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김대중·김종필)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김대중(DJ), 김종필(JP)씨의 연합 과정을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까. DJ와 JP는 한국정치사를 좀 안다는 사람이면 결단코 ‘연합’이 불가능한 상징적 인물입니다. 한 사람(JP)은 가해자(加害者) 줄에 섰던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DJ)은 피해(被害) 당사자입니다. 이념적으로도 두 사람의 거리는 상당히 멉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결국 연합해서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켰습니다. 그 동력(動力)은 무엇이었을까요.
DJP 연합의 씨앗은 1996년 10월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김용환 자민련 부총재간 목동회동입니다. 김대중 총재는 본인이 표현했듯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춘 반면 정치를 오래하지 않은 공무원 출신 김 부총재는 서생(書生)에 가깝습니다. 이 때문에 김 부총재를 원칙주의자로 묘사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떤 면으론 DJ와 JP보다 더 김대중 총재와 김용환 부총재 간 현실인식의 차이가 큽니다. 논리 대결이라면 둘 다 남한테 지기 싫어해 두 분을 모두 아는 사람은 “융화가 될 수가 없다”고 평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나서 간극을 메우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1997년 대선을 내다보고 JP와 김용환 부총재는 생각을 바꿉니다. 자민련이란 울타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정(國政)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연합이 불가피하다고 말입니다. 물론 그 대상은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신한국당을 포함해서입니다. 처음부터 DJ의 국민회의뿐은 아니었습니다. 명분은 현행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바꾸는 것이었죠. 내각제여야 지분(持分) 정치가 가능한 까닭입니다. DJ는 ‘사상 첫 번째 진정한 정권교체’를 위해 자민련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이회창 총재는 조건이 잘 맞지 않는다며 거절합니다.
후에 김용환 부총재는 본인의 생각을 바꾼 과정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DJ와 연합한다고 하니 펄펄 뛰는 사람이 주변에 오죽 많았겠소. 심지어 날보고 당을 팔아먹는다고 매도하는 사람까지 있었죠. 정말 고비가 많았지만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진정 이것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오. 나를 바꾸지 않고는 안 되겠더라고.”
97년의 유연함과 2002년의 완고함
이런 김 부총재도 5년 뒤인 2002년엔 ‘완고함’을 보였습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선 참모 역할을 할 때였습니다. 노무현·정몽준씨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한창일 무렵 한나라당에서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지요. 당시 서청원 대표와 김영일 사무총장 등은 “그냥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고 우리는 JP와라도 연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습니다. 이 후보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영일 사무총장이 이 후보와 통화 후 총장실 전화 수화기를 집어던지는 것도 제가 직접 봤습니다. 당시 대선 기간 중 제가 서 대표 자택을 찾았을 때도 기억납니다. 12월 초쯤이었을 것입니다. 붉으락푸르락이었습니다.
“이봐! 지금 저쪽은 단일화한다고 난리인데 가만있어서 되겠어? 내가 총재(이회창)를 설득하고 있는데 김용환 부총재가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는 거야. 나도 JP와 연합해서 노무현을 이길지는 솔직히 말해 모르겠어.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있으면 죽도 밥도 안돼. 죽을 때 죽더라도 약이라도 써 봐야 할 거 아냐?”
대략 이런 식의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도 서 대표의 말에 동감했습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호(號)는 침몰하고 있는 게 분명했습니다. 이회창 후보 최측근 그룹은 그럼에도 ‘숨어 있는 5%’ 운운으로 후보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게 기자의 눈에는 명백히 보입니다.
여하튼 이회창 후보와 가까운 그룹은 ‘이대로 가도 뭔가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마이 웨이(my way)’를 합니다. 그때 조금 더 생각의 폭을 넓혔더라면 어땠을까요. 이미 역사(歷史)가 된 2002년 대선입니다. 부질없는 일이지만, 제가 정치현장에서 취재했을 때의 경험과 요즘의 정치가 오버랩되면서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됩니다.
원칙 훼손 없이 할 수 있는 일 많아
정치인의 경직(硬直)적 사고는 때로 ‘원칙’이란 이름으로 포장이 되기 십상입니다. 예를 들어 부처 이름과 수를 정하는 정부조직법이란 게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부처를 고쳤습니다. 그 법이 김영삼 정부 출범 당시에는 취임 이틀 전, 김대중 정부 땐 여드레 전, 이명박 정부 땐 사흘 전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부처 수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닻을 올렸습니다.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국회에서 야당과 협상이 잘 안 돼서지요.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안(原案)을 고수했습니다. 이로 인해 박근혜 정부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 제출 52일 만인 2013년 3월 22일에야 국회에서 확정지었습니다. 박 대통령이 신설하려 했던 미래창조과학부는 지켰을지 모르나 ‘정치력’이란 더 중요한 것을 잃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후 불통(不通) 이미지와 동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부처의 존폐를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는 항상 있어 왔습니다. 여야가 국정의 중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와도 밀접합니다. 이명박 정부 때 통일부를 없애려다 포기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부 폐지를 밀어붙였다면 야당과 지루한 줄다리기를 했을 것이 뻔합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상인적 현실감각’으로 실기(失機)하지 않고 통일부 폐지안을 거둬들였습니다. 불필요한 소모전적 정쟁을 줄였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가 ‘원칙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것은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죠. 조금 더 넓게 보거나 뒤집어 보면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도 많다는 것입니다.
소신 접었던 과거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제가 원칙과 유연성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때문입니다. 기억이 생생할 것입니다. 작년 말 여야는 새해 예산안과 국가정보원 개혁법안 등에 합의하고도 박영선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의 몽니로 예산안 처리를 올해로 넘겨야 했습니다. 박 위원장이 외국인투자 규제를 푸는 법안을 ‘재벌특혜법’이라며 상정하지 못하겠다고 버텼기 때문이죠. 박 위원장의 이런 태도는 여당은 물론 야당 내에서도 거의 공감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상당기간 이런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도 그 내용을 살펴봤습니다만, 박 위원장의 법안 통과 저지는 원칙도 소신도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국내든 외국이든 대기업 아니면 외국인 투자를 받을 곳이 어디 그렇게 많겠습니까. 결과적으로 재벌기업이 혜택을 본다고 해서, 그걸 모두 ‘재벌 특혜’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면 대한민국 경제구조 자체를 허물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인 투자를 그런 식으로 막는다고 해서 ‘서민’이 잘살게 되는 것도 아닐 터인데 말입니다.
박 원내대표의 이런 스타일이 사실 올 5월 원내대표 선출 때 걸림돌로 작용한 적도 있습니다. 강성(强性)이라는 것이지요. 부드러운 박영선을 강조해서 돌파하긴 했지만, 세월호 사태 이후 다시 그의 본색(本色)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당내 분위기도 한몫했지만, 그는 앞뒤 재지 않고 세월호 특별법을 ‘최우선’ 처리 법안으로 묶었지요. 세월호특별법 처리 없이 다른 법안을 하나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 바람에 국회는 올스톱 상태입니다. 국회를 여러 번 열었지만, 4개월 넘게 법안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국회의 신뢰도는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를 거치면서 국회해산론까지 주저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딜 가나 국회와 정치인은 멸시와 조롱의 대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원칙과 소신은 분명 개인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러나 그게 지나칠 때 다른 사람에게는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과거 대한민국 정치사를 주름잡았던 정치인들이 유약(柔弱)해서 평소의 소신을 접었던 것이 아닙니다. 박영선 원내대표도 한국 정치의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를 두루 더 깊이 통찰해야 큰 정치인으로 발돋움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DJP 연합의 씨앗은 1996년 10월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김용환 자민련 부총재간 목동회동입니다. 김대중 총재는 본인이 표현했듯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춘 반면 정치를 오래하지 않은 공무원 출신 김 부총재는 서생(書生)에 가깝습니다. 이 때문에 김 부총재를 원칙주의자로 묘사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떤 면으론 DJ와 JP보다 더 김대중 총재와 김용환 부총재 간 현실인식의 차이가 큽니다. 논리 대결이라면 둘 다 남한테 지기 싫어해 두 분을 모두 아는 사람은 “융화가 될 수가 없다”고 평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나서 간극을 메우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1997년 대선을 내다보고 JP와 김용환 부총재는 생각을 바꿉니다. 자민련이란 울타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정(國政)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연합이 불가피하다고 말입니다. 물론 그 대상은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신한국당을 포함해서입니다. 처음부터 DJ의 국민회의뿐은 아니었습니다. 명분은 현행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바꾸는 것이었죠. 내각제여야 지분(持分) 정치가 가능한 까닭입니다. DJ는 ‘사상 첫 번째 진정한 정권교체’를 위해 자민련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이회창 총재는 조건이 잘 맞지 않는다며 거절합니다.
후에 김용환 부총재는 본인의 생각을 바꾼 과정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DJ와 연합한다고 하니 펄펄 뛰는 사람이 주변에 오죽 많았겠소. 심지어 날보고 당을 팔아먹는다고 매도하는 사람까지 있었죠. 정말 고비가 많았지만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진정 이것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오. 나를 바꾸지 않고는 안 되겠더라고.”
97년의 유연함과 2002년의 완고함
이런 김 부총재도 5년 뒤인 2002년엔 ‘완고함’을 보였습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선 참모 역할을 할 때였습니다. 노무현·정몽준씨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한창일 무렵 한나라당에서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지요. 당시 서청원 대표와 김영일 사무총장 등은 “그냥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고 우리는 JP와라도 연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습니다. 이 후보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영일 사무총장이 이 후보와 통화 후 총장실 전화 수화기를 집어던지는 것도 제가 직접 봤습니다. 당시 대선 기간 중 제가 서 대표 자택을 찾았을 때도 기억납니다. 12월 초쯤이었을 것입니다. 붉으락푸르락이었습니다.
“이봐! 지금 저쪽은 단일화한다고 난리인데 가만있어서 되겠어? 내가 총재(이회창)를 설득하고 있는데 김용환 부총재가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는 거야. 나도 JP와 연합해서 노무현을 이길지는 솔직히 말해 모르겠어.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있으면 죽도 밥도 안돼. 죽을 때 죽더라도 약이라도 써 봐야 할 거 아냐?”
대략 이런 식의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도 서 대표의 말에 동감했습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호(號)는 침몰하고 있는 게 분명했습니다. 이회창 후보 최측근 그룹은 그럼에도 ‘숨어 있는 5%’ 운운으로 후보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게 기자의 눈에는 명백히 보입니다.
여하튼 이회창 후보와 가까운 그룹은 ‘이대로 가도 뭔가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마이 웨이(my way)’를 합니다. 그때 조금 더 생각의 폭을 넓혔더라면 어땠을까요. 이미 역사(歷史)가 된 2002년 대선입니다. 부질없는 일이지만, 제가 정치현장에서 취재했을 때의 경험과 요즘의 정치가 오버랩되면서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됩니다.
원칙 훼손 없이 할 수 있는 일 많아
정치인의 경직(硬直)적 사고는 때로 ‘원칙’이란 이름으로 포장이 되기 십상입니다. 예를 들어 부처 이름과 수를 정하는 정부조직법이란 게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부처를 고쳤습니다. 그 법이 김영삼 정부 출범 당시에는 취임 이틀 전, 김대중 정부 땐 여드레 전, 이명박 정부 땐 사흘 전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부처 수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닻을 올렸습니다.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국회에서 야당과 협상이 잘 안 돼서지요.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안(原案)을 고수했습니다. 이로 인해 박근혜 정부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 제출 52일 만인 2013년 3월 22일에야 국회에서 확정지었습니다. 박 대통령이 신설하려 했던 미래창조과학부는 지켰을지 모르나 ‘정치력’이란 더 중요한 것을 잃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후 불통(不通) 이미지와 동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부처의 존폐를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는 항상 있어 왔습니다. 여야가 국정의 중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와도 밀접합니다. 이명박 정부 때 통일부를 없애려다 포기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부 폐지를 밀어붙였다면 야당과 지루한 줄다리기를 했을 것이 뻔합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상인적 현실감각’으로 실기(失機)하지 않고 통일부 폐지안을 거둬들였습니다. 불필요한 소모전적 정쟁을 줄였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가 ‘원칙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것은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죠. 조금 더 넓게 보거나 뒤집어 보면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도 많다는 것입니다.
소신 접었던 과거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제가 원칙과 유연성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때문입니다. 기억이 생생할 것입니다. 작년 말 여야는 새해 예산안과 국가정보원 개혁법안 등에 합의하고도 박영선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의 몽니로 예산안 처리를 올해로 넘겨야 했습니다. 박 위원장이 외국인투자 규제를 푸는 법안을 ‘재벌특혜법’이라며 상정하지 못하겠다고 버텼기 때문이죠. 박 위원장의 이런 태도는 여당은 물론 야당 내에서도 거의 공감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상당기간 이런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도 그 내용을 살펴봤습니다만, 박 위원장의 법안 통과 저지는 원칙도 소신도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국내든 외국이든 대기업 아니면 외국인 투자를 받을 곳이 어디 그렇게 많겠습니까. 결과적으로 재벌기업이 혜택을 본다고 해서, 그걸 모두 ‘재벌 특혜’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면 대한민국 경제구조 자체를 허물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인 투자를 그런 식으로 막는다고 해서 ‘서민’이 잘살게 되는 것도 아닐 터인데 말입니다.
박 원내대표의 이런 스타일이 사실 올 5월 원내대표 선출 때 걸림돌로 작용한 적도 있습니다. 강성(强性)이라는 것이지요. 부드러운 박영선을 강조해서 돌파하긴 했지만, 세월호 사태 이후 다시 그의 본색(本色)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당내 분위기도 한몫했지만, 그는 앞뒤 재지 않고 세월호 특별법을 ‘최우선’ 처리 법안으로 묶었지요. 세월호특별법 처리 없이 다른 법안을 하나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 바람에 국회는 올스톱 상태입니다. 국회를 여러 번 열었지만, 4개월 넘게 법안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국회의 신뢰도는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를 거치면서 국회해산론까지 주저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딜 가나 국회와 정치인은 멸시와 조롱의 대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원칙과 소신은 분명 개인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러나 그게 지나칠 때 다른 사람에게는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과거 대한민국 정치사를 주름잡았던 정치인들이 유약(柔弱)해서 평소의 소신을 접었던 것이 아닙니다. 박영선 원내대표도 한국 정치의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를 두루 더 깊이 통찰해야 큰 정치인으로 발돋움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