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엿새쯤 지난 2월 7일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옛날에는 청원)에 사는 농부 하사용(下四容)씨였습니다. 제가 지난해 9월호 ‘마감을 하며’에서도 언급했던 분입니다.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이 “하사용씨는 우리 농민들의 위대한 교사이자 국민 모두의 훌륭한 교사”라고도 찬사를 보냈던 분이죠.
하사용씨는 새마을운동의 살아 있는 전설입니다. 자조(自助)정신 하나로 땅 한 평도 없던 자신을 부농(富農)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분은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아무 걱정 없이 노후를 즐길 자격과 여유를 동시에 갖추고 있습니다. 당연히 세상사에 대한 근심도 내려놓을 나이시죠.
그날 전화기 너머에서 하사용씨가 말했습니다.
“김 기자, 올해 내 나이가 몇인 줄 알아? 아흔셋이야. 아, 그런데 요즘 내가 걱정이 많아. 이번 대통령 선거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야. 잘 되겠지?”
박정희 정부에서도 훈장을 탔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훈장을 받은 분이지만 저는 그분의 “잘 되겠지?”라고 묻는 말의 의미를 잘 압니다.
통화 후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아흔세 살 나이에도 나라 걱정을 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그의 삶의 신조였던 자조의 정신이 사라지고 정부의 퍼주기만을 고대하게 만드는 우리의 현실이,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저 자신도 알게 모르게 일조해왔다는 자괴감에 가슴이 아려왔고 죄송했습니다.
3월 9일, 대선 투표일입니다. 이날을 끝으로 진영 간의 극한 대립은 끝나야 할 것입니다. 합리적 판단보다 ‘네 편’ ‘내 편’이 투표의 기준이 되는 그런 대통령 선거는 여기서 끝났으면 합니다. ‘네 편’과 ‘내 편’으로 갈라치기 하는 고루한 80년대 운동권의 이념도,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악용도 끝나는 선거가 돼야 할 것입니다.
3월 9일이 이념적 내란(內亂)의 시기나 다름없는 지금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는 역사적, 민족적 대전환의 출발점이 될 때 아흔세 살 농부 하사용씨의 걱정은 사라질 것입니다. 하사용씨에게 저는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잘 될 겁니다.”
고맙습니다.⊙
하사용씨는 새마을운동의 살아 있는 전설입니다. 자조(自助)정신 하나로 땅 한 평도 없던 자신을 부농(富農)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분은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아무 걱정 없이 노후를 즐길 자격과 여유를 동시에 갖추고 있습니다. 당연히 세상사에 대한 근심도 내려놓을 나이시죠.
그날 전화기 너머에서 하사용씨가 말했습니다.
“김 기자, 올해 내 나이가 몇인 줄 알아? 아흔셋이야. 아, 그런데 요즘 내가 걱정이 많아. 이번 대통령 선거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야. 잘 되겠지?”
박정희 정부에서도 훈장을 탔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훈장을 받은 분이지만 저는 그분의 “잘 되겠지?”라고 묻는 말의 의미를 잘 압니다.
통화 후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아흔세 살 나이에도 나라 걱정을 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그의 삶의 신조였던 자조의 정신이 사라지고 정부의 퍼주기만을 고대하게 만드는 우리의 현실이,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저 자신도 알게 모르게 일조해왔다는 자괴감에 가슴이 아려왔고 죄송했습니다.
3월 9일, 대선 투표일입니다. 이날을 끝으로 진영 간의 극한 대립은 끝나야 할 것입니다. 합리적 판단보다 ‘네 편’ ‘내 편’이 투표의 기준이 되는 그런 대통령 선거는 여기서 끝났으면 합니다. ‘네 편’과 ‘내 편’으로 갈라치기 하는 고루한 80년대 운동권의 이념도,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악용도 끝나는 선거가 돼야 할 것입니다.
3월 9일이 이념적 내란(內亂)의 시기나 다름없는 지금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는 역사적, 민족적 대전환의 출발점이 될 때 아흔세 살 농부 하사용씨의 걱정은 사라질 것입니다. 하사용씨에게 저는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잘 될 겁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