보체제의 적용범위를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한다고 재규정했다. 이 합의에 따라 양국 안보실무진들은 이듬해 9월까지 1978년 체결된 「美日 안보협력 지침」(가이드라인)의 재검토를 완료, 새로운 안보협력 지침(新가이드라인)을 채택했다. 1978년 채택됐던 舊가이드라인은 일본의 유사시에 대한 美日 양국의 공동대응에 비중을 둔 데 비해, 新가이드라인은 일본 주변지역의 유사시 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이후 일본內에서는 최근까지 이들 합의들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들의 관련 법령정비가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협의는 1994년 북한核 위기 당시 對北 경제봉쇄시 일본이 할 수 있는 지원역할이 거의 규정돼 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 본격화된 것으로, 아직까지는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 기뢰제거, 부상자 대피 등에서 일본의 역할을 논의하는 수준이나, 변화의 방향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특히 자위대가 미군과 협력하는 「주변사태」의 개념에 대해 중국측은 자신들의 「내부문제」인 대만해협에 일본마저 개입하는 것으로 보고, 『대만해협 포함 여부를 밝히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측은 『구체적 지역이 아니라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애매함을 유지하고 있다)
대만 위기때 日本 함정을 보낼 수 있나?
─미국과 공동 개발하려는 TMD의 경우, 일본內에서는 TMD를 당장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만 대응하는 규모로 할 것이냐, 아니면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에도 대응하는 규모로 할 것이냐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1996년 대만해협 위기 당시처럼 중국이 다시 미사일 발사 등으로 대만해협의 위기를 고조시키는 사태가 再燃(재연)될 경우, 일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일본은 결코 대만을 보호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해군 선박도 대만으로 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미국이 일본에게 부탁을 한다면, 특히 (대만에서 또 한 차례 선거가 있을) 2004년쯤 미국이 자체 항공모함 戰團(전단)을 보호하기 위해 일본측에 이지스 구축함(인공위성 , 개량형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과 함께 TMD 체제에서 미사일 요격망을 구성하는 핵심 함정. 수백 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 공격가능한 최첨단 무기)을 한 대 보내달라고 요청할 경우, 과연 일본이 그것을 거절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일게 된다.
여기서 다시 집단적 자위권을 일본이 행사할 수 있느냐는 정치적 문제가 일게 된다. 국제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일본 국내의 이해부족으로 인해 이 문제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內에서는 총리 답변을 포함, 누구나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평화헌법 때문에 그러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것은 법리해석상의 실수이다. 법리적으로 보자면 가지고 있는 권리는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美日동맹이 약화되는 것은 일본에겐 死活的 이해 걸리는 일
─전략 수립에서 출발점은 위협에 대한 정확한 평가다. 대사는 중국의 위협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나. 이 문제는 현재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이다. 페어뱅크 박사(前 하버드大 중국전문가)를 따르는 시각을 가진 학자들은 『중국은 자원 등 모든 면에서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로 굳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대체로 對外정책에서 평화공존적인 패턴을 보여왔다』고 얘기한다. 반대로 중국의 國力신장과 함께 민족주의가 고조될 경우, 침략적인 특성을 보일 수 있다는 반론도 공존하고 있다.
『나는 페어뱅크의 시각에 동의한다. 중국은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다. 따라서 중국이 시베리아나 인도 등지를 침공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대만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고 있지 않다. 대만과 관련해서 중국은 이미 존재하는 현상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타이완을 제외한 다른 모든 국경지역에 대해서는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고 있다』
─남사군도(Spratly Island) 등 일본과의 분쟁지역들이 있지 않은가.
『그것은 비교적 작은 이슈들이다. 나라의 死活을 걸 지역이 아니다』
─대만이 중국의 손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그것이 일본의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보지 않나.
『그것이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이 된다고 해도 일본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크게 보면 대만이 넘어가느냐 여부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대만이 중국의 수중으로 넘어가게 돼 있고,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 일본의 도움을 요청할 경우, 일본이 이를 거절하면, 우리는 美日동맹을 잃게 될 수 있다. 이것이 일본에게는 死活的인 이해관계가 걸린 것이다. 만일 일본이 미국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면, 미국인들이 「정말 일본이 진정한 동맹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일본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되며, 따라서 이 문제는 사활적인 이해가 걸린 문제가 되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의 정책이 계속 중국을 포위하는 형태로 발전되고 있고, 그래서 중국을 계속 소외시켜 중국의 고립감을 가중시키고 있어 문제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일본으로서는 군사력을 동원해 중국을 포위하려는 의도도 없고 그렇게 한 적도 없기 때문에 그런 논란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희생시키게 되는 상황은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5년 이후 러시아는 强國으로 떠오를 것
─일본은 1996년 대만해협 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과 미국 등 서방국가들간의 관계를 원만하게 하기 위한 중계역할을 맡는 등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1996년 대만해협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중국의 공격성을 보고, 또 작년 11월 장쩌민(江澤民) 訪日 당시 과거사 문제 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반성을 요구한 데 대한 국민감정의 악화 등으로 중국을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 같다. 동아시아의 안정을 위해서는 중국의 위협에 대비하는 것과 동시에 전략적인 대화를 강화하는 등 중국의 고립감 해소를 위한 노력도 중요한 것 아닌가.
『물론 대화도 병행이 돼야 한다. 그러나 중국이 당장 항의를 한다고 해서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중국이 항의를 한다 해도, 일본으로서는 代案이 없다』
─일전에 대만이 중국의 손으로 넘어가면 남중국해에서 말라카 해협에 이르는, 일본에게 사활적인 해상교통로가 봉쇄된다는 우려를 표한 적이 있었는데.
『어떤 상황이든 예상을 해볼 수는 있는 것이다. 중국이 만일 말라카 해협을 장악한다고 할 경우 그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말라카 해협을 우회해서 물자나 석유를 나르는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일본이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전략적인 분석이 일본의 정책과 직접 연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은 일본에게 불편한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일본이 그런 상황을 事前(사전)에 막을 수 있는 정책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할 수 없는 것이고, 일본으로서는 다른 대안을 갖고 상황전개에 대응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중국이 분열될 가능성은, 그리고 이에 따른 일본의 전략은.
『그 문제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 전략 수립에 더 낫다. 왜냐하면 중국이 그대로 있든 분열되든 일본의 전략적인 대책 수립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경우든 같은 준비를 필요로 한다』
─러시아의 위협은 어떻게 평가하나.
『2005년 이후쯤이 되면 러시아의 위협이 東北亞에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의미가 없는 나라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1932년이 되자 러시아는 이미 극동에서도 위협요인으로 등장했다. 일본이 만주를 점령한 것이 1931년이었다. 이것은 러시아가 위협으로 등장하기 바로 1년 전으로, 시의적절한 점령이었다. 1932년은 러시아가 경제건설 등을 위한 1차 5개년 계획을 마친 시기였다. 이후 극동러시아는 일본에 다시 군사적 위협이 되기 시작했다. 1917년 혁명부터 32년까지 15년이 걸렸다면, 1991년 소련붕괴 이후 10년 이후인 2001년이면 러시아는 회복세를 분명히 보일 것이고, 그런 추세라면 2006년이 되면 러시아는 극동에서도 상당한 强國(강국)으로 복귀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러시아는 반드시 냉전 당시처럼 敵國이 아니라, 아마도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갈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의 입장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권력정치(power politics)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통일한국은 美日동맹과 보조를 함께 할 것
─한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만일 한국이 통일이 된다면, 통일한국이 일본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나.
『나는 한국이나 러시아, 중국의 변화에 대해 꼭같은 해답을 갖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美日안보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극동지역의 안보는 한마디로 안보문제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의 숫자가 대단히 많은 복합 방정식(Multiple Equation)이다. 모든 변수들이 독립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변수들 중 美日동맹이 가장 큰 값을 가지고 있다. 군사적인 실력 등에서 다른 변수들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변수이다. 자본, 기술, 시장 등의 경제적인 면에서도 美日 양국의 실력을 합치면 거의 독점적인 실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美日 양국간의 동맹관계가 확고히 유지되면 다른 여타의 변수들은 별다른 代案을 가질 수가 없게 된다. 통일된 한국,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통일한국이 어떻게 이런 美日 안보체제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겠는가? 통일 한국은 분명히 美日동맹과 보조를 같이 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의 경우 역시, 다시 국력을 회복해 강해진다 해도 중국과 동맹을 취해 美日동맹에 대항하는 것은 러시아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 대답은 항상 한 가지, 美日동맹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군이 동아시아에서 철수할 경우 일본이 核무장을 할 가능성은.
『미국은 결코 일본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전략가로서 미국이 떠나지 않도록 만들 것이다. 그러는 한 일본은 미국의 핵 우산 아래에 남아 있게 된다. 만일 美日동맹이 깨진다면 그때는 일본이 핵무장을 하느냐 마느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때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 시급하다고 보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일본이 국제적인 기여를 하려면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해야 한다. 만일 일본이 상임이사국에 진출하게 되면 일본은 반드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나도 알 수 없다』
1970년대 후반 들어 과거사 문제 사라져 갔었다
─유럽의 역사를 봐도 민족감정이 높아지면 평화유지에 지장이 초래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변화하는 동북아 상황에서 일본의 입장이라면 美日동맹을 강화해가는 동시에, 주변국가들에게 점점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일본의 안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러나 일본 내부의 상황을 보면 과거사 문제, 역사교과서 기술방식 문제를 놓고 여러 가지 논쟁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런 논쟁들은 일본 국내차원을 넘어 韓中 양국 등 인근국의 관심도 불러일으키고 있는 현실인데.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좀더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내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고자 한다. 나는 외교관으로서 1979년부터 1981년까지 3년 동안 일본 중의원에서 3백 차례 정도 증언을 했다. 그런데 당시에는 과거사나 사과문제 등에 대해 한번도 의원들로부터 질문을 받은 적이 없었다. 또 그때는 중국신문이나 한국신문에도 한번도 과거사 관련 보도가 나지 않았다. 이것은 전쟁의 기억은 대개 한 세대, 즉 30년 정도의 기간이 지나게 되면 잊혀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나폴레옹 전쟁 종결이 1815년이었는데, 1840년이 되면 그 전쟁은 역사적인 과거 사실로 간주됐다. 물론 국민들 마음속의 원한은 남아 있지만, 국제정치적인 협상사안으로서는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마침 1980년代 초 일본 교과서의 과거사 관련 내용이 문제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본의 언론들은 아시아 각국의 수도에는 모두 고객들을 갖고 있는 실정이라, 일본의 방위비가 1엔이라도 오르고 하면 늘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게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곤 했다. 그러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으레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그 얘기를 톱 뉴스로 다루곤 해 왔다. 이런 게임들이 1982년 이래 계속 진행돼 왔다. 그러나 그런 게임은 동남아 지역에서는 더 이상 오래 계속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이 문제가 범 국민적, 국가적인 이슈로 제기돼 왔다』
日本의 과거사 문제는 일본 언론의 작품
─동남아 국가와 韓日 양국이 과거사와 관련, 일본에 대해 갖는 시각이 다르다는 측면이 있지 않나. 동남아의 경우 일본이 침략국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유럽인들의 식민통치를 끝내는 데 도움을 준 측면이 있는 데 비해, 상황이 크게 달랐던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일본의 식민통치나 전쟁 당시의 잔학행위에 대한 기억이 더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맞는 얘기다. 원한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 외교현안으로서는 1970년대 후반 당시 韓日관계에서는 과거사 문제는 일단 양국간 외교현안으로서는 등장하지 않게 됐던 것이다. 그러다가 그것이 다시 일본 언론의 보도 등으로 인해 부활하게 됐던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경우 사회주의 체제라서 국민여론이라는 것이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나라였다. 하지만, 중국은 대단히 전략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 나는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정부레벨의 외교현안으로서는 완전히 매듭이 지어졌던 사안이었으나, 일본 언론들의 보도로 재개된 문제라는 시각이다.
그 해결방법은 대단히 간단하다. 일본 언론이 이 문제를 더 이상 제기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잠잠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외교는 중국 국민들의 국익을 위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만일 중국이 계속 일본이 국내 교과서를 개정해야 한다고 얘기할 경우, 일본 전체를 분개하게 만든다면 이는 중국의 국익에 해가 되는 일이다. 그럴 경우라면, 중국은 이 문제를 더 이상 제기하지 않게 될 것이다』
통일한국, 독자 노선 추구해도 美·日 영향권 못 벗어나
─한국의 통일에서 일본은 어떤 역할을 하고자 하나. 순전히 전략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일본으로서는 한국이 통일이 되지 않은 채 갈라져 있는 것이 낫지 않는가.
『내가 직접 한국문제를 다뤘던 1970년대 이래 지난 20년 동안 일관되게 해온 대답이 있다. 한국민들의 의사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만일 한국민들이 진정 통일을 원한다면, 일본은 이를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다. 만일 한국민들이 아직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일본은 역시 그런 방침에 협조할 것이다. 그것은 한국민들이 하는 일이다. 일본이 개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1년 뒤 나는 헨리 키신저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키신저는 벌써 독일이 통일돼 강력한 독일이 再등장할 것에 대해 대단히 우려를 표시하면서 독일통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어떤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때 나는 두 독일이 함께 통일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누구도 그것을 막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통일을 하느냐 마느냐는 한국민들이 결정할 문제이다』
─통일한국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나.
『미국 사람들이 내게 같은 질문을 하면, 나는 항상 드골치하의 프랑스에 비유 해왔다. 드골에게 제일 큰 관심사는 독립유지였다. 드골은 냉전 초기 프랑스에 있던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사령부를 브뤼셀로 옮겨 가도록 요구했다. 또 미국과의 협의 없이 러시아와 관계개선을 시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드골은 미국의 항의를 무시하고 핵무장을 추진했다.
통일한국이 등장한다면 드골과 유사한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결국 드골은 한번도 서방 캠프를 떠난 적이 없었고, 美英 양국 등 서방 동맹국들에게 동맹국으로서의 의무를 지켰다. 만일 통일한국이 드골 대통령과 같은 대외정책을 취한다고 해도 美日 양국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통일한국의 독자노선에 대해 미국은 심리적으로 기분 나빠할지 모르지만, 결과는 그렇게 심각한 것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한국은 대단히 脫중국, 서구화의 길을 걸어왔다는 시각이 있다. 한자 사용을 꺼리는 최근까지의 한국 내 분위기가 그 한 단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전략적인 측면에 영향을 준다고 보나.
『나는 항상 한국민들은 독자적인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찾고자 해왔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아이덴티티 중 제일 분명한 것은 현재 북쪽에 있는 세 이웃(북한, 중국, 러시아)에 비해 최고의 생활수준과 민주주의를 향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민들은 이에 대해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생활방식도 대단히 서구화돼 있다. 따라서 한국민의 아이덴티티는 보다 서구적인 쪽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통일한국이 아무리 드골式 독자노선을 추구한다 해도 美日 양국의 동맹체제라는 큰 틀 속에 남아 있을 것으로 본다』
北, 10년은 충분히 현체제 유지
─북한은 경제력 쇠퇴로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을 지나 악화일로에 있는 것으로 보나, 아니면 여전히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나라로 보나.
『나는 경제적인 이유에 따른 결정론을 믿은 적이 없다. 기아가 계속되고 있다든가, 공장가동이 30%밖에 안된다고 해서 나라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만일 그런 분석이 맞다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체제가 9년 동안의 경제제재 이후에도 살아 남아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 매년 후세인에 대한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주모자들은 모두 체포됐고 후세인은 건재하고 있다. 체제의 안정문제는 경제적 요인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국내 통제를 얼마나 철저히 하느냐가 관건이다. 북한체제도 내부 치안통제만 효율적으로 유지된다면, 인구의 3분의 1이 굶어죽어도 살아남을 것이다. 물론 북한이 내일 무너져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앞으로 10년은 충분히 현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을 어떻게 보나.
『그것은 냉전기간 중 여러 차레 시도된 적이 있는 정책이다. 때로 데탕트 정책이라고 부르는 정책이 그것이다. 그런데 데탕트 정책은 어떤 때는 효과를 보일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정책이다. 데탕트 정책이 정말 효과를 거둔 경우는 1975년의 헬싱키 합의였다. 그러나 다른 모든 기간 중에는 데탕트의 사례들은 거의가 선전공세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국내정치적인 이유로 추진된 면이 더 강했다』
─한국의 金大中 대통령은 이 정책이 효과를 거둘 것으로 확신하면서 추진하는 분위긴데.
『북한이 보여온 반응으로 미뤄 현재까지는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紙와의 회견에서 金大中 대통령은 소련의 붕괴나 공산권의 변화에는 봉쇄보다는 데탕트 정책이 더 효과적이었다는 소신을 피렸했는데.
『봉쇄와 대탕트 두 가지 정책이 모두 함께 필요했다. 대개 결론은 항상 봉쇄와 데탕트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 국방백서를 봐도 항상 결론은 같다. 봉쇄와 데탕트, 또 봉쇄와 관여정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은 對北문제에선 韓美 양국의 리드를 따라가야
─그러면 일본으로서 북한을 다뤄가는 최선의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1990년 韓蘇(한소) 수교가 이뤄진 후 가네마루 신(金丸信) 前 자민당 부총재가 평양을 방문, 日北 관계개선을 위한 바람구멍을 뚫겠다고 나선 적이 있었고, 이후 줄곧 정상화 교섭을 위한 준비회담을 해오다 답보상태인데.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韓美 양국이 일본보다는 훨씬 더 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한미군 및 그 가족 등 5만여명의 목숨이 걸려 있는 상태이고, 한국의 경우 유사시 1백만명 정도의 희생을 예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일본이 갖고 있는 당장의 이해관계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따라서 일본의 정책은 韓美 양국의 정책을 따라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가네마루의 訪北은 시기상조였다. 왜냐하면 가네마루는 한국보다 앞서서 북한과 관계를 열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잘못된 접근방식이었다. 일본은 북한문제에서는 韓美 양국의 리드를 따라가야 한다』
─일본 외무성에서 정보조사국을 창설하셨고, 이후 줄곧 정세분석에 관한 저서들을 출간해 왔는데, 정세분석 철칙은 무엇이라고 보시나.
『현 정세에 대한 가감 없는 정확한 평가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모든 문제요인들을 파악하고 난 뒤라면 해결책은 自明(자명)해진다. 객관적인 정세평가를 해야 하는데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모든 선입견과 편견들, 설령 그것이 좋은 것이라 해도 제거한 뒤 정세평가에 착수해야 한다. 모든 희망적인 예상이나 이데올로기 등은 제거하고 정세평가에 들어가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정말 객관적인 정세평가를 하게 되면 전략은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게 돼 있다』
─외교현장뿐 아니라 방위청에서 정책조정 업무 등도 맡아 외교와 군사문제를 동시에 다뤄 왔는데, 외교관과 군인의 역할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아니면 보다 보완적인 면이 많다고 보는가.
『대단히 좋은 질문이다. 1932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에서는 군인과 외교관 사이에 큰 괴리가 있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정치나 외교가 우선돼야 한다. 軍은 軍 자체로서의 전문분야에서 봉사하면서 정치적인 레벨에서 결정되는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 차원에서도 국익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최적의 대전략을 수립해 지시를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그것이 전제조건은 아니다. 때때로 정치 레벨에서는 잘못된 전략을 수립해 지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군인들은 이에 복종해야 한다. 일본의 역사에서 최고의 사무라이로 기억되는 인물로 쿠쓰노기 마사시게(楠木正成)라는 사람이 있다. 13세기 당시 쿠쓰노기는 자신이 속해 있던 일본 皇家(황가)에서 전투에 나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가 보기에는 그 전투는 패배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나 그는 전투에 나가 장렬히 전사했다』
─흔히 가장 훌륭한 국가 전략의 입안은 외교와 군사, 경제적 요인 등 여러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고, 또 훌륭한 정책 조정장치가 작동할 때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것은 반드시 정책조정의 문제는 아니다. 정치적 지도자가 건전한 판단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 일본에서 그런 지도자가 누구인가. 집단지도체제인가?
『그렇다. 집단 지도체제이다. 집단 지도체제의 장점은 정책결정에서 아주 한계가 분명한 상식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러나 상식을 따라간다는 것은 전략 입안에서 훌륭한 방법이다. 특히 평상시에는 상식을 따르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변화가 아닌 현상유지도 외교의 큰 성과
─최근 출간된 「고무라 주타로와 그의 시대」라는 책 등에서 英日동맹 체결과 러일전쟁 승리 등이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외교에서 가장 성공적인 예였다고 지적했는데.
『당시 일본의 지도층들은 러시아의 의사를 대단히 정확하게 파악했다. 그리고 대응조치로서 英日동맹 체결이란 방식으로 러시아의 南進(남진) 야심에 대해 최적의 대응을 취했다는 면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전략이었다. 이토 히로부미 등 당시 일본內 일부 원로들은 英日동맹보다는 러시아와 타협하자는 주장을 폈으나, 고무라 주타로 외무대신 등 외교지도자들이 러시아의 야심 등을 고려할 때 영국과 동맹해 러시아에 저항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개진, 관철시켰던 것이다.
1920년대 다이쇼 데모크라시 당시의 일본외교도 대단히 건전한 외교였다. 당시 일본 육군은 淸日(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의 연이은 승리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경제계나 일반인들 역시 일본의 근대화를 완성했다는 사실에 대단히 만족해 있었다. 그리고 정계 역시 메이지 천황제에 맞서 의회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투쟁해온 결과, 결국 민주화를 성취했다. 그래서 당시는 의회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정치인들이 일본 외교의 방향을 모두 결정할 수 있었다. 따라서 정책결정 과정을 놓고 본다면 1920년대 다이쇼 데모크라시 당시가 일본 외교에서 가장 발달된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당시 일본 외교가 이룩한 업적은 많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1920년대 일본의 외교행태는 대단히 건전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특별히 많은 것을 성취하는 것이 반드시 외교의 목표는 아니라고 볼 수 있나. 때로 기존 상황을 큰 변경 없이 잘 유지하는 것도 외교의 성과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 다이쇼 데모크라시 당시 시데하라 외상에 의해 주도된 일본 외교는 정말 민주주의 방식의 외교였다. 그러나 당시 시데하라 외교는 새로운 성취나 업적이라는 면에서는 많은 것을 이룬 것은 아니었다(1920년대 일본 외교를 주도했던 시데하라 외상은 영, 미, 러 등 강국들과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중국측의 국권회복에도 동정적 자세를 유지했으며, 워싱턴 군축회의 등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강대국간 협력체제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업적으로 보자면 고무라 외상의 업적이 역시 발군이었고, 그 이전 무츠 외상의 업적도 대단한 것이었다』
나는 軍事·외교 현실주의자
─무츠 외상에 대한 책도 일전에 출간한 적이 있는데, 어떤 면에서 가장 큰 업적을 이뤘다고 평가하나.
『무츠는 淸日전쟁을 전후한 시기 일본 외무대신이었는데, 그의 업적은 淸日전쟁 승리보다 일본이 開國 이후 서구 열강들로부터 강요당했던 각종 불평등 조약들을 개정한 데서 더욱 평가받아왔다. 당시 다다넬스 해협 동쪽의 모든 아시아 국가들은 서구 열강들과 체결한 불평등 조약으로 2차대전 때까지 고초를 겪었는데, 일본은 그런 불평등조약을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50년 전에 개정한 유일한 나라였다』
─무츠 외상이 불평등 조약을 개정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나.
『무엇보다도 국내법을 유럽 각국의 법체계와 호환적인 체제로 먼저 정비했던 것이 기초가 됐다. 근대적인 법질서가 정비되지 않으면 유럽인들은 안전하게 활동을 할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유럽 사람들은 늘 중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治外法權(치외법권)을 요구하게 됐던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내국인이나 외국인이나 일본 국내법제하에서도 아무 차별이 없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했다. 따라서 일본은 먼저 서구식 법제도를 정비한 후 행동으로 외국인들에 대한 차별이 없음을 입증했다. 그 이후에는 외교적인 협상력이었다. 무츠는 이 과정을 주도해 성공을 이뤘다』
─현재 駐日 美대사의 특별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는 켄트 칼더 교수(美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일본內 전략논의와 관련한 글에서 대사를 「군사현실주의자」라고 분류한 적이 있다. 그런 표현에 동의하는가.
『괜찮은 분류방식이다. 나에 대한 치하라고 생각한다. 보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나는 군사현실주의자인 동시에 외교현실주의자이다』
─한국민들의 희망은 늘 1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非서구국가들 가운데서는 일본이 유일하게 1류 국가 건설에 성공한 나라이다. 메이지 유신 이래 한 차례 선진대열에 올랐고, 이후 2차대전 이후 폐허를 딛고 다시 1류국가 건설에 성공했다. 선진으로 도약하는 비결이나 한국에 도움이 될 교훈 같은 것이 생각난다면.
『나는 이미 한국은 선진대열에 올랐다고 본다. 일본이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먼저 근대화를 이룬 이유는 높은 교육 수준 때문이었다. 19세기 초 당시 일본의 교육제도는 아마 미국이나 유럽보다 더 앞선 것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선원들이 당시 일본에 도착하면 채소 등을 사서 실어가곤 했는데, 당시 미국의 일반 선원들은 대부분 文盲(문맹)이었다. 일본의 村夫(촌부)들은 채소를 팔면서 야채의 이름이나 가격 등을 적어서 호주머니에 넣곤 했는데, 당시 미국 선원들은 일본 농부들이 기록을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현재 아마 세계적으로 최고의 교육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대단히 든든한 중산층을 갖고 있다. 한 가지 한국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기술축적의 문제인데, 그것 역시 한국은 축적을 해가고 있는 과정이다. 나는 한국이 근대화를 완성하는 데 아무런 큰 장애가 없다고 본다』
─최근 한국의 경제위기나 냉전 이후 새로운 전략환경의 전개가 韓日 양국이 더 많은 협력을 추구하게끔 유도하고 있다고 보지 않나.
『그렇다. 경제위기는 사실 일본이 한국보다 더 심각하다고 본다. 물론 규모면에서 일본의 경제가 더 큰 것이 현실인데, 그런 만큼 회복면에서는 한국 쪽이 빠를 수 있다. 두 나라 사이의 협력은 진전을 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안보 협력면에서는 이미 미국을 매개로 日韓간의 협력이 계속돼온 실정이다. 日韓 두 나라 사이의 협력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인위적인 것이지, 자연스런 것이 아니다. 日韓양국은 협력증진이라는 자연스럽 상태로 되돌아 가야 한다』
한 현실주의자의 견해
인터뷰에서 밝힌 오카자키 대사의 시각들은 현재 안보문제에 대한 일본內 현실주의자들의 시각을 가장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대목들이다. 국제관계에서 현실주의자란 이상이나 이념, 감정보다는 외부로부터의 외교, 군사적 도전들을 어떻게 국내 자원을 동원하고 부족한 부분을 동맹으로 보충해 맞서갈까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가진 理想은 작은 문제에 대해서는 타협하면서 국가간에 세력균형을 유지, 본격적인 大전쟁의 발생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군사력 사용에 대한 적극성에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헨리 키신저나 조지 케난 같은 미국지도자들도 이같은 현실주의에 기초해 대외정책을 펼쳤던 사람들이다.
오카자키 대사는 현재 활발한 동아시아 각 국들간의 경제협력이나 전쟁을 원치 않는 여론의 확산 등 안정유도 요인들을 별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시대의 변화를 고려치 않는 「비관론」이 아니냐는 얘기도 듣지만, 안보문제의 핵심인 세력관계에 대해 문제요인들을 적시하고 대응방안들을 명확히 해왔다는 면에서 평가를 받아왔다. 일본內에서 그는 「매파」라는 평판도 받고 있으나, 나름대로 일관된 역사관과 전략적 상황인식에 따라 논리적 대안을 제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때문에 그의 의견들을 단순히 「우파」의견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2차대전 당시의 참화를 겪은 이후 일본에는 군비증강에 반대하는 평화그룹들의 목소리가 늘 존재해 왔지만, 미국의 무조건적 보호가 보장됐던 냉전구도가 끝난데다, 북한, 중국의 미사일 발사 등 새로운 위협요인들이 등장하고, 또 과거 전쟁의 참화를 기억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대들이 늘어나면서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카자키 대사가 밝히고 있는 식의 현실주의적 시각이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점점 지지를 얻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일본內 중요한 변화로 직시해야 한다.
인터뷰 도중 시사했듯 오카자키 대사는 다가오는 세기에는 중국의 위협이 동아시아지역의 가장 큰 안보 위협이 될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 현재의 美中관계가 코소보 사태 당시 중국대사관 오폭이나, 美 핵기술에 대한 중국의 스파이 행위 발각, 美日양국의 戰域미사일 공동개발 등의 일련의 사태로 한국전쟁 이래 최악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그의 우려는 현실성 있는 관측이다. 그렇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美日양국과 중국이 서로 맞서 벌이는 대결구도가 한국의 안보와 통일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를 고심해야 할 상황이다.
安保전략의 핵심은 동맹전략
TMD 개발은 미국 내에서는 장기적으로 중국, 북한, 이란 등 위협국가들의 미사일 전력이 점점 발전하고 있는데다, 군수산업이나 보수파 의원 등이 연합으로 지지하고 있어 이미 개발이 확정된 상태다. 동북아 지역과 관련, 미국은 기술협력과 개발비 분담 등을 위해 일본과의 공동개발을 추진해 왔는데, 일본측은 작년 초까지 중국측을 의식해 주저해 오다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이후 쇼크분위기 속에 미국과 공동개발하는 쪽으로 완전히 돌아선 상태다. 한국은 金大中 대통령과 국방장관 발언 등을 통해 공동개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중국의 반발과 수도권 방어에서의 유용성 여부, 국방예산 배분상의 고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軍 및 안보관련 인사들 사이에서는 『배치는 하지 않아도 기술획득에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일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는 앞으로 美日양국과의 협력체제가 對中관계와 상충할 경우 어떤 선택을 해나가야 할 것인가. 또 21세기 군사기술의 최첨단이라는 전역미사일 방어체제(TMD)를 함께 개발하자는 계속되는 美日양국의 제의에 어느 정도 보조를 같이 할 것인가.
결국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면 국가전략 차원의 논의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통일을 이끌어 내는 방안이나 통일 이후의 안보전략의 핵심은 동맹전략인 만큼, 장기적으로 어떤 국가전략을 추구할 것인지를 고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통일과정과 통일 이후의 위협요인들이 무엇인지, 또 위협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한 후, 한국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부족한 부분은 어떤 동맹관계를 통해 보완할지에 대한 방향이 서 있어야 한다.
물론 어느 정도 애매함을 유지하는 편이 한국의 외교입지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어떤 형태의 동맹인지 중립인지 등에 대한 큰 원칙들은 각 부처간 또는 국내 지도층간에 합의가 이뤄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TMD개발 등에 대한 참여 여부나 일본과의 안보협력의 정도, 그리고 장기적인 국가전략을 뒷받침할 무기체계의 개발, 확보문제 등에 대한 큰 방향이 그려지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 햇볕정책이든 어떤 정책이든 간에 현시점과 장래에 대한 정세판단에 기초해서 진행돼야지, 정세판단이 아니라 희망사항에 따라 입안돼 추진되는 정책은 진정한 국가이익을 확보하는 데 장애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오카자키 대사의 발언에 한국민들이 다 동의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50년 동안의 안보상황에 대비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그의 조언은 엄격한 정세판단보다 지도자의 신념만을 따라가는 듯한 우리 외교의 현실을 볼 때 의미 있는 충고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