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급 계약직 고위공무원, 대통령령에 명시된 채용 기준은 오로지 ‘장관의 노력’뿐… 노무현 정부때
도입
⊙ 국회 보좌관·대선 캠프 출신 대다수… 채용 대상(정무·대외협력·전문가) 3개 분야 중 ‘정무’에만 치중
⊙ 다른 부처 보좌관으로 이동도… 전문성 무관
도입
⊙ 국회 보좌관·대선 캠프 출신 대다수… 채용 대상(정무·대외협력·전문가) 3개 분야 중 ‘정무’에만 치중
⊙ 다른 부처 보좌관으로 이동도… 전문성 무관
- 세종시에서 청와대와 연결된 화상국무회의중인 장관들. 장관은 부처별로 각 1~3명의 별정직 장관정책보좌관을 고용할 수 있다.
올해 3월 취임했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6개월 만에 물러나면서 보건복지부 장관정책보좌관직도 공석이 됐다. 경기도의원을 역임한 김모씨가 6월 별정직으로 임명됐지만 <정책보좌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17958호)> 제4조(별정직공무원 또는 계약직공무원으로 임용된 장관정책보좌관은 임용 당시 장관의 임기만료와 함께 면직되거나 계약이 해지된다)에 따라 3개월 만에 다시 떠나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장관 평균임기가 정권별로 11~19개월인 만큼 장관정책보좌관의 수명도 길지 않다. 그러나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정치권 인물들이 벌이는 경쟁과 암투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이번 정권 들어서면서 장관정책보좌관이 되려면 ‘장관 빽’ 정도로는 불가능하고 ‘청와대 윗선’이 밀어 줘야 그나마 노려볼 만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각 부처에는 장관 직속으로 계약직 공무원인 1~3명의 정책보좌관이 근무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이들이 구체적으로 하는 일을 잘 알지 못했다. 장관정책보좌관의 업무와 자격조건은 무엇일까.
노무현 정부 시절 첫 도입
장관정책보좌관 제도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3년 4월 대통령령 17958호 ‘정책보좌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박스1 참조)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2~4급에 해당하는 고위직인 정책보좌관은 당초 ‘장관의 국정업무를 돕고 공직사회 개혁을 보좌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주변 사람 챙기기’로 변질됐다는 지적은 제도 도입 첫해부터 나왔다. 2004년 국감 당시 예결위 자료에 따르면 18개 부처에 45명의 정책보좌관이 해당 연도(2004년) 1~9월 14억여원의 인건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45명 중 27명이 전직 의원 보좌관이나 장관의 지인, 청와대·대통령직인수위원회·정당 출신이었다.
당시 장관들은 자신을 도왔던, 혹은 같은 당의 보좌관 출신들을 잇달아 정책보좌관으로 발탁하기 시작했다. 정동채 문화부장관과 한명숙 환경부장관이 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있던 인물을 정책보좌관에 임명했다. 부처를 바꿔 보좌관을 잇달아 한 경우도 있다. 2003년 2월 임명된 허성관 해양부장관은 김원길 의원 보좌관 출신인 윤모씨를 해양부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임명했다가 같은 해 9월 허 장관이 행정안전부 장관이 되면서 행안부 정책보좌관으로 함께 옮겨갔다.
정부 특수경력직 인사규칙(박스2 참조)에 따르면 장관정책보좌관을 임용하는 절차는 단순하다.
<소속장관은 여러 경로를 통하여 장관정책보좌관의 후보자를 추천받아 적격자가 임용될 수 있도록 자체 추천위원회를 구성·운영하거나 행정안전부, 채용전문기관·학계·관련단체 등에 의뢰하여 적격자를 추천받는 등 장관정책보좌관 직위에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이 전부다. 추천이나 노력만 있으면 임의로 고용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방부·안전행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는 각 3명, 미래부·교육부·통일부·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농림축산식품부·보건복지부·환경부·고용노동부·해양수산부는 각 2명, 외교부·여성가족부 각 1명 등 총 37명의 고위공무원을 공개채용 없이 고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장관정책보좌관이 될까. 현직 장관정책보좌관의 상당수는 국회 보좌관 출신이다(표 참조). 고용노동부(정종승 전 민주노총 정책실장)와 미래창조과학부(한운영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 센터장) 등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역시 청와대나 선거캠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여당 사무처에도 장관정책보좌관 파견제도가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차주목·강지연 교과부 장관정책보좌관, 박인규·신정자 지식경제부 장관정책보좌관 등이 파견 형식으로 장관정책보좌관으로 일하다 당 사무처로 다시 돌아갔다. 현직 중 여당 파견직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차주목 장관정책보좌관이 있다.
그 외에는 대부분 인맥을 통한 취업이다. 보좌관 출신 전직 장관정책보좌관 A씨를 만나 어떻게 그 자리에 가게 됐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익명을 요청하며 “남들은 인맥으로 쉽게 취업했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야 하는 만큼 되는 길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정치권에 떠도는 이른바 낭인(浪人)들은 늘 ‘자리’를 찾아다닙니다. 장관정책보좌관은 급수가 아주 높거나 오래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지만 또다른 자리로 갈 때 장관의 적극적인 추천을 받을 수 있고 부처 산하기관에 낙하산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선호도가 높은 자리입니다. 제가 그리 갈 때 몇 명의 경쟁자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추천인이 만만치 않았어요. 청와대나 당대표 정도 돼야 추천이 먹힌다는 소문이 있었죠.”
또다른 청와대 행정관 출신 B씨는 국회 보좌관과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장관정책보좌관이 된 케이스다. B씨는 장관의 국회 보좌관이었던 다른 인물과 학연과 지연이 깊게 연결돼 있고, 그의 강력한 추천에 의해 장관정책보좌관이 됐다. 그는 “장관의 추천인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씨의 경우 장관이 직접 믿을 만한 주변인의 추천을 통해 채용한 경우지만 대부분은 장관이 직접 채용하기보다 ‘낙하산’을 받아들인다고 B씨는 전했다. 그는 “장관 입장에서는 사람을 추천해 준 윗선과 각을 세울 이유도 없고 사실 낙하산도 대외업무에 유리한 면이 있기도 해서 낙하산을 받아들이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무슨 일을 하나
장관정책보좌관의 업무는 공식적으로 ‘장관 정책 보좌’다. 부처 내 자료와 정보를 습득해 장관의 업무를 보좌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또 장관을 대신해 소속 부처 산하기관이나 관련 단체들 기관장을 만나거나 각종 모임에 대신 참석하는 일도 있다.
산하기관이나 관련 단체 기관장을 만나 장관 뜻을 전하기도 하고, 즉석에서 그들 건의사항을 들어 정책에 조언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칫 장관에게 통할 수 있는 로비창구나 민원창구로 인식될 때도 많다. 장관의 최측근으로 인식되다 보니 비리에 연루되는 예도 적지 않다. 2012년 고용노동부 이동걸 장관정책보좌관은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를 시도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장관정책보좌관들의 위상은 부처별로 차이가 크다. 장관이 정책보좌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할 일이 많지만, 대부분 자료수집 정도가 주요 업무다. 장관정책보좌관은 부처 내에서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 장관정책보좌관이 40대 초중반이어서 50세 전후의 실·국장들과 어울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주호 전 교과부 장관은 장관정책보좌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임 당시 3명의 정책보좌관과 일주일에 수회씩 회의를 하며 정책을 논의하고 정보를 수집했다. 당시 교과부 장관정책보좌관으로 근무했던 차주목씨의 얘기다.
“장관정책보좌관의 업무나 위상은 부처마다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교과부의 경우 부처 조직이 커서 3~4명의 정책보좌관이 있었는데, 접촉이 잦은 편이었고 장관의 대외 업무에도 동반하는 등 업무에 큰 어려움이 없었죠. 그런데 타 부처 보좌관들을 만나 보면 하는 일 별로 없이 시간을 보내거나 국회 사람들과 가끔 만나는 게 전부라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실제로 정치권 출신 장관정책보좌관의 업무는 국회와 접촉하는 일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회 보좌관 출신 전직 장관정책보좌관 C씨는 “부처 내에도 대정부 창구가 있지만 공무원만 계속한 사람보다 국회 출신이 국회 업무를 잘 알고 협조가 쉽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는 만큼 보좌관 출신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부처 한 국장의 얘기다. “장관과 가까운 측근이 기용되면 그나마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하지만 장관과 친분이 별로 없는 ‘낙하산’이 내려오면 장관과의 사이도 서먹하고 제대로 된 업무도 맡기 어렵죠. 공무원들도 정책보좌관이 업무협조를 요청해도 ‘어차피 금방 갈 사람’이라는 생각에 미루기 일쑤입니다. 장관의 국회시절 보좌관이 오는 건 그런대로 이해하겠는데 정당이나 캠프 출신은 업무와 연관성이 없는, 전형적인 낙하산이잖아요. MB정부 들어 공공기관 수가 줄고 챙겨 줄 자리가 줄어들면서 장관정책보좌관 자리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합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임명 미뤄진 이유는
전직 장관정책보좌관 C씨의 얘기다. “보통 장관정책보좌관이라면 ‘정치에 어느 정도 감각이 있는 보좌관 출신 중 나이가 많지 않고 여러 분야에 지식이 풍부하며 인맥이 많은 사람’이 적격입니다. 하지만 정권 교체 초기에는 캠프 출신 등 ‘챙겨 줘야 할 사람’이 워낙 많아 경쟁이 치열해요. 정권 초기 장관정책보좌관 임명은 대부분 청와대의 의중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 장관 취임 후 한참이 지나도록 정책보좌관을 임명하지 못한 부처가 적지 않았다. 조각이 3월에 끝나면서 장관들이 업무에 돌입했지만, 장관정책보좌관은 통일부(4월), 국토교통부(5월), 미래창조과학부(6월), 보건복지부(6월), 고용노동부(6월) 등의 경우 장관이 취임한 지 한참 후 임명됐다.
정부부처 한 공무원은 “일반적으로 장관이 취임하면 곧바로 정책보좌관들도 임명돼 장관을 보좌하는데, 이번에는 청와대에서 임명을 보류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많은 부처들이 움직이지 못했다고 한다”며 “아마도 대선 승리 이후 ‘챙겨 줘야 할’ 사람들이 내려와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직 장관정책보좌관 현황(표 참조)을 보면 청와대 행정관 출신과 국회 보좌관 출신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여성가족부 조윤선 장관의 의원시절 박종진 보좌관을 제외하면 해당 장관의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장관정책보좌관은 공무원 보수체계에 따라 대략 5000만~8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선거 낙선자나 전직 보좌관을 비롯한 정치권 인물들은 인맥을 총동원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데, 이들이 정작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성과를 내는지는 알 수 없고, 그들의 성과나 책임은 장관만이 알 수 있다. 장관 임기 동안은 해고될 우려가 없고, 임기가 끝나더라도 장관의 추천을 받아 다른 자리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십억 원의 혈세가 소요되는 이 제도가 누구를 위한 제도이며 국정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람 챙기기용으로 만들어 놓은 제도를 그대로 답습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장관 평균임기가 정권별로 11~19개월인 만큼 장관정책보좌관의 수명도 길지 않다. 그러나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정치권 인물들이 벌이는 경쟁과 암투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이번 정권 들어서면서 장관정책보좌관이 되려면 ‘장관 빽’ 정도로는 불가능하고 ‘청와대 윗선’이 밀어 줘야 그나마 노려볼 만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각 부처에는 장관 직속으로 계약직 공무원인 1~3명의 정책보좌관이 근무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이들이 구체적으로 하는 일을 잘 알지 못했다. 장관정책보좌관의 업무와 자격조건은 무엇일까.
노무현 정부 시절 첫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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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진행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장관정책보좌관 제도는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됐다. |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주변 사람 챙기기’로 변질됐다는 지적은 제도 도입 첫해부터 나왔다. 2004년 국감 당시 예결위 자료에 따르면 18개 부처에 45명의 정책보좌관이 해당 연도(2004년) 1~9월 14억여원의 인건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45명 중 27명이 전직 의원 보좌관이나 장관의 지인, 청와대·대통령직인수위원회·정당 출신이었다.
당시 장관들은 자신을 도왔던, 혹은 같은 당의 보좌관 출신들을 잇달아 정책보좌관으로 발탁하기 시작했다. 정동채 문화부장관과 한명숙 환경부장관이 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있던 인물을 정책보좌관에 임명했다. 부처를 바꿔 보좌관을 잇달아 한 경우도 있다. 2003년 2월 임명된 허성관 해양부장관은 김원길 의원 보좌관 출신인 윤모씨를 해양부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임명했다가 같은 해 9월 허 장관이 행정안전부 장관이 되면서 행안부 정책보좌관으로 함께 옮겨갔다.
정부 특수경력직 인사규칙(박스2 참조)에 따르면 장관정책보좌관을 임용하는 절차는 단순하다.
<소속장관은 여러 경로를 통하여 장관정책보좌관의 후보자를 추천받아 적격자가 임용될 수 있도록 자체 추천위원회를 구성·운영하거나 행정안전부, 채용전문기관·학계·관련단체 등에 의뢰하여 적격자를 추천받는 등 장관정책보좌관 직위에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이 전부다. 추천이나 노력만 있으면 임의로 고용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방부·안전행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는 각 3명, 미래부·교육부·통일부·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농림축산식품부·보건복지부·환경부·고용노동부·해양수산부는 각 2명, 외교부·여성가족부 각 1명 등 총 37명의 고위공무원을 공개채용 없이 고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장관정책보좌관이 될까. 현직 장관정책보좌관의 상당수는 국회 보좌관 출신이다(표 참조). 고용노동부(정종승 전 민주노총 정책실장)와 미래창조과학부(한운영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 센터장) 등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역시 청와대나 선거캠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여당 사무처에도 장관정책보좌관 파견제도가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차주목·강지연 교과부 장관정책보좌관, 박인규·신정자 지식경제부 장관정책보좌관 등이 파견 형식으로 장관정책보좌관으로 일하다 당 사무처로 다시 돌아갔다. 현직 중 여당 파견직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차주목 장관정책보좌관이 있다.
그 외에는 대부분 인맥을 통한 취업이다. 보좌관 출신 전직 장관정책보좌관 A씨를 만나 어떻게 그 자리에 가게 됐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익명을 요청하며 “남들은 인맥으로 쉽게 취업했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야 하는 만큼 되는 길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정치권에 떠도는 이른바 낭인(浪人)들은 늘 ‘자리’를 찾아다닙니다. 장관정책보좌관은 급수가 아주 높거나 오래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지만 또다른 자리로 갈 때 장관의 적극적인 추천을 받을 수 있고 부처 산하기관에 낙하산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선호도가 높은 자리입니다. 제가 그리 갈 때 몇 명의 경쟁자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추천인이 만만치 않았어요. 청와대나 당대표 정도 돼야 추천이 먹힌다는 소문이 있었죠.”
또다른 청와대 행정관 출신 B씨는 국회 보좌관과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장관정책보좌관이 된 케이스다. B씨는 장관의 국회 보좌관이었던 다른 인물과 학연과 지연이 깊게 연결돼 있고, 그의 강력한 추천에 의해 장관정책보좌관이 됐다. 그는 “장관의 추천인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씨의 경우 장관이 직접 믿을 만한 주변인의 추천을 통해 채용한 경우지만 대부분은 장관이 직접 채용하기보다 ‘낙하산’을 받아들인다고 B씨는 전했다. 그는 “장관 입장에서는 사람을 추천해 준 윗선과 각을 세울 이유도 없고 사실 낙하산도 대외업무에 유리한 면이 있기도 해서 낙하산을 받아들이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스1 제1조 (목적) 이 영은 정책환경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각 부처의 정책을 보좌하는 담당관의 설치와 그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각 부처의 정책수립 능력을 강화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제2조 (설치) ①국무위원이 장인 각 부처에 장관의 정책에 관한 사항을 보좌하는 담당관(이하 "장관정책보좌관"이라 한다)을 둘 수 있다. ②장관정책보좌관은 2급 내지 4급 일반직공무원 또는 이에 상당하는 별정직공무원으로 보한다. ③장관정책보좌관중 3급(복수직급에 한한다)·4급 일반직공무원 또는 이에 상당하는 별정직공무원으로 보하는 장관정책보좌관은 계약직공무원으로 대체할 수 있다. 제3조 (직무) 장관정책보좌관은 다음 각호의 직무를 수행한다. 1. 해당 부처 소관 업무중 장관이 지시한 사항의 연구·검토 2. 해당 부처 소관 정책과제와 관련된 전문가·이해관계자 및 일반국민 등의 국정참여의 촉진과 의견수렴 3. 관계부처 정책보좌업무 수행기관과의 업무협조 제4조 (면직 등) 제2조 제2항 또는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별정직공무원 또는 계약직공무원으로 임용된 장관정책보좌관은 임용 당시의 장관의 임기만료와 함께 면직되거나 계약이 해지된다. 제5조 (정원) 장관정책보좌관의 정원에 관한 사항은 각 부처의 직제에서 정한다. |
박스2 제4장 장관정책보좌관 제1절 장관정책보좌관의 임용절차 제29조(직무수행요건 설정 등) ①소속장관은 본인에게 보좌가 필요한 분야와 재직시 중점 추진할 사업 등을 고려하여 임용예정분야(관련분야), 업무내용 및 직무수행요건을 사전에 설정하여야 한다. ②소속장관은 제1항에 따른 직무수행요건 설정 시 다음 각호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1. 해당부처 정책과제와 관련되는 학력(석·박사학위 소지 등), 자격증, 공무원경력, 민간분야 근무경력 등 2. 기타 정책보좌관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능력 ③소속 장관은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직무수행요건 설정 시 다음 각호와 같이 임용예정 분야별로 민간분야의 근무경력을 정할 수 있다. 1. 정무분야 : 의원 보좌관, 정당 경력자 등 2. 대외협력, 이해관계 조정 등 : NGO, 주요 관련단체 출신, 언론인 등 3. 장기적 계획수립 및 특정사업 추진 : 학자 등 해당분야 전문가 제30조(후보자 모집) 소속장관은 여러 경로를 통하여 장관정책보좌관의 후보자를 추천받아 적격자가 임용될 수 있도록 자체 추천위원회를 구성·운영하거나 행정안전부, 채용전문기관·학계·관련단체 등에 의뢰하여 적격자를 추천받는 등 장관정책보좌관 직위에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
장관정책보좌관의 업무는 공식적으로 ‘장관 정책 보좌’다. 부처 내 자료와 정보를 습득해 장관의 업무를 보좌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또 장관을 대신해 소속 부처 산하기관이나 관련 단체들 기관장을 만나거나 각종 모임에 대신 참석하는 일도 있다.
산하기관이나 관련 단체 기관장을 만나 장관 뜻을 전하기도 하고, 즉석에서 그들 건의사항을 들어 정책에 조언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칫 장관에게 통할 수 있는 로비창구나 민원창구로 인식될 때도 많다. 장관의 최측근으로 인식되다 보니 비리에 연루되는 예도 적지 않다. 2012년 고용노동부 이동걸 장관정책보좌관은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를 시도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장관정책보좌관들의 위상은 부처별로 차이가 크다. 장관이 정책보좌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할 일이 많지만, 대부분 자료수집 정도가 주요 업무다. 장관정책보좌관은 부처 내에서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 장관정책보좌관이 40대 초중반이어서 50세 전후의 실·국장들과 어울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주호 전 교과부 장관은 장관정책보좌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임 당시 3명의 정책보좌관과 일주일에 수회씩 회의를 하며 정책을 논의하고 정보를 수집했다. 당시 교과부 장관정책보좌관으로 근무했던 차주목씨의 얘기다.
“장관정책보좌관의 업무나 위상은 부처마다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교과부의 경우 부처 조직이 커서 3~4명의 정책보좌관이 있었는데, 접촉이 잦은 편이었고 장관의 대외 업무에도 동반하는 등 업무에 큰 어려움이 없었죠. 그런데 타 부처 보좌관들을 만나 보면 하는 일 별로 없이 시간을 보내거나 국회 사람들과 가끔 만나는 게 전부라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실제로 정치권 출신 장관정책보좌관의 업무는 국회와 접촉하는 일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회 보좌관 출신 전직 장관정책보좌관 C씨는 “부처 내에도 대정부 창구가 있지만 공무원만 계속한 사람보다 국회 출신이 국회 업무를 잘 알고 협조가 쉽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는 만큼 보좌관 출신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부처 한 국장의 얘기다. “장관과 가까운 측근이 기용되면 그나마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하지만 장관과 친분이 별로 없는 ‘낙하산’이 내려오면 장관과의 사이도 서먹하고 제대로 된 업무도 맡기 어렵죠. 공무원들도 정책보좌관이 업무협조를 요청해도 ‘어차피 금방 갈 사람’이라는 생각에 미루기 일쑤입니다. 장관의 국회시절 보좌관이 오는 건 그런대로 이해하겠는데 정당이나 캠프 출신은 업무와 연관성이 없는, 전형적인 낙하산이잖아요. MB정부 들어 공공기관 수가 줄고 챙겨 줄 자리가 줄어들면서 장관정책보좌관 자리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합니다.”
박스3 2012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은 장관정책보좌관들의 모임인 ‘묵우회(默友會)’가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최재천 의원은 “2008년 촛불정국 이후 구성된 묵우회는 10개 행정부처 장관정책보좌관들이 매주 수요일 청와대에 모여 대통령의 정무적 관심사를 논의하던 비밀조직”이라며 “수사기관 자료와 사찰자료를 바탕으로 논의한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했고, 사안에 따라서는 정치적 사건에 개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최 의원은 묵우회 녹취록을 공개하며 “지방선거를 통제하려 하는 등 정치적인 목적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묵우회는 정인철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 총 책임자, 김형준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실무 책임자였고 구성원들인 장관정책보좌관들은 대부분 정당·국회보좌관·대선캠프 출신 인사들이었다. 과연 이들이 뭉친 묵우회는 청와대의 비선 조직이었을까. 묵우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각 부처의 정책보좌관들이 모여 부처 현황과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이었을 뿐 확대해석은 곤란하다”며 “정책보좌관이라는 것이 여러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역할인 만큼 모임을 갖는 것이 문제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2008년 정권을 되찾고 난 뒤 각종 직군에서 여당과 관계된 인사들의 모임이 수없이 조직됐고, 묵우회도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모임을 갖게 된 것일 뿐”이라며 “야당이 공개한 녹취록 내용이라는 것도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인물들이 모여서 대략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현직 장관정책보좌관들도 묵우회 사건에 대해 “장관정책보좌관들이 무슨 힘이 있어서 정치개입을 하겠느냐”며 “야당의 확대해석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묵우회는 정인철 비서관이 물러난 2010년 자연스레 소멸됐다. |
전직 장관정책보좌관 C씨의 얘기다. “보통 장관정책보좌관이라면 ‘정치에 어느 정도 감각이 있는 보좌관 출신 중 나이가 많지 않고 여러 분야에 지식이 풍부하며 인맥이 많은 사람’이 적격입니다. 하지만 정권 교체 초기에는 캠프 출신 등 ‘챙겨 줘야 할 사람’이 워낙 많아 경쟁이 치열해요. 정권 초기 장관정책보좌관 임명은 대부분 청와대의 의중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 장관 취임 후 한참이 지나도록 정책보좌관을 임명하지 못한 부처가 적지 않았다. 조각이 3월에 끝나면서 장관들이 업무에 돌입했지만, 장관정책보좌관은 통일부(4월), 국토교통부(5월), 미래창조과학부(6월), 보건복지부(6월), 고용노동부(6월) 등의 경우 장관이 취임한 지 한참 후 임명됐다.
정부부처 한 공무원은 “일반적으로 장관이 취임하면 곧바로 정책보좌관들도 임명돼 장관을 보좌하는데, 이번에는 청와대에서 임명을 보류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많은 부처들이 움직이지 못했다고 한다”며 “아마도 대선 승리 이후 ‘챙겨 줘야 할’ 사람들이 내려와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직 장관정책보좌관 현황(표 참조)을 보면 청와대 행정관 출신과 국회 보좌관 출신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여성가족부 조윤선 장관의 의원시절 박종진 보좌관을 제외하면 해당 장관의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장관정책보좌관은 공무원 보수체계에 따라 대략 5000만~8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선거 낙선자나 전직 보좌관을 비롯한 정치권 인물들은 인맥을 총동원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데, 이들이 정작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성과를 내는지는 알 수 없고, 그들의 성과나 책임은 장관만이 알 수 있다. 장관 임기 동안은 해고될 우려가 없고, 임기가 끝나더라도 장관의 추천을 받아 다른 자리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십억 원의 혈세가 소요되는 이 제도가 누구를 위한 제도이며 국정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람 챙기기용으로 만들어 놓은 제도를 그대로 답습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