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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분석

780여 개 연금펀드 수익률 전수조사

1위 수익률 114.8%, 꼴찌 수익률 –30.75%

글 : 조동진  조선뉴스프레스 경제전문기자  zzang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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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형 연금펀드는 수익률 대박에 환호
⊙ 채권·러시아·오일 등 실물자산 연금펀드는 쪽박 행진
금융시장 관계자가 코스피·코스닥 등 주식시장과 환율, 금리 등 시장 관련 내용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 세계에서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2020년 8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775만명, 즉 한국 전체 인구의 15.5%가 65세 이상인 고령 인구였다. 최근 몇 년 65세 이상 인구 증가율을 고려하면 2021년 2월 현재 고령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 대비 고령 인구 16%를 넘어 이미 17%대에 진입해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추론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의 인구 고령화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부분은 단순히 ‘65세 이상 고령화된 인구가 많다’는 점이 아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속도 때문이다. 한 국가가 늙어가는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노령화 지수’다.
 

  매년 급등하고 있는 노령화 지수의 변화가 한국 인구의 고령화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노령화 지수’는 ‘미래세대로 불리는 이른바 유소년층(0~14세)에 해당하는 인구와 비교해 사실상 경제활동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노년층(65세 이상)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 혹은 수치’를 말한다. 한국은 이 노령화 지수가 고령화 국가로 유명한 상당수 유럽 국가와 일본보다 더욱 급하게 치솟고 있다.
 
 
  늙어가는 한국과 빠르게 치솟는 고령화 지수
 
  2010년 69.7이던 노령화 지수가 5년 뒤인 2015년 95.5로 급등했고, 다음 해인 2016년에는 100.1까지 솟구치며 100을 돌파했다. 노령화 지수가 100을 넘었다는 의미는 전체 인구에서 0~14세의 유소년층 인구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더 많다는 의미다. 2016년 이후 노령화 지수 급등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2018년 노령화 지수가 114.1로 110을 넘어섰고, 2020년 8월 통계청이 내놓은 2019년 수치는 무려 122.9까지 폭등했다. 2016년 노령화 지수가 처음 100을 넘은 이후 불과 3년 만에 22% 이상 치솟은 것이다.
 
  통계상 한국이 소위 말하는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인 사회)’에 진입한 것이 2017년이다. 그리고 불과 3년 뒤 조사 결과 노령 인구 비중인 16%를 넘었고, 현재 17% 이상이라는 추론이 나올 만큼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인구 통계 전문가들은 한국이 고령 사회보다 더 늙은 이른바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사회)’에 접어드는 시점을 2025년으로 예측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노령화 지수가 전망을 넘어설 만큼 급등하고, 노인 인구 비중이 17%로 빠르게 솟구치면서 인구 통계학자들 사이 ‘한국의 초고령 사회 진입 시점이 이보다 몇 년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더 강해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조차 경험해보지 못했을 만큼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다. 이런 사회에 살고 있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필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 빠르게 늙어가고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사회에서 노년을 책임져 줄 ‘노후 대책’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이 노후 대책 중에서도 은퇴 이후 삶의 질을 책임져 줄 돈과 직결된 ‘연금’에 대한 관심이다.
 
 
  노후 버팀목 대안으로 떠오른 연금펀드
 
  연금을 가리켜 흔히 ‘노후 생활의 마지막 버팀목’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연금은 기본적으로 경제활동 능력이 있는 청년기와 중년기 소득 혹은 자산의 일정 부분을 적립하고, 이렇게 적립한 돈을 주식이나 펀드, 채권, 예·적금, 부동산 관련 상품 등 각종 상품에 10년 이상 장기간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이렇게 장기 투자로 확보한 수익과 투자금을 빠르면 50대 중후반, 일반적으로는 60대 이후부터 노년 생활을 위해 찾아 쓰는 대표적인 노후 금융 상품이다.
 
  이런 연금 중 대표적인 상품이 ‘연금펀드’다. 사실 금융사들이 만들어 팔고 있는 연금 상품은 많다. 보험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 연금보험도 있고, 시중 은행에서 팔고 있는 연금 관련 신탁 상품들도 있다. 하지만 은행과 보험사에서 만든 연금 거의 대부분은 수익을 높이기 위한 적극 투자 상품과는 거리가 있다. 이런 연금 상품은 통상 금리에 연동되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은 초저금리 사회에 들어선 지 꽤 오래됐다. 은행과 보험사들이 고객에게 팔고 있는 금융 상품의 이자를 결정하는 기준 중 가장 중요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는 고사하고 현재 0.5%에 불과하다. 2015년 3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로 떨어뜨린 후 6년째 2%를 넘은 적이 없다.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COVID19) 충격이 거세지며 한국은행이 2020년 3월 기준금리를 0.75%로 급격하게 낮춘 이후에는 0%대 기준금리가 고착화돼가는 분위기다.
 
  이전에도 연금 납입액의 고작 1~2%대, 많아야 3% 남짓의 이자 수익에 불과했던 것이 안전성을 내세운 대부분의 연금보험과 저축 관련 연금 상품들의 실태였다. 그런데 최근 몇 년 기준금리가 1%는 고사하고 0%대로 떨어지며 연금 납입액의 1~2% 정도의 수익마저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쉽지만 현실이다. 이것은 수익성이 금리에 직접 연동되는 연금 상품으로는 노후 대책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은행과 보험사들의 연금 상품의 대안으로 연금 시장에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 ‘연금펀드’다. 연금펀드는 일반 펀드처럼 자산운용사가 만들어 직접 운용하며 증권사와 은행, 보험사 등을 통해 판매하는 연금 상품이다.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연금 가입자가 낸 납입금의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연금펀드’와 대부분의 납입금을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 연금펀드’가 있다. 적절한 비율로 주식과 채권 등에 나누어 투자하는 ‘주식혼합형 혹은 채권혼합형 연금펀드’도 있다. 또 다른 펀드들과 ETF, 혹은 리츠 등에 분산하는 ‘재간접형 연금펀드’도 있다. 오로지 한국 주식과 채권, 재간접 상품에만 투자하는 연금펀드가 있고, 한국이 아닌 미국·중국·일본·유럽·신흥국 등 외국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형 연금펀드도 있다. 누구나 가입 가능한 ‘일반 연금펀드’와 직장인들의 퇴직 후 노후 자금으로 사용될 ‘퇴직연금펀드’도 있다.
 
 
  1년 수익률 100% 이상 연금펀드 단 1개뿐
 
  이렇게 종류도 많고 성격도 제각기 다른 연금펀드들이 과연 우리 국민의 노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큼 수익을 내고 있을까. 기자는 이 점을 확인하기 위해 현재 한국에서 실제 운용되고, 또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금융사에서 가입 가능한 연금펀드들의 운용실태와 수익률을 전수조사했다.
 
  주식형·채권형·혼합형·재간접형·해외 투자형 등 투자 형태와 성격을 가리지 않고 현재 한국에서 실제로 운용 중이고, 가입 가능한 연금펀드는 모두 833개(대표 펀드 기준)다. 기자는 이 중 1년 이상 운용해 1년 동안의 수익률 산정이 가능한 780여 개의 연금펀드를 별도로 추출했고, 이들의 운용실태와 수익률을 분석했다. 780여 개 연금펀드의 운용 수익률을 산정한 기간은 2020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투자 성격과 종류를 막론한 2020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동안 가장 좋은 성과를 올린 2020년 연금펀드 1위는 ‘멀티에셋퇴직연금클린에너지자 펀드’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이 운용·판매 해온 해외 주식형 연금펀드로 지난 한 해 1년 수익률이 무려 114.8%에 이른다. 2020년 대한민국 연금펀드 1위라는 타이틀을 손에 넣긴 했지만 이 연금펀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114.8%라는 높은 1년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연금펀드의 규모가 매우 작다는 점이다. 설정액이 불과 3억2000만원(2020년 12월 31일 기준, 이하 동일) 남짓이고, 운용순자산도 8억3000만원일 만큼 초소형 연금이다. 이것은 이 연금펀드에 가입한 사람이 극히 적다는 뜻이다. 높은 수익률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 극소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참고로 2020년 1년 동안 1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연금펀드는 멀티에셋퇴직연금클린에너지자 펀드, 단 1개다.
 
  2020년 연금펀드 2위는 ‘미래에셋연금한국헬스케어자1 C-P’로, 1년 수익률이 83.31%에 이른다. 대형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5년 7월부터 만들어 판 전형적인 주식형 펀드다. 633억원이 넘는 설정액과 854억2000만원에 이르는 운용순자산이 말해주듯 나름 규모를 갖춘 대형 연금펀드다. ‘미래에셋연금한국헬스케어자 펀드’가 지난 1년 동안 83.31%의 고수익이 가능했던 건 코로나19 덕이 결정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주식 등 투자시장에서 가장 각광을 받은 투자처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식이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시작으로 백신과 치료약 관련 테마 주식들을 보유한 펀드의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연금펀드 중 미래에셋연금한국헬스케어자 펀드가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연금한국헬스케어자펀드가 보유한 상위 5개 주식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녹십자, 씨젠인데, 이 5개 주식이 전체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4%에 이른다. 이들 주식이 지난해 소위 ‘대박’이 나면서 덩달아 이 연금펀드의 수익률도 83.31%까지 치솟은 것이다.
 

 
  제약·바이오, 중국 주식에 투자한 연금펀드 수익률이 상위권
 
  연금펀드 3위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연금펀드인 ‘미래에셋차이나업종대표연금전환자1 C 펀드’로, 지난 1년 수익률이 79.46%였다. 약 10년 전인 2010년 7월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형태로 운용을 시작한 해외 주식형 연금이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 중국 유명 기업 주식에 집중 투자하며 높은 수익을 올렸다.
 
  2020년 연금펀드 4위는 ‘KTB VIP밸류퇴직연금자 C 펀드’로 지난 1년 수익률이 67.51%에 이른다. 이 펀드는 일반적인 연금펀드는 아니다. 직장인들이 ‘퇴직금’을 연금으로 적립하는 ‘퇴직연금펀드’이다. 이 연금펀드는 운용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형식상 KTB자산운용이 투자와 자금 운용을 하지만, 주식 투자와 관련해 VIP자산운용(2018년까지 VIP투자자문)이라는 또 다른 자산운용사의 자문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이 연금펀드 운용 성과에 VIP자산운용의 영향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VIP자산운용은 시장에서 중소형주 가치투자에 집중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KTB VIP밸류퇴직연금자C 펀드도 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금펀드는 자산의 98%를 주식에 투자하는데, 보유 주식을 뜯어보면 한국 주식 시장의 시가총액 최상위 대형 주식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연금펀드가 보유한 상위 10개 주식 중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보통주)와 2위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시총 10위 이내 대형 유명 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그나마 현대모비스와 삼성전자 우선주 보유비중이 높은 정도다. 하지만 다른 연금펀드들과 비교해 대형주 투자 비중이 높지 않다. 대신 화학・기계 업종에서 가치주로 불리는 주식 투자 비중이 높다. 2020년 수익률은 높지만 이 펀드 역시 운용 규모가 매우 작다. 운용 자산이 40억원을 조금 넘을 정도로 작은 초소형 펀드이기에 대형 연금펀드들에 비해 수익률 관리가 쉬웠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2020년 연금펀드 5위는 4위인 KTB VIP밸류퇴직연금자C 펀드와 형제 펀드쯤 되는 ‘KTB VIP밸류연금저축자 C 펀드’다. 이 연금은 퇴직연금펀드가 아니라 누구나 가입 가능한 일반적인 주식형 연금펀드다. KTB VIP밸류퇴직연금자C 펀드와 형제 펀드라는 성격 때문인지 수익률 역시 67.31%로 두 연금펀드가 비슷했다. 이 연금펀드 역시 운용 순자산이 50억원 남짓의 소형 펀드다.
 
  연금펀드 순위 6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퇴직연금인 ‘미래에셋퇴직연금가치주포커스자1 C 펀드’로 지난 1년 수익률이 65.09%다. 연금 가입자들의 돈을 주로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연금펀드로 운용 순자산이 200억원대 중반의 중형 연금펀드다. 뒤를 이은 7위도 6위인 ‘미래에셋퇴직연금가치주포커스자1 C 펀드’의 형제 성격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연금저축전환자1 C 펀드’다. 이 두 연금펀드 사이 다른 점이 있다면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연금저축전환자1 C 펀드는 퇴직연금펀드가 아닌 일반 연금펀드라는 점이다. 이 연금펀드의 2020년 수익률은 64.42%다.
 
  연금펀드 8위는 한화자산운용의 ‘한화100세시대퇴직연금코리아레전드4차산업혁명자 C 펀드’라는 아주 긴 명칭을 붙인 연금펀드다. 직장인들의 퇴직금을 연금으로 적립한 퇴직연금으로, 2012년 10월부터 시작돼 8년 넘게 운용되고 있지만 실제 운용 자산이 6억원에 불과한 초소형 연금펀드다. 하지만 지난 1년 수익률은 61.97%에 이를 만큼 나쁘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뒤를 이은 9위는 NH농협이 주인인 NH-Amundi자산운용의 ‘NH-Amundi4차산업혁명연금전환자 C-P1 펀드’로 2020년 1년 수익률이 54.84%나 된다.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2020년 한 해 수익률은 좋았지만, 2010년 10월 처음 만들어진 이후 2020년 12월 31일까지 누적 수익률이 22.14%에 불과하다. 연금이 대표적인 장기 투자 상품이라는 점에서 장기 수익률이 비교적 낮다는 점이 조금은 고민스러운 펀드다. 다음 연금펀드 10위는 ‘마이다스아시아리더스성장주연금자(UH) Ce 펀드’로, 지난 한 해 수익률이 54.74%였다.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 상장한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 펀드다.
 
 
  대형 연금펀드들은 고전
 
2019년 3월 25일 서울 경북궁역 인근에서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이 연금수급권을 온전히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행진을 벌였다. 사진=뉴시스
  11위는 53.32%의 수익을 올린 ‘미래에셋아시아그로스자(UH) C-Pe’로 한국이 아닌 아시아 지역 자산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형 연금펀드다. 12위는 중국 시장 A주식에 투자하는 KB자산운용의 ‘KB연금중국본토A주자(주식) C 펀드’로 수익률은 51.54%였다.
 
  13위는 중소형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삼성클래식중소형연금자 1 C 펀드’(2020년 수익률 50.88%), 14위는 ‘에셋플러스차이나리치투게더연금자 1 C 펀드’(2020년 수익률 50.78%), 15위는 삼성자산운용의 퇴직연금펀드인 ‘삼성퇴직연금코리아중소형자 1 C 펀드’(2020년 수익률 50.7%)였다.
 
  2020년 한 해 운용 성과인 수익률 최상위권 연금펀드의 특징은 뚜렷했다.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연금펀드들의 성과가 채권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연금펀드들보다 압도적으로 좋았다는 점이다.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5000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연금펀드들의 실적이 참담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연금펀드 수익률 최상위권인 10위권에 설정액이나 운용 순자산이 1000억원을 넘는 대형 연금펀드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대형 연금펀드로 분류할 수 있는 운용 순자산 854억원짜리 ‘미래에셋연금한국헬스케어자1 C-P’와 운용 순자산 732억원짜리 ‘미래에셋차이나업종대표연금전환자1 C 펀드’가 2위와 3위로 대형 연금펀드의 체면을 지켰다.
 
  2020년 연금펀드 순위에서 상위 20위 안에 든 운용 순자산 1000억원을 넘는 진짜 대형 연금펀드는 12위와 14위에 오른 단 두 개의 연금펀드밖에 없었다. 반면 운용 순자산이 100억원도 안 되는 초소형 연금펀드들은 2020년 연금펀드 수익률 최상위 10개 중 1위를 포함해 무려 6개에 이르고 있다. 분석 범위를 넓혀 2020년 연금펀드 수익률 상위 20개를 살펴보면 100억원도 안 되는 초소형 연금펀드가 무려 13개나 확인되고 있다.
 
  또 한 가지 2020년 연금펀드 수익률 최상위권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해외 투자형 연금펀드들의 약진이 뚜렷했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 투자 지역 중 중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형 연금펀드들의 성과가 좋았다.
 
 
  연금 가입자 울린 수익률 최악 연금펀드
 
  양지가 있다면 음지도 있는 법이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돈 풀기 경쟁에 나서며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풀려나온 유동성이 시장을 뒤덮었다. 전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쏟아낸 돈이 주식 등 투자자산으로 불리는 각종 자산의 가격을 급등시키며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이 덕분에 2020년 한 해 수많은 연금펀드의 수익률이 그 어느 해보다 양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수익률 인플레이션 상황에서조차 연금 가입자들이 힘겹게 벌어 납입한 연금의 원금마저 까먹은 마이너스 연금펀드들이 존재했다.
 
  기자는 2020년 한 해 최악의 수익률로 연금 가입자들의 피 같은 돈을 날려버린 연금펀드들도 확인해봤다. 780여 개의 연금펀드 중 최악의 수익률 1위, 전체 꼴찌의 주인공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연금저축미국MLP특별자산자 C 펀드’다. 오일과 가스 등 해외실무자산에 투자하는 연금으로 2020년 한 해 수익률이 -30.75%에 이른다. 1월 1일 1억원의 투자원금이 이 연금펀드에 들어 있었다면, 12월 31일 계좌에 남은 돈이 6928만원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이 연금펀드는 2020년에만 수익률이 엉망인 것이 아니다. 2014년 9월에 처음 운용을 시작한 ‘한국투자연금저축미국MLP특별자산자 C 펀드’의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은 -55.84%다.
 
  최악의 수익률 2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브라질 주식에 투자하겠다며 만들어 판 ‘미래에셋연금브라질업종대표자1 C-P’로 수익률이 -23.19%로 참담했다. 최악의 수익률 3위는 대표적인 대형자산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의 ‘삼성퇴직연금일본중소형FOCUS40자H C 펀드’로 일본 기업들의 채권에 투자하는 퇴직연금이다. 수익률 -16%로 연금 가입자의 돈을 까먹었다.
 
  최악의 수익률 4위와 5위 연금펀드는 ‘미래에셋아세안셀렉트Q연금저축전환자1 C 펀드’와 ‘한화아세안레전드자C-Pe’로 둘 다 동남아 지역 주식에 투자하는 연금이다. 하지만 수익률은 한심한 수준이다. 2020년 수익률이 각각 -14.83%와 -14.77%였다.
 
  최악의 수익률 6위와 7위는 주식혼합형 연금펀드인 ‘삼성클래식코리아롱숏연금자 C 펀드’(2020년 수익률 -11.35%)와 채권혼합형 연금펀드인 ‘미래에셋퇴직플랜브라질업종대표40자’(2020년 수익률 -11.1%)였다.
 
  최악의 수익률 8~10위는 순서대로 퇴직연금인 ‘삼성글로벌멀티인컴EMP혼합자산자UH Cpe’(2020년 수익률 -10.45%)와 러시아 주식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연금러시아업종대표자1 C-Pe’(2020년 수익률 -9.4%), 그리고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는 멀티에셋자산운용의 ‘멀티에셋퇴직연금브라질주식40자’(2020년 수익률 -8.06%)다.
 

 
  수수료 챙기기에 열 올리는 금융사들
 
  최악의 연금펀드들을 살펴보면 동남아와 브라질, 러시아 주식과 채권, 또 일본 기업의 채권에 투자를 집중한 성격이 강하다. 연금 가입자들의 돈을 날려버릴 만큼 수익률이 참담한 대부분의 연금펀드가 해외에 투자하는 것들이었는데, 그중 단 하나 한국 주식에 투자했음에도 수익률이 -11%가 넘는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삼성글로벌멀티인컴EMP혼합자산자UH Cpe 펀드’도 눈에 띈다.
 
  연금펀드는 1~2년 수익률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의 노후를 위한 대표적인 장기 투자 상품이다. 한 해 한 해 수익률이 쌓이고 쌓여야만 장기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든 것이 불안한 시대다. 노령 인구가 급증하고, 기대 수명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 국민에게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로 연금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다. 금융사들이 연금 가입자를 상대로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기기 위한 마케팅과 영업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연금 가입자들의 은퇴 이후 삶에 진짜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금이 무엇인지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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